머리를 깎으며 - 정성은 누구에게나 느껴진다

난 두 달에 한 번 정도 머리를 깎는다. 사실 미용실 가는 게 별로 익숙하지도 않고, 아직도 미용실에 앉아 있는 일이 불편하다. 그래서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티고, 도저히 못 버티겠다 싶으면 그때 간다. 가끔 주변에서 기분 전환으로 머리를 자른다는 남자들을 볼 땐, 참 대단하다 싶은 생각도 든다. 물론, 머리를 자르면 기분이 달라지는 건 나도 인정한다.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맡기고 가만 앉아 있다 보면, 지금 내 머리를 만지는 사람이 얼마나 성의를 다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머리카락을 만지고 다듬는 손이 얼마나 정성을 들이고 있는지 느껴진다는 말이다. 그런 느낌이 강하면 강할수록, 난 내 헤어스타일에 만족하게 된다.

머리를 감을 때도, 같은 느낌이 있다. 대충 대충 힘만 줘서 감기는지, 아니면 정말 열심히 감기는지 확실히 느껴진다. 어쩌면 머리를 자를 때 보다, 감을 때 더 잘 느껴지는지도 모른다. 미용실에서 처음 일을 배우는 사람들은 머리 감기는 일부터 하는 모양이던데, 성의있게 머리를 감기는 사람이 성의있게 머리를 자르는 사람이 될 것은 당연한 일일 터이다.

머리 하나를 맡겨도 그 사람이 나한테 정성을 다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데, 하물며 사람을 만나고, 사람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일은 어떠할 것인가. 내게 가장 가까운 사람들부터 그냥 일 관계로 만나는 사람들 모두가 나의 말투, 나의 행동을 보면서 내 정성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바쁘다는 핑계로,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나와 함께 한 사람들에게 무성의하게 보이지는 않았을런지, 미용실에 앉아 머리를 말리는 순간 만큼은 사람에 대한 정성을 놓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어찌하랴, 머리를 말리고, 헤어스타일을 확인하고, 맘에 들던 들지 않던 돈을 내고 나오는 과정에서, 나는 성의를 잃어버린다. 베풀어야 하겠거니 했던 정성을 잊어버린다.

어느덧 성탄절이다. 적어도 성탄절 만큼은, 연말 만큼은, 내 주변의 사람들에게 무성의 하다는 얘기를 듣지 말아야 겠다. 특히 내 사람들에겐.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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