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달고나'다!

인사동에 놀러갔다가 오래된 물건을 파는 집에서 딸 아이가 발길을 멈춥니다. 제가 어릴 적 가지고 놀았던, 먹었던 것들이 눈에 보여 저도 잠시 그 앞에서 흐뭇하 웃음을 짓습니다. 아이와 아빠가 공유할 수 있다는 것, 서로 보고 좋아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참 감사한 일입니다. 그런데 딸 아이의 눈빛이 반짝입니다. 앗! '달고나'다!

우리 어릴 적에야 학교 오가는 길에 많이 보긴 했습니다만 딸 아이는 길에서 그런 걸 봤을 리가 없는데, 그런데도 달고나를 알고 있습니다. 물론 유치원 같은 데서 잔치하는 날 해주고 그랬으니 아는 거기는 하겠지만, '달고나'에 대해서 그렇게 반색을 하는 이유는 뭘까요. 그런데 아이가 쳐다보는 곳을 따라 쳐다본 저도 그만 픽 웃고야 말았습니다. 거기엔 달고나를 만드는 그릇 셋트가 앙증맞게 포장되어 있었습니다.

아이의 눈빛은 당장 저를 향합니다. 엄마는 보나마나 안될테니, 아빠를 졸라야 겠다는 심산이죠. 그 좋아하는 꿀타래도 안 먹을 테니 - 사실 꿀타래도 사줄 생각은 없었지만 ^^ - 달고나 세트를 사달랍니다. 엄마가 단호하게 안된다고 했는데도 쉽게 물러설 기미가 아닙니다. 집에 가면 내 용돈으로 낼테니까 엄마가 먼저 내줘~

갑작스런 반응에 아내가 흠칫하는 사이, 제가 먼저 지갑에서 만원을 꺼냈습니다. 네, 달고나 세트가 1만원이더라고요. 앗싸를 연발하며 아이는 달고나 세트를 들고 매장 안으로 들어가 돈을 내고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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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저래 외출을 마치고 집에 들어오자 마자 달고나 노래를 부릅니다. 이럴 때는 유리한 조건을 잘 활용해야 합니다. 일단 씻고 숙제 있나 확인해 보고 자기 방 치우기까지 다 시킨 후에 달고나 만들기를 허락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걸 제대로 해 본 사람이 없다는 겁니다.

사실 믿거나 말거나 ^^ 저는 어릴 때 달고나를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냥 보기만 했고 친구가 하고 나서 부러뜨린 조각을 몇 번 얻어 먹은 기억은 있지만 제 스스로 만져 본 적은 없습니다. 만지고 나면 무슨 큰 일이라도 날 것처럼요. 아내도 뭐 비슷한 수준이었나 봅니다. 딸 아이는 벌써 한참 전에 유치원에서 해 본 기억 뿐일테니, 서로 해보고 싶어는 하지만 잘 할 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던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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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불을 쓰는 일이라서 딸 아이는 일순위를 뺏깁니다. 엄마가 먼저 도전을 합니다. 설탕을 넣고 가스렌지 위에서 살살 돌리며 녹습니다. 잘 안 녹는다 싶었는데 어느 순간 그릇이 달궈지면 순식간에 설탕이 녹습니다. 이때부터 바빠집니다. 소다를 넣고 젓다 보니 금새 색깔이 시커멓게 변합니다. 더 타기 전에 철판 위에 덜어내야 할텐데 마음은 바쁘고 손이 잘 말을 듣지 않습니다. 어어~ 하면서 덜어 냈는데, 와우, 이거 모양이 좀 심상치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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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양을 따질 틈새가 어딨습니까. 역시 급한 마음에 누름판으로 눌렀는데 너무 오래 누르고 있었던가 봅니다. 달고나가 누름판 밑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첫번째 도전은 실패.

두번째 도전은 딸 아이가 합니다만! 엄마 보다 손이 더 빠르지 못한데다가 녹은 설탕을 그릇에서 덜어낼 때 과감해야 하는데 머뭇 거리다 보이 역시 꽝. 마지막으로 아빠도 도전을 했습니다만, 아빠는 소리만 지르다 맙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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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한 번 더 ^^ 이번에는 어설픈대로 성공했습니다만 아무래도 아직 멀었습니다. 나중에 누군가의 조언을 들었더니 식용유를 살짝 발라주면 안 달라붙는다는! 어릴 때 해보지 않았다는 표를 그대로 낸 셈이 된 거지요. 다음 번에는 그 방법을 적용해 제대로 성공해야겠습니다. 그나저나 갑작스런 달고나 때문에 온 집안에 설탕 녹는 냄새가 가득했다는 부작용도 빼 놓지 않고 말씀드려야 겠더군요~ ^^

  • 진주애비 2008.03.26 10:05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우와!! 달고나다!!
    ㅋㅋ..근데 렌지 새로 장만하신건 아니죠..정말 삐까번쩍하네요..ㅋ~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3.26 10:50 신고 수정/삭제

      만원 주고 샀어요~ ㅋㅋ

    • Favicon of http://blog.empas.com/diabloti BlogIcon 정현아범 2008.03.26 13:25 신고 수정/삭제

      설마..
      달고나 사진 찍는다고,
      렌지청소까지 하신 건 아니겠죠..ㅡㅡ;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3.26 13:49 신고 수정/삭제

      ㅋ 몰르지 나야 렌지 청소하고는 거리 머니까 ㅋㅋ

  • ^^ 2008.03.26 10:09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옛날 생각 납니다요... 이거 알아요 ㅎㅎ
    일단 모양 평가는 패스 ㅋㅋ 색깔을 보아하니 소다가 잘 안 섞인듯 하네요... 다음 도전시는 이뿌고 맛있게 성공 하시길... ^^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3.26 10:51 신고 수정/삭제

      아, 그게 또 그런 이유가 있었나요? ㅋㅋㅋ

  • Favicon of http://www.paperon.net BlogIcon 집짱 2008.03.26 11:02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달고나? 대구에선 저걸 '국자' 혹은 '포터'라고 했었어요. ^^
    '뽑기'라 하는 곳도 있던데.
    우리말 모아봐도 재미있겠네요. ^^
    다른 지역에선 뭐라고 하나요???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3.26 13:49 신고 수정/삭제

      아, 그러게... 얘기 듣고 나니 뽑기 생각이 나네 ㅋㅋ

  • Favicon of http://www.elda.kr BlogIcon 엘다 2008.03.26 11:46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평택은 뽑기로 불렸습니다.
    학교끝날때나 점심시간때 그리고 집에갈때 많이 해먹고 또 많이 화상입었던 기억이 -.-;;
    제 오른손에는 뽑기때문에 상처난 부분이 꽤 있습니다 -_-;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3.26 13:50 신고 수정/삭제

      헐~ 상처까지요? 열렬한 마니아이셨나 봐요 ~ㅋㅋ

  • Favicon of http://www.mediamob.co.kr/yugwif BlogIcon Rinforzando! 2008.03.26 11:49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제주에서는 떼기, 경남 마산에서는 오리떼기 등 여러 가지로 많이 불리더군요 ^^;;
    얼마 전 화이트 데이 때 여자친구한테도 만들어 주었답니다. ^^
    트랙백 보낼게요~ ^^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3.26 13:50 신고 수정/삭제

      ㅋㅋ 화이트데이에 이런 걸 다~~ 여자친구가 좋아했겠어요 ㅋ

  • Favicon of http://www.rabbicat.com BlogIcon 토양이 2008.03.26 12:08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저희 동네(서울 한강 북단)에서는 '뽑기'라고만 불렀었는데..
    실핀 끝에 침 묻혀서 라인 따라 발라주고, 시간을 두었다가(시간조절이 중요!)
    실핀을 이용해 서서히 압박해 주면 잘 쪼개져요. ㅎㅎ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3.26 13:51 신고 수정/삭제

      아니, 이런 부분에도 그런 비법이 존재한단 말여? ^^

  • 파시피카 2008.03.26 14:38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부산이고요.. 어릴적 쪽짜 라고 불렀던 기억이 나네요. 동네친구들 다 그렇게 불렀는데 ㅎㅎ 30년이 다 됀 기억입니다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3.26 15:36 신고 수정/삭제

      지방마다 정말 독특하게 불렀네요~ ^^

  • Favicon of http://www.zoominsky.com BlogIcon 짠이아빠 2008.03.26 14:41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나도 뽑기.. 예전 외가집에 갔을 때 큰 잉어를 상품으로 받은 적도 있음.. 음... 그때부터 뽑기는 잘함..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3.26 15:35 신고 수정/삭제

      우와 진짜요~ 전 이런 건 영 소질이 없어서리 >.<

  • 궁금이 2008.03.26 15:46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부산에서는.. '쪽자' 라고 했어요.. 과자이름은 '똥과자'라고 했고..--;;

  • 캐롤 2008.03.26 15:47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저도 서울 태생이지만 저희 동네에서도 뽑기로 불렀습니다. 달고나는 종류가 다른 걸로 기억해요. 하얀색으로 되어서 녹여 먹는... 녹여진 하얀색 달고나가 담긴 국자를 들고선 나무 젓가락으로 조금씩 찍어서 먹던 생각이 납니다.. 아마 달고나가 뽑기 보단 조금더 비싼 던 걸로 기억해요.. 아 먹고싶다... 쩝...

    • 잠언3장 2008.03.29 07:16 신고 수정/삭제

      맞아요.. 달고나는 하얀색사각형 형태였고요, 녹여서 부풀려 먹던 기억이나네요,, ㅎㅎ 정말 옛추억이네요..

  • Jin 2008.03.26 16:07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오랜만에 보내욯ㅎ 하지만 저건 달고나가 아니구요 '뽑기'라고 불렸었죠.
    달고나는 저렇게 생긴게 아니고 하얀색으로 그냥 녹여가며 먹는 거였습니다.
    당시 뽑기가 50원 이었으면 달고나는 500원정도 하는 비싼먹거리였엇죠ㄷㄷㄷ;;

  • harembell 2008.03.26 17:06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오랜만에 보는 뽑기네요.
    밑판에 소다를 살짝 흩어놔주면 들러붙지 않고 잘 떨어집니다. ^^

  • 문샘 2008.03.26 17:31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아하...정말 추억이 밀려 오네요. 쪽자라 불리웠죠...부산에선. 저는 번데기를 더 좋아했지만 쪽자도 애들에겐 인기있는 간식거리였죠. 재미있는 글 잘 보고 갑니다.

  • 뽑기대왕 2008.03.26 22:48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저건 뽑기네요....
    숟가락으로 하심 안되고요...
    불에 올려 놓고 밑이 녹는다 싶으면요...
    나무젓가락 하나로 살살 저어주세요.
    그럼 금방 녹거든요...
    그때 바로 나무젓가락으로 소다 한번 찍어서,
    휘휘 저어주면 맛나게 된답니다.
    보아하니 잘 섞이지 않고 너무 태우신거 같아요..
    그리고 달고나는 하얀색 덩어리로 뽑기하곤 달라요.
    제조하시는 분이 국내에 한분 남았다고 하던데..
    참 올만에 보네요...

  • 주연 2008.03.27 09:52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저건 달고나가 아니라 뽁끼인가 뽑기인가 그냥 말로만했던거라 정확한 철자는 모르겠지만 그렇구요.
    달고나는 흰색 육면체의 고체덩어리로 그냥 국자에 넣고 첨가물없이 녹여주면 되는거죠.
    아직도 국자에 뽁기해먹으면 정말 그 때의 향수가 밀려옵니다~^^*

  • 달고나는 하얀거고 저건 뽑기~^^ 2008.03.27 10:36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어렸을땐 집에서 해먹다가 국자태워먹어서 엄청 혼났었는데 ㅋㅋ
    저도 뽑기세트 사고싶네영 -_-a (이나이에;;)
    집에서 걍쓰는 국자에 철쟁반에 놓고 그릇같은걸로 눌렀던;; (모양내기없음 ㅋ)
    설탕이 살살 녹아갈때쯤 부터 슬슬 불하고 간격을 넓히세여..
    그러다 다녹으면 소다넣구 살살살 저어주면끝~
    소다넣고 저을때도 불에 너무 가까이 하시면 안대여..
    소다는 거의 국자의 열기로만 한다고 생각하세여~(이때 넘 뜨거우면 매우 잘타여 ㅋ)
    사진은 너무 탓네여 ^^;
    몇번해보면 노하우가~ 생깁니당 ㅋㅋㅋ
    맛나게 드세요~^^
    요샌 뽑기도 오백원이나 하더라구요 ㅠ_ㅠ

  • 그린데이 2008.03.28 16:52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ㅎㅎ 명동에서는 밑판에 설탕을 살살 뿌리던데요 ^^ 지역마다 뿌리는 재료가 다른지...;
    제가 가끔 이용하는 베이킹 사이트에 보면 철판이형제를 파는데 (철판이 형제(X), 철판 이형제(O)) 그건 식용유의 10배 더 잘 떨어진다네요... (식물성 기름이 주 원료로 보통 와플 구울때 사용한답니다.) 달고나에 어울리는 재료인지는 모르겠지만.. ㅋ

  • =ㅅ= 2008.04.03 21:18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뽑기 옜날에 만들어 먹었는데
    설탕탈때 냄새가 그립네요..
    고소한맛하고 달콤해서 만들어 먹고싶네요
    입에 착착 달라붙어서 안띠어질때도 있었는데
    진짜 그립군요. .. 벌써 10년이 지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