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의 고을 남원, 벚꽃과 추어탕

이렇게 좋은 계절이라면, 지방 출장도 그리 힘든 일만은 아닙니다. 출장이긴 하지만, 마치 소풍을 떠나는 기분이었습니다.

전라북도 남원. 춘향전의 고장이라는 것 외에는 남원에 대해서 아는 것이 별로 없었습니다. 가본 적도 없었고요. 춘향, 광한루, 그리고 추어탕 정도의 키워드를 떠올리는 수준이었답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다 떠올릴 법한 그런 키워드일테죠.

서울에서 9시에 출발, 평일인데도 고속도로를 타기 까지는 은근히 막혔습니다.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대전 지나 대전통영 고속도로로 갈아탄 후 그렇게 네 시간 가까이 지나서 드디어 남원에 도착했습니다. 점심 시간을 살짝 넘겼으니 아무래도 업무를 시작하기 전에 간단히 식사를 해야 했습니다. 좋고 싫고를 떠나서, 남원에 오면 일단 추어탕에 도전해 봐야 하지 않을까요? 사전에 정보는 별로 없었고, 그래서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잠깐 정보 검색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남원에 유명한 추어탕 집은 여럿 있지만, 현식당, 부산집 등의 이름이 나오더군요.

오래 앉아 음식을 즐길 시간도 없고, 그래서 추어탕 한 가지만 한다는 현식당의 전화번호를 적어 내비게이션에 입력해 두었지요. 별로 어렵지 않게 현식당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사실 이름 떄문에 그렇지 추어탕은 그리 힘겨운 음식(!)은 아닙니다. 다 아시는 것처럼 일단 미꾸라지는 죄다 갈려 나오기 때문에 형체를 찾을 수 없죠. 음식 생긴 것만 보고는 물고기가 들어갔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일단 이름에 대한 거부감만 접어 두고라면 한 번쯤 도전해 볼만한 음식이죠. 게다가 같이 같 일행 두 분의 표현에 따르면 - 두 분 다 젊은 여성들이었는데 ^^ - 미용식, 다이어트식이라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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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건너편 나무 사이로 현식당 간판이 보입니다

남원에서 추어탕 집이 많이 모여 있는 동네가 '천거동'인 듯 한데, 아예 길 이름이 '추어탕삼거리'네요. 현식당, 부산집 외에 언뜻 보이는 간판이 남원추어탕, 친절식당 등등이군요. 그런데 식당보다 눈에 들어온 건, 다름 아닌 벚꽃이었습니다. 길 맞은 편 천변으로 벚나무들이 활짝 꽃을 피웠는데, 정말 장관이라는 표현 말고는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네요. 게다가 이 날 날씨까지 정말 좋아서, 벚꽃이 절정을 이루었더랍니다. 꽃 구경은 뒤로 하고, 일단 식당에 자리를 잡았어요.

생각보다는 넓지 않았습니다만, 점심 시간을 좀 지났는데도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사람들이 꽤 있었습니다. 막 손님이 나가고 치운 테이블에 앉아 추어탕 세 그릇. 하긴 이 집은 메뉴판에 이것 하나 밖에 없더군요. 값은 7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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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찬이 나오고, 팔팔 끓는 추어탕이 대령했습니다. 생긴 것만 가지고는 여느 추어탕과 큰 차이를 못 느꼈어요. 함께 나온 썰은 고추를 넉넉히 넣고 밥을 말아 넣었습니다. 시래기 건더기를 건지며 후후 불어 먹었지요. 꼬득꼬득하게 뼛가루 씹히는 맛, 추어탕은 이 맛에 먹는 것 아니겠습니까.

담백하고 구수한 맛이 느껴집니다. 솔직히 서울에서도 자주 먹는 음식은 아니어서, 특별히 맛난 포인트를 찾으라 하면 딱히 뭐라 말하긴 그렇습니다만, 구수하면서도 꼬득꼬득한 맛에 밥 한 그릇을 후딱 비워 냈습니다. 항상 그런 말을 하죠. 사무실 근처에 이런 집 하나 정도 있었으면 좋겠다, 뭐 그런 정도 소망입니다. 자주는 아니어도 한 달에 두 어번 아무 생각없이 가서 먹을 수 있는 그런 집 말이에요.

식사를 마치고, 업무 장소로 이동해야 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화사한 벚꽃이 눈길을 잡았기 떄문입니다. 정말 빈약한 제 어휘력으로는 흐드러졌다는 말 외에, 다른 말을 찾기가 어렵더군요. 그렇게 꽃을 보며, 가볍게 산책을 즐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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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사진을 몇 장 찍기는 했는데, 벚꽃에 어디 벚꽃이라고 써 있지 않은 이상 ^^ 서울에서 보나 남원에서 보나 ^^ 사진은 그게 그거더군요. 저처럼 특히 초짜에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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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마다, 지역마다 하나씩 기억을 가지고 있다는 건 좋은 일입니다. 언제 그 곳에 다시 들러도 어딜 갈까 헤메지 않아도 되니까요. 정작 남원에서 광한루는 보지 못했지만, 벚꽃과 추어탕에 대한 기억은 계속 남아 있을 듯 합니다. / FIN

  • 비바리 2008.04.09 20:35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남원 추어탕을 한번 먹어는 봤는데
    역시 제 입맛에도 그닥 흥미롭지 않았던 기억입니다
    저는 맑은탕쪽을 선호하는 편인지라..

    광한루는 다시 거닐고 싶네요.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4.09 20:39 신고 수정/삭제

      맛이란 객관적이기도 하지만 주관성이 워낙 강한 것이어서 사람마다 다른 법이니까요 ^^ 누군가는 담담해도, 누군가에게는 감동이 될 수 있겠지요 ^^ 여유만 있었다면 서울 오지 않았을 지도 몰라요~ ㅋ

  • Favicon of http://mepay.co.kr BlogIcon mepay 2008.04.09 20:38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출장으로 남원까지 오셨군요. 무슨일로 내려오셨는지 모르겠지만.. 제 고향이 그 근처라 남원은 자주 갑니다. 남원은 조용하고, 인심이 찰진 지역이죠.. 그런데 제가 생각하는 남원의 음식맛은 별로 였던것 같습니다.. 추어탕이 괜찮긴 하지만 그것도 잘하는곳에서 먹어야 맛있는데..^^ 벗꽃 사진 괜찮은데요..뭘..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4.09 20:40 신고 수정/삭제

      네 전체적으로 참 조용하다는 느낌은 받았습니다. 보통 유명 식당가 옆에 가면 주차하기도 어려운데, 주차도 뭐 그런대로 잘 했고 - 아 평일이라 그랬을까요. ㅋㅋ - 느낌 괜찮았어요.

  • Favicon of http://www.rabbicat.com BlogIcon 토양이 2008.04.09 23:19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벚꽃이 정말정말 예뻤어요. 그러고보니 벚꽃구경을 제대로 해본 게 몇 년 만인지 모르겠어요. >_<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4.10 00:10 신고 수정/삭제

      그래도 올해는 다른 해보다는 꽃 구경을 많이 하는 듯 싶네~ ㅋㅋ 내일도 좀 할 수 있을라나~ ^^

  • 없음 2008.04.10 02:38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남원에 다녀오셨군요. 제 고향인지라 뭔가 이 글을 읽고 반갑게 느껴졌네요. 조금 더 큰 도시로 학교를 다녀야겠다고 마음먹고 고등학생때부터 남원을 떠나서 어느새 5년째에 접어들었어요. (남원에서) 벚꽃을 못본지도 꽤 오래 되었네요. 뭐, 어딜가나 있는 벚꽃이지만 어머니와 함께 거닐던 벚꽃길이어서 그런지 뭔가 그리워지네요.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4.10 07:49 신고 수정/삭제

      똑같은 벚꽃이어도 추억이 있다면, 그건 확실히 다른 벚꽃이겠지요. 그냥 예쁜 벚꽃 말고, 뭔가 사연이 있는 벚꽃... ^^

  • 손통 2008.04.10 09:50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젊은여성2분과의 동행만 부럽다는........ ㅎㅎ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4.10 10:08 신고 수정/삭제

      헐, 일하러 갔어요 >.< 지나고나니 오로지 운전기사였지만서두 ㅋ

  • Favicon of http://dogguli.net BlogIcon 도꾸리 2008.04.10 10:21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맛난 추어탕과 흐트러진 벚꽃~
    좋은 구경을 하신 것 같아 부럽습니다~
    언제나 잘 보고 갑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 Favicon of http://blog.empas.com/diabloti BlogIcon 정현아범 2008.04.10 10:50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7천원 되얐구만요..ㅋ
    쫌만 더 들어가면 쌍계사도 댕겨오실 수 있는 거 아니었남요..^^;

  • Favicon of http://www.zoominsky.com BlogIcon 짠이아빠 2008.04.10 14:32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지리산 밑에서 먹던 남원 추어탕 정말 직이던데.. ^^

  • Favicon of http://blog.empas.com/pp19in BlogIcon 뽀다아빠 네모 2008.05.12 09:43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석가탄신일. 모처럼 토,일 이틀을 내리쉬고 오늘 회사에 나왔습니다. 그리고 오랜만에 제 블러그에 들렀다가 형님의 자취를 쫓아 여기에 왔습니다. ^^

    남원 그리고 추어탕과 벚꽃....저에게 남원은 아직까지 한번도 목적지인적 없이 그냥 지나치는 도시였는데....언제 한번 가봐야겠어요.

    저 벚꽃들은 이미 다 져버렸겠지만, 추어탕은 남아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