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랜드 카지노를 가다 #2

강원랜드 카지노에 들어가려면 일단 5천원을 내고 카지노 입장권을 사야 합니다. 카지노 입구 오른편에 따로 입장권 파는 곳이 있습니다. 라스베이거스에서는 한 번도 신분증을 보여주거나 입장권을 산 적이 없는데, 강원랜드에서는 입장권을 사야 하는군요. 게다가 신분증이 꼭 있어야 합니다. 신분증을 보고, 주민번호 앞 부분이 인쇄된 입장권을 발급해 줍니다. 왜 입장료를 받느냐는 항의가 많았던지, 이건 다 국가에 내는 세금이라고 하는군요. ^^

입장권을 사고는 거의 공항에서 검색하는 듯한 수준의 검색대를 한 번 넘어야 합니다. 신분증과 입장권을 받은 보안 요원이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봅니다. 금속탐지기 같은 걸 한 번 지나야 하고요, 그제서야 비로소 카지노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우와, 정말 사람 많더군요. 주말이라 그런지,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이 꽉 차 있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느낌은 별로 좋지 않더군요.

누구나 재미로 손쉽게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슬롯 머신입니다. 뭐, 어떤 그림이 어떻게 맞아야 하는지 몰라도 그냥 동전 넣고 손잡이를 당기거나 버튼을 누르면 되니까요. 그런데 대부분의, 거의 모든 슬롯 머신이 자동으로 돌고 있습니다. 누군가 돈을 잔뜩 넣어 놓고 자동으로 돌게 만들어 둔 겁니다. 플레이 버튼 위에 천 원짜리를 접어 꽂아 놓고 자동으로 돌아가게 해 놓는 등의 방법으로 슬롯 머신이 자동으로 돌고 있었습니다. 누군가 그 자리에 있지도 않으면서 자리를 맡아 놓은 거지요. 그러니, 새로 들어간 사람들은 슬롯 머신 한 번 댕겨볼 기회가 없습니다. 사실 좀 무섭더라고요.

기계에 들어가 있는 코인 수를 보니 일이십만원 어치는 기본이고, 어떤 분은 오십 만원이 넘는 코인을 넣어 놓고 있었습니다. 계속해서 돌면서 맞으면 또 코인이 올라가고, 소모되고… 그 과정을 자동으로 반복하는 거지요. 슬롯 머신 잡아 놓은 분들은 그렇게 몇 십만원 혹은 몇 백만원 투자해서 한 방 건지기를 기다리는가 봅니다. 어쨌든 카드 게임도 할 줄 모르고 슬롯 머신 밖에 당겨본 기억이 없는 저로서는, 도저히 카지노에 재미를 붙일 방법이 없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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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에서는 사진을 찍을 수가 없어서 강원랜드 홈페이지에서 사진을 가져왔습니다


슬롯 머신은 손도 대보지 못하고 카지노 테이블을 둘러보기 시작했습니다. 테이블 주변 의자에는 앉는 건 정말 행운이고요, 테이블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게임에 참여하고 있었습니다. 일단 저는 카드 게임은 블랙잭도 모르니 그 테이블은 패스. 커다란 바퀴를 돌리는 빅휠, 룰렛, 주사위 게임 등등을 둘러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어리버리 해서 도대체 어찌해야 할지를 모르겠더라고요. 옆에 서서 남들 하는 걸 좀 지켜보다가 주사위 게임에 한 번 끼어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이거 하고 빅휠이 제일 쉽더라고요.

일단 카지노 칩은 테이블에 있는 딜러에게서 구입합니다. 천원, 오천원, 일만원짜리가 있는데 테이블 위에 있는 주사위 수나 합 같은 곳에 걸 칩을 올려 놓습니다. 딜러가 주사위를 돌리면 주사위 3개가 돌아가다가 어떤 숫자가 나오겠지요. 그 합을 맞추거나, 주사위 모양을 맞추거나 뭐 그런 겁니다. 5만원 어치 칩을 바꿔서 천원 짜리 몇 개로 우연히 맞추다 보니 대강 요령도 생기고 뭐 그렇더라고요. 처음에 운이 좀 좋아서 5만원 정도를 땄습니다. 오마이갓!

천원짜리를 세개씩 배팅하면서 5만원을 땄더니 슬슬 욕심이 생기네요. 이번엔 5천원짜리로 바꿔 도전합니다. 그런데 이거 단순하게 할 때는 좀 먹히다가 나름대로 머리를 쓰기 시작하니까 더 안되는 거 있죠. 결국 두 시간 동안 5만원으로 시작해서 5만원 딱 남기고 손을 털었습니다. 사실 계속 서서 했더니 다리가 아파서 못 하겠더라고요. ^^ 그러데 딱 그만큼 하니까 재미는 있었습니다. 어차피 한 10만원 정도는 쓰고 와야지 생각을 했었던 건데, 두 시간 놀고 본전은 한 거니까요.

입장료를 내는 대신 안에서는 음료를 무제한 줍니다. 고급스러운 음료일리는 없고 ^^ 컵을 대고 밀면 나오는 음료 기계를 통해 주스, 커피, 청량 음료 등을 마실 수 있습니다. 중간 중간 물수건 수납대가 있어서 칩을 만진 손을 닦을 수도 있게 해 놨고요. 현금을 칩으로 바꿀 땐 딜러에게 바꾸지만, 칩을 현금으로 바꿀 땐 환전소로 가야 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이긴 하겠지만, 즐기러 온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표가 수시로 왔다 갔다 하고, 슬롯을 돌리는 많은 사람들은 얼굴에 표정이 없었습니다. 그냥 무표정하게 앉아 기계적으로 버튼을 누르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었거든요. 길게 자란 수염과 남루한 옷… 흔히 말하는 카지노 폐인처럼 보이는 사람들도 종종 있었습니다.

한 번쯤 더 가보고 싶다는 생각은 듭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정선, 영월 주변에 볼 것들, 할 것들이 많이 있는데 그걸 제대로 못하고 온 것이 참 안타깝습니다. 오는 길에 정선 오일장에 들러 메밀전병 하나 먹고 왔네요. 기왕 카지노에 놀러갈 계획이라면 주변에 어떤 즐길 것들이 있는지 미리 계획을 세워두고 한 두개쯤은 즐기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동굴도 많고, 유적지도 많고 레일 바이크나 열차, 산악 오토바이 같은 건 꼭 한 번 해보고 싶은 것들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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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5일장에서 먹은 메일전병, 빈대떡, 수수부꾸미


카지노는 그 속성상 마음 편히 즐길 수 있는 것이 못되는 지도 모르겠지만, 주말에 경험한 강원랜드 카지노는 즐기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재미로 동전 몇 개 넣어 슬롯 머신 당겨보고, 큰 바퀴 돌리는 곳에 참여해 보고 그러기엔 사람이 너무 많고, 심각한 분들도 꽤 많기 떄문이거든요. 하긴 그러거나 말거나, 잘 끼어서 적당히 놀면 재미있습니다. 놀이동산 한 번 가도 10만원 쓰는 거 우스운데, 행운 한 번 바래보는 거, 우리 삶에서 한 번쯤은 누려봐도 될 호사가 아닐까요. / FIN

  • Favicon of http://blog.empas.com/diabloti BlogIcon 정현아범 2008.10.14 13:40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카지노에 시계랑 창문이랑, 또 뭐죠 3가지가 없다더만..
    저 사진에는 시계가 있네요..
    흠냐..장식인감요..ㅡㅡ;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10.14 13:43 신고 수정/삭제

      강원랜드 홈페이지에서 저 사진을 내면서, 세계 최초로 카지노에 시계 달았다!고 자랑쳤다는... ㅋㅋ

  • Favicon of http://www.rabbicat.com BlogIcon 토양이 2008.10.14 13:58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저처럼 도박중독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사람에게는 그림의 떡이에요. ㅋㅋ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10.14 14:29 신고 수정/삭제

      그러니 친구들하고 가면 안되~ ㅋㅋ

  • eelem 2008.10.14 14:14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저도 지난 5월에 다녀왔어요. 생각보다 노숙자 같은 분이 많아서 깜짝 놀랜 ㅋㅋ 저도 5만원 들고 가서 5만원 모으고 손털고 나왔습니다. 카지노도 즐거웠지만 정선의 레일바이크나 화암동굴(?) 등도 재미있더라구요. 돌아오는 길에 대관령 양떼목장도 다녀왔습니다. 2박 3일 코스로 좋은거 같아요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10.14 14:29 신고 수정/삭제

      와, 딱 재미있게 즐기셨네요~ 담엔 저도 그렇게~ ^^

  • 방문객 2008.10.14 15:39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오ㅋㅋ 저 강원랜드 주변사는데도 1급호텔 이런건 못가봤음ㅜ 오셔서 가을 단풍 구경하는것도 꽤 운치있는 행보가 될듯싶네요 ㅎㅎ 겨울에도 한번 가보세요~~ 즐길거리는 겨울이 훨씬 많은것같다는 생각^^~ 스키장두 있구 스케이트장도 있구~~ㅎㅎ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10.14 16:35 신고 수정/삭제

      제가 운동은 싫어해서 ^^ (솔직히 못해서~ ) 겨울은 좀 그렇고요, 가을 단풍은 정말 좋을 듯 합니다 ^^

  • 린시 2008.10.14 16:04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블로그보고 글 남기네요..
    저 카지노 속에 숨겨진 다른 이야기를 살짝..
    카지노의 손님 절반은 정선 사람들이라는거 아시나요?
    처음엔 재미로 구경을 갔다가 얼마를 땄다느니.. 이런 소문이 도니 너도 나도 가서
    집 한채를 날려 먹을 때까지 도박이라는 걸 하는 정선 사람들이 정말 많답니다.
    저희 부모님이 정선에 사시는데 처음엔 재미삼아 가시는것 같았는데 요즘은 자주 가시더라구요.. 이전에는 정선사람들은 한달에 한번으로 정해져 있었는데 그걸 풀면서 순박한 시골 사람들의 주머니를 털고 있는 곳이 바로 저 카지노랍니다...
    올 봄에 시골갔다가 카지노에 들렸었었는데..
    참.. 그냥.. 답답했었습니다..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10.14 16:36 신고 수정/삭제

      네, 사실 복장으로 얘기하는 게 좀 그렇긴 하지만, 지역 주민으로 보이는 분들이 꽤 많이 계시더라고요. 저 있던 주사위 테이블에는 할머니 한 분이 몇시간 째... ^^

  • yonne 2008.10.14 18:38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사람이 도박에 빠지는 과정은 참으로 순간적이라 할 수 있어서 어떤 사람도 장담할 수가 없습니다. 글쓴분은 5만-10만원을 재미를 위해 미련없이 쓸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어떤사람은 거기에 일말에 욕심이 붙으면 쉽게 도박에 빠져들 수 있습니다. 도박에 중독되는건 특별한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아주 평범한 사람들이 순간의 실수에 의해 탐욕을 통제치 못하기 때문에 일어납니다. 세상에서 가장 비참해지는것이 도박 중독자입니다. 카지노 소개는 그 의도가 어떻든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 Favicon of http://afterdigital.tistory.com BlogIcon 조선얼짱 2008.10.24 16:11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재미난 방문기 잘 읽었습니다.
    정선을 가본것처럼 눈앞에 떠오르게 설명을 해주셨네요^^ 감사~.
    그런데 ... 이렇게 해서 회사의 주수입원외에 부가소득을
    창출하시는줄 몰랐습니다. 구매담당 임원으로서 자금확보를 위해 ^^
    동분서주 하시는 모습에 감명 받았습니다. ㅎㅎ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10.30 15:50 신고 수정/삭제

      ㅎㅎ 어떨 때는 몸이라도 팔고 싶다니깐요 ㅋㅋ

  • 말짜 2008.11.09 17:39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하이~ 지난 추석때 서방하고 강릉여행갔다가 넘어오면서 들렸더랬지.. 서방이 음료수원없이 먹는곳에 간다길래.ㅎㅎ 쾌쾌한 냄새에 양말벗고 멋대로 앉아있는 사람들..별로 즐거운풍경은 아니었던곳..그 주변이 훨 좋더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