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맛집] 국수전골 끌리는 날, 잠실 한우리

백화점 식당가는 나에게 항상 안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벌써 십 년도 넘었던 어느 날, 소공동 롯데백화점 식당가의 멕시코 음식 전문점에서 누군가와 맥주를 곁들인 간단한 식사를 했는데, 맥주 안주로 괜찮을 만한 식사 두 개를 주문했다. 그런데 이런 황당한 일이. 그릇 모양만 다르지 안에 든 내용물은 완전 똑같았다. 요즘 말로, 이게 뭥미~다…

한 번은 메밀 전문점엘 갔었다. 메밀 한 판을 먹고 좀 모자라서 사리를 추가시켰다(그 때만 해도 정말 한창 먹을 때이므로!). 그런데 한참을 걸려 나온 건 사리 추가가 아니라 새로 메밀 한 판. 값도 한 판 그대로를 다 받았다. 상식적으로 사리 추가란, 적은 비용으로 사리만 더 내어주는 것일 텐데, 그냥 한 판이 새로 나오니 좀 황당스럽기도 했고, 새로 한 판을 주려면 우리 집엔 사리 추가가 없다. 드시고 싶으면 한 판 새로 주문해야 한다, 라고 말을 해주는 것이 상식일텐데 그냥 덜컹 나오니 먹으면서도 기분이 살짝 상해버렸던 것.

이런 구체적인 경험들 외에도, 항상 사람이 많았고, 음식은 별로 였고, 그러면서도 값은 절대 싸지 않았다는 기억이 백화점 식당가에 대한 내 감상이었다.

사무실 근처 잠실 롯데 백화점 11층 식당가. 일년전쯤인가 이 식당가가 대폭 리뉴얼을 하더니, 확 달라졌다. 물론 음식 값 비싼 건 여전하다. ^^ 그러나 몇몇 음식점들은 서비스가 확연히 달라졌고 음식 맛도 꽤 깔끔해졌다. 그러다 보니 손님 오시거나, 특별한 날에는 종종 가게 되고 다들 괜찮은데? 하는 반응을 보이며 내려오곤 했다.

그 중에서 제일 맘에 드는 집 한 집을 꼽으라면, 한우리를 꼽겠다. 흔히 한정식 집으로 알려진 한우리지만, 잠실 롯데백화점 11층에서만큼은 국수전골과 샤브샤브 전문점이다(전통적인 한우리가 메뉴 개편을 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튼 이 집엔 한정식은 없다). 그리고 내가 즐겨먹는 건 국수전골이다.

보통 국수전골 하는 집엘 가보면 육수가 끓고 나서 버섯이나 채소 같은 것들을 와르르 넣고 고기를 넣은 후 국수를 넣는데, 이 집은 그 반대다. 테이블에서 육수가 끓기 시작하면 국수를 먼저 넣는다. 처음엔, 어랏?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가만 생각하면 이 순서가 맞다. 국수가 익는데 더 시간이 많이 걸리니 국수를 먼저 넣는 게 당연한 거다. 그럼 다른 집은?? 에이, 모르겠다. 그건 그 집 문제고.

여튼 국수를 넣고, 채소와 얇게 썰은 고기를 넣어 5분 넘게 끓이면 끝. 먹기 좋게 알아서 잘 담아주니 기다리면 된다. 맛은 뭐, 괜찮은 국수전골 맛이다. 직접 뽑아냈다는 면은 은근히 쫄깃쫄깃하고, 국물도 얼큰해 해장하기에도 좋다. 함께 들어가는 채소들도 꽤 신선하다. 게다가 기본으로 나오는 반찬들이 깔끔해 자꾸 젓가락이 간다. 반찬 떨어지면 알아서 채워주는 센스도 훌륭하다.

개인 별로 담아준 국수전골. 저 앞의 냄비에 끓여 나눠준다

일단 가격은 좀 세다. 국수전골 1인분에 1만4천원. 추가로 주문하는 죽은 3천원. 보통 두 명이 가면 죽 하나 추가해서 먹으니 3만 1천원 되시겠다. 이거 외에 2만원짜리 국수전골 세트가 있는데, 로스편채와 죽이 포함되어 있으니 약간 무리해도 된다 싶은 날에는 세트를 먹는 편이 외려 나을 수도 있다.

세트에 포함되는 로스편채. 고기에 채소를 싸 먹는다

가격은 비싸지만, 일단 편안하게 먹을 수 있고 서비스가 좋다. 반찬 떨어지면 알아서 잘 채워주고(사람 많을 땐 좀 속도가 느려지긴 한다) 될 수 있으면 손님 비위에 맞추려고 서빙하는 직원들이 애를 많이 쓴다. 그러니 외부에서 손님 왔을 때 점심 한 끼 하러 가기엔 딱 좋은 곳이다. 잠실역 근처에서 손님하고 갈 만한데 없을까? 라고 고민하는 분들에게 딱 골라주고 싶은 음식점이란 얘기다. 생일이나 이런 특별한 날 가도 괜찮겠고.

그러나 식사가 아닌, 저녁에 가서 소주 한 잔 먹기에 그닥 적합하지 않다. 술 자리란 안주가 끊임없이 나와야 하는 법인데 국수전골은 그렇게 끊임없이 끓이면서 먹을 수는 없는 음식이니 말이다. 가볍게 반주로, 맥주 한 잔 하는 건 괜찮지만, 오늘은 우리 한 번 달려보세~ 이렇게 먹을 수는 없는 집이다. 안주 거리도 별로 없고.

바삭바삭 구수한 도토리전!

아, 도토리전이 하나 있는데, 이거 바삭한 거이 꽤 예술이다. 국수전골 먹기 전에 누군가를 기다린다면 맥주 한 잔과 함께 즐겨보는 것도 괜찮다. 가격은 아마 7천원쯤.

  • Favicon of http://afterdigital.tistory.com BlogIcon 조선얼짱 2009.03.06 01:05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아 .. 아트 입니다. 저 음식들 .. 저녁 굶었는데
    가혹한 형벌이군요.
    이 포스트는 .. 한우리는 어디나 균질화된 그 맛이 ^^
    좋은것 같아요. 음식을 다루는 체인이지만 그만큼 시스템 경영이
    자리 잡았다는 뜻 아닐까요?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9.03.06 09:34 신고 수정/삭제

      아니 왜 저녁을 굶으셨대요~ ㅋㅋ 전 어제도 배터지게!(이 무슨 매너없는 염장 댓글 같으니라고!) ㅋ

    • Favicon of http://afterdigital.tistory.com BlogIcon 조선얼짱 2009.03.06 09:40 신고 수정/삭제

      저를 두번 죽이시는군요 ㅡㅡ;

  • Favicon of http://www.zoominsky.com/ BlogIcon 짠이아빠 2009.03.06 14:13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도토리전 정말 괜찮더만.. ^^

  • Favicon of http://bongstudio.tistory.com BlogIcon bong 2009.03.06 14:27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흠흠.....사진이 너무 먹음직스러운걸요....오늘 저녁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메뉴인걸요.....호호호 배고파라~~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9.03.06 15:54 신고 수정/삭제

      ㅎㅎ 이제 슬슬 배고플 시간이 오는가봐요. 저도 살짝!

  • ^^ 2009.03.09 08:59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우와~~~ 도토리전도 있었군요 ㅋㅋㅋ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9.03.09 10:22 신고 수정/삭제

      나중에 한 번 드시져~ 맥주 안주로다가~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