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 맛집] 삼계탕과 바삭한 전기구이, 논현삼계탕

나 혼자 하는 생각이긴 하지만 ^^ 나는 복날 삼계탕 먹는 사람들이 제일 이해가 안된다. 먹어야 하는 날 먹는 건데 이해가 안된다니? 그럼 나는 이렇게 물어봐야 하겠다. 복날 삼계탕을 먹어본 적 있는지. 복날에 삼계탕을 먹으려면  삼계탕 집에서 얼마나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지 아는지, 그렇게 몰리는 손님 때문에 음식의 질이 떨어지는 건 알고 있는지가, 그렇게 어수선한 식당에서 아무런 서비스도 받지 못한 채 심한 경우 불쾌감을 느끼면서 나와야 한다는 걸 알고 있는지.

모름지기 식사란 편안하고 즐겁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는, 아무리 맛이 있다고 해도 좁아 터진 식당에서 몸을 배배 꼬아 가며 말귀도 제대로 못 알아 먹는 아줌마들에게 뭐 가져다 달라고 성질 내면서 먹는 걸 이해하지 못한다. 그런 까닭에 복날, 손님이 미어 터지는 삼게탕 집엘 가기 싫어한다.

그래도 삼계탕은 좋아한다. 그러니 나는 항상 사람 없는 요즘 같은 날에, 그리고 복날 되기 이삼일 전, 혹은 이삼일 후에 삼계탕 집을 간다. 같은 값으로 삼계탕을 더 편히 즐기며 먹을 수 있다.

요즘 삼계탕은 죄다 한방삼계탕이다. 그런데 원래 삼계탕이란 다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 한방삼계탕이란 이름이 붙기 전에도 삼을 비롯해 몇 가지 한약재가 들어가지 않았던가? 원래 한방삼계탕인 걸 굳이 한방삼게탕이라고 이름지은 건 마케팅 전략인가? 뭐 이런 씨도 안 먹힐 만한 생각을 궁시렁을 대면서 내가 찾은 곳은 송파에 있는 논현삼계탕이다.

이름처럼 원래 논현삼계탕 본점은 관세청 사거리 근처에 있단다. 우리가 간 곳은 지하철 8호선 석촌역 근처에 있는 송파 논현삼계탕으로 분점인 듯 했다. 석촌역 사거리에서 올림픽공원 방향으로 200미터 가량 가다 보면 왼쪽 높은 건물 1층에 논현삼계탕이 있다. 1-2층에 걸쳐 커다란 간판을 내걸었으므로 찾는데도 별로 어려움이 없을 테고, 식당 앞에 차를 대면 주차도 대행해 준다. 주차 대행하는 사람이 아무런 표시를 하고 있지 않아 대행해주는지 마는지 헷갈리기는 하지만, 어쨌든 누군가 표시를 할테니 그 사람에게 차를 맡기고 번호표를 받아 가야 한다.

자리에 앉아 메뉴를 살펴보면 삼계탕과 죽 등 몇 가지 메뉴가 있다. 어차피 삼계탕을 먹으러 왔으니 다른 메뉴는 일단 제외. 삼계탕도 2만원, 1만원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그냥 1만원짜리 보통 삼계탕을 주문했고 함께 간 딸아이에게는 전기구이를 시켜줬다. 사실 이 집을 다시 찾은 건 이 전기구이 때문이었다. 딸 아이가 딱 좋아할 스타일이었기 때문이다.

전기구이 얘기를 먼저 해 보자. 얼핏 들은 얘기긴 하지만 전기로 굽고 다시 한 번 튀겨내는 것이 이 집의 장점이란다. 물론 식당에 직접 확인한 것은 아니라서 진실 여부는 따지지 말자. 접시에 담긴 네 조각 치킨. 작은 닭 한 마리를 구워서 네 조각으로 나눠 온 것이다. 사진을 좀 못 찍었긴 하지만(사진 찍는다 했더니 난데없이 V자를 그려낸 딸 아이 손가락도 보인다 ^^) 노르스름한 색깔은 군침 돌게 하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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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익은 껍질의 맛은 바삭하기가 그지 없을 정도로 맛있다. 어른보다는 아이들이 훨씬 더 좋아할 그 맛. 오죽하면 딸 아이는 이날 저녁 일기에 전기구이를 먹었다고 썼을 정도다. 보통 전기구이 통닭은 기름기가 많아 조금 먹으면 쉽게 질리는 법인데 이 집 전기구이의 껍질은 무척 바삭하고 속 살엔 기름기가 덜하다. 지금 여기까지 읽으면서 나하고 똑같은 생각을 하는 분은 역시 주당이다. 그래, 맥주 안주로 딱이다. 비록 이 집이 치킨과 맥주를 먹기엔 별로 어울리지 않는 집이지만 말이다.

전기구이 가격은 1만원. 통닭 하면 떠오르는 그 식초 물에 절인 하얀 무가 함께 나오고, 역시 궁합이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소금도 괜찮곘지만 아이들은 함께 주는 머스타드 소스를 훨씬 더 좋아한다.

삼계탕은 어떨까. 뚝배기 밑에 쇠 받침대가 인상적이다. 이렇게 해 놓으면 덜 식을까? 맵고 뜨거운 거 좋아하는 나로서는 별 걸 다 연관지어 생각한다. 뚝배기에 지글 지글 끓어 나오는 삼계탕. 위에는 고명으로 파와 잣이 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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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삼계탕 맛이란게 거의 대동소이 할 것이다. 한약재를 조금 더 진하게 넣었다면 그 맛이 강하게 날 터이고, 또 다른 재료를 쓰면 그 맛이 날 터이다. 이 집의 삼계탕은 한약재 맛은 강하지 않으면서 외려 담백하다고 해야 할까. 삼계탕 맛으로 아주 감동적이지는 않지만 그런대로 깔끔한 맛이다.

닭고기는 질기거나 퍽퍽하지 않고 부드러웠다. 퍽퍽한 닭 먹기가 싫어서 가슴살도 잘 안 먹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런 사람들에게 괜찮을 듯. 아쉬운 점이 있다면 닭이 작아 그런지 닭 속에 들어 있는 찹쌀밥 양이 너무 적다는 것이다. 적당히 살을 발라 내고 죽과 잘 섞어 먹기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약간 아쉬울 듯 하다. 그나마 위로가 되는 건 공기밥이나 찹쌀밥을 별도로 판매한다는 점이다. 공기밥은 1천원, 찹쌀밥은 2천원이라 적혀있다. 약간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면 추가로 주문해 먹을 수 있다.

요즘 한방삼계탕 가격이 대개 1만1천원에서 1만2천원 정도. 그런 면에서 이 집 가격은 비싸다고는 할 수 없으니 가격 대 효용 면에서 나쁘지 않다고 할 만하다. 전체적으로 평점을 주면, 전기구이는 별 다섯 개 만점에 네 개, 삼계탕은 세개 반을 줄만하다.

삼계탕 얘기를 신나게 쓰는 지금은 봄비가 내린다. 하긴, 누가 뭐래도 봄비 오는 날엔 김치부침개가 최고일 듯 싶다. / FIN

  • Favicon of http://zoominsky.com BlogIcon 짠이아빠 2007.03.28 22:31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ㅋㅋ 삼계탕과 전기구이 집만 함 모아볼까나?... ^^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03.29 10:40 신고 수정/삭제

      ㅋㅋ 그르게... 시리즈로 모으는 것도 재미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