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엔 숯불돼지갈비도 유명하다니깐!

“담양하면 떡갈비, 죽통밥만 얘기하는데 돼지갈비 한 번 먹어봐요. 한 번 먹기엔(!) 괜찮어.”

멋드러진 한옥 한 채 지어 놓고 방 두 칸을 민박으로 내주던 민박집 사장님. 예약까지 다 했는데 우리가 온다는 걸 잊어 먹고(때마침 담양 대나무 축제가 열려서 염색 분야 신지식인인 이 분이 무척 바빴던 듯) 우리가 도착해서야 청소한다 보일러 넣는다 어수선을 떨더니, 보일러 돌 때까지 있으라며 안방까지 내주면서 미안한지 이런 저런 말을 건넨다. 저녁은 먹었냐 어쨌냐 하길래 떡갈비 먹고 왔어요, 하면서 맛난 집 좀 소개해달랬더니 국수집과 돼지갈비를 권한다. 떡갈비와 죽통밥은 너무 유명해서 맛이 좀 변했다면서.

기대했던 것보단 좁은 방이었고 보일러를 늦게 돌린 까닭에 5월 첫날의 밤을 춥게 맞아야 했지만, 두런 두런 이런 얘기 저런 얘기하고 맥주까지 두어 캔 들이켰더니 금새 밤이 깊었다. 역시 술도 체력이 좋아야 마시는 법. 001호 사장님과 002호 나는 피곤을 이기지 못해 먼저 쓰러졌고 피버군과 모노마토군, 호련양의 이런 저런 수다를 멀리 들으며 금새 잠에 빠졌다. 그래 놓고, 새벽이 되니 절로 잠이 깬다. 아무리 부인해도 나이는 몸에서 먼저 오는 법인가 보다.

새벽 찬 공기가 가슴을 찌른다, 라는 건 이럴 때 쓰는 표현일게다. 세상에, 오월 첫 날인데 차에 성에가 끼었다. 시골의 아침은 차가운 유리처럼 짜릿하나 상쾌하다. 여전히 잠에 빠진 브레인들을 달래 깨우고 씻는 동안 사장님과 난 동네 한 바퀴 돌며 사진도 찍고 산책했다. 서울 집에선 돈 주고 시켜도 안 할 일을, 시골에선 절로 한다.


사람 없는 메타세쿼이아 길을 찍고 싶어 서둘러 민박집을 떠났다. 예전 여름에 찾았던 메타세쿼이아 길엔 사람이 너무 많아 제대로 사진 한 장 못 찍었던 기억 때문이었다. 그런데 역시 관광객은 한 가지는 생각해도 또 한 가지를 놓친다. 어제 밤 민박집 사장님과 이런 저런 얘기하다가 아침에 일찍 메타세쿼이아 길을 가겠다 했더니 “그러게요, 이제 잎이 좀 나기는 했을 거에요”라던 말. 가보고 나서야 왜 민박집 사장님이 그런 말을 했는지 이해를 했다. 겨울엔 잎이 다 떨어져 볼품이 없고, 아직 잎이 덜 났을텐데, 하는 걱정 어린 말이었던 게다. 이른 아침의 메타세쿼이어 길은 사람은 없어 좋았으나, 마치 영화나 광고에서 보던 것처럼 풍성함은 없었다. 마치 머릿 수 적은 아저씨를 보는 것처럼.


하지만, 그래도 좋았다. 풍성하진 않아도 위용은 있었고 아직은 차가운 바람에 조용한 길을 걷는 재미란 가서 직접 걷지 않고선 얻을 수 없는 혜택이니까. 이 길에 대해 괜찮은 사진과 영상이 보고프다면 여기로 가시길!



누구나 간다는 죽녹원을 들러 대나무 축제 준비에 한창인 관방천길을 걷다 보니 시간은 9시 반을 막 넘겼는데 심하게 허기가 진다. 새벽부터 일어나 동네 한 바퀴에 메타세쿼이아 길을 걷고 죽녹원까지 한 바퀴 돌았으니 배고플 수 밖에. 메뉴는 돼지갈비로 정했지만 이른 아침에 식사를 할까 싶어 전화를 해 봤더니, 이런, 아홉시 반부터 식사를 한단다. 환호를 지르며 내비에 주소를 찍는 순간, 이미 등록된 이름 ‘승일식당’이 보인다.

죽녹원에서 오분 달렸을까, 읍내를 지나는 느낌이 들더니 골목으로 길을 안내한다. 저 앞에 보이는 붉은색 승일식당 간판이 눈에 보이고 주차장 표지판을 따라 차 한대 간신히 지날 골목으로 차를 몰아들어가니 왠일. 서너대나 주차할 공간을 예상했으나 스무대도 더 댈 듯한 넓은 주차장에 깜짝 놀랐다. 생각보다 꽤 유명한 집인 듯.

이미 들어간 브레인들이 자리를 잡았으나 나는 입구에서 와, 하는 감탄사를 내뱉으며 잠시 멈출 수 밖에 없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널찍한 화덕이 있고 이른 아침부터 아주머니 몇 명이 나란히 앉아 석쇠에 돼지갈비를 굽고 있었던 것. 앞에 쌓인 돼지갈비의 양도 엄청나고 이를 구워내는 손길들이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다.


주차장 만큼 넓은 식당. 테이블에 앉아 1인분에 1만원하는 돼지갈비 5인분을 주문했다. 아침 열시긴 하지만, 고기엔 반주가 필요한 법(!). 맥주 한 잔을 주문하고 아침 내내 걷느라 텁텁했던 목을 시원하게 씻어 내린다. 잠시 후 나온 반찬이 독특하다. 앙증 맞은 접시 위에 담긴 여섯 가지 반찬.갓김치와 묵은지, 고추무침, 무쌈 등이 얌전히 앉아 있는데 이걸 사람마다 하나씩 준다. 앞에 놓고 무쌈에 고기를 싸 먹으면서 반찬을 맛보란 얘기일테다.



그리고 등장한 숯불갈비. 사진에 보이는 건 2인분이다. 노릇하다 못해 부드러운 갈색 빛으로 변한 돼지갈비가 환호성을 자아냈다. 색깔만으로도 맛있다는 걸 느끼는 순간이다. 가위와 집게를 들고 먹기 좋을 크기로 자르면서 코를 간질이는 냄새에 반한다. 손으론 집게를 들고 있어도 마음으론 젓가락이 이미 고기를 집어 들고 있다, 라고 생각함과 동시에 브레인들은 적당히 잘린 고기를 향해 젓가락 러시를 감행 중이다.


역시 숯불엔 돼지갈비가 최고다. 고소하고 달콤하면서 돼지고기 특유의 쫀득함이 느껴진다. 냄새 마저도 기분 좋게 만드는 숯불갈비. 만일 떡갈비와 돼지갈비 중에서 하나를 먹어야 한다면, 주저 없이 돼지갈비를 선택할 정도로 맛이 좋았다. 그냥 먹는 고기 맛도 좋지만 밥에 얹어 먹는 고기 맛도 그만. 함께 나온 국물은 왜 그리도 맛있던지.

후식으로 먹는 냉면은 3천원으로(밥에 고기 먹고 후식으로 냉면을 또?) 가격은 부담 없지만 맛은 그렇게 특별하진 않았다. 소문으로는 국수가 맛있다던데 아마 국수는 추운 겨울에만 하는 모양. 아깝지만 어쩔 수 없는 일 아닌가. 나중에 담양에 또 간다면 그 때 다시 도전할 기회가 있으리라.

소문난 고장엔 소문에 가려 빛을 못 보는 또 다른 보물이 있는 법. 하긴 어디 고장에만 그럴 것인가. 회사건 개인이건 누구나 소문이 있고 소문에 가려진 부분도 있을 것인데, 어느 한 면으로만 평가하는 건 스스로 기회를 박차버리는 것이 아닐지. 맛있는 숯불돼지갈비 한 점에 별난 생각을 다하며 담양을 떠났다. 언젠가 또 다른 일로 담양엘 들리게 되면, 나는 또 어떤 숨겨진 먹을 거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인가. / FIN

PS> 사진은 죄다 아이폰으로 찍어 영 그렇습니다. 요즘은 디카도 들기 귀찮아서 큰 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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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담양군 담양읍 | 승일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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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tomatomail.tistory.com BlogIcon 호련 2010.05.10 20:42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0^ 정말 맛있었어요!! 승일식당~~>.<;)/ 메타세쿼이아 길과 죽녹원도 최고였죠 ㅎㅎ

  • Favicon of http://monomato.com BlogIcon 모노마토 2010.05.10 22:00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사진을 다시 보니... 이 밤에 군침 도는군요.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5.11 10:49 신고 수정/삭제

      밤에 군침돌면 안된다네. 참고 또 참자고!

  • Favicon of http://www.zoominsky.com/ BlogIcon 짠이아빠 2010.05.11 00:39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 정말 또 먹고 싶어지는군.. 근디 메타세콰이아길은 콘텐츠 주소가 1288이여요.. ^^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5.11 10:48 신고 수정/삭제

      ㅎㅎ 동네 사진이 가 붙었고만요 ㅋㅋ 수정합니다. 땡스!

  • 친절한 보라씨 2010.05.18 19:10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국수는 국수거리 라는 곳이 유명한대 막 들어가면 진우네 국수라고 있어요..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5.20 08:37 신고 수정/삭제

      아, 네 고맙습니다
      국수 못 먹고 온게 많이 아쉬웠는데 다음에 기회되면
      꼭 국수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