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은 즐겁게 살기 위한 도구일 뿐이란다

아빠가 딸에게 가르쳐야 할 인생을 즐겁게 사는 방법 11
휴대폰은 그저 즐겁게 살기 위한 도구일 뿐이란다

어느 날 사무실에서 야근을 하는데 집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아내가 심각한 목소리로 빨리 집에 와야 겠다는 겁니다. 왜냐고 물어도 그저 빨리 오라고만 하고 전화를 끊습니다. 이게 도대체 뭔 일이여, 라고 생각하다가 내가 뭘 잘못한 게 있나, 곰곰히 생각했습니다. 지난 번에 뭐 지른 거 들통 났나? 최근엔 거짓말 한 거도 별로 없는데? 에이 설마 그걸까? 그건 도저히 알 방법이 없는데? 별 오만 잡생각을 하면서 나름대로 이 건은 이렇게, 저 건은 저렇게 대처해야지 작전을 세우면서 집으로 갔습니다.

집안 분위기가 싸늘합니다. 어라, 이거 사태가 심각하네, 라는 생각이 드니까 솔직히 뭐 잘못한 거도 별로 없는데(!) 덜컥 겁이 났습니다.  도대체 무엇 때문일까. 최대한 무게를 잡고 떨리는(!) 마음을 가라앉히면서 “왜 그래? 무슨 일이야” 라고 물었습니다. 가시 돋힌 대답이 날라 옵니다. “당신 딸이 나한테 거짓말 했어요”  이럴 땐 꼭 당신 딸이랍니다.

순간 긴장은 풀어지고, 에휴 살았다 싶어서 속으론 웃음이 났습니다만 겉으론 여전히 근엄하게, “도대체 무슨 거짓말을 했는데?” 라고 물었습니다. “얘는 어딨어?” 라며 아이 방을 열어 보니 매로 쓰이는 구두주걱이 널부러져 있고 아이는 한 쪽 구석에 앉아 훌쩍입니다. “자자 흥분하지 말고(ㅎㅎ 저도 좀전까지는 완전 초긴장 상태였으면서도) 살살 얘기해봐...”

결론은 이겁니다. 딸 아이가 진짜 다니기 싫어하는 영어학원을 빼주고 집에서 자습하겠다고 해서 그렇게 놔뒀더니 이 녀석이 말로는 공부한다 해 놓고 지난 6개월 동안 공부는 하나도 안 하고 맨날 휴대폰과 닌텐도로 게임하고, 휴대폰으로 인터넷하고 뭐 그랬다는 겁니다. “아니, 공부를 했는지 안했는지는 어떻게 알어?” 라고 물었는데(사실 성적이 떨어진 건 아니거든요) “그건 다 내 방법이 있어”라며 아내는 더 말을 안 합니다. 눈치를 보니 방법은 무슨 방법입니까. 무서운 엄마가 아이를 협박해서 자백을 받아낸(!) 거죠.  엄마가 무슨 검사도 아니고 췟!

데이터 존 프리 요금제 해 줬다고 구박을 받다니


“아빠가 휴대폰에 데이터 요금제 해주는 바람에 애가 저렇게 됐잖아”라는 게 아내의 주장입니다. 그러니까 아빠도 책임이 있으니 알아서 이 사태를 정리하라는 거지요. 이럴 땐 빨리 상황을 정리해야지 방법이 없습니다. 일단 닌텐도와 휴대폰 압수, 집에서 자습은 하기 어려우니 다시 학원 갈 것. 이 문제는 아빠가 더 이상 도와줄 수 없고 모든 권한을 엄마에게 넘기겠다라고 말하니 딸 아이의 울음이 다시 터집니다.

요즘 아이들 제일 무서운 벌이 휴대폰 뺏는 거랍니다. 딸 아이도 마찬가지입니다. 게다가 아빠가 모든 권한을 엄마에게 넘겼으니 백날 말해봐야 소용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거지요. 결국 아이는 결국 휴대폰 없이 한 달을 살았습니다. 한 달 살아보니 예상과 달리 아이는 집에 있는 인터넷 전화 쓰면서 잘 버티는데 도리어 어른들이 불편해졌습니다. 아이가 학원이다 어디다 다녀야 하는데 정작 어른들이 연락을 못하니 마음이 급한 거지요. 결국 한 달 반만에 딸 아이는 데이터 요금제는 해지했고 수신만 가능한 상태로 휴대폰을 돌려 받았습니다.

솔직히 저는 아이에게 디지털 기기를 사주는데 인색하지 않습니다. 이 아이들은 디지털 기기와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삶을 살아야 하는데 기왕이면 더 빨리 친해지고 더 잘 다룰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데이터 존프리 요금제를 해 준 것도 그런 까닭입니다. 덕분에 아이는 휴대폰으로 검색도 잘 하고, 게임이나 벨 소리도 잘 찾아 받습니다. 게다가 이제 휴대폰 다루는  솜씨는 아빠보다 더 낫습니다. 이거 어떻게 하더라, 고민하고 있노라면 어느 틈에 그 기능을 찾아서 가르쳐 줍니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이미 오래 전부터 손녀에게 휴대폰 강습을 받았고 잘 가르친다고 소문나서 몇몇 할머니 친구분들을 가르치기도(!) 했습니다.

기능과 사용법은 환경만 만들어 주면 딸 아이가 혼자 알아서 잘 익힙니다. 그러나 휴대폰 문화는 아이가 알아서 배우지 못합니다. 아빠는 스스로, 공공 장소에서는 시끄럽게 통화해선 안된다라고 가르쳤음을 자부합니다. 덕분에 딸 아이는 공공장소에서 당연히 이어폰을 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휴대폰을 절제하는 법 만큼은 아직 못 가르쳤습니다. 아이에게 휴대폰의 모든 기능을 다 찾아주는 날(데이터 요금제는 결국 뺐습니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람이 디지털 기계를 쓰는 이유는, 사람들끼리 더 잘 얘기하고 더 편리하게 살기 위한 거란다. 기계에 빠져 기계만 쳐다 보고 살아선 안되는 거야. 아빠는 네가 필요한 기계를 앞으로도 얼마든지 사주겠지만, 니가 그 기계를 다루길 원하지 그 기계에 빠져 사는 걸 바라진 않는다. 그런 문제가 또 생긴다면 아빠는 또 기계를 빼앗을 수 밖에 없을 거야. "

솔직히 딸 아이는 예배 시간이나 수업 시간에 지루하다며 아빠에게 문자를 보내기도 하고(!) 식구들 식사하는 자리에서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기도 하며 잠자기 전 침대에 누워 휴대폰 음악을 듣습니다. 이 아이의 삶에서 휴대폰을 뺀다는 건 사실 상상할 수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휴대폰이 사람을 위한 것이지, 사람이 휴대폰을 위해 있는 건 아니라는 점을 아이가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아빠는 아이가 이 사실을 잊지 않도록 꾸준히 잔소리를 할 겁니다. 어쨌거나 앞으로 몇 년 동안은 아빠가 이런 기계를 사주는 물주가 틀림없으니까요. 이 정도면 잔소리할 자격은 충분히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 FIN


  • ^^ 2010.05.14 13:02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앞으로 물주로서 평생 잔소리 하시려구요??? 아이에게 선물 했으면 그 물건을 쓸 권리도 부여하셨으니 줬다 뺐었다는 하지 말으셔야져 ㅋㅋㅋ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5.14 13:05 신고 수정/삭제

      ㅎㅎ 물건을 쓸 권리는 줬지만
      물건의 노예가 될 권리는 주지 않았습니다! ㅋㅋ

      가끔 잔소리하는 재미도 없으면
      물건 사주는 재미도 없죠~ ㅋㅋ

      고맙습니다!

  • Favicon of http://no1salaryman.tistory.com BlogIcon 정현아범 2010.05.14 15:04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정현이는 핸펀 사달라말라 말도 없었는데..
    저희가 애 잃어버릴까봐 하나 붙여줬거든요..
    서연이는 여섯살때부터 어여 핸펀 사내라고 갈굼을..ㅠㅠ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5.14 15:15 신고 수정/삭제

      ㅎㅎ 오빠가 쓰는 걸 보면 서연이도 쓰고 픈게지. ㅋㅋ
      처음엔 다 어른들이 불편해서 사준다네.
      없으면, 여전히 어른들이 불편하고 ㅜㅜ ㅋㅋㅋ

  • Favicon of http://monomato.com BlogIcon 모노마토 2010.05.14 15:28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1년 후에 세현이에게 아이폰을 줘야겠습니다 ㅠㅠ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5.14 16:20 신고 수정/삭제

      아이폰 쓰다 쓰다 고장나면 줘도 되겠네.
      그러나 속 마음을 보니 세현이에게 아이폰 주고
      아빠는 새 폰을 사겠다는 뜻인게지? ㅋㅋ

  • 진주애비 2010.05.21 19:02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왜 애가 혼나는데
    내가 더 혼나는 기분이 드는건지...왜.왜.왜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