탠커레이 앤 탠커레이

’레이’가 ‘텐커레이’를 만난 건 운명이야.

어릴 적 친구 녀석과 바에 마주 앉아 탠커레이를 처음 시키던 날, 이게 무슨 술이냐고 묻던 친구에게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갖다 붙인 말이긴 하지만, 나름 꽤 그럴듯한 표현 아닌가.

칵테일을 취미 삼으면서 만난 나는 예전엔 미처 모르던 꽤 많은 술을 알게 됐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멋진 술 하나만 꼽으라면 나는 단연 탠커레이를 꼽겠다. 은은한 과일 향 속에 묻어나는 진의 강렬함 때문에 첫 잔을 들어 선뜻 마시기에 두렵지만 막상 들이켰을 때 다가오는 부드러움은 탠커레이만의 특징이다. 물론 진이라는 술만 놓고 봤을 때 향이 더 특별한 헨드릭스도 예술이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탠커레이에 더 끌린다. 게다가 정말 기대하지 않았다가 만난 탠커레이 넘버텐엔 그저 홀딱 반할 수 밖에 없었다. 이 녀석은 탠커레이보다 훨씬 더, 부드럽지 않은가!


진이 유명한 건, 아마 진토닉 떄문일게다. 그런데 내가 어디 가서 진토닉이란 칵테일을 시키면 누군가는 그런 뻔한 걸 시키나 하는 눈으로 쳐다보고, 누군가는 맛도 없는 진토닉, 이란 표정으로 쳐다본다. 진토닉이 너무 흔하고 맛없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대부분 제대로 된 진토닉을 못 마셔본 분들이다. 진토닉은 진과 토닉워터를 1대 2정도의 비율로 섞고 거기에 라임즙이나 레몬즙을 넣은 후 역시 라임이나 레몬 슬라이스(혹은 조각)을 띄운 칵테일이다. 당연히 진이 맛있어야 하고 토닉워터는 탄산이 풍부해야 한다. 레몬 혹은 라임이 신선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 만일 이름도 없는 싸구려 진과 탄산 빠진 토닉워터로 만든다면, 절대로 맛있을 리 없다. 얼마 전 집 앞 바에서 진토닉을 시켰다가 첫 모금을 대고 바로 후회했다. 역시 아는 집이 아니면 칵테일은 함부로 주문할 것이 아니다.


도대체 진토닉이 뭐 그리 대단하냐고 묻는 분들에게 탠커레이와 새 토닉워터, 그리고 신선한 레몬이나 라임(아, 하지만 라임을 구하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으로 만든 진토닉을 권하고 싶다. 나는 그저 술이 좋아 혼자 만들어 즐길 뿐이지만, 나 때문에 진토닉을 새롭게 본 분들이 꽤 많다는 점은 자랑해도 좋겠다.


어쨌든 내가 탠커레이를 정말 좋아하는 걸 아는 미디어브레인 식구들이 탠커레이와 탠커레이 넘버텐 세트를 선물했다. 금요일, 사정이 있어 현지 퇴근하고 토요일에 사무실에 가보니 예쁜 박스에 담긴 두 녀석이 싱긋 웃고 있는 게 아닌가. 구하기가 정말 어려웠을 텐데, 구하느라고 애쓴 마음이 더 고마울 뿐이다. 안 그래도 집에 한 병 갖춰 놓고 야금야금 마셔야지 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탠커레이 세트라니!


떡 본김에 제사 보낸다고 바로 만든 진토닉 한 잔. 아, 사실 탠커레이에서는 진토닉이라고 부르지 않고 탠커레이 앤 토닉, 줄여서 T&T라고 부른다. 다르게 보이고 싶은 그 자부심. 탠커레이라면 충분히 인정할만 하다.

이런 저런 일로 정신이 없어서 올 여름엔 미디어브레인 식구들에게 모히토도 제대로 대접하지 못했다. 결정적으론 민트를 다 죽여서 그렇긴 하지만 ㅜㅜ 선물 받은 탠커레이는 나 혼자 마시고 ^^ 사무실에 있는 탠커레이로 진토닉이든, 탐 콜린스든 한 잔씩 돌려야겠다. 솔직히 그저 적당히 흉내만 내는데도 다들 맛있다고 즐겨주니,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산다는 거, 이런 게 다 즐거움 아니겠는가. ^^ / FIN

  • Favicon of http://www.redmato.com BlogIcon 호련 2010.08.22 23:19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0^) 다시 한번 생신 축하드려요 이사님!! :-) 제가 무지 좋아하는거 아시죠? ㅎㅎ 존경합니다 ㅋ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8.22 23:20 신고 수정/삭제

      으이구 댓글 빨리도 다셨네 ^^
      주말 밤, 마무리 잘 하시게. 푹 쉬시고 ^^

      땡스 ^^

  • Favicon of http://monomato.com BlogIcon 모노마토 2010.08.22 23:23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2등은 제껍니다 우걱 우걱..
    이사님 표 칵테일은 너무 너무 맛있어요 -_ㅡ)b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8.22 23:24 신고 수정/삭제

      다들 맛나게 드셔주시니 내가 고마울 따름이지.
      아무래도 내가 못 만들면
      어디가서 한 잔 사기라도 해얄 듯.

      땡스 ^^

  • 휘바 2010.08.22 23:32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저도 야금야금 마시는 1리터 짜리 탱커레이 있지요! 글보니 몹시 땡기지만 얼음이 없다니!!
    내일 넘버탠 한잔만 덜어다 주시면 안될...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8.22 23:33 신고 수정/삭제

      안돼 넘버텐은! ㅋㅋㅋ
      기회가 되면 언제든 또 마시러 가세

      땡스 ^^

    • 휘바 2010.08.22 23:33 신고 수정/삭제

      "나 때문에 진토닉을 새롭게 본 분들이 꽤 많다는 점은 자랑해도 좋겠다."

      여기 1인 있습니다 ㅋ

  • Favicon of http://no1salaryman.tistory.com BlogIcon 정현아범 2010.08.23 08:49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참 훈늉한 회사란 말씀이지요..
    ※ 버쓰데이셨더래요?? ㅊㅋㅊㅋ요~~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8.23 09:27 신고 수정/삭제

      땡스 땡스~ ^^
      그나저나 공부는 언제 마치시노?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