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네스가 맥주인 건 몰라도 책인 건 알지

1945년 기네스는 건축 엔지니어 출신이고 행정 전문가인
휴 비버 Hugh Beaver를 Manage Director로 영입한다.
기네스 역사에서 맥주를 만들어 본 적 없는 사람이 경영자가 된 건 처음이라고.
그러나 비버는 시대를 정확히 꿰뚫어 볼 줄 알았던 사람.
앞으로 다가올 변화에 맞춰 회사를 개혁하고 중요한 시설에 아낌없이 투자한다.
전쟁이 끝나고, 미국 금주법도 폐지되고, 때마춰 진행한 기네스 광고 덕분에
기네스 매출은 침체기를 딛고 성장하기 시작했다.
(이건 뭐 중요한 얘기는 아니다)

1951년, 휴 비버가 친구와 함께 사냥하러 나갔다.
사냥 도중에(아마도 새를 잡다가 무쟈게 놓친 모양이다)
어떤 새가 제일 빠른지 논쟁을 하기 시작했다.
아마도, 다들 자기가 놓친 새가 제일 빨랐다고 주장했겠지.
휴 비버는 골든 플로버가 제일 빨랐다고 주장한 모양이다.
자기 주장을 뒷받침 하려고
온갖 자료를 찾아봤으나 답을 찾지 못한 휴 비버는
술집에서 사람들이 이런 문제로 잘 싸운다는 점에 생각해
누가 일등인지 결과를 모은 책을 만들어 술집에 갖다 두면
기네스 홍보에도 꽤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맥주 잘 팔아 먹으려고 만들었다는 얘기다).

사무실에 있는 기네스 북 밀레니엄 버전 ㅋ

누군가가 휴 비버의 생각을 구현할 만한 사람으로
노리스와 로스 맥훠터라는 쌍둥이 형제를 추천했다.
스포츠 전문 기자(원래 이 바닥에 있는 분들이 아는게 많지 ㅋ) 출신에다가
신기한 거라면 무조건 뛰어들 20대였던 형제는
곧바로 이 책을 만들기로 했고
1954년, 간단한 유인물 형태로
제일 첫 기네스 북이 태어났다.

그런데 대박!
유인물 수준이었던 기네스 북이 다음 해 베스트셀러 1등이 됐고
1956년엔 미국까지 가서 7천부 넘게 팔렸단다.

승승장구, 전 세계의 기록을 다루도록 성장한 기네스 북 덕에
기네스가 맥주인지 모르는 사람들도
기네스 북이 뭔지는 다 알게 됐다.
기업이 책을 만들면 얻을 수 있는 이점이 바로 이거다.

기네스북 밀레니엄 버전에 실린 폴

잠깐 퀴즈 하나 낼까?
기네스 북 밀레니엄 버전엔 폴 매카트니가 있는데, 뭐 땀시 저기 올라가 있을까?
그것도 올라간 분야가... Internet 이라는.
퀴즈 2. 폴 매카트니 아저씨 뒤에 보이는 저 핫(!)한 언니는
왜 인터넷 분야에 올라가 있을까? ㅋ
하지만 지금 기네스 북을 만드는 곳은 기네스가 아니다.
1997년 기네스가 그랜드 메트로폴리탄과 합병해 디아이지오가 되면서
(우리나라에 양주 열나 많이 파는 그 디아이지오 맞다)
기네스 북은 자연스레 디아이지오로 넘어갔다.
2001년 디아이지오는 다시 기네스 북을 굴레인 엔터테인먼트에 팔고
2002년 굴레인 엔터테인먼트는 HIT 엔터테인먼트에 판다.

어쨌거나, 경영자가 심심풀이로 생각한 아이디어가
고객을 위한 서비스로 거듭나면서
대박을 냈다는 점을 생각하면
백날 내 물건 좋다고 해 봐야 소용 없는 일.
물건보다는 물건에 담긴 콘텐츠와 문화를 팔아야
대박이 나는 법이다.

기네스, 참 배울 것 많은 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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