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개츠비 그리고 민트 줄렙

괜히 그런 날이 있어. 

소설 속 주인공이 되고 싶은 날. 

어차피 주인공처럼 멋지진 않으니 

주인공을 따라 술이나 마실 수 밖에. 


위대한 개츠비를 읽다가 

민트 줄렙을 만났어. 


하지만 속옷이 축축한 뱀처럼 다리를 휘어 감고 

땀방울이 등줄기를 시원하게 가르던 몸의 기억만은 생생하다. 

이 생각은 욕실 다섯 개를 빌려 

시원하게 냉수욕이나 하자는 데이지의 제안에서 비롯되어 

<민트 줄렙을 마실만한 장소>라는 형태로 좀 더 구체화되었던 것이다.


소설 속 장면은 멋지지 않아. 

옛 연인인 개츠비와 데이지, 그리고 데이지 남편 톰. 

아슬한 삼각관계가 정면 충돌하기 직전. 

숨막히는 긴장감과 짓누르는 더위 때문인지 

데이지는 민트 줄렙을 마시자고 그러지. 


민트 줄렙 


버번 위스키 45ml

민트

설탕


버번 위스키와 민트 잎, 설탕을 잘 찧고 

얼음으로 잔을 채워 만든 

정말 미국스러운 칵테일. 


날씨가 덥진 않았지만 

왠지 민트 줄렙이 땡겼어. 



가끔 가지만 그닥 좋아하지 않는 바에서 

민트 줄렙을 시켰지. 

강한 버번향, 상큼한 민트

독한 맛 뒤에 묻어나는 설탕의 달콤함. 

그런데 솔직히 맘에 안 들었어. 


어랏? 이게 왜이래? 하고 베이스를 확인했더니 

짐빔 화이트로 만들었다더군. 

짐빔, 어릴 때 몇 번 마셨는데 

그럴 때 마다 아팠거든. 그래서 싫어해. 


베이스를 확인하지 않은 건 내 실수니까 

굳이 따지진 않았고 그냥 조금 남겼어. 

언제나 그렇듯이 

민트 줄렙 만으로 끝나진 않으니까. 


뭐 어때. 

가끔 실수로 싫어하는 술도 마시는 거 

이런 게 사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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