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끔한 국수, 소연

그가 점심을 먹으러 오겠단다. 한 해에 한 두 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다. 멀기도 멀고, 바쁘기도 바쁜 사람인데 특별히 점심을 먹어주시겠다니.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그런데 뭘 대접해야 할꼬? 딱히 생각나는 게 없어서 일단 코엑스 옆 오크우드 호텔 건너편 주차장에 차를 대라 일렀다. 주차요금이 좀 비싸긴 하지만 워낙 넓으니 댈 만하다. 그런데 이 주차장이 얼마 전에 현대백화점 전용 주차장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앞으로 외부 차량이 차를 댈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뭐, 주차요금 내면 되겠지. 


난데없이 주차장 얘기로 샜다. 여튼 주차장에서 그를 만났다. 반갑게 악수를 하고 안부를 물었다. 여전히 변함없는 그 모습이 꽤 보기 좋다. 먹는 게 젤 고민이여, 샤브샤브나 먹을까요, 뭐 이런 수다를 떨면서 주차장 뒷길로 벗어나는데 깔끔한 간판이 하나 보였다. '소연'이다. 국수와 만두 전문이라는. 그도 나도 국수와 만두를 좋아하는 까닭에 저기 한 번 가 볼까, 자연스레 소연으로 들어섰다. 


점심시간이 채 안 되었는데 자리가 거의 찼다. 단체석 테이블 사이, 비어 있는 2인석 자리에 몸을 밀어 넣고 메뉴를 보다가, 국수와 만두를 시켰다. 국숫집 간판 보고 들어왔으면 국수를 시켜야지. 메뉴엔 국밥도 있었고, 보쌈도 있고, 녹두전이나 감자전도 있었다. 물론 막걸리나 소주도 있을 테지. 하지만 국수에 소주를 주문할 내공은 못되어서 그냥 참았다. 



식탁에 깐 종이, 숟가락을 씌운 봉투. 그리고 찬이 나왔다. 깔끔했다. 그리고 국수. 멸치국물로 육수를 낸 국수다. 생긴 건 약간 멀갰지만 호박과 고추, 버섯 고명이 이쁘다. 국물부터 맛을 봤다. 어라, 이거 깔끔하네. 국수도 한 젓가락 입에 넣었다. 깔끔하네. 



흔히 깔끔하다고 할 땐, 우선 깨끗하고, 화려하진 않아도 예쁘다는 인상을 받았기 때문일 게다. 맛이 깔끔하달 땐 복잡하지 않고 자극하지 않으며 단순하면서도 입을 편하게 해준다는 걸 의미할 게다. 적어도 내겐 그렇다. 그리고 소연의 국수는 정말 깔끔한 맛이란 이런 거라고 알려줬다. 



정말 별거 없어 보이는 만두도 쫄깃하고 적당히 간이 배었다. 원래 나는 뚱뚱하고 두부가 잔뜩 들어간 만두를 좋아하지만 뭐 이렇게 작으면서도 피가 탱탱하고 풀 맛 나는 만두도 꽤 괜찮다. 뭐, 소연스럽다고나 할까. 


남자들 먹기에 국수 양이 좀 작은 듯 했지만 국물까지 싹 비우고 나니 모자라단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하긴 만두도 다섯 개나 먹지 않았던가. 이 정도면 점심식사 한 끼, 아주 깔끔하게 즐긴 셈이다. 맛이 깔끔하단 말은 이제 아무데서나 쓰면 안되겠다. 


소연 / 삼성1동 149-10 / 02-577-4490


점심엔 언제나 사람 많다. 저녁엔 가보지 않아서 모르겠다. 보쌈과 빈대떡도 깔끔하다. 소주를 퍼지르는대신 막걸리 한 사발 정도면 딱 좋을 법 하다. 젠장, 쓰다 보니 낮술 또 땡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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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 2013.04.02 11:41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인연을 담는 식당인가요? 소박한 인연을 만드는 식당인가요? ㅋㅋ
    사진으로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어 좋네요~ 오늘같은 날씨엔 면이 최고! ㅎㅎ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3.04.07 14:48 신고 수정/삭제

      인연이야 어디서든 만들면 되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