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리만자로의 눈 그리고 위스키 소다

"당신은 내가 신경 안 쓰는 많은 것들을 신경 쓰는군."

"그렇게 많지는 않아요, 해리." 

"술에 대해 신경 쓰는 건 어때?"

"그건 당신한테 해로워요. 블랙의 건강 보감에는 알코올 종류는 일절 피하라고 되어 있어요. 당신은 술 마시면 안되요." 

"몰로!" 그가 소리쳤다. 

"예, 브와나."

"위스키 소다를 가져와." 

"예, 브와나."

"술 마시면 안돼요." 그녀가 말했다. "내가 말한 포기란 게 바로 그런 거에요. 술은 당신한테 해롭다고 되어 있어요. 당신한테 좋지 않다고요." 

"아니야. 그가 말했다. "나한테 좋아."


헤밍웨이, 킬리만자로의 눈, 이종인 옮김, 열린책들 


아프리카에서 가장 높은 산 킬리만자로의 한 캠프. 다리를 다쳐 움직이지 못하는 해리와 헬렌은 해리를 데려갈 비행기가 오기를 막연히 기다립니다. 하지만 해리의 상처는 예상 외로 심각하고 그래서 해리는 비행기를 기다리는 대신 삶을 마감할 준비를 합니다. 그러나 아내인 헬렌은 희망을 버리지 않지요. 희망을 버린 사람과 버리지 않은 사람. 그래서 두 사람은 신경 쓰는 일이 서로 다릅니다. 그리고 그 차이를 설명하기에 술만큼 좋은 소재도 없습니다. 해리는 마시고 싶어하고, 헬렌은 말리려 합니다. 


위스키 소다는 위스키에 소다, 즉 탄산음료를 섞은 아주 쉽고 간단한 칵테일입니다. 시원하고 톡쏘는 탄산이 위스키의 독한 맛을 가려주어 술 못하는 사람들도 마시기 좋습니다. 그래서 위스키와 탄산을 섞은 칵테일도 종류가 참 많습니다. 


잭다니엘 + 콜라 = 잭콕

바카디럼 + 콜라 = 쿠바리브레 

조니워커 + 진저에일 = 레드볼루션


뭐 언뜻 생각나는 것만해도 이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 녀석들 생긴 걸 보면 긴 잔에 탄산이 보글보글 올라가는… 네, 생각나는 것 있으시지요? 바로 하이볼입니다. 요즘은 위스키 소다에 꼭 얼음이 들어가기 때문에 위스키 소다가 곧 하이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헤밍웨이의 소설, 킬리만자로의 눈에서 해리가 마신 위스키 소다엔 아마 얼음이 없었을 겁니다. 그래도 아프리카처럼 더운 곳에서라면 충분히 시원하지 않았을까요? 얼음이 있다면 더 좋았겠지만 아프리카 킬리만자로의 벌판이라서 아마 얼음은 없었을 겁니다. 혹시 모르지요. 킬리만자로의 만년설이 있었을지는. ^^ 


마지막을 준비하는 해리는 위스키 소다를 마시면서 과거를 회상하고 현재를 생각하며, 헬렌을 바라 봅니다. 사실 헬렌도 무척 술을 좋아합니다. 단지 해리를 위해 말릴 뿐. 그러나 둘은 결국 위스키 소다를 기울이며 '죽음을 신경쓰지 않고' '함께 있고 싶어'합니다. 부드럽고 시원한 위스키 소다가 그들의 대화를 이어주고 조용히 마지막으로 이끌어 갑니다. 


비록 해리는 헬렌과 함께 하지 못하지만 칵테일의 매력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할 때 살아납니다. 부드러운 술, 살짝 기분좋게 달아오르는 취기 그리고 마음에 묻었던 이야기들. 두 사람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바에 앉아 위스키 소다를 기울이는 것, 상상만 해도 그저 흐뭇할 따름입니다.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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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진주애비 2013.07.29 23:41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아따..여기 오기가 왜 이리 힘들었는지..ㅋㅋ
    결국.네이년으로 이사 갔어요..이윤 묻지 마세요..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