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기적 같은 샷이 있는 법

우리나라에선 한 번도 100을 깨보지 못한 진짜 완전 순정 백돌이지만(태국에서 96을 기록했으나 남쪽은 공이 더 잘 날아간다고 안 쳐준다고 하기에 ㅜㅜ), 그런 저에게도 믿기 어려운 기적 같은 샷이 있습니다. 그런 기적 같은 샷에 대한 희망이 있기에 골프가 더 재미있는지도 모를 일이지요. 

2002년인가 3년인가 그랬을 겁니다. 골프에 막 재미를 붙여 틈만 나면 치러 다녔던 때였죠. 때는 마치 햇볕이 때리는 듯한 뜨거운 8월. 지금보다 훨씬 골프장 부킹이 어려웠던 시절이었는데도 낮 시간 부킹을 할 수 있었던 건, 엄청 엄청 더웠다는 얘기지요. 아무렴 어떻습니까, 그땐 그렇게라도 치고 싶었으니까요. 

Let
사진 출처 : 플리커 R'eyes : 이 사진은 글과 아무 상관 없습니다 ㅜㅜ 

하도 오래된 얘기라 그저 여주 CC라는 것만 기억납니다. 혹시 코스가 생각날까 싶어 홈페이지에 가봤는데, 직접 가보면 몰라도 그렇게 해선 알 수가 없겠더라고요. 

어떤 코스인지, 몇 번 홀인지도 기억이 안나지만 어쨌든 동반자들은 대부분 그린 주변에 가 있고, 저는 90미터 피칭 샷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열심히 뛰어서 온 몸은 땀 투성이가 되었을 테고, 얼굴은 후끈 달아올랐겠죠. 제 손에 피칭을 건네준 캐디 언니는 카트를 몰고 그린에 올라가 깃대 옆에서 제게 손을 흔들고 있었습니다. 그 방향으로 치란 얘기였겠죠.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제가 제일 좋아하는 클럽은 피칭입니다. 잘 치지는 못해도, 괜히 듬직한 그런 채 하나는 다 있는 법이잖아요. 가쁜 숨을 고르고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휘둘렀습니다. 어, 근데 맞는 그 느낌이 정말 짜릿했어요. 

하늘로 높이 올라간 볼이 그린으로 향합니다. 캐디 언니 쪽으로 방향이 아주 잘 들어갔죠. 백돌이 온 그린 하겠네, 라고 생각하는데 그린에 떨어진 공이 통통 구르더니 홀컵으로 그냥 들어가 버리는 겁니다. 그런데 정말 희한한 건 90미터나 떨어져서 잘 안 보일거라 생각했는데 홀컵으로 들어가는 제 공이 진짜로 축구공만해 보이는 거 있죠. 

캐디 언니도 놀라고 저는 채를 집어 던지고 그 자리에 드러누웠습니다. 같이 치던 형님들도 난리가 나서 이게 무슨 일이야 시끌벅적했지요. 일어나서 정신없이 채를 들고 그린으로 달렸습니다. 하이파이브 하고, 뭐 신났지요. 

그래서 뭐야? 버디야, 이글이야? 다들 말이 많은데 정작 스코어 카드를 적는 캐디 언니는 웃기만 했고 저는 실토했습니다. 따블이야(더블도 아니고, 이럴 땐 따블이라고 발음해야 하는 거죠 ㅜㅜ).

얼핏 기억하기로 그 홀은 티잉 그라운드 바로 앞이 러프였습니다. 티잉 그라운드가 조금 높았고, 그래서 최소한 저 러프는 넘겨야지, 라고 몸에 잔뜩 힘이 들어갔었지요. 당연히 드라이버는 쪼로가 나서 러프에 떨어졌고 아이언을 들고 삽질을 반복하며 버벅이는 사이 동반자들은 벌써 그린 주변까지 올라가 버린 겁니다. 사실 그 피칭샷이 들어가지 않았으면 양파는 따놓은 홀이었던 거죠. 

기적 같이 90미터 샷 넣어놓고도 따블되는 바람에 뭐 생색도 못내고, 그땐 볼도 아무 거나 막 쓰던 때여서 기념으로 간직한다고 백에 넣어두었다가 어느 틈엔가 잃어버리고 말았지요. 그래도 그 샷에 대한 기억 만큼은 남아 있어, 여전히 피칭을 들면 근거 없는 자신감만 가득합니다. 언젠간 또 그런 샷을 한 번 더 날릴 수 있을 거라 기대하면서요. 

오늘은 여기까지, 다음 번엔 진짜 기적같은 퍼팅 얘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하긴 뭐 그래봐야 10미터 넘는 거 퍼팅으로 넣었어요, 겠지만서두.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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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www.iloveuk.kr BlogIcon 행복한꼬나 2010.09.02 23:34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우아...캠브릿지에 친구 보러 놀러갔다가, 골프연습장에 따라갔는데 회원권이 있으면 3파운드 정도밖에 안하더라고요. :) 그래서 간 김에, 고등학교 체육시간에 배웠던 골프연습자세를 기억해내며 열심히 쳐봤는데!! 헛스윙만 백번...ㅠㅠ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9.03 08:52 신고 수정/삭제

      난 지금도 헛스윙 한다네 ㅜㅜ ㅋㅋ

  • wessay 2010.09.05 02:34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ㅋㅋ. 전 수시로형님께 처음 머리올리러 가서 이리저리 뛰당기던 기억만 남았지 뭐 휘둘렀던 기억이 없네요.. 이게 티비에서 보는 골프와 현실의 차이를 알때쯤.. 골프에서 손끊었다가.. 최근 스크린에서 대파당한후.. 다시 연습시작중입니다..ㅋㅋ

  • 넘버텐 2011.02.11 15:14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평상시 같으면 이글인데....아까워요.

    올해는 순정 깨백 되길 간절히 기도드리옵나이다.....아멘~

    뭐 이정도로 간절히 기원한다는거죠 ^^

  • Favicon of http://story.golfzon.com/ BlogIcon 골프존 2011.09.16 11:30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공감가는 글입니다! 누구에게나 기적같은 샷이 한번쯤은 오는거 같아요^^ 에피소드가 정말 재밌네요 ~ 하나하나 잘 보고 갑니다 +ㅁ+

어설피 아는 게 병이 되고만 어느 날의 스윙

오년 만에 다시 잡은 골프채가 손에 익도록 실내 연습장에서 슬슬 몸을 풀기도 어느덧 스무 날 정도 됐다. 한참 쉬었어도 배운 게 있긴 있다고 아주 삽질을 한 건 아니지만, 솔직히 말하면 실외 연습장 가서 확인하는 게 두렵다.  

뒷 땅도 치고 생크도 나고 예전 나쁜 버릇들을 그대로 드러내면서도 나름 열심히 연습한 탓에 요즘은 7번 아이언 맞는 느낌이 꽤 좋았다. 예전에 선배들이 공 잘 맞을 땐 따귀 맞는(!) 소리가 난다 했던 기억이 있는데 가끔 그런 소리와 느낌도 있었다. 어우, 이제 슬슬 실외로 나갈 때가 되었나 보다 그런 생각이 들 무렵, 실내연습장에 있는 스윙 분석기가 눈에 보였다. 


카메라 앞에서 볼을 치면 스윙 동작을 보여주고 볼의 거리 정도를 간단히 알려주는 분석기다. 솔직히 처음에도 저거 한 번 해볼까 하다가 볼도 안 맞고 사람들 눈도 있고 해서 - 말도 안되는 폼으로 스윙 분석기 앞에서 휘두르기란 얼마나 챙피한지 - 한 번도 안 써 봤는데 그 날 따라 마침 연습장에 사람도 없고, 아이언도 잘 맞고 해서 욕심을 내 올라가 봤다. 

카메라로 찍은 내 모습, 그럼 그렇지. 아저씨 스윙은 아니어도 이건 여전히 골프 폼이라고 할 수가 없을 정도다. 백스윙은 너무 낮게 올라가고 피니시는 어정쩡하다. 7번 아이언으로 맘 먹고 친 건 겨우 100미터 나갔다고 나오고. 이럴 줄 알았지만 실제 결과를 확인하니 더 참담하다. 

그래도 뭐, 아주 형편없지는 않네, 마음을 달래고 다시 한 번 스윙분석기에 올랐다. 다시 스윙. 스윙분석기는 내 스윙과 프로의 스윙을 비교해서 보여주는데 뭐 요거 요거만 고치면 스윙은 그닥 나쁘지 않겠네(하여튼 혼자 달래고 위로하는 재주는 세계 최고). 

다시 내 타석으로 돌아와서, 천천히 생각해본다. 백스윙은 살짝 높이 들고, 내려오면서 요맘 때서 채를 던지고 피니시는 이렇게. 연습 스윙은 (항상 그렇지만) 좋다. 자, 간다~ 

문제는 그 때부터다. 마음 먹고 잘 쳤는데 생크. 옆 타석에 누가 없었길래 망정이지 있었더라면 미안하다고 고개 한참 숙였을 뻔했다. 어랏? 두번째 스윙도 생크. 세번째도 생크. 뭐여? 슬슬 당황하기 시작하면서 백스윙에 신경 쓰기 시작하니 또 생크, 아니면 뒷땅. 하나가 무너지니 여지없이 총체적 부실이 드러났다. 

이래서 어설피 알면 더 큰일나는 법이다. 몇 번을 쳐봐도 여전히 생크나서 채를 집어 던진 채 십 분을 멍하니 앉아 있다 올라왔다. 혼자서 맞추는 데만 급급하다 보니 결국 뭔가를 알았다고 해도 그 때문에 줄줄이 망가진 거다. 아무래도 레슨을 받아야 하는데, 예전에 골프 배울 때 겪은 몇 가지 경험 때문에 실내연습장 프로에 대해 끊없는 불신을 갖고 있으니 이도 참 큰일이다. 

그게 지난 주 얘기다. 주말 쉬고 다시 화요일. 내일은 밥이 되든 죽이 되든 다시 한 번 연습장엘 내려가야 할텐데. 그러게 괜히 스윙 분석기엔 올라가가지고 일을 크게 만들었나. 어설피 알면 더 큰일난다는 걸(하긴, 그게 꼭 골프만 그런 건 아니겠지만서도) 다시 한 번 절실히 깨닫는 중이다.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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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넘버텐 2011.02.11 15:41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옛말에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했죠? -적절한 표현인가 써놓고 한참 고민중-

    잘 치지는 못하지만 제가 가진 골프 명심보감(이건 또 뭐징? ㅋㅋ)에 있는

    필수적으로 명심하는게 바로!!!

    무념무상.....공칠때 아무생각하지마세요....걍 스윙~~ 거리 안나가면 뭐

    한번 더 치면 되죠....아항항~

살빼고서 다시 산 골프 모자 이야기

살 빼고 나면 꼭 사고 싶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모자였다. 돌이켜 보면 딸 아이가 서너살 무렵까지(아, 십 년이 넘었구나 ㅜㅜ) 난 야구 모자를 참 즐겨 썼다. 약간 뒤로 눌러 챙이 살짝 올라오게 쓰고 다니면 나름 귀여운(!) 맛도 있고 괜찮았다. 모자도 꽤 여러 개 있었던 기억이 난다. 그 때 막 난 골프를 시작했으니 야구 모자는 어느 틈에 골프 모자들로 바뀌었었지. 

그러던 어느 날 골프장에서 모자를 만지작 거리고 있는데, 이게 영 이상한 거다. 앞으로 푹 눌러 쓰거나 뒤로 들쳐 쓰거나, 심지어 돌려 써도(!) 영 모양이 어색했다. 이거 왜 이러지? 모자가 이상한가? 차에 있는 다른 모자를 꺼내 써도 상황은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이상하네, 모자가 오늘 영 필이 안 받는데?

혼자 이러고 궁시렁 거리는데 누군가 던지는 말, 얼굴에 살 쪄서 그렇지 뭐. 그 분은 웃자고 농담한 거였지만 난 뭘로 한 대 맞은 듯 했다. 아, 그렇구나... 그동안 꾸준히 늘어난 살은 배 주변에만 있는 건 아니었어. 얼굴에도 살이 붙은 거야. 볼이 터질 듯 탱탱해지니 모자 밑 얼굴이 뽈록 튀어나올 수 밖에. 난 그 길로 골프장에 딸린 프로샵에서 챙이 둥근 카우보이 스타일의 모자를 샀고 그 뒤로 죽어라고 그 모자만 쓰고 다녔다. 

그러다가 이런 저런 일로 골프를 접고, 야외 활동도 줄어들고... 자연히 모자를 쓸 기회는 점점 줄어들었다. 가끔 어디 여행이라도 갈라치면 가끔 모자를 꺼내 보지만, 역시 튀어나온 볼은 어쩔 수가 없었다. 에이, 안 써... 그렇게 모자는 장롱 속에 깊이 처박혔고 다시 꺼내 쓸 일이 없었다. 

큰 맘 먹고 살을 뺀 후 첫 주말. 야외 나들이를 가려다가 문득 모자를 써봐야겠다는 생각이 났다. 장롱을 뒤져 모자를 찾았는데, 벌써 몇 년씩 된 모자들이라 낡았고, 모양도 좀 망가졌다. 이거 모자 하나 사야 되겠는 걸, 하다가 우연히 백화점 나이키 골프 매장에서 보고 확 지른 게 바로 이 녀석이다. 


사실 모자는 골프 칠 때 없어서는 안되는 존재다. 햇볕을 가려 시야를 확보하는 건 기본. 얼굴이 타는 것을아주고 또 아주 기본적인 안전 용품이기도 하다. 모자가 무슨 안전 용품이야? 라고 하겠지만, 한 번 앞으로 넘어져 본 사람은 모자의 챙을 우습게 보면 안되는구나 그런 생각 할 게다. 실제로 몇 년 전 나는, 비가 오락가락 하던 어느 골프장에서 발이 미끄러져 앞으로 고꾸라졌는데 모자 챙이 먼저 땅에 닿으면서 얼굴이 바닥에 닿는 걸 막아줬던 경험이 있다. 


이 녀석의 정확한 이름은 Dri-FIT Tour Perforated Cap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나이키의 Dri-FIT 소재로 머리에 나는 땀을 빨리 증발시켜 시원하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모자 정면엔 나이키의 스워시 마크가 짱짱하게 새겨져 있고 정면에서 보아 왼쪽에는 Victory Red 마크가, 오른쪽엔 나이키 ONE 마크가 있다. 요런 깔끔한 스타일 참 마음에 든다. 


색깔도 여러 종류 있는데 그 날은 흰색이 좀 끌렸다고 해야 할까. 모자 챙 앞을 검은색으로 두른이 꽤 맘에 들었다. 모자 안쪽은 검은색 띠를 둘러 때를 덜 타게 했고 역시 드라이핏 소재로 머리에서 흐르는 땀이 얼굴로 흘러 내리지 않는다.  


모자의 뒷 부분은 공기 구멍이 있는 드라이핏 소재로 만들어 땀 차는 일이 별로 없다. 흔히 말하는 벨크로(찍찍이) 스타일의 크기 조절 장치로 크기를 조절한다. 



모자 사 놓고 걸어서 출근할 때 몇 번, 자전거 탈 때 몇 번 썼다. 확실히 머리에 땀이 차지 않고 가볍고 시원한 느낌이 좋다. 게다가 짱짱한 챙도 아주 마음에 든다. 문제는, 내가 산 골프 모자 중에서 제일 비싼 모자인데도 아직 이 녀석을 쓰고 골프장에, 심지어 연습장에도 한 번 못 갔다는 거다. 젠장, 여름 다 가기 전에 이 모자 쓰고 골프장에 한 번 가 보는 거, 휴가도 못 갈 이번 여름 선물로 남겨둬야 겠다.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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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래비스 2010.08.03 16:53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실내연습장 3주차인 쌩초보가 웹서핑하다가 우연히 들렸습니다. 골프모자가 또 있다는건 처음 알았네요^^ 요새 남녀노소 너무나 많이들 골프치는지라 저도 한번 도전중입니다.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8.03 16:57 신고 수정/삭제

      반갑습니다 ^^

      저도 시작은 빨리 했지만 중간에 하도 많이 쉬어서
      여전히 초보입니다 ^^

      뭐, 골프 칠 때 쓰면 다 골프모자 되는 거지요 ^^

  • Favicon of http://www.kimdahee.com BlogIcon 다희 2010.08.03 21:57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한창 아버지가 골프를 치실 때(테니스->골프->지금은 등산에 ^-^;;)
    생신 선물로 나이키 골프 모자를 사드렸던게 기억나요.
    용돈 긁어모아 사드렸었는데 좋아하시던 모습이...
    그 모자보다 레이님이 사신 모자가 훨씬 세련되고 시원해 보이네요.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8.04 08:57 신고 수정/삭제

      ^^ 딸이 사준 골프모자...
      계속 그 모자만 쓰셨을 듯해요~ ^^

      모자는 세련됐는데
      제가 쓰면 영~~ ㅜㅜ ㅋㅋ

  • 풍류대장 2010.08.05 07:50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아직 골프장에 이 모잘 못 쓰고 갔다고 슬퍼마세요
    이 모자 쓰시고 부케도르에 오시면 치즈모찌가 덤으로 가는 행사를 벌이겠습니다요..ㅋㅋ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8.05 10:03 신고 수정/삭제

      ㅍㅎㅎ 수많은 분들이 이걸 쓰고 가시면 우짜실라고! ㅋ

  • 넘버텐 2011.02.11 15:37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얼큰한 사람들은 모자가 비교적 잘 어울리진 않아욧!!
    그래서 맞는 모자를 득템하면 아주 해피해진다능...

    아흥~ 살 빼 야 겠 다

십 년만에 실내연습장엘 가다

십 년 전만 해도 골프를 처음 시작할 땐 대부분 실내연습장에서 두어달 기초 과정을 배우면서 시작했었다. 굳이 십 년 전에 그랬다는 얘기를 꺼낸 건, 요즘 실내연습장 찾기가 쉽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주변에 보이는 건 온통 실내연습장이 아니라 스크린골프장. 스크린골프장이 6천개를 넘었다는 기사도 있던데, 많은 실내연습장이 스크린골프장으로 변신했겠지. 거기서도 똑같이 골프를 가르칠까? 스크린골프장 한 번도 안 가본 나는 알 수가 없다. 솔직히 요즘은 어떻게 시작하는지 잘 모르겠다.

어쨌든 그 옛날, 나도 예외는 아니어서 처음 삼 개월 동안 집 앞 건물 지하에 있는 타석 열 몇 개 쯤 되는 실내연습장에서 시작했다. 7번 아이언으로 소위 말하는 똑딱볼을 쳤고, 그러다가 스윙 폭이 점점 커지면서 한 달 쯤 지나니 나름 뻥뻥 소리도 냈다. 그 때 그 기분, 처음 시작한 사람들은 다 알거다. 와, 나도 이거 꽤 잘치는데?? 게다가 연습장 티칭 프로는 소리만 크면 굿샷을 외쳐 댔고, 나는 골프 뭐 어려울 거 없네, 그런 생각도 했다. 하지만 그게 진실이 아니란 걸, 곧 알게 됐다.

실내연습장에서 두 달인가 치고 난 후 난생 처음 친구와 함께 실외연습장엘 갔다. 그 친구는 나보다 먼저 시작했고 이미 필드 경험도 많았다. 오랫만에 만나서 저녁 먹다가 골프 얘기가 나왔는데 2차 가는 대신 연습이나 하러 가자 뭐 그렇게 됐던 거다. 사실 난 속으로 좀 자신이 있었다. 내겐 뻥뻥 소리가 있잖았던가!

하지만 막상 실외연습장 타석에 들어서고 5분도 못 되서 내 자신감은 어디론가 도망가고 말았다. 대부분 탑볼이나 뒷땅이었고 뻥뻥 소리가 나도록 잘 맞았다고 생각했던 볼 조차도 이삼십 미터 앞에 떨어지는게 아닌가. 식은 땀이 흐르고 몸은 점점 더 긴장하기 시작했다. 큰 소리까진 치지 않았어도 자신은 있었는데, 드디어 현실을 알고 만 것이다. 실내연습장에서 난 그 뻥뻥 소리가 진실이 아니로구나 하는 걸 깨달은 순간, 나는 도망가고 싶었다. 그리고 세 달 예정으로 끊었던 실내연습장을 그 뒤론 가지 않았다.

한 손으로 채 잡고 아이폰으로 찍은 사진. 구리다 ㅜㅜ

골프를 다시 시작하겠다고 마음 먹은 내가 제일 먼저 한 일은, 먼지 앉은 캐디백을 다시 꺼낸 것이었고, 두번째로는 실내연습장을 찾은 거다. 다행히 우리 사무실 지하에는 사무실 입주민들이 쓸 수 있는 실내연습장이 있어 특별한 부담 없이 스윙 연습을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동안 뭐 했냐고?? 미인이 옆에 있어도 내 마음이 안 내키면 아무 쓸데 없는 법이다.

7번과 피칭을 들고 연습장엘 내려갔다. 솔직히 골프 스윙을 마지막으로 한 건 2006년 11월, 미국에서였다. 이런 저런 일로 미국 간 김에 골프나 치자는 친구 따라 골프장 두 군데를 돌았던 것이다. 드라이버는 개판이었고 그나마 아이언은 볼을 간신히 띄우는 수준이었던 듯. 여전히 백 몇 개를 기록했었지, 아마.

가볍게 스윙하면서 몸을 풀었다. 먼저 피칭으로 짧게 툭. 그럼 그렇지. 볼 대가리를 때리거나, 매트 바닥을 치거나. 형편 없었다. 어차피 형편 없을 거 예상했으니 충격도 없었고, 마음을 비운 채 몇 번 더 스윙을 했다. 그래도 나름 구력(!)이 있다고 슬슬 볼이 맞는 느낌이 들었다. 오호, 이거 되네~

7번으로 바꿨다. 7번으로 칠 땐 볼을 가운데 놓는 거지? 옛날 선배들이 가르쳐주던 몇 가지 얘기들이 생각났다. 볼 위치, 팔을 쭉 뻗고, 머리를 움직이지 말아야지, 체중은 안정감 있게 살짝 뒤쪽으로 싣고... 가만 보니 공만 잘 쳐다봐도 뻥뻥 소리는 났다. 그렇게 몇 번 채를 휘두르다 보니 사람 마음이란 참 간사해서 아유, 필드 나가고파, 이런 생각도 든다.

아, 하지만 나 이 기분 안다. 실내에서 뻥뻥 소리 내던 그 기분. 그리고 현실은 그게 아니었던 기억도 떠오른다. 웃음이 났다. 그저 몸이나 풀고 스윙하는 감이나 잡자. 조만간 실외연습장에 나가서 진짜 어느 정도까지 망가졌는지 확인해 보자. 어쨌든 감은 잡고 가야할 거 아닌가.

사실 레슨을 다시 시작해얄지 말아얄지 이건 좀 고민이다. 실내연습장 티칭 프로에 대해선 이미 오래전에 신뢰를 잃었는데, 그래도 다시 받아야 할지 어쩔지 잘 모르겠다. 어쨌든 시작은 반이라 하지 않았나. 십 년이나 지났는데도 뻥뻥 소리라도 나주니, 나는 마냥 고마울 따름이다.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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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넘버텐 2011.02.11 15:34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초심으로....
    뭐든지 처음 마음만 같다면 좋을텐데요 말이죠...

낡은 골프백의 먼지를 털며, 골프를 다시 생각하다

골프를 처음 친 건 한참 뜨거웠던 2000년 6월 어느 날이다. 사실 시작한 것도 좀 웃겼다. 골프 연습장 나간지 이십 일 만에 골프채도 없이 첫 라운드를 나갔고, 그 땡볕을 맞으며 뛰랴, 휘두르랴, 허둥대랴 했던 까닭에 나는 심한 열사병을 앓았다. 삼사일을 아팠을까 그러고 났더니 골프장에 두번 다시는 가고 싶지 않았다. 사실 이 얘기만 해도 한 보따리 풀어낼 수는 있겠으나, 과거가 항상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ㅜㅜ

몇 달이 지난 11월 어는 날, 사업 상 아는 양반이 전화를 했다. ‘골프 칠 줄 알아요?’라고 묻는데 자존심에 못 친다는 말은 안하고 ‘필드 한 번 나가 보긴 했지요’라고 대답했는데 이 양반, ‘됐어요, 3일 뒤, 레이크사이드에서 봅시다.’라며 전화를 딱 끊는 것이 아닌가?

전화를 끊고 나서 못 간다고 말을 해야 할텐데 그 넘의 자존심이 뭔지, 유통업을 하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부랴 부랴 골프채를 하나 사고 퇴근하면서 바로 실내 연습장에 등록했다. 다음 날 새벽부터 삼 일, 칠 번 아이언을 몇 번 휘두르기만 한 채로 나는 레이크사이드에 갔다. 결과는 뻔하지 않나. 마침 동행한 사람이 업계 친구였길래 망정이지 생판 모르는 사람이었으면 큰일 날 뻔 했을 게다. 어쨌든 나한테 전화를 한 그 양반은 그 뒤로 연락이 없었다. ㅜㅜ

그 뒤로 나는 골프를 시작했고, 동호회 활동도 했고, 정말 재미있게 3-4년 동안 골프를 쳤다. 원래 심각하거나 집요한 성격이 아니어서 골프장 가면 노는데 더 신경을 썼고 그늘집마다 시원한 맥주 마시기를 열심히 했더니 스코어는 항상 100대를 넘었다. 아무렴 어때, 즐거우면 됐지.

그러나 나이든 선배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하긴 가끔은 내 놀자식 골프가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열심히 집중하는데 혼자 흥얼거리고 대충 치고 놀면 안되는 거니까. 그래서 나름 스코어를 올리려고 집중도 해봤고, 선배의 조언에 따라 골프채도 한 번 바꿨고 그래서 태국 투어에선 96타를 기록하기도 했으나 남쪽에서 친 건 인정 안해준다는 룰(!)에 걸려 결국 난 한 번도 백을 깨지 못했다.

스토리는 뻔하다. 그 뒤로 사업이 좀 어려워졌고, 골프를 칠 여유가 없었고, 그래서 자연스레 골프는 내 손을 떠났다. 골프백은 한 구석에 먼지를 맞으며 서 있었고, 누군가 골프 얘기를 하면 나는 그저 ‘골프채가 뭔지도 까먹었어요’라면서 웃어 넘겼다.

벌써 2010년. 골프를 처음 시작할 때보다 나는 열 살을 더 먹었다. 솔직히 사는 형편도 좀 나아졌고, 이젠 슬슬 골프를 다시 시작해 볼까 하는 생각도 들기 시작했다. 때마침 살도 좀 뺐고 운동도 하다 보니 옛날 즐겼던 골프의 매력이 슬슬 되살아났다고 해야 할까.


먼지 앉은 골프백을 열어 장비를 점검해 보니, 운동화나 장갑 같은 소모품은 다시 쓸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버렸고, 서른 중반이라는 나이를 고려해 샀던 골프채는 이제 더 이상 나에게 맞지 않았다. 결국, 먼지 앉은 골프백이 남아 있긴 하지만 나는 처음부터 모든 걸 다시 시작해야 하는 셈이다. 아, 선물 받은 드라이버는 여전히 쓸만할테니, 그 넘 하나 건졌다고 해야 할까.

이런 저런 정보를 찾다 보니, 요즘 이 녀석이 쏙 눈에 들어온다. 나이키 VR 아이언이다. 가격 대도 생각보다 부담스럽지 않고, 여전히 백돌이인 내가 쓰기도에 괜찮아 보인다. 물론 나는 다시 연습장을 찾아 스윙 감을 찾아야 할테고, 몇 번의 시타도 해보아야겠지. 하지만, 백돌이가 시타한다고 뭐가 좀 달라질까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처음 골프를 시작했던 이유와 나이 마흔을 넘기며 다시 골프를 시작하는 이유는  다를 것이다. 좀 더 즐거운 마음으로, 하지만 이젠 뭔가 목표를 세우고 해야겠다는 마음이 드는 건, 아무래도 세월의 연륜 때문일까. 다음 주엔 칠 번 아이언을 들고 실내 연습장을 타박 타박 찾아야 할 것 같다.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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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no1salraryman.tistory.com BlogIcon 정현아범 2010.07.05 08:44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공부가 먼지..
    백돌이 진입도 하기 전에 찌그러져버린 제 자치기의 꿈..ㅠㅠ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7.05 09:26 신고 수정/삭제

      ㅎㅎ 슬슬 다시 시작하시게~ ^^
      같이 함 나가셔야지?

  • 넘버텐 2011.02.11 15:33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나이키 아이언 손맛 좋던데요?
    올해는 깨백장군으로 승승장구 하는 한해가 되시길...
    더불어 저랑도 라운드를 쿄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