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영혼은 악마에게나 줘버리고

페이스북 글을 퍼오는 기능을 테스트하는 중입니다. 

재미는 있는데 모양새는 영~ 

그런데 이거 저 말고 다른 사람도 다 퍼갈 수 있는 건가요? 

(혼자 묻기 신공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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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리만자로의 눈 그리고 위스키 소다

"당신은 내가 신경 안 쓰는 많은 것들을 신경 쓰는군."

"그렇게 많지는 않아요, 해리." 

"술에 대해 신경 쓰는 건 어때?"

"그건 당신한테 해로워요. 블랙의 건강 보감에는 알코올 종류는 일절 피하라고 되어 있어요. 당신은 술 마시면 안되요." 

"몰로!" 그가 소리쳤다. 

"예, 브와나."

"위스키 소다를 가져와." 

"예, 브와나."

"술 마시면 안돼요." 그녀가 말했다. "내가 말한 포기란 게 바로 그런 거에요. 술은 당신한테 해롭다고 되어 있어요. 당신한테 좋지 않다고요." 

"아니야. 그가 말했다. "나한테 좋아."


헤밍웨이, 킬리만자로의 눈, 이종인 옮김, 열린책들 


아프리카에서 가장 높은 산 킬리만자로의 한 캠프. 다리를 다쳐 움직이지 못하는 해리와 헬렌은 해리를 데려갈 비행기가 오기를 막연히 기다립니다. 하지만 해리의 상처는 예상 외로 심각하고 그래서 해리는 비행기를 기다리는 대신 삶을 마감할 준비를 합니다. 그러나 아내인 헬렌은 희망을 버리지 않지요. 희망을 버린 사람과 버리지 않은 사람. 그래서 두 사람은 신경 쓰는 일이 서로 다릅니다. 그리고 그 차이를 설명하기에 술만큼 좋은 소재도 없습니다. 해리는 마시고 싶어하고, 헬렌은 말리려 합니다. 


위스키 소다는 위스키에 소다, 즉 탄산음료를 섞은 아주 쉽고 간단한 칵테일입니다. 시원하고 톡쏘는 탄산이 위스키의 독한 맛을 가려주어 술 못하는 사람들도 마시기 좋습니다. 그래서 위스키와 탄산을 섞은 칵테일도 종류가 참 많습니다. 


잭다니엘 + 콜라 = 잭콕

바카디럼 + 콜라 = 쿠바리브레 

조니워커 + 진저에일 = 레드볼루션


뭐 언뜻 생각나는 것만해도 이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 녀석들 생긴 걸 보면 긴 잔에 탄산이 보글보글 올라가는… 네, 생각나는 것 있으시지요? 바로 하이볼입니다. 요즘은 위스키 소다에 꼭 얼음이 들어가기 때문에 위스키 소다가 곧 하이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헤밍웨이의 소설, 킬리만자로의 눈에서 해리가 마신 위스키 소다엔 아마 얼음이 없었을 겁니다. 그래도 아프리카처럼 더운 곳에서라면 충분히 시원하지 않았을까요? 얼음이 있다면 더 좋았겠지만 아프리카 킬리만자로의 벌판이라서 아마 얼음은 없었을 겁니다. 혹시 모르지요. 킬리만자로의 만년설이 있었을지는. ^^ 


마지막을 준비하는 해리는 위스키 소다를 마시면서 과거를 회상하고 현재를 생각하며, 헬렌을 바라 봅니다. 사실 헬렌도 무척 술을 좋아합니다. 단지 해리를 위해 말릴 뿐. 그러나 둘은 결국 위스키 소다를 기울이며 '죽음을 신경쓰지 않고' '함께 있고 싶어'합니다. 부드럽고 시원한 위스키 소다가 그들의 대화를 이어주고 조용히 마지막으로 이끌어 갑니다. 


비록 해리는 헬렌과 함께 하지 못하지만 칵테일의 매력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할 때 살아납니다. 부드러운 술, 살짝 기분좋게 달아오르는 취기 그리고 마음에 묻었던 이야기들. 두 사람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바에 앉아 위스키 소다를 기울이는 것, 상상만 해도 그저 흐뭇할 따름입니다.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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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진주애비 2013.07.29 23:41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아따..여기 오기가 왜 이리 힘들었는지..ㅋㅋ
    결국.네이년으로 이사 갔어요..이윤 묻지 마세요..흑

개츠비 스페셜 - 개츠비 따라 마시기


디카프리오는 멋있어. 하지만 왜 개츠비가 위대해? 


하긴 영화 뿐이랴. 원작을 읽는 사람들도 왜 개츠비가 '그레이트' 한지 이상하게 생각한다. 사랑하는 여자를 찾기 위해 돈을 벌고, 마침내 그 여자를 찾았지만 여자는 이미 결혼했고, 결혼한 여자는  그리 행복해 보이지는 않고, 여자의 남편은 바람을 피고, 당연히 개츠비는 여자에게 다시 대시하고, 하지만 누가 봐도 그 여자는 대시할 만한 가치는 없어 보이고. 결국 여자는 사고를 치고, 개츠비는 사고를 대신 짊어지고, 여자의 남편은 비굴한 방법으로 개츠비를… 뭐, 스토리만 보면 이건 완전 막장 드라마다. 그런데도 개츠비는 그레이트하고, 이 소설은 가장 미국적인 소설이라고 한다. 내가 이렇게 쓰면, 누군가는 틀림없이 이렇게 댓글을 달거다. 이런 무식한 놈. 위대한 개츠비를 뭘로 보고. 


어렸을 때 읽은 개츠비는 정말 재미없는 소설이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감이 잘 오지 않는 분위기, 어색한 번역투 문장, 그렇게 버려둔 책이었다고나 할까. 그런데 나이들어 다시 읽은 개츠비는, 뭐랄까 개츠비의 치열한 삶에 공감했다고나 할까 새로운 느낌이었다. 물론 번역도 훨씬 좋아졌고.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술 얘기가 툭툭 튀어나오니, 마구 마구 몰입할 밖에. 그래서 디카프리오를 그리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이 영화는 한 번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영화를 준비하는 마음(!)으로 개츠비가 마셨던 술들을 따라 마시는 중이다. 


"하이볼 드릴까요?." 수석 웨이터가 물었다. 

"멋진 레스토랑이군." 울프심 씨가 천장에 그려진 장로교의 요정들을 쳐다 보며 말했다. "하지만 길 건너편이 더 좋아!"

"그래, 하이볼로 줘요." 개츠비가 웨이터에게 말하고 나서 울프심에게 말했다. "거긴 너무 더워요."


위대한 개츠비, 스콧 피츠제럴드, 한애경 옮김, 열린책들


더울 떄 마시는 칵테일로 하이볼만한 것도 없다. 



하이볼이 궁금하다면 -> 개츠비와 칵테일 #1 - 하이볼


하이볼은 원래 위스키와 탄산수를 섞는데 이 하이볼은 특별히 진저엘과 잭다니엘로 주문했다. 진저엘의  달달한 맛이 잭의 강한 맛을 가려주니 갈증날 때 시원하게 들이킬 수 있다. 그래, 이런 하이볼이라면 계속해서 열 잔도 마실 수 있겠다, 그런 기분이 들었다. 


바로 그때 톰이 얼음이 가득 들어 찰랑거리는 진리키 넉 잔을 들고 돌아왔다. 

개츠비가 자기 잔을 받아 들었다.

"정말 시원해 보이네요." 개츠비가 눈에 띄게 긴장해서 말했다. 

우리는 게걸스럽게 각자의 잔을 들이켰다. 


위대한 개츠비, 스콧 피츠제럴드, 한애경 옮김, 열린책들


진리키는 진과 라임주스를 섞는 단순한 칵테일이지만, 그래서 누구나 쉽게 만들어 마시는 칵테일이기도 하지만, 누구나 마신다고 해서 누구나 맛을 낼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은은하고 향긋한 진과 새콤한 라임을 적절히 조화시키는게 중요하다. 


진리키가 궁금하다면? -> 개츠비와 칵테일 #2 - 진리키


보통은 그냥 빌드하지만 진과 라임주스를 셰이크해서 만든 전문가의 진리키. 첫 잔인 하이볼의 달콤함을 순식간에 잊게 할, 상큼하면서도 시원한 맛이다. 



하지만 속옷이 축축한 뱁처럼 다리를 휘어 감고 땀방울이 등줄기를 시원하게 가르던 몸의 기억만은 생생하다. 이 생각은 욕실 다섯 개를 빌려 시원하게 냉수욕이나 하자는 데이지의 제안에서 비롯되어 <민트 줄렙을 마실 장소>라는 형태로 좀 더 구체화되었던 것이다. 우리는 다같이 <끝내주는 아이디어>라고 입을 모았다. 


위대한 개츠비, 스콧 피츠제럴드, 한애경 옮김, 열린책들


설탕과 민트를 으깬 후 잭 다니엘을 부어 만든 민트 줄렙. 개인적으로 제이앤비나 짐빔 같은 미국 술을 몹시 싫어하는 까닭에 죄다 잭 다니엘로 주문. 우리에겐 좀 생소해도 미국에선 되게 자주 마시는 탓인지 메이커스 마크라는 버번 회사에서는 아예 민트 줄렙 버전을 내놓기도 했다. 아쉽게도 우리나라에선 마시기 쉽지 않지만. 


민트 줄렙이 궁금하다면? -> 개츠비와 칵테일 #3 - 민트 줄렙


민트를 으깨고 베이스를 붓는다는 점에서 민트 줄렙이 모히토의 시초가 되었다는 얘기도 있는데, 그럼에도 탄산수를 넣지 않는 까닭에 생각보다 도수는 세다. 첫 잔과 둘째 잔이 아주 시원했다면 민트 줄렙은 드디어 강한 술을 마실 준비를 시켜주는 셈. 



나는 농담으로 바텐더에게 개츠비 스페셜을 만들면 어떻겠냐고 되도 않는 주접을 떨었지만, 영화에 힘입어 출판계가 할인을 넘어 땡처리 수준으로 위대한 개츠비를 몰아붙이는 상황에서 술 업계가 좀 묻어가는 것도 괜찮은 생각은 아닐까. 게다가 이 칵테일들은 죄다 여름에 마시기에 정말 좋은 칵테일이 아닌가. 개츠비의 여운이 가시기 전에, 개츠비 스페셜을 조금 더 즐겨보리라, 그렇게 마음 먹는다. 개츠비처럼 위대하진 못해도, 누구에게나 사랑할 마음은 있는 법이니까.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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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로주점, 막내둥이의 술 카시스

에밀 졸라의 목로주점. 주인공 제르베즈에게 함석공 쿠포가 대시합니다. 첫 남자에게 버림받은 제르베즈는 다시는 남자를 만나지 않으리라 마음 먹지만 순하고 착한 쿠포에게 마음이 끌리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막내둥이 카시스라고 불리나요, 쿠포씨?"

"아! 그건 동료들이 강제로날 술집에 데려가면 내가 보통 카시스 주만 마시기 때문에 붙인 별명입니다…"


에밀 졸라, 목로주점(상), 유기환 옮김, 열린책들


카시스는 영어로는 블랙커런트, 우리말로는 까치밥나무라고 부르는 식물의 열매랍니다. 베리 종류라고 이해하시면 쉽겠네요. 실제로 술맛도 교회 성찬식에서 쓰는 아주 달달한 포도주나 고창에서 직접 담았다는 복분자주와 비슷합니다. 꽤 달다는 것이 특징이고요. 그래서 약간 걸쭉한 느낌도 듭니다. 


술이 꽤 달아서 샷으로 마시기 보다는 칵테일에 많이 씁니다. 섹스온더비치(이름은 참~ ^^), 핑크레이디 같은 칵테일이 카시스를 재료로 쓴 대표적인 칵테일이지요. 이미 드셔본 분들 많겠지만, 카시스가 들어간 칵테일은 대부분 아주 달콤한 맛입니다. 그러나 카시스도 알콜도수가 15도나 되는 엄연한 술입니다. 단 맛에 홀짝 홀짝 들이키다가는 어느 순간에 확 취할 수도 있습니다. 




쿠포는 술을 못 마시는 사람입니다. 아버지가 술 마시다 죽은 까닭에 술을 혐오하기도 하지요. 하지만 동료들을 따라 술집에 갈 땐 카시스 정도는 마셔줄 정도로 꽉 막힌 사람도 아닙니다. 거기에 막내둥이라는 애칭을 고려하면 동료들이 쿠포를 꽤 좋아했을 거란 생각도 듭니다. 


독한 술을 못 마시는 사람, 하면 우리는 대개 순진한 사람을 떠올립니다(그렇다고 독한 술을 마시는 사람은 못된 사람이란 뜻이 아닙니다ㅏ ㅜㅜ). 쿠포는 순진하면서도 제르베즈와 결혼을 반대하는 누이에게 맞설 정도로 고집도 있는 사람이지요. 어쩌면 그 사랑이 참으로 순수하게 시작했기 때문일 겁니다. 


카시스와 쿠포. 소설을 읽다 보면 참 잘 어울리는 조합이란 생각이 듭니다. 작가도 그 점을 알고 쿠포의 별명을 막내둥이 카시스로 지었겠지요(라고 또 우겨봅니다 ^^). 하지만 쿠포는 인생에 누구나 한 번쯤은 다가오는 위기를 스스로 극복하지 못하고 카시스 대신 독주를 마시면서 점차 나락으로 떨어집니다. 


위기가 닥칠 때 술처럼 위험한 것은 없습니다. 반대로 술처럼 좋은 약도 없습니다. 결국 어떻게 마시느냐, 어떤 마음으로 대하느냐에 따라 술은 독이 되고 약이 됩니다. 어떻게 마시느냐에는, 누구랑 마시느냐도 포함됩니다. 언제든 연락해서 뭉칠 수 있는 좋은 술 친구 하나 정도는, 마치 비상금처럼 꼭 꿍쳐둬야 하는 법입니다. ^^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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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실의 목로주점 vs 에밀 졸라의 목로주점

저는 목로주점이 뭔지 잘 모르는 세대입니다. 제가 아는 목로주점은 '흙바람 벽에 30촉 백열등이 그네를 타는' 아주 로맨틱한 목로주점 뿐입니다. 그래서 대학 시절 에밀 졸라의 목로주점을 처음 만났을 땐 무척 로맨틱한 이야기일거라고 상상했습니다. 그런데 왠걸, 제가 생각했던 로맨틱한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참 우울하고 슬픈 이야기였지요. 그런데 그때는 왜 이 책 제목을 목로주점으로 번역했을까 같은 고민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믿기 어려우시겠지만, 전 대학 다닐 땐 술을 거의 안 마셨거든요. 아마 대학 내내 마신 술이 소주 한 병, 맥주 두 병 정도 될 겁니다. 술에 관심도 없으니 주점을 뭐라 번역한들 저하고는 큰 상관이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마흔이 넘고, 술맛을 조금씩 알아가는 지금 다시 목로주점을 읽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목로주점이 뭐야? 하는 생각이 들었지요. 사전을 찾아보니 '목로'라는 게 '널빤지로 만든 좁고 긴 상' 이랍니다. 이런게 있는 술집이 목로주점이고요. 그래서 아, 이게 나름 바(Bar) 같은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어쨌든 제 상상력이 부족해선지 저는 도저히 목로주점이 어떤 술집인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목로주점 이미지를 찾아봤지만 그 어느 사진도 오리지널 목로주점을 보여주진 않았습니다. 


그나마 찾은 정보를 정리하면 목로주점이란 구한말에 등장한 서민 술집이랍니다. 허름한 술집 안에는 널빤지 상이 하나 있고 그 위에는 안주거리가 올라가 있다는 거지요. 술을 시켜서 이 안주와 함께 마시는 집이었는데 안주는 기본으로 제공하고 술값만 내면 됐다는 겁니다. 대신 의자가 없이 서서 먹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아마 선술집(서서 먹는 술집)으로 슬슬 이름이 바뀌지 않았을까, 그런 추측을 해봅니다. 


여기까지 뒤지다 보니 어라, 내가 뭔 뻘짓을 하는 거지? 번역이야 무엇이든 원 제목인 L’Assommoir 가 뭔지 찾아보면 되는 거잖아? 하는 생각을 했더랍니다. 이젠 다 까먹은 프랑스어 지식을 동원해 찾아낸 게 바로 이 그림입니다. 1900년대 파리 술집 풍경이라네요. 



돈 없고 가난한 서민들이 앉아서 오래동안 마실 수는 없고 그저 서서 그날 하루의 시름을 달래는 곳. 그런게 L’Assommoir였는가 봅니다. 여기까지 만족하고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역자해설에 딱 이런 말이 있습니다. 


"목로주점을 뜻하는 프랑스어 Assommoir는 원래 보통 명사로서 짐승을 도살하는 데 사용되는 도살용 몽둥이라는 뜻과 불순한 술을 파는 술집 또는 술집 주인이라는 뜻을 지닌다."


목로주점(하) 역자해설 중에서, 유기환, 열린책들

 

아하, 그렇지. 이런 뉘앙스가 있는 술집이 이 소설의 배경이 되어야지. 30촉 백열등이 그네를 타는 목로주점은 절대 이 소설의 배경이 아닌게야. 하지만 왜 목로주점이라고 번역했을까요. 선술집, 대포집 등의 어감보다는 목로주점의 어감이 훨씬 '문학답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콜롱브 영감의 목로주점에 있는 기다란 카운터를 목로라고 여겼기 때문일까요. 여튼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제목의 어감을 이해하고 나니 목로주점에 몰입하기가 좀 더 쉬웠습니다(라고 우겨봅니다. ^^ 안 그러면 목로주점을 찾아 헤맨 시간들이 의미가 없어지니까요). 


자, 그럼 콜롱브 영감의 목로주점에선 무슨 술을 팔았을까요? 


"콜롱브 영감의 <목로주점>은 푸아소니에 가와 로슈슈아르 대로가 만나는 길모퉁이에 있었다. 간판에는 끝에서 끝까지 푸른 글자로 기다랗게 쓰인 하나의 낱말, <증류주 Distillation>라는 하나의 낱말만이 보였다."


목로주점(하), 에밀 졸라, 유기환 옮김, 열린책들


네, 증류주를 팔았겠네요. 게다가 이 주점에는 증류기도 있었습니다. 가히 악마의 부엌이라고 부를만할 증류기가요. 콜롱브 영감이 어떤 술을 증류했는지는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지만 아마 과일 술을 주로 증류했을 겁니다. 포도로 만든 와인을 증류한 브랜디가 제일 많았을 것 같네요. 실제로 영어판에는 브랜디라는 표현이 중간 중간 나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 마시는 이런 고급 브랜디는 아니었을 겁니다. 싸구려 와인을 증류해 만든 싸구려 브랜디로 도수도 일정하지 않고 맛도 거칠었겠지요. 하지만, 고단한 서민이 잠시 자기 삶을 잊고 영혼을 내려 놓을 수 있기엔 충분했습니다. 내려놓은 영혼을 잃어버리지만 않는다면, 목로주점은 꽤 훌륭한 안식처였겠지요. 그러나 결국 자제하지 못하고 영혼을 잃어버린 사람들 때문에 목로주점은 이 불행한 비극의 제목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연실의 목로주점과 에밀 졸라의 목로주점이 겹치면서, 저는 목로주점의 정체성을 혼돈하는 중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목로주점의 이미지는 여전히 이연실에 남겨두렵니다. 술이란 약이기도 하고 독이기도 하지만, 좋은 사람과 함께 마시면 언제든 약이 되는 법이라는 걸 전 알고 있으니까요.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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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서미 2013.08.25 15:05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좋은 글 고맙습니다.
    목로주점 읽어봐야겠어요^^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3.08.26 00:10 신고 수정/삭제

      고맙습니다. 읽은 걸 후회하진 않으실 거에요 ^^

술에 물 탄 듯, 물에 술 탄 듯?

"몹시 목이 말랐던 제르베즈는 포도주를 몇 방울 떨어뜨린 물을 여러 잔 마셨다."


목로주점(상), 에밀 졸라, 유기환 옮김, 열린책들 


책 제목처럼, 졸라의 목로주점에는 술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옵니다. 그러나 목로주점의 술은 인생을 즐겁게 만드는 술이 아니라 인생을 망치는 술입니다. 어디 목로주점 뿐이겠습니까. 문학에 등장하는 술은 대부분 악마의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사람이란 천사보다 악마의 이야기를 더 좋아하기 때문일까요. 


목로주점과 술 이야기는 나중에 통으로 묶어서 해보고, 오늘은 아주 가벼운 구절 하나만 챙겨 봅니다. 


자기를 버리고 다른 여자와 도망간 랑티에 때문에 다시는 남자 따위와 살지 않으리라 다짐했던 제르베즈지만 쿠포의 끊임없는 구애에 결국 마음을 허락하고 쿠포와 결혼까지 합니다. 결혼식을 마치고, 우리 식으로 말하자면 피로연장인 '은 풍차' 식당에서 목이 말랐던 제르베즈는 포도주를 몇 방울 떨어뜨린 물을 마시지요. 이때까지만 해도 제르베즈는 술을 역겨워했고 쳐다보기도 싫어했기 때문입니다. 남편인 쿠포 역시 독주는 딱 질색이었지요. 


이 부분을 보고 역시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여자)는 없고나 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요즘은 열 번 찍다간 스토킹으로 고발 당합니다. ^^ (뭔 쓸데없는 소리를 ㅜㅜ) 


아, 오늘 하고 싶은 얘기는 술과 물입니다. 우리는 흔히 술에 물타는 행위를 거의 범죄처럼 취급합니다. 물론 술 양을 늘리려고 물을 타는 진짜 범죄 행위가 있었기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술에 물을 타는 행위는 사실 술을 만드는 회사부터 술을 마시는 사람들까지 흔히 하는 행동입니다. 


술 만드는 회사가 술에 물을 타다니! 분노하시겠지만 실제로 우리가 가장 흔히 마시는 소주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참xx, 처음00 같은 소주는 고구마, 보리 등등 여러 곡식들을 발효하고 증류해서 90도 가량의 소주 원액을 만들고(이걸 주정이라고 부릅니다) 여기에 물과 감미료를 타서 제품 별로 16 ~ 25도 사이의 도수를 맞춰 출시합니다. 그래서 '희석식 소주'라고 부르는 거지요. 


위스키나 브랜디 같은 증류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신의 솜씨가 있는 전문가라 해도 해마다 품질이 다른 포도나 곡물로 해마다 다른 날씨에서 해마다 다른 통에 술을 담그는데 그 도수를 똑같이 맞출 수가 있겠습니까? 그런데 우리에게 나오는 술은 도수가 언제나 똑같지요? 이건 물이나 도수가 다른 같은 술을 섞어서 도수를 맞추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심지어 맥주도 물을 섞어 도수를 맞추고 맛을 내기도 합니다. 이 모든 과정이 술 제조회사 마다 달라 자기들의 비법이 되는 셈이지요. 


게다가 술에 물을 타면 좋은 점이 많습니다. 무엇보다 독한 술을 부드럽게 마실 수 있습니다. 물론 술의 제맛을 즐기려면 스트레이트가 제격이겠습니다만 모든 사람이 독한 술을 즐겨 마실 수 있는 건 아니지요. 게다가 술에 물을 타면 독한 맛 뿐 아니라 향까지 부드러워집니다. 위스키나 브랜디의 향이 와인 못지 않게 얼마나 우아하고 화려한지 물을 타서 향을 맡아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일본 술 회사가 자기네 위스키를 맛있게 즐기라고 소개한 미즈와리 칵테일


그래서 칵테일이 발달한 일본에서는 물과 위스키를 2:1 정도로 섞은 '미즈와리'라는 칵테일도 있습니다. 실제로 이 비율이 위스키의 맛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비율이라도고 하지요. 스카치 위스키를 마시기 힘든 분들은 이 방법을 써보는 것도 좋습니다. 스카치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저도 어쩔 수 없이(!) 스카치를 마시는 날엔 이렇게 마십니다. ^^ 


뭐, 성경에 보면 예수님도 가나의 혼인잔치에서 항아리에 물을 부어 포도주를 만드셨다는데… 아마 항아리에 남아 있는 와인에 물을 더 부어서 맛을 내신 건 아닐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도 해봅니다(흐음, 설마 이런 걸로 신성모독이라고 하지는 않겠지요 ㅜㅜ). 그저 웃자는 얘기입니다. 


술과 물. 좋은 의도로 잘 섞으면 술을 마시는 좋은 방법입니다. ^^ / Fin


PS> 참고로 제목으로 삼은 '술에 물 탄 듯, 물에 술 탄 듯'은 틀린 말입니다. 원래는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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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남자 - 여행객의 필수품, 에일

"절벽 아래에는, 여행객들이 가져가는 짐들이, 출발의 와중에 무질서하게 쌓여 있었고, 그것들은 다리로 사용하는 널빤지 덕분에 선박으로 신속하게 옮겨졌다. 비스킷 몇 포, 절인 대구 한 통, 휴대용 수프 한 상자, 식수 한 통, 맥아 한 통, 타르 한 통, 에일 너덧 병, 여러 가닥 가죽띠로 동여맨 커다란 여행 가방, 작은 여행 가방들, 고리짝들, 횃불을 밝히거나 신호를 보낼 때 쓸 삼 부스러기 한 뭉치 등, 그들의 짐은 그런 것들이었다. 누더기를 걸친 사람들은 그러나 저마다 여행 가방을 가지고 있었다. 유랑 생활의 징표였다. "


- 빅토르 위고, 웃는 남자, 이형식 옮김, 열린책들 중에서 


한 무리의 거지들이 밀항하려고 우르카에 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거지들이라도 소지품이 없을 수 없겠지요. 이 글 다음 문장에 이런 표현이 나옵니다. "끼니 수단을 내동댕이치지 않는 한…" 먹고 살기 위한 최소한의 도구는 갖고 다녀야 한다는 말이겠지요. 그 최소한의 도구에 맥아와 에일이 있었습니다. 


다 아시다시피 맥아는 보리를 싹 틔운 녀석으로 맥주나 위스키의 기본 원료가 되는 것이지요. 그리고 에일은 아무데서나 물을 마실 수 없었던 그 시절의 필수 음료수였을 겁니다. 게다가 때론 약으로도 썼을 테고요. 


에일(Ale)을 그냥 영국 흑맥주 정도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에일에도 맑은 빛깔 맥주가 많이 있습니다. 에일은 맥주를 발효시키는 한 가지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엔 정말 수도 없이 많은 맥주가 있습니다만 맥주를 무조건 둘로 나누라 하면 에일과 라거로 나눌 수 있습니다. 차이점은 발효할 때 어떤 효모를 썼느냐입니다. 


맥주를 발효시키는 미생물이 바로 효모인데요, 이 효모는 상면발효 효모와 하면발효 효모가 있습니다.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이야 하시겠지만 찬찬히 읽어보면 상면발효는 위쪽에서 발효한다는 뜻이고 반대로 하면발효는 아래쪽에서 발효한다는 뜻이라는 걸 금세 알 수 있습니다. 


일단 여기서 맥주 만드는 과정을 간단히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보리를 물에 담가 싹을 띄워 맥아를 만듭니다. 이 맥아를 잘 말려 볶는데, 이때 얼마나 많이 볶느냐에 따라 맥주 색깔이 결정됩니다. 웃자는 얘기겠지만 기네스 맥주를 세운 아서 기네스가 맥아를 볶다가 졸아서(!) 좀 태웠는데 태운 맥아로 만든 맥주가 정말 맛있어서 계속 태웠다 어쨌다 하는 얘기도 있습니다. 


이제 볶은 맥아를 갈아 물에 넣고 끓여 맥아즙을 만듭니다. 이 맥아즙에 효모를 넣고 발효시키면 알콜과 탄산이 생기면서 맥주가 되는 거지요. 잘 숙성시키고 깨끗하게 걸러내면 맥주 완성!(물론 간단히 써서 이 정도지, 이 과정들이 얼마나 복잡하고 어렵겠습니까 ^^)


다시 발효 과정으로 돌아갑니다. 맥아즙에 넣는 효모는 발효 온도에 따라 좀 높은 온도(16도 정도)에서 발효하는 효모가 있고 낮은 온도(10도 정도)에서 발효하는 효모가 있습니다. 높은 온도에서 발효하는 효모는 발효가 끝나면 맥주 위로 떠오르고, 낮은 온도에서 발효하는 효모는 가라앉는다는군요. 이 과정을 우리 말로 옮기려다 보니 상면발효, 하면발효 같은 괴상한(!) 용어를 쓸 수 밖에 없었나 봅니다. 


에일방식으로 만든 일본 부엉이표 맥주. 사무실에서 혼자!


상면발효 맥주는 탄산이 적은대신 묵직하고 부드러운 맛을 냅니다. 반면 하면발효 맥주는 탄산이 많고 시원하며 짜릿하지요. 상면발효 맥주를 에일이라 부르고 하면발효 맥주를 라거라고 합니다. 네, 우리나라 맥주에 붙은 라거는 상표가 아니라 맥주 제조 방식으로 구분한 명칭입니다. 


에일 맥주의 천국은 역시 영국이고요, 그래서 영국을 배경으로 한 웃는 남자에도 에일 얘기가 자연스레 등장하는 듯 싶습니다. 애당초 맥주는 사실 죄다 에일 방식이었을 겁니다. 라거 방식이 등장한 건 온도를 낮출 수 있는 냉장 기술이 있었기 때문이라 하거든요.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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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츠비와 칵테일 #3 - 민트 줄렙


"하지만 속옷이 축축한 뱀처럼 다리를 휘어 감고 땀방울이 등줄기를 시원하게 가르던 몸의 기억만은 생생하다. 이 생각은 욕실 다섯 개를 빌려 시원하게 냉수욕이나 하자는 데이지의 제안에서 비롯되어 <민트 줄렙을 마실만한 장소>라는 형태로 좀 더 구체화되었던 것이다."


- 위대한 개츠비, 스콧 피츠제랄드, 한애경 옮김, 열린책들 


찌는 듯이 무더운 어느 날, 데이지가 개츠비를 초대하고 톰은 진리키를 대접합니다. 그러나 더위에 지친 데이지는 자꾸 시내로 나가자고 조르고 그 과정에서 남편인 톰이 보는 앞에서 개츠비에게 마음을 고백하는 사고를 저지르고 말지요. 


"당신은 멋져요" 데이지가 다시 한 번 말했다. 

데이지는 개츠비에게 사랑한다고 말한 셈이었고 톰 뷰캐넌은 이를 알아차렸다. 그는 충격을 받았다. 


자, 분위기는 슬슬 대형 사고를 치기 직전으로 달아오릅니다. 빈정이 상한 톰은 시내로 나가자며 위스키 한 병을 챙겼고 일행은 차를 나눠 타고 데이지가 추천한대로 민트 줄렙을 마실만한 장소를 고르다가 플라자호텔 스위트룸으로 갑니다. 물론 그 과정에도 복잡한 이야기가 있었지만 생략. ㅋ 그리고 등장한 술이 민트 줄렙입니다. 


민트 줄렙은 이름처럼 민트를 넣은 칵테일입니다. 미국 남부에서 시작한 칵테일로 버번 위스키와 민트, 설탕으로 만들지요. 



온더락스 만한 잔에 위스키를 15ml 정도 붓고 민트 잎, 설탕 2스푼 정도를 넣은 후 잘 찧어줍니다(뭐, 머들러라는 전문 기구가 있으면 좋겠으나 없으면 나무 젓가락 뒤로 찧어도 됩니다 ^^). 적당히 찧고 설탕도 어느 정도 녹은 듯 하면(다 녹지 않아도 상관없습니다. 설탕 가루 남아 있는 게 또 나름 매력이니까요) 얼음으로(기왕이면 잘게 부순 얼음) 잔을 채우고 위스키를 30ml 더 붓습니다. 그리고 잘 저어준 후 민트 잎으로 장식하면 끝. 얼음이 적당히 녹아 시원한 느낌이 들 때까지 저으면 됩니다만, 뭐… 내키는대로 하시면 됩니다. 


이게 민트 줄렙입니다. 줄렙은 쓴 약을 먹은 후 마시는 달콤한 음료를 말하는 아라비아어랍니다(요건 인터넷 검색 ㅜㅜ). 


이름은 한없이 달콤해 보이나 위스키 45ml에 민트 잎과 설탕 밖에 들어가는 것이 없으므로 사실 꽤 독한 술입니다. 그래서 물이나 탄산수나 토닉워터를 부어 마시기도 합니다. 여튼 만만한 술이 아니어서 무더운 날 마시면 훅 올라올 것이 틀림없습니다. 게다가 위대한 개츠비에서는 그저 민트잎과 얼음으로만 만들 것을 암시합니다. 


"웨이터가 노크를 하더니 으깬 민트와 얼음을 들고 들어왔다."


여기서 제 고민은 왜 피츠제랄드가 하고 많은 술 중에 민트 줄렙을 골랐을까 하는 거였습니다. 말도 안되는 억측을 해보자면…


버번 위스키로 만든 민트 줄렙은 가장 미국적인 칵테일 중 하나다, 라고 얘기할 수도 있겠고, 데이지를 사이에 두고 톰과 개츠비가 다투는 장면을 자극하기엔 민트 줄렙의 독하면서도 달달한 맛이 잘 어울렸기 때문이겠다 라고도 생각합니다. 경계를 넘어선 사랑이란, 독하면서도 거부할 수 없을 만큼 달콤할테니까요. 뭐, 순전히 제 생각입니다. ^^  


그러나 결국 주인공들은 민트 줄렙은 입에 대지도 못한 채 파국을 향해 달려 갑니다. 사실 민트 줄렙을 마셨으면 그 비극적인 사고가 음주운전 때문이라고 우길 수도 있었을 텐데, 책에선 '위스키를 따지도 않았다'고 했으니 음주운전은 아니었겠네요. 


참고로 칵테일 레시피를 소개하면서 30ml다 45ml다 뭐 이런 얘기를 하는데, 이걸 어떻게 재서 마시란 말이냐, 하고 따지실 수 있겠습니다. 골치 아플 거 없습니다. 집에 양주잔 하나 정도는 다 있으시지요? 그게 한 잔에 30ml입니다. 그러니 30ml를 넣으려면 한 잔 넣으면 되고 45ml를 넣으려면 한 잔 반 넣으면 됩니다. ^^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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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츠비와 칵테일 #2 - 진리키

바로 그때 톰이 얼음이 가득 들어 찰랑거리는 진리키 넉잔을 들고 돌아왔다. 

개츠비가 자기 잔을 받아들었다. "정말 시원해 보이네요." 


- 위대한 개츠비, 스콧 피츠제랄드, 한애경 옮김, 열린책들 중에서


'이런 무더위 속에서는 불필요한 몸짓 하나하나가 평범한 일상을 모독하는 셈'이라고 작가가 썼을 정도로 무더운 여름에 이렇게 얼음이 찰랑거리는 칵테일은 상상만 해도 짜릿합니다. 그리고 등장하는 칵테일 이름은 다름 아닌 진리키. 


진 리키 Gin Rickey는 진(Gin)과 라임주스를 섞어 만든 단순한 칵테일입니다. 하이볼 편에서 소개한 하이볼 잔 같은 길고 넉넉한 잔에 얼음을 채우고 진 30 혹은 45ml를 부은 후에 라임 조각(흔히 웨지라고 부르는 ㅜㅜ)을 짜내고 그 라임을 그대로 잔에 넣습니다. 그리고 탄산수를 부어 잔을 가득 채우지요(이걸 풀업이라고 합니다). 살짝 저어(이건 스터라고 하고요) 그냥 시원하게 마시면 됩니다. 


원래 진 리키는 1880년대 미국 워싱턴의 슈메이커라는 바의 바텐더인 조지 윌리엄슨이란 사람이 만들었다 합니다. 처음엔 진이 아닌 버번 위스키를 썼다는군요. 이 술을 당시 유명한 로비스트인 조 리키 대령이란 사람이 좋아했대나 어쨌대나 해서 처음엔 조 리키라고 불렀는데요 베이스를 진으로 바꾸면서 술이 대박이 났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이름도 자연스레 진 리키가 되었겠지요(요건 영문 위키 검색 ^^).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사실 진 리키란 술을 제대로 맛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라임을 구하기 어려워서 그렇습니다. 즙이 넉넉한 라임을 아낌없이 짜 넣어야 하는데 호텔 바나 정말 유명한 칵테일 바가 아닌 이상 라임이 별로 없습니다. 게다가 솔직히 시원한 맛에 먹지, 칵테일로서 아주 짜릿하지도 않습니다. 라임이란 게 레몬 비스무레하게 시큼새콤한 맛이니까요. 그래서 최근 바텐더들은 달콤 쌉싸름한 맛을 내기 위해 이런 저런 부재료를 쓰기도 합니다. 


사실 저는 진 리키보다는 진 얘기를 더 하고 싶습니다. 우리나라에선 진을 그다지 많이 마시지 않는데 사실 이 진이 아주 훌륭한 술이거든요. 요즘 대형마트 술 코너에 가면 탠커레이, 탠커레이 넘버10, 봄베이 같은 진이 있는데요, 탠커레이 넘버 10 한 번 드셔보길 추천합니다. 솔향 같은 상큼하고 시원한 향에 그저 감탄하실 겁니다. 


진은 칵테일로 응용하기에 정말 좋은 술입니다. 진 자체도 훌륭하지만 다른 부재료와 너무 잘 어울리기 때문입니다. 진과 토닉워트를 1:2 취향에 따라 1:3으로 섞고 레몬 조각만 넣어도 훌륭한 진토닉이 됩니다. 흔히 진토닉을 무척 맛없는 칵테일로 알고 있는데 칵테일을 잘 모르는 술집 주인들이 싼 진에 김빠진 토닉워터를 써서 그런 겁니다. 탠커레이 넘버10 같은 진이라면 정말 훌륭한 진토닉을 누구나 만들 수 있습니다. ^^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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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츠비와 칵테일 #1 - 하이볼

"그래, 하이볼로 줘요."


- 위대한 개츠비, 스콧 피츠제랄드, 한애경 옮김, 열린책들 중에서. 


무더운 7월 하순, 개츠비는 닉을 데리고 마이어 울프심을 만나러 갑니다. 키가 작고 납작코인데다가 코털까지 무성한(!) 울프심은, 개츠비가 비록 도박사라고 소개는 하지만, 악명 높은 갱이었지요. 닉은 울프심이 1919년 월드시리즈를 조작했다는 얘기를 듣는 순간 '아찔한' 기분까지 느낍니다. 뭐 어쨌든. 이렇게 무서운 사람을 만날 땐 술 한 잔 마셔야 하지 않을까요. ㅋ 


이 셋이 만난 자리에서 웨이터가 권하는 칵테일이 하이볼입니다. 하이볼은 1자로 쭉 뻗은 긴 잔에 얼음을 채우고 위스키와 탄산수를 섞어 마시는 칵테일인데요, 얼음과 탄산수가 들어 있으니 아주 시원한 칵테일입니다. 여름에 마시기엔 그만인게죠. 얼음이 없던 시절에도 탄산수의 톡 쏘는 맛이 충분히 시원했을 겁니다. 위스키 30 혹은 45ml에 탄산수를 부어 가볍게 섞은 후 레몬 정도를 띄워 마시니까 만들기도 쉽고 위스키나 탄산수 종류에 따라 아주 다양한 맛을 낼 수 있지요. 



사진 속 하이볼은 어떤 작은 바에서 주문한 것인데요, 바텐더가 나름 자기만의 비법으로 만들었다고 자랑하던 버번 베이스 하이볼인데... 깜박 이름을 잊었다는 ㅜㅜ 잭다니엘과 꼬엥트로를 섞어서 잭의 독한 맛은 감추고 오렌지의 향긋한 맛을 잘 살렸더군요. 좋았습니다. 


한때 어떤 위스키 브랜드는 하이볼을 더 맛나게 마시는 방법이라며 자기네 위스키를 탄산수와 섞어 마셔라, 뭐 이런 프로모션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류의 칵테일을 왜 하이볼이라 부르냐 하면… 그 칵테일을 담는 길죽한 잔 이름이 하이볼 글래스라서 그렇습니다. 


여튼 더운 여름에 시원하게 마시기엔 딱 좋은 칵테일이 하이볼이지요. 하지만 술을 시원하게 마시려고만 하이볼 같은 칵테일을 만든 건 아닙니다. 위대한 개츠비의 배경인 1920년대는 금주법이 판치는 시대였지요(물론 위대한 개츠비 소설 속에서는 금주법 시대라는 걸 깨닫기 어려울 정도로 술 얘기가 많이 나오지만!). 몰래 술을 마시기에 칵테일은 참 좋은 방법이지요. 마치 물이나 주스를 마시는 것처럼 보이니까요. 실제로 미국에서 칵테일이 발달한 까닭이 금주법 때문이었다고들 합니다.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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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핸즈 2013.12.09 10:50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어떤 작은 바'의 사진이 낮이 익은데요? ㅋ 혹시 석촌호수 쪽의 카페루이 아닌가요?? ㅋㅋ

각자 따라 마시기에요 - 버번 위스키


"여러분 만나서 반가와요." 부인이 목쉰 소리로 인사했다. "커피를 드시겠어요, 아니면 한잔 하시겠어요?" 아내가 자랑스러운 듯, 데이킨의 눈에는 정겨운 빛이 감돌았다. 

"오다 보니 무척 춥던데요." 맥이 주섬주섬 말했다. 

순금 의치들이 반짝였다. "그러실 줄 알았어요. 한잔하면 나아질 거에요."

부인은 위스키 한 병과 칵테일용 컵 하나를 꺼냈다. "각자 따라 마시기에요. 술잔 높이보다 더 따를 수는 없으실 테죠."

술병과 잔이 돌았다. 데이킨 부인은 마지막으로 자기 잔을 단숨에 들이켜고는 술병의 마개를 닫고 도로 작은 찬장에 가져다 두었다. 


- 존 스타인벡, 의심스러운 싸움, 윤희기 옮김, 열린책들 중에서 


존 스타인벡의 의심스러운 싸움. 전 미국 역사를 잘 모르지만 ㅜㅜ 1930년 대 공산주의 운동이 한창인 시기의 이야기입니다. 


착취당하는 노동자를 모아 파업을 일으키려는 맥과 짐이 또 한 무리의 노동자들 지도자인 데이킨을 처음 만나러 갑니다. 때는 찬 바람이 부는 늦가을. 바람은 강하고 차지만 노동자들은 변변한 옷 조차도 없었겠죠. 꽤 추웠을 겁니다. 그때 데이킨 부인이 내놓는 건 위스키. 아마도 버번 위스키일 겁니다. 미국이니까요. 


알아서 취향껏 한잔씩만 따라 마시라고 말하는 데이킨 부인의 센스가 재밌습니다. 한잔씩 돌려 마셨다는 얘기만 읽어도 왠지 몸이 훈훈한 것 같은 느낌이 들지요. 그런데 저는 참, 이해안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 장면 뿐 아니라 서양 드라마 같은데 보면 남자들이 사무실에서 온더락스 잔에 얼음도 없이, 안주도 없이 쌩으로 위스키 한잔씩 따라 무슨 물이나 주스 마시듯 마시잖아요? 그런 장면이 하도 멋있어서 저도 사무실에서 좀 따라해 봤습니다만! 일단 한잔 드릴까요 하면 손님들이 놀라 까무러치고, 설령 드신다는 손님이 있어 같이 마셔도 그 독한 맛에 콜록 콜록 기침을 하기 마련입니다. 게다가 안주도 없이! 아무리 술을 좋아해도 저는 아직까지 그 경지는 아닌 듯. 그 술 맛있게 마시는 장면은 아무리 생각해도 술 회사들의 로비가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저 혼자 생각입니다. ㅋ 


버번 위스키 얘기를 좀 할까요. 위스키는 혹시 뭘로 만드는지 아세요? 술자리에서 제가 이렇게 물어보면 십중팔구는 거의 대답을 잘 못합니다. 원래 위스키는 보리로 만듭니다. 네, 맥주 만드는 그 보리요. 과정이 좀 복잡하긴 합니다만 보리를 발효하면 맥주가 되고, 증류하면 위스키가 됩니다. 그래서 보리로 만든 위스키를 몰트(Malt) 위스키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살다 보면 보리가 없을 때도 있잖아요? 원래는 위스키에 세금을 열 붙이니까 도망가서 보리 말고 다른 곡물로 만들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어쨌든 보리 대신 귀리, 호밀 같은 곡물로도 위스키를 만들었답니다. 그걸 그레인(Grain) 위스키라고 부르고요. 그런데 보리 위스키를 먹다 보니 곡물 위스키가 아무래도 좀 맛이 덜한 것 같아서 둘을 섞기 시작했대요. 그랬더니 가격대 성능비가 훌륭한 위스키가 태어났다 아닙니까. 그걸 섞었다고 해서 블렌디드 위스키라고 합니다. 발렌타인, 조니워커 같은 것들이 대표적인 섞은 위스키입니다. 


청교도들이 영국을 벗어나 미국에 딱 왔는데 보리가 있을 턱이 없지요. 가만 보니 옥수수 천국이더라 이겁니다. 말이 먹는 귀리(!)로도 술을 만드는데 옥수수로는 못 만드랴 싶어서 담았더니 아, 이게 또 나름 맛이 괜찮더라 이거지요. 이 술을 처음 만든 켄터키 주 버번 지역 이름을 따서 버번 위스키라 부르기 시작했답니다. 지금은 미국에서 나는 위스키를 그냥 버번 위스키라고 부르는데, 미국 알콜 관련 법에 버번이라고 부르려면 미국에서 만들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답니다. 



미국 하면 떠오르는 위스키 중 하나가 잭다니엘입니다. 짙은 갈색에 초콜릿 향을 뿌리는 이 술을, 저도 30대 초반엔 엄청 마셨습니다. 미국 술이니까 잭다니엘도 버번이라고 부르면 되겠거니 하지만, 잭다니엘은 테네시 위스키라고 합니다. 테네시 주에서 만들어서 그렀다는 건데요, 큰 차이는… 증류한 술을 사탕단풍나무를 태워 만든 숯으로 한 번 걸러낸다고 합니다. 그래서 초콜릿 같은 진한 향과 맛이 나는 거라고요.  


데이킨 부인이 내놓은 위스키를 버번일 거라고 추측한 건, 가난한 노동자들이 물건너온 비싼 스카치 위스키를 마시진 못했을 거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어쨌든 미국인들이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잘 견디도록 버번 위스키도 나름 한 몫하지 않았을까요? 미국이 버번에 대해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있는 건, 어쩌면 그런 이유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소주를, 엄청 구박하면서도, 여전히 사랑하는 것처럼요.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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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학 속 브랜디 #3, 이방인

"우리는 바깥으로 나왔다. 레몽은 내게 고급 브랜디를 한잔 사주었다. 그런 다음 그는 당구를 한판 치고 싶어 했다. 내가 아슬아슬하게 졌다. 게임이 끝난 후 레몽이…"


- 알베르 카뮈, 이방인, 김예령 옮김, 열린책들 


뫼르소는 동네 사람들이 포주라고 여기는 레몽과 친구가 됩니다. 남들이 다 흉보는 사람과 친구가 되는 까닭은 '안 그럴 이유가 없어서'였습니다. 어느 일요일 아침, 레몽이 자기 집에서 정부를 때리다가 경찰에게 수모를 당합니다. 경찰이 가고 난 후 레몽은 뫼르소에게 와서 이런 저런 하소연을 하고, 나중에 경찰서에 불려가면 증인이 되어 달라고 요청합니다. '아무래도 상관없는' 뫼르소는 그러기로 합니다. 급 기분이 좋아진 레몽이 뫼르소를 데리고 나가 비싼 브랜디를 사줍니다. 자기 편을 들어주는 뫼르소에게 한턱 쏘는 거지요. 그리고 2차로 당구를 치고 3차로 또 어디를 가자고 하지만 뫼로소는 거절합니다. 어째 노는 분위기가 한국 남자들하고 좀 비슷합니다. 세상 남자들은 다 똑같은 모양입니다. ㅋ 여튼. 


도대체 어떤 브랜디길래 고급 브랜디라고 했을까요? 다 아시는 것처럼 브랜디에는 VS, VSOP, XO 같은 등급이 있는데 레몽은 어떤 등급을 사줬을까요? 그건 모르겠고요. ^^ 


브랜디에는 몇 가지 등급이 있는데요, Bureau National Interprofessionnel du Cognac, 줄여서 BNIC, 우리 말로 하면 꼬냑국제사무국 정도로 해야할까요, 여기서 정의한 몇 가지 등급만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VS는 Very Special의 약자입니다. 증류한 후 오크통에서 최소 2년은 숙성시켜야 VS를 붙일 수 있습니다. 여기서 2년이란 기준이 중요한데요, 기준 일은 4월 1일입니다. 그러니 늦어도 3월 31일까지는 증류해서 통에 넣어야 하지요. 4월 1일 기준으로 통에 들어간 녀석은 Compte 0 즉 0살이고요, 이듬해 3월 31일 지나면 Compte 1 즉 한 살이 됩니다. 2년이란 Compte 2가 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Compte는 꽁뜨라고 읽으면 되겠고요 영어의 Count입니다. 


다음 VSOP는 Very Superior(혹은 Special) Old Pale의 약자입니다. 4년 이상 숙성, 즉 꽁뜨가 최소 4는 되어야 한다는 얘기지요. 여기서 왜 Very Light Colored 라는 뜻의 Pale 이란 말이 붙었느냐 하면요… 브랜디에 맛과 색깔을 넣으려고 설탕과 카라멜 같은 걸 첨가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1817년에 영국 왕실에서 그딴 거 넣지 않은 순수한 브랜디를 내놔라, 해서 Pale 이란 말을 갖다 붙였다는군요. 네, VSOP 급은 설탕이나 카라멜 같은 게 안 들어간 순수한 브랜디란 뜻입니다. 


마지막으로 XO는 Extra Old고요, 최소 6년 이상 숙성해야 이 등급을 붙일 수 있답니다. 그런데 이상하지요? 우리가 꼬냑 얘기들어 보면 20~30년은 기본이고 심지어는 70년 묵었다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겨우 6년 이상 숙성했는데 XO급이라는게 좀 이해가 안됩니다. 



일단 '최소'라는 표현에 집중합니다. 최소라는 말은 적어도 이 정도는 되어야 붙일 수 있다는 말이겠지요. 실제로 제조사들은 그보다 훨씬 오래 숙성시켜 브랜디를 만듭니다. XO급은 적어도 20년에서 많게는 70년 혹은 그 이상 숙성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요. 그런데 왜 기준 년도를 이렇게 낮게 매겨놨을까요? 


브랜디는 포도를 발효시켜 와인을 만든 후 이 와인을 증류해 만듭니다(아, 물론 좀 더 복잡한데 그냥 단순하게 요약하자면 ^^). 이 와인을 오크 통에 넣고 숙성시키는 거지요. 그런데 이 포도라는 녀석이 매년 품질이 똑같지 않습니다. 어떤 때는 좋고, 또 어떤 때는 나쁘고… 그러다 보니 언제 포도를 썼느냐가 중요하고 포도에 따라 품질이 달라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불규칙한 품질은 물론 알콜 도수나 색깔 등등을 맞추기 위해 여러 통의 브랜디 원액을 섞어 최종 상품을 만듭니다. 오래 숙성한 브랜디는 40% 이상 날라가기 때문에 양이 줄어들기도 합니다. 양이 줄어든다는 얘기는 무척 비싸다는 말과 같습니다. 그래서 좀 덜 숙성한 브랜디를 타서 양을 늘리기도 합니다. 이 과정을 섞다라는 뜻의 블렌딩이라고 부르고 블렌딩 하는 사람을 마스터 블렌더라고 부릅니다. 당연히 블렌딩은 회사의 핵심 기술일 수 밖에 없어 마스터 블렌더는 대부분 오너가 겸임합니다. 


여러 통을 섞다 보면 오래 숙성한 것도 있고 좀 덜 숙성한 것도 있고 이제 막 통에 넣은 것도 있겠지요. 이때 가장 덜 숙성한, 어린 브랜디를 기준으로 등급을 매깁니다. 30년 묵은 브랜디에 2년짜리 브랜디를 섞어버리면 VS급이 된다는 겁니다. 그래서 XO급이 되려면 적어도 6년 이상 묵은 브랜디를 섞어야 한다 이런 원칙인 게지요. 그런데 대부분 브랜디 업체들은 가장 오래된 브랜디 햇수만 얘기하지 어린 브랜디 햇수는 얘기 안합니다. ^^ 


물론 섞지 않고 한 통의 브랜디 원액을 그대로 내놓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싱글 몰트처럼 싱글 브랜디 비슷하게 부르기는 한데 워낙 비싸서 만들지도 않고 당연히 구하기도 어렵답니다. 


참고로 여기 말한 등급 말고도 제조사 별로 엄청 많은 등급 표시가 있습니다. 나폴레옹 시대에 열나 풍년이 들어 좋은 포도가 나와 그때 만든 버전을 나폴레옹이라고 불렀다고 해서 생긴 나폴레옹 등급, XO 보다 한 등급 위로 치는 Extra 등급… 특별히 남겨뒀다 해서 리저브 등급… 다 업체의 마케팅에서 생겨난 것들이라 보시면 됩니다. 실제로 나폴레옹은 VSOP와 XO 사이 정도라고 합니다만. 


마지막으로 유명한 브랜디는 죄다 꼬냑인데 브랜디 관련 용어는 죄다 영어입니다. 이건 영국 사람들이 브랜디를 엄청 사 먹었기 때문이랍니다. 돈 내는 사람이 왕인게지요 뭐.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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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학 속 브랜디 #2, 적과 흑

스탕달의 적과 흑. 사랑이란 걸 처음하는 쥘리앵과 레날 부인의 줄다리기가 옛날 생각나게(!) 만듭니다. ^^ 사랑하는 마음과 미워하는 마음이 서로 교차하는 그 복잡한 감정을 스탕달이 잘 그려냈다고 생각합니다. 


기껏해야 샴페인, 포도주(특히 말라가 와인) 얘기가 좀 나오는데요, 사실 저는 와인은 잘 모르고, 좋아하지도 않고, 마실 일도 없어서 ^^ 뭐 딱히 할 얘기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책 뒤쪽에 이런 장면이 나옵니다.  


"결투는 순식간에 끝났다. 총알 한 발이 쥘리앵의 팔을 맞혔다. 그들은 쥘리앵의 다친 팔을 손수건으로 동여매고 그 위로 브랜디를 흠뻑 부었다. 기사 보부아지는 자신의 마차로 쥘리앵을 집까지 바래다주고 싶다고 정중하게 말했다. 쥘리앵이 라 몰 저택을 대자 이 젊은 외교관과 친구는 뭔가 눈짓을 주고 받았다."


- 스탕달, 적과 흑(하), 열린책들 


라 몰 후작 댁에서 지내게 된 쥘리앵이 어느 날 파리 시내에 나갔다가 비를 피하느라 어느 카페로 들어갑니다. 그런데 거기서 왠 인상 드런 사내와 마주치지요. 그 사내가 쥘리앵을 빤히 쳐다보는데 쥘리앵은 이 시선에서 열나 모욕을 느낍니다. 그래서 왜 쳐다 보냐? 한 마디 했더니 상대가 욕설을 했다 이거지요. 젊은 혈기로 쥘리앵은 결투를 신청하고 사내는 명함 몇 장을 집어던집니다. 다음 날 명함에 있는 주소로 찾아간 쥘리앵은 정작 명함 당사자는 어제 그 사내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황당해하고는 결투 없이 물러나려는데, 아, 그 집 마부가 범인이었습니다. 마부가 주인 명함을 던진 거지요. 명함 주인은 마부를 쫓아내지만 자기가 데리고 있던 사람이 벌인 일은 자기가 수습해야 한다고 잘난 뽕을 떨어 결국 쥘리앵과 명함 주인 기사 보부아지가 결투를 합니다. 뭐, 결과는 싱겁습니다. 쥘리앵이 한 방 맞고 끝. 이 상처에 기사는 브랜디를 콸콸 쏟아 붓습니다. 


이 장면은 서부 영화나 전쟁 영화 같은 데서 많이 보셨을 겁니다. 총 맞은 상처에 위스키를 콸콸 붓고 열나 괴로워하는 장면 말이지요. 뭐 지금은 40도 정도지만 그땐 도수가 47-8도 정도 되지 않았을까 싶은데 여튼 의약품이 발달하지 않은 시대에 소독용으로는 아주 좋았겠지요. 브랜디는 먹는 약 대신으로도 쓰였지만 상처를 소독하는데도 쓰였습니다. 상비약인 셈이지요. 그래서 사람들은 브랜디를 항상 들고 다녔을 겁니다. 뭐 마시기도 하고, 응급약으로도 쓰고. ^^ 


심심해서 넣은 Camus XO ^^


이건 좀 뻔한 얘기고 ^^ 다시 브랜디 얘기를 조금 더 하면… 발효시킨 와인을 잘 마시던 사람들이 왜 브랜디를 만들었을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몇 가지 설이 있는데요. 


첫째는 세금 문제입니다. 옛날에도 세금 뜯기 가장 좋은 방법이 술에 세금을 붙이는 거였습니다. 와인에 세금을 좀 세게 붙이니까 와인을 끓여 브랜디를 만든 거지요. 뭐, 몰트 위스키에 세금을 열나 붙이니까 보리 말고 다른 곡식으로 위스키를 만든 것과 비슷한 맥락일 겁니다. 사실 우리나라 맥주나 소주가 너무 일관성 있게(!) 된 것도 사실 우리나라 주세 관련 법 때문이기도 합니다. ^^ 


둘째는 보관과 유통 때문입니다. 냉장 시설이 없을 때니 발효주는 상하기 쉬운데 증류주는 상하지 않으니까 오래 보관하고 멀리 유통하려고 끓였다는 겁니다. 실제로 포트와인 같은 경우도 포르투갈에서 영국까지 보내야 하는데 이 동안 상하니까 브랜디를 조금 섞었다는 거지요. 그랬더니 얼라, 더 맛있더라, 그래서 태어났다고들 합니다. 


셋째는 남은 와인을 어떻게 처분할까 고민하다가 끓였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사실 보관 문제하고도 연관있습니다. 남은 와인 버릴 수도 없고, 이 상태론 보관할 수도 없어서 증류했다는 거지요. 


뭐 여러가지 설이 있겠으나 전 이 세 가지가 다 적당히 섞여 브랜디가 탄생했을 거라고 봅니다(쓰고나니 몹시 당연한 얘기이긴 하지만요 ^^) 


다음에 상처날 땐 후시딘 대신 브랜디를 한 번 뿌려볼까 뭐 그런 쓸데없는 생각도 해봅니다. 다음에는 브랜디 등급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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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학 속 브랜디 #1, 순수의 시대

"그는 아내의 얼굴이 몹시 창백한 것을 보고 브랜디를 좀 마시겠느냐고 물었다."


- 이디스 워튼, 순수의 시대, 열린책들 중에서 


아처는 엘렌을 사랑하는 자기 마음을 아내인 메이에게 고백해야겠다는 열망에 빠집니다. 아, 하지만 아처는 메이가 이미 그 마음을 다 알고 있다는 사실을 모릅니다. 남자들, 대개 다 이렇습니다. ㅜㅜ 오페라 극장에서 서둘러 메이를 데리고 오던 길, 메이는 마차에 걸려 넘어지고 결혼식 때 입었던 드레스를 찢어 먹고 맙니다. 마치 그들의 결혼에 흠집이 나기 시작한 것처럼. 집에 올라온 아처는 메이의 표정이 창백하다 생각하고 브랜디를 마시겠냐고 권합니다. 어쩌면 아처 스스로 마시고 싶었을 지도 모릅니다. 순전하고 예쁜 아내에게 다른 여자를 사랑한다고 고백해야 할 판이니까요. 과연 아처는 고백을 했을까요? 


브랜디를 마셨다는 얘기는 안 나오니까, 아마 고백 못 했을 겁니다…(라고 쓰자니, 스포일러도 아니고 참 ㅜㅜ) 여튼, 중요한 건 창백한 메이에게 브랜디를 권했다는 겁니다. 


실제로 약품이 발달하지 못한 시대엔 술이 의약품 역할을 꽤 했습니다. 위스키의 어원이 '생명의 물'에서 시작된 것이라는 걸 감안하면 이 묘한 액체를 사람들이 처음에 어떻게 대했는지 짐작할 수 있겠지요. 위스키는 물론 브랜디, 맥주도 약으로 쓰였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특히 진은 아예 의약품으로 개발된 술이기도 하지요. 만화에도 꽤 등장하는 알프스 구조견 세인트 버나드는 목에 통을 하나씩 매고 다니는데 그 통에 브랜디가 들어 있답니다. 추위에 얼어 죽기 직전인 사람들에게 브랜디는 몸을 녹여주는 대단한 효과가 있어서 일겁니다. 


출처. http://tvtropes.org/pmwiki/pmwiki.php/Main/SaintBernardRescuehttp://tvtropes.org/pmwiki/pmwiki.php/Main/SaintBernardRescue


브랜디는 과일을 증류해서 만든 술입니다. 곡식을 증류하면 위스키, 과일을 증류하면 브랜디, 이렇게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아, 물론 곡식이나 과일을 발효 시키는 과정이 먼저 필요하지만, 재료에 따라서 이렇다는 거지요. 기회가 되면 증류 과정도 알아보겠습니다. 


포도를 증류해 만든 꼬냑이 대표적인 브랜디입니다. 그러니까 꼬냑은 브랜디의 한 종류라고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워낙 꼬냑이 유명해서 꼬냑 = 브랜디 라고 알기도 하는데요, 뭐, 이런 표현이 있더랍니다. 


모든 꼬냑은 브랜디지만 모든 브랜디가 꼬냑은 아니다. 


브랜디라는 이름은 네덜란드 사람들이 프랑스에서 포도 증류주를 수입하면서 태운 포도주(증류했으니 이렇게 부를 수도 있지요. 사실 소주도 태워 만든 술이란 뜻이니까요 ^^) 라는 뜻의 '브란데 웨인'이라고 불렀는데 이게 영국으로 넘어가서 브랜디가 됐다고 합니다. ^^ 



꼬냑은 프랑스 꼬냑 지방에서 생산한 브랜디를 부르는 말이고요, 마찬가지로 아르마냑 지방에서 생산한 넘들은 아르마냑이라고 부릅니다. 아르마냑이 꼬냑보다 150년 정도 앞서 만들었다고 하는데, 사람들은 아르마냑 보다 꼬냑을 더 쳐주기는 합니다. 아, 참고로 아르마냑 지방은 예전엔 가스코뉴족이 살았던 곳이라 가스코뉴라고도 부르는데요… 가스코뉴, 왠지 낯이 익지요? 삼총사에 나오는 달타냥이 요기 출신입니다.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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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seanjk.com BlogIcon sean 2013.03.29 18:00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정말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하나하나 꼼꼼히 읽어볼께요. : )

위대한 개츠비 그리고 민트 줄렙

괜히 그런 날이 있어. 

소설 속 주인공이 되고 싶은 날. 

어차피 주인공처럼 멋지진 않으니 

주인공을 따라 술이나 마실 수 밖에. 


위대한 개츠비를 읽다가 

민트 줄렙을 만났어. 


하지만 속옷이 축축한 뱀처럼 다리를 휘어 감고 

땀방울이 등줄기를 시원하게 가르던 몸의 기억만은 생생하다. 

이 생각은 욕실 다섯 개를 빌려 

시원하게 냉수욕이나 하자는 데이지의 제안에서 비롯되어 

<민트 줄렙을 마실만한 장소>라는 형태로 좀 더 구체화되었던 것이다.


소설 속 장면은 멋지지 않아. 

옛 연인인 개츠비와 데이지, 그리고 데이지 남편 톰. 

아슬한 삼각관계가 정면 충돌하기 직전. 

숨막히는 긴장감과 짓누르는 더위 때문인지 

데이지는 민트 줄렙을 마시자고 그러지. 


민트 줄렙 


버번 위스키 45ml

민트

설탕


버번 위스키와 민트 잎, 설탕을 잘 찧고 

얼음으로 잔을 채워 만든 

정말 미국스러운 칵테일. 


날씨가 덥진 않았지만 

왠지 민트 줄렙이 땡겼어. 



가끔 가지만 그닥 좋아하지 않는 바에서 

민트 줄렙을 시켰지. 

강한 버번향, 상큼한 민트

독한 맛 뒤에 묻어나는 설탕의 달콤함. 

그런데 솔직히 맘에 안 들었어. 


어랏? 이게 왜이래? 하고 베이스를 확인했더니 

짐빔 화이트로 만들었다더군. 

짐빔, 어릴 때 몇 번 마셨는데 

그럴 때 마다 아팠거든. 그래서 싫어해. 


베이스를 확인하지 않은 건 내 실수니까 

굳이 따지진 않았고 그냥 조금 남겼어. 

언제나 그렇듯이 

민트 줄렙 만으로 끝나진 않으니까. 


뭐 어때. 

가끔 실수로 싫어하는 술도 마시는 거 

이런 게 사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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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날엔 라프로익

괜히 그런 날이 있어. 

정말 슬픈 날. 


사람으로도, 

다른 어떤 무엇으로도 위로 받을 수 없고 

그저 혼자 마음 속으로 꾹꾹 

치미는 슬픔을 눌러야 하는 날. 


맥주거품처럼 밀고 오르는 슬픔을 

더는 누르기 힘들어 누군가를 불러내고 말았다. 

혼자선 더 이상 이겨낼 자신이 없었으므로. 


이런 날엔 술만큼 도움되는 것도 없다. 


잘 아는 바에 앉아

가장 슬픈 날엔 뭘 마시면 좋겠냐 

되도 않는 청승을 떨다 

라프로익을 시켰다. 


많이 드실래요?

아니요. 한 잔만요. 


바텐더는 라프로익 쿼터 캐스크를 권했다. 

작은 통에서 숙성해 맛이 더 진하다는 설명과 함께. 


라프로익 쿼터 캐스크 

싱글몰트

스코틀랜드 아일라 

48도 

온더락 대신 스트레이트로. 


라프로익. 

흔히들 스모키 하다고 하고 

누군가는 소독약 같다 하고 

더 심한 누군가는 락스 같다지만 

이 날 만큼은, 제단에 피운 향 같았다. 



잔을 들어 빙빙 돌리면 올라오는 향기가 

목구멍이 켁, 하도록 스며드는 그 향기가 

슬플 땐 더 울어도 된다고 

그렇게 나를 다독이는 듯 싶었다. 


울진 않았다.

대신 취했다.  


이런 게 사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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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philomedia.tistory.com BlogIcon 필로스 2012.11.21 15:32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분위기가 전해 오는군.. 레이토피아에 글이 다시 올라오니 반갑구려...

  • 2013.02.26 06:10 ADDR 수정/삭제 답글

    비밀댓글입니다

데킬라 선라이즈, 이글스, 칵테일이 끌리는 날

그런 날이 있다.
이글스의 거칠거칠하면서도
은근히 애절한 노래가 땡기는 날.

호텔 캘리포니아나 데스페라도도 좋지만
이런 날엔 데킬라 선라이즈다.

한 남자가 바에 앉았다.
그가 주문한 건 또 다른 데킬라 선라이즈.

하루 일을 마친 남자는
잦아드는 노을을 바라 본다.

그리고 떠오르는 한 여자.
가슴은 아려오지만
남자는 용기를 내려고
한 잔을 더 주문한다.

It's another tequila sunrise
Starin' slowly 'cross the sky, said goodbye
He was just a hired hand
Workin' on the dreams he planned to try
The days go by

Ev'ry night when the sun goes down
Just another lonely boy in town
And she's out runnin' 'round

She wasn't just another woman
And I couldn't keep from comin' on
It's been so long
Oh, and it's a hollow feelin' when
It comes down to dealin' friends
It never ends

Take another shot of courage
Wonder why the right words never come
You just get numb
It's another tequila sunrise,this old world
still looks the same,
Another frame, mm..

참고로 이 데킬라 선라이즈는 멜론에서 19금이다.
요즘 딸 아이가 데스페라도와 호텔 캘리포니아에 빠져 있어
데킬라 선라이즈 들려주려 했더니, 딸 아이 폰에서는 안된다는!
술 이름 들어갔다고 19금 판정 내리는 양반들, 도대체 뭐하는 분들인가. ㅉㅉ


DVD로 혼자 보면 멍때리기 진짜 좋은 Hell Freezes Over 버전


아저씨들을 위한 노래방 버전

데킬라 선라이즈.
데킬라 30ml ~ 45ml (양주잔 하나 혹은 하나 반)
맛있는 오렌지 주스 300ml
그레나딘 시럽

맥주잔보다 좀 더 긴 잔에 얼음을 채우고
데킬라를 양주잔으로 한 잔 붓는다.
데킬라를 좋아한다면 반 잔 더.
오렌지 주스로 잔을 채우고
(주스가 맛있어야, 데킬라 선라이즈가 맛있다. 당연한 걸!)
그레나딘 시럽을 한 숟가락 정도
잔 위에 떨어뜨린다.

어떻게 마시냐고?
아무렇게나 마셔도 되나,
먼저 눈으로 색깔을 즐기고
붉게 타는 노을을 상상하면서
한 여자를 생각하고는…
빨대로 잘 저어 마신다.

이런 게 사는 거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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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2011.11.02 17:00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퇴근길 딱 한 잔 하고 싶은 그런날! 칵테일 한 잔 마실 수 있다면 정말 좋겠어요...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1.11.03 10:14 신고 수정/삭제

      진짜 우리나라에선
      그런 바 찾기가 너무 어려워요.

      딱 한 잔만 하고 가도 좋은
      그런 바를 찾으면 꼭 알려주세요 ㅋ

  • 제임스 레몬트리 2011.11.15 11:39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강남에 여기 괜찮데요. http://blog.naver.com/ram90?Redirect=Log&logNo=142543621

    근데, 저도 데킬라선라이즈 좋아하는데... 오렌지주스맛나는 허접한 칵테일만 마셔봤네요. 전 동명의 영화를 좋아해서 좋아하는데...

기네스가 맥주인 건 몰라도 책인 건 알지

1945년 기네스는 건축 엔지니어 출신이고 행정 전문가인
휴 비버 Hugh Beaver를 Manage Director로 영입한다.
기네스 역사에서 맥주를 만들어 본 적 없는 사람이 경영자가 된 건 처음이라고.
그러나 비버는 시대를 정확히 꿰뚫어 볼 줄 알았던 사람.
앞으로 다가올 변화에 맞춰 회사를 개혁하고 중요한 시설에 아낌없이 투자한다.
전쟁이 끝나고, 미국 금주법도 폐지되고, 때마춰 진행한 기네스 광고 덕분에
기네스 매출은 침체기를 딛고 성장하기 시작했다.
(이건 뭐 중요한 얘기는 아니다)

1951년, 휴 비버가 친구와 함께 사냥하러 나갔다.
사냥 도중에(아마도 새를 잡다가 무쟈게 놓친 모양이다)
어떤 새가 제일 빠른지 논쟁을 하기 시작했다.
아마도, 다들 자기가 놓친 새가 제일 빨랐다고 주장했겠지.
휴 비버는 골든 플로버가 제일 빨랐다고 주장한 모양이다.
자기 주장을 뒷받침 하려고
온갖 자료를 찾아봤으나 답을 찾지 못한 휴 비버는
술집에서 사람들이 이런 문제로 잘 싸운다는 점에 생각해
누가 일등인지 결과를 모은 책을 만들어 술집에 갖다 두면
기네스 홍보에도 꽤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맥주 잘 팔아 먹으려고 만들었다는 얘기다).

사무실에 있는 기네스 북 밀레니엄 버전 ㅋ

누군가가 휴 비버의 생각을 구현할 만한 사람으로
노리스와 로스 맥훠터라는 쌍둥이 형제를 추천했다.
스포츠 전문 기자(원래 이 바닥에 있는 분들이 아는게 많지 ㅋ) 출신에다가
신기한 거라면 무조건 뛰어들 20대였던 형제는
곧바로 이 책을 만들기로 했고
1954년, 간단한 유인물 형태로
제일 첫 기네스 북이 태어났다.

그런데 대박!
유인물 수준이었던 기네스 북이 다음 해 베스트셀러 1등이 됐고
1956년엔 미국까지 가서 7천부 넘게 팔렸단다.

승승장구, 전 세계의 기록을 다루도록 성장한 기네스 북 덕에
기네스가 맥주인지 모르는 사람들도
기네스 북이 뭔지는 다 알게 됐다.
기업이 책을 만들면 얻을 수 있는 이점이 바로 이거다.

기네스북 밀레니엄 버전에 실린 폴

잠깐 퀴즈 하나 낼까?
기네스 북 밀레니엄 버전엔 폴 매카트니가 있는데, 뭐 땀시 저기 올라가 있을까?
그것도 올라간 분야가... Internet 이라는.
퀴즈 2. 폴 매카트니 아저씨 뒤에 보이는 저 핫(!)한 언니는
왜 인터넷 분야에 올라가 있을까? ㅋ
하지만 지금 기네스 북을 만드는 곳은 기네스가 아니다.
1997년 기네스가 그랜드 메트로폴리탄과 합병해 디아이지오가 되면서
(우리나라에 양주 열나 많이 파는 그 디아이지오 맞다)
기네스 북은 자연스레 디아이지오로 넘어갔다.
2001년 디아이지오는 다시 기네스 북을 굴레인 엔터테인먼트에 팔고
2002년 굴레인 엔터테인먼트는 HIT 엔터테인먼트에 판다.

어쨌거나, 경영자가 심심풀이로 생각한 아이디어가
고객을 위한 서비스로 거듭나면서
대박을 냈다는 점을 생각하면
백날 내 물건 좋다고 해 봐야 소용 없는 일.
물건보다는 물건에 담긴 콘텐츠와 문화를 팔아야
대박이 나는 법이다.

기네스, 참 배울 것 많은 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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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게티, 페로니, 괜히 느끼한 날엔

그런 날이 있다.

왠지 느끼한 게 먹고 싶은 날.
기름지고, 끈적하고 그러면서도 고소한 맛이 도는
뭐, 그런 게 먹고 싶은 날.
느끼하다는 건, 썩 좋은 뜻은 아닐진대
그 속에도 맛이 들어 있으니 참, 신기한 일이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느끼한 음식은 다르겠으나
이 날 따라 끌린 건 바로 스파게티.
토마토 소스로 매콤하게 볶아낸 스파게티 말고
걸쭉한 크림에 담긴, 크림 소스 스파게티 말이다.

그리고 스파게티 파트너는, 맥주.

‘라거’하면 우리는 맥주 상표를 떠올리지만
사실 라거는 낮은 온도에서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는 맥주라는 뜻이다.
혹은 하면뱔효 맥주라고도 한다.
하면발효는 글자 그대로, 아래쪽에서 발효하는 맥주다.
그럼 상면발효는, 위에서 발효하는 맥주네? 맞다.
하면뱔효와 상면발효의 차이점은, 효모다.
하면뱔효 맥주 효모는 발효가 끝나면 가라앉고
상면발효 맥주 효모는 발효가 끝나면 떠오른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가라앉거나 뜨는 효모가 다른 점은 발효 온도다.
하면발효 맥주는 낮은 온도에서 발효하기 때문에 시원하고 깔끔한 맛이 있고
상면발효 맥주는 높은 온도에서 발효하기 때문에 걸죽하고 묵직한 맛이 있다.
맥주가 처음 태어날 땐 다 상면발효 맥주였다.
왜? 그땐 냉장 시설이 없었으니까.

스파게티엔 와인 아냐?
누군가 이렇게 말할 법도 싶지만, 와인을 썩 좋아하지 않는 나는
당당하게 맥주를 주문한다. 아무래도 걸쭉한 상면발효 맥주보다는
시원하고 톡 쏘는 하면발효 맥주가 좋겠지. 이 집엔, ‘페로니’가 있다.

페로니는 이탈리아 맥주다. 어쩐지 스파게티와 정말 잘 어울릴 듯 하지 않은가?
마치 삼겹살엔 우리 맥주가 잘 어울리는 것처럼!

오징어 먹물을 넣은 스파게티와 맥주.
맥주는, 한입에 시원하게 털어 넣는 것이 제맛이라지만
가끔은 반주로 입을 적시고
느끼한 맛을 덜어주는데도 그만이다.

살다 보면 원하든 원하지 않든
느끼한 사람, 느끼한 일을 만나, 속이 더부룩할 때가 있다.
그럴 땐, 그저 시원한 맥주 한 잔. 그렇게 털어버릴 뿐. 

이런 게 사는 거다. ㅋ

스파소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93-2
02-3445-8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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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술, 부대찌개, 겁을 잊은 날

그런 날이 있다.

점심때, 배가 고프면서도
괜스레 힘이 넘치는 날.
전날 뭔가 큰 건을 잘 해결했거나
놀러 가기 바로 직전 기분이 드는 날.

이렇게 기분이 살짝 업된 날은
낮술 땡기는 법이다.
그리고 뭐니 뭐니해도 낮술에 잘 어울리는 메뉴는 찌개다.
그것도 부대찌개.


소주가 화학주야?
주정에 물을 타서 만드는 게 소주다.
알콜 도수 95도 쯤 되는 주정은
그냥 알콜이라고도 부른다.
그러니까 알콜에 물을 탄 게 소주인 셈이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우리 먹는 소주가 화학식으로 인공 개발한 술인 줄 안다.
소주는, 곡물을 발효하고 증류해 만든 주정에 물을 타서 만든다.
(이 과정이 화학 아니냐고?)
(그럼 뭐 나도 할 말 없다 ㅜㅜ)

누구 소주 마실 사람?
옳다꾸나 손드는 사람
눈치보며 손드는 사람
마지못해 손드는 사람
저마다 반응은 제각각이나
오늘은 다들 겁을 잊고 싶은가 보다.

여기 소주도 한 병 주세요.
그런데 손님 밥상 챙기느라 정신 없는 아주머니는
정작 소주 갖다 줄 생각을 안 한다.
낮부터 소주를 재촉할 수도 없고 ㅋ
 
고기나 회도 좋지만
뭐니 뭐니 해도 소주엔 국물 안주가 최고다.
하긴, 누군가는 그랬다.
탄수화물이 제일 좋은 안주라고.
그 말이 맞는다면 점심에 마시는 소주엔
더할나위 없이 좋은 안주가 있는 셈이다.

어느 틈에 식사는 끝나고
잔도 비었다.
일어서는 기분이 어쩐지 아쉽지만
살짝 흥분되는 게
오후에 해야 할 일 걱정도 사라지고
일거리 어찌 됐나는 클라이언트의 확인 전화도 안 무섭다.

그래, 돈 버는 것도 좋지만
나도 기 좀 펴고 살자.

이런 게 사는 거다. ㅋ

의정부정통부대찌개
서울시 송파구 삼전동 132-13
02-416-6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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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pp19in.egloos.com BlogIcon 뽀다아빠 네모 2011.10.13 17:43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ㅋㅋ 아쉽겠네요. 낮 술이라...일해야하니...쬐금 드셨겠네요...^^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1.10.14 09:12 신고 수정/삭제

      ㅋㅋ 잘 지내시는가?
      얼굴 다 까먹긌다 ㅋㅋ

  • Favicon of http://redmato.com BlogIcon 호련 2011.10.14 02:18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이런 게 사는 거다' 좋네요.... ^^

  • 뒷땅.... 2011.10.14 09:55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음......어디서? 불러봐봐 행님아..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1.10.14 10:01 신고 수정/삭제

      ㅎㅎㅎ 오늘 낮에도
      비 핑계 대고 먹자고? ㅋ

소주, 매운전복찜, 전복라면

그런 날이 있다.

정말 안 풀리던 일 때문에 며칠 머리 아팠는데
드디어 실마리를 찾은 날.
일이 다 해결된 건 아니지만
이제 풀 수 있겠다 싶은 생각에 한없이 마음 편한 날.
어제가 그런 날이었다.
이런 날 마셔야지.
오늘은, 소주.

맥주는 보리로 만든다. 와인은 포도로. 그럼 위스키는?
여기서 보리라고 답하는 사람은 술 좀 아는 사람이다.
(물론 모든 맥주나 위스키를 다 보리로 만드는 건 아니다.
대표적으로 그렇단 말이지. 흥)
그런데 소주는? (비싼 소주 말고 참이슬 같은 거!)
소주는 95%쯤 되는 알콜인 주정에 물을 타서 희석해 만든다.
그래서 희석식 소주다.
그럼 주정은 뭘로 만드나?
쌀, 보리, 고구마 같은 곡식을 발효시켜 만든다.
결국 이런 저런 곡식으로 만든 게 소주란 얘기지.

매콤한 전복찜.
양식 전복은 뭐가 어쩌니 저쩌니해도
양식이 아니었으면 전복을 이리 자주 먹지도 못했겠지.
그런데 이 집.
이름만 매운전복찜이지, 하나도 안 맵다.
매운전복찜이 왜 안 맵냐 했더니
손님들이 덜 맵게 해 달래서 매운 맛을 낮췄단다.

아니, 매운게 싫으면 매운전복찜을 시키지 말지
매운 거 시켜놓고 맵다고 투덜대는 건 도대체 무슨 심뽀람.

특별히 맵게 해 달랬는데도
별로 안 맵다. ㅜㅜ

그래도 좋아.
어느새 사라진 소주 한 병.
밥을 볶아 먹을까 하다가 흔치 않은 메뉴 전복 라면이 있길래
시켜봤다.

라면에 꼴랑 전복 한 개.
그래도 남은 소주 털어 넣고 입 가심 하기엔
라면 국물 진짜 좋다.

이런 게 사는 거다. ㅋ

마시마니
서울시 송파구 방이동 71-2
02-418-88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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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krlai.com BlogIcon 시앙라이 2011.10.12 11:08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이 얼마만에 포스팅인지 모르겠네요^^
    다녀와서 인사드리겠습니다^.^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1.10.12 11:09 신고 수정/삭제

      그려 축하하네.
      맘 같아선 달려가고 싶으나
      멀리서 마음만 전할께 ^^

      댜녀와서 진하게 한 잔 하시자고~ ^^

  • Favicon of http://pp19in.egloos.com BlogIcon 뽀다아빠 네모 2011.10.13 17:41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오늘 정말 매운게 땡기네요...그리고...저 전복라면을, 전 통영에 가서 직집 끓여 먹어줬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