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을 깨고 세상을 다르게 보렴

요즘 세상에서 가장 돈 잘 버는 능력이 뭔지 아세요? 사기 치는 거 말고, 로또 잘 사는 거 말고, 이벤트 당첨되는 거 말고요. ^^ 저는 그 능력이 ‘창의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남들과 다르게 보는 관점, 다르게 생각하는 방식. 창의력으로 대박 난 인물이 바로 스티브 잡스 아닐까요. 똑같은 서비스, 똑같은 상품을 남들과 전혀 다르게 만들어냈으니까요. 

창의력이 중요하다는 사실,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학교에서도 잘 압니다. 그런데 학교 현실은 이렇습니다. 

머리 모양은 파마를 해서는 안 되고 길이는 가슴에 찬 이름표까지. 머리띠를 하더라도 컬러는 안 되고 검은색 위주. 추울 때 교복 위에 있는 점퍼도 화려한 컬러가 있으면 안 됨. 겨울 치마엔 검정 스타킹을 신고 양말을 덧대어 신는다. 

무슨 소리냐고요? 저희 딸 아이가 다니는 중학교 복장 규정입니다. 제가 지어낸 것이 아니라, 학교에서 온 가정통지문에 이런 식으로 쓰여 있습니다. 다른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우리 딸 아이 학교가 좀 유별나긴 한 모양입니다만, 어쨌든 이런 식으로 아이들을 똑같은 모양으로 만들려는 건, 이 학교나 저 학교 그리 다르지 않습니다. 

네, 제가 무슨 얘기 하려는지 눈치채셨지요? 아이들을 똑같이 만들면서, 똑같이 생각하게 틀 안에 가두면서 어떻게 창의력을 가르칠 수 있겠습니까? 게다가 저런 규정들은 놀랍게도 제가 중학교 다닐 때도 있었던 규정들입니다. 중학생이 자라 대학생이 되고, 취직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그 아이가 중학생이 되었는데도 학교의 규제는 똑같이 그 자리에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여전히 아이들을 똑같이 생각하게 가르치고 있고요. 

그래도 아빠보다는 나아서 창의력DNA 없는데도 이딴 걸 다 만들고 ㅜㅜ

솔직히 저는 창의력이 뛰어난 사람이 아닙니다. 남들처럼 엉뚱한 생각도 못하고, 그냥 남들이 하는 정도만 따라 하는 그런 수준입니다. 저만 그러면 좋겠는데 딸 아이도 비슷합니다. 사물에 이름을 붙여 봐도, 그림 같은 걸 그려도, 선물을 사도 그냥 그만 그만한 것들을 삽니다. 아주 평범한 거지요. 딸 아이가 그렇게 평범한 대답을 내놓을 때마다 제가 말합니다. ‘이런 저주받은 크리에이티브 떨어지는 DNA 같으니라고.’ 물론 웃자는 얘깁니다. 
 

창의력 떨어지는 DNA를 제공한 아빠가 딸에게 창의력을 가르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관점은 가르칠 수 있지요. 그래서 저는 딸 아이에게 언제나 ‘틀을 깨라, 룰을 깨라.’하고 말합니다. 평소에 하던 대로 하지 말고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해 보라고 권하는 거지요. 예를 들어 외식을 하자고 하면, 이번엔 전혀 엉뚱한 걸 먹어 보자고 제안하는 겁니다. 실패할 때도 있지만 날마다 하는 그 흔한 외식 말고 특별한 걸 하면 훨씬 재미있거든요. 

수학 숙제로 고민하는 녀석에게 숙제 같은 거 하지 말라고 합니다. 안 하면 되지 뭐. 숙제 안하면 혼난다고 할 때, 가끔 혼도 나보고 그래야지. 그럼 아내가 옆에서 그러지요. ‘자알 가르친다아~’ 하지만 뭐 어때요. 숙제 같은 거 안해도 인생 사는 데 별 지장 없답니다. 혼나는 거야 어쩔 수 없는 대가겠지만요. ㅋ 

어른도 그렇지만 아이들도 가끔 보면 스스로 룰을 정해 놓고 그 안에 가두는 일이 많습니다. 어, 이런 이렇게 하면 안되는데? 그렇게 생각하지요. 하지만 안될 것이 뭐 있겠습니까? 그 안된다는 생각을 깨주는 것이 아빠가 할 일입니다. 비록 아내와 부부싸움(!)을 하는 일이 있다 하더라도요. 

하지만 말은 이렇게 해도 진짜 딸 아이가 룰을 깨면 덜컥 겁이 나는 건 창의력 없는 DNA 때문인가 봅니다. 어느 날 딸 아이가 간식 사 먹으러 학교 밖으로 나갔다 길래, 너 수업 중에 학교 밖 나가면 안되잖아? 그랬더니 이 녀석 당장 하는 말이, ‘아빠가 룰을 깨라며?’ 하더라고요. 뭐, 먹는 게 무슨 죄가 있겠습니까, 간식 사 먹을 매점을 없앤 학교가 죄겠지요. 

다른 사람보다 영어나 수학을 잘하는 능력도 중요하겠지요.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세상을 다른 눈으로 볼 줄 아는 관점입니다. 관점이 달라지면 인생이 더 행복해지는 거, 이미 다 아는 사실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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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무게를 나눠 지는 법

아빠는 짐꾼이자 운전기사입니다. 장을 보든, 놀러 가든, 아빠는 언제나 두 손 가득 짐을 듭니다. 딸 아이에게 어떤 무거운 것도 들게 하고 싶지 않은 건. 세상 모든 아빠가 다 똑같을 겁니다. 괜찮아, 아빠가 다 들 수 있어. 때론 양손에 든 짐이 조금 무거워 힘겨울 때도 있고. 손가락이 끊어질 듯 아프기도 하지만, 괜찮습니다. 딸에게 아빠는 언제나 힘세고 튼튼한 존재니까요.
 
딸 아이와 둘이서 딸 아이가 좋아하는 스파게티와 피자를 먹고 남은 피자를 싸서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이 녀석이 난데없이 아빠 손에 있는 피자 봉투를 뺏어갑니다. “왜, 아빠가 들게.” 무겁지도 않고 그저 좀 귀찮을 뿐이었으니 굳이 아이에게 맡길 이유가 없었지요. 하지만 이 녀석 끝내 고집을 부리며 자기가 들고 가겠다는 겁니다. 그래? 고마워. 그렇게 한 번 맡겨 봤습니다.
 
이런 저런 수다도 떨고 장난도 치고, 그렇게 걸어오다가 문득 이 녀석이 저만치 먼저 달려갑니다. 한 손엔 조그만 피자 봉투를 들고. 문득 제 손을 내려다봅니다. 아이에게 피자 봉투를 맡기고 나니 제 손엔 아무 것도 없습니다. 문득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제 딸은 아닙니다 ㅋ 플리커에서 찾았는데 정말 이쁘네요(자료 출처 : http://www.flickr.com/photos/mujitra/)

나이가 들수록 내 손에 있는 짐들이 하나씩 없어지겠지. 대신 저 녀석은 자랄 수록 손에 많은 짐을 들테고. 아빠가 들어야 할 삶의 무게는 점점 가벼워질텐데, 네가 들어야 할 삶의 무게는 계속 늘어나겠구나. 아빠가 어떻게든 나누고 싶지만, 아빠가 나눠질 수 있는 건 한계가 있고 결국은 네가 져야 할텐데, 아빠는 그 짐이 가볍기만을 바랄게.

 
마냥 아기 같은 딸 아이가 짊어질 삶의 무게가 얼마나 될까 생각하니, 벌써부터 괜히 걱정도 되고, 마음도 먹먹했습니다만, 그런 게 인생인 걸요. 어차피 삶의 무게를 짊어져야 할텐데. 기왕이면 좀 더 가볍게 지는 방법을 알려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언제까지나 아빠가 대신 들어줄 순 없을 테니까요. 하지만 솔직히, 어떻게 해야 삶의 무게를 가볍게 할 수 있을지, 아빠는 아직 그 방법을 모릅니다. 그저 인생을 즐겁게 사는 몇 가지 방법을 알려줄 뿐.

살다보면 참 많은 것들이 우리를 짓누릅니다. 피할 수 있는 것도 있고 없는 것도 있겠지요. 언젠가 아이는 스스로 설테고, 그때부터 생각지 못했던 무게가 아이를 누를 겁니다. 그 무게를 덜어줄 수 있다면 좋겠으나 덜어줄 수 없더라도 아빠가 할 일은 하나 뿐인 듯 합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딸 아이 뒤엔 아빠가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는 거 말입니다. 나는, 아빠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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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monomato.com BlogIcon 모노마토 2011.07.18 17:02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언제나 읽고 있으면 눈가가 촉촉해지는 이사님 글 ㅠㅠ
    오늘도 촉촉해지는군요 ㅠㅠ

말없는 대화, 아침을 깨우는 십 분 마사지

딸 아이는 저를 닮아 잠이 많습니다. 하긴 꼭 저를 닮아서겠습니까? 아이들은 다 잠이 많습니다. 잠이 많다는 건, 그만큼 잠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한참 성장할 이 무렵, 잠을 충분히 자야 키도 크는 법이니까요. 그런데 현실은 아이들이 넉넉하게 잠을 자도록 내버려두지 않습니다.

중학생, 아니 초등학교 고학년만 되어도 아이들은 잠잘 시간을 줄여 숙제해야 합니다. 낮엔 학원 때문에 힘들고 밤엔 학원에서 내 준 숙제 때문에 힘듭니다. 딸 아이도 꽤 유명한 영어학원에 다녔는데 숙제가 하도 많아서 매일 늦게까지 영어 숙제 하느라 잠을 못 잤습니다. 잠만 못자면 다행이지요. 숙제를 하지 않으면 수업도 제대로 듣지 못한다고 투덜대면서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던지. 당장 그만 두라고, 싫으면 숙제하지 말라고 아빠는 하기 좋은 말만 할 뿐, 딱히 어떤 해답을 주지 못합니다. 물론 지금은 그 학원 그만 뒀습니다만, 이젠 중학생이 되어 공부거리가 더 많아졌네요. 그래서 딸 아이는 여전히 잠을 충분히 잘 수 없습니다.

아침마다 이런데서 마사지해 줄 순 없지만 ㅋ (출처 : http://www.flickr.com/photos/hotelcasavelas/)

그러다 보니 아침이 꽤 힘듭니다. 아내는 아내대로 아이가 빨리 일어나지 않는다고 화를 내고, 아이는 아이대로 힘들다고 인상씁니다. 아침부터 얼굴 찌푸리면 그 날 하루 기분 좋기는 다 틀린 일입니다. 그렇다고 저까지 가운데 끼어서 화를 낼 수는 없는 일이고. 그래서 생각한 방법이 마사지로 잠을 깨우는 것입니다.

일어날 시간이 되면 팔부터 주무릅니다. 아침인데 저도 바쁘고 오래 주무를 시간도 없습니다. 그저 오른팔부터 주물 주물, 서른 번 주무릅니다. 팔을 주물렀으면 깍지를 끼고 손을 주물러 주고요 손가락도 하나씩 당겨 줍니다. 이제 다리. 허벅지 서른 번, 종아리 서른 번씩 주무르고 가볍게 발도 서른 번 꼭꼭 눌러 줍니다. 발가락도 당겨주고 발바닥을 주먹으로 서른 번 쳐 줍니다(중국에서 발마사지 받을 때 배운 거 써먹습니다 ㅋㅋ).

이렇게 하면 오 분에서 칠 분, 조금 더 열심히 하면 십 분 정도 걸립니다. 이때까진 굳이 깨우지 않습니다. 스스로 몸을 배배 꼬면서 잠에서 깨니까요. 마지막으로 발목을 잡고 주욱 당겨 손을 위로 뻗으라고 합니다. 웬만하면 딸 아이도 팔을 뻗어 따라합니다. 저도 나름 시원하겠지요. 이제 아이를 깨워 앉게 하곤 목과 어깨를 살살 주물러 줍니다. 이제 아빠가 할 일은 끝. 딸 아이는 알아서 침대에서 내려 옵니다.

아이에게 충분히 잠잘 수 없게 만든 이 환경에 저는 화가 납니다. 정말 일어나기 어려워 할 땐 학교고 학원이고 다 때려치우라 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아빠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이렇게 아이를 달래 깨우는 것 밖에 없네요. 그나마 다행인 건, 이렇게 깨우면 대부분 별 탈 없이 일어납니다. 아침을 인상 쓰면서 보내지 않아도 좋고, 시간에 서둘러 쫓기지 않아도 되지요. 단, 아빠는 십 분 정도 서둘러야 합니다.

아이를 주무르다 보면, 아이를 유심히 관찰하게 됩니다. 지난 번에 넘어져 다친덴 어찌 됐는지, 손톱 부러진 건 어찌 됐는지, 다이어트 한다고 운동하는데 살은 좀 빠졌는지… 말로 할 수 없는 것들을 눈과 손으로 알 수 있습니다. 생각해 보니 하루에 십 분, 아니 오 분이라도 내 아이를 유심히 들여다 본 적이 별로 없었던 듯 싶습니다. 아이가 크고 나서는 더 그렇지요. 아빠는 아이를 주무르면서 아이를 보고, 아이는 비록 비몽사몽일지라도 아빠를 가까이 느낄테니, 이것 역시 좋은 대화 방법일 겁니다. 하루 십 분 마사지, 아빠는 참 많은 걸 얻을 수 있는 시간입니다.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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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ritachang.tistory.com BlogIcon Rita 2011.06.29 18:56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안녕하세요. 자상한 아버지, 현명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글을 읽는 내내 미소지었습니다. 잘 읽고 갑니다.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1.06.30 08:33 신고 수정/삭제

      아이고, 고맙습니다 ^^
      잘 못하니까, 그냥 이런 글이라도 씁니다 ^^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 Favicon of http://blog.daum.net/bouquetdor BlogIcon 풍류대장 2011.07.02 08:44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저도 아이를 충분히 잠재우지 못하는 이 환경에
    화가 나 죽겠어요..아무래도 한 잔 해야겠어요..빨랑 벙개 때려주세요..ㅋㅋ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1.07.03 11:58 신고 수정/삭제

      그러시지여. 제가 다다음주에
      잠깐동안 기러기 아빠가 되니~ ㅋㅋ
      찐하게 한 번 때리겠습니당 ㅋㅋ

  • Favicon of http://wipen.net BlogIcon 하늘높이 2011.07.21 08:44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예비 딸 아빠인데 좋은 공부 하게 되었네요 잘 읽고 다녀갑니다

  • BlogIcon catnn 2015.09.08 21:12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감동적이라서 댓글남깁니다
    너무 자상하시네요ㅎㅎ
    제가 아침에 일어나는것이 무척이나 힘들어서 검색하다 이글을 보았는데 저희 부모님도 이랬더라면ㅜㅜ

대화는 가르치는 게 아니다

전날 술을 많이 마신 까닭에 힘들어 어쩌다가 일찍 집에 간 날, 일찍 온 아빠가 신기했는지 딸 아이가 옆에 앉아 이런 저런 얘기를 꺼냅니다. 요즘 새로 사귄 친구들 얘기, 공부 잘 가르치는 선생님 얘기 그리고 얼마 전에 고친 학교 매점 얘기… 일찍 집에 갔어도 일을 핑계 대면서 인터넷을 들여다 보던 아빠 옆에 앉아 뭐가 그리도 재미있는지 쉴새 없이 말을 꺼냅니다.

인터넷 화면 들여다 보랴, 딸 아이 얘기 들으랴, 아무래도 정신이 흩어져있던 아빠는, 응응 그러면서 고개만 끄덕이는데 이 녀석이 갑자기 이렇게 말합니다.
“그래도 난 운이 좋은 편이야. 아빠가 얘기를 잘 들어주잖아”
순간 아차 싶었습니다. 부랴부랴 컴퓨터를 끄고 딸 아이 눈을 바라봅니다. 오랜만에 일찍 온 아빠랑 수다를 떨 수 있어 마냥 좋아하는 딸 아이 표정을 보니, 내가 왜 진작 아이 눈을 보지 않았나, 부끄러운 생각이 듭니다. 눈을 마주 대고 이야기를 시작하니, 아무래도 더 깊은 얘기가 나옵니다. 관절염 진단받은 할머니가 어떻게든 수술 안 하려고 운동하신다는 얘기, 할아버지 옆에서 애교 떤 얘기, 스마트폰 사고 싶은데 시험 기간 때문에 걱정이라는 얘기… 바쁘다는 핑계로 아빠는 미처 알지 못했던 집안의 크고 작은 일을 딸 아이를 통해 듣습니다. 곧 다가올 시험을 걱정할 땐 아빤 성적 따위엔 관심 없다는 말로 달래기도 하고, 시험공부해야 하는데 한 번 손에 잡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가 정말 재미있어 읽고 싶어 죽겠다고 할 땐 그냥 읽으라고 대책 없이 말합니다(애 엄마가 알면 또 한마디 잔소리들을 일입니다만).

사진 출처 : http://www.flickr.com/photos/11739182@N03/1263985679/

요즘 아이와 부모의 가장 큰 문제는 대화가 없는 거라고 합니다. 하지만 대화라는 거, 억지로 한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평소에는 말도 없다가, 그래, 자 우리 대화해보자, 라고 얘기를 꺼내면 모르긴 몰라도 열이면 팔, 구는 싸웁니다. 그럼 어쩌라고? 대화 없다고 뭐라 그러기에 대화하려 했더니 그러면 싸운다고? 어쩌란 말이야?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딸 아이 친구가 이런 얘기를 했답니다.
“우리 아빠는 나한테 딱 한마디만 해. ‘공부해’. 내가 무슨 얘기를 하면 그저 응, 응 고개만 끄떡여. 듣지도 않으면서. 그러니까 아빠랑 말하기가 싫어. 아빠도 내가 말 안 거는 걸 좋아하는 거 같아”
아이와 대화가 없는 건 100% 부모 책임입니다. 부모가 들어줄 생각은 안 하고 할 말만 하니 대화가 없는 거지요. 말하기 전에 먼저 아이 얘기를 들어주고, 아이가 말하게 해야 합니다. 아빠가 내 얘기를 들어준다고 알고 있으면 아이는 말하지 말라고 해도 와서 말합니다. 어른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서 말해봐야 아무 소득이 없는데 왜 가서 말합니까? 그래서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아이가 말하고 원하는 것을 들어줄 수 있으면 들어줘야 한다고요. 누구는 이렇게 키우면 버릇없어진다고 말하는데, 버릇은 들어준다고 해서 없어지는 게 아닙니다. 책임지는 방법을 안 가르쳐서 그런 거지.

Conversation

대화는 가르치는 게 아닙니다. 들어주고, 대답하고, 아빠가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해주는 것, 그게 대화입니다. 아빠와 말이 통한다고 생각하면 아이는 언제든 와서 말할테고, 그럴 때 눈을 마주치면 아이의 진심과 고민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 딸은 나한테 와서 통 말을 안해… 라고 말하기 전에 아이가 말하고 싶은 환경을 만들었는지 다시 한 번 반성해볼 일입니다. 반성합시다. ㅜㅜ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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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pp19in.egloos.com BlogIcon 뽀다아빠 네모 2011.04.08 09:30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음. 정말 가슴에 와 닿은 말씀이시네요....맞아요....그런데 잘 안되요. 이궁 ^^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1.04.08 09:50 신고 수정/삭제

      ^^ 그래서 아빠 하기 어려운 겨 ㅜㅜ
      잘 지내시지? ㅋ

집안 일은 도와주는 게 아니야, 같이 하는 거지

솔직히 고백합니다. 저는 이런 글 쓰면서 무척 가정에 충실한 남편인척 하지만, 절대 아닙니다. 집에선 거의 손 하나 까딱 안하고 같이 맞벌이 하는 아내가 집안 일을 더 많이 합니다. 물론 아내는 오후에 출근하느라 오전에 좀 여유가 있긴 합니다만, 그래도 좀 불공평할 정돕니다. 일단 이런 거에요. 

식구들 밥 챙기기, 빨래, 장보기, 재테크, 경조사, 관리비 납부… 라고 하나씩 꼽으면서 생각해 보니, 저는 월급만 다 갖다 줄 뿐 뭐 하는 게 없고 집안 경영이랄 수 있는 일은 죄다 아내가 합니다. 물론 이런 저런 일이 있을 때 상의는 합니다만 그 때도 대부분 ‘자기가 알아서 해’라고 합니다. 쓰다보니 이거 영 쓸데없는 남편이로군요.

하지만 100%는 아니어도 90% 정도는 제가 하는 일이 있는데, 바로 설거지와 청소입니다. 어, 그런데 하나씩 따져보니 제가 하는 일도 좀 있긴 하네요. 집안에 디지털 기기 사고 유지 보수 하는 일, 못질하기, 전등갈기, 가구 옮기기… 와, 은근히 하는 일이 꽤 있네요(이렇게 해서라도 면피를 ㅜㅜ). 어쨌든 가끔 하는 저런 일 말고 제가 맡아서 하는 일은 설거지와 청소, 딱 두 개입니다.

응? 뭐야? 아빠가 딸에게 설거지를 가르치라는 얘기야?

아닙니다. 솔직히 저는 우리 딸은 설거지 같은 거 안 하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손에 물 묻히지 않고 마님처럼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그건 말도 안되는 소망이지요. 제가 일부러 더 설거지를 하는 건, 남자들도 집안 일을 나워 해야 한다는 생각을 심어주려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집안 일 할 때 절대로 ‘도와준다’는 표현을 쓰지 않습니다. 아빠가 ‘한다’고 하지요. 집안 일은 누가 하고 누가 돕는 문제가 아닙니다. 식구들이 다 같이 해야 하는 일이거든요.


덕분에 딸 아이는 설거지와 청소는 으레 아빠가 하는 일인 줄 압니다(하긴 그나마도 아빠가 주말에 집에 있을 때나 하는 거지만요). 주말에 제가 가끔 꾀가 나서 가위 바위 보로 설거지 하자고 하면 쌩~하고 도망갑니다. 용돈으로 꼬셔도 꿈쩍 안 합니다. 그래도 아빠가 자꾸 조르면 이렇게 받아칩니다. ‘평일 저녁엔 내가 설거지 하거든?’ 아빠는 꼬리를 내릴 수 밖에 없습니다.

현실은 이렇습니다. 아내는 집에서 점심까지 먹고 출근합니다만, 가끔 시간에 쫓기다 보면 점심 설거지를 못하고 갑니다. 학교에서 돌아온 딸 아이가 어느 날 부턴가 이걸 치우기 시작했던 거지요. 꿍얼거릴 법도 한데, 아무 소리 안하고 깨끗이 치워 놓는 아이를 보니 그저 대견할 따름입니다. 무엇보다도 대견한 건 이 녀석이 설거지를 ‘엄마’일이 아니라 집안 일이라고 생각해서 치웠다는 겁니다.

아빠들은 설거지, 청소 뿐 아니라 집안 일 좀 더 해야 합니다(솔직히 저도 반성 많이 합니다). 특히 아들 있는 아빠들은 더 열심히 하세요 ^^. 아들들이 집안 일을 ‘여자 일’이라 생각하지 않고 ‘우리 일’이라고 생각할 때 딸들이 더 행복해집니다. 아들만 있는 아빠들은 시키지 말아야지 라고 마음 먹으셨겠으나 ^^ 아마도 다 아실 겁니다. 딸이, 엄마가, 아내가, 며느리가 행복해야 그 집안이 더 행복하다는 걸요. 아빠가 설거지를 해야 하는 이유, 이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나요?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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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네모 2011.03.04 01:30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저도 돕는다는 말을 참 싫어합니다. 돕는다... 남의 일에 힘을 보탠다는 말이죠. '남의 일'이라는 말, 나와 남을 구분하는 건 언제나 참 차갑고 매정한 말입니다. 돕는 게 아니라 같이 하는 거죠. 저와 비슷한 생각이 나타난 글을 읽고 묘한 느낌을 받고 갑니다.

  • Favicon of http://latinamericastory.com BlogIcon juanpsh 2011.03.06 03:31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그래서 참 많이 다퉜답니다.
    지금은 저두 설걷이와 청소는 제가 할 때가 많아졌습니다.
    빨래 너는것과 거두는 것, 그리고 접어서 수납공간에 정리하는 것도 제 몫일 때가 많구요.
    그래도 꿋꿋이 음식하는 것 만큼은 철저하게 와이프를 부려먹습니다. ㅋㅋㅋ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1.03.06 15:57 신고 수정/삭제

      반갑습니다 ^^ 블로그 참 멋있게 꾸며두셨네요~ ^^

  • Favicon of http://greendayslog.com BlogIcon 그린데이 2011.09.11 09:02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제가 이 글을 왜 지금 봤을까요. ^^
    저도 레이님처럼 바른 부모가 되어야 할텐데... 항상 많이 배웁니다.

    벌써 내일이 추석이네요. 가족과 함께 즐거운 명절 보내시고~
    곧 한번 찾아뵙겠습니다. ^^.

또 다른 세상으로 떠나는 방법

아빠가 딸에게 가르쳐야 할 인생을 즐겁게 사는 방법 15
비행기, 또 다른 세상으로 떠나는 방법

- 항공사 카운터서 보딩 패스를 받아야 해. 요즘 같은 성수기엔 사람이 많으니까 좀 서둘러야 하고. 자, 아빠를 따라와.

항공사 카운터를 찾아 줄을 서고, 기다리고, 드디어 카운터 앞에 섰습니다. 짐을 올려주고 아이에게 말합니다.

- 언니한테 e티켓 주고, 이젠 니가 설명 들어.

아무리 중학생이라도 어린 여자애 혼자 가니까 직원이 이거 저거 좀 챙겨주는 분위깁니다. 아마 원하는 좌석을 물어보는 듯.

- 아빠, 자리는 창가, 복도 어디에 앉을까?
- 창가가 좋을 듯 하지만 아무래도 움직이기 편한데는 복도 쪽이 좋을 텐데. 이번엔 창가에 앉고 올 때는 복도 쪽에 앉으렴.

그렇게 짐을 붙이고, 티켓을 받고 출국장 입구에 섰습니다. 비행기가 처음은 아니지만, 혼자 외국 나가는 건 처음이니까 아무래도 걱정입니다. 아이도 다 아는 거지만 몇 번씩 설명합니다.

- 여기 나가면 가방 검사하는 데가 있고, 거기 지나면 아저씨가 박스에 앉아서 여권 보는 데가 있지?
- 아빠, 다 알어. 걱정 마세요. 나 들어갈테니.

아빠를 안심시키려는 듯, 딸 아이는 아빠를 한 번 안아주고는 씩씩하게 출국장으로 들어갑니다. 가끔 열리는 문 틈으로 아이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빼꼼 쳐다 봅니다. 가방을 검사대에 올려 놓고 소지품도 올려 놓고 아이가 게이트를 통과합니다. 어느 틈에 아이가 보이질 않습니다.

더 해 줄 것이 없는 줄 알면서도 출국장 문 앞을 떠나지 못합니다. 혹시라도 아빠를 부르며 다시 나오면 어쩌나 쓸데없는 걱정을 버리지 못합니다. 빼꼼 열린 문 틈을 아무리 들여 봐도 딸 아이의 노란 옷은 이제 흔적도 없습니다.

- 밥이나 먹자.

새벽 같이 집에서 나서느라  밥도 못 먹은 아내를 붙들고 식당으로 갑니다. 딸 아이도 밥을 먹여 보냈어야 했는데 출입국 심사대에서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어 먼저 들여보낸 것이 계속 마음에 걸립니다. 아빠를 닮아 혼자 뭐 먹기 싫어하는 주변머리라서 틀림없이 그냥 버틸텐데, 이럴 땐 진짜 DNA가 원망스럽습니다.

공항 4층 식당에 앉으니 출국장 안쪽 면세점이 보입니다. 언제쯤 들어가려나 머리를 삐죽 내밀고 있는데 삐릭 문자가 옵니다. 아빠 나 면세점 있는데 왔어. 응? 벌써?

이렇게 빨리 들어갈 줄 알았으면 밥 먹여 보낼 걸. 다시 후회가 밀려옵니다. 그래도 어쩔 수 있습니까. 전화를 걸어 식당에서 보이는 게이트 쪽으로 오라고 했습니다. 십여분 지나 쫄래 쫄래 걷는 아이가 보입니다. 전화를 또 겁니다.

- 앞으로 조금 더 와. 거기 시계 파는 면세점 앞으로 말이야
- 아빠 어딨는데 내가 보여?
- ㅋㅋ 고개 들어봐. 더 위로, 위로~
- 아! ㅋㅋㅋ”

신나게 손을 흔드는 녀석과 수다를 떱니다. 심사는 잘 했냐, 머리는 안 아프냐, 게이트 번호 확인했냐, 가다가 뭐 먹는데 나오면 사 먹고 약 챙겨 먹어라

다 아는 잔소리를 또 한 번 하고는 비행기 탈 게이트 쪽으로 보냅니다. 몇 걸음 가던 아이가 고개를 돌리고 손을 흔듭니다. 어여 가라고 손짓을 하면 또 가다가 고개를 돌리고, 또, 또, 또... 그렇게 다섯 번을 돌아보고 나서야 녀석은 뒷 모습을 보입니다.

주문한 식사가 도착했고 뜨거운 국물에 밥을 말아 먹는데 괜히 울컥합니다. 겨우 5주 내보내는데 뭐가 그렇게 걱정인지 스스로 생각해도 한심합니다. 아이는 외려 씩씩하게 잘 가는데 보내는 아빠 마음은 무엇이 그리 걱정이든지요.

San Francisco Airport (1999)
(사진 출처 : 플리커 Hunter-Desportes) 이 사진은 글과 관계 없습니다. ^^

한 시간 쯤 지나 아이는 이제 비행기 탄다고 문자를 보냅니다. 자기 없는 동안 아빠 울지 말라고 농담도 건넵니다. 그렇게 아이는 비행기를 탔습니다. 이제 열 세 시간 후에나 연락할 수 있겠지요. 그제서야 이것 저것 또 생각납니다.

입국신고서 쓰는 법 가르쳤어야 하는데... 로밍한 전화기 쓸 줄은 아는 걸까. 사용법 안내문 하나 넣어준 걸로 잘 할 수 있을까... 짐이 무거워서 누군가 도와줘야 할텐데... 면세점에서 저 좋아하는 초콜릿 사먹으라고 할 걸...

- 아우, 난 유학은 못 보내겠다...

마음 속 가득 쓸데없는 걱정을 떨치지 못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혼자말 하듯 툭 뱉은 말을 아내가 물고 늘어집니다.

- 어랏, 왜 마음이 바뀌셨으? 애는 내보내야 한담서? 이 땅에서 가르치기 싫담서?
- 아녀, 아무리 생각해도 아직 내가 가르칠 것이 많아. 난 아직 내가 아는 것의 십 분의 일도 못 가르쳤다고.
- 피~

하지만, 그건 핑계란 걸 아빠도 알고 있습니다. 어쩌면 아빠는 딸에게 가르칠 것보다 딸을 통해 배울 것이 아직도 남았다는 걸 이제서야 깨달았는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아이를 보내고 돌아오는 길, 눈 앞에 보이지 않도록 비가 쏟아집니다. 하필이면 이런 날 비가 오나, 괜히 투덜도 대 봅니다. 아마도 열 세 시간, 그리고 5주 기다리기가 힘들어 투덜댄 것이 틀림 없습니다. 아이는 자라는데 아빠는 아직도 아이를 놓을 줄 모르는가 봅니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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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www.yamyong.com BlogIcon 얌용 2010.07.21 00:34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떠났군요~? 한동안 적적하시겠어요...

  • Favicon of http://no1salraryman.tistory.com BlogIcon 정현아범 2010.07.21 09:08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아..보내야만 하는 건가요..ㅠㅠ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7.21 11:42 신고 수정/삭제

      ^^ 그건 결국 부모의 선택인게지 ^^

      부모의 선택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이미
      잘 알고 계시잖는가? ㅋ

  • 2010.10.21 09:27 ADDR 수정/삭제 답글

    비밀댓글입니다

작은 비밀을 만들고 공유하는 법

아빠가 딸에게 가르쳐야 할 인생을 즐겁게 사는 방법 14
작은 비밀을 만들고, 공유하는 법

고등학교 다닐 때였습니다. 그땐 탁구가 꽤 유행이어서, 운동과는 담을 쌓고 살던 저도  친구들과 탁구장 몇 번 갔었지요. 어느 주말이었을 텐데 탁구 치고 좀 느지막이 집에 왔는데 아버지께서 뭐하고 왔느냐고 물으시기에, 탁구 좀 쳤어요, 대답했었습니다. 제 딴에 아버지는 남자니까, 탁구 친 거 정도는 아셔도 되겠다 싶은 마음이었을 겁니다.

문제는 밤에 터졌습니다. 성적표를 보여 드려야 했는데 - 왜, 도장 찍어가야 하잖아요. ㅜㅜ - 성적이 좀 떨어졌던 거죠. 엄마한테 야단맞고 있는데 아버지께서 한 말씀 하시더군요. “공부 안 하고 탁구나 치러 다니니 성적이 이 모양이지.” 아들이 운동하고 담쌓고 사는 걸 아는 엄마는 “얘가 무슨 탁구를 치러 다녀요.”라고 의아해하셨지요. 그때 아버지 말씀이 저한테는 충격적이었습니다. “다 알고 하는 소리야.”

그 뒤로 저는 아버지께 제 비밀을 말한 적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아버지와 사이가 나빠졌다는 뜻은 아닙니다(아이를 키워야 부모 마음을 안다고 ^^ 요즘은 아버지와 진짜 사이가 좋습니다). ^^ 하지만, 제 딴에는 아버지와 탁구라는 비밀 정도는 공유해도 되겠다고 싶어 말한 건데 그 비밀이 무기가 되어 돌아오니 많이 서운했던 겁니다. 어쩌면 아버진 이 일을 기억도 못하실 테지만, 제겐 잊을 수 없는 작은 상처로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Bert and Ernie: Let me tell you a secret / 20090917.10D.53994.P1 / SML
비밀은 속닥이는 법이지요 ^^ (사진 출처 : Flickr에서 See-ming Lee 李思明 SML님)

그래서일까요. 저는 딸 아이가 제게 한 이야기를 아내에게 거의 하지 않습니다. 학교 얘기, 친구 얘기, 용돈 얘기, 갖고 싶은 것들... 그런 저런 얘기들을 할 때면 저는 그냥 듣고, 조언할 것이 있으면 하고, 엄마 몰래 용돈도 주고, 가능하다면 필요한 것도 사주고 그럽니다. 아이 입장에선 엄마한테 할 얘기가 있고, 아빠한테 할 얘기가 있는 법이지요. 주로 엄마한테 말하기 곤란한 것들을 아빠에게 할 텐데(물론 반대 경우도 있겠지요 ^^) 그걸 아빠가 엄마한테 다 말하면 딸 아이가 아빠에게만 말한 의미가 사라지는 겁니다. 가끔 아내는 둘이서만 속닥댄다고 투덜대지만 저는 이렇게 말합니다. “자기도 딸하고 비밀 만드셔. 물어보지 않을 테니까”

비밀을 공유한다는 건, 끈끈한 관계를 유지한다는 뜻입니다. 물론 나쁜 비밀을 공유해선 안 되겠지요. 하지만, 그저 소소한 비밀이라도 공유하면 상대가 훨씬 가깝게 느껴집니다. 그 비밀이 지켜진다는 걸 알면 또 얘기하고 싶은 건 당연한 거겠지요. 딸 아이는 아빠한테 한 얘기는 절대로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는 걸 압니다. 그러니까 아빠한테는 믿고 말해도 된다는 걸 아는 거지요.

아빠란 존재는 ‘딸 아이가 세상을 살다가 문득 뒤를 돌아볼 때 어김없이 그 자리에 서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항상 내 뒤엔 아빠가 있어, 라고 든든하게 믿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하는 거죠. 살다 보면 누구나 힘든 일을 겪게 마련이고, 때론 눈물도 흘려야 합니다. 때론 좌절하고, 넘어지겠지요. 그때 옆에서 눈물을 닦아주고 일으켜주고 다독거리는 역할은 친구나 애인이나, 다른 가족들이 할 겁니다. 아마도 그들이 아빠보다 훨씬 더 잘 할 테니까요.

하지만, 가끔은 주변에 아무도 없을 때가 있습니다. 어쩌면 다른 누군가에게 말하기 어려운 비밀 때문에 힘들 수도 있겠지요. 아빠와 딸이 소소한 비밀을 만들고 지키는 연습을 해야 하는 건 바로 이런 때를 위해섭니다. ‘아빠는 비밀을 듣고 지키는 사람’이라고 딸 아이가 믿으면, 주위에 아무도 없을 때 아이는 반드시 뒤를 돌아볼 겁니다. 거기엔 내가 언제 무슨 말을 해도 다 들어줄 아빠가 서 있다는 걸 딸 아이는 잘 알고 있으니까요.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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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me2day.net/cheimonas-/ BlogIcon cheimonas 2010.07.14 13:46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정말 마음이 따뜻해지는 글이네요.
    많은 부모님들께서 읽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비단 부모자식간이 아니라 남녀간에도 통용되는 말이로군요.

  • Favicon of http://no1salraryman.tistory.com BlogIcon 정현아범 2010.07.14 15:58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근디 이넘의 아들내미는 비밀로 하기로 해놓구 마님한테 몰래 꼰지르고..ㅡㅡ;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7.14 18:45 신고 수정/삭제

      그래서 아빠가 딸에게 가르쳐야 하는 것들이라네. 아들들은 안 먹혀 ㅋㅋ

  • Favicon of http://blog.daum.net/bouquetdor BlogIcon 진주애비 2010.07.14 17:37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나이 먹어 좀 빌빌거리는 아빠를 위해 우리딸들이 아빠의 주머니를 채워주는 그날을 위해
    오늘도 전,,,ㅋㅋ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7.14 18:46 신고 수정/삭제

      하하 모든 아빠들의 꿈인가요 ㅋㅋㅋ

  • Favicon of http://pp19in.egloos.com BlogIcon 뽀다아빠 네모 2010.07.16 11:27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음! 그렇죠...아들은 제가 비밀 얘기를 하면...그걸 빌미삼아 엄마에게 일러바치고 지가 엄마의 신임을 얻습니다....저는 아내에게 혼나고....

    그뒤로 아들에게 제 비밀을 털어 놓지 않습니다만.....

    이 글을 읽으니....아들 비밀은 제가 지켜줘야 겠다는 생각이 확실히 드는 군요....

  • Favicon of http://brucemoon.net BlogIcon bruce 2010.12.23 09:20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비법을 하나 얻어가는 느낌인데요 ^^ 저도 명심하겠습니다

미안하다고 말하는 건 약한 게 아니란다

아빠가 딸에게 가르쳐야 할 인생을 즐겁게 사는 방법 13
미인하다고 말하는 법

Never say you’re sorry. It’s a sign of weakness. 제가 즐겨보는 미드 NCIS의 보스 깁스는, 종종 팀원들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미안하다고 말하지마, 그건 약하다는 뜻이니까. 뭐 이 정도쯤 될까요. 하지만 깁스는, 미안한 걸 꼭 말로 표현하지는 않습니다. 어떻게든 팀원들이 그걸 느끼게 할 따름이지요. 그건 깁스의 방식일테지요.

또 다른 방식도 있습니다. 역시 미드 중 하나인 카일XY. 이 드라마에 나오는 카일의 양아버지 스티븐 트레저를 보면서 저는 아빠란 저래야 하는 거야, 라는 생각을 몇 번이고 했습니다. 스티븐은 가족을 정말 사랑하고, 거짓말 하지 않고, 불의에 타협하지 않는 멋진 사람입니다만, 제가 그를 부러워한 건 단 하나, 그가 정말 멋있게 사과할 줄 안다는 거였습니다. 자기 자식들에게 말이지요.

카일XY의 멋진 아빠 스티븐 트레저 역의 브루스 토마스

사실 부모 입장에서 아이들에게 사과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부모의 권위, 자존심 뭐 그런 것 떄문일까요.부모가 무언가 약한 모습(깁스의 표현에 따르면 ^^)을 보이면아이들을 가르칠 수 없기 때문일까요. 하지만 가르친다는 게 꼭 권위에 의존하는 건 아닐 겁니다.

습하고 더운 토요일, 모처럼 딸 아이와 외출했습니다. 둘이서 잘 놀고, 책도 잘 사고 그렇게 돌아왔는데 돌아오는 길에 무슨 일이 생겨 아빠가 살짝 짜증이 났습니다(딸 아이 떄문이 아니고 다른 일 때문에요). 짜증 나는 마음을 억누르고 집에 와서 짐을 정리하곤 배가 고파 빵 한 쪽 먹으려고 하는데 이 녀석이 “아빠 다이어트 한다면서 빵 먹어?”라고 잔소리를 합니다. 순간 울컥해서는, “아빠 빵 먹는데 니가 보태준거 있어?” 라며 받아 쳤습니다. 분위기 순간 싸해졌죠. 금새 눈치를 챈 녀석의 표정이 급 우울합니다.

가만 있어야 하는데, 한 번 짜증이 나면 여기서 멈추질 못하죠. “아빠가 뭐 잘못했어? 왜 넌 아빠한테 잔소리가 많아?” 이렇게 아빠가 몰아치면 아이는 말을 못합니다. 말해 놓고도 순간 속으로 미안해서 잠시 뜸을 들인 후 목소리를 낮추어, “넌 빵 안 먹을꺼야?” 그랬는데 대답을 안 합니다. 아마 고개를 끄떡인 모양인데 아빠가 못 본 거죠. 불똥이 한 번 더 튑니다. “아빠가 물어보면 대답을 해얄 거 아냐”? 하며 결국 소리를 지르고 말았습니다.

뭐, 그림 뻔하죠. 아이는 울고, 대답을 해야지 어쩌구 궁시렁 거리면서 아빠는 화를 내고 있고. 하지만 사실 아빠는 아이한테 화난 게 아니라 자신한테 화난 거였는데 애꿎은 애한테 소리를 지르고 있었던 겁니다. 문제는 그걸 알면서도 아이한테 계속 화를 낸다는 거죠.

솔직히 아이한테 야단칠 때 아이가 정말 잘못한 경우도 있지만, 아빠가 감정을 조절하지 못한 경우도 있습니다. 아이 입장에선 당황스럽겠죠. 아빠가 평소엔 안 그러는데 이번엔 왜 화를 내는 걸까. 이해할 수 없을 겁니다. 그걸 몰아 붙이면, 틈이 멀어지는 걸테지요.

아빠가 가르쳐야 할 사과가 이 사과는 아니겠지요 ^^ 출처 : Codexian by Flickr

미안해, 라고 한 마디만 하면 됐는데, 그런 말 하기가 왜 그렇게 어려운 걸까요. 그런다고 아이가 아빠를 무시할 것도 아니고, 아빠의 자존심이 형편없이 구겨지는 것도 아닌데요.

“미안해, 너한테 화난 게 아닌데 아빠가 소리를 질렀구나.”
“응.. 아빠가 갑자기 소리 질러서 놀랬어요.”

여기서 끝. 소리 지른 일이 무색할 정도로, 금새 분위기는 달라졌습니다. ‘니가 대답 안해서 아빠가 화 났어’라고 말하고 싶은 유혹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건 진실이 아니잖아요. 만일 그렇게 말했다면, 아이는 다른 대답을 했을지도 모르고, 2차전이 벌어졌을 지도 모르지요. 다른 일 때문에 화가 난 건데, 그 책임을 아이에게 돌려선 안되는 겁니다.

사람들은 꼭 싸웁니다. 내가 잘못했을 수도 있고 억울할 수도 있습니다. 억울한 경우엔 끝까지 밝혀야죠. 하지만 잘못한 게 맞다면 미안하다고 사과할 줄 아는 용기도 필요한 법입니다.

내 아이가 누군가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는 걸 보는 건, 기분 좋은 일은 아닐 겁니다. 하지만 먼저 잘못했다면, 미안하다고 말해야 하고, 그게 관계를 바꿔준다는 사실을 아이는 알아야 합니다. 그게, 행복한 문제 해결 방법이니까요.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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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유전자를 극복하는 법

아빠가 딸에게 가르쳐야 할 인생을 즐겁게 사는 방법 12
부족한 유전자를 극복하는 법

현대 과학이 인체의 비밀을 속속들이 파헤치면서 인체에는 더 이상 신의 영역이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동안 풀지 못했던 인체의 비밀이 유전자와 각종 신경, 호르몬 등등(이외에도 수많은!) 때문이라는 걸 밝혀냈으니까요. 엣지 재단의 존 브록만이 편집한 ‘위험한 생각들’이라는 책에는 우수한 유전자를 가진 사람만을 골라 태어나게 할 수도 있다는 그야 말로 위험한 생각도 나옵니다. 솔직히 할 수 있다면 좋은 유전자만 골라내는 게 더 좋을 지도 모르겠지요. 하지만, 여전히 사람은 유전자 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습니다. 사람에게는 저마다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존재 가치가 있는 법이니까요.

하지만 부모 입장에서 아이에게 가장 미안한 건 좀 모자란(나쁜 이라는 표현보다는 이게 좀 나을 듯 해서요) 유전자를 전해줬을 때일 겁니다. 아빠를 닮아 눈이 나쁘고, 엄마를 닮아 키가 작고 뭐 이런 것들 말입니다. 신체 뿐이겠습니까.  아빠를 닮아 체육과 미술을 못하는 걸 보면, 진짜 유전자 꺼내서 때려주고 싶을 정도입니다. 네, 저는 체육과 미술 진짜 지겹게 못했습니다. ㅜㅜ

이 아이는 제 딸이 아닙니다 ㅜㅜ 사진은 글과 아무 상관 없습니다 ㅜㅜ 출처 : Evoo73 by Flickr


어제 저녁, 딸 아이가 갑자기 축구공을 찾습니다. 창고에서 축구공을 꺼내 온 녀석이 방에 들어가 바닥에 이불을 깔더니 공으로 뭔가를 열심히 연습합니다. 아, 설마? 불현듯 악몽이 떠오릅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체육 시험. 양 발로 축구공을 차 올리던 그 시험. 정말 열심히 연습했는데도 두 개 밖에 차지 못했던 그 시험. 설마  딸 아이도 그 시험을??

불길한 예상은 꼭 맞는 법입니다. 문 틈으로 엿보니 무릎으로 열심히 공을 차올립니다. 그런데 아무리 해도 한 개 밖에는 못 찹니다. 에휴, 저걸 어쩌나, 속으로 혀만 끌끌 차다가 제 할 일을 하고는 삼사십분 뒤에 다시 방에 가봤더니, 이 녀석이 울고 있는 겁니다. 체육 시험은 내일이고 열 한개를 차야 만점인데 아무리 차도 한 개 밖에 못 차겠다는 겁니다. 이미 벌겋게 변해버린 허벅지가 딸 아이의 악전고투를 보여줍니다. 그러나 어쩝니까. 아빠도 정말 못한게 그거 였는데.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없고 해서 아이를 밖으로 불러냈습니다.

“자, 아빠가 시범을 보일테니 한 번 보렴”

시범은 보이나 마나였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아빠는 겨우 두 개를 찰 뿐이었습니다. 그것도 말도 안되게 웃기는 포즈로 말이지요. 눈물이 비쳤던 아이는 살짝 웃는가 싶었지만 금새 또 시무룩합니다.

“공을 못차는 건 네 잘못이 아니야. 아빠가 못해서 그런 거야. 그래서 진짜 미안해. 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순 없잖아? 아빠랑 같이 한 번 해보자”

그렇게 다시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차지는 못해도 볼 줄은 안다고, 가만 보니 딸 아이가 공을 너무 높이 튕깁니다. 게다가 한 번 튕기면 겁이 나서인지 바로 공을 잡아 버리고요.

“공을 너무 높이 튕기지 말고 무릎 바로 위보다는 허벅지 쪽으로 차면 되겠다. 그리고 공은 잡지 말고 찬다고 생각해”

말도 안되는 코치를 했지만 그래도 하다 보니 좀 됩니다. 혼자서는 한 개 밖에 못 차던 녀석이 어느 틈에 두 개를 찹니다.

“좋아 좋아, 두 개까지 차고 세 개 째는 어떻게든 발만 갖다 대. 그럼 세 개는 차겠다”

목표는 세 개. 만점이라는 열 한개에는 택도 없는 일이지만 한 개보다는 나은 거 아닙니까. 옳지 옳지 하면서 토닥 거리는 틈에 세 개도 차고, 어쩌다 네 개도 차고, 세상에.. 여섯 개까지 찼습니다. 아빠는 해도 안되는 걸 딸 아이는 해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잘 하는 게 있으면 못하는 것도 있는 법입니다. 물론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고, 키도 크고, 날씬하고 거기에 예쁘기까지 한 사람도 있습니다. 신의 축복인 걸 어쩝니까. 우리는 우리 대로 신이 준 선물이 있는 거고, 그걸 열심히 개발해 세상에 봉사하는 것이 사람이 할 일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체육 시험 결과가 궁금해서 문자를 했더니 배시시 웃으며 3개를 찼다고 답이 왔습니다. 좀 더 찼으면, 그저 아쉽긴 했습니다만 아무렴 어떻습니까. 부족한 부분은 솔직히 인정하고, 대신 해야 할 땐 최선을 다하기를 가르칠 뿐입니다. 유전자가 좀 모자라면 어떻습니까. 모자라면 모자란 대로 극복할 수 있는 거고 다른 걸 잘 한다는 걸 알면 되는 거지요. 원래 세상은 사람이 하기에 따라서 얼마든 달라지는 거니까요.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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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monomato.com BlogIcon 모노마토 2010.06.16 10:05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저같으면 야 그것도 못하냐~ 이러면서 구박했을텐데..
    언제나 보면서 오늘도 큰 감동을 느끼고 갑니다.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6.16 10:08 신고 수정/삭제

      ㅋ 감동씩이나! ㅋ

      물론 모노마토군은 안 그럴 거라 생각하지만 ^^
      아이들에게 절대 해서는 안되는 말 중 하나가
      야, 너 그거도 못하니, 일걸? ^^

      땡스!

  • Favicon of http://no1salaryman.tistory.com BlogIcon 정현아범 2010.06.16 18:47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역시 멋진 아빠!!!

    ※ 체육과외가 왜 생겼는지 알겠어요..ㅡㅡ;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6.17 09:05 신고 수정/삭제

      ㅎㅎ 하긴 요즘 아들들은 축구하려고해도
      어린이 축구 클럽에 가입해야 한다더만.

      우리 땐 공만 들고 나가면 아무데서나 찼는데! ^^

  • Favicon of http://www.iloveuk.kr BlogIcon 행복한꼬나 2010.06.17 08:39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너무 자상하세요. :) 아빠가 못해서 그래, 아빠의 유전자거든,라고 말 해주는 아빠. 멋져요. ><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6.17 09:05 신고 수정/삭제

      그런데 부작용이 있다네.
      이 녀석이 이젠 뭐하다가 안되면 다 아빠 탓을 한다는! ㅜㅜ

      잘 지내지?? ^^

  • Favicon of http://angelboy.tistory.com BlogIcon 천사보이 2010.06.17 12:56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트랙백타고 왔어요.
    '문자해서 3개찼다는 답장'이라는 내용에서
    따뜻함을 느꼈어요.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6.17 14:18 신고 수정/삭제

      ^^ 어떤 트랙백을 타고 오셨나요? ^^

      고맙습니다

  • 진주애비 2010.06.27 19:33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97번째 이글을 읽으며
    레이님의 공주님사랑에 감명을 받고 있습니다.
    아울러 부족한 자신의 애비노릇에
    깊은 성찰과 후회의 시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상한 아빠의 표본 레이님..언제나 건강하세요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6.28 16:48 신고 수정/삭제

      아마, 새 글 업데이트가 없는데 대한 꾸중이신게죠 ^^

      이번 주엔 꼭 맥주 한잔 하자고요 ^^

  • Favicon of http://macmagazine.kr BlogIcon JMHendrix 2010.06.30 17:06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제 아들, 또는 딸의 새끼손가락이 길기만 바랄 뿐입니다. ㅋㅋㅋ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7.01 08:54 신고 수정/삭제

      손가락이 짧더라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걸세~

      물론, 손가락이 길기를 바라면서! ^^

휴대폰은 즐겁게 살기 위한 도구일 뿐이란다

아빠가 딸에게 가르쳐야 할 인생을 즐겁게 사는 방법 11
휴대폰은 그저 즐겁게 살기 위한 도구일 뿐이란다

어느 날 사무실에서 야근을 하는데 집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아내가 심각한 목소리로 빨리 집에 와야 겠다는 겁니다. 왜냐고 물어도 그저 빨리 오라고만 하고 전화를 끊습니다. 이게 도대체 뭔 일이여, 라고 생각하다가 내가 뭘 잘못한 게 있나, 곰곰히 생각했습니다. 지난 번에 뭐 지른 거 들통 났나? 최근엔 거짓말 한 거도 별로 없는데? 에이 설마 그걸까? 그건 도저히 알 방법이 없는데? 별 오만 잡생각을 하면서 나름대로 이 건은 이렇게, 저 건은 저렇게 대처해야지 작전을 세우면서 집으로 갔습니다.

집안 분위기가 싸늘합니다. 어라, 이거 사태가 심각하네, 라는 생각이 드니까 솔직히 뭐 잘못한 거도 별로 없는데(!) 덜컥 겁이 났습니다.  도대체 무엇 때문일까. 최대한 무게를 잡고 떨리는(!) 마음을 가라앉히면서 “왜 그래? 무슨 일이야” 라고 물었습니다. 가시 돋힌 대답이 날라 옵니다. “당신 딸이 나한테 거짓말 했어요”  이럴 땐 꼭 당신 딸이랍니다.

순간 긴장은 풀어지고, 에휴 살았다 싶어서 속으론 웃음이 났습니다만 겉으론 여전히 근엄하게, “도대체 무슨 거짓말을 했는데?” 라고 물었습니다. “얘는 어딨어?” 라며 아이 방을 열어 보니 매로 쓰이는 구두주걱이 널부러져 있고 아이는 한 쪽 구석에 앉아 훌쩍입니다. “자자 흥분하지 말고(ㅎㅎ 저도 좀전까지는 완전 초긴장 상태였으면서도) 살살 얘기해봐...”

결론은 이겁니다. 딸 아이가 진짜 다니기 싫어하는 영어학원을 빼주고 집에서 자습하겠다고 해서 그렇게 놔뒀더니 이 녀석이 말로는 공부한다 해 놓고 지난 6개월 동안 공부는 하나도 안 하고 맨날 휴대폰과 닌텐도로 게임하고, 휴대폰으로 인터넷하고 뭐 그랬다는 겁니다. “아니, 공부를 했는지 안했는지는 어떻게 알어?” 라고 물었는데(사실 성적이 떨어진 건 아니거든요) “그건 다 내 방법이 있어”라며 아내는 더 말을 안 합니다. 눈치를 보니 방법은 무슨 방법입니까. 무서운 엄마가 아이를 협박해서 자백을 받아낸(!) 거죠.  엄마가 무슨 검사도 아니고 췟!

데이터 존 프리 요금제 해 줬다고 구박을 받다니


“아빠가 휴대폰에 데이터 요금제 해주는 바람에 애가 저렇게 됐잖아”라는 게 아내의 주장입니다. 그러니까 아빠도 책임이 있으니 알아서 이 사태를 정리하라는 거지요. 이럴 땐 빨리 상황을 정리해야지 방법이 없습니다. 일단 닌텐도와 휴대폰 압수, 집에서 자습은 하기 어려우니 다시 학원 갈 것. 이 문제는 아빠가 더 이상 도와줄 수 없고 모든 권한을 엄마에게 넘기겠다라고 말하니 딸 아이의 울음이 다시 터집니다.

요즘 아이들 제일 무서운 벌이 휴대폰 뺏는 거랍니다. 딸 아이도 마찬가지입니다. 게다가 아빠가 모든 권한을 엄마에게 넘겼으니 백날 말해봐야 소용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거지요. 결국 아이는 결국 휴대폰 없이 한 달을 살았습니다. 한 달 살아보니 예상과 달리 아이는 집에 있는 인터넷 전화 쓰면서 잘 버티는데 도리어 어른들이 불편해졌습니다. 아이가 학원이다 어디다 다녀야 하는데 정작 어른들이 연락을 못하니 마음이 급한 거지요. 결국 한 달 반만에 딸 아이는 데이터 요금제는 해지했고 수신만 가능한 상태로 휴대폰을 돌려 받았습니다.

솔직히 저는 아이에게 디지털 기기를 사주는데 인색하지 않습니다. 이 아이들은 디지털 기기와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삶을 살아야 하는데 기왕이면 더 빨리 친해지고 더 잘 다룰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데이터 존프리 요금제를 해 준 것도 그런 까닭입니다. 덕분에 아이는 휴대폰으로 검색도 잘 하고, 게임이나 벨 소리도 잘 찾아 받습니다. 게다가 이제 휴대폰 다루는  솜씨는 아빠보다 더 낫습니다. 이거 어떻게 하더라, 고민하고 있노라면 어느 틈에 그 기능을 찾아서 가르쳐 줍니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이미 오래 전부터 손녀에게 휴대폰 강습을 받았고 잘 가르친다고 소문나서 몇몇 할머니 친구분들을 가르치기도(!) 했습니다.

기능과 사용법은 환경만 만들어 주면 딸 아이가 혼자 알아서 잘 익힙니다. 그러나 휴대폰 문화는 아이가 알아서 배우지 못합니다. 아빠는 스스로, 공공 장소에서는 시끄럽게 통화해선 안된다라고 가르쳤음을 자부합니다. 덕분에 딸 아이는 공공장소에서 당연히 이어폰을 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휴대폰을 절제하는 법 만큼은 아직 못 가르쳤습니다. 아이에게 휴대폰의 모든 기능을 다 찾아주는 날(데이터 요금제는 결국 뺐습니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람이 디지털 기계를 쓰는 이유는, 사람들끼리 더 잘 얘기하고 더 편리하게 살기 위한 거란다. 기계에 빠져 기계만 쳐다 보고 살아선 안되는 거야. 아빠는 네가 필요한 기계를 앞으로도 얼마든지 사주겠지만, 니가 그 기계를 다루길 원하지 그 기계에 빠져 사는 걸 바라진 않는다. 그런 문제가 또 생긴다면 아빠는 또 기계를 빼앗을 수 밖에 없을 거야. "

솔직히 딸 아이는 예배 시간이나 수업 시간에 지루하다며 아빠에게 문자를 보내기도 하고(!) 식구들 식사하는 자리에서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기도 하며 잠자기 전 침대에 누워 휴대폰 음악을 듣습니다. 이 아이의 삶에서 휴대폰을 뺀다는 건 사실 상상할 수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휴대폰이 사람을 위한 것이지, 사람이 휴대폰을 위해 있는 건 아니라는 점을 아이가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아빠는 아이가 이 사실을 잊지 않도록 꾸준히 잔소리를 할 겁니다. 어쨌거나 앞으로 몇 년 동안은 아빠가 이런 기계를 사주는 물주가 틀림없으니까요. 이 정도면 잔소리할 자격은 충분히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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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2010.05.14 13:02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앞으로 물주로서 평생 잔소리 하시려구요??? 아이에게 선물 했으면 그 물건을 쓸 권리도 부여하셨으니 줬다 뺐었다는 하지 말으셔야져 ㅋㅋㅋ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5.14 13:05 신고 수정/삭제

      ㅎㅎ 물건을 쓸 권리는 줬지만
      물건의 노예가 될 권리는 주지 않았습니다! ㅋㅋ

      가끔 잔소리하는 재미도 없으면
      물건 사주는 재미도 없죠~ ㅋㅋ

      고맙습니다!

  • Favicon of http://no1salaryman.tistory.com BlogIcon 정현아범 2010.05.14 15:04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정현이는 핸펀 사달라말라 말도 없었는데..
    저희가 애 잃어버릴까봐 하나 붙여줬거든요..
    서연이는 여섯살때부터 어여 핸펀 사내라고 갈굼을..ㅠㅠ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5.14 15:15 신고 수정/삭제

      ㅎㅎ 오빠가 쓰는 걸 보면 서연이도 쓰고 픈게지. ㅋㅋ
      처음엔 다 어른들이 불편해서 사준다네.
      없으면, 여전히 어른들이 불편하고 ㅜㅜ ㅋㅋㅋ

  • Favicon of http://monomato.com BlogIcon 모노마토 2010.05.14 15:28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1년 후에 세현이에게 아이폰을 줘야겠습니다 ㅠㅠ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5.14 16:20 신고 수정/삭제

      아이폰 쓰다 쓰다 고장나면 줘도 되겠네.
      그러나 속 마음을 보니 세현이에게 아이폰 주고
      아빠는 새 폰을 사겠다는 뜻인게지? ㅋㅋ

  • 진주애비 2010.05.21 19:02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왜 애가 혼나는데
    내가 더 혼나는 기분이 드는건지...왜.왜.왜 ㅡㅡ.

책은 말이야, 절대 지루한게 아니야

아빠가 딸에게 가르쳐야 할 인생을 즐겁게 사는 방법 10
독서 - 책을 읽는 즐거움

“아빠,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14권 커튼 다 읽었어?”
“응? 아빠 요즘 바빠서 못 읽었는데?”
“그거 범인이 XXXXXX야 ㅋㅋㅋㅋ”
“야! 그거 얘기하면 아빤 무슨 재미로 읽으라고! 너 진짜~”
“어~ 그럼 나 다 얘기한다~ 15권은...”
“으악! 안 들어, 안 들어!”

요즘 딸 아이가 저를 놀려 먹는 것 중 하나입니다. 아이가 중학교에 들어간 이후 같이 읽을 책을 고민하다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을 조금씩 사주고 있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좋아합니다. 덕분에 아빠도 옛날에 읽었던 오리엔트 특급 살인 같은 명작을 다시 읽고 있지요.

‘책 많이 읽어야 훌륭한 사람 되는 거야’라고 우리는 아이들에게 말합니다. 그래서 어릴 적 부모님들은 아이들 머리 맡에서 책을 읽어주고, 수백만원씩 주고 전집 세트를 사주고, 도서관엘 데리고 다니면서 이런 저런 책을 읽게 해줍니다. 이도 저도 안돼면 책 대여점을 이용하기도 하지요. 그러나 대부분 아이가 어릴 때 뿐입니다.

아이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많은 부모들이 책 읽으라는 말을 안 합니다. 아니 어쩌면 못합니다. 초등학교 고학년만 되어도 학원 다니랴 공부하랴 쫓기는 아이들에게 책 읽으란 말은 어쩌면 사치입니다. 그래놓고 말은 잘 합니다. “책 읽어야 훌륭한 사람 되는 거야.” 하지만 안 읽습니다. 아빠가 안 읽는데 아이보고 책을 읽으라니요.

그래서 쓴 방법이 아이와 같이 책을 읽는 거였습니다. 제일 처음에 같이 읽은 건 이원복 선생님의 먼나라 이웃나라였고요, 60권짜리 만화 삼국지도 같이 읽었습니다. 해리포터 시리즈도 읽었고... 그냥 읽으면 재미 없으니까 중간 중간 퀴즈 내기도 합니다. 제일 쉬운 건 인물 퀴즈입니다. 맹획이 누구냐? 뭐 이런 거지요. 그러다 보면 퀴즈에서 이기려고 진짜 별 얼토당토 않는 인물을 찾아냅니다. 축융부인이 맹획의 아내라는 거, 이젠 절대 안 잊습니다.

한 번은 딸 아이가 제가 읽던 다카노 가즈야키의 추리 소설을 읽어보겠다 하더군요. 특별히 내용에 문제될 것이 없어서 그러라 그랬더니 완전 반응이 뜨거운 겁니다. 어린이용으로 번역한 셜록홈즈, 아르센뤼팽 시리즈를 좋아하던 아이였으니 다카노 가즈야키는 좋아할 수 밖에 없겠지요. 그 뒤로 아이는 제가 읽는 책들 몇 권을 따라 읽기 시작했습니다. 이젠 전세가 역전된 거죠.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타나토노트, 천사들의 제국, 신까지 읽고는 아빠가 자기 몰래(!) 재미있는 책만 읽는다는 사실을 눈치챈 겁니다.

이런 책들 보다 의미 있는 책을 읽혀야 하지 않나고 아내는 가끔 얘기합니다. 물론 저도 그러고 싶죠. 그래서 저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을 사서 읽고는 아이 방에 꽂아 놓습니다. 책이 있으니 언젠가는 읽겠지 라는 생각으로요. 하지만 쳐다 보지도 않는 듯 해서 한 번은 위대한 개츠비 다 읽으면 엄청난 용돈을 주겠다고 꼬셨는데 결국 스무 쪽도 못 읽고 나자빠졌습니다. 어려워서 못 읽겠답니다. 하긴 아빠도 어려운데 아이에게 쉽겠습니까. 덕분에 위대한 개츠비는 이제 딸 아이에게 지루하고 재미없는 책으로 찍혔습니다. 아이는 앞으로 위대한 개츠비는 쳐다 보지도 않을 겁니다.


책이 어려워 읽지 않는 것보단 재미있는 책이라도 읽는 게 훨씬 좋은 일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고른 책이 바로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입니다. 내용도 별 무리 없고 아빠가 읽기에도 재미있고요. 이 녀석, 아빠 보다 읽는 속도가 빨라 먼저 읽고 나서 아빠를 놀려 먹는 재미까지 생긴 겁니다. 다음 번 시리즈 빨리 사오라고 요즘 노래를 부릅니다. 덕분에 아빠는 매달 책 값 대느라 술 값을 줄이고 있을 정도입니다.

아빠는 딸에게 지금보다 많은 걸 주고 싶습니다. 여행도 자주 다니고 싶고, 가르쳐야 할 것도 많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할 수 있는 건 정말 많지 않습니다. 몸도 무겁고(아, 움직이기 싫어하는 이 넘의 디앤에이가 딸에게 유전될 줄이야!) 상황도 허락하지 않습니다. 그럴 때 가장 좋은 건, 누가 뭐래도 책입니다. 책 속엔, 진리까지는 아니더라도, 아빠가 아이에게 직접 가르칠 수 없는 수많은 보물들이 있습니다. 그 보물을 찾는 눈을 길러주는 것, 아빠로서 이보다 보람찬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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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5.12 21:44 ADDR 수정/삭제 답글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5.12 23:16 신고 수정/삭제

      앗! 그런 일이! 곧 잘 해결되겠지요!^^

  • Favicon of http://no1salaryman.tistory.com BlogIcon 정현아범 2010.05.13 10:21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일단 아빠가 책을 좀 읽어야겠죠..ㅠㅠ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5.13 13:49 신고 수정/삭제

      그거이 뭐 어려운 일이라고~
      그냥 죽죽 읽으시면 됩니다 ㅋㅋ

  • Favicon of http://greendayslog.tistory.com BlogIcon 그린데이 2010.05.17 15:53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제 블로그가 다음에 스팸으로 등록된 모양입니다. --; .com만 들어가면 댓글이고 트랙백이고 아무것도 안되네됴. ㅠㅠ 암튼.. 팬더가 그려진 해문출판사의 전집을 열심히 사모으던 추억이 떠오르네요. 얼마전 터키 여행에서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의 배경지를 우연히 가보게 되었는데 감회가 새롭더라구요. 추리소설 좋아하신다면 따님과 함께 가보셔도 좋을 듯. 손트랙백 남깁니다. http://greendayslog.tistory.com/203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5.17 17:30 신고 수정/삭제

      이런 이런. 도대체 왜 그렇게 됐을까요??
      사실 터키는 정말 꼭 가보고 싶은 곳이에요.
      딸이야 지가 크면 알아서 갈테니
      전 애인하고 가보고 싶어요! ㅎㅎㅎ

    • Favicon of http://greendayslog.tistory.com BlogIcon 그린데이 2010.05.18 09:43 신고 수정/삭제

      앗 그 애인은 혹시... ^^;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5.18 10:16 신고 수정/삭제

      으응?? 누구 아시는 분 있으세요? ㅋㅋㅋ

  • 하루 2010.05.19 00:45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정겨운 글이네요...
    잘 읽고 갑니다...

  • Favicon of http://me2day.net/wowpc BlogIcon WOWpc 2010.06.10 10:25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책을 많이 읽은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는 어휘력에서 차이가 나더군요. 제 딸아이는 이제 고작 4살이긴 한데, 아이 엄마가 극성을 부려 6개월때부터 책을 사서 읽어주곤 했었거든요.
    2달 차이나는 동네 친구랑 이야기 하는걸 비교해보면, 확실히 표현력에서 차이가 납니다.
    책 거의 읽지 않은 그 아이는 일상대화의 말은 참 잘 하는데 감정표현이 제 아이와 차이가 나더라구요~

    책 읽는게 습관이 되다보니 잠자리에 들기전에도 한 대여섯권 동화책을 가져와서 읽어달라고 합니다... 좋아라 하는거라 읽어주긴 하지만, 잠자리에선 다섯권 이상은 잘 읽어주지 않으려고 하고 있네요~

    아직 글자는 모르지만, 엄마 아빠가 읽어주었던 내용을 되뇌이면서 혼자 책 펴놓고 중얼중얼 하고 있는 모습보면 그냥 뿌듯하기만 하네요... ^^

나쁜 버릇을 고치려면 의지가 필요한 법

아빠가 딸에게 가르쳐야 할 인생을 즐겁게 사는 방법 9
손톱 - 나쁜 버릇 고치기

아이들마다 버릇이 있습니다. 다리를 떨거나 손톱을 물어 뜯거나 머리를 흔들거나, 뭐 버릇 없는 아이는 없죠. 그런데 이렇게 써 놓고나니 우리 말이 참 재미있습니다. 왜, 애들이 속칭 싸가지 없으면, 저 놈 참 버릇없네. 그러잖아요? 그런데 아이들마다 버릇이 있고 버릇 없는 아이는 없다고 떡하니 써 놓으니, 똑같은 낱말이 어찌 이렇게 전혀 다른 뜻으로 쓰일까요.

그건 그렇고 ^^ 딸 아이는 손톱을 물어 뜯는 버릇이 있었습니다. 과거형으로 썼으니 고쳤다는 뜻이겠네요. ^^ 몇 년 전 이런 버릇이 있다는 걸 알았을 땐 사실 야단도 못 치겠더라고요. 저도 어릴 떈 손톱 물어 뜯었으니까요. 사실 어른이 된 지금도 가끔 물어 뜯긴 합니다만! 엄마한테는 야단도 꽤 맞았는데 못 고친다고, 아내는 저보고 어떻게 해보라는 겁니다.

아빠도 같은 버릇이 있었는데 아이에게 나쁜 버릇있다고 야단만 쳐서 해결될 문제도 아닌 듯 하고, 처음엔 잘 달래 말했습니다. 그 땐 아이도 어릴 때니까 손톱에 있는 병균이 들어가면 어쩌고 저쩌고... 그런데 잘 안 고치더라고요. 게다가 손톱 먹는 걸로는 배도 안 아프고. 젠장 그 손톱에 있는 병균들은 뭐했는지 모르겠어요. ^^

그렇게 몇 번은 잘 달래다가 한 번은 호되게 야단을 쳤습니다. 마침 인사동에 놀러나간 날이었는데 어떡하다가 딱 걸린 거죠. 기회는 이 때다 싶어서 인사동 길에 있는 조그만 돌의자 위에 올라서라고 했습니다. ‘다시는 손톱을 먹지 않겠습니다’라고 크게 외쳐!라고 했죠. 물론 안 하죠. 고집 부리고 입을 다물고 있는데, 이럴 땐 비장의 무기를 꺼내야 합니다. 아이들마다 가장 무서워하는 벌이 있는데, 그걸 써야죠.

이 녀석은 희한하게도 매를 때리면 맞고 버티는데 딱 하나, 너 오늘 밥 먹지마 이러면 바로 무릎꿇고 잘못했다고 빕니다(아, 지금은 안 그럽니다. 초등학교 4학년때까지! ^^ 지금은 당연히 핸드폰 내놔! 이거죠~). 그 날도 원래는 스파게티를 먹을 계획이었는데 손톱 물어뜯은 걸 아빠한테 걸린 거죠. 너 손톱 먹어 배부를테니 저녁 먹지 말고 여기 서 있어! 그랬더니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면서 ‘다시는 손톱을 먹지 않겠습니다’라고 개미소리 같이 외칩니다. 속으론 웃기지만 들리겠어? 조금 더 크게? 했더니 목소리가 조금 더 커집니다. 이걸론 안되지! 그랬더니 그제서야 좀 들릴만한 소리로 외칩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들었는지 흘끗 쳐다보기도 하고요.

아직도 긴장하면 조금 물어 뜯습니다 ^^


그 뒤로 잠시 멈추는 듯 했지만 버릇을 완전히 고칠 수는 없었습니다. 그 후로도 계속 손톱을 물어 뜯으면 안되는 이유를 꾸준히 설명헀고, 상과 매를 미끼로 썼습니다. 이런 거죠. 일주일 뒤 손톱 모양이 예쁘면 상을 주고 미우면 벌을 주겠다... 어떤 때는 혼나고 어떤 때는 상금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몇 번을 반복하니 요즘은 물어 뜯는 일이 많이 줄었습니다. 여기엔 손톱을 치장하는 것도 도움이 됐고요(이건 아빠가 못해주는 겁니다만 ^^). 하지만 시험처럼 극히 긴장하는 일이 있으면 물어뜯기도 합니다만 그런 건 봐줘야죠. ^^

아이에게 무언가로 보상하는 교육 방법은 좋지 않다고 합니다. 하지만 적절한 보상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런 저런 방법들을 적절히 섞어서 해야지 한 가지 방법만 쓰면 안되겠죠. 밥도 한 가지만 먹으면 탈 나는 것처럼요.

사실 아이도, 아빠도 사람이라면 누군가 다 나쁜 버릇 하나 쯤 있는 겁니다. 하루 아침에 고칠 수 없는 거고요. 버릇을 고치려면 야단과 매 같은 무서운 계기도 필요합니다만 스스로 고쳐야 겠다는 의지도 필요한 법입니다. 버릇을 고쳐야겠다는 의지를 갖도록 꾸준히 가르치고, 지켜보는 것, 아빠가 할 수 있는 그저 작은 일일 겁니다.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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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me2day.net/wowpc BlogIcon WOWpc 2010.02.05 20:10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오늘도 글 잘 읽고 갑니다.
    아직 제 아이는 이제 겨우 27개월이라 한참 멀었지만, 저도 레이님(호칭을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님자를 붙였습니다.)과 같은 아이에게 많은것들을 가르쳐 주고 아이에게 최고인 아빠가 되었으면 하네요. ^^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2.06 12:03 신고 수정/삭제

      댓글 고맙습니다. ^^

      그리고, 저는 최고의 아빠가 아닙니다 >.< 그저 아이에게 뭔가 하나라도 더 해주고 싶은 그저 보통 아빠입니다 ^^

      행복한 주말 되세요 ^^

  • Favicon of http://greendayslog.tistory.com BlogIcon 그린데이 2010.02.23 22:29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전 아직도 손가락(손톱이 아니라 손톱 옆 살...)을 무는(뜯지는 않습니다...) 버릇이 있어
    굳은 살이 있는데요. 엄지 손가락 빠는 딸내미 어찌 훈육해야 하는지 걱정이에요. ㅋ
    저부터 고쳐야 하는데 말이죠..; 꾸준한 의지는 정말 중요한 것 같습니다. :)

딸아, 내 것이 소중하면 남의 것도 소중한 거야

아빠가 딸에게 가르쳐야 할 인생을 즐겁게 사는 방법 8 - "저작권"

요즘 아이들 숙제를 가만 보면 뭔가 조사하는 것들이 많습니다. 선생님이 어떤 주제를 내주면 관련된 자료들을 찾아 가는 건데요, 사실 엣날에도 그런 숙제들이 있긴 했었죠. 자료 찾으려고 신문 뒤져 찢어 붙이고, 대학생 형아들한테 물어보고, 사방 뒤지고 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은 좀 다르죠. 다들 인터넷 찾습니다. 검색 사이트에서 키워드만 치면 다 나오잖아요. 공식 웹 사이트도 있고, 블로그에 올라 온 글도 많습니다. 무엇보다도 숙제 하기엔 공식 사이트보단 블로그가 훨씬 좋습니다. 체험이 곁들여 있으니까요.

한 번은, 학교에서 경복궁에 대해 조사해 오라는 숙제를 내 준 모양입니다. 아이가 컴퓨터 앞에 앉아 키를 몇 번 두드리더니 금새 글과 사진을 긁어 모아 자료를 하나 만듭니다. 블로그 몇 개를 스크랩 하더니 뚝딱 뚝딱 잘도 만들었더군요. 아빠가 좀 볼까? 하고 봤더니 남의 글과 사진을 모아 그럴 듯한 답사기를 만들어뒀더군요. 사실 초등학생 아이가 인터넷에 있는 자료들을 모아 뭔가를 만들었다고 해서 저작권을 위반하는 건 아니겠지만, 개념을 가르쳐야 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 이거, 사진은 그렇다 치고, 글은 네가 다 쓴 거니?

- 아니, 인터넷에 있는 거 가져다 붙였는데?

- 그 글하고 사진은 니거가 아니잖아. 그런 거 막 가져다 쓰면 안돼

- 왜? 네이버에서 스크랩하라고 되어 있는데, 그냥 쓰면 되는 거 아니야?

아! 설마 이 녀석이 네이버 스크랩을 들먹일 줄은 몰랐습니다. 하지만 아빠가 여기서 물러설 순 없죠.

- 만일 누군가 니 글을 니 허락도 받지 않고 갖다 쓰면 넌 기분 좋겠니?

- 음, 아니

- 그런데 왜 너는 남의 글을 막 갔다 썼어?

- 음... 그냥 인터넷에 있는 거라서 썼어. 인터넷에 있는 건 다 써도 되는 거 아니야?

- 아니야, 누군가 글을 쓰고 사진을 찍으려면 시간과 노력이 들겠지? 그렇게 애써서 만든 걸 막 가져다 쓰면 될까?

- 그럼 그 사람들은 왜 인터넷에 그걸 올리는 건데?

- 그 사람들은 보라고 올려 놓는 거지, 그걸 그대로 가져다 쓰라고 올린 건 아니야. 그 사람들이 고생해 만든 걸 가져다가 누군가 손쉽게 만들어서 장사하면, 그 사람들은 어떻게 되겠어?

- 응... 그럼 아빠 나랑 지금 경복궁 가야 해. 나 숙제는 해야 되거든.

그래서 꼼짝없이 주말에 경복궁 끌려 갔습니다. 좀 힘들긴 했지만 아무렴 어떻습니까. 사진도 찍어주고 아빠도 모처럼 딸과 바람 쐬고 데이트 했습니다.

지난 번에 잠깐 대학생들 만나 얘기할 시간이 있었는데, 저작권에 대해서 정말 많이 모르더군요. 물론 저작권 자체가 복잡하고 적용하기 애매한 부분이 많아 사람들이 쉽게 이해하지 못하긴 합니다만, 다들 한 두번씩은 알게 모르게 위반 경험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게 어디 대학생들 잘못이겠습니까. 저작권이라는 개념을 빨리 체계화하지 못하고 이를 가르치지 못한 것이 잘못이지요. 게다가 공유라는 개념이 꽤 왜곡된 까닭에 저작권을 더 이해하지 못하는 듯 합니다.

내 꺼 아니면 다 남의 것인 법입니다. 누가 허락 없이 내 사진과 글을 가져다 쓰면 안되는 것처럼 나 역시 남의 사진과 글을 함부로 쓰면 안됩니다. 이 말은 남의 것을 함부로 쓰지 말라는 얘기이면서 한편으로는 내 것을 소중하게 지키라는 말과 같습니다. 남의 것과 자신의 것을 동시에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는 말입니다.

딸 아이도 이제 슬슬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 가겠지요. 스스로 쓴 글과 직접 찍은 사진들로 예쁜 세계를 만들기를 아빠는 응원할 따름입니다. 그렇게 만든 소중한 기록 속에 저작권의 의미를 잘 이해하고 받아들였으면 좋겠습니다. 자신의 것과 남의 것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 자라 결국은 나와 이웃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이 되기를, 그저 아빠는 바랄 따름입니다.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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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www.iloveuk.kr BlogIcon 행복한꼬나 2010.02.01 13:27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아빠의 작은유산. 제가 이 메뉴얼 얼마나 좋아하는 지 모르시죠? :) 헤헤. 저도 경복궁 숙제하러 아빠와 자주 갔었어요. 인사동도! 아빠랑 인사동에 자주 가서 이것저것 구경도 실컷하고 맛있는 것도 먹었던 기억에 인사동을 가장 좋아한답니다. 즐거운 추억이 하나 더 생기셨겠어요!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2.01 14:01 신고 수정/삭제

      아이가 크기 전에 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아이가 커서도 할 수 있는 게 많더라. ^^ 사실 이 글 쓰다 보니 나한테 남는 게 더 많다는 생각이 들어 ^^ 땡스!

  • Favicon of http://no1salaryman.tistory.com BlogIcon 정현아범 2010.02.01 15:27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이번 주말은 방학숙제 주간이었구만요..ㅋㅋㅋ
    정현이 숙제 트랙백 걸어봤어요..ㅎㅎ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2.01 15:29 신고 수정/삭제

      ^^ 어제 머 생난리를 치고 다 하드만. 근데 여기 쓴 얘기는 좀 된 얘기라네 ㅋ
      그나저나 오랫만인걸? ^^ 신년회 함 하셔야지?

  • Favicon of http://luminance.kr BlogIcon 루미넌스 2010.02.02 12:30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올바르게 자라가는 따님 보시며 보람차시겠습니다^-^
    간만에 만나는 훈훈한 글이라 댓글 남기고 갑니다ㅎㅎ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2.02 17:56 신고 수정/삭제

      ^^ 고맙습니다. 아이가 자랄 수록 더 애틋해지네요. ^^

내 딸에게 주고픈, 상실에 대처하는 법

아빠가 딸에게 가르쳐야 할 인생을 즐겁게 사는 방법 7
상실대처하는 법

지난 성탄절 선물로 딸 아이에게 아이팟 터치를 선물했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아이에겐 좀 과하다 싶기는 했었고 아내는 기도 안 찬다는 반응이었습니다만, 아빠는 아빠 대로 계산이 있었습니다. 유난히 휴대폰이나 닌텐도 같은 디지털 기기를 좋아하는 딸 아이였기에 아이팟 터치를 잘 쓸 거라 생각했고 마침 아빠가 아이폰을 장만했으니 둘이서 쿵짝 쿵짝 할 일이 많을 거라고 기대했기 때문입니다. 아이팟 터치를 주문하고 실리콘 케이스도 사고, 벨킨 듀얼 충전기까지 주문하면서 사실 아빠가 더 신이 났는 지도 모릅니다.

아빠의 예상은 적중했습니다. 아이팟 터치를 손에 잡은 그 날부터 딸 아이는 아빠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빨리 아이팟 터치에 익숙해졌습니다. 맥용 아이튠즈에서 음악 파일을 넣는 방법, 앱 스토어에서 무료 앱을 다운 받는 방법을 금새 익혔고 와이파이가 뭘 말하는 건지도 금새 깨우쳤습니다.

아빠의 아이폰과 무료로 문자를 주고 받을 수 있는 앱을 깔아주고, 와이파이 잡는 법을 가르쳤습니다. 딸 아이가 자주 가는 학원과 할머니 집에도 myLG070이 설치되어 있으므로 “아빠에게 문자할 땐 이걸 쓰면 돼, 돈도 안 들어” 라고 가르쳤습니다. 이 녀석, 하루에 한 두번은 아빠에게 문자를 하고 그 때마다 대여섯 통은 쓰니까 무료 메신저가 꽤 쓸모가 있었죠.

게임도 몇 개 받았습니다만 이런 저런 앱도 꽤 받았습니다. 몇 개는 아빠가 사주기도 했고요. 특히 영어 교육용 앱 몇 개를 받아서 아빠와 낱말 풀기를 하며 놀았더니 엄마도 싫은 내색을 더는 못했습니다. 플래시 앱을 받아 자기가 배울 단어를 직접 쳐 넣어 단어장을 만들기도 했고, 하여튼 딸 아이는 아이팟 터치로 새로운 디지털 라이프를 누리기 시작했지요. 잠잘 때 까지도 손에 쥐고 잘 정도였습니다.

삼 일 뒤, 퇴근 시간을 살짝 넘긴 시간, 아이팟터치의 무료 메신저로 딸 아이가 쪽지를 보냅니다. 이제 집에서 공부를 다 했고 근처에 있는 할머니네로 저녁을 먹으러 간다고 신이 나 있었습니다. 저녁 잘 먹으라고 인사를 하고 메신저를 닫았는데 십 분도 안되어 전화가 왔습니다. 이 녀석이 뭐라고 말을 하는데, 도대체 알아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응, 왜 그래?? 다그쳐 묻는 저에게, 딸 아이는 제대로 말을 못하며 울기만 합니다.

“아빠, 없어졌어, 터치가...”

주머니에 넣고 가던 아이팟 터치가 빠졌나 봅니다. 뭔가 이상해서 돌아봤는데 주머니에서 빠진 터치가 어디로 갔는지 못 찾겠다는군요. 아이가 너무 울고, 저도 좀 당황해서 아빠가 가겠다고 했습니다. 날이 추우니, 더 찾지 말고 들어가렴. 그렇게 말하고는 택시를 타고 집에 갔습니다.

이 녀석 아빠를 보자마나, 서럽게 웁니다. 이렇게 서럽게 우는 걸 본 적이 없었는데 자기 스스로도 아빠에게 미안했던 모양입니다.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면서 흐느껴 우는 아이를 달래고 아빠랑 한 번 더 찾아보자고, 어두운 밤 길을 플래시를 비쳐 가며 다시 찾아볼 뿐이었습니다. 경비실에 들러 혹시 주운 사람 있으면 좀 알려달라 하고, 관리실에 방송 좀 부탁해 보고. 아빠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더군요. 혹시라도 터치가 인터넷에 연결이 되었을까봐 메시지를 보내봤습니다만 돌아오는 건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그 뒤로 얼마 동안 딸 아이는 잃어버린 터치 때문에 잠도 제대로 못 잤습니다. 어찌 있나 궁금해서 낮에도 전화 하면 아빠, 터치 찾았어? 라고 물어봅니다. 아이가 걱정되어 조금 일찍 들어가면, 아빠, 터치 연락 없었어, 라고 묻습니다. 못 찾으니까 포기하자고 말을 해도, 아이는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아이가 계속 힘들어하니 도저히 안되겠더군요. 동전을 모아둔 저금통을 가져다 주고 말했습니다.

“아빠가 모은 저금통인데 이번에 아빠는 딱 이만큼만 도와줄거야. 나머지는 네가 심부름을 하든 뭘 하든 용돈을 벌어서 채워. 그 돈으로 다시 아이팟 터치 사렴. 대신 설날 세배돈은 포함시키면 안돼. 네가 힘들게 번 돈만 해당되는 거야”

사용자 삽입 이미지

주인 잃은 아이팟 터치 케이스가 더 쓸쓸해 보입니다. 이젠 이 녀석도 버려야겠지요.


새로 살 희망이 보였는지 딸 아이는 그 때부터 돈 벌기에 열심입니다. 구두도 닦고 설겆이도 하고, 청소도 합니다. 덕분에 주말 저녁 아빠가 할 일이 하나 줄었습니다. 아빠는 놀고 딸은 청소합니다(이 무슨!) 딸 아이는 그렇게 벌어 올해 생일 쯤에 터치를 사고 싶어하는 눈치지만 제가 보기엔 올해는 못 삽니다. 아마 내년 생일 쯤엔 살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물건 하나 잃어버리고도 저렇게 힘들어 하는데 이 녀석이 커서 더 큰 물건을 잃거나 사람을, 혹은 사랑을 잃게 되면 그 상실감을 어떻게 대처하라고 가르쳐야 할까, 지금보다 더 많이 힘들고 아파할 텐데 아빠는 그 옆에서 무얼 해 줄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뭘 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저 아픈 기억을 빨리 잊게 하고 또 다른 희망으로 손을 내밀게 하는 것. 아빠가 해 줄 수 있는 건 그게 전부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앞으로도 몇 번의 상실을 더 겪을 아이를 위해 아빠도 상실에 대처하는 법을 좀 배워야 하겠습니다.

그나저나 6개월 할부로 산 아이팟 터치의 첫 달 요금이 이제 나왔습니다. 상실에 대처하는 법, 아빠는 더 빨리 배워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빠의 상실은 이제부터 시작이니까요. ^^ / FIN

PS1> 원래 그렇게 큰 물건을 잃었으니 혼나야 하는데, 너무 서럽게 우는 바람에 혼나는 걸 피했습니다(이 녀석 이게 작전이었는지도!).

PS2> 그런데 결국 다른 물건 잃어버릴 뻔 하다가 아빠한테 혼나고 말았습니다. 물건을 소중하게 여기는 모습을 보여줄 때까지 아빠의 아이폰엔 손도 못대는 것이 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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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롱롱 2010.01.25 18:29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ㅎㅎ 저희 아버지도 아이폰 쓰시고계시는데..
    몇일전에 그걸로 피아노 치다가 확대기능을 적용시켜버려서;;
    나중엔 제가 더블클릭해서 풀었다지요ㅠㅠㅠ
    그이후로 못만지게해요 ㅋㅋㅋㅋㅋ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1.25 18:35 신고 수정/삭제

      그 확대 기능을 적용시켜 놓고 피아노를 치면 더 잘 칠 수 있나요?? ㅋㅋㅋ

  • Favicon of http://archvista.net/ BlogIcon 아크몬드 2010.01.26 05:28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중요한 존재를 잃었을 때 그 상실감이란... 잘 읽고 갑니다.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1.26 09:43 신고 수정/삭제

      ^^ 유명한 아크몬드님이 오셨네요~ 고맙습니다 ^^

  • Favicon of http://monomato.com BlogIcon 모노마토 2010.01.26 13:29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코끝이 찡해지는 글이네요..(저만 그런듯 ㅠㅠ)

  • Favicon of http://virgins.tistory.com BlogIcon 리쳐드 2010.03.21 00:05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잘 봤습니다. 바로 북마크 했습니다.
    행복한 휴일 보내세요. ^_____________^

  • 조커 2010.07.14 14:54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저도 6학년 큰딸에게 아이팟터치르 선물했었습니다. 그게 작년말입니다. 아직 잃어버리진 않고 있고 잘 사용하고 있더군요.. 딸에게 상심을 치유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 소중하게 간직하겠습니다. 나중에 더큰 상실을 느꼈을때는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구요? 그땐 그저 조용히 안아주고 ... 받아주면 되지 않을까요?

축하 - 아빠가 딸에게 가르쳐야 할 인생을 즐겁게 사는 방법 6

아빠, 나 160cm 넘었다!

딸 아이가 이렇게 소리지르는 건 다 이유가 있습니다. 저희 집에선 이 녀석의 키가 10cm 씩 자랄 때마다 축하 파티를 열어주었거든요. 그 동안은 꽤 빨리 자랐던 터라 10cm 파티를 1년에 두 번도 하곤 했었는데 요즘은 크는 속도가 좀 더디어져서 사실 걱정을 좀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드디어 160cm를 넘었다는 겁니다.

사실 파티라는게 대단할 거 없습니다. 어떤 때는 하트 모양의 도넛 하나를 사서 그 위에 초를 꽂고 축하 노래를 불러줬고, 또 어떤 때는 떡볶이와 튀김으로, 어떤 날은 치킨과 피자로 파티를 했었지요. 오랫만의 파티라 기분이 좋았던 탓인지 할아버지, 할머니는 물론 고모 내외까지 모두 불러다가 피자와 치킨으로 모처럼 신난 저녁을 했습니다.

참 유별나다. 그런 것까지 해야 하나, 라고 말씀하실 분들도 계실 겁니다. 하지만, 저는 적어도 축하할 일은 반드시 축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돌아보면 우리는 축하하는 일에 왜 그리 인색한 것일까요. 생일이나 무슨 특별한 이벤트가 있어야만 그제서야 아껴뒀던 축하를 꺼내 줍니다. 아낀다고 쌓이는 것도 아니고, 마구 쓴다고 돈 드는 것도 아닌데 아주 소중한 것을 꺼내듯 찔끔 찔끔 축하를 던집니다. 기왕이면 더 많이 축하하고 기쁨을 나누는 것이 좋은 일 아니겠습니까.


아빠가 딸에게 축하를 가르쳐야 하는 것은 축하가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작은 일도 축하하면서 살아 있다는 사실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게 하고 작은 일에도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을 갖게 하니까요. 축하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의 마음이 하나씩 전해지면서 서로의 인생이 풍요롭게 되는 건 말할 것도 없는 일일테고요. 꼭 남에게만 축하할 것도 아닙니다. 오늘 힘든 하루를 잘 견디어냈으므로, 시험을 잘 봤으므로, 목표한 일을 달성했으므로... 남 뿐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도 조그만 축하를 건네 보세요. 아이는 물론 아빠 스스로도요.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축하를 받는 방법도 가르쳐야 하지만, 축하를 하는 방법도 가르쳐야 한다는 겁니다. 엄마와 아빠를 축하하는 것은 물론 다른 가족들, 친한 친구들의 사소한 기쁨 하나도 축하해줘야 합니다. 내가 받은 것처럼 다른 사람들의 일도 같이 기뻐하면서 축하할 줄 알아야 하니까요. 축하하는 방법을 어떻게 가르칠까 고민할 필요는 없습니다. 생각보다 쉽거든요. 축하를 받은 아이는 축하하는 법도 절로 배우게 됩니다. 아빠는 그 기회를 만들어 주기만 하면 됩니다. 비싸지도 않은 아주 작은 선물과 함께 말이지요. 초콜릿 하나, 연필 한 개, 휴대폰 고리라도 좋겠네요. 아이가 따라 살 수 있는 그런 선물이면 어떨까요.

어떻게 축하하고 어떻게 기쁨을 줄 것인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인생은 정말 즐거워질 겁니다. 자, 이제 하나씩 축하할 일을 생각해 보세요. 우리 딸 키가 지금 얼마더라, 몸무게는 얼마지? 학교에서 제일 잘하는 과목은 뭐더라? 피아노로 틀리지 않고 연주할 수 있는 노래가 뭐 있지? 축하할 거리를 찾다 보면 생각보다 모르는 일이 많다는 것도 깨닫게 됩니다. 은근슬쩍 축하를 핑계로 몰랐다는 사실을 감출 수도 있겠네요. 아무렴 어떻습니까. 오늘 저녁엔 즐거운 축하 파티가 열리고, 그 비밀은 아무도 모르게 묻혀버릴 테니까요.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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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www.kimdahee.com BlogIcon 다희 2009.10.14 20:22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좋아요 좋아요 맞는 말씀이예요...^-^
    결혼하고 보니까 아빠가 축하해주었던 일 함께 정말 재밌게 놀았던 일
    비록 손가락에 꼽긴 하지만 그런게 더 생각나요.
    사랑을 받는 사람이 할 줄도 안다고 레이님이 그렇게 해주시니
    따님도 상대방에게 따뜻한 축하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될꺼예요~~

  • Orangefarmer 2010.01.07 11:22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축하 받는 것과 함께 축하하는 법도 가르쳐야 한다는 글귀가 눈에 띄네요.
    맞습니다. 남자형제만 있는 집에서 컸더니 나중엔 이 둘 다 영 어색하더군요..

  • Favicon of http://greendayslog.tistory.com BlogIcon 그린데이 2010.02.23 22:31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고래(?)를 춤추게 만드는 힘! 칭찬과 축하. 잘 기억해야 하겠습니다.^^

음악 - 아빠가 딸에게 가르쳐야 할 인생을 즐겁게 사는 방법 5

아빠, You’re the Inspiration 알어?
엥? 시카고 말이야?
누가 불렀는지는 몰라. 근데 그 노래 알긴 알어?
응, 그럼 아빠가 중고등학생일때 엄청 듣던 노랜데.
그래? 나 그거 받아줘.

어느 날 난데없이 딸 아이가 시카고의 You’re the Inspiration을 받아 달랍니다. 1980년대 초반에 나온 이 노래를 딸 아이가 알 턱이 없을 텐데(게다가 시카고라는 그룹을 모르는 걸 보면, 어디선가 노래만 들었을 법한데) 초등학교 6학년이 들을 수 있는 노래는 아니잖습니까. 어디서 들었냐고 물어봤더니, 아하, 딸 아이가 즐기는 게임의 배경 음악으로 이 노래가 나온 겁니다. 그러니 제목은 어찌 알았어도 가수는 모를 수 밖에요.



딸 아이 얘기를 들으니 저도 문득 시카고의 노래가 듣고 싶어졌습니다. 멜론에서 시카고를 찾아 노래를 받고 휴대폰에 넣어 주었습니다. 틈만 나면 휴대폰으로 음악을 크게 틀어 놓는 아이에게 또 하나의 레퍼토리가 생긴 셈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 찾아 달라는 노래는, 퀸의 I was born to love you였습니다. 덩달아 아빠도 퀸의 추억에 다시 빠져 듭니다. Love of my Life… 하프 소리가 잠든 추억을 깨웁니다.

아이튠즈에서 요즘 아빠가 듣는 록 음악들

아이가 어릴 땐 듣는 음악이 다르지만 아이가 자라면 어느 틈에 듣는 음악이 같아집니다. 아이의 휴대폰엔 소녀시대, 2NE1, 지드래곤 등등이 들어 있고 아빠의 차 안엔 윤도현, 김종국, 김범수가 들어 있지만 리스트 뒤쪽으로 넘어가면 아이의 휴대폰에도 김종국, 김범수가 있고 아빠의 차 안에도 소녀시대가 있습니다. 음악이란 모든 사람에게 공통되는 감성 코드니까요.

공통되는 코드를 맞추면,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훨씬 즐겁습니다. 아이가 듣는 노래를 아빠가 알고, 아빠가 듣는 노래를 아이가 아는 것. 이것 하나 만으로도 아빠와 딸 사이엔 커다란 교감이 일어납니다. 그래서 아빠는 딸 아이가 좋아하는 노래를 차 안에 넣어야 하고, 아빠가 좋아하는 노래를 딸 아이에게 슬쩍 슬쩍 가르쳐야 하는 겁니다. 딸 아이가 시끄럽게 틀어 놓는 음악을 아빠가 알고 있다면, 그 노래에 대해 시끄럽다고 말하지 않을 것이고, 아빠의 차 안에서 딸 아이가 좋아하는 노래가 나온다면 아빠와 할 수 있는 얘기도 늘어나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여전히 딸 아이는 아빠에게 노래를 받아 달라고 합니다. 솔직히 좀 귀찮을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덕분에 아빠는 차마 노래방에서 따라 부를 정도는 아니어도 요즘 최신곡이 뭔지는 대충 알게 되고, 딸 아이가 좋아하는 취향도 슬쩍 눈치를 챌 수 있습니다. 신기하게도 DNA 덕분에 아이와 아빠의 취향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발견하면, 괜히 또 자랑스럽고, 때론 찡합니다. 매달 고정된 요금을 내고 그걸 다 채워 쓰지도 못하지만 음악 사이트의 요금제를 포기할 수 없고 귀찮지만 굳이 아빠 아이디로 음악을 받아 넣어주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물론, 절대 교감할 수 없는 노래도 있습니다. 야심한 밤, 아빠는 문득 솔개트리오의 여인이여를 틀어 놓고 혼자 옛날 감상에 빠져 있습니다. 안녕히 주무시란 인사를 하러 왔던 딸이 흘러 나오는 음악에 귀를 기울입니다. 뭐야? 뭐 이런 걸 듣고 계셔? 한 방 날리고는 쪽, 뽀뽀를 하고 제 방으로 가버립니다. 아빠는 순간 할 말을 잃습니다. 아, 아빠는 한 때 이 노래에 눈이 젖었단 말이다! 아무리 외쳐 봐도 안되는 건 안되는 겁니다. 몇 번을 들어도 도저히 즐길 수 없는, ‘외톨이'란 노래에 아빠가 적응할 수 없듯이 말이에요. ^^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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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 - 아빠가 딸에게 가르쳐야 할 인생을 즐겁게 사는 방법 4

난데없이 소나기가 쏟아지는 토요일 오후, 아빠는 잠시 낮잠에 빠졌고 딸 아이는 TV를 보고 있었습니다. 딸 아이의 전화 소리에 설핏 잠이 깼습니다. 언뜻 들으니 할아버지(네, 제 아버지 ^^)셨습니다. 외출을 하셨던 할아버지께서 돌아오셨는데 비가 많이 오는 바람에 지하철 역에서 발이 묶이신 모양입니다. 네, 네 두 어번 대답을 하더니, 이 녀석이 부리나케 옷을 갈아 입습니다.

“아빠, 할아버지 우산 없으시다고 하셔서 내가 나갔다 올께” 언뜻 잠이 깬 제게 말을 던지고 곧바로 현관 닫히는 소리가 들립니다. ‘응’ 잠결에 한 마디 대답을 했지만, 잠에 취한 아빠는 더 깨지를 못했습니다. 그리고 꾸벅 꾸벅, 옛날의 기억으로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출처 : http://www.flickr.com/photos/auggie_tolosa/3402061788/in/photostream/

아마도 제가 지금 딸 아이 정도 나이였을 겁니다. 그 날 밤도 그렇게 비가 왔더랬지요. 전화 벨이 울리고 아버지께서 버스 정류장 앞 가게에 계시다고 엄마가 말합니다. 그 날 제가 아마 기분이 좋았던지 대답을 하는 둥 마는 둥 우산을 들고 버스 정류장까지 뛰었습니다. 걸어가면 10분 정도 걸릴 거리를 아마 5분도 안되어 갔을 겁니다. 아버지께서 깜짝 놀라셨습니다. ‘왜 이렇게 빨리 왔어?’

립 서비스는 이럴 때 날리는 겁니다. ‘사랑하는 아버지께서 비를 맞고 계시는데 얼른 와야죠’ 아버지가 서 계시던 그 가게, 저 때문에 매상 좀 올랐습니다. 뭐 먹고 싶냐며 이것 저것 집어 주시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며칠 후, 엄마가 그럽니다. ‘니가 우산 가지고 나간 그 날, 아빠가 되게 기분이 좋으셨단다.’ 그 땐 몰랐습니다. 뭐 그런 걸 가지고. 그런데 지금 딸 아이가 저한테 그렇게 말한다면, 저라도 기분 째질 수 밖에 없었을 겁니다. 

한 번 재미를 붙이고, 비오는 날마다 몇 번 우산을 들고 버스 정류장에서 아버지를 기다렸던 기억이 납니다. 어떤 날은 금새 아버지를 만났고, 어떤 날은 허탕을 치기도 했습니다. 당시엔 휴대전화가 없었으니 연락이 안되면 그걸로 끝이니까요. 하지만 비 오는 날 아버지를 기다리고, 아버지와 우산을 쓰고 돌아오면서 평소에 하지 못했던 이런 저런 얘기를 했던 기억이, 설핏 깬 잠 속에서 저를 붙들었습니다.

딸 아이가 돌아왔습니다. 할아버지가 만원이나 주셨다고 자랑을 합니다. 사실 참 기특했습니다. 귀찮다고 투덜댈 법 한데, 한 마디 불평도 없이 바로 튀어나간 걸 보면 이 녀석을 잘못 키우지는 않았구나, 그런 뿌듯함도 들었습니다. 저녁 때 아버지를 만났더니, 결혼식 다녀 오시느라 양복을 입고 계셔서, 왠만하면 비 맞고 오실라고 했는데 옷 때문에 어쩔 수가 없더구나 하면서 미안해 하셨습니다. ‘에이. 그래도 비 맞으시면 안돼죠. 집에 멀지도 않은데, 잘 하셨어요.’

설마 옷 때문이었겠습니까. 아마도 할아버지는 손녀에게 용돈을 줄 핑계를 만들고 싶었을 겁니다. 비 속을 손녀와 걷고 싶으셨을 지도 모르지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 이런 날이 아니면 내가 언제 딸 아이와 비 속을 걸어볼까. 어차피 내리는 비 속이니 우산으로 물을 좀 뿌리며 장난을 쳐도 좋겠고, 고즈넉한 비 속을 걸으며 하지 못한 얘기를 해도 좋겠지, 그 핑계로 용돈을 줄 수 있다면 그것도 기쁨 아니겠어.’

비 오는 날 우산 핑계를 대려면, 일부러 차를 놓고 퇴근 해야 하겠군요. 운이 없으면 쫄딱 맞을 각오를 해야겠구요. 아무렴 어떻습니까. 내리는 비 속을 아이와 함께 걷을 수 있다면, 그 정도는 충분히 감수할 만한 위험일 겁니다. 이런 좋은 팁을 가르쳐주신 아버지께, 술 한 잔 올려드려야 겠습니다. 아들은, 나이가 들면서 아버지를 더 좋아한다 하더니, 딱 제가 그 짝인 모양입니다. / FIN
 
2009/09/10 - [사랑하며 사는 삶] - 라면 - 아빠가 딸에게 가르쳐야 할 인생을 즐겁게 사는 방법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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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www.zoominsky.com/ BlogIcon 짠이아빠 2009.09.13 09:50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아니.. 다희가 수술했나 싶었네.. 순간.. ^^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9.09.13 20:06 신고 수정/삭제

      ㅋㅋ 마땅한 이미지가 없어서 플리커에서 찾아넣었더니 글쎄~ ㅋ

  • Favicon of http://no1salaryman.tistory.com BlogIcon 정현아범 2009.09.13 23:10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101가지까지 가남요..^^
    울 녀석들은 할아버지는 갖다 드려도..
    아범은 모른 척 할 듯..ㅡㅡ;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9.09.13 23:17 신고 수정/삭제

      하하, 설마 모른척 할꼬!

      가는 데까지 한 번 가보려 생각 중일세~ ㅎ

라면 - 아빠가 딸에게 가르쳐야 할 인생을 즐겁게 사는 방법 3

"자, 이 컵으로 가득 채워서 물은 세 번 붓는 거야. 1개 당 세 번. 이런 종류의 컵은 용량이 대개 비슷하니까, 밖에 나가서 라면을 끓일 일이 있으면 이 정도 크기의 컵으로 세 번, 이것만 잊지 않으면 돼. 

물이 끓으면 면을 먼저 넣어. 아빠는 스프를 먼저 넣지만, 끓는 물에 스프를 먼저 넣으면 갑자기 확 끓어넘치니까 조금 위험해. 그러니까 너는 면을 먼저 넣고 스프를 바로 같이 넣도록 해. 

자, 이젠 시간이야. 이건 어떤 불에서 끓이느냐에 따라 좀 다른데, 아빠는 약 3분 정도 끓이고 나서 면을 맛 봐. 휴대폰의 시계를 한 번 보렴. 우리가 좋아하는, 약간 꼬들한 정도가 되면 불을 꺼. 바로 먹지 말고 잠깐만 뜸을 들여. 그 동안에 식탁을 닦고 숟가락과 젓가락 놓고, 김치를 꺼내렴. 

뜨거우니까 절대 조심. 가스불 차단기 내리는 거 잊지 말고 두꺼운 장갑을 꼭 끼고 냄비를 들어야 해. 

라면 먹을 땐, 냄비 뚜껑에 덜어 먹는 거야. 이 맛은, 진짜, 아우, 뭐라고 말할 수 없는 거야. 그지? 그지?"

"응, 근데 아빠가 끓여준 것보단 맛 없다! ㅋ"


이런 컵으로 물을 세 번 붓는 거야

딸 아이가 5학년 때, 드디어 라면 끓이는 방법을 전수했습니다. 생각해 보니, 저도 그 무렵 때 쯤 되서 엄마한테 라면 끓이는 법을 배웠던 기억이 납니다. 추운 겨울, 반지하로 내려가는 부엌에서 석유 냄새 가득한 곤로에 불을 붙이고 양은 냄비의 물이 끓기를 기다리던 기억이 새록 새록합니다. 입김을 호호 불며 라면 맛을 보던 기억. 액자 속의 흑백 사진 같은 기억입니다. 

사실 라면이란 것이 뭐 복잡할 거 있겠습니까. 물을 잘 맞추고, 면이 꼬들할 때에 맞춰 불을 끄면 되는 거지요. 아마 아빠가 가르쳐 주고 싶은 건, 아빠가 아빠의 엄마한테 배웠던 그 흑백 사진 같은 기억. 그걸 남겨주고 싶었는 지도 모릅니다. 먼 훗날 라면을 먹다가 문득, '그 때 아빠와 처음으로 라면을 끓였었지...' 라는 미소지을 수 있는 기억을 만들어 주고 싶었는지도요. 거기에 라면을 끓이는 동안의 설레임 같은 건 보너스겠지요. 사실 가장 맛있는 라면은, 내 손으로 직접 끓이면서 익었나 안 익었나, 냄비 뚜껑에 덜어 맛을 볼 때의 그 라면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무엇보다도 "더더더" 주의할 점은, 가스와 불을 다루니까 무엇보다도 안전에 관심을 기울어야 한다는 겁니다. 

가스 불을 다루는 방법, 그릇을 다루는 방법, 그리고 마무리. 아무리 급해도 절대 서두르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고 가르치는 거지요. 아무리 배가 고프고 먹고 싶다고 해도, 찬 물에 라면을 부어 먹을 수는 없듯이 다뤄야 할 순서가 있고, 정리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들이니까요. 

그래도 아빠한테 배웠다고 학교에서 토요일에 저마다 음식을 만드는 날이 있었는데, 떡라면을 끓였던 모양입니다. 반 친구들이 다 자기가 끓인 라면이 제일 맛있다고, 국물까지 안 남기고 다 먹었다고 자랑합니다. 그러면서도 정작 나는 못 먹었어, 투덜 거리기도 합니다. 우리 아빠한테 배웠어, 라고 말했다는 딸 아이의 목소리에서 아빠는,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뿌듯함을 느낍니다. 

사실, 라면이란 게 그닥 몸에 좋은 건 아닙니다. 하지만 정말 맛있잖아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그 맛있는 걸 직접 끓이는 재미를 맛보는 거, 아마 내 몸도 용서해 줄 겁니다. 산다는 게, 항상 좋은 것만 하고 살면 재미 없다는 거, 아이들도 슬슬 배워야지요! 가끔은! ^^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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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2009.09.10 17:42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컵라면은 전수했구요... 라면끓이기가 남았군요 ㅋㅋㅋ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9.09.11 00:07 신고 수정/삭제

      네 별로 어려울 거 없지요~
      아이들은 진짜 빨리 배우니까요 ㅋ

  • Favicon of http://blog.daum.net/bouquetdor BlogIcon 풍류대장 2009.09.11 14:47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깊고 높은 아빠의 사랑을 느낍니다
    어짬 그리....^^

  • Favicon of http://sepial.net BlogIcon sepial 2009.09.12 17:20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엄머, 레이님 완전 멋지시다....!!!!
    저는 울 아버지한테서 바둑과 토론과 독서를 배웠습니다. 울 아부지도 쫌 멋있으시죠?헤헤~ 바둑은 배우다 포기했지만요. (근데 실용성있는 걸 못 배워서 그런지..저는 별로 실용성이 없는 인간이예요...^^;)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9.09.12 22:19 신고 수정/삭제

      가르치기 힘든 걸 가르치신 샛별님 아버지께선
      진짜 멋진 분이시로군요!

      바둑은 제가 몰라서 못 가르치고
      독서와 토론은 가르칠 수 있을라나... ㅋㅋㅋ

카메라 - 아빠가 딸에게 가르쳐야 할 인생을 즐겁게 사는 방법 2

굳이 재능이란 말을 붙일 것까지는 없어도, 특별히 가르치지도 않았는데 딸 아이가 뭔가를 잘 해가지고 온다면, 그것처럼 기특한 일도 없을 겁니다. 어, 이 녀석한테 이런 재주가 있어?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조금 오버하면, 이거 천재적이야!라고 생각할 지도 모릅니다. 뭐, 아무려면 어떻습니까. 우린 다 부모니까요. ^^ 

제 아이에게서 발견한 그런 재능(!)이 바로 ‘사진 찍기’였습니다. 아빠 엄마가 갈 수 없어서 할머니와 함께 보낸 유럽 여행 때 그저 기념이나 될 만한 거 찍어오라고 집에 있던 똑딱이 카메라를 들려 보냈습니다. 자동 모드로 그냥 찍으면 되고, 만의 하나 잃어버린다고 해도 별 지장이 없을 그런 카메라를 들려 보낸 겁니다. 배터리와 메모리 카드 교체하는 법, 반 셔터를 누르는 법 등 아주 기초적인 것 몇 가지만 가르쳤고요. 열흘 간의 여행을 마치고 딸 아이가 돌아온 후 카메라에 담긴 사진을 하나씩 확인하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이 사진, 진짜 네가 찍었니?”

처음 볼 땐 꽤 감탄했는데, 지금 보니 별로라는! 쩝!

구형이라고 해도 나름 유명 회사의 꽤 인기 있었던 카메라 모델이었기에 적당히 찍어도 잘 나오기는 합니다만, 구도나 장면을 잡은 것이 아빠 보다 낫다는 생각이 드는 사진이 몇 장 있었던 겁니다. 어라, 이 녀석 이거 카메라 좀 제대로 가르쳐 봐야 겠는 걸… 이런 생각이 드는 거죠. 

아빠도 못가본 에펠탑!

그래서 몇 가지 기본적인 조작법을 알려 주고, 몇 가지 상황에 따라 찍는 법을 좀 가르쳐주었습니다. 여기 매뉴얼 모드로 가서, 어두울 때는 ISO를 좀 높이고, 가까운 거 찍을 때는 매크로를 쓰고, 화이트 밸런스란 이런 거고… 다행히 아빠를 닮아 기계 만지기를 좋아하는 녀석이라 금새 배웠습니다. 어차피 망가 져도 크게 지장 없을 카메라 였기에 부담 없이 가지고 다니면서 찍으라고 했고요. 그렇게 열심히 들고 다니던 카메라가 드디어 전사를 하는 바람에, 얼마 전에  12배속 줌이 가능한 콤팩트 카메라를 다시 하나 구입해 주었습니다. 

아이가 카메라를 들고 다니기 시작하면서 사물을 보는 관점이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꽃 한 송이, 흐르는 물, 저녁 노을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카메라를 들이 댑니다. 아무래도 아이니까, 찍고 나면 꼭 잘 찍었느냐고 확인을 받으려 합니다. 잘 찍었네, 라고 하면서도 이렇게도 한 번, 저렇게도 한 번 찍어보렴, 조언을 줍니다. 그렇게 찍은 사진을 하나씩 확인하다 보니 어떤 사진은 자기 맘에 꼭 들기도 하고, 어떤 사진은 또 영 아닌가 봅니다. 알아서 지우고, 새로 찍고, 딸 아이는 그렇게 세상을 다시 보는 법을 배웁니다. 

카메라는 참 묘한 매력이 있는 도구입니다. 때론 기쁘고, 혹은 슬퍼도 여전히 아름다운 우리 삶을 자세히 보게 만들고, 기록하게 만들고, 또 추억하게 만듭니다. 카메라가 없었다면 우리의 추억은 그저 바닥에 깔린 불확실한 기억에 지나지 않았을 지도 모릅니다. 그 소중한 나날들을 더 잘 추억하는데 도움이 된다면, 카메라는 우리가 기대했던 것보다도 더 큰 역할을 딸 아이에게 해 줄 겁니다. 추억할 만한 기억이 있다는 건, 행복의 여러 요소 중 틀림없는 하나일테니까요.  / FIN

자전거 - 아빠가 딸에게 가르쳐야 할 인생을 즐겁게 사는 방법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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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no1salaryman.tistory.com BlogIcon 정현아범 2009.09.07 17:28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아들은 안되남요..ㅡㅡ;

  • wessay.. 2009.09.07 23:59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흐미.. 에펠탑.. 사진 완전.. 기절이다.. 사진은 배우는게 아니라 찍는거라는 격언이 생각나는 군요..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9.09.08 08:57 신고 수정/삭제

      ^^ 뭐든지 들이대 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ㅋ

  • ^^ 2009.09.08 08:51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아빠와 함께 카메라 들고 출사 나갈 일만 남았군요 ^^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9.09.08 08:58 신고 수정/삭제

      날 선선한 가을 되면
      둘이 한 번 나가볼라고요~ ㅋ

  • Favicon of http://sepial.net BlogIcon sepial 2009.09.12 17:17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울 아덜은 카메라를 물려 줬더니, 좋아하는 티비 프로그램을 캡춰(?)해서 종이에다가 옮겨그리는 용도로만 쓰고 있어요.....ㅠ.ㅠ 은근히 같이 사진찍는 모자가 되고 싶었는데....그게 제 맘대로 잘 되지가 않네요....ㅠ.ㅠ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9.09.12 21:57 신고 수정/삭제

      ^^ 마음 먹은 대로 다 되면, 그게 자식입니까
      로보트지~ ㅋㅋ

자전거 - 아빠가 딸에게 가르쳐야 할 인생을 즐겁게 사는 방법 1

아마, 딸 아이가 여섯살 쯤 되었을 때입니다. 딸 아이가 타는 미니벨로의 브레이크 쪽에 좀 문제가 생겨서 자전거 샵에 수리를 하러 갔더랬지요. 브레이크 라인을 갈고, 간격을 조절한 후에 자전가 샵 주인 아저씨가 딸 아이에게 직접 타보라며 자전거를 건네 줍니다. 두 말 않고 자전거를 받아든 녀석, 한 발로 서서 자전거를 밀면서 훌쩍 올라타 한 바퀴 타고 옵니다. 주인 아저씨가 묻습니다. 

“그렇게 자전거 밀고 가면서 타는 법 누구한테 배웠니? 그거 어른들도 배우기 힘든건데… ^^”

“아빠가 가르쳐줬어요"


아빠들은 이해할 겁니다. 아빠가 가르쳐줬어요, 하면서 자랑스럽게 아빠를 보는 아이와 눈이 마주칠 때의 그 희열을! 벌써 7년이 지난 얘기지만 그 때 생각만 하면 떠오르는 흐뭇한 웃음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자전거 가르치기를 정말 잘했어.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언젠간 딸 아이에게 스트라이다를 사 주고, 같이 타고 말 겁니다 ^^

딸 아이의 처음 자전거는 네 살 무렵 타기 시작한 네 바퀴 자전거 - 뒷 바퀴 쪽에 두 개의 보조 바퀴가 달린 - 였습니다. 사실 그 땐 아빠 욕심이 앞섰더랬습니다. 아직 발도 닿지 않는 아이한테 너무 큰 자전거를 사줬거든요. 세 발 자전거 보다는 낫겠거니 하고 샀는데 결국 그 자전거는 사고 나서 일 년을 묵혀야만 했습니다. 다섯 살이 되니, 네 바퀴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지요. 그리고는 금새 보조 바퀴를 떼 달라는 겁니다.

처음엔 아빠가 더 겁이 났을 겁니다. 어차피 자전거라는 게 몇 번 넘어지면서 배우는 건데 딸 아이의 이곳 저곳에 상처가 나는 걸 감당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그래도 큰 맘 먹고 학교 운동장에서 뒤를 잡고 자전거를 태웁니다. 정말 열심히 뛰었습니다. 살면서 지금껏 그렇게 열심히 뛴 적은 없었을 테지요. 혹시라도 넘어질까봐 정말 열심히 뛰었고, 그러다가 어느 순간 살짝 손을 놓았을 겁니다. 어쩌면 속도를 이기지 못해 손을 놓았을 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아이의 자전거는, 햇살 속으로 달려 나갔습니다. 

그렇게 딸 아이는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습니다. 아빠와 몇 번씩 왕복 20km의 거리를 달리기도 했고, 다 큰 요즘은 자전거에 취미를 들인 할머니와 함께 비슷한 거리를 달립니다. 철 자전거로는 오르지 못할 것 같은 언덕길도 씩씩 거리며 올라 가고 때론 아빠를 제끼겠다고 바람 씽씽 가르며 앞서 나갑니다. 그런 아이를 뒤에서 바라보는 아빠의 모습은, 그저 행복할 따름입니다. 

아이에게 아빠가 자전거를 가르쳐야 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아빠가 더없이 행복해지기 때문입니다. 아이와 함께 가장 아름다운 속도로 바람을 가르면서 세상을 즐기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아빠들에겐 결코 많지 않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세상을 즐기고, 자연을 만나고, 땀 흘린 기쁨을 알게 하는 것. 이런 기회를 놓칠 수야 있겠습니까. 그리고 아이는, 기억할 겁니다. 내 자전거의 뒤를 잡아주던 아빠의 손길을. 바람을 맞으며 강변을 함께 달리던 아빠의 숨소리를. 한강에 앉아 짜장면이나 치킨을 시켜먹는 즐거움을. 자신의 얘기를 들어주는 아빠의 표정을…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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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wessay.tistory.com BlogIcon 위세이 2009.09.01 01:51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ㅎ.ㅎ 우리 막내도 6살 부터 두발로.. 그리고 10Km 왕복 했어요.. 타기 시작한지 일주일만에.. 거의 죽음의 코스를 올때는 한번도 안쉬고 왔죠.. ㅋ.ㅋ, 큰애는 지난달에 싸이클로 자전거 갈아 줬어요.. 랜스암스트롱 책3번 보더니.. 싸이클 사달라고 난리였죠.. 전 행복한 마음으로 싸이클과 옷, 헬멧까지.. 사줘부렀습니다..ㅋ.ㅋ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9.09.07 15:48 신고 수정/삭제

      크게 지르셨고마, 사실 안전이 젤 중요한 것이제~ ㅋㅋ

  • Favicon of http://sepial.net BlogIcon sepial 2009.09.03 01:54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읽는데 왜 내 목이.....흠흠.
    레이님 좋은 책 많이 읽으시더니, 글이 더더욱 알흠답습니다.

  • Favicon of http://brucemoon.net BlogIcon bruce 2009.09.07 13:01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아...레이토피아님. 이 글 너무 좋습니다.
    저도 딸아이가 이제 보조바퀴 떼고 탈테니 가르쳐달라고 자신있게 얘기한걸 계속 미뤄왔는데 이번주말에 당장 데리고 나가야겠어요 ^^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9.09.07 15:47 신고 수정/삭제

      브루스님 ^^ 다들 저보고 그냥 '레이'라고 부릅니다. ^^

      이번 주말엔 꼭 데리고 나가세요~ ^^ 홧팅!

  • Favicon of http://whinsuri.tistory.com/ BlogIcon 린린 2009.09.11 00:05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저도 딸을 키우는 아빠로서,
    좋은 글 세편 잘 읽고 갑니다.
    앞으로도
    레이님의 좋은 글 많이 만날수 있길
    기대합니다.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9.09.11 00:08 신고 수정/삭제

      ^^ 네 고맙습니다~~
      사실 이 글은 시리즈로 써보고 싶은 욕심도 좀
      있기는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