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 부는 날, 창모루에 갔다

봄바람이 불 때면 누구나 바람을 쐬고 싶은 법이다. 아침에 껴입은 두터운 외투가 낮이 되면 부끄러워지는 4월, 그냥 잠깐이나마 바람을 좀 쐬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리 내 영혼이 자유롭다고 해도 몸까지 자유로울 수는 없으니. 그저 한숨으로 바람을 내고 있는데 A가 말했다. 창모루 어때? 대단한 인물이다. 어쩜 그렇게 딱 좋은 집을 골라내는지. 


창모루는 올림픽대로 동쪽 끝, 미사리 지나 팔당대교로 꺾어 올라가는 그 코너에 있다. 멀지도 않고 바람 쐬며 드라이브 하기에 딱 좋은 거리에 있는 셈이다. 단점은 차로 가야 하니까 누군가 한 사람은 술을 마시지 말아야 한다는 것. 물론 대리를 부를 수도 있지만, 그러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크고 만다. 왜냐고? 이 얘긴 나중에 다시. 


창모루의 메인 메뉴는 매콤한 해물 칼국수다. 국수 대신 수제비를 넣기도 하고, 수제비와 국수를 다 넣기도 한다. 이름하여 칼제비. 국수도 좋아하고 수제비도 좋아하는 우리는 당연히 칼제비. 그것도 딱 1인분만 시킨다. 



배추김치와 무김치 그리고 칼제비에 뿌릴 김가루가 한 접시 가득 나오고 잠시 후 노란 양은냄비에 담긴 칼제비가 나온다. 유부로 덮여 있어 안에 들은 건 잘 보이지 않지만 수제비와 국수가 잘 들어 있다. 금세 팔팔 끓어오르는 칼제비를 보고 있다가 적당한 때 김가루를 붓는다. 김가루는 얼마든 더 준다. 대신 셀프다. 김가루 좋아하는 우리는 한 접시 더. 




국물이 끓어오르기를 기다려 소주를 한 잔 청한다. 오늘 운전은 A가 당첨. 혼자서 소주 한 병을 먹을 수 있는 난 신났다. 면과 수제비가 채 익기도 전에 소주 한 잔을 들이키고 총각김치 한 쪽을 집었다. 김치와 먹는 소주는 좀 처량하지만(!) 김치 뒤에 또 다른 안주가 있을 땐 김치도 성급한 술잔을 달랠 좋은 안주인 법이다. 뭔 말이냐고? 김치 맛 괜찮다는 얘기다. 



국수와 수제비가 익기를 기다려 한 숟가락 들었다. 앗 뜨거 하면서도 호호 불어 먹는다. 나름 바지락과 새우, 오징어가 들어간 매콤한 국물이 괜찮다. 김가루와 유부도 잘 어울리고. 소주 안주로 삼기에 이만한 국수도 드물다. 호호 불어 국수와 수제비를 건져 먹을 무렵, 감자전이 나왔다. 



이 집 감자전의 특징은 크다는 거다. 왕돈까스를 담을 만한 접시를 꽉 채운 감자전. 맛은 뭐 흔한 감자전 맛하고 다를 바 없지만 노릇노릇한 감자전을 찢어 입에 넣으면 쫀득쫀득하면서 풍성한 느낌이 든다. 바로 이게 감자전 맛이니까. 칼제비를 1인분만 시킨 건 바로 이 감자전 때문이다. 창모루 처음 왔을 때 칼제비 2인분에 감자전 시켰다가 반도 못 먹고 남겼다. 얼마나 아까왔든지. 


마지막 술잔을 털고 칼제비 국물까지 싹싹 긁은 뒤 남은 감자전 한 쪽을 입에 넣으면 식사 끝. 알콜의 힘과 얼큰한 칼제비 뒷맛, 감자전의 묵직함이 기분 좋은 여운으로 남는다. 이렇게 먹고 나오면서 내는 돈은 칼제비 6천원, 감자전 1만원, 소주 3천원. 합해서 만구천원이다. 이래서 대리를 부르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게다. 


A의 투덜거림을 귓전으로 흘리고 다시 올림픽대로를 돌아 오는 길, 살짝 연 창으로 봄바람이 들어왔다. 흐뭇했다. 그저 흐뭇하단 말 외에 이 감정을 어찌 설명할지, 나는 아직도 잘 모를 뿐이다. / Fin 


덧> 쓰고 나니 이 집엔 해물칼xx 시리즈와 감자전 밖에 없는 것처럼 보이는데 집에서 만든 것 같은 투박한 계란말이(!), 닭발, 오돌뼈, 꼼장어 같은 포장마차 메뉴도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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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한 국수, 소연

그가 점심을 먹으러 오겠단다. 한 해에 한 두 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다. 멀기도 멀고, 바쁘기도 바쁜 사람인데 특별히 점심을 먹어주시겠다니.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그런데 뭘 대접해야 할꼬? 딱히 생각나는 게 없어서 일단 코엑스 옆 오크우드 호텔 건너편 주차장에 차를 대라 일렀다. 주차요금이 좀 비싸긴 하지만 워낙 넓으니 댈 만하다. 그런데 이 주차장이 얼마 전에 현대백화점 전용 주차장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앞으로 외부 차량이 차를 댈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뭐, 주차요금 내면 되겠지. 


난데없이 주차장 얘기로 샜다. 여튼 주차장에서 그를 만났다. 반갑게 악수를 하고 안부를 물었다. 여전히 변함없는 그 모습이 꽤 보기 좋다. 먹는 게 젤 고민이여, 샤브샤브나 먹을까요, 뭐 이런 수다를 떨면서 주차장 뒷길로 벗어나는데 깔끔한 간판이 하나 보였다. '소연'이다. 국수와 만두 전문이라는. 그도 나도 국수와 만두를 좋아하는 까닭에 저기 한 번 가 볼까, 자연스레 소연으로 들어섰다. 


점심시간이 채 안 되었는데 자리가 거의 찼다. 단체석 테이블 사이, 비어 있는 2인석 자리에 몸을 밀어 넣고 메뉴를 보다가, 국수와 만두를 시켰다. 국숫집 간판 보고 들어왔으면 국수를 시켜야지. 메뉴엔 국밥도 있었고, 보쌈도 있고, 녹두전이나 감자전도 있었다. 물론 막걸리나 소주도 있을 테지. 하지만 국수에 소주를 주문할 내공은 못되어서 그냥 참았다. 



식탁에 깐 종이, 숟가락을 씌운 봉투. 그리고 찬이 나왔다. 깔끔했다. 그리고 국수. 멸치국물로 육수를 낸 국수다. 생긴 건 약간 멀갰지만 호박과 고추, 버섯 고명이 이쁘다. 국물부터 맛을 봤다. 어라, 이거 깔끔하네. 국수도 한 젓가락 입에 넣었다. 깔끔하네. 



흔히 깔끔하다고 할 땐, 우선 깨끗하고, 화려하진 않아도 예쁘다는 인상을 받았기 때문일 게다. 맛이 깔끔하달 땐 복잡하지 않고 자극하지 않으며 단순하면서도 입을 편하게 해준다는 걸 의미할 게다. 적어도 내겐 그렇다. 그리고 소연의 국수는 정말 깔끔한 맛이란 이런 거라고 알려줬다. 



정말 별거 없어 보이는 만두도 쫄깃하고 적당히 간이 배었다. 원래 나는 뚱뚱하고 두부가 잔뜩 들어간 만두를 좋아하지만 뭐 이렇게 작으면서도 피가 탱탱하고 풀 맛 나는 만두도 꽤 괜찮다. 뭐, 소연스럽다고나 할까. 


남자들 먹기에 국수 양이 좀 작은 듯 했지만 국물까지 싹 비우고 나니 모자라단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하긴 만두도 다섯 개나 먹지 않았던가. 이 정도면 점심식사 한 끼, 아주 깔끔하게 즐긴 셈이다. 맛이 깔끔하단 말은 이제 아무데서나 쓰면 안되겠다. 


소연 / 삼성1동 149-10 / 02-577-4490


점심엔 언제나 사람 많다. 저녁엔 가보지 않아서 모르겠다. 보쌈과 빈대떡도 깔끔하다. 소주를 퍼지르는대신 막걸리 한 사발 정도면 딱 좋을 법 하다. 젠장, 쓰다 보니 낮술 또 땡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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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 2013.04.02 11:41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인연을 담는 식당인가요? 소박한 인연을 만드는 식당인가요? ㅋㅋ
    사진으로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어 좋네요~ 오늘같은 날씨엔 면이 최고! ㅎㅎ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3.04.07 14:48 신고 수정/삭제

      인연이야 어디서든 만들면 되겠지요 ^^

국수의 갑, 국수전골

국수는 누구나 부담없이 즐기는 음식, 이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국수에도 비싼 넘이 있다. 흔히 하는 말로 '갑'이 있단 말이다. 나는 그 갑을 국수전골이라 생각한다. 맛있지만 아무 때나 먹을 수 없는, 어린 시절엔 누군가 사줘야 하고, 나이든 지금은 누군가 귀한 손님이 와야만 같이 먹는 그 국수전골. 


월요일은 우리 사무실 사십대 아저씨 셋이서 점심 먹는 날이다. 뭐 다른 날도 같이 먹긴 하지만, 월요일 만큼은 꼭 먹자, 그렇게 정해서 먹는 날이다. 그러다 보니 은근 메뉴에 신경 쓰인다. 그래봐야 순대국을 제일 많이 먹긴 하지만. 


오늘은 부산국밥 먹자, 고 엘리베이터 앞에서 사장님이 말했다. 난 싫었다. 하지만 보스가 말하는데 바로 토를 다는 건 아랫 사람이 할 일이 아닌게지. 그래서 그냥 실실 웃기만 했다. 내 눈치가 이상했는지 아님 다른 거 뭐? 하시길래 오늘은 특별하게 국수전골 먹어요, 했다. 아 좋지, 그런데 어디?


사무실이 잠실에 있을 땐 롯데백화점 11층에 있는 한우리 국수전골을 자주 갔다. 1인분에 만오천 원. 고기는 호주산. 좀 비싸지만 꽤 깔끔하고 고급스럽다. 직원 수가 많지 않을 땐 회식도 했다. 최고 인기 메뉴였지. 



그런데 지금 사무실 근처에선 국수전골을 먹은 적이 없다. 아마 국수전골하면 그저 한우리가 최고니까 거기가서 먹어야지, 하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오늘 문득 국수전골이 먹고 싶어서 사실 아침에 슬쩍 한 군데를 찾아놨다.


양대창 구이를 전문으로 하는 집에서 점심 메뉴로 국수전골을 하고 있었다. 일인분에 만육천 원. 강남이라 비싸긴 비싸고마, 머 그런 생각을 했지만, 어쩌랴. 먹고 싶은 날은 먹어야지. 들어가자마자 다른 메뉴는 보지도 않고 국수전골을 주문했는데, 어라, 끓여 나온단다. 



음식이란 맛도 중요하고, 가격도 중요하지만 보이는 것도 꽤 중요한데… 아무래도 점심 시간에 서빙하기가 너무 번잡스러워 그런가 보다 생각하면서도 왠지 손해보는 느낌이 들었다. 보글 보글 끓는 국수전골을 바라보고 흐뭇하게 소주잔을 기울이는 것… 아, 상상만 해도 짜릿한데. 



여튼 다 끓여 대접에 담아 나온 국수전골을 보고는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소주 한 병을 불렀다. 이런 국물 음식에 소주가 없다는 건 범죄야 범죄… 혼자 궁시렁 거리며 시켰는데, 오후에 미팅이 있는 사장님은 한 잔도 입에 안 대시고, 또 한 아저씨는 아예 술도 못 마시고… 결국 나 혼자 반 병 꺾고 말았다. 


국물도 진했고 고기도 고소했고 국수도 잘 익었다. 하지만 왠지 한우리보다는 살짝 모자란 느낌이랄까. 이래서 첫사랑이 무서운게다. ㅋ 하지만 굳이 잠실까지 가서 먹느니, 여기서 먹는게 시간이나 뭐 그런 면에선 더 나은 게지. 역시 남자는 먼 첫사랑보다 가까운 여자를... (뭔 소리다냐 ㅉㅉ)


원래 맛집 글을 쓸 땐 적어도 세 번은 가보고 쓴다는 원칙이 있어서 식당 이름은 밝히지 않는다. 그래도 대충 조합해서 검색하면 어딘지 나오겠지만. ㅋ 다음엔 직원들 데리고 가서 낮술 한 잔 먹여야겠다.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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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포장마차엔 할머니가 없다

그냥 머리가 복잡했다, 고 말했지만 그건 거짓말이었다. 머리가 복잡한 덴 다 이유가 있었다. 숫자가 안 맞았다거나, 아이가 속썩였다거나, 왠지 앞날이 좀 흐려 보이는 그런 일들이 한데 어우러져 머리를 복잡하게 했다. 하지만 미처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선 이 복잡한 걸 누구에게 말하기 쉽지 않은 법이다. 왜냐고? 준비가 안 됐으니까. 왜 복잡한지 풀어 말할 준비를 못 했으니까. 


이런 날은 뭐 먹을까 고민하는 것도 힘겹다. 다행히 내 눈치를 챘는지(하긴, 나는 표정을 잘 못 감춘다), 그가 말했다. 할머니 포장마차 갈까? 아, 그래. 괜스레 머리 복잡한 날 포장마차처럼 좋은 솔루션도 드물다. 좁고 시끄럽고 불편하고 별로 안 깨끗하지만, 눈에 보이는 대로 부담 없이 안주를 시키고, 격하게 소주 잔을 부어 제치면서 똑같이 시끄러우면 되니까. 시끄러움 속에 머리를 묻어 버릴 수 있으니까. 


송파구 방이중학교 앞 할머니 포장마차. 아귀가 잘 맞지 않는 문을 열고 들어섰다. 저녁 일곱 시가 채 되지 않았는데 좁은 가게 안엔 이미 손님이 절반 넘게 차 있다. 남들이 차지하고 앉은 테이블 사이 끼어 있는 테이블로 비집고 들어가 플라스틱 간이 의자를 흔들어 자리를 내었다. 이미 소주 두 병을 비우고 세 병째로 넘어간 아저씨 두 사람이 바로 옆에서 담배를 피우긴 했지만, 여기선 별로 불평할 처지가 아니다. 


이름과 달리 가게 안에 할머니는 없다. 그저 아줌마들. 주문하겠노라고 불러도 아줌마들은 못 들었는지 못 들은척하는지 올 생각을 안하고, 우리는 멀뚱하니 앉아 있다. 주방 쪽으로 가서 주문해야 하나 망설이는 순간, 아줌마가 옆 테이블 음식을 날라오면서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지나간다. 아하, 옆 테이블 음식 가져다 주면서 주문받으려는 모양이고나. 그저 조금 성급했다는 생각에 픽 웃었다. 하긴, 주문 좀 천천히 한다고 달라질 게 머 있나. 


꼬막, 국수, 소주 한 병, 그리고 주꾸미 볶음 맵게요. 


나름 복잡한 주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소주 상표만 물어보고는 후딱 지나가는 아줌마. 그리고 잠시 후 기본 찬과 소주, 그리고 꼬막이 나왔다. 이럴 때 가장 먼저 할 일은? 잔을 채우는 거다. 젓가락을 들이밀기 전에. 아, 물론 나는 폰카를 먼저 들이댔지만. ^^



첫 잔은 절대 꺾지 않는 법. 언젠가는 이 원칙을 버릴 날이 오겠지만 오늘은 아니다. 그리고 꼬막. 이 집 꼬막은 그저 단순하다. 마늘, 매운고추와 함께 삶아 내는 것. 원래 꼬막은 반 삶아 적당히 핏물이 비치게 먹어야 맛있지만 이 집에선 그런 걸 따질 일이 없다. 포장마차니까. 한 접시에 1만2천 원이니까. 심지어 국산인지 아닌지도 따지지 않는다. 그저 입 안 소주 기운이 가시기 전에 잘 벌어진 녀석을 까 넣으면 된다. 짭짤하고 쫀득하다. 함께 나온 양념장에 찍어 씹으면 고소하다. 됐다. 더 이상 뭘 바랄꼬. 그리고 다음 잔. 주꾸미가 나오기 전에 이미 소주는 반 병이 넘게 사라졌다. 



이 집 대표메뉴인 멸치국수. 4천 원. 더 바랄 것도 없는, 그 멸치국수에 그 가격이다. 저녁을 먹지 않고 시작한 술 자리에 저녁 식사 용으로도 좋고, 국물 안주로도 좋고 마무리 식사로도 좋다. 



꼬막에 멸치국수로 소주 한 병을 다 비웠을 무렵 주꾸미 볶음이 나왔다. 알루미늄 포일에 쌓인 딱 포장마차다운 주꾸미 볶음. 주문대로인지 매운고추가 넉넉히 들어가 매콤한 맛 하나는 일품이다. 고급스럽지도, 주꾸미가 넉넉하지도 않지만 딱 1만5천 원 값어치는 한다. 소주 한 병 더 먹을 안주로 모자람이 없다는 말이다. 


무슨 얘기를 했을까. 학생들에게 책 사라고 했다던 마교수 얘기를 했고, 아이 걱정도 했다. 회사 얘기도 했겠고, 서로 아는 사람들 얘기도 했겠지. 약간 감정을 과장해가며 수다를 떨다 보니 살짝 오른 취기에 복잡한 머리는 잠시 잊었다. 대신 살짝 감기 기운을 얻었다고나 할까. 2차 없이 돌아간 집에선 내내 재채기를 했다. 재채기와 복잡한 머리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라면, 기꺼이 재채기를 선택하겠다. 남들이 보기엔 좀 흉할지 모르겠으나. 물론 재채기는 가려서 할 계획이다. 재채기라도 계획대로 된다면.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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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맛집] 신천 먹자골목 내 오붓한 술집 후쿠

언젠가부터 주인이 바뀌었는지 좀 이상해졌습니다. 더 이상 추천하지 않습니다. ㅜㅜ

누가 어떤 키워드로 내 블로그에 들어오는지 살펴보는 건 꽤 재미있다. 한때 자전거 타면 엉덩이 아프다, 이런 글을 썼더니 ‘엉덩이’로 검색해서 들어오는 사람이 꽤 많았고(엉덩이가 키워드 1위였던 적도 있다는!), 아버지 칠순 얘기를 썼더니 ‘칠순 선물’로 들어오는 일도 있었다. 가끔 누군가가 ‘레이’ 라고 쳐서 들어오는 걸 보면 좀 무섭기도 했고. ^^ 그러다가 얼마 전에 발견한 키워드 한 개는 ‘잠실에서 오붓하게 술 마실 만한 집’이었다. 

한동안 맛집 얘기를 많이 써서 잠실 맛집, 뭐 이런 거와 연관 있었는지 모르겠으나 어쨌든, 이 키워드를 본 순간 오랜만에 술집 이야기 하나 써야겠다는 의지가 불끈 솟아올랐다. 오, 추천할 만한 집이 하나 있다는 얘기다. 

사실 한동안 다이어트 한다고 주지육림(!)을 다 끊었더니 요즘은 누굴 만나도 갈 데가 별로 없었다. 그러다가 나도 우연히 검색해서 찾은 집이 바로 신천에 있는 ‘후쿠’라는 이자까야였다. 신천 이자까야 치면 이 집, 꽤 많이 나온다. 

나도 블로그를 쓰지만, 블로그 추천 집을 잘 믿지는 않는데(헐, 이 무슨!) 이 집은 괜히 끌렸다. 한 번 가보지 뭐, 그러다 보니 어느덧 네 번인가 다섯 번을 가게 됐고, 주절주절 글까지 쓴다. 

후쿠는 청주(사케)와 이런 저런 안주류를 파는 소위 말해 이자까야다. 청주도  꽤 종류가 많고 안주는 양이 많지는 않으나 나름 깔끔하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계란말이. 개인적으로는 날치알 들은 녀석이 제일 맛있었고, 참치 들은 것도 꽤 든든했다는. 소스를 위에 뿌려 나오는데 소스가 너무 많이 묻은 것 같아 소스를 빼고 달라 했더니 다음부터 주문할 때마다 알아서 챙겨주는 센스도 고맙다. 

개인적으로 감동한 메뉴는 쯔쿠노야키라고 닭고기를 스테이크처럼 튀긴 녀석이다. 해물모듬이나 모듬 사시미도 3만5천원에서 6만원 사이에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어 좋다. 안주를 잘 못 고르겠으면, 오늘의 추천 안주를 달라고 해도 좋은데, 생선 조림류는 좀 늦게 나오는 경향이 있다. 


청주 병을 시키면 갈은 얼음이 담긴 통에 담겨 나와시원하게 마실 수 있다. 우리는 제사상에 청주를 올리는 문화가 있어 사케를 데워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원래 좋은 사케는 시원하게 마시는 경우가 훨씬 많단다. 

사실, 이 집에서 좀 오붓하게 먹으려면 일찍 가서 맨 안 쪽에 있는 방에 앉아야 한다. 상 밑으로 바닥을 파 놓아서 다리를 내리고 앉게 만든 방엔 테이블이 딱 두 개 있어서 조용히 술마시기 좋다. 난 항상 일찍 가는 편이라서 이 집이 조용한 줄 알았는데 한 번은 아홉시쯤 갔다가 어유, 시끄러워 죽는 줄 알았다. 손님도 많고, 그 때쯤 얼큰하게 술이 오른 사람들의 목소리가 꽤 컸으니 말이다. 자리도 간신히 하나 남은 거 잡았다. 

잠실에서 오붓하게 먹기에 후쿠는 괜찮은 집이다. 과하게 저녁먹고 2차로 가기에도 좋겠지만, 살찐다. ㅜㅜ 그저 시원한 청주와 깔끔한 안주로 부담없이 한 잔 하고 싶다면, 후쿠를 권해본다. 후쿠는 신천 먹자골목 성당 사거리에서 아시아공원 쪽으로 가다가 새마을식당 앞에서 좌회전해 오십여 미터 쯤 들어가면 왼쪽에 있다.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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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ithelink.net BlogIcon 마루날 2010.08.25 09:22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저는 마루날로 들어오는 거는 거의 매일 있는 것 같구요.
    가끔 제 실명으로 들어오는 경우가 있는데요.
    그럴때마다 가끔 섬뜩합니다. ^^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8.25 09:28 신고 수정/삭제

      실명... 은 좀 무섭군요 ^^
      날씨는 궂지만, 좋은 날 되세요~ ^^

  • 풍류대장 2010.08.25 21:18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앗! 이집은..

탠커레이 앤 탠커레이

’레이’가 ‘텐커레이’를 만난 건 운명이야.

어릴 적 친구 녀석과 바에 마주 앉아 탠커레이를 처음 시키던 날, 이게 무슨 술이냐고 묻던 친구에게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갖다 붙인 말이긴 하지만, 나름 꽤 그럴듯한 표현 아닌가.

칵테일을 취미 삼으면서 만난 나는 예전엔 미처 모르던 꽤 많은 술을 알게 됐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멋진 술 하나만 꼽으라면 나는 단연 탠커레이를 꼽겠다. 은은한 과일 향 속에 묻어나는 진의 강렬함 때문에 첫 잔을 들어 선뜻 마시기에 두렵지만 막상 들이켰을 때 다가오는 부드러움은 탠커레이만의 특징이다. 물론 진이라는 술만 놓고 봤을 때 향이 더 특별한 헨드릭스도 예술이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탠커레이에 더 끌린다. 게다가 정말 기대하지 않았다가 만난 탠커레이 넘버텐엔 그저 홀딱 반할 수 밖에 없었다. 이 녀석은 탠커레이보다 훨씬 더, 부드럽지 않은가!


진이 유명한 건, 아마 진토닉 떄문일게다. 그런데 내가 어디 가서 진토닉이란 칵테일을 시키면 누군가는 그런 뻔한 걸 시키나 하는 눈으로 쳐다보고, 누군가는 맛도 없는 진토닉, 이란 표정으로 쳐다본다. 진토닉이 너무 흔하고 맛없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대부분 제대로 된 진토닉을 못 마셔본 분들이다. 진토닉은 진과 토닉워터를 1대 2정도의 비율로 섞고 거기에 라임즙이나 레몬즙을 넣은 후 역시 라임이나 레몬 슬라이스(혹은 조각)을 띄운 칵테일이다. 당연히 진이 맛있어야 하고 토닉워터는 탄산이 풍부해야 한다. 레몬 혹은 라임이 신선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 만일 이름도 없는 싸구려 진과 탄산 빠진 토닉워터로 만든다면, 절대로 맛있을 리 없다. 얼마 전 집 앞 바에서 진토닉을 시켰다가 첫 모금을 대고 바로 후회했다. 역시 아는 집이 아니면 칵테일은 함부로 주문할 것이 아니다.


도대체 진토닉이 뭐 그리 대단하냐고 묻는 분들에게 탠커레이와 새 토닉워터, 그리고 신선한 레몬이나 라임(아, 하지만 라임을 구하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으로 만든 진토닉을 권하고 싶다. 나는 그저 술이 좋아 혼자 만들어 즐길 뿐이지만, 나 때문에 진토닉을 새롭게 본 분들이 꽤 많다는 점은 자랑해도 좋겠다.


어쨌든 내가 탠커레이를 정말 좋아하는 걸 아는 미디어브레인 식구들이 탠커레이와 탠커레이 넘버텐 세트를 선물했다. 금요일, 사정이 있어 현지 퇴근하고 토요일에 사무실에 가보니 예쁜 박스에 담긴 두 녀석이 싱긋 웃고 있는 게 아닌가. 구하기가 정말 어려웠을 텐데, 구하느라고 애쓴 마음이 더 고마울 뿐이다. 안 그래도 집에 한 병 갖춰 놓고 야금야금 마셔야지 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탠커레이 세트라니!


떡 본김에 제사 보낸다고 바로 만든 진토닉 한 잔. 아, 사실 탠커레이에서는 진토닉이라고 부르지 않고 탠커레이 앤 토닉, 줄여서 T&T라고 부른다. 다르게 보이고 싶은 그 자부심. 탠커레이라면 충분히 인정할만 하다.

이런 저런 일로 정신이 없어서 올 여름엔 미디어브레인 식구들에게 모히토도 제대로 대접하지 못했다. 결정적으론 민트를 다 죽여서 그렇긴 하지만 ㅜㅜ 선물 받은 탠커레이는 나 혼자 마시고 ^^ 사무실에 있는 탠커레이로 진토닉이든, 탐 콜린스든 한 잔씩 돌려야겠다. 솔직히 그저 적당히 흉내만 내는데도 다들 맛있다고 즐겨주니,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산다는 거, 이런 게 다 즐거움 아니겠는가. ^^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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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www.redmato.com BlogIcon 호련 2010.08.22 23:19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0^) 다시 한번 생신 축하드려요 이사님!! :-) 제가 무지 좋아하는거 아시죠? ㅎㅎ 존경합니다 ㅋ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8.22 23:20 신고 수정/삭제

      으이구 댓글 빨리도 다셨네 ^^
      주말 밤, 마무리 잘 하시게. 푹 쉬시고 ^^

      땡스 ^^

  • Favicon of http://monomato.com BlogIcon 모노마토 2010.08.22 23:23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2등은 제껍니다 우걱 우걱..
    이사님 표 칵테일은 너무 너무 맛있어요 -_ㅡ)b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8.22 23:24 신고 수정/삭제

      다들 맛나게 드셔주시니 내가 고마울 따름이지.
      아무래도 내가 못 만들면
      어디가서 한 잔 사기라도 해얄 듯.

      땡스 ^^

  • 휘바 2010.08.22 23:32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저도 야금야금 마시는 1리터 짜리 탱커레이 있지요! 글보니 몹시 땡기지만 얼음이 없다니!!
    내일 넘버탠 한잔만 덜어다 주시면 안될...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8.22 23:33 신고 수정/삭제

      안돼 넘버텐은! ㅋㅋㅋ
      기회가 되면 언제든 또 마시러 가세

      땡스 ^^

    • 휘바 2010.08.22 23:33 신고 수정/삭제

      "나 때문에 진토닉을 새롭게 본 분들이 꽤 많다는 점은 자랑해도 좋겠다."

      여기 1인 있습니다 ㅋ

  • Favicon of http://no1salaryman.tistory.com BlogIcon 정현아범 2010.08.23 08:49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참 훈늉한 회사란 말씀이지요..
    ※ 버쓰데이셨더래요?? ㅊㅋㅊㅋ요~~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8.23 09:27 신고 수정/삭제

      땡스 땡스~ ^^
      그나저나 공부는 언제 마치시노? ㅋ

담양엔 숯불돼지갈비도 유명하다니깐!

“담양하면 떡갈비, 죽통밥만 얘기하는데 돼지갈비 한 번 먹어봐요. 한 번 먹기엔(!) 괜찮어.”

멋드러진 한옥 한 채 지어 놓고 방 두 칸을 민박으로 내주던 민박집 사장님. 예약까지 다 했는데 우리가 온다는 걸 잊어 먹고(때마침 담양 대나무 축제가 열려서 염색 분야 신지식인인 이 분이 무척 바빴던 듯) 우리가 도착해서야 청소한다 보일러 넣는다 어수선을 떨더니, 보일러 돌 때까지 있으라며 안방까지 내주면서 미안한지 이런 저런 말을 건넨다. 저녁은 먹었냐 어쨌냐 하길래 떡갈비 먹고 왔어요, 하면서 맛난 집 좀 소개해달랬더니 국수집과 돼지갈비를 권한다. 떡갈비와 죽통밥은 너무 유명해서 맛이 좀 변했다면서.

기대했던 것보단 좁은 방이었고 보일러를 늦게 돌린 까닭에 5월 첫날의 밤을 춥게 맞아야 했지만, 두런 두런 이런 얘기 저런 얘기하고 맥주까지 두어 캔 들이켰더니 금새 밤이 깊었다. 역시 술도 체력이 좋아야 마시는 법. 001호 사장님과 002호 나는 피곤을 이기지 못해 먼저 쓰러졌고 피버군과 모노마토군, 호련양의 이런 저런 수다를 멀리 들으며 금새 잠에 빠졌다. 그래 놓고, 새벽이 되니 절로 잠이 깬다. 아무리 부인해도 나이는 몸에서 먼저 오는 법인가 보다.

새벽 찬 공기가 가슴을 찌른다, 라는 건 이럴 때 쓰는 표현일게다. 세상에, 오월 첫 날인데 차에 성에가 끼었다. 시골의 아침은 차가운 유리처럼 짜릿하나 상쾌하다. 여전히 잠에 빠진 브레인들을 달래 깨우고 씻는 동안 사장님과 난 동네 한 바퀴 돌며 사진도 찍고 산책했다. 서울 집에선 돈 주고 시켜도 안 할 일을, 시골에선 절로 한다.


사람 없는 메타세쿼이아 길을 찍고 싶어 서둘러 민박집을 떠났다. 예전 여름에 찾았던 메타세쿼이아 길엔 사람이 너무 많아 제대로 사진 한 장 못 찍었던 기억 때문이었다. 그런데 역시 관광객은 한 가지는 생각해도 또 한 가지를 놓친다. 어제 밤 민박집 사장님과 이런 저런 얘기하다가 아침에 일찍 메타세쿼이아 길을 가겠다 했더니 “그러게요, 이제 잎이 좀 나기는 했을 거에요”라던 말. 가보고 나서야 왜 민박집 사장님이 그런 말을 했는지 이해를 했다. 겨울엔 잎이 다 떨어져 볼품이 없고, 아직 잎이 덜 났을텐데, 하는 걱정 어린 말이었던 게다. 이른 아침의 메타세쿼이어 길은 사람은 없어 좋았으나, 마치 영화나 광고에서 보던 것처럼 풍성함은 없었다. 마치 머릿 수 적은 아저씨를 보는 것처럼.


하지만, 그래도 좋았다. 풍성하진 않아도 위용은 있었고 아직은 차가운 바람에 조용한 길을 걷는 재미란 가서 직접 걷지 않고선 얻을 수 없는 혜택이니까. 이 길에 대해 괜찮은 사진과 영상이 보고프다면 여기로 가시길!



누구나 간다는 죽녹원을 들러 대나무 축제 준비에 한창인 관방천길을 걷다 보니 시간은 9시 반을 막 넘겼는데 심하게 허기가 진다. 새벽부터 일어나 동네 한 바퀴에 메타세쿼이아 길을 걷고 죽녹원까지 한 바퀴 돌았으니 배고플 수 밖에. 메뉴는 돼지갈비로 정했지만 이른 아침에 식사를 할까 싶어 전화를 해 봤더니, 이런, 아홉시 반부터 식사를 한단다. 환호를 지르며 내비에 주소를 찍는 순간, 이미 등록된 이름 ‘승일식당’이 보인다.

죽녹원에서 오분 달렸을까, 읍내를 지나는 느낌이 들더니 골목으로 길을 안내한다. 저 앞에 보이는 붉은색 승일식당 간판이 눈에 보이고 주차장 표지판을 따라 차 한대 간신히 지날 골목으로 차를 몰아들어가니 왠일. 서너대나 주차할 공간을 예상했으나 스무대도 더 댈 듯한 넓은 주차장에 깜짝 놀랐다. 생각보다 꽤 유명한 집인 듯.

이미 들어간 브레인들이 자리를 잡았으나 나는 입구에서 와, 하는 감탄사를 내뱉으며 잠시 멈출 수 밖에 없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널찍한 화덕이 있고 이른 아침부터 아주머니 몇 명이 나란히 앉아 석쇠에 돼지갈비를 굽고 있었던 것. 앞에 쌓인 돼지갈비의 양도 엄청나고 이를 구워내는 손길들이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다.


주차장 만큼 넓은 식당. 테이블에 앉아 1인분에 1만원하는 돼지갈비 5인분을 주문했다. 아침 열시긴 하지만, 고기엔 반주가 필요한 법(!). 맥주 한 잔을 주문하고 아침 내내 걷느라 텁텁했던 목을 시원하게 씻어 내린다. 잠시 후 나온 반찬이 독특하다. 앙증 맞은 접시 위에 담긴 여섯 가지 반찬.갓김치와 묵은지, 고추무침, 무쌈 등이 얌전히 앉아 있는데 이걸 사람마다 하나씩 준다. 앞에 놓고 무쌈에 고기를 싸 먹으면서 반찬을 맛보란 얘기일테다.



그리고 등장한 숯불갈비. 사진에 보이는 건 2인분이다. 노릇하다 못해 부드러운 갈색 빛으로 변한 돼지갈비가 환호성을 자아냈다. 색깔만으로도 맛있다는 걸 느끼는 순간이다. 가위와 집게를 들고 먹기 좋을 크기로 자르면서 코를 간질이는 냄새에 반한다. 손으론 집게를 들고 있어도 마음으론 젓가락이 이미 고기를 집어 들고 있다, 라고 생각함과 동시에 브레인들은 적당히 잘린 고기를 향해 젓가락 러시를 감행 중이다.


역시 숯불엔 돼지갈비가 최고다. 고소하고 달콤하면서 돼지고기 특유의 쫀득함이 느껴진다. 냄새 마저도 기분 좋게 만드는 숯불갈비. 만일 떡갈비와 돼지갈비 중에서 하나를 먹어야 한다면, 주저 없이 돼지갈비를 선택할 정도로 맛이 좋았다. 그냥 먹는 고기 맛도 좋지만 밥에 얹어 먹는 고기 맛도 그만. 함께 나온 국물은 왜 그리도 맛있던지.

후식으로 먹는 냉면은 3천원으로(밥에 고기 먹고 후식으로 냉면을 또?) 가격은 부담 없지만 맛은 그렇게 특별하진 않았다. 소문으로는 국수가 맛있다던데 아마 국수는 추운 겨울에만 하는 모양. 아깝지만 어쩔 수 없는 일 아닌가. 나중에 담양에 또 간다면 그 때 다시 도전할 기회가 있으리라.

소문난 고장엔 소문에 가려 빛을 못 보는 또 다른 보물이 있는 법. 하긴 어디 고장에만 그럴 것인가. 회사건 개인이건 누구나 소문이 있고 소문에 가려진 부분도 있을 것인데, 어느 한 면으로만 평가하는 건 스스로 기회를 박차버리는 것이 아닐지. 맛있는 숯불돼지갈비 한 점에 별난 생각을 다하며 담양을 떠났다. 언젠가 또 다른 일로 담양엘 들리게 되면, 나는 또 어떤 숨겨진 먹을 거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인가. / FIN

PS> 사진은 죄다 아이폰으로 찍어 영 그렇습니다. 요즘은 디카도 들기 귀찮아서 큰 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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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담양군 담양읍 | 승일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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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tomatomail.tistory.com BlogIcon 호련 2010.05.10 20:42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0^ 정말 맛있었어요!! 승일식당~~>.<;)/ 메타세쿼이아 길과 죽녹원도 최고였죠 ㅎㅎ

  • Favicon of http://monomato.com BlogIcon 모노마토 2010.05.10 22:00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사진을 다시 보니... 이 밤에 군침 도는군요.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5.11 10:49 신고 수정/삭제

      밤에 군침돌면 안된다네. 참고 또 참자고!

  • Favicon of http://www.zoominsky.com/ BlogIcon 짠이아빠 2010.05.11 00:39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 정말 또 먹고 싶어지는군.. 근디 메타세콰이아길은 콘텐츠 주소가 1288이여요.. ^^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5.11 10:48 신고 수정/삭제

      ㅎㅎ 동네 사진이 가 붙었고만요 ㅋㅋ 수정합니다. 땡스!

  • 친절한 보라씨 2010.05.18 19:10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국수는 국수거리 라는 곳이 유명한대 막 들어가면 진우네 국수라고 있어요..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5.20 08:37 신고 수정/삭제

      아, 네 고맙습니다
      국수 못 먹고 온게 많이 아쉬웠는데 다음에 기회되면
      꼭 국수를! ^^

[강남맛집] 특별한 날 회가 끌린다면, 삼성동 남도여수

전 회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못 먹는 건 아니고요, 그저 맛이 없어 안 먹을 따름입니다. 이 쫄깃하고 싱싱한 느낌을 왜 모르니, 라고 사람들이 구박해도 맛없는 걸 어쩝니까. 게다가 비린내에 좀 민감하다는 것도 생선을 싫어하는 이유 중 하나일 겁니다. 그래서 저 때문에 우리 가족들은 회도 잘 못 먹고, 회사에선 횟집에서 회식하는 일이 별로 없습니다. 딸 아이가 아빠한테 갖는 불만 중에 하나가 회 안 사준다는 거일 정도로요.

하지만 이런 저도 가끔 회를 맛나게 먹을 때가 있습니다. 몇 년전 거제도 갔을 때 먹은 뽈락회, 만리포 바다 앞에서 먹었던 낚시배에서 갓 쳐온 우럭회... 이런 것들은 회에 대한 저의 선입견을 날려버리는 정말 맛있는 회였던 거죠. 이런 걸 보면 제가 회를 그닥 즐기지는 않아도 회맛을 딱히 모르는 넘은 아닌 듯 합니다만, 어쨌든 회를 그다지 먹지 않는 제가 오늘은 횟집 한 군데를 추천해 볼까 합니다. 삼성동에 있는 남도여수 횟집입니다.

포스코 사거리에서 북쪽으로 올라가다가 신호등 하나 지나고 대장금이라는 식당을 끼고 우회전해서 골목으로 들어간 후 다시 첫번째 골목에서 우회전하면 왼쪽에 ‘남도여수’ 간판이 보입니다. 물론 자세한 위치는 맨 아래 지도에서 살펴보시고요. 주차는 대신해 줍니다만 나올 때 2천원을 받습니다.

1층은 테이블이 있는 홀이고, 2층은 칸막이로 막아 놓은 방입니다. 필요에 따라 칸막이를 열었다 닫았다 하는 구조라서 방음 같은 건 완벽하지 않습니다만, 그래도 오붓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어 좋습니다. 미리 예약을 한 탓에 방에 앉을 수 있었지요. 아는 형님이 크게 한 턱 쏘는 자리여서 한 사람에 10만원짜리(헉!) 코스를 먹었습니다(사실은 제가 내려고 했습니다만 그 형님이 먼저 계산하는 바람에... 핑계 좋네요 ㅋ).


고급 횟집 답게 깔끔한 죽과 토마토 샐러드가 나옵니다. 저녁 시간이니 당연히 배가 고파 몇 술 뜨면 금새 없지요. 뒤이어 성게알즙을 뿌린 갈은 마가 나옵니다. 사실 저는 마를 좋아하지도 않아서 안 먹고 비켜 두었습니다. 맨 정신엔 못 먹겠어서 술 취하면 먹으려고요. 나중에 술 한 잔 먹고 마에 도전했습니다만, 역시 입에 안 맞으니 반 밖에 못 먹겠더군요.


그 다음에 나오는 돌멍게와 새조개, 해삼. 이건 일품입니다. 자연산 밖에 없다는 돌멍게는 비린 맛 하나 없이 쫄깃하고 고소합니다. 새조개와 해삼은 뭐 말할 것도 없고요. 돌멍게 껍질에 소주 한 잔 따라 먹는 것도 특별한 맛입니다. 이렇게 마시는 소주는 아무리 먹어도 안 취할 것 같은 느낌이!


드디어 메인 회가 나옵니다. 가장 눈에 띄는 녀석은 이 집의 자랑이라는 자연산 다금바리와 농어, 도다리 등이 나옵니다. 펄이 들어간 것처럼 살짝 반짝거리는 녀석이 다금바리라는군요. 한 점 집어 먹었더니 쫄깃하고 탱탱한 맛이 입 안에 가득합니다. 이런 정도라면 저도 회가 맛없다는 말 않고 열심히 먹어야죠.


물론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매생이굴국과 함께 홍합, 피조개, 키조개, 개불, 도다리, 해삼, 새우가 한 접시 가득 나오고요 어우, 배불러 소리를 할 때 쯤 튀김과 감성돔 구이가 염치 없이 젓가락을 들이밀게 만듭니다. 횟집에서 굽는 생선이래야 꽁치 정도나 봤는데 감성돔이라니. 살짝 사치스럽다는 생각도 해봅니다만, 이런 기회가 아니면 언제 또 먹어보겠습니까.


마지막으로 게장과 갓김치, 된장찌개가 곁들인 식사가 나옵니다. 이미 배가 부른 상태에서 뭘 얼마나 더 먹겠습니까마는 다른 건 몰라도 여수 갓김치(이 집 이름이 남도여수라는 걸 잊지 마세요) 하나는 그냥 돌려보내선 안되는 겁니다. 그렇게 숫가락을 부지런히 움직이다 보면 식사가 끝납니다.


삼성동이라는 위치와 고급스러운 재료를 쓰니까 사실 이 집은 싼 집이 아닙니다. 지나가다가 소주 한 잔 먹자, 해서 들어갈 만한 집은 아니라는 거죠. 제가 먹은 코스는 한 사람에 10만원짜리 코스고 언뜻 훔쳐 본 메뉴판(메뉴판 훔쳐 볼 거 머 있나, 당당히 보면 되지 ^^) 엔 저녁 메뉴가 3만8천원부터 시작하더군요. 그러니 자주 간다기 보다는 손님을 만난다거나(이거 왠지 접대라는 표현 쓰기는 거북해서 ^^) 특별한 가족 모임에 어울리겠네요. 무엇보다도 주말엔 30% 할인 한다 하니(삼성동 특성 상 주말엔 손님이 없는가 봅니다!) 부담을 좀 덜 순 있겠네요.

여튼 손님을 만날 일이 종종 있는 저로서는, 꽤 괜찮은 횟집 하나 알아낸 셈입니다. 이제 큰일났군요. 제 블로그를 보신 손님들이 왜 나는 저 집 안 데려가냐고 하시면 할 말이 없겠습니다. 손님도 손님 나름이죠! 할 수도 없고, 누군 모시고 가고 누군 안 모시고 갈 수도 없고. 그래서 말은 저렇게 해 놓고도, 어쩌다가 정말 회가 땡기는 날(혹은 오늘 회 안 먹으면 죽을 거 같다는 손님이 오시는 날), 몰래 몰래 가야겠습니다. ^^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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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 강남구 삼성1동 | 남도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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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hogerl.tistory.com BlogIcon 호걸이 2010.05.06 17:49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제 고향이 여수옆에 순천인데.. ㅋㅋ 어릴때 거기 살면서 회라는 회는 실컷 맛있게 먹은거 같은데..
    서울에서 먹는다는 이유로 10만원씩 넘어가는 코스로 바뀌는군요 ㅋㅋ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5.07 09:34 신고 수정/삭제

      바닷가 사시던 분들이 이런 가격 보시면 분노(!)하시는게 정상이죠! ㅋㅋㅋ

  • Favicon of http://no1salaryman.tistory.com BlogIcon 정현아범 2010.05.07 09:33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왜 저는 저집 안 데려가세요??

    ㅋㅋㅋㅋㅋ

  • Favicon of http://blog.daum.net/kojasan/?t__nil_login=myblog BlogIcon 맛집 2010.05.07 11:18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퍼가요~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5.07 12:43 신고 수정/삭제

      남이 애써 쓴 글 퍼가셔서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 제발 부탁이니 퍼가지는 마시고, 링크를 걸어주세요.

음식 값 오를 수 있어요, 하지만 이건 아니죠

잠실 롯데월드 지하 2층에 블루스푼이라는 패밀리 레스토랑이 있습니다. 규모가 크진 않지만 음식 맛이 깔끔하고 값도 적당해서 즐겨 갔었지요. 함께 일하는 직원들은 데이트 코스(!)에 넣기도 하더군요. 반응이 괜찮았다 이겁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분위기가 좀 이상해졌습니다. 일단 음식 양이 줄었습니다. 예전엔 꽤 넉넉하게 잘 먹었다 생각했는데 어느 날부턴가 음식이 왜 이렇지,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러다가 오늘 드디어 대박 났습니다. 모처럼 갔더니, 메뉴판이 바뀌었습니다. 순간 싸한 느낌이 옵니다. 메뉴판 바뀌었단 얘기는 음식 값 올랐다는 얘기잖아요. ^^ 하지만 뭐 음식 값 오를 수야 있죠. 해도 바뀌었는데.

메뉴판을 열어 보고는 순간 당황했습니다. 7천원이던 함박스테이크가 무려 8,900원! 여기에 부가세는 별도이니 결국 7천 700원짜리가 9천790원. 자그마치 2천90원이나 오른 겁니다. 20% 이상 오른 거라 순간 이걸 먹어야 하나 나가야 하나 하는 생각까지 들더라고요. 날도 춥고 움직일 만한 데도 없어서 그냥 시켰습니다. 뭐 좀 달라졌겠지 하는 기대감으로요.

더 놀라운 건 음식이 나오고 나서였습니다. 햄버거 스테이크 고기는 예전보다 크기가 줄었고 곁들여 나오는 볶음밥도 줄었습니다. 채소 샐러드 대신 버섯 몇 개와 콘 샐러드 한 줌 올라와 있고요. 가격은 올리고 음식은 줄이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거지요. 직원들 모두 나름 충격(ㅋㅋㅋ)에 말을 잃고 조용히 음식을 밀어넣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서 끝난 게 아니지요. 후식으로 커피와 아이스크림 중에서 고를 수 있었는데 커피는 없어지고, 스쿱으로 퍼 주는 아이스크림도 속이 비어 있는 상태로 나왔습니다.

물론 그 집도 나름대로 사정이 있겠지요. 임대료가 많이 올랐을 수도 있고, 그 동안 안 올리다가 한꺼번에 올렸을 수도 있겠죠. 그러나 문제는 손님이 그걸 받아들일 수 있느냐 하는 거 아닐까요. 계산을 하면서 너무 올랐다고 했더니 밥 종류가 좀 올랐다고 하길래, 양도 줄었네요 했더니 대답이 없더군요. 물론 알바하는 종업원이었을 테니 설명할 방법도 없었겠지만요. 사실 결론은 간단해요. 받아들인 손님은 계속 갈테고, 못 받아들인 손님은 안 가겠죠. 점심 식사 한 끼에 만원이면 싼 건 아닌데  그 돈 내고 먹을만한 음식은 아닌 듯 합니다.

전 얼마 전 이 집, 꽤 괜찮다고 제 블로그에 추천했습니다만, 안타깝게도 그 추천을 취소해야 하겠네요. 블루스푼, 이젠 뜨내기 손님이나 받아들이려는 그저 비싼 음식점이란 생각 밖에 안 듭니다. 혹시라도 제 블로그에서 그 글을 읽고 블루스푼 방문하실 분들에게 참고하시라는 말씀 드려야 할 듯.

값은 올라도 음식의 질은 그대로 였으면 좋겠는데, 그걸 바라는 건 지나친 욕심인가요. ^^ 비싼 점심 먹고 와서 괜히 허탈합니다. ^^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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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me2day.net/cabb79 BlogIcon 가을희망 2010.02.03 16:17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별 설명없이 그런일이 일어나면 왠지 배신감같은게 들더라구요..
    좋은 음식점하나가 없어지는 순간이군요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2.03 16:18 신고 수정/삭제

      ^^ 그러게요. 게다가 계산하는 직원이 비록 알바였으니까 그랬겠습니다만 무성의한 대답을 듣다 보니 더 정이 떨어지던걸요. ^^

  • Favicon of http://www.yamyong.com BlogIcon 얌용 2010.02.03 22:15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곧 사라질 식당 리스트에 올려 놓아야겠군요~ ㅎㅎ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2.03 22:51 신고 수정/삭제

      ㅎㅎㅎ 그러게요. 그동안 우리 때문에 잘 된건데!(라고 착각하면서라도 산다는 ㅎㅎ)

  • Favicon of http://blog.daum.net/bouquetdor BlogIcon 풍류대장 2010.02.08 00:44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흐음~고놈들.참...

  • 바람나무 2010.03.07 20:46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저도 엊그제 똑같은 일을 겪었는데요... 종로구청에서 인사동 가는 길에 있던 "까스야"라고 하는 일식집입니다. 일식집의 우동은 가쯔오부시 국물로 만드는데, 이건 편의점에서 파는 2,000원짜리보다도 못하더군요. 가쯔오부시는 냄새도 안 나고. 밀가루 냄새에... 가격은 오르고. 양은 줄고. 맛은 훨 덜하고.

    화가 나서 속으로 다시는 안 온다, 라고 되뇌이면서 돈 아까와 다 비우고 나왔습니다.

[송파맛집] 찬 바람 불기 시작하면 조개찜이 그만!

찬 바람 불기 시작해서 이듬 해 다시 뜨거운 바람이 불기 전까지 꼭 즐겨야 할 음식 중 하나가 조개일 겁니다. 구워 먹어도 좋고, 찜을 해도 좋고. 게다가 조개는 살도 안 찐다고 하니까 부담 없이 마음껏 먹어도 좋지요(허나, 정말 그럴까요? 정말 살이 안 찔까요? 배부르게 먹고 나면 왠지 밀려오는 살의 압박이!!). ^^

하여튼 저는 조개를 무척 좋아하는 까닭에 조개구이도 꽤 즐기는데요, 이번엔 조개찜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날이 서늘해지면 사무실 식구들이나 외부 손님들과 함께 소주 한 잔 즐기기에 딱 좋은 집이 있거든요. 이름도 특별하지 않아요. 그저 조개찜 간판이 하나 달랑 보일 뿐.

잠실역과 신천역 사이, 갤러리아팰리스와 트레지움이 마주 보고 있는 그 사거리에서 남부순환도로(잠실관광호텔 방향) 쪽으로 주욱 직진하다가 삼거리 하나, 사거리 하나를 지나치다 보면 남부순환도로 방향으로 오른쪽에 크라제버거가 보입니다. 여기를 조금 더 지나치면 조마루 뼈다귀 집 간판 옆에 조그맣게 조개찜 간판이 붙어 있는 집이 오늘의 주인공이죠.

원래 이 집 처음 갈 때는 조개구이를 먹었고, 그 다음 번에는 강력 추천이라는 조개찜을 먹었는데, 조개구이는 그저 그런 감흥이었지만 조개찜에서는 찬탄을 금할 수가 없었습니다. 말로 하면 뭐합니까. 일단 사진으로 디밀고!

보통 해물찜들은 콩나물에 묻어 매운 양념을 한 후에 쪄내는 경우가 많은데 이 집은 아예 전용 찜기에 홍합, 굴, 대합, 키조개 등등을 쳐 냅니다. 조개도 훌륭하지만 조개에서 우러난 국물이 더 예술. 시원한 조개 특유의 국물이 소주 안주로는 아주 그만인데다가 싸늘한 날씨로 움추러든 마음까지 활짝 펴줍니다. 이번 가을에는 메뉴가 살짝 바뀌어 일반 조개찜 외에 해물조개찜이 추가됐는데, 5천원 더 내면 꽃게와 주꾸미 등 해물 몇가지를 더 넣어줍니다.

모듬조개찜, 해물조개찜 한 판을 시키면, 남자 넷이 먹기에는 좀 작고, 남자 셋이 먹기엔 딱 좋습니다. 일인당 소주 한 병은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양이고요, 국물까지 싹싹 조개찜을 다 먹고 나서 모자란다 싶으면 바지락 칼국수를 시켜도 됩니다만, 솔직히 바지락 칼국수는 그닥 권하고 싶은 맛은 아닙니다.

조개찜에 딸려 나오는 기본 안주도 재미있는데요, 무엇보다도 번데기를 줍니다. 어릴 적 번데기에 추억이 있는 분들이라면 아련한 추억의 맛을 느낄 수도 있겠고요. 그런데 요즘 젊은 친구들 중에는 번데기 안 먹는 친구들도 꽤 있더라고요. ^^

조개찜이라는 요리의 특성 때문인지 이 집은 초저녁엔 좀 여유가 있는 편입니다. 대신 2차, 3차로 오시는 분들이 꽤 있는 듯 하고, 특히 심야에 손님이 많답니다. 시원한 조개 국물이 속 풀어주는데 그만이라서 그렇지 않을까요. 살짝 아쉬운 점이 있다면 가게가 작다 보니 어떤 날은 조개의 질이 아주 훌륭한데 어떤 날은 조금 빠지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는 거죠. 저는 굴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별 상관이 없긴 한데 요즘 조개찜에 들어 있는 굴의 알은 큰 편이 아니랍니다.

여튼 찬바람 불게 되면 한 달에 두어 번은 꼭 들르는 집이라서요, 올 가을에도 소주 꽤나 달릴 듯 한데 잠실에서 번개 한 번 치기에도 꽤 괜찮은 집이죠. 가격도 조개찜 3만5천원, 해물조개찜 4만원이니 셋이서 즐긴다 해도 그리 큰 부담이 없습니다. 아마 곧 번개를 한 번 칠듯 하니, 희망하시는 분들 대기하세요! ^^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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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 송파구 삼전동 | 조개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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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blog.daum.net/bouquetdor BlogIcon 풍류대장 2009.10.30 11:46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천둥과 벼락까지 함께하길 앙망하옵니다...ㅋㅋ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9.10.31 01:44 신고 수정/삭제

      정현아범까지 불러서 함 하시쥬 ㅋ

  • Favicon of http://no1salaryman.tistory.com BlogIcon 정현아범 2009.10.30 12:45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불러주삼..츄릅~

  • Favicon of http://wipen.net BlogIcon 하늘높이 2009.10.31 01:25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아니 제가 사는 동네에 이런곳이!!
    꼭 가봐야겠네요.^^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9.10.31 01:44 신고 수정/삭제

      하하 작은 집이라 실망하실지도 몰라요 ㅋ

  • Favicon of http://www.zoominsky.com/ BlogIcon 짠이아빠 2009.11.01 10:13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빨리 날을 잡으시지유.. 매번 할까말까 하지 마시고.. ㅋㅋ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9.11.01 14:10 신고 수정/삭제

      11월 첫주에 바로 번개를 치겠습니당! ㅎㅎ

    • 2009.11.01 23:16 수정/삭제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9.11.02 00:48 신고 수정/삭제

      아니, 그럼 나머지 요일은 된다는겨?
      아님 나머지 요일도 안된다는겨? ㅋㅋ

  • Favicon of http://brucemoon.net BlogIcon bruce 2009.11.13 15:29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오호.. 이동네 자주 가는곳인데 여기는 아직 못가봤네요
    근데 벙개는 이미 지나간건가요? ㅠ.ㅠ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9.11.14 22:03 신고 수정/삭제

      와우 브루스님! ^^

      번개는 한 번만 치고 마는 것이 아니랍니다. ^^
      사수데이 만들어서 한 번 만날까요 ^^

새콤, 짭조롬으로 입맛 당기는, 묵은지쌈밥

이 맘 때쯤 김치 냉장고 가장 깊숙한 곳엔 작년 김장 때 담아두었던 마지막 한 포기가 남아 있답니다. 김치찌개나 혹은 만두를 빚기 위해 남겨 놓은, 아주 잘 익은 묵은지 한 포기 말이지요. 그런데 대부분은 그 묵은지가 남아 있다는 사실을 잘 기억하지 못합니다. 어쩌면 이런 망각이야 말로 묵은지에 대한 최고의 선물일지도 모릅니다. 묵은지가 더 맛있게 익어가도록 내버려 두는 방법이 될테니까요. 

아, 오늘 저녁엔 뭘 먹을까, 그렇게 한가로운 고민에 빠져 TV를 보던 어느 주말 오후, 문득 TV 속에선 묵은지에 밥을 싸 먹는 장면이 등장했습니다. “앗, 우리도 묵은지 있는데!” 예전 거제도의 횟집에서 묵은지에 밥과 회를 싸 먹은 기억이 있었으므로, 이 날은 더 고민할 여지도 없었지요. 오늘 저녁은 묵은지 쌈밥, 자연스럽게 결정되었습니다. 

잘 익은 묵은지를 꺼내 매운 양념이 다 가시도록 깨끗이 씻습니다. 왜 씻는지 궁금하신 분들은, 씻지 않은 묵은지를 남겨 뒀다고 비교해서 먹어 보세요. 씻지 않은 묵은지의 매운 맛은 함께 먹는 다른 음식의 맛을 방해합니다. 묵은지를 씻으면 매운 맛이나 신 맛이 가시면서 묵은지 특유의 감칠맛이 살아나서 진짜 끝내줍니다. ^^

묵은지 위에 밥을 얹고 - 방송에서는 밥을 볶았더랍니다. 제가 거제도에서 먹은 밥도 살짝 볶은 것이었고요 ^^. 근데 우리 집에서는 안 볶았다는!) 불고기도 한 점 올리고, 잘 익은 마늘 장아찌를 같이 넣습니다. 이쁘게 돌돌 말아 한 입에 쏙 넣으면… 으아… 묵은지의 신맛과 감칠맛이 입안에 퍼지면서 고기와 밥, 마늘의 맛과 함께 어우러집니다. 묵은지가 너무 크면 짠 맛이 강하므로 적당한 크기로 묵은지를 자르는 것이 오늘의 팁입니다. 

어느 틈에 먹다 보니 밥 한 공기가 후딱 달아나 버렸습니다. 사실 장 보러 가는 귀찮은 일만 감수했다면 아마 회를 사다가 먹었을 지도 모릅니다. 딸 아이가 먹으면서 여기에 회 싸먹으면 맛있는데… 그런 얘기를 들으니까 아빠가 귀찮다는 이유로 장 보러 가지 않은 게 좀 미안해집니다. 뭐, 다음 주엔 장 보러 가서 회 사오자꾸나… 라고 말했지만, 아뿔싸, 마지막 남은 한 포기 묵은지는 어느 틈에 우리 입 속으로 다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묵은지가 생기는 내년까지 아쉽지만 미뤄야 할 듯!

자, 정리해볼까요 ^^ 묵은지를 꺼내 잘 씻고 먹기 좋은 크기로 자릅니다. 밥은 고슬 고슬하고 살짝 볶아두는 것이 좋겠습니다. 밥과 함께 얹어 먹을 회나, 불고기를 준비하고 그저 돌돌 말아 싸 먹으면 끝! 간단하면서도 특별하고 맛있는 주말 저녁의 한 끼 식사가 즐겁게 끝났습니다. ^^ 내년을 또 기다려야죠. 아니면 어디 가서 묵은지를 좀 사오든지요~ ^^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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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www.zoominsky.com/ BlogIcon 짠이아빠 2009.08.31 19:51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와.. 정말 감칠맛 나겠네요.. ^^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9.09.03 09:37 신고 수정/삭제

      에이구 좀 따로 챙겨드릴 걸... 엉엉...

  • Favicon of http://www.foodsister.net BlogIcon 먹는 언니 2009.08.31 23:40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아... 저도 살아있는(?) 묵은지의 맛을 느껴보고 싶네요.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9.09.03 09:37 신고 수정/삭제

      뭐, 저 묵은지가 살아 있지는 않았어요. 전 살아 있는 걸 싫어해요~~ ㅋㅋ

  • Favicon of http://sepial.net BlogIcon sepial 2009.09.03 01:55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오오~ 묵은지에 보쌈.....급땡기네요!!!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9.09.03 09:38 신고 수정/삭제

      이런 포스팅 하고 나면 샛별님한테 쫌 죄송! ㅋ

안타까운 잠실 롯데월드 블루스푼

한때 맛있는 집이라 생각해 추천 글을 썼습니다만,  추천을 취소합니다. 자세한 사유는 아래 링크를 누르시면 보실 수 있습니다.


제가 블루스푼 맛집 추천을 취소한 이유

음식 값 오를 수는 있어요, 하지만 이건 아니죠


잠실 롯데월드. 비싸고, 사람 많고, 이것 저것 식당은 많지만 마땅히 먹을 만한 곳은 없는 동네

사실 그렇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놀이동산 근처 치고 제대로 된 음식점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사실 음식이라는 것은 재료는 물론 시간과 정성이 가장 기본이 되는 요소일텐데, 사람 많은 곳에서는 어지간한 내공이 아니고서는 이런 요소들을 모두 신경 쓰기가 쉽지 않기 때문일 겁니다. 게다가 아이들은 자꾸 햄버거 같은 패스트푸드나 찾으려 하지요, 어른들은 이런 아이들 데리고 다니면서 뭘 먹일까 고민하다가 지쳐 그냥 적당히 먹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뭐, 사람도 많고 힘든데 암 거나 먹자, 이런 거지요. 

자, 모처럼 롯데월드 왔다, 많이 비싸지도 않으면서 좀 조용히, 편안하고 맛나게 먹을 만한 데 없나, 하는 분들에게 추천해 드리고 싶은 집이 한 군데 있습니다. 지하 2층, 스파게티아 매장 뒤 쪽에 살짝 숨은 듯 가려 있는 ‘블루스푼'이 그 곳입니다. 


블루스푼은 이름에서 풍기는 것처럼, 한식당은 아닙니다. 오므라이스와 스파게티 같은 음식을 파는, 규모가 좀 작은 패밀리 레스토랑입니다. 내부 인테리어가 그닥 화려하지도 않고, 서비스가 아주 친절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잠실 근처에서 일하는 저와 우리 사무실 식구들이 이 집을 찾는 건, 가격도 적당하고 맛도 꽤 좋은 데다가 후식까지 주는 런치 메뉴가 있기 때문입니다. 


런치는 크게 세 종류가 있는데요, 햄버거 스테이크, 치킨 칠리덮밥, 날치알 오므라이스입니다. 이 중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건 햄버거 스테이크! 다진 고기로 만든 햄버거 스테이크 2개와 볶음밥, 샐러드가 접시 한 가득 담겨 나옵니다. 고기는 적당히 부드럽고, 퍽퍽하지 않아 아이들 입 맛에도 잘 맞을 겁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아하는 건 볶음밥! 너무 고슬거리지도 않으면서 딱 제 스타일로 볶았답니다. 


치킨 칠리 덮밥은 햄버거 스테이크에서 주는 것과 같은 볶음밥을 메인으로 하고 그 위에 잘 튀긴 닭가슴살(이거 아마 치킨 집에서는 필레 혹은 휠레라고 부르는 종류 ^^)에 칠리 소스를 얹어 주는 것입니다. 일단 튀김이 맛있습니다. 따뜻하면서도 바삭한데다가 칠리 소스와 잘 어울립니다. 이 두 가지를 좋아해 잘 먹다 보니, 날치알 오므라이스는 구경도 못해봤다


식사를 마치고 나면 아이스크림이 후식으로 나옵니다. 어떤 날은 초코, 어떤 날은 바닐라, 어떤 날은 딸기를 주니까, 뭘 주는지는 잘 모릅니다. 아이스크림이 싫은 분들은 커피를 드셔도 되겠습니다만, 어쩐 일인지 우리 식구들은 모두 아이스크림만 먹었더랍니다. 물론 이 아이스크림은 점심 메뉴에만 제공되는 후식이지요.

아, 중요한 가격은 ㅋㅋ 햄버거 스테이그가 7천원, 치킨 칠리덮밥은 6,500원, 날치알 오므라이스는 5천원… 인데 이게 뭐 싼 거냐 라고 하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잠실 롯데월드 근처에서는 이 가격으로 후식까지 먹을 수 있는 점심이 그리 흔치 않습니다. ^^ 

런치 메뉴 외에 다른 메뉴들도 꽤 맛이 괜찮습니다. 아, 그리고 저녁 시간에 가시면 세트 메뉴가 있는데, 이게 양이 꽤 되더군요. 샐러드와 메인 요리 2개, 선택 음료 같은 식으로 구성이 되는데, 양도 넉넉합니다. 저는 햄버거 오므라이스 먹고 배 터지는 줄 알았을 정도니까요. 가격은.. 어떤 음료를 선택했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1인당 1만5천원을 조금 넘는다고 보면 되겠네요. 

저는 오므라이스를 무척 좋아하고, 볶음밥을 진짜 좋아하는 스타일이라서 이 집 음식이 딱 입에 맞을 겁니다만, 이런 류 싫어하시는 분들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집이겠죠. 다행스럽게도 우리 사무실 식구들도 나름 괜찮아 하니, 롯데월드에서 음식점 어디 갈까 고민하시는 분들에게는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그저 기쁠 따름입니다. ㅋ / FIN


한때 맛있는 집이라 생각해 추천 글을 썼습니다만,  추천을 취소합니다. 자세한 사유는 아래 링크를 누르시면 보실 수 있습니다.


제가 블루스푼 맛집 추천을 취소한 이유

음식 값 오를 수는 있어요, 하지만 이건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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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 송파구 잠실3동 | 블루스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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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no1salryman.tistory.com BlogIcon 정현아범 2009.08.31 09:41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오..맛은 모르겠지만..
    살은 단박에 찌겠군요..ㅡㅡ;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9.08.31 11:35 신고 수정/삭제

      ㅎㅎ 요즘 뭘 먹어도 살찌지 머.. 안 그르신가? ㅋㅋ
      (설마 채소만 드시는 건 아니겄지?)

  • ^^ 2009.08.31 10:58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자~알 댕겨 왔습니다 ㅋㅋㅋㅋ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9.08.31 11:35 신고 수정/삭제

      하하 잘 다녀오셨다니
      다행입니다.

      아이가 좋아하던가요? ^^

  • Favicon of http://krlai.com BlogIcon 시앙라이 2009.08.31 11:54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와...저도 한번 가봐야겠습니다.
    점심식사 맛있게 하세요^.^

[잠실맛집] 오늘은 커리가 땡기는 날, 샨티

어릴 땐 카레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초등학교 저학년 쯤 되었을 때 엄마가 한 번 해주셨는데 이상한 맛이 난다고 먹지 않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아마, 신경 써서 했는데 안 먹는다고 엄마한테 한 대 쯤은 맞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그렇다고 뭐 우리 엄마가 마구 때리는 사람은 아니다 ㅋ). 엄마기 이 글을 보면, 내가 언제 그랬냐고 하시겠지만, 때린 사람은 까먹어도 맞은 사람은 잊지 못하는 법이다. ㅎㅎㅎ

그러다가 초등학교 6학년 때, 친구네 집엘 갔는데, 친구 엄마가 카레를 해주셨다. 친구네 집이라 차마 안 먹겠단 말은 못하고 한 두 술 뜨기 시작했는데, 어랏 이게 맛있는 거다. 집에 와서 엄마, 카레 맛있던데 해주세요, 했다가 한 대 또 맞았던 기억이! ㅋㅋ (이건 웃자는 얘기다).


어쨌든, 그 이후로 나는 카레를 참 좋아하게 됐다. 주말 가족들 식탁에 빠지지 않고 오르는 메뉴도 카레고, 만들기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니어서 내가 종종 직접 만들기도 하는 것이 카레다. 그런데 집에서 먹으면 괜찮은 이 카레를 밖에서 먹기가 쉽지 않다. 일단 카레 음식점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일테고, 전문점이 아닌 푸드코트 등에서 하는 카레는, 말하고 싶지도 않다. 그래서 괜찮은 카레 식당이 보이면, 난 꼭 한 번 가야 했다.

(카레가 언제서부턴가 커리가 됐다) ㅎㅎ

이런 까닭에 잠실 롯데 백화점 식당가에 있는 샨티를 내가 그냥 지나칠 리가 없다. 그런데 이 집이 처음부터 좋았던 건 아니다. 일이년전, 이 식당가가 막 리뉴얼 했을 때 갔던 샨티는, 비싸기만 하고 그저 그런 집이었다. 그러다가 두어달 후에 커리의 유혹을 못 이겨 또 찾아가고 말았는데, 어랏, 주인이 바뀌었는지 음식 메뉴도 개편되고, 맛도 훨 좋아진 거다.


결론부터 말하면 뭐 이거다. 잠실 인근에서 커리가 땡긴다면 롯데 백화점 11층의 샨티를 찾아라! ㅋ 하긴, 이 집 아니면 잠실 인근에서 커리를 먹을 수 있는 곳이 또 어디 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누구 아시는 분이 있으면 제보를!

그렇다고 해서 이 집이 뭐 특별한 메뉴가 있는 거 아니다. 그냥 다른 커리 요리집처럼 쇠고기, 치킨, 해물, 돈까스 등등의 커리가 있다. 취향에 따라 골라 먹으면 되지만 이 집에서 내가 추천하고픈 건, 세트 메뉴다.


세트 메뉴는 1만 4천원. 사실 점심 한 끼로는 절대 싼 가격은 아니다. 따지고 보면 샨티의 식사 메뉴들이 대개 1만원에서 1만 2천원 정도 하므로 세트 메뉴가 아니어도 이 집이 싼 집은 아니다. 모처럼 커리를 먹고 싶은 날, 한 번쯤 가보기에 좋은 집이다.

이 정도 말씀드렸으니 대충 눈치채셨을 거다. 그냥 식사를 먹어도 1만 2천원인데 2천원 더 내고 세트 메뉴를 먹는게 유리하다는 거다. 게다가 추가 되는 금액에 비해 세트 메뉴의 구성은 꽤 알차다. 쇠고기, 해물, 돈까스 커리 등 기본적인 식사에 연두부샐러드(치킨 샐러드를 대신 선택해도 된다)와 난이 함께 나와 훨씬 더 풍성하게 식사를 할 수 있다.


연두부 샐러드는 사실 좀 생소한 메뉴이긴 하겠지만, 연두부의 시원한 맛과 채소가 서로 어울려 꽤 생생한 느낌을 준다. 담백한 난은 함께 나오는 커리에 찍어 먹으면 그만. 몇 번을 먹어도 물리지 않는 담백함 때문에 손이 자주 가는 메뉴이다. 그리고 기본 식사 메뉴 역시 깔끔하다. 입에 넣으면 머리 속에 인도가 뛰노는(!) 그런 환상적인 맛은 아니고, 커리 음식점에서 기대할 수 있는 맛을 깔끔하게 즐길 수 있다는 얘기다. 만일 양이 좀 부족하다 싶으면 더 달라고 해도 된다. 밥과 커리는 무료로 추가! 이건 참 예상 밖의 서비스다.


요즘 약 먹고 그러느라 입맛을 좀 잃었는데 누군가 손님이라도 오는 날엔 또 한 번 가봐야겠다. 커리는 입맛 땡겨주기에도 꽤 괜찮은 음식일테니까. 같이 일하는 토양양이 대학로에 열 매운 카레 집이 있다고 했는데, 곧 그 집에도 꼭 한 번 가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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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blog.daum.net/bouquetdor BlogIcon 진주애비 2009.05.19 20:19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카레..캠핑가서 해 먹으면 무지 맛나죠..
    하긴 그땐 뭘 해먹어도 맛나지만...ㅋㅋ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9.05.20 10:31 신고 수정/삭제

      전 고딩 때 캠핑가서 재료 없이 카레 가루로만 만들어 먹었던 적도 있더라는 >.<

  • Favicon of http://no1salaryman.tistory.com BlogIcon 정현아범 2009.05.20 08:42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토양양이 대학로에 '열' 매운 카레 집이..라면
    토양이님이 ceo가 되신다는 뜻??
    or '열릴'의 잘못??
    개인적으로는 전자를 응원..으쌰으쌰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9.05.20 10:32 신고 수정/삭제

      흐음, 어제 좀 한가하셨으? ㅋㅋㅋ

      우리 사무실 '열' 파티 할 때 한 번 보시자공~ ㅋㅋ
      (아직 계획은 미정이지만 ㅋ)

    • Favicon of http://no1salaryman.tistory.com BlogIcon 정현아범 2009.05.20 10:52 신고 수정/삭제

      그 '열'파티때는..
      '열' 먹어버릴 테야요..(ㅡㅡ)b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9.05.20 11:51 신고 수정/삭제

      열 죽어버립시당 ㅋㅋ
      (이거 혹시 자살 어쩌구 저쩌구에
      걸리는 거 아니여?? ㅋㅋ)

  • Favicon of http://www.unny.com BlogIcon ftd 2009.05.22 07:57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와 정말 맛있어 보이네요. 아주 예뻐여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9.05.22 10:38 신고 수정/삭제

      ^^ 댓글 고맙습니다 ^^

      오늘도 맛난 점심 하세요~ ^^

  • ^^ 2009.05.22 12:53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와~ 연두부샐러드 땡겨여~~~ 함 먹어 보고 싶은걸요^^

  • Favicon of http://blog.daum.net/kojasan/?t__nil_login=myblog BlogIcon 맛집 2010.05.07 11:21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퍼가요~^^

바람 부는 4월엔, 레스토랑 위크 & T

바람 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엘 가야 한다고, 지금은 영화 감독으로 더 유명한 시인 유하가 그랬다. ‘압구정동에 겨울 나무로부터 봄 나무 에로 라는 카페가 생겼다. 온통 나무, 나무로 인테리어한 나무랄데 없는' 1991년부터 바람 부는 날마다 압구정동을 떠올리게 한 그 시집은, 아직도 내 책장 한 구석에 꽂혀 있다. 그런데 정작 난, 바람 부는 날 압구정동엘 가 본 적이 없다.

뜬금없기는. 그런데 봄 바람 살살 부는 4월의 어느 토요일. 그리 세지도 않은 바람을 맞으며 난 압구정동 옆 청담동을 가야 할 일이 생겼다. 청담동 일대, 오너가 직접 경영에 참여하는 레스토랑들의 모임인 그랜드테이블 협회와 SK텔레콤의 T가 진행하는 레스토랑 위크 & T 행사에 초대 받은 까닭이다. 


레스토랑 위크 & T라니. 청담동 일대 레스토랑들이 일년에 두 번씩, 특정한 일주일을 지정해 레스토랑의 음식을 저렴하게 제공하면서 레스토랑 문화를 퍼뜨리기 위해 시작된 행사란다. 올해로 7년째고, T가 함께 하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 그래서 작년까지는 레스토랑 위크였을 테고, 올해는 뒤에 T가 하나 더 붙었단다. T의 힘은 대단하다. T가 아니었으면 나는 이번 행사에 대해서 알지 못했을 것이다. 올해로 벌써 7년이나 되었다는데.

용수산에 전시된 유희정 작가의 작품

레스토랑 위크 & T 기간 동안의 최대 장점은, 점심 2만2천원, 저녁 3만3천원에 특별한 메뉴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한정식으로 유명한 용수산, 수준 높은 라이브 공연을 감상할 수 있는 원스인어블루문을 비롯한 청담동 일대의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3만3천원으로 저녁 식사를 즐길 수 있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도 살짝 흥분된다. 게다가 각 레스토랑마다 다양한 예술가들이 참여한 작품들이 전시되니, 멋진 식사와 함께 젊은 작가들의 신선한 작품을 구경할 수 있는 기회까지도 주어졌다.


초대받은 블로거들이 복불복 식으로 레스토랑을 제비 뽑는 이 날, 나는 운좋게도 용수산에서 저녁 식사를 즐길 수 있는 티켓을 뽑아 냈다(이 날은 왠지 한식이 더 땡겼으므로!). 용수산의 저녁 메뉴는, 물김치와 게살죽을 시작으로 청포묵과 개성나물이, 보쌈과 전이 나오고, 모양 만으로 감탄하게 만드는 구절판, 해물꼬치, 버섯향 가득한 신선로를 기본으로 떡국, 불고기, 굴비, 냉면 정식 중 하나의 메인을 선택할 수 있다. 형편이 된다면 와인 한 잔을 곁들여 보면 어떨까.


전반적으로 메뉴는 깔끔했고, 마지막 식사까지 감안하면 양도 결코 부족하지 않았다. 사실 마지막 식사에선 꽤 잘 먹는 편인 나도 불고기를 좀 남겼을 정도. 더구나 좀처럼 먹기 힘든 신선로는, 버섯의 그윽한 향이 일품이라고 느껴질 만큼 좋은 점수를 줄만하다. 아쉬운 점을 꼽으라면, 내가 먹은 불고기 정식이 너무 빨리 식어, 따뜻한 맛을 오래 느끼지 못했다는 정도. 차도 가져가지 않은 토요일 저녁, 은은한 와인 한 잔이 꽤 나를 기분 좋게 만들었다(참고로 식사는 2인분 대접 받았고, 와인 값은 별도로 지불했다).


우리는 레스토랑에서 어떤 느낌을 받는 것일까. 나도 가끔 레스토랑을 찾은 기억이 있다. 아마도 무엇인가를 기념하기 위해서였겠지. 특별한 느낌, 친절한 서비스, 깔끔하게 떨어지는 메뉴들, 그리고 왠지 모를 그 날의 들뜬 기억. 소중하고 귀한 감상으로 레스토랑은 내게 남아 있다. 내가 레스토랑에 머물 그즈음, 누군가는 수줍은 프로포즈를 준비하고 있었을 테고, 누군가는 무엇을 축하했을 테고, 누군가는 영화 속 주인공처럼 은은한 감상에 빠져있었겠지. 오늘도 레스토랑에선, 비슷한 일들이 여전히 일어날테고.

캘리포니아 산 메리디안 샤르도네. 달지도 텁텁하지도 않아 식사에 딱 좋았다는!(와인은 별도!)

하지만, 이 모든 것을 포용하기에, 그냥 보통 사람들의 지갑은 안타까울 정도로 얇을 뿐이다. 그저 일 년에 한 두번, 정말 큰 마음을 먹고 찾아가야 하는 곳. 하긴, 너무 자주 가면 그 감상이 덜할지 모르겠으나, 그건 자주 다녀 본 후에나 알 일이니, 레스토랑의 문화라는 것이 우리에겐 그저 생경할 따름이다. 이런 까닭에 레스토랑 위크 & T가 더욱 반갑다.  


물론 3만원의 가치에 대해선, 저마다 할 얘기가 다를 수 있다. 혼자 가는 사람은 없으니 둘이 간다 해도 최소 6만원의 비용은 들어야 할테니, 사실 이것도 편한 가격은 아니겠다. 요즘 같은 불경기엔 더 그렇다. 하지만 어디 가서 3만원으로 그 만큼의 문화를 살 수 있을까. 마치 영화나 드라마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모처럼 시끄럽지 않고 은은한 곳에서 누군가와 함께 수줍은 프로포즈, 속삭이는 밀어, 가볍게 부딪히는 와인 한 잔을 나누는 즐거움을 살 수 있다면, 한 번쯤은 질러볼 만 하지 않은가. 레스토랑이란 곳이, 그저 밥만 먹고 일어나는 그런 공간은 아니니 말이다. 그리고 4월의 넷째 주, 나는 바람을 맞으러 청담동에 한 두번쯤 더, 나들이를 가야 겠다는 생각을(비록 생각 뿐일지라도!) 지우지 않고 있다.

레스토랑 위크 & T는 4월 20일부터 26일까지, 청담동 일대와 그외 몇 군데 레스토랑에서 열린다. 참여하는 레스토랑에 대한 정보는 여기를 눌러 참조하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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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no1salaryman.tistory.com BlogIcon 정현아범 2009.04.20 08:36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3만원이었다면 평가가 좀 달라질 지 모르겠지만..
    흠..용수산은 좀 아니라고 봐요..ㅡㅡ;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9.04.20 09:02 신고 수정/삭제

      ㅋㅋ 용수산은 레스토랑별로 편차가 좀 있는 듯 하더군.
      여튼 3만원이 중요한 것이제~ ㅋㅋㅋ

      우째, 청담동 한 번 뜨실 생각이 있으신겨? ㅋ

    • Favicon of http://no1salaryman.tistory.com BlogIcon 정현아범 2009.04.20 10:55 신고 수정/삭제

      저 청담에서 6만원짜리 점심 먹었자녀요..ㅠㅠ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9.04.20 10:59 신고 수정/삭제

      하하, 속 아프실만 하시겄네.
      그래서 이런 행사를 하는 갑만. ㅋㅋㅋ
      (어유, 근데 점심 6만원... 쎼다이... ㅋㅋ)

  • Favicon of http://www.rabbicat.com BlogIcon 토양이 2009.04.20 09:23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헉, 용수산;; (가보진 못함)
    아침부터 마구 부러워지는 토양이;;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9.04.20 10:20 신고 수정/삭제

      우리 이번 주에 워커힐 취재 가야 혀. 부러울 거 없다네. ㅋ

  • ^^ 2009.04.20 09:30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석촌동에도 용수산 있었는디... 안좋은 추억이 ㅋㅋ 결국 문 닫았습니당~
    그래도 3만원이면^^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9.04.20 10:21 신고 수정/삭제

      하하, 그 집 얘기는 저도 들은 듯 합니다 ^^
      (머, 지금은 없어졌으니) ㅋ

  • Favicon of http://wipen.net BlogIcon 하늘높이 2009.04.20 12:46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깔끔하고 좋아보이는데요? ㅋㅋㅋ 침이 꿀꺽!!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9.04.20 12:48 신고 수정/삭제

      모처럼 한 번! 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죠.

      이런 건 식사시간에 보심 안되는디. 웬지 죄송! ㅋ

    • Favicon of http://wipen.net BlogIcon 하늘높이 2009.04.20 14:04 신고 수정/삭제

      다행히 밥 먹고 와서 봤습니다.^^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9.04.20 14:17 신고 수정/삭제

      하하, 전 점심 먹었는데도 벌써 배가 고파질라 해요! ㅋㅋ

      댓글 고맙습니다 ^^

[잠실맛집] 덥다 생각되는 날엔, 무조건 냉면!

오늘 4월 10일 서울의 낮 최고 기온은 24도, 대구는 29도를 기록했습니다. 봄인듯 싶었는데 벌써 초여름 날씨입니다. 다음 주에는 예년 기온으로 돌아간다고 하지만, 그래도 서서히 반팔 옷을 꺼내야 하는 거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날씨 더운 날엔, 그저 시원한게 최고죠. 오늘 점심 시간 아마 냉면집들은 오랫만에 장사 좀 되었을 듯 합니다.

잠실 롯데백화점 11층 식당가에 있는 유원정. 냉면과 만두, 빈대떡 등을 전문으로 하는 집인데요, 냉면 육수도 진하고 면발도 쫄깃하고 국물도 시원하고! 냉면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그리 나쁘지 않은 집입니다. 저는 항상 물냉면만 먹으므로 회냉면이나 비빔냉면에 대해서는 평가를 할 수 없는 처지지만, 저와 함께 식사를 한 다른 분들도 다들 썩 마음에 들어하는 분위기입니다.


흰 색에 가까운 얇은 면발, 살짝 단 맛이 나면서 시원한 육수. 보통 냉면을 평양식, 함흠식 이렇게 부릅니다만, 저는 이 집 냉면을 그냥 서울식!이라고 부르면 어떨까 합니다. 담백하고 떄론 밍밍하다고 느껴지는 냉면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입에 잘 안 맞을 듯도 합니다만, 얇고 쫄깃한 면발에 살짝 달달한 육수는 아이들도 딱 좋아할만한 맛이거든요. 그냥 이렇게 표현하는게 좋겠습니다. 깔끔한 맛이라고요. 잠실 근처에 딱히 냉면 잘하는 곳을 모르시겠다면 유원정이 추천할 만 하겠습니다. 냉면 한 그릇에 6천원. 한 접시에 6천원, 8개 들어 있는 만두도 그리 나쁘지 않습니다. 역시 푸짐한 맛이라기 보다는 깔끔한 맛.


갑자기 냉면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잠실 근처에서 냉면으로 유명한 집을 꼽으라면 풍납동에 있는 유천 냉면을 꼽아야 겠습니다. 흔히 말하는 유천칡냉면의 원조 집이지요. 시커먼 칡 냉면 면발에 매콤한 육수, 넉넉하게 뿌려져 있는 참깨로 고소한 맛을 추가한 유천칡냉면은 여름마다 사람들 미어 터지는 집이지요. 그래서 저는 여름엔 외려 잘 안간다는! ㅋ 유천냉면에 대해서는 옛날에 써둔 글이 있으므로 링크!


얼마 전 알게된 신천역 근처의 평가옥은 젊은 사람들에겐 밍밍!으로 표현되는 평양식 냉면을 맛볼 수 있는 곳입니다.  저도 어릴 때 같았으면 싫어했겠는데 요즘은 그 담백한 맛이 외려 입에 맞더군요. 평가옥에서도 그런 걸 아는지 양념장이나 김치를 넣어서 같이 먹으면 맛있다고 추천하기도 합니다. 저도 처음엔 그냥 먹다가, 두번째부터는 김치를 살살 풀어 먹었습니다. 위치는, 신천역 3번 출구로 나와서 새마을 시장을 지나 계속 걷다가, 아이참, 어디야?? 라고 살짝 짜증이 날만큼 거리에 있습니다. ^^

냉면 얘기가 나서 말인데, 을지로 3가 역 근처에 있는 을지면옥도 밍밍한 냉면(!)으로 한 끝발 날리는 곳이죠. 평가옥처럼 역시 어르신들이 주로 자리를 차지하고 계시는, 참 오래된 집입니다. 처음에 앉으면 육수 대신 면수를 주는데 면 삶은 물이 그닥 나쁘지 않더라고요. 냉면도 양이 꽤 넉넉하고, 담백한 맛으로 시원하게 먹기에 딱 좋습니다. 고추가루와 파, 깨소금을 고명으로 뿌려주는 것이 좀 특별하죠. 취향에 따라 파나 고추가루를 더 넣어도 좋을 듯. 대신 값이 좀 비싸요. 7,500원! 개인적으로는 장충동 경동교회 건너편 쯤에 있는 평양면옥보다는 을지면옥이 좀 나은 듯 하지만, 그건 사람마다 취향에 따라 다른 것이니 정답은 아닐테고요.


어쨌거나 더운 날엔 냉면이 최고죠. 여러분이 좋아하시는 냉면집은 어디인가요? 좋은 냉면집, 서로 서로 같이 좀 공유하면 어떨까요? 진짜 진짜 냉면의 계절이 돌아오고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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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blog.daum.net/bouquetdor BlogIcon 진주애비 2009.04.10 20:56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아직 어림에도 전 밍밍한 맛을 좋아하지요
    제가 젤 좋아하는 냉면은 누가 사주는 냉면입니다..ㅋㅋ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9.04.10 22:58 신고 수정/삭제

      ㅎㅎ 왜 이러시옵니까... ㅋㅋ

      이번에 제가 못 나간 관계로 담 번엔
      맛있는 냉면을 쏘도록 하지요. ㅋㅋ

  • Favicon of http://www.kimdahee.com BlogIcon 다희 2009.04.11 21:23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맞아요 여름엔 냉면이 최고죠 ㅎㅎㅎ
    전 레이님과 반대로 물냉면 먹겠다고 다짐하고
    들어간 집에서도 항상 비빔냉면만 먹게 되요.
    으흐 그 매콤달콤한 맛을 포기할 수가 없나봐요~
    오늘도 날씨가 정말 덥던데 이번 여름엔 얼마나 많은 냉면을 먹을지;;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9.04.12 00:14 신고 수정/삭제

      ㅎㅎ 다희님 잘 다니시는 냉면집은 어딘가요? ㅋㅋ

  • Favicon of http://happicialist.tistory.com BlogIcon Energizer jinmi 2009.04.13 09:16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저도 냉면 ㄷㄷㄷ
    주말에 냉면먹을까 쌀국수 먹을까 하다가 쌀국수 먹었는데 @.@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9.04.14 00:21 신고 수정/삭제

      근처에 냉면 잘하는 집이 있나요?? 궁금?? ㅋ

  • Favicon of http://krlai.com BlogIcon 시앙라이 2009.04.13 23:51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토씨에는 못보던 글인걸요^.^

  • ^^ 2009.04.17 09:27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여름엔 역시 냉면...... 후루룩 후루룩~

  • Favicon of http://wipen.net BlogIcon 하늘높이 2009.04.17 11:15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맛있어 보입니다.^^ 날씨가 점점 더워지는데 가봐야겠어요^^

맥주, 광고, 그리고 즐거움

군항제 갔다가 돌아오는 KTX. 하루종일 돌아다녔으니 꽤 지칠 만도 하지요. 이럴 땐 시원한 맥주 한 잔이 기분을 상쾌하게 만들어 줍니다. 갈증도 없애주고, 살짝 취기가 오르면 잠도 잘 오니까요. 물론 여기선 절대 달리면 안됩니다(!) ㅋㅋ


맥주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엊그제 TV를 보다 보니, 빅뱅이 하이트 광고를 하더군요. 제가 제가 좋아하는 대성군(나이도 어린 친구가 어찌 그런 트로트 삘이 나오는지! ㅋㅋ)도 신나게 맥주를 뿌려(!) 댑니다. 물론 그래픽 합성이겠지만, 누군가 그렇게 맥주를 뿌려준다면 기분 꽤 상쾌하겠는 걸요! ㅎㅎ 나이들어서 이런 말 하는거긴 하겠지만, 어린 친구들이 맥주 한 번 아주 맛깔나게 마셔댑니다. ㅋㅋ  빅뱅 중 멤버가 한 명 빠지긴 했는데, 아마 그 친구는 미성년자라서 그런 것이려니, 추측해 봅니다.



술 광고와 모델의 연관 관계를 깊게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에전에 장나라양이 나오던 소주 광고가 기억이 납니다. 화면을 마주 보고 앉아서 소주 한 잔 안 하실래요? 라고 살살 웃음치던 장나라양 때문에 그 때 그 소주 꽤 마셨던 기억이 있습니다. 빅뱅 때문에 맥주를 마실까? 라고 저한테 물어봐야 백날 소용 없습니다. 전 남자 모델들보단 여자 모델에 더 관심이 많으니까요. ㅋㅋ 물론 아마, 여자 분들은 빅뱅에 꽤 관심 있어 하실지도!

그건 그렇고, 술 광고 얘기가 나온 김에 한 마디 더. TV에서 소주 광고 보신 기억 있으신가요? 소주 동영상 광고를 보셨다면 그건 극장에서였을 겁니다. TV에서는 17도 이상의 술은 광고를 아예 못하게 되어 있거든요. 그리고 17도 이하의 술도 밤 10시 이후에나 광고를 할 수 있답니다. 우리가 TV에서 술 광고를 쉽게 볼 수 없거나, 밤에만 보게 되는 건 이게 법적으로 규제가 되어 있기 때문이지요.

술에 대한 또 재미있는 상식을 하나 알려드리면… 술은 통신 판매를 못하게 되어 있습니다. 쇼핑몰에서 술 파는 거 못 보셨지요? 와인 샵들도 와인 리스트만 올려 놓고 주문은 못 하게 되어 있지요?? 통신 판매를 못하기 때문에 그런 겁니다. ^^

지금 국회에서 계류 중인 법안 중에 술 광고에 대한 규제 법안이 하나 있답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방송과 신문에선 아예 술 광고를 못하게 되고, 잡지에서도 광고할 수 있는 횟수가 제한된다고 합니다. 요즘처럼 경기도 안 좋은데 술 광고까지 못하게 되면 방송이든 신문이든 매체들이 받는 타격이 있긴 하겠네요. 접대비 한도까지 풀어가면서 경제 살리기에 애쓰시는 이번 여당과 정부가 술 광고를 과연 못하게 할까, 그런 생각도 들긴 합니다.

 여튼, 제가 즐겨보는 바텐더라는 만화에 보면 ‘술은 그 날을 조금 더 행복하게 만들어준다’는 말이 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여행길에 시원한 한 잔, 힘들고 지친 하루를 마감하면서 즐기는 가벼운 술 한 잔, 동료들과 수다 떨며 스트레스 푸는 기분 좋은 한 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마시는 짜릿한 한 잔… 이 한 잔들이 오늘 하루를 좀 더 기분 좋게 만들어준다면야,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는 법이겠지요. 단, 우리가 술을 지배할 수 있을 때 까지만요!

ps> 그나저나 월요일 아침부터 술 얘기를 하다니, 이번 주도 아주 기분좋게 흐르겠군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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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www.rabbicat.com BlogIcon 토양이 2009.03.30 13:35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이번에 빅뱅으로 모델 바꾼 건 좋은 듯 해요. 다만 제외된 멤버는 좀 안습;;

  • Favicon of http://www.zoominsky.com/ BlogIcon 짠이아빠 2009.03.30 13:40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월요일부터 술판을 벌여야겠군.. ^^

  • Favicon of http://raonyss.tistory.com BlogIcon 라오니스 2009.04.03 11:19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빅뱅이 맥주광고를 하나보군요...ㅎㅎ
    금요일 저녁 맥주한잔 해야겠습니다..
    주말, 즐겁게 보내세요..^^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9.04.03 12:53 신고 수정/삭제

      라오니스님 ^^
      안 그래도 저도 오늘 밤은 좀 달려줄 계획입니다.
      행복한 주말 되세요~ ^^

[하남맛집] 쫀득한 맛 그만, 장수촌 누룽지 백숙

요즘 몸이 좀 허해진 것 같은데, 라고 느낄 때 제일 먼저 생각나는 음식은, 뭐니 뭐니 해도 삼계탕입니다. 혹 보신탕이나 비아그라, 뭐 이런 걸 생각하신 분들은, 이 글이 좀 재미 없으실 수도 있겠습니다. 어쨌든, 꼭 여름이 아니더라도 몸에 기운을 좀 불어 넣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사람들은 삼계탕, 아니면 백숙 같은 걸 찾게 되는데요, 봄이 되서 노곤한 오늘, 마침 점심 시간에 좀 여유도 있고 해서 백숙으로 보신을 하기로 결정!

서하남 IC에서 고속도로 타지 말고 그냥 하남 방향으로 주욱 직진… 오분에서 십분쯤 직진하다 보면 길 옆에 장수촌이라는 입간판이 보입니다(이 무슨 불성실한 가이드란 말인가). 딱 이름처럼 백숙하게 생긴 집이지요. 주 메뉴는 한 마리에 2만8천원하는 누룽지삼계탕입니다. 솔직히 누룽지 백숙이라고 해야 맞을 판인데, 어쨌거나 이 집 간판에는 당당하게 누룽지삼계탕이라 되어 있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우리는 누룽지 백숙이라고 부릅니다. ^^


자리에 앉아 누룽지 백숙을 시키면 겉절이 그리고 커다란 무와 갓김치, 시원한 국물에 담긴 백김치가 먼저 나옵니다. 이걸  가위로 잘라 사이 좋게 나눠 먹으면 되죠. 당연히 백김치 부터 자르셔야죠? 뻘건 양념 묻힌 가위로 백김치를 자르면 모양새가 망가지잖아요.


닭 1마리 나오는 누룽지 백숙은 3명이서 먹기에 적당하고 4명이서 먹기엔 좀 부족합니다. 이럴 땐 쟁반막국수를 하나 시켜주는 것이 좋죠. 나중에 모자라서 쌈 나기 전에 말이에요. 1만원 짜리 쟁반막국수를 시켜 슬슬 입맛을 당기고 있으면 누룽지 백숙이 나옵니다. 쟁반 막국수는 뭐 그리 특별할 것이 없으므로 패스. 새콤한 양념과 채소, 그리고 막국수로 입맛 당기는 용도로 쓰시면 되겠습니다.


자 오늘의 주인공 누룽지 백숙. 닭 한 마리가 적당히 해체되어 나옵니다. 에라이? 이거이 무슨 세 명이서 먹으면 되나? 라는 말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누룽지 백숙의 주인공은 바로 누룽지죠. 백숙과 별도로 커다란 뚝배기에 담긴 누룽지 죽이 같이 나옵니다. 쉽게 말하면 백숙에 나오는 닭죽을, 찹쌀 대신 누룽지로 쑤어준다, 뭐 이렇게 해석하면 되겠습니다.

하지만 이걸 빼도 절대 안되죠!


백숙은 뭐 백숙 맛이죠. 닭고기는 부드럽고 퍽퍽한 가슴살 조차도 그닥 질기지는 않습니다. 오붓하게 나눠 뜯어 먹으면 금새 사라집니다. 약간 허전함을 느낄 때 드디어 누룽지를 먹는 거죠. 다른 메뉴들은 다른 데와 다 비슷한 맛일지라도 누룽지 만큼은 다릅니다. 쫀득한 누룽지가 찰지면서도 구수한 맛을 내거든요. 여기까지 먹어주면, 아 잘 먹었다, 포만감이 듭니다.


그냥 보통 삼계탕 말고 좀 특별한 삼계탕을 드시고 싶을 때 좋은 선택입니다. 먼데서까지 일부러 오실 필요는 없으실 듯 하고, 송파, 강동 근처에 사시는 분들이라면 주말 가볍게 나들이 할 만 하죠. 바로 옆에 저수지와 낚시터가 있어 분위기도 그닥 나쁘지 않습니다. 낚시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고골 낚시터 잘 아실 듯.

이 집에 대해 또다른 평가를 보고 싶으시면 아래에 있는 짠이아빠님 블로그를 방문해 보시고요, 거기에 전화번호와 주소가 있으니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그나저나, 삼계탕 말고 또 몸 보신 할 만한 음식은 뭐가 있을까요. 봄 되니까 괜히 노곤해지는 건 쉽게 고쳐지지 않을 듯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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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2009.03.24 08:53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눈으로 한마리 뚝딱!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9.03.24 09:10 신고 수정/삭제

      눈으로 드시는 건 맥주지, 백숙이 아니에용~ ㅋㅋ

  • Favicon of http://www.zoominsky.com/ BlogIcon 짠이아빠 2009.03.24 10:33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이상하게 봄이면 더 땡긴다구.. ^^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9.03.24 11:08 신고 수정/삭제

      봄에 왠지 기가 더 허해지는 느낌이잖아요 ㅋ

  • Favicon of http://www.kimdahee.com BlogIcon 다희 2009.03.25 11:16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어제도 감리 다녀오는 길에 인삼 고아 만든 삼계탕으로
    원기보충 했는데 레이님의 친절한 포스팅을 보니 또 입맛이 댕겨요. ^-^

    성북동 누룽지 백숙집에서 막국수와 함께 참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나는데 혹시 근처 들릴 일 있으면 한번 가봐야 겠어요.
    그러고보니 하남에 24시간 가마솥에서 국물 만들어내는
    입에서 살살 녹는 감자탕집도 있는데 말이죠. +_+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9.03.26 09:02 신고 수정/삭제

      흐음, 생각해 보니 요즘 감자탕을 멀리한지 꽤 되었다는.
      소주 한 잔 먹기엔 그게 딱 좋은데 말이죠. ㅋㅋ

  • Favicon of http://sepial.net BlogIcon sepial 2009.03.28 01:56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장어구이!

[송파맛집] 국수전골 끌리는 날, 잠실 한우리

백화점 식당가는 나에게 항상 안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벌써 십 년도 넘었던 어느 날, 소공동 롯데백화점 식당가의 멕시코 음식 전문점에서 누군가와 맥주를 곁들인 간단한 식사를 했는데, 맥주 안주로 괜찮을 만한 식사 두 개를 주문했다. 그런데 이런 황당한 일이. 그릇 모양만 다르지 안에 든 내용물은 완전 똑같았다. 요즘 말로, 이게 뭥미~다…

한 번은 메밀 전문점엘 갔었다. 메밀 한 판을 먹고 좀 모자라서 사리를 추가시켰다(그 때만 해도 정말 한창 먹을 때이므로!). 그런데 한참을 걸려 나온 건 사리 추가가 아니라 새로 메밀 한 판. 값도 한 판 그대로를 다 받았다. 상식적으로 사리 추가란, 적은 비용으로 사리만 더 내어주는 것일 텐데, 그냥 한 판이 새로 나오니 좀 황당스럽기도 했고, 새로 한 판을 주려면 우리 집엔 사리 추가가 없다. 드시고 싶으면 한 판 새로 주문해야 한다, 라고 말을 해주는 것이 상식일텐데 그냥 덜컹 나오니 먹으면서도 기분이 살짝 상해버렸던 것.

이런 구체적인 경험들 외에도, 항상 사람이 많았고, 음식은 별로 였고, 그러면서도 값은 절대 싸지 않았다는 기억이 백화점 식당가에 대한 내 감상이었다.

사무실 근처 잠실 롯데 백화점 11층 식당가. 일년전쯤인가 이 식당가가 대폭 리뉴얼을 하더니, 확 달라졌다. 물론 음식 값 비싼 건 여전하다. ^^ 그러나 몇몇 음식점들은 서비스가 확연히 달라졌고 음식 맛도 꽤 깔끔해졌다. 그러다 보니 손님 오시거나, 특별한 날에는 종종 가게 되고 다들 괜찮은데? 하는 반응을 보이며 내려오곤 했다.

그 중에서 제일 맘에 드는 집 한 집을 꼽으라면, 한우리를 꼽겠다. 흔히 한정식 집으로 알려진 한우리지만, 잠실 롯데백화점 11층에서만큼은 국수전골과 샤브샤브 전문점이다(전통적인 한우리가 메뉴 개편을 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튼 이 집엔 한정식은 없다). 그리고 내가 즐겨먹는 건 국수전골이다.

보통 국수전골 하는 집엘 가보면 육수가 끓고 나서 버섯이나 채소 같은 것들을 와르르 넣고 고기를 넣은 후 국수를 넣는데, 이 집은 그 반대다. 테이블에서 육수가 끓기 시작하면 국수를 먼저 넣는다. 처음엔, 어랏?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가만 생각하면 이 순서가 맞다. 국수가 익는데 더 시간이 많이 걸리니 국수를 먼저 넣는 게 당연한 거다. 그럼 다른 집은?? 에이, 모르겠다. 그건 그 집 문제고.

여튼 국수를 넣고, 채소와 얇게 썰은 고기를 넣어 5분 넘게 끓이면 끝. 먹기 좋게 알아서 잘 담아주니 기다리면 된다. 맛은 뭐, 괜찮은 국수전골 맛이다. 직접 뽑아냈다는 면은 은근히 쫄깃쫄깃하고, 국물도 얼큰해 해장하기에도 좋다. 함께 들어가는 채소들도 꽤 신선하다. 게다가 기본으로 나오는 반찬들이 깔끔해 자꾸 젓가락이 간다. 반찬 떨어지면 알아서 채워주는 센스도 훌륭하다.

개인 별로 담아준 국수전골. 저 앞의 냄비에 끓여 나눠준다

일단 가격은 좀 세다. 국수전골 1인분에 1만4천원. 추가로 주문하는 죽은 3천원. 보통 두 명이 가면 죽 하나 추가해서 먹으니 3만 1천원 되시겠다. 이거 외에 2만원짜리 국수전골 세트가 있는데, 로스편채와 죽이 포함되어 있으니 약간 무리해도 된다 싶은 날에는 세트를 먹는 편이 외려 나을 수도 있다.

세트에 포함되는 로스편채. 고기에 채소를 싸 먹는다

가격은 비싸지만, 일단 편안하게 먹을 수 있고 서비스가 좋다. 반찬 떨어지면 알아서 잘 채워주고(사람 많을 땐 좀 속도가 느려지긴 한다) 될 수 있으면 손님 비위에 맞추려고 서빙하는 직원들이 애를 많이 쓴다. 그러니 외부에서 손님 왔을 때 점심 한 끼 하러 가기엔 딱 좋은 곳이다. 잠실역 근처에서 손님하고 갈 만한데 없을까? 라고 고민하는 분들에게 딱 골라주고 싶은 음식점이란 얘기다. 생일이나 이런 특별한 날 가도 괜찮겠고.

그러나 식사가 아닌, 저녁에 가서 소주 한 잔 먹기에 그닥 적합하지 않다. 술 자리란 안주가 끊임없이 나와야 하는 법인데 국수전골은 그렇게 끊임없이 끓이면서 먹을 수는 없는 음식이니 말이다. 가볍게 반주로, 맥주 한 잔 하는 건 괜찮지만, 오늘은 우리 한 번 달려보세~ 이렇게 먹을 수는 없는 집이다. 안주 거리도 별로 없고.

바삭바삭 구수한 도토리전!

아, 도토리전이 하나 있는데, 이거 바삭한 거이 꽤 예술이다. 국수전골 먹기 전에 누군가를 기다린다면 맥주 한 잔과 함께 즐겨보는 것도 괜찮다. 가격은 아마 7천원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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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afterdigital.tistory.com BlogIcon 조선얼짱 2009.03.06 01:05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아 .. 아트 입니다. 저 음식들 .. 저녁 굶었는데
    가혹한 형벌이군요.
    이 포스트는 .. 한우리는 어디나 균질화된 그 맛이 ^^
    좋은것 같아요. 음식을 다루는 체인이지만 그만큼 시스템 경영이
    자리 잡았다는 뜻 아닐까요?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9.03.06 09:34 신고 수정/삭제

      아니 왜 저녁을 굶으셨대요~ ㅋㅋ 전 어제도 배터지게!(이 무슨 매너없는 염장 댓글 같으니라고!) ㅋ

    • Favicon of http://afterdigital.tistory.com BlogIcon 조선얼짱 2009.03.06 09:40 신고 수정/삭제

      저를 두번 죽이시는군요 ㅡㅡ;

  • Favicon of http://www.zoominsky.com/ BlogIcon 짠이아빠 2009.03.06 14:13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도토리전 정말 괜찮더만.. ^^

  • Favicon of http://bongstudio.tistory.com BlogIcon bong 2009.03.06 14:27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흠흠.....사진이 너무 먹음직스러운걸요....오늘 저녁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메뉴인걸요.....호호호 배고파라~~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9.03.06 15:54 신고 수정/삭제

      ㅎㅎ 이제 슬슬 배고플 시간이 오는가봐요. 저도 살짝!

  • ^^ 2009.03.09 08:59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우와~~~ 도토리전도 있었군요 ㅋㅋㅋ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9.03.09 10:22 신고 수정/삭제

      나중에 한 번 드시져~ 맥주 안주로다가~ ㅋㅋ

구수하고 부드러웠던 제주의 아침 식사

패키지로 떠난 여행이 아니라면 아침 찾아 먹기가 쉽지 않습니다. 짧은 기간 동안 어디든 가야 하다 보면 아침 식사는 거르기 마련이지요. 하지만 모처럼 제주까지 왔는데 아침을 거를 수는 없죠. 아침 식사로 딱 좋은 메뉴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제주에서 맞이한 첫 날 아침 찾은 곳은 서귀포 항 근처에 있는 제주할망뚝배기입니다. 오분작뚝배기가 아주 유명한 집이었든가 봐요. 구수한 된장에 오분작 2개를 비롯해 다양한 해물을 넣어 시원하게 끓여 나옵니다. 가격은 8천원(!). 아침 식사 치고는 좀 세다 싶지만 매일 아침 먹는 것도 아니고, 모처럼 여행(비록 워크샵이란 핑계를 댔지만!) 간거잖아요. 게다가 국물 한 번 먹어 보고 나니, 이 정도면 8천원 낼 만 하겠다 뭐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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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어디, 들어 있는 걸 한 번 볼까요. 오분작 2개, 꽃게, 홍합을 비롯해 이런 저런 조개들, 미더덕… 뚝배기 먹을 때 양은으로 된 빈 그릇을 하나 주는데 이것이 해산물 껍질들로 가득 찹니다. 와, 실하다, 이런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거지요. 시원한 오분작뚝배기에 반해서 해물탕 같은 다른 메뉴들도 먹어보고 싶었지만, 일정이 짧고 갈 곳은 많다 보니 두 번 들르지는 못했습니다. 바다냄새 나는 반찬들도 괜찮았어요. 게다가 사진 찍는 걸 보시고 서비스로 내주는 반찬까지! ^^ 인심 좋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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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아침 메뉴는 비싸서 왠만하면 잘 챙겨 먹지 못하는 전복죽입니다. 몸이 정말 아프거나, 전날 술을 과하게 마신 날, 서울에 있는 죽집에서 전복죽 먹으려면 1만2천원에서 1만5천원 정도는 하잖아요. 그런데! 얼마 전 뉴스에 몇몇 죽집들이 전복이 아닌 소라 등등을 넣었다는 얘기가 있었지요. 젠장, 조그맣게 다지듯 잘라 나오니 이게 전복인지 소라인지 서울 촌놈이 구분할 수가 있어야지요. 그런데 모처럼 제주 왔으니 진짜 전복죽 한 번 먹어보자 이겁니다.

전복죽으로 유명한 집을 인터넷에서 찾아보니까 성산포 항 입구에 있는 오조해녀의 집이 걸리더군요. 물론 사무실 막내 토양이님이 검색했지만요~ 성산포로 가는 해안도로를 따라 바다 구경을 하면서 느즈막히 오조해녀의 집을 찾았습니다. 오전 열 시쯤 되는 시간이라 식당엔 그리 사람이 많지 않았어요. 그런데 식당 분위기는, 딱 단체 관광객 받는 그런 식당 스타일이더라고요. 테이블 쭉쭉 붙여 놓은 것이… 관광객만 대상으로 하는 식당이라는 느낌이 드니까 살짝 불안하긴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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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복죽 1인분에 1만5백원. 5백원은 또 뭘까, 그러면서 살짝 웃기도 했습니다. 사람이 없어도 시간은 좀 걸리더군요. 십오분에서 이십분 정도 기다렸을까, 드디어 전복죽이 나왔습니다. 어랏, 서울에서 먹던 전복죽은 흰색인데, 짙은 녹색입니다. 이건 뭘까 싶었는데 전복 내장이 들어가서 그런 거랍니다. 그럼 전복은? 하고 죽을 한 번 뒤집자 토막낸 알갱이들이 아니라 진짜 전복 덩어리들이 죽 속에 숨어 있습니다.

전복 내장의 비릿함은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고 전복죽 특유의 고급스러운 부드러움이 입 안에 맴 돕니다.  쫄깃한 전복을 씹으며 죽 한 사발 열심히 숫가락직을 하다 보니 어느 틈에 바닥이 보이고, 생각보다 배도 부릅니다. 그런데 솔직히 같이 나온 김치나 반찬은 그리 썩 좋은 점수를 줄 수는 없겠더군요. 전은 너무 식었고, 깍두기는… 좀 적응하기 힘든 묘한 맛이 났습니다. 그래서 아마 죽만 열심 먹은 듯.

힘든 여행 일정에 입 맛 잃기 쉬운데 부드러운 전복죽으로 입 맛 살리고 나니 또 다시 여행할 힘을 얻습니다. 한 번 다녀와서 다시 이 집을 검색해 봤더니, 사람이 몰릴 때는 그 식당이 다 차고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양이더군요. 아무래도 사람이 많이 몰리다 보면 불친절해지고, 음식 제 때 나오지 못하고 그런 일이 생기니까 불만족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밖에요. 여유가 있다면 식사 시간을 살짝 피해 느즈막히 가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사실 이 집들은 다 유명한 집들이라 굳이 맛집으로 소개할만한 건 아니겠더군요. 하지만, 유명세 만큼 한 번쯤은 가 볼 만한 집이라는 생각도 드네요. 어쨌거나 제주의 아침들, 넉넉하니 배부르게 잘 먹은 기억만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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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lexa.tistory.com BlogIcon 하늘봐 2008.11.13 12:27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얼큰한 찌게와 걸죽하고 구수해 보이는 전복죽이 입가에 침흘리게 하네요. 허허..ㅡ.ㅡ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11.13 12:29 신고 수정/삭제

      네, 가뜩이나 또 점심시간이잖아요 ^^ 댓글 고맙습니다 ^^

  • Favicon of http://www.rabbicat.com BlogIcon 토양이 2008.11.13 13:29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사진기를 들이대니, 달려오셔서 세팅을 해주시던 아주머니가 인상적이었어요 ^^;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11.13 20:02 신고 수정/삭제

      할머니가 인터넷의 무서움을 알았든갑지... ㅋㅋ

  • Favicon of http://archvista.net/ BlogIcon 아크몬드 2008.11.13 15:46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우오... 침이 꿀꺽.

  • Favicon of http://blog.empas.com/diabloti BlogIcon 정현아범 2008.11.13 16:32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저 갔을 땐 불친절했던 거 같은디..
    저희 식구가 만만하게 보였던가 보네요..쩝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11.13 20:01 신고 수정/삭제

      아니 도대체 어떤 집에서 우리 정현아범네를 구박했단 말여!!! ^^

    • Favicon of http://zoominsky.com BlogIcon 짠이아빠 2008.11.13 22:19 신고 수정/삭제

      음.. 사진기를 큰 놈으로 준비했어야지.. ㅋㅋ

    • Favicon of http://blog.empas.com/diabloti BlogIcon 정현아범 2008.11.14 11:08 신고 수정/삭제

      아 좀 헷갈릴 수도 있겠네요..
      불친절했던 집은 해녀의 집이었다죠..ㅡㅡ;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11.14 11:10 신고 수정/삭제

      아, 그르셨군. 해녀의 집은 워낙 관광객 대상으로 하는 집인 듯 해서 친절, 불친절의 느낌 조차 아예 없었던 듯 ^^

  • ^^ 2008.11.14 13:03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점심은 먹은듯 한데 또 배가 고픈건 사진때문만은 아니겠지요... ^^ 뚝배기에서 향기가 나요~~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11.14 13:49 신고 수정/삭제

      향기^^까지는 아니어도, 뭐 맛있었지요~ ^^

  • Favicon of http://greendayslog.tistory.com BlogIcon 그린데이 2008.11.17 18:55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엇. 댓글을 달았던것 같은데...; 저는 오조 해녀의 집에서 첨으로 전복회라는 것을 먹어봤는데 너무 비렸던 기억이... 할머니께 좀 익혀달라고 부탁했더니 참기름과 참깨를 듬뿍 넣고 짭쪼름하게 볶아 주셔서 맛나게 먹었지만요 ^^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11.18 12:43 신고 수정/삭제

      네, 저도 뭐, 이 집에서 먹어본 건 아니지만 전복회는 비려서 잘 못 먹겠더라고요(하긴 뭐 회 종류를 잘 안 먹기도 하지만 ㅋㅋ). 그저 살짝 데쳐 먹는게 좋더라고요 ㅋㅋ

  • Favicon of http://www.paperon.net BlogIcon 편집장 2008.11.21 13:01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서울에서 먹는 전복죽의 대부분은 사실 전복맛 '소라'죽이라고 하더라구요.
    아침에 속이 매우 불편해서 전복죽을 먹을 수 있을까 했는데...
    한 그릇 뚝딱 비우고 나니까 속이 든든해졌어요. ㅎㅎ

  • Favicon of http://www.unny.com BlogIcon ftd 2009.04.13 12:41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진짜 전복죽이었군요. 색깔은 맛있어보이는 색깔은 아닌데, 내장으로도 맛을 내다니 대단하네요

서울 촌놈 제주서 흑돼지 먹은 이야기

서울 촌놈이 제주도에 간다, 제주도 가면 뭘 먹어야 겠니? 라고 묻고, 검색했더니 답이 나왔다. 바로 흑돼지. 다른 건 몰라도 제주도에 가면 흑돼지를 먹으란다. 오케이! 한 술 더 떠 제주 가면 흑돼지를 먹어야 한단다, 라고 했더니 절친한 어떤 분이 자기 아는 동생이 제주에서 흑돼지 집을 한다고 소개시켜 준단다. 생판 모르는 집엘 가는 것보다 누군가 소개를 받아 가는 것이 아무래도 좋으리라는 심산에서 전화번호를 하나 받아 적었는데, 이미 서둘러 아예 예약까지 했단다. 그래서 찾은 집이 제주 공항 근처, 신제주 노형동에 있는 다훈이네 숯불갈비라는 집이다.

제주에 가면 흑돼지 집이 몇 군데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과 달리, 정작 제주에 흑돼지 음식점은 아주 널리고 널렸다. 우리가 찾아가려는 신제주 근처에만 해도 주변이 죄다 흑돼지 집. 제주엔 흑돼지 아니면 먹을 게 없나 싶을 정도였다. 소개 받은 집도 예상 보다 큰 집이어서 깜짝.

메뉴판을 보니 양념 돼지갈비는 4,500원(헉)부터 있었고, 우리가 노리는 흑돼지 오겹살은 1만 2천원. 서울에서 먹는다면 잠시 갈등을 했겠지만서도, 제주까지 갔는데 이건 갈등할 문제가 아니다. 당당하니 흑돼지 오겹살과 제주 한라산 소주를 시켰고, 잠시 후 눈부시게 타오르는 하얀 백탄이 그득한 화로가 올라왔다. 그리고 그 위에 올려진 흑돼지 오겹살. 노릇 노릇하게 구워지기를 기다리는 건 역시 살짝 고문이었다. 물론 그 동안 열무물김치를 안주 소주 잔이 한 바퀴 돌았다. 맨날 19.x도 소주만 먹다가 20도가 넘는 소주를 먹으니 살짝 독하다는 느낌도 든다. 사람이란 참 간사하다. 예전에 2x도씩 하던 소주는 어떻게 마셨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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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돼지 오겹살이 익었다. 후후 불어 식히면서 서둘러 입에 넣었을 때 그 맛이란. 쫄깃 쫄깃 하면서도 입안에서 순식간에 사라지는 그 부드러움을 도대체 어떻게 표현해야 한단 말인가. 젠장, 서울 가서 이제 삼겹살은 다 먹었네… 이런 말이 절로 나올 수 밖에… 흑돼지 오겹살 4인분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게 사라졌고, 2인분 추가. 거기에 양념 돼지 갈비 2인분은 서!비!스!(아마 서울에서부터 예약하고 왔다고 준 듯). 열무물김치에 말아내온 소면을 후식으로 마무리 하고 나니, 정말 배터지기 일보 직전인 셈이었다.

삼박사일 제주에 머무르다 보니, 흑돼지를 한 번만 먹을 수는 없는 법이었다. 사무실 막내가 제주 가기 전 검색해 둔 집이 바로 삼다가. 소금을 뿌려 굽는 독특한 생고기와 멸치젓 양념으로 유명한 집이란다. 내비에서 찾아 찍으니 역시 신제주 근처. 한라산 영실 코스를 다녀온 직후 점심 코스로 잡아 삼다가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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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돼지 생고기 1인분에 1만원, 등갈비는 9천원. 일단 생고기 2인분에 등갈비 2인분을 주문했고 잠시 후에 숯불과 함께 생고기가 먼저 나왔는데, 이건 헉이다! 털 자국이 선명한 껍데기가 그대로 붙어 있는 것 아닌가. 비위가 약하거나 껍데기에 거부감이 있다면 좀 놀랄 만도 하겠다. 그러나 그건 나중에 걱정할 문제고, 일단 테이블에 있는 왕소금을 살살 뿌려 숯불에 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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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구워지면 다시 뒤집어 굽고 먹기 좋은 크기로 적당 자른다. 털 자국 선명한 껍질 부분은 싫다면 따로 잘라내도 상관 없겠으나, 생긴 것과 달리 이거 은근 쫄깃함이 강하다. 도톰한 흑돼지 살이 입 안 가득 풍성하고 잡냄새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퍼석하지 않고 쫄깃하면서 야들야들한 맛… 껍질이건 뭐건 어느 틈에 흑돼지 생고기 2인분은 후닥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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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출연 "토양이님의 손"


이어 나온 등갈비. 분당에도 삼다가라는 집이 있는데(제주에 있는 집과 모종의 비즈니스 관계가 있었던 듯 하다) 이미 그 집에서 등갈비를 먹어본 기억이 있으므로 자신있게 시켰다만… 나온 건 좀 달랐다. 분당에 있는 집이 조각 조각 먹기 좋게 잘라주는데 비해 이 집은 그냥 통째로 나온 것. 알아서 잘라 먹으란 얘기다. 짭짤한 양념이 배어 있는 등갈비… 그런데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확실히 생고기가 더 맛있다. 양념 등갈비는 애들한테는 더 맛있을 게 틀림 없다. 마지막으로 후식은 멸치 국물로 말아낸 국수. 역시 후식은 이런 걸 먹어줘야 개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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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에 걸쳐 흑돼지를 먹고 나니, 나중에 제주에 또 간다 하면 흑돼지를 먹으러 갈 것이요, 누군가 간다고 하면 꼭 흑돼지 먹고 와라~라고 말할 것이다. 서울에서도 몇 번 흑돼지를 먹긴 먹었는데 이 맛을 느껴보지는 못했고(물론 내가 고기를 그닥 좋아하지 않아 여러 번 먹어본 것도 아니지만>.<) 제주에서 제대로 느꼈으니 그 인상이 더욱 강렬할 수 밖에. 여튼, 서울 촌놈 제주에서 흑돼지 잘 먹고, 흑돼지에 푹 빠져버렸다. 서울에서도 어디 흑돼지 맛나게 먹을 만한 집 없을까. 눈에 불을 켜고 찾아야 할 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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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www.rabbicat.com BlogIcon 토양이 2008.11.11 09:34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그러고보니 서울 와서 삼겹살 먹고 싶단 생각이 하나도 안 들었어요. 0_0;;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11.11 10:41 신고 수정/삭제

      맛난 흑돼지 집을 찾는 것이 미션이여! ㅋ

  • ^^ 2008.11.11 09:38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껍질에 도야지털이 제대로 밖혀 있군요ㅋㅋ 아~~ 아침부터 배고파요 >.<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11.11 10:41 신고 수정/삭제

      아침부터 흑돼지가 땡기시면 영 곤란합니다~ ㅋㅋ

  • Favicon of http://www.zoominsky.com/ BlogIcon 짠이아빠 2008.11.11 09:55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아.. 흑돼지 먹고 잡다.. ㅜ.ㅜ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11.11 10:41 신고 수정/삭제

      아니.. 아침부터 돼지가 땡기셔요? ㅋㅋ

  • Favicon of http://blog.empas.com/diabloti BlogIcon 정현아범 2008.11.11 12:51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아뉘..회도 안 드시는 양반이 "고기를 그닥 좋아하지 않"으신다믄..
    도대체 지금까지 그 많은 술은 무신 안주로..ㅡㅡ;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11.11 14:32 신고 수정/삭제

      술 안주가 뭐 꼭 고기와 회만 있는 건 아니라네... 그리고 그닥 좋아하지 않을 뿐 안 먹는 건 아니니... ㅋㅋ

  • Favicon of http://www.krlai.com BlogIcon 시앙라이 2008.11.11 14:32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다들 드셔놓구선...서로 댓글 달고 계시네요

    제가 정말 군침돕니다.

  • Favicon of http://wessay.tistory.com BlogIcon 위세이 2008.11.12 01:21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아니.. 모 이런 와크샵이었단 말입니까? 진정.. 출정기에는 분명 밤을 세는 토론과 서로에 대한 난타전이 있을거라 써놓고는.. 가서는 이런 온통 먹거리 잔치를 하고 오심.. 못간 저는 어쩌란 말입니까? ㅠ.ㅠ 어굴 합니다... 빨리 서로에게 린치를 가하는 그 모습 올려주세요.. 폭력이 부르는 살을 에이는듯 쾌감.. 모.. 이런종류로..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11.12 10:03 신고 수정/삭제

      난타전 있었어요. 그건 대외비라 안 쓰는 거지~ 캬캬...

  • Favicon of http://echoya.com BlogIcon 에코 2008.11.12 15:06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 Favicon of http://afterdigital.tistory.com BlogIcon 조선얼짱 2008.11.12 20:35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꼭 저녁 거르고 ㅡㅡ;; 그럴때 이런 포스트를 보고는 침 질질 입니다..
    고기가 쫀득해보입니다^^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11.13 01:05 신고 수정/삭제

      아니 왜 저녁을 거르셨대요... 낼 저녁에 진하게 드시자고요~ ^^

  • Favicon of http://raonyss.tistory.com BlogIcon 라오니스 2008.11.13 00:39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삼다가... 제가 제주도에서 제일 좋아하는 집이에요...ㅋㅋ
    예전에는 서빙보는 삼촌이 사진 못 찍게 했는데...
    언제나 먹고 싶은 삼다가 돼지고기...ㅎㅎ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11.13 01:06 신고 수정/삭제

      아, 사진을 못 찍게 했었군요. 저희 갔을 땐 사장님으로 보이시는 분이 계셨는데 암말 없으셨다는. ㅋㅋ 고기 참 맛났어요 ^^

한 나절 데이트 하기 좋은, 피자힐

내 과거의 기억을 되살려, 피자 먹기에 가장 전망 좋은 곳 두 군데를 꼽으라면, 하나는 63빌딩 58층에 있었던 63 스카이 피자고, 하나는 워커힐에 있는 피자힐을 꼽겠다. 이 중에서 63 스카이 피자는 이미 몇 년전에 채산성 좋은 비싼 레스토랑으로 바뀐지 오래여서 이제는 갈래야 갈 수 없는 상황이 됐으니 이제 남아 있는 건 피자힐 하나 뿐이다.

사실 피자힐은 그 역사 만큼 유명해질 대로 유명한 집이다. 지금은 아닐지 몰라도 예전엔 연예인들 단골 코스란 얘기도 있었고 심형래 감독이 프로포즈를 했던 집이라는 기사도 언뜻 본 기억이 난다. 하긴 오래된 만큼 다녀본 사람도 많을테니, 나올 얘기거리는 이미 충분히 나온 셈일게다.

분위기 뿐 아니리 피자힐의 피자는 나름대로 명성이 있는 피자다. 세상이 온통 피자헛 류의 두꺼운 피자를 좋아할 때도 꿋꿋하게 얇은 피자를 지켜왔고, 쫀득한 치즈의 맛과 담백함으로 독보적인 맛을 지켜왔다. 요즘에야 얇고 담백한 피자가 대세이고, 독특한 맛의 피자를 주변에서 쉽게 즐길 수 있게 됐지만, 예전엔 피자힐 스타일의 피자를 먹으려면 오로지 피자힐에 가야만 했다.

 피자힐은 광장동 워커힐 호텔 부지 내에 있다. 올림픽대교를 강남에서 강북쪽으로 넘어가다 워커힐 방면으로 우회전해 꼬불꼬불한 산길을 타고 주욱 올라가면 주차장 입구가 나오고 티켓을 뽑고 조금 더 올라가면 피자힐 입구가 나온다. 에전에는 피자힐 입구가 주차장이었는데 지금은 주차장을 없애고 아예 노상 카페를 만들어 놨다. 노상 카페에서는 커피, 아이스크림은 물론 와인도 팔던데, 처음 보고는 무슨 야외 예식장 만들어 놓은 줄 알았다. 나름대로 분위기가 있는 듯. 그냥 나오기 아쉬워 테이블 위에 널어 놓은(!) 와인잔 사진을 훔치듯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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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날에 예약 없이 찾아간 탓일까. 식사 시간을 한참 비껴 찾아갔는데도 30분 대기란다. 전화 번호를 적어 놓고 주변 전망을 돌아보며 사진을 찍다 보니 곧 전화가 왔다. 그런데, 헐! 식사 시간으로 한 시간 이십분 주겠단다. 사실 피자 한 쪽 먹는데 한 시간 이십분이면 부족한 시간은 아니지만 식사 하기 전부터 이런 얘기를 듣는 건  그리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 그래도 모처럼 찾아간데다가 기다리기까지 했으니 기분은 좋지 않아도 그러라 할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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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를 잡고 콤비네이션 피자와 샐러드 바, 음료를 주문했다. 라지 사이즈면 세 사람 먹기엔 충분하다. 잠시 후 나온 피자. 얇은 도우에 쫀득한 치즈의 맛은 두드러진다. 피자 광고에서 보는 것처럼 한 입 물면 쭈욱 늘어나는 치즈의 느낌이 좋다. 샐러드바도 다양하지는 않지만 고급스런 재료들이 입맛을 당긴다. 무제한 제공되는 연어, 주꾸미와 새우 등이 들어간 해산물 샐러드를 비롯해 파스타, 마, 고구마, 몇 가지 채소들이 준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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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커힐에서 하는 곳 답게, 가격은 절대 싸지 않다. 8조각 나오는 피자 라지 한 판에 약 4만원. 샐러드바는 2인 기준 2만원(1인 추가시 6천원 추가), 탄산음료 한 잔에 7천원이다. 여기에 10% 부가세가 붙는다. 다행스럽게도 봉사료는 안 붙는다(!). 비자 플래티넘 카드가 있으면 10% 할인.

전망과 분위기가 필요한 날이라면 가 볼 만 하다. 대신 피자 먹기에 가격이 만만치 않으니 그 정도는 미리 염두에 두고 가야 할 듯. 휴일이라면 인기가 많으니 미리 예약을 하고 가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주차 도장은 4시간을 찍어주니, 식사 마치고 워커힐 주변 전망을 즐기며 산책하는 것도 좋다. 주차장이 유료인 데다가 비싼 탓에(!) 사람이 많지 않으니 한적한 데이트를 즐기기에도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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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www.rabbicat.com BlogIcon 토양이 2008.06.17 13:37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사진 보며 군침흘리다가 가격 보고 털썩;;
    그럼 두 사람이 라지 한 판 시키고, 샐러드바 이용하고, 탄산음료 두 개 시키면
    4만원+2만원+1만 4천원의 110%니까 8만 1천 4백 원!? ㅠㅠㅠㅠ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6.17 13:52 신고 수정/삭제

      흐음, 그대는 피자를 싫어하시잖어~ ^^

  • Favicon of http://www.danalouis.com BlogIcon 다나루이 2008.06.17 14:53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어머.. 여기가 이렇게 비쌌던가요 ? 저는 누가 사주는거 먹어보기만 해서
    이정도로 비싼지도 모르고 먹었네요. 가려고 했는데 생각해 봐야 겠어요 ㅠ.ㅠ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6.17 14:40 신고 수정/삭제

      네, 아무래도 호텔에서 하는 데라 가격이 만만치는 않습니다 ^^ 그 사주는 분을 계속 데리고 가세요~ ^^

  • Favicon of http://blog.cjhellotv.com BlogIcon 티비가이 2008.06.17 16:03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포스트 내용도 좋지만..레이님의 댓글센스~~멋지십니다.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6.17 16:57 신고 수정/삭제

      헐~ 아니에요 댓글 너무 부실하다고 혼나고 있음~ ㅋㅋ

  • metapho 2008.06.17 19:33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metapho입니다. 선배 오랜만이네요. 잘 지내시는지...
    피자힐 얘기가 나와서 반가와서 댓글 남깁니다.
    예전에는 여자친구가 생기면 데려가는 곳이었는데 아무래도 너무 멀다보니 안 간지 몇 년 되었네요.
    이러니 저러니 해도 럭셔리한 삶을 아직도 유지하시는군요..ㅡ.ㅡ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6.17 21:34 신고 수정/삭제

      오오우~ 우찌 지내시나?? 난 잠실에 있는데 한 번 놀러오시게~~ ^^

  • Favicon of http://www.zoominsky.com/ BlogIcon 짠이아빠 2008.06.18 03:19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암.. 여긴 사진 못찍게 하진 않나?.. ㅋㅋ

  • ^^ 2008.06.18 09:47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데이트 하기 좋다니 오늘 처럼 비오는날 꼭 한번 가보고 싶은걸요~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6.18 10:12 신고 수정/삭제

      비 오는 날 한강 내려다 보는 기분도 꽤 괜찮을 듯 합니다~ ^^

  • Favicon of http://dogguli.net BlogIcon 도꾸리 2008.06.18 10:03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오~
    기회가 되면 한 번 가보고 싶어요~
    맛있어 보이는 피자~
    좋습니다~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6.18 10:13 신고 수정/삭제

      ^^ 출국 준비하시느라 어데 짬이 나시겄어요~ ^^ 일본 가시면 좋은데 알아놓으세요~ 꼭 들러갈테니 ㅋㅋ

  • 진주애비 2008.06.18 13:44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분위기는 전혀 상관않는 전
    답이 나왔습니다
    피자헛 세번..아싸...^^;;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6.18 14:22 신고 수정/삭제

      사모님과 한 번 분위기 내시지요~ ^^ 진주들은 뗴 놓고~ ㅋㅋ

  • sontong 2008.06.19 08:45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여기도 마눌님과 가기는 좀 거시기~~~~ ㅋㅋ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6.19 09:20 신고 수정/삭제

      그럼 머 애인을 델구 가세용~ ㅋㅋㅋ

  • Favicon of http://midorisweb.tistory.com/ BlogIcon 미도리 2008.06.23 23:37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전 피자는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피자힐은 근처 산책하러 감 나서야겠는데요 ^^
    63은 한화에서 인수해서 리모델링하면서 없어졌답니다~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6.23 23:58 신고 수정/삭제

      아, 그랬군요. 사실 오래전에 한 번 갔다가 문 닫았다고 해서 돌아선 기억이~ ^^

일 년에 한 번쯤은 부려도 좋은 사치

일 년에 한 번 쯤은, 높은 곳에서 창 밖을 내려다 보며 식사를 하는 사치를 부려도 좋다. 그 날이 생일이든, 기념일이든, 혹은 아무 날도 아니지만 그냥 잊고 싶지 않은 날이든, 그런 날 하루 정도는 만용을 부려 봄 직 하다. 왜, 그런 날 있지 않은가. 오늘은 그냥 높은 곳에서 밥 한 번 먹고 싶은 날.

내가 알고 있는, 서울과 그 근방에서 창 밖의 한강을 유유히 내려다 보며 식사를 할 수 있는 높은 곳은 딱 네 곳이다. 하나는 남산타워의 엔그릴, 하나는 코엑스 인터콘티넨탈 스카이라운지, 그리고 63빌딩 58층(하도 예전에 가봤던 데라 요즘 다시 찾아 보니 레스토랑 이름이 바뀌었더라는),  마지막 하나는 구리타워의 지레스토랑이다. 물론 종로타워의 탑 클라우드, 강변북로에 위치한 괴르쯔 등도 전망이 나쁜 곳은 아니지만, 한강이 보이는 정말(!) 높은 곳이라는 조건을 붙이면 여기에 낄 수 없다.

운 좋게도, 나는 구리타워를 제외하고 이들 모두를 적어도 한 번씩은 다녀봤다. 기념일 식사 때문에, 접대 때문에, 혹은 늦은 밤 칵테일 한 잔을 즐기고 싶어 막연히 찾아가기도 했었다. 대화를 멈추게 할 정도로 숨막히는 야경들, 아무 생각 없이 앉아 있어도 상관 없는 전망에 나는 강한 만족감을 느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막연히 높은 곳에 올라가고 싶었던 5월의 어느 날, 말로만 듣던 구리타워를 찾았다.

외곽순환도로 구리 방면 토평IC를 빠져나와 표지판을 따라 빙글 빙글 돌면 구리타워에 도착한다. 왠만하면 말로 설명해 보겠지만, 초행 길인데다가 몇 번씩 돌다 보니 방향 감각을 잃어버렸다. 하긴, 내가 찾아본 구리타워 가는 길들 대부분은 토평IC에서 표지판을 따라가라였는데, 직접 가 보니 왜 그렇게 설명했는지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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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타워는 환경 시설물이다. 폐기물 처리 시설 위에 운동장을 만들고 타워를 세웠단다. 구리타워를 찾은 날, 저녁 시간인데도 한 무리의 사람들이 잘 정비된 구장에서 축구를 즐기고 있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엘리베이터를 한 번 갈아타면 구리타워 전망대에 올라간다. 그리고 계단으로 한 층 더. 그러면 거기가 구리타워 회전식 레스토랑인 G레스토랑이다.

어릴 때 나는 회전식 레스토랑이라고 하면 전망대 전체가 스스르 도는 거라고 생각했었다. 와, 저 전망대 전체를 돌리는 건 참 대단한 기술인 걸? 그렇게 생각했지만 실제로 전망대가 도는 건 보지를 못했다. 하긴 탑 클라우드가 있는 종로타워는 한 때 탑 클라우드가 있는 꼭대기 층이 마치 엘리베이터처럼 오르락 내리락 한다는 소문도 있긴 했다 ^^ 전망대 전체가 도는 것이 아니라 식당 내부에 회전판을 설치했다는 걸 깨닫고는 혼자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G레스토랑엔 두 종류의 테이블이 있다. 창가 쪽을 바라보고 두 명이 같이 앉는 형태의 커플석이 있고 일반적으로 마주 보고 앉는 형태의 좌석이 있다. 예약하는 사람들에 따라 알아서 배치를 하는 듯. 물론 좌석에 여유가 있다면 원하는 곳을 골라갈 수도 있겠다.

일단 식사 주문부터. 요즘은 해산물이 대세라니, 해산물 코스를 시켰다. 1인분에 7만원. 좀 과하다. 그러니까 일 년에 한 번, 정말 사치를 부려봄직한 날에 와야 한다고 했던 것 아닌가. 그럼 일단 나오는 메뉴부터 구경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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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그리고 와인. 특별한 와인이길 기대하지 말자. 그냥 평범한, 새큼하면서도 달달한 맛이 뒤에 남는 그런 전형적인 화이트 와인이다. 그리고 사진에는 빼 먹었지만 따뜻한 세 종류의 빵이 나온다. 아무 것도 바르지 않은 빵을 와인 안주로 즐겨하는 내게는 딱 좋은 배합이다. 물론, 빵은 안주로 나온 건 절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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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복이다. 비린 음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도 그다지 거부감이 없을 정도로 쫄깃하다. 그리고 뒤이어 나온 스프와 샐러드. 전채인 전복이 은근히 입 맛을 댕겨줬는데 이거 이거 스프는 영 아니다. 그냥 딱 인스턴트 그 맛 그대로. 구색 용이라 생각하고 그냥 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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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키조개의 관자다. 관자에 고소한 소스를 부어 올리고 연어알로 꾸몄다. 잘 보이지는 않지만 밑에 깔린 건 파인애플. 관자는 오래 익히면 질긴데, 적당히 익혀 쫄깃한 맛이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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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메인인 바닷가재. 사실 반 마리 정도 나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한 마리가 통으로 나와 깜짝 놀랐다는… 치즈를 넣고 기름을 발라 구워낸 듯. 사실 진짜 맛있는 바닷가재라면 아무 양념없이 쪄 먹기만 해도 좋을텐데 ^^ 치즈와 기름 맛이 다소 느끼했던 건 사실이지만, 바닷가재가 어디 흔히 먹을 수 있는 음식이란 말인가. 그래서 어느 틈에 게 눈 감추듯 끝. 바닷가재와 함께 당근, 감자, 그리고 조그만 주먹밥이 어우러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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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과일과 차가 나오면 식사는 끝. 전체적으로 식사의 품질은 베스트라고 할 수는 없지만, 흔히 먹을 수 없는 먹거리인데다가, 샐러드나 와인을 아무 부담 없이 더 주는 넉넉한 인심 때문에 유쾌한 식사를 할 수 있어 좋았다. 인심을 포함해 5점 만점에 4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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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에 따르면 G레스토랑은 한 바퀴 회전하는데 55분이란다. 회전 속도는 몸으로 느낄 수 있을 정도고 내부가 회전하는 것이기 때문에 가까운데 있는 창틀 같은 걸 본다면 멀미 기를 느낄 수도 있다. 어떤 분은 이걸 가리켜 KTX 역방향을 타는 것 같다라고 표현했는데, 그 말이 딱 맞는 듯 하다. 회전하는데 거부감이 있다면 순방향을 찾는 것이 좋을 듯.

마지막으로 환할 떄 찍은 전망 사진을 하나 보탠다. 야경을 찍어야 제 맛이겠지만, 식사 도중 야경을 찍겠다고 카메라를 들고 설치는 것도 우스운 일인데다가 반사가 워낙 심해 제대로 된 야경을 찍을 수 없었으니 야경 사진은 패스. 물론 절대적인 실력 부족이라는 건 나도 잘 안다. 사진 오른쪽 구석의 정체를 알 수 없는 불빛은 절대 UFO가 아니다. 전망대 내부의 전등일 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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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레스토랑은 서울에 있는 호텔들처럼 그렇게 세련된 멋은 없는 곳이다. 깔끔하고 세련된 호텔 분위기를 연상했다면 실망했을 수도 있다. 음식 맛도 감동을 줄 만큼 짜릿하게 맛있는 건 아니다. 그러나 소위 하는 말로 가격이 착하다. 맨 처음 언급했던 레스토랑들 중에 이 정도 음식을 이 정도 가격에 먹을 수 있는 곳은 아무데도 없다. 게다가 G레스토랑의 가격에는 부가세와 봉사료가 따로 붙지 않는다. 한 사람 앞에 딱 7만원. 이것 저것 줄줄이 붙어 나오는 호텔 레스토랑에 비하면 가격 면에서는 훨씬 유리하다. 더욱이 샐러드나 와인, 커피를 리필해 먹을 수 있는 곳이 또 어디있단 말인가.

누가 뭐래도, 전망 하면 역시 바다가 최고다. 그러나 바다가 보이지 않는 곳을 기준으로 친다면 구리타워의 전망도 절대 빠지는 전망은 아니다. 정말로 하루, 특별히 기억하고 싶은 날이 있다면, 그런 날엔 한 번쯤 가 봄직하다. 그러나 한 가지 정말 중요한 사실을 잊으면 안된다. 특별한 날은, 사람이 있기에 특별한 날이지, 분위기나 전망이 좋아 특별한 날이 된 건 아니다. 아무리 특별한 날일지라도, 사람의 마음이 특별하지 않으면 그 날은 보통 날과 다름없는 날이다. 특별한 날, 특별한 마음이 준비되었다면, 특별한 분위기와 전망은 그저 장식과 같은 존재일 뿐이다.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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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www.krlai.com BlogIcon 시앙라이 2008.06.11 23:03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오~~좋은곳을 알려주시네용..
    그래도 나름 위에서 내려다 보면 좋을것 같아요~!
    전 언제 함 가볼려나..ㅎㅎ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6.11 23:05 신고 수정/삭제

      언제~가 중요한게 아니라 누구하고~가 중요하겠죠~! ㅋ

  • Favicon of http://www.paperon.net BlogIcon 집짱 2008.06.12 01:03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구리라면 의정부에서 멀지않은 거리네요. ^^
    한번 가봐야겠어요. 흐흐
    지우랑 같이 가서 정신없이 먹고 와야 할것 같긴 한데...
    그래도 높은곳에서 분위기 잡으면서 한번쯤은 사치를 부려볼 수 있을 것 같네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6.12 01:09 신고 수정/삭제

      ^^ 지우도 분위기 한 번 느껴봐야지~ ^^

  • Favicon of http://blog.daum.net/shugauyu BlogIcon 우주인 2008.06.12 01:23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제블로그 댓글 타고 왔어요.
    정말 멋진 곳에서 맛있는 음식을..너무 행복 하셨겠어요^^
    구리는 딱한번 간적이 있는것 같아요.
    저도 소개해주신 곳에서 맛난 식사 하고 싶네요^^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6.12 09:23 신고 수정/삭제

      ^^ 한 번쯤은 가봐도 좋은 곳이에요~ ^^ 방문 고맙습니다

  • Favicon of http://blog.empas.com/diabloti BlogIcon 정현아범 2008.06.12 08:40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올 결혼기념일은 지났으니..
    내년 결혼기념일에도 까먹지 않고 생각나믄 함 들립죠..ㅎㅎ
    (이거 어째 잊어버리고자 하는 의지가 강한 듯..ㅡ.,ㅡ)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6.12 09:23 신고 수정/삭제

      흐음, 너무 멀잖여... 그냥 엔그릴 가셔~ ^^

  • Favicon of http://www.rabbicat.com BlogIcon 토양이 2008.06.12 09:51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차가 없으면 갈 수가 없겠네요ㅠㅠ 그렇지만 가격이 굉장히 착한데요? ㅎㅎ

  • 진주애비 2008.06.12 10:12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따라해 봐야쥐~~..^^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6.12 10:36 신고 수정/삭제

      ㅋㅋ 네~~ 잘 다녀오세용~ ㅋㅋ 다녀 오신 후에 저한테 불평하지 마세요(!) ㅋㅋ

  • Favicon of http://www.zoominsky.com/ BlogIcon 짠이아빠 2008.06.12 10:24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뭐야.. 나에겐 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ㅜ.ㅜ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6.12 10:36 신고 수정/삭제

      흐음, 아니에요~ 이거 생각보다 양이 많더라고요~ ㅋㅋ

  • Favicon of http://www.kimdahee.com BlogIcon 다희 2008.06.12 20:08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일년에 한번쯤은 열심히 일한 당신 드세요~ 모드로 좋은 곳에서 식사를...^-^ 좋아요.

    작년 말에 남자친구랑 종로 탑클라우드를 갔었는데 안타깝게도 제가
    고소공포증이 좀 있어서 높은데 올라오니까 음식을 맘편히 못 먹겠더라고요.ㅎㅎ
    그 이후로 높은데 가자고 안하더라는;;-_ㅜ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6.13 12:15 신고 수정/삭제

      그럼, 아주 흐린 날 높은 곳에 한 번 가보세요~ ^^ ㅋㅋ 예전에 63빌딩 처음 가던 날 미리 예약까지 다 하고 갔는데 그날 날씨가 흐려서 창 밖이 하나도안 보였더라는.. >.<

  • sontong 2008.06.13 11:24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7만냥이면 마눌님한테 투자하기는 조금은 아까운 금액이여(이거 우리마눌이보면 맞아죽겠지만) 애인이면 모를까? ㅎㅎㅎ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6.13 12:16 신고 수정/삭제

      가만, 형님 집 전화번호가... 어디 있드라... 뒤적 뒤적... ㅋㅋㅋ

  • Favicon of http://midorisweb.tistory.com BlogIcon 미도리 2008.07.10 10:44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제가 아는 여의도 강변이 잘 내려다보이는 집으로 '서강8경'이 있어요~ 호텔은 아니지만 호텔급 가격과 전망 ^^ 독립 룸도 있어서 데이트족이 많지만 가족끼리도 좋아요 ^^

  • 재현맘 2009.08.06 17:26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그래요 전망도 좋고 분위기 내고 싶은날 가면 좋은 곳이죠.....서빙보는 사람들만 더 친절했다면요...네번째 여섯번째 결혼기념일을 구리타워에서 밥을 먹었던 사람입니다.
    그래서 어제는 친정식구들이 놀러왔기에 가까운곳에 구리타워에 가보자....좋다고 했는데..
    이미 돈까스새로 생긴 집에서 저녁을 먹은 뒤라서....밥 생각은 없고
    전망대에서 열심히 구경하다가 레스토랑입구에 시원한 팥빙수사진이 있기에 먹고가자고
    올라걌죠~~~ 어른 4명에 아이 둘.....아직 한가한 초저녁시간이여서 손님도 거의 없었죠.
    좀 미안하긴 했지만 팥빙수 12,000 두개와 파르페를 시켰어요..
    그런데 여자 서빙보는 분이 주문을 하니 얼굴이 변하더군요....그것밖에 않시키면서
    여기는 왜 들어왔냐는 눈빛.....
    그냥 주문 취소하고 나왔죠.....돈이 없어서 그런것도 아니고....
    암튼 제 결혼기념일날 가던곳이라는 저의 추억은 그 불친절한 여자 종업원에 얼굴이
    망쳐버린곳 입니다..예전에 남자 지배인에 남자 들이 서빙을 보던데.....
    그때 친절했었는데...하긴 그땐 늘 밥만 주문해서 그런가.....
    조금 만 친절한 직원을 썼음 하네요.....얼굴이 여우같은....표정관리 잘하는.......

오랫만에 피자헛에 가다 - 고메이 피자

한 때 피자헛 피자가 제일 맛있었던 적이 있었다. 두툼한 도우에 이것 저것 넉넉하게 뿌린 토핑… 한 쪽만 먹어도 충분히 배부르던 그 피자를 두 쪽, 많이는 세 쪽까지도 먹으면서 역시 피자는 이런 맛이야 했었다. 그렇게 잘 나가던 시절 피자헛은 여세를 몰아 피자 모서리 부분에 치즈를 넣는 일명 치즈 크러스트 피자를 내놓기 시작해 배불러 남기던 부분까지도 모조리 먹게 만들었다. 야, 이거 맛있네 그러면서 말이다. 그 때는 그렇게 두툼한 FAT 피자가 제일 맛있었다. 왜 돈 아깝게 얇은 THIN 피자를 먹나, 그런 생각도 했었다.

그런데 세월도 빠르고, 사람들의 입맛도 참 빠르게 변한다. 그렇게 맛있었던 FAT 피자는 어느 틈에 건강의 적이 되어 버리고, 이젠 바삭하게 구운 THIN 피자만이 진짜 피자처럼 대접받기 시작했다. 피자헛 같은 커다란 체인점의 피자는 좀처럼 안 먹게 되고, 조그만 가게에서 화덕이 직접 구워파는 피자를 찾게 됐다. 두툼하고 비싼 피자는 어느덧 기억에서 잊혀져만 갔다.

그러다가 얼마전 우연히 피자헛 상품권을 선물받고, 오랫만에 피자헛엘 가게 됐다. 마침 집 앞 길 건너편에 피자헛 매장도 있어 모처럼 가족들이 외식할 만한 거리가 생긴 셈이다. 화창한 주일 오후, 그렇게 피자헛 매장을 오랫만에 찾았다.

아마 그 매장에 마지막으로 간 건 2년은 되었을 법 하다. 모처럼 일찍 퇴근한 날 딸 아이와 둘이 오붓하게 저녁을 먹을 일이 있어 거기서 파인애플 피자와 파인애플이 가득 들어 있는 샐러드, 그리고 파인애플 주스를 마셨었다. 파인애플을 워낙 좋아하던 딸 아이가 그렇게 파인애플 일색으로 메뉴를 시켰기 때문에 특별히 더 기억이 났을 게다.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판을 주며 서버가 안내를 한다. 새로 나온 고메이 피자를 먹으면 샐러드를 3,000원에 준단다. 그럼 그거 하고, 딸 아이가 좋아하는 치킨 텐더, 그리고 음료를 시켰다. 고메이 피자는 다섯 가지 종류가 있다는데 감자를 워낙 좋아하는 패밀리 특성 상(!) 감자가 들어 있는 포테이토 크레마 피자를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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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나온 건 치킨 텐더. 닭고기 살로만 튀겨 낸, 막 말하면 치킨 까스 같았다. 고소한 맛과 퍽퍽한 맛이 어울리면서 소스에 찍어 먹다 보니 난데없이 맥주가 한 잔 생각나는 건 왜일까. 그리고 잠시 후 오늘의 주메뉴 포테이토 크레마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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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헛 고메이 피자 시리즈는 기존의 피자헛 피자와는 달리 기름기를 쏙 뺀 얇고 담백한 피자란다. 사실 감자 피자는 다른 종류의 피자에 비해 짭짤한 맛이 덜하고 담백해 좋아했었는데, 포테이토 크레마도 기대했던 것처럼 다른 감자 피자처럼 바삭하고 담백한 맛을 냈다. 얇고 바삭한 피자 도우도 기존 피자에 비하면 느끼함을 많이 줄였다고 해야 하겠다. 이런 피자를 먹어 버릇하면 두꺼운 피자 절대 못 먹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참, 고메이 피자는 M 사이즈다. 성인 남자 둘이서 피자만 먹기엔 살짝 모자라는 양이라고 해야 겠다. 하긴 뷔페식으로 제공되는 샐러드와 함께 먹으면 어느 정도 모자란 양은 채워질 수 있겠다. 샐러드와 치킨 텐더를 함께 먹으니 셋이서 먹고 치킨 텐더 두 조각을 남겨 포장해 왔다. 그리고 샐러드는 3천원이라고 해 놓고, 이건 2인 기준 가격이란다. 초등학생이 한 명 추가되니 샐러드에 1,500원 추가 요금을 더 내란다. 예전에는 접시 당으로 돈을 받았던 것 같다는, 가물 가물한 생각도 들었으나 어쨌든 뷔페 식으로 제공하니 그럴 수 있다고 패스.

그러나 어쩌면 피자를 굽는 시스템이 기존의 시스템을 그대로 이용해서 그러는 것일까. 뭐라고 딱 꼬집어 말하기는 좀 어렵지만, 여전히 이 피자에서는 피자헛 특유의 맛이 은근히 묻어 났다. 났다. 고급스럽고 우아한 느낌보다는 패스트 푸드 같은 대중적인 느낌이 어딘가 묻어나는 걸 감출 수가 없었다는 뜻이다.

전체적으로 어수선한 매장 분위기도 아마 한 몫했을 게다, 분위기와 서비스 수준도 패밀리 레스토랑 급에는 미치지 못하고, 패스트푸드점 수준이었다. 새로운 메뉴가 나왔고, 그만큼 피자헛이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면, 이런 부분의 개선도 빼 놓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한 가지 이상한 건, 고메이 피자의 '고메이'에 대한 해설이다. 피자헛 메뉴판 등에는 '고메이'가 프랑스어 Gourmet로 미식가를 뜻한다고 했다. 프랑스어라니? 그럼 이건 고메이가 아니라 '구르메' 정도로 읽어야하는 것일텐데, 그렇다면 고메이는 도대체 어디서 온 말일까? 누구 아는 분 있으면 좀 알려주시길.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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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blog.empas.com/diabloti BlogIcon 정현아범 2008.05.06 15:59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gourmet(불어)의 프랑스식 발음이 '고메이'에요..
    '구르메'는 일본 애들이 'gorumet'를 자기들 식으로 읽는 발음이구요.
    실제 롯데월드에 가서 식당가 찾아가다 보면 "구르메 프라자" 일케 돼있죠..
    그나저나 피자엔 역시 맥주가 딱이죠..흠냐롱~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5.06 16:21 신고 수정/삭제

      헐? 정말? 근데 내가 몹시 궁금해서 사전을 좀 찾아봤는데 발음기호가 구르메로 되어 있던걸?

    • Favicon of http://blog.empas.com/diabloti BlogIcon 정현아범 2008.05.07 15:21 신고 수정/삭제

      우리 컨설턴트들이 다 고메이로 읽던 걸요..
      (헛 그럼 gourmet의 영어식 발음이 고메이인 걸까요??)

      그나저나 형님 불문과 나오지 않으셨남요..ㅡㅡ;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5.07 15:33 신고 수정/삭제

      ㅋㅋ 그러니 내가 한 말이여... ㅉㅉ

  • Favicon of http://dogguli.net BlogIcon 도꾸리 2008.05.08 11:33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피자헛 저도 좋아해요~
    글고보니 내일 모임이 있군요~
    저 내일 모임 나갈 수 있을 것 같아요~
    레이님 내일 뵈요~
    아자아자~~

  • 크라이슬러 2008.05.09 17:49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피자 시켜 먹으려고 검색했는데 맛있어 보입니다. 근데 프레쉬 고메이는 배달이 안되는군요;; 주말에 매장가서 먹어봐야겠네요.

  • Favicon of http://daisy.pe.kr BlogIcon Daisy 2008.05.30 16:45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저도 이 포스팅 덕분(?)에 지난 주말 피자배달 시키려했다가 고메이는 배달이 안된다길래,, 심히 낙망하였드랬어요. 흙 ㅡㅜ

뜻밖의 선물 - 갓 만든 케이크

아마 작년 가족 중 누구 생일 때 일이었을 게다. 가족들과 외식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그래도 생일인데 케이크에 초는 붙여야지, 그런 얘기들이 나왔다. 그럼 케이크는 내가 사오지 머, 그러고는 집 앞 파리바게뜨에 케이크를 사러 갔었다.

얼마 전 또 다른 생일에 먹었던 녹차 케이크인지 고구마 케이크인지 잘 기억이 안 나지만, 여튼 그 케이크를 달라 했더니 직원 왈, '아직 녹지 않아서 드릴 수가 없다'는 거였다. 이게 무슨 아이스크림 케이크도 아닌데, 녹긴 뭘 녹여? 이상하다 싶었지만, 대신 다른 케이크를 사들고 돌아왔다. 그리고, 녹이는 케이크에 대한 진실을 나는 작년 겨울 성탄절 쯤해서 우연히 알게 됐다.

크리스마스케이크에 관한 그들의 진실..

평소 자주 가던 진주아빠님 - 진주아빠님 본인은 '진주애비'라고 닉을 쓰지만, 왠지 나는 진주아빠로 부르는 게 더 편하다 - 블로그에서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들이 몇 달 전에 미리 케이크를 만들고 그걸 냉동했다가 성탄절 시즌에 공급한다는 얘기를 읽게 된 것이다. 아, 그래서 그 때도 케이크를 녹인다고 말을 하는 것이었구나!

아무리 프랜차이즈래도 제과점들은 모두 제빵시설을 갖추고 직접 빵을 만들 것이라고 생각했던 나에게는 몹시 황당한 일이었다. '뭐, 냉동했거나 말았거나 몸에 해롭지 않고, 맛있으면 그만 아니냐'고 주장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렇다면 적어도 '갓 구운 빵'이라는 이미지로는 광고하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닐까. 따뜻하게 금새 만들어 둔 케이크라고 착각하면서 사먹었던 나는 사실 심한 배신감 마저 느꼈다고 해야겠다. 그리고 지금 와서 다시 한 번 검색을 해 보니, 이런 관련 기사를 찾을 수 있었다.

빵값이 싸면 위험하다?

그런 까닭에 매년 성탄절에는 케이크를 샀지만, 작년에는 케이크를 사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그동안 몇 번 성탄절 시즌에 케이크를 산 건, 선물 때문이었음도 고백해야 겠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선물을 주니까 기왕이면 그 케이크를 안 살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냉동 케이크를 팔면서!라는 괘씸한 마음이 든 이상,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들의 케이크를 사기란 정말 싫었다. 대신 다른 데서 케이크를 사면 되지 뭐. 그런데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직접 케이크를 만들어 파는 빵집을 찾으려 했는데, 우리 집 주변엔 그런 빵집이 없었다(두어달 전에 하나 새로 생기기는 했다 ^^). 집 근처 사방 1km 이내에 파리바게뜨만 서너개 있을 뿐. 그래서 결국 작년 성탄절엔 케이크를 먹지 못했다. 그리고, 애꿎은 진주아빠님 블로그에 올해는 케이크를 사지 못했다고 투덜(!)대는 댓글을 하나 남겼다.

얼마전, 이런 저런 일이 있어서 진주아빠님이 직접 운영하시는 빵집을 찾았다. 사실은 회사 3주년 기념으로 특별히 케이크를 맞춰달라고 진주아빠님께 부탁했었는데, 그 케이크를 찾으러 간 것이다. 생각보다 너무 공을 들여 만들어 주신 탓에 - 이 케이크에 대한 포스팅은 여길 참조 ^^ - 케이크 값을 내면서도 미안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었는데, 세상에, 지난 번 성탄절에 진주아빠님 글을 읽고 케이크를 못 샀다는 내 댓글이 마음에 걸리셨던가 보다. 난데없이 케이크를 하나 더 얹어주면서 딸 아이 가져다 주라 하시는 것이 아닌가. 괜찮다고 사양하는 척(!) 하긴 했지만, 특별히 만든 고구마 케이크라는 말에 더 이상 사양할 수가 없었다. 케이크를 주면서 진주아빠님은 빠른 시일 안에 먹으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정말 정성들여 만든 빵을 손님들이 몇 일씩 묵히거나 심지어 냉동실에 넣어버리는(!) 그런 가슴아픈 일이 종종 있다면서 말이다. 빵이 갓 나왔을 때 그 맛, 그건 사실 어떤 맛과 비교하기가 힘든 법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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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주말. 케이크로 가벼운 점심을 했다. 내가 고구마를 그리 즐겨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부드러운 빵과 어우러지는 맛이 예사롭지 않았다. 물론 내가 마음을 열고 먹은 심리적인 이유도 있었겠지만 ^^ 대형 프랜차이즈 제과점 빵에서 느끼지 못하는 뭔가 특별함이 있는 것 만큼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나를 주려고 특별히 만든 케이크이니 말이다.

솔직히 말하면, 앞에도 썼지만, 냉동된 케이크를 썼던 어쨌던 몸에 해롭지 않고, 맛있는 빵을 만들면 그만이다. 오히려 냉동했다가 해동했는데도 그런 맛을 낸다는 기술력에 감탄을 표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대기업들의 물량 공세와 마케팅 덕분에 집 근처 작은 베이커리들이 - 이걸 윈도 베이커리라고 부른단다. 제빵 시설을 갖추고 매장과 유리(윈도)로 구분해 놓은 그런 베이커리들 말이다 - 사라진다는 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집 만이 낼 수 있는 고유한 맛, 정말 막 구워 낸 따뜻한 빵을 먹을 수 있는 그런 작은 베이커리들이 사라진다면 우리는 정말 일년 내내 전국 어디서나 변함없이 똑같은 맛의 빵을 먹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어차피 경쟁해야 하는 세상. 규모가 큰 기업들이 덤벼드는 건 비단 제과시장만은 아닐게다. 어느 산업이든 자본이 많은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경쟁은 늘 존재하는 법이다. 그리고 작은 기업은 큰 기업의 자본과 대형 마케팅을 두려워하고 불평하기 전에, 자기만의 뭔가를 만들어야 한다. 어려운 일이지만  작기 때문에 반드시 가능한 부분들이 있을 거라 나는 믿는다. 나 역시 작은 회사에서 작은 회사 만의 장점을 개발하면 일하고 있으므로! 물론 지금도 고유의 맛을 살린 유명한 동네 빵집들이 많이 있기는 하다. 동네 빵집이라고 하기엔 더 커져버린 베이커리들도 지방 마다 독특한 집들이 하나씩 있다는 얘기는 한번쯤 들은 적이 있다.

독특하고 특별하게 맛있는 빵 하나 먹으려는 내 욕심에 말이 길어졌다. 개인적으로 진주아빠님 빵집이 유명해지고, 정말 잘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 주변에 소중한 맛을 간직한 귀한 빵집들이 여전히 남아 있었으면 좋겠다. 갓 구어낸 구수한 빵의 그윽한 향기가 항상 느껴지는, 그런 빵집이 가까운 곳에 하나 있었으면 정말 정말 좋겠다.

Ps> 진주아빠님 빵집엔, 치즈빵과 누룽지빵이 있었다. 치즈빵은 그냥 먹어도 맛있고 와인과 먹어도 좋다. 실제로 난 맥주에 곁들여 먹은 적이 있는데 그 맛도 짜릿했다. 누룽지빵은 실제 누룽지로 만든 건 아니고 누룽지틱(!)하게 만든 빵인데, 요거 구수한게 그만이었다. 진주아빠님 빵집은, 도산사거리 폭스바겐 매장 건너편, 미니(MINI) 매장 옆쪽 골목으로 조금만 가면 보인다. '부케도르 논현점'이다.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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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www.rabbicat.com BlogIcon 토양이 2008.04.28 10:12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아. 누룽지로 만든 게 아니었군요.^^;

  • Favicon of http://www.zoominsky.com/ BlogIcon 짠이아빠 2008.04.28 17:37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우리 종종 빵 사러갑시다.. 벌써 중독 증상이 생길라고 하네.. ㅋㅋ

  • Favicon of http://blog.empas.com/diabloti BlogIcon 정현아범 2008.04.29 22:59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저도 토욜날 함 떠야겠네요..
    엎어지면 코닿을지도 모르는 동네니깐요..

    ※ 저 요즘 잘 드시고 다니는 분들 뵈면 원인모를 분노가..ㅡㅡ+
    며칠째 살뺀답시고 저녁 굶고 있어요..엉엉

  • Favicon of http://dogguli.net BlogIcon 도꾸리 2008.05.01 09:45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진주아빠님의 수더분한 인심이 고대로~~
    케익 좋으시겠어요~~

새콤, 톡 쏘는 맛 일품인 열무물냉면

김치란 참 묘한 존재입니다. 익으면 익을 수록, 또 너무 익어 시어지면 시어진대로 특별한 맛이 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신 김치를 활용한 요리도 꽤 많이 있지요. 김치란 시어졌다고 해서 버리는 경우는 별로 없는 법입니다.

지난 주말, 집 안 냉장고를 정리하다가 미처 다 먹지 못하고 남아 있었던 열무김치를 찾았습니다. 적당히 시어져서 그냥 먹기에도 별 문제는 없었지만, 이걸 가지고 열무물냉면을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딸 아이가 냉면을 워낙 좋아해서 집에는 항상 냉면 재료가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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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일단 재료를 준비해 봅시다. 냉면에 절대 빠지면 안되는 건 바로 달걀이죠. 때마침 부활절이었던 까닭에 교회에서 받아온 삶은 달걀이 있었습니다. 예쁜 달걀이 아깝기도 했지만 그래도 일손을 하나 줄일 수 있어서 감사했죠. 껍질을 까 놓았습니다. 다음 단계는 냉면에 들어가면 정말 좋은 배! 비싼 냉면집일수록 배를 아끼지 않는 경향이 있긴 합니다만, 집에서 먹을 것이니까 적당히 얇고 잘게 잘 썰어 두었습니다. 또 뭐가 있을까요? 특별히 더 필요한 것이 없군요. 이제 냉면을 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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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에서 파는 냉면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생면이라고 해서 얼리거나 굳히지 않은 냉면이 있지요. 이건 좀 비싼 대신, 조금만 삶아도 됩니다. 40 - 50초 정도만 삶아도 충분하지요. 두 번째로는 딱딱하게 굳힌 냉면. 값은 좀 싸지만 대신 오래 삶아야 합니다. 약 4분 정도 삶아야지요. 그러나 저러나 냉면을 다 삶았으면 찬물에 헹구는 것, 이건 요즘 누구나 다 아는 기본 상식이죠. 저희는 개인적으로 생면 보다는 딱딱한 냉면을 더 좋아합니다. 삶은 시간이 짧은 생면은 괜히 촐싹대게 만드는 경향이 없지 않거든요.

냉동실에 얼려 놓은 육수를 꺼냈습니다. 적당히 시간을 봐서 꺼내야지 안 그랬다가는 육수 녹이느라 시간을 다 보내기도 하죠. 뭐 물냉면이긴 하지만 육수를 다 녹이지는 않습니다. 얼음 덩어리 대신에 육수 덩어리가 있으면 그 시원함이 이루 말할 수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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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재료가 준비되었으면 그릇에 담을 차례죠. 면을 동그랗게 말아 그릇에 담고 넉넉하게 시어진 열무김치를 올립니다. 달걀과 배로 적당히 고명을 쌓고 이제 육수를 부으면 끝. 열무김치의 매콤한 맛이 냉면의 개운함을 더욱 더 빛내줍니다.

특별한 재료도 필요없고 집에 있는 것들로 뚝딱 만들 수 있는 열무물냉면. 시어진 열무김치로 해도 그 맛이 아주 매력적입니다. 새콤하고 톡 쏘는 열무김치 물냉면, 한 번 드셔 보시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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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페탈이 2008.03.25 01:19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열무냉면보니 제작년에 어머니께서 해주신 열무냉면이 생각나네요. 어머니가 아들래미 많이 먹으라고 열무를 냉면보다 많이(..) 넣어주셨었죠. 짜다못해 쓰긴 했지만, 결국 다 먹어버렸답니다.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3.25 09:31 신고 수정/삭제

      열무냉면은 열무가 많이 들어가야 맛있죠~ 어머니의 사랑만큼요~!

    • 페탈이 2008.03.25 19:42 신고 수정/삭제

      사랑만큼~♡ 인거죠!

  • Favicon of http://www.rabbicat.com BlogIcon 토양이 2008.03.25 09:05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아악; 맛있겠다ㅠㅠ
    (육수를 좀 얻을 수 있을까염? ^^; )

  • Favicon of http://blog.empas.com/bouquetdor BlogIcon 진주애비 2008.03.25 09:27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레이님 사무실엔
    요리를 무척 사랑하시는분만 계시는 듯..
    입사시 필수요건인가 봅니다...ㅋ~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3.25 09:31 신고 수정/삭제

      뭐, 저는 별로 한 거 없어요. 사지만 좀 찍었다는... 참, 빵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 저녁식사까지도~ ㅋ

  • Favicon of http://sepial.net BlogIcon sepial 2008.03.29 19:43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저를 입양해주세요. _()_

풀무원이 공장 견학 이벤트를 연답니다

나이가 들면서 음식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알게 모르게 미각의 훈련도 저절로 받게 되고, 어릴 때 모르던 맛의 비결도 하나씩 깨달아 가고 음식과 건강을 하나씩 챙기다 보면 먹거리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요즘 사람들이 이유없이 앓고 있는 수많은 질병이 사실은 음식과 환경 때문이라는 것을 우리는 다 알고 있지만 단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당장 표가 나지 않는다고 해서, 우리는 대충 묻어버린다.

사실 요즘 나는 음식에 대해 꽤 민감한 편이다. 될 수 있으면 우리 농산물을 먹자고 하고 이상한 화학 첨가물이 들어 있는 음식은 피하려고 애쓴다. 먹으면 얼마나 더 먹는다고, 기왕 먹을 거 유기농을 먹자고 하고, 조금 비싸도 좋은 음식을 찾으려고 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비용과 효용에 대한 갈등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예전보다 먹거리를 신중하게 고르는 편이 됐다.

대형 마트에서 음식을 고르다 보면 아무래도 손이 많이 가는 브랜드가 있다. 대표적인 브랜드가 풀무원일 것이다. 두부, 콩나물부터 시작해서 최근에는 김치, 그리고 생수까지... 내가 다니는 집 근처 마트는 풀무원 일색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풀무원 상품이 많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이런 면에 대해 일종의 반감도 없지 않다. 다 풀무원이면 풀무원 아닌 사람들은 어떻게 장사하라고... 뭐 소기업을 운영하다보면 꼭 한 번쯤은 고민하는 문제일게다.

어쨌거나 반감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풀무원 제품을 한 번쯤, 아니 어떤 상품에 대해서는 몇 번씩 구매하게 되니, 이 상품이 어찌 만들어 졌는지에 대해서 궁금할 만도 하다. 심심하면 터져나오는 TV  고발 프로그램에 나오는 공장들처럼 지저분한 곳에서 만들지, 아니면 진짜 깨끗한 곳에서 만들지... 이런 저런 의심도 가고, 눈으로 확인하고픈 욕심도 생기는 건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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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견학 이벤트를 신청하는 풀무원 블로그


풀무원이 4월 3일 충북 음성에 있는 두부 공장을 오픈한단다. 풀무원측 설명에 따르면 그 동안은 안전과 보안 문제 때문에 공장 공개를 꺼려 왔는데 - 사실 이 말은 이해가 간다. 어떻게 만드는지, 그 제조 공정은 경쟁사에서 항상 관심있는 부분일테니 - 이제부터 정기적으로 공장 견학 프로그램을 운영한단다. 사실 공장견학이란 어느 정도 자신이 있지 않고서는 하기 어려운 일일텐데... 게다가 홈페이지에서 일반 관람객을 모으고, 블로그를 통해서는 블로거를 모은다고 한다.


내심 한 번쯤 가보고 싶기는 하지만 4월 3일이 평일이라 갈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사실 주말이라면 딸 아이를 동반해서 한 번 가 보고 싶은 욕심도 없지 않아 있기는 하지만, 내가 가고 싶다고 갈 수 있는 것도 아닐테니 신청이나 한 번 해 볼까 그런 생각도 든다. 게다가 공장 견학에는 으레 선물이 따르기 마련이니 잘 하면 일석이조 상품도 챙길 수 있지 싶다.

참가 신청은 3월 14일부터 19일까지 풀무원 블로그를 통해서 접수하는데, 이름, 생년월일, 블로그 주소, 휴대폰 번호, 간단한 신청 사유 등을 적어야 한다. 여유가 있고 풀무원 먹거리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 신청해 볼만한 그런 괜찮은 이벤트일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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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03.17 19:10 ADDR 수정/삭제 답글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www.zoominsky.com BlogIcon 짠이아빠 2008.03.18 01:06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앗.. 평일이군요.. 됀장.. ㅜ.ㅜ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3.18 01:07 신고 수정/삭제

      그래서 주로 아주머니들이 신청한다는... ㅋㅋㅋ

  • 페탈이 2008.03.24 23:09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어렸을때 동네 근처에 있는 풀무원 공장에 견학갔던게 생각나네요. 그때 견학갔다가 선물로 율무차 한통을 받았더랬죠. ...그런데 그게 무슨 공장이었지?(야.)

은은한 청주의 맛 - 오니고로시

나이가 들면서 모든 것이 변해가는 법이겠지만 - 이렇게 글을 시작하려니 나이가 아주 많이 든 것처럼 오버를 하고 있다는 >.< - 술 마시는 패턴도 꽤 많이 변해버렸다. 처음에는 맥주 한 두잔 겨우 마시던 것에서 폭탄주를 마시게 됐고, IMF를 겪으면서 소주 맛을 알게 됐고, 이런 저런 술 가리지 않는 비즈니스 현장의 경험도 했고... 그래도 결국 가장 좋은 술은 소주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걸 보면, 나도 틀림없는 대한민국 아저씨인가 보다.

소주를 좋아하고, 자주 마시기도 하지만, 요즘 내가 필이 꽂힌 술은 다름 아닌 청주다. 사실 몇 년 전에 청주를 좀 즐기기도 했는데, 사실 청주라는 술이 어디 쉽게 접할 만한 술인가. 게다가 청주를 대표하는 일본 사케는 우리나라에선 절대 싼 술이 아니다.

그런데 우연찮게 다시 청주를 접하게 됐다. 자주 가는 오뎅바에서 청하만 마시다가 - 이 집은 소주를 팔지 않는다 - 우연히 눈에 띄여 한 번 주문해 봤는데 생각보다 술이 괜찮은 거다. 값도 그렇게 부담스럽지도 않고. 오호라 잘 되었다 싶어 겨울 내내 들른 오뎅바에서는 꼭 이 술을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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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니고로시'라는 술이다. 우유팩처럼 생긴 곽 - 이 표현 얼마만에 써보는 것일까 ^^ -에 담긴 이 술은 생긴 것과는 달리 은은한 맛이 그만이다. 용량은 900ml이고 오뎅바에서 파는 가격은 2만 5천원이다. 100ml 당 2,777원으로 4,000원 짜리 청하에 비하면 두 배가 넘게 비싼 술이긴 하지만 그리 흔하게 먹는 술이 아니라는 점에서 그 정도 비용은 감수할 만하다.

알콜도수는 14.9도. 청하나 매취순 같은 술보다는 비슷하거나 조금 세다. 첫 맛은 쌀로 빚은 청주 답게 쌀 향기가 물씬 피어나고 중간 맛은 씁쓸함과 단 맛이 적당히 섞여 있다. 입을 약간 아리듯 떨어지는 끝 맛은 잔 맛이 남지 않고 개운하다. 순하고 부드러워 술을 잘 못하는 사람들에게도 부담이 없다.

청주는 흔히 데워 먹는 술로 알고 있지만, 차게 먹는 맛도 무시 못한다. 따뜻한 청주가 은근히 속을 데우는 맛이 있다면 차가운 청주는 시원한 맛 뒤에 달아오르는 느낌을 즐길만 하다.

흔히 청주는 일본 술이라고 알고 있는데, 우리나라에도 청주가 있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식민지로 만들면서 우리 술이 사라지고, 일본식 술 제조법이 보급되어 청주가 마치 일본 술인 것처럼 여겨지게 된 것이다.

실제로 우리 술은 밀이나 밀기울로 만든 누룩과 쌀로 죽이나 고두밥, 백설기 등을 만들어 물에 섞은 후 발효시킨 술에 고두밥과 물을 섞어 재차 발효시켜 만든다. 그 술을 맑게 뜨면 청주요, 청주를 걸러내지 않고 뜨면 탁주요, 청주를 뜨고 남은 술지게미를 거른 것이 막걸리다. / 허영만 식객 5 195쪽

그러나 아쉽게도 나는 기껏해야 막걸리나 동동주 정도를 먹었을 뿐 아직 우리 청주를 먹어보지 못했다. 여튼 조만간 기회가 되면 꼭 우리 청주를 한 번 찾아 마셔봐야 겠다.

일본 청주가 은은한 맛이 난다고 해 놓고, 난데없이 청주가 우리 술이네 어쩌네를 말하는 이유는 일본 청주도 저리 맛있는데 우리 청주는 얼마나 더 맛있을까 하는 그런 기대감 때문일게다. 기왕 술에 관련된 글을 쓰는 김에 조만간 우리 방식으로 담은 청주를 한 번 찾아서 꼭 마셔봐야겠다. 어떤 맛이 날까, 그저 심히 궁금하고 기대될 따름이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라 하는데... 글 마무리 하면서 참 별난 생각이 다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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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2008.03.06 08:38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전 개인적으로 청주는 별로입니다만 ㅋㅋ 조만간 곡주의 대가 안동소주를 접해보심이...^^

  • Favicon of http://www.rabbicat.kr BlogIcon 토양이 2008.03.06 08:54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오늘 날도 흐릿하고 쌀쌀~한 게, 오뎅국물에 담가놓은 가래떡이 생각나누만요. ㅎㅎ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3.06 09:36 신고 수정/삭제

      날이 꾸리할 때는 진짜 많이 생각나지~

  • Favicon of http://www.zoominsky.com BlogIcon 짠이아빠 2008.03.06 09:33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쌀로 만든 술의 결정판이 아닐까... 젤 아쉬운 것은 종이팩에 담겼다는 건데..
    그래도 쌀의 향을 그대로 살린 기술이 참 지대로라고 생각합니다.. ㅋㅋ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3.06 09:36 신고 수정/삭제

      그래도 이집 사장님은 도꾸리를 같이 주잖아요. 어떤 집은 그냥 팩만 달랑 내놓더라는 ㅉㅉ

  • Favicon of http://www.paperon.net BlogIcon 집짱 2008.03.06 09:35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다음번 음주 리뷰는 청주 댓병이 자료화면으로 등장하겠네요. ^^
    그 다음번 포스팅에는 음주 해독에 좋은 해장국도 좋을 것 같아요. 흐흐
    아침부터 레이님, 토양이님.. 줄줄이 음식 후기 포스팅에 배가 고프네요.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3.06 09:37 신고 수정/삭제

      청주 댓병 ㅋㅋ 하긴 예전에 셋이서 1.8리터짜리 앞에 놓구 마신 적도 있다우 ㅋㅋ

  • Favicon of http://blog.empas.com/diabloti BlogIcon 정현아범 2008.03.06 12:16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저 술이 일본애들 쏘주 같은 건가요..??
    가는 집마다 다 있더만요..ㅡ.,ㅡ

  • Favicon of http://www.stevenh.net BlogIcon 스티븐 2008.03.07 16:24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저도 최근 오뎅바에 자주 가게 되면서 '사케<청주>'를 즐기기 시작했는데.. 아직도 어떤 술이 좋은 술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소주 1차 이후에 청주 2차가 맥주 2차 보다 낮더군요 ^^

  • Favicon of http://dogguli.net BlogIcon 도꾸리 2008.03.11 13:42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이런 글을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은...
    왜 그 좋은 술을 끊었는지...

    아쉽게도 도꾸리 3년 전에 술을 전폐!!
    머, 다행이도 지금까지 술을 안마시고 있네요~

    아쉽습니다~

파인애플 볶음밥, 두번째 도전

2007/05/29 - [행복한 음식 얘기] - 딸 아이를 위한 만찬, 파인애플 볶음밥

거의 일년 전쯤에 파인애플 볶음밥에 도전했었지요. 딸 아이는 워낙 파인애플을 좋아하기 때문에 아빠가 만들어준 파인애플 볶음밥을 잘 기억하고 있었더랍니다. 종종 해달라고 졸랐거든요. 너무 달다는 이유로 하지 말라는 엄마의 반대와 바쁘다는 핑계로 그동안 기회를 못 잡았었는데, 지난 주 코스트코에 갔다가 파인애플을 발견하고는 그대로 질러버렸습니다.

질렀다고 해 봐야 ^^ 파인애플 값이 많이 떨어졌더군요. 지난 번에 4,990원 주고 산 기억이 있는데 이번에는 2,990원이었더랍니다. 필리핀산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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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도 부담 없으니 편히 질렀지요. 파인애플을 보고 딸 아이는 환호성을 지릅니다. 덕분에 뽀뽀도 받고, 기분 좋게 저녁 준비를 시작합니다.

사실 파인애플 볶음밥이라는 게 뭐 어렵겠습니까마는 어려운 점이라면 파인애플을 손질해야 한다는 겁니다. 파인애플을 잘 씻어 위로 솟아 있는 뿔(!)을 잘라내고 길게 반으로 자릅니다. 그리고 속을 잘 긁어내지요. 속을 긁어내는 이유는 파인애플 껍질을 그릇으로 쓰려고 하는 겁니다. 그러니 적당히 긁어야지 너무 열심히 긁어내야 껍질에 구멍을 내면 안됩니다. 그런데 이게 노동이더라고요. ^^

속을 긁어낸 파인애플 껍질을 물에 썻어 헹궈둡니다. 지난 번에 할 때는 헹구지 않고 그냥 사용했는데 나중에 껍질에 담은 밥이 너무 달아져서 먹기에 좀 그렇더군요. 딸 아이는 신나게 먹었습니다만. 여튼 지난 번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에는 파인애플 껍질을 씻어두었습니다.

긁어낸 파인애플을 잘게 잘라 다른 재료와 함께 볶습니다. 파인애플이야 굳이 볶아지지 않아도 상관 없으니까 감자, 당근, 양파, 햄 등을 먼저 넣고 볶다가 마지막에 넣으면 되겠지요. 볶는 도중에 소금과 후추로 적당히 간을 합니다. 가만 보면 집마다 밥을 볶을 때 쓰는 노하우가 있던데 그걸 그대로 쓰면 됩니다.

여기서 어려운 점이 하나 있습니다. 파인애플이라는 재료가 들어가기 때문에 일단 단 맛이 강합니다. 그런데 아이들이야 그렇다 쳐도 어른들이 어찌 단 맛으로 밥을 먹을 수 있겠습니까. 제일 무책임한 말이기는 해도, 단 맛고 짠 맛이 적당히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간을 맞춰야 합니다. 이런 표현을 쓸 때마다 이런 무책임한 글이 어디 있나 그런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만 뭐 별 방법이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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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볶았으면 아까 헹궈둔 껍질에 밥을 담습니다. 파인애플 볶음밥의 유리한 점은 일단 뽀대가 나고, 맛이 달달하기 때문에 대충 만들어도(!) 아이가 정말 좋아한다는 거죠. 여튼 반응은 대 성공! 딸 아이는 평소 먹던 것의 1.5배 정도를 먹었고 후식으로 파인애플 그릇을 구멍이 날 때까지 박박 긁었습니다. 이걸 때를 대비해서 아까 파인애플 속을 긁어낼 때 살짝 여유를 두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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볶음밥엔 무조건 김치죠 ^^ 매콤 달콤한 나박김치가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반찬입니다. 느끼함을 한 번에 샥 날려주는 데는 역시 김치만한 것이 없거든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파 김치가 바로 위에, 바닥을 보이고 있네요.

이렇게 해서 주말 저녁 식사도 끝. 아빠로서 점수도 따고, 뽀뽀도 받고, 배도 부르고... 더할 나위 없는 저녁 아니겠습니까? 아빠들, 한 번쯤 도전해 보시길 ^^

ps> 1년 쯤 뒤에 파인애플 볶음밥 포스팅이 한 번 더 올라올 것 같은 예감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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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www.paperon.net BlogIcon 집짱 2008.03.04 16:50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긁어낸 파인애플을 조금만 볶음밖에 넣어 조리하고
    남은건 깍뚝설기로 단무지처럼 쟁반에 담아내면 어떨까요? ^^;;;
    밥 반찬으로 단 과일은 별로일까요?
    언제 잠실의 숨겨진 맛집에서도 해주세요.
    파인애플은 제가 긁어 낼께요.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3.04 16:58 신고 수정/삭제

      파인애플 적게 넣으면 딸 내미가 싫어한다네 ㅋㅋ 밥 반찬 보다는 후식으로 쓰는 것이 더 좋을 듯~ ㅋㅋㅋ 근데 이거 어른 들 입맛에는~~ 좀 그렇지 않을꼬? ㅋ

    • Favicon of http://www.rabbicat.kr BlogIcon 토양이 2008.03.04 19:49 신고 수정/삭제

      안그래도 아까 마트 다녀오면서 파인애플이 땡기더라니. ㅠㅠ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3.04 19:54 신고 수정/삭제

      참내. 이거 진짜 한 번 해야 하는 겨? ㅋㅋ

    • Favicon of http://www.zoominsky.com BlogIcon 짠이아빠 2008.03.05 11:11 신고 수정/삭제

      당신을 금주의 주번으로 임명하노라... ^^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3.05 11:58 신고 수정/삭제

      켁!

  • Favicon of http://blog.daum.net/bicyclife BlogIcon 무대의소요 2008.03.04 17:25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그냥 통조림 파인애플로 만들기에는, 너무 달게 될까요? 저런 생파인애플은 아까워서 그냥 생으로 먹고 싶으네요.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3.04 17:48 신고 수정/삭제

      저도 통조림 파인애플로 해 볼 생각도 하긴 했는데, 왠지 단 맛이 더 셀 것 같은 느낌에다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파인애플 그릇이 없잖아요 ^^

  • Favicon of http://www.kimdahee.com BlogIcon 다희 2008.03.04 18:22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오하...저도 파인애플 볶음밥 좋아하는데 직접 만들어 볼 생각은 못 해봤어요~
    레이님 포스팅보고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동생들도 좋아하겠는데요? ^-^

    하지만...왜 어머니가 반대하셨는지 알 것 같아요.
    아이들은 한 번 달콤한 밥 맛에 길들여지면 그것만 찾으니까~ㅎㅎ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3.04 19:54 신고 수정/삭제

      ^^ 어쩌다가 한 번이니까 그 정도는 먹여야죠 ㅋㅋ 그 정도도 못 먹게 하면 아마 데모할 걸요? ㅋ

  • Favicon of http://sepial.net BlogIcon sepial 2008.03.04 18:56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파인애플...은근히 짠 음식과 잘 어울리죠? 우리 동네 파인에플은 한국의 배 정도 크기라서 밥 담아 먹기는 좀 모자라겠고....기냥.....볶음밥 할 때 좀 넣어볼까봐요....
    아, 또 군침 돈다~~~~흐르릅~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3.04 19:55 신고 수정/삭제

      '한국의 배'라고 하셔서 우리나라에서 보는 것 보다 두 배 정도 되는 파인애플? 근데 왜 밥이 모자라지? 뭐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있었더라는... >.< ㅋㅋ

  • Favicon of http://blog.empas.com/bouquetdor BlogIcon 진주애비 2008.03.04 21:43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헉!! 지난번 포스팅에서 전수받은 비법을 아직 쓰먹질 못 했는데..ㅜㅜ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3.04 22:46 신고 수정/삭제

      이런 거 말고도 훌륭한 내공을 많이 가지고 계시잖아요 ㅋㅋ

  • 손통 2008.03.05 11:08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와우! 정녕 당신이 볶음밥을 만들었단 말이오? 대단대단.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3.05 11:57 신고 수정/삭제

      아니 형님, 볶음밥 만든 게 머 그리 대단타고... 이거 지금 놀리는 거죠? >.<

  • Favicon of http://blog.empas.com/diabloti BlogIcon 정현아범 2008.03.05 16:44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1탄 다시 안 열어보긴 했는데..
    이거 머 별로 달라진 건 없는거죠..ㅡㅡ;
    뽀뽀도 그렇구..^^

    ※멋진이 형님 들어오신다대요..

  • Favicon of http://philomedia.tistory.com BlogIcon 필로스 2008.03.06 17:09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이 블로그는 집에서 접속못하도록 차단하는 방법을 찾아야겠슴다^^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3.06 17:17 신고 수정/삭제

      아이가 어릴 때나 먹히지, 다 키워두시면 이런 거 소용 없습니다. ㅋㅋㅋ

  • Favicon of http://www.sunblogged.com BlogIcon easysun 2008.03.07 10:31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애들 엄마'도 한번 try해봐야겠슴다. ^^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3.07 11:05 신고 수정/삭제

      ㅋㅋ 이거 괜히 이 집 저 집 불지른 거 아닌가 몰러유 ㅋㅋ

  • Favicon of http://dogguli.net BlogIcon 도꾸리 2008.03.07 12:30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홍콩에서 태국식 파인애플 볶음밥을 못먹은 것을 후회하고 있었는데...
    오늘 레이님 블로그를 방문하니..
    잊었던 파인애플 볶음밥에 대한 그리움이..
    아웅...
    넘 맛있어보여요~

술을 가장 맛있게 마시는 법

오랫만에 올블로그를 갔다가 재미있는 이벤트를 발견했다. ‘호세쿠엘보’ 이벤트다. 사실 ‘술’이라는 상품은 취하게 만든다는 그 특유의 속성 때문에 광고 규제가 심한 상품이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알콜 도수 17도를 넘으면 공중파 광고를 할 수 없다. 소주 광고 혹시 TV에서 본 기억이 있나? 없을 거다. 뭔가 소주에 관한 동영상 광고를 봤다면 아마도 극장에서나 볼 수 있었을 게다.

17도 이하라 해도 아무 때나 광고를 할 수 없다. 11시만 넘으면 맥주 광고가 쏟아져 나오는 것이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이 시간 이후에나 술 광고를 할 수 있다. 그런 저런 걸 따지고 보면 블로그는 참 술 광고 하기에 딱 좋은 매체인지도 모른다.

사실 나는 자타가 공인하는 잭 다니엘 마니아다. 1999년 잭 다니엘을 처음 만난 이후 아마 거짓말 좀 보태면 몇 백병(백 병을 넘어도 여기엔 포함되니까 ^^)은 마셨을 게다. 외국 나갔다 오면 꼭 사오는 술도 잭 다니엘이다. 젠장, 미국에선 1리터짜리 한 병이 20불이면 사는데 우리나라에선 악! 소리 난다. 바에서라도 마시려면 제일 싼 곳이 10만원 대 초반, 좀 비싸게 받으면 거의 20만원 다 간다. 도대체 얼마나 남는 장사란 말인지. 그런데 뭐 꼭 그렇게 탓할 것만도 아니다. 우리 소주도 나가면 그런 대접 받는다. 문제는 외국 나간 우리나라 사람들이 마신다는 거지, 값 비싸기론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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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호세쿠엘보 홈페이지

그런데 아주 가끔, 잭 다니엘 대신 땡기는 술이 있는데 그게 바로 데킬라, 그 중에서도 호세쿠엘보다. 손 등위에 소금이나 커피를 올려 놓고 안주로 그걸 먹네 어쩌네 하는데 나는 그렇게 먹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일단 터뜨려 먹는 맛, 데킬라는 그게 제 맛이다.

데킬라 좀 한다는 집에 가면 꼭 더블 스트레이트 잔이 있다. 우리가 흔히 마시는 양주 잔 보다 두 배 정도 되는 그런 잔이다. 여기에 데킬라를 삼분의 이 정도 따르고 나머지 삼분의 일에 사이다를 따른다. 잔 입구를 손으로 막고 테이블에 쿵! 내리치면 데킬라와 사이다가 아주 맛나게 섞인다. 이 때 주저하면 안된다. 주저하지 말고 더블 스트레이트를 그대로 원샷. 처음 몇 잔은 술이랄 것도 없이 달콤, 씁쓸해 아주 맛있다. 하지만 맛있고, 만만하다고 이렇게 데킬라를 계속 마셨다가는 큰일난다. 나중에 정신 없이 취해버리기 때문이다.

사실 술을 맛있게 먹는 방법 중 하나는 콜라나 사이다 같은 탄산음료와 섞어 마시는 것이다. 데킬라 슬래머도 그렇고 내가 좋아하는 잭 다니엘로 만든 잭 콕이 대표적이다. 탄산음료의 달콤한 맛이 독한 맛을 가려주고 술을 순화시키기 때문에 마실 때도 술술 잘 넘어간다. 적당히 양을 조절하지 않으면 다음 날 머리 아플 건 각오해야 하지만 말이다.

사이다와 섞으면 좋은 술 중 하나가 맥주다. 골프장에서 골프치던 도중 마신다고 해서 골프장 폭탄주라고도 부르는 맥주 + 사이다 혼합 주는 원래 외국에서는 Shandy라고 부르는 일종의 칵테일이다. 섄디 혹은 샹디라고 읽는데 - 솔직히 내가 외국에 가보지 않아서 정확히 뭐라고 발음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 이 술은 맥주에 소다수를 탄 것이다. 사이다 뿐 아니라 콜라, 혹은 레모네이드 등을 섞는다고 한다.

데킬라 슬래머든 잭콕이든 샹디든 술과 탄산음료를 섞을 때는 그 비율이 중요하다. 탄산음료가 너무 많이 들어가면 술이 달아져서 본연이 맛을 잃기 쉽고 너무 적게 들어가면 넣은 이유가 없어진다. 보통 그 비율은 30% 정도가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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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잭다니엘 홈페이지

예를 들어 잭콕은 스트레이트 잔으로 잭 다니엘 1잔에 콜라 2잔을 섞는 것이 가장 맛있다. 내 기억에 데킬라 슬래머는 그 반대다. 사이다 1잔에 호세쿠엘보 2잔을 섞는 것이 좋다. 샹디는 맥주 잔을 기준으로 사이다를 5분의 1정도 채우는데, 뭐 이것도 다 심리적이긴 하겠지만 맥주를 먼저 따르고 사이다를 따르는 것이 훨씬 맛있다. 아 중요한 것은, 이상하게 킨 사이다는 어울리지 않는다. 특정 제품을 말해서 안됐지만 칠성 사이다가 가장 맛있다. 칠성 사이다가 입에 맞아 그럴 수도 있는데 내 느낌엔 킨 사이다는 약간 씁쓸한 탄산수 맛이 나기 때문에 잘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여튼, 독주가 처음부터 부담스러운 날은 탄산 음료와 적당히 섞어 시작하는 것도 좋다. 모처럼 이런 얘기를 쓰고 났더니 오늘 저녁, 탄산을 가볍게 섞은 맥주 한 잔, 여유가 된다면 잭콕이나 데킬라 슬래머 한 잔 정도의 과욕을 부려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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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www.rabbicat.kr BlogIcon 토양이 2008.02.20 22:22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잭콕 맛있었어요 >_< 자꾸 이런 거에 맛들이면 곤란한데 ㅋㅋ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2.21 09:43 신고 수정/삭제

      나랑 같이 먹은 것 중에 맛없는 게 머 얼마나 있든가~ (오우, 이 오만의 극치! ㅋㅋ)

  • ^^ 2008.02.21 08:55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똑같은 한 잔 이라면 기분좋게 취하기에 충분한 독주 동감이여ㅋㅋ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2.21 09:43 신고 수정/삭제

      그쵸? 기왕 먹을 거면 확실하게~ ㅋㅋㅋ

  • Favicon of http://su0102.egloos.com BlogIcon 김Su 2008.02.21 10:37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저도 요새 잭콕과 데낄라에 푹 빠졌죠..ㅎㅎ
    저의 데낄라 시음기 트랙백 날립니다~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2.21 11:24 신고 수정/삭제

      네 정말 맛있어요~ ㅋㅋ 고맙습니다

  • Favicon of http://www.sunblogged.com BlogIcon easysun 2008.02.21 13:04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저는 데킬라를 넣어서 만든 마가리타 칵테일을 좋아하거든요. 제가 유일하게 좋아하는 칵테일이죠. (달고.. 향을 넣어 이쁘게 만든 류의 칵테일을 안좋아하는지라...) 암튼..근데 주변에 마가리타 파는 곳이 많지 않아서.. 레이님 글을 읽으니 갑자기 마가리타 on the rocks로 한잔하고 싶어 지네요.. 앗! 지금 몇시지?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2.21 14:28 신고 수정/삭제

      사실 깔끔한 맛을 따지자면 온더락스 스타일이 젤 좋기는 한데 ^^ 뭐 맨날 밥만 먹고 사는 건 아니잖아요 ㅋㅋ

  • Favicon of http://blog.empas.com/diabloti BlogIcon 정현아범 2008.02.21 13:22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저나 원조앞으로 예약된 잭 다니엘이 하나 있을 것 같기도..^^;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2.21 14:28 신고 수정/삭제

      오호라~ 이거 듣던 중 반가운 소리인걸? (설마 내가 술김에 예약해둔 건 아니겄지? ㅋㅋㅋ)

  • Favicon of http://www.zoominsky.com BlogIcon 짠이아빠 2008.02.22 08:29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이번에 나갔다오다가 면세점에서 술을 살까말까 무지고민... 옆에 한 아저씨 무리들이 손에 손에 술병 드는 모습을 보고 정말 사고 싶은 마음이 싹 가시더만.. ^^ 미안해.. 하나 사다줄걸.. ^^

  • Favicon of http://blog.empas.com/bouquetdor BlogIcon 진주애비 2008.02.23 17:04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레이님께서 가장 맛있게 드셨던 탄산맥주 비율 알려주세요
    따라 해 보게요...ㅎㅎㅎ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2.23 21:10 신고 수정/삭제

      근데 그 비율이라는게... 실제로 잔을 앞에 놓고 봐야 아는 거지 수치로 설명하기 참 애매해서요~ ㅋㅋㅋ

어릴 적 먹던 맛, 입맛의 기준이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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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쯤 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 그렇겠지만, 열살 전후 초등학교 시절엔 연탄을 때는 집에 살았을 게다. 시간만 되면 연탄을 갈러 가시던 어머니. 그 때 집들은 왜 그렇게 연탄 갈기도 어려웠을까. 계단을 두 세 개 내려가야 하는 움팍 파인 부엌을 지나 다시 계단 두 세 개를 더 내려가는 지하실. 좁아 터진 지하실로 연탄을 갈러 가시던 어머니는 몇 번씩 넘어지고 부딪히기를 반복하셨었다.

동치미 사진을 꺼내 놓고 난데 없이 연탄 얘기라니. 그런데 내게 있어 동치미는 연탄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기억의 소재다. 그리도 힘들게 연탄을 갈야야 했던 집에 살던 그 어느 날. 새벽에 문득 잠에서 깬 나와 내 동생은 지끈지끈 아파오는 머리 때문에 엄마를 소리쳐 부르지 않을 수 없었다. 두통의 주범은 연탄가스. 놀란 가슴을 쓸어 내리며 어머니는 동치미 국물을 떠 오셨다. 이걸 마셔야 낫는다면서. 차고, 짭자름한 동치미 국물 한 사발을 먹고서 나와 내 동생은 방을 옮겨 잠들 수 있었다. 다음 날 어머니는 장판을 걷어 내고 방바닥의 빈틈을 일일이 휴지를 꾹꾹 눌러 메웠고, 가스배출기를 새 것으로 옮겨 달으셨다. 흰 종이를 우겨 넣으며 하마트면 새끼들 다 잡을 뻔 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리던 어머니의 모습을, 나는 잊을 수가 없다.

그 뒤로 동치미만 보면, 나는 그 겨울, 지끈 지끈 아파오는 머리를 쓸어 매고 차고 짭자름하게 마셨던 그 동치미 국물이 생각난다. 다른 맛이라고는 전혀 기억하지 못한 채, 오로지 차고, 짭자름한 그 맛.

얼마 전 열나 비싼 한정식 집에서 먹었던 동치미. 직접 담가 독에 묻은 동치미란다. 숟가락으로 국물 한 번 떠 먹은 나는, 그냥 피식 웃고 말았다. 차갑고 짠, 바로 그 동치미였던 탓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동치미가 맛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는 거다. 틀림없이 바로 그 맛인데, 그리고 아무리 입맛이 변해도 어릴 적 입맛은 모든 맛의 기준이 되는 법일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무릇 과거는 아름다운 법이라고, 어릴 적 먹었던 음식의 맛은 무조건 맛있는 거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요즘 나오는 동치미들은 저렇게 투박하지도 않을 뿐더러, 맛도 참 오묘하다. 당근, 고추, 쪽파 등등의 부재료가 들어가 보기에도 좋고, 새콤 달콤한 맛이 입에 짝짝 달라붙는다. 사람이란 참 간사하다. 그런 걸 먹을 땐 연탄가스로 탈 난 후 먹었던 동치미가 생각나고, 막상 그런 동치미를 먹을 땐, 이게 무슨 맛이냐고 투덜대니 말이다. 그래서 '맛'이란 건, 이래저래 맞추기 어려운 것인가 보다. 상대미각이란 존재해도 절대미각이란 존재할 수 없는 법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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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www.rabbicat.kr BlogIcon 토양이 2008.02.18 18:15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저는 연탄가스 냄새랑 풍로용 석유 냄새를 참 좋아했었어요. - -;
    그래서 이렇게 빼샥 마른 걸까요 - ㅜ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2.18 18:17 신고 수정/삭제

      이러먼서도 토양님이 평범하다고 말한단 말야?! ㅋㅋ

    • Favicon of http://blog.empas.com/diabloti BlogIcon 정현아범 2008.02.19 13:24 신고 수정/삭제

      저도 풍로 석유냄새 참 좋아했더랬는데, 비만인 걸 보면 석유냄새와 체중간에 상관관계는 성립하지 않는구만요..ㅋ

  • Favicon of http://blog.daum.net/bicyclife BlogIcon 무대의소요 2008.02.18 20:32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동치미 국물 시원하지요. 막상 집에서는 잘 안해먹게 되더라구요. 집에서 김치도 담가먹은지 오래되었고, 담가도 그냥 배추김치나 총각김치 정도니까요. 집이 워낙 건조한데, 겨울에는 더 건조합니다. 밤에 목이 칼칼해지면 동치미 국물 마시면 싹 내려갈 거 같은데 말이요. ㅋ 전 연탄불 세대는 아니지만, 동치미 국물 좋아합니다.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2.18 22:56 신고 수정/삭제

      동치미 국물도 좋은데, 밤에 칼칼~ 하니까 전 왜 맥주 생각이 날까요 ㅋ

  • Favicon of http://blog.empas.com/bouquetdor BlogIcon 진주애비 2008.02.18 22:29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연탄불은 아버지 몫이었습니다
    만약 지금껏 연탄을 땠다면
    그래서 밤이나 새벽마다 내가 연탄을 가는 당번이었다면...
    아 생각만 해도...
    맨날 부부싸움 투성이었을 겁니다
    지금 세상에 살아감에 감사합니다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2.18 22:57 신고 수정/삭제

      저희 아버지는 거의 매일 늦게 오셨던 까닭에 아마 집안 일에는 거의 도움을 안 주셨던 듯... 아직도 연탄을 쓴다면... 저도 생각만 해도 깝깝하네요 ㅋㅋ

  • Favicon of http://philomedia.tistory.com BlogIcon 필로스 2008.02.19 00:19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저는 대학다닐 때도 연탄갈아야 하는 자취방에 살았는데요. 왜그리 자주 꺼지는지 연탄값보다 '착화탄'값이 더 들었다는..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2.19 15:32 신고 수정/삭제

      ㅋㅋ 그거 안 꺼뜨리는 것이 생활의 비법이었지 싶어요 ㅋㅋ 그래도 번개탄이나마 있으셔서 다행~ ㅋㅋ

  • Favicon of http://philomedia.tistory.com BlogIcon 필로스 2008.02.21 22:07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오...스킨 바꾸셨네요...죽입니다^^

  • Favicon of http://dogguli.net BlogIcon 도꾸리 2008.02.22 12:39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동치미 국물이 먹고파용~
    어머니가 만들어주신...
    그 시원한 국물이...

    머, 어머니가 돌아가셨으니 그 맛은 다시 못만나겠죠?
    그래서 그 동치미 맛이 더욱 그리워지는 계절입니다~

    레이님 좋은 하루되세요~~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2.23 21:11 신고 수정/삭제

      그러게요 왠지 속이 더부룩할 때 동치미 국물이면 싹 풀릴 것 같다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