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쓰는 한자말, 우리말로 바꿔 쓰자

'한자말 바로 잡기'를 쓰다 보면 '한자말도 우리 말인데 왜 쓰지 말자고 하는 것이냐'고 얘기하는 분들이 있다. 물론 그 말엔 나도 동의한다. 이미 우리말에는 한자말이 많이 녹아 있어 한자말인지 우리말인지 구분할 수 없는 말들이 너무 많고,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말로 변해 버린 한자말도 많이 있다.

'한자말 바로 잡기'는 한자를 없애거나 전혀 쓰지 말자는 애기가 아니다. 우리 말에 들어온 한자말을 쓰지 않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한자말을 없애면서 잘 쓰지 않는 우리말을 억지로 쓰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따라서 한자말을 모조리 몰아낼 수도 없고, 내서도 안된다. 그러나 누구나 알기 쉬운, 좋은 우리말이 있는 데도 굳이 어려운 한자말을 쓰는 것은 옳지 않다. 쉬운 우리말이 버젓이 있고 잘 쓰이는데 어려운 한자말로 굳이 표현할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어려운 한자말을 쓰는 것이 글 좀 쓰는 것이고, 유식해 보이기 때문이라는, 그 오래된 나쁜 버릇을 고치자는 것이 '한자말 바로 잡기'를 쓰는 까닭이다. 그러면서 우리말이 얼마나 쉽고 아름다운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어려서부터 어렵게 쓰는 것이 제대로 글을 쓰는 것이고, 배운 사람들은 다 그렇게 써야 한다고 배워 온 까닭에, 우리는 알게 모르게 어려운 한자말을 자주 쓰게 된다. 실제로 한자로는 어떻게 쓰는 지도 모르면서 그런 말들을 쓰고 있다. 버릇처럼 쓰기 때문에 이미 익숙해져 있지만 좋은 우리말로 바꿔 쓸 수 있는 한자말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향후'다.

굳이 신문 기사 예를 들 필요도 없겠다. 사실 지금 이 글이 올라가 있는 블로그를 검색해 봐도 향후라는 말이 자주 나올 것이다. 얼마나 이 말이 입에 익었는지, 말과 글에서 두루 두루 쓰게 된다. 하지만 향후는 '앞으로' 혹은 '이 다음에'라는 좋은 우리말로 바꿔 쓸 수 있다.

향후 3년간 아프터 서비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어느 전자 제품 회사 설명서)

앞으로 3년간 아프터 서비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향후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어느 정치 논평 기사 중)

이 다음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이렇게 습관처럼 익어버린 한자말이 어디 향후 뿐일까.

야기하고 있다 -> 일으키고 있다
초래했다 -> 가져왔다
봉착했다 -> 부딪혔다
간과하는 -> 보아 넘기는
내포되어 -> 뜻이 들어 있는
호칭할 때 -> 부를 때
선호하는 -> 좋아하는
가중되는 -> 더해가는
석권했던 -> 휩쓸었던
도약하는 -> 뛰어오르는
고착화되면서 -> 굳어지면서

이오덕, 우리글 바로쓰기 1. 33 - 38 쪽 중에서

이 중 우리말로 바꿨을 때 어떤 것 하나라도 어색하고 이상한 말이 있는가. 한자말로 쓰는 것보다 우리말로 쓰는 것이 훨씬 쉽고 정겹지 아니한가. 그런데도 우리는 더 좋은 우리말을 두고 아무 생각 없이 한자말을 쓰고 있다. 이젠 우리말, 우리글에게 그 자리를 돌려줘야 할 때다. 한자말을 쓰는 것이 더 멋있고, 유식해보인다는 그런 잘못된 버릇을 이젠 내버려야 할 때다. / FIN
  • Favicon of http://philomedia.tistory.com BlogIcon 필로스 2007.06.04 14:48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근데요..저는 한자말이 더 편하거든요...잘 난척하려고 쓰는 게 아니라...한자말이 먼저 떠올라서 편한대로 쓰거든요..그래도 안되나요?
    농담이구요....신문에서 한자말을 자주 쓰는 이유중에는 제목 뽑을 때 글자수 맞추기에 편한 측면이 있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해요...종이신문 만들때 헤드라인 글자수 맞추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가 않아요...그래도 가능하면 모든 세대에서 통하는 좋은 우리말로 바꿔나가는 게 좋겠지요...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06.04 15:54 신고 수정/삭제

      ^^ 되고 안되고가 중요한 건 아니구요 ^^ 그렇게 한자말을 쓰다 보면 우리말이 없어져 버릴까봐 그게 걱정이랍니다. 그리고 우리 말로도 얼마든지 글자 수를 맞출 수 있답니다. 단지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지 않을 뿐인 거지요 ^^ 고맙습니다.

  • Favicon of http://www.zoominsky.com/ BlogIcon 짠이아빠 2007.06.04 17:26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ㅋㅋ 어제 블로그 포스팅하면서 향후라는 말 썼다가.. 우리말로 바꿨는데 아주 지대로군..ㅋㅋ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06.04 17:37 신고 수정/삭제

      ㅋㅋ 그렇게 습관처럼 쓰는 한자말들을 바꿔나가자는 거지요 뭐~ ^^

  • 씨감자 2007.06.04 19:00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야기하고 있다 -> 일으키고 있다
    봉착했다 -> 부딪혔다
    호칭할 때 -> 부를 때
    선호하는 -> 좋아하는
    석권했던 -> 휩쓸었던

    대부분 이 정도는 실생활에서 우리글로 사용하고 있죠. 근데 문자로 쓸때는 좀 더 고상?하게 보이려 왼쪽의 한자어를 더 많이 씁니다.

    실제로 학교에서 좀 돌려가면서 한자어 써주면 작문점수도 더 좋았습니다.
    신문 사설쓰는 사람이나 판사들이 긴 문법의 한글과 어렵기만한 한문을 섞어 쓰면
    뭔가 전문적이고 설득력을 가진것처럼 보이니 저런걸 더 많이쓰는거 아닐까요?

  • Favicon of http://2dreamy.tumblr.com/ask BlogIcon 깨몽 2011.03.01 21:16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좋은 말씀입니다.
    저도 요즘 새로 '우리말 살려쓰기'를 하고 있습니다.
    뜻이 맞는 분들끼리 작은 행동이라도 했으면 싶네요.
    짬이 나시면 글 한번 남겨주세요.^^
    http://2dreamy.tumblr.com/ask 또는 http://www.facebook.com/4dreamy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