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공단, 이건 좀 고쳐주세요

매달 10일은 건강보험료 납부 마감일입니다. 서둘러 마감일 전에 내면 되겠지만, 마감일에 내도 되는 걸 미리 낼 이유는 없는 법. 그래서 항상 10일은 건강보험료 내려고 신경을 좀 쓰는 날이지요.

그런데 오늘은 하루 종일 건강보험공단 서버에 문제가 생겼나 봅니다. 인터넷으로 납부를 하려면 해당 공단 사정이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에러 메시지가 떴으니까요. 문제는 오늘 내지 않으면 가산금이 붙는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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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전화를 했습니다. 인터넷으로 납부를 하려는데 안된다, 오늘 내지 않으면 가산금이 붙지 않느냐, 오후에 시간이 없어서 못 낼지도 모르는데 언제쯤 해결이 되냐…. 상담원은 이랬습니다. 인터넷이 안되면 가상 계좌로 내면 된다. 그런데 저희가 거래하는 은행 계좌가 없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가상 계좌로 보낼 때 송금 수수료가 붙게 됩니다.

나 : 내 잘못도 아닌데 송금수수료까지 물어가면서 낼 수는 없다. 다른 방법은 없냐.

상담원 : 일단 오후에 다시 한 번 시도해 보시고, 안되면 납부일이 지나서 내도 가산금을 내지 않도록 연기하기도 한다.

이렇게 통화를 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런데 오후 다섯 시가 넘도록 여전히 인터넷 납부는 되지 않았습니다. 퇴근 시간도 다가오고 해서 다시 전화를 했습니다.

나 : 인터넷 납부가 안된다. 내일 낼테니 가산금이 붙지 않게 해달라
상담원 : 시스템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안된다.

나 : 아침에는 분명히 된다고 했는데 그게 무슨 말이냐
상담원 : 그럼 업무 담당하시는 분하고 직접 통화를 해라

그래서 업무 담당자라는 분과 직접 통화를 하게 됐습니다. 지금까지 한 얘기를 그대로 되풀이했더니 몹시 난처해 하면서, 잠깐 기다리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옆에 있는 사람과 대화하는 내용이 다 들립니다

업무 담당자 : 수수료가 아까와서 가상 계좌 납부를 못하겠다는데, 이거 어떻게 하나. 난처하네. 그럼 수수료 빼고 받은 다음에 우리 과비에서 채워 넣을까

여기까지 들렸는데 좀 황당하더군요. 그래서 다시 통화를 하면서 얘기했습니다.

나 : 알았다. 그냥 내가 가상계좌로 넣겠다. 그런데 왜 우리가 거래하는 우리은행, 신한은행 계좌는 없나. 계좌를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업무 담당자 : 죄송하다. 위에 건의해서 계좌를 만들도록 하겠다.

나 : 상담원은 연기하는 방법이 있다고 했는데 왜 안된다고 하냐
업무 담당자 : 방법이 없는 건 아닌데, 하다 보면 오류가 날 수도 있고, 그러면 서로 불편해지고 감정의 골이 깊어진다.

나 : 그럼 업무 처리하는데 문제가 생길까봐 나보고 수수료를 내고 가상계좌로 넣으란 말이냐
업무 담당자 : 그런 말은 아니다. 죄송하고, 건의해서 계좌를 만들도록 하겠다.

통화는 대충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그리고 결국 저는 은행 수수료 300원을 물고 가상계좌로 넣었습니다. 가산금이 얼마가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그거 나와서 또 전화하고 싸우고 환불받고 뭐 이런 과정에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바보같은 짓임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누구 잘못이든, 이런 문제가 생기면 피해는 반드시 소비자가 봅니다. 시스템으로 만들어 놨다는 이유로 건강보험공단은 아무런 손해도 보지 않고 가산금도 칼 같이 받아 갑니다. 전산에 문제가 생겨 인터넷 납부가 안된다면 그건 건강보험공단의 문제이고, 책임도 그 쪽에서 져야 하는데 결국 피해는 왜 제가 보는 것일까요.

거대한 공단과 일개 가입자의 싸움은 애초부터 될 수가 없습니다. 싸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간, 비용 모두 가입자가 물어야 하는 것이니까요. 금액이 크고 작고를 떠나서 이건 아니라고 봅니다. 건강보험공단이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면 적어도 건강보험공단의 책임으로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에 국민에게 피해는 주지 말아야 겠죠. 시스템이 안되서~ 라는 행정편의주의적 대답은,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습니다.

ps> 그래서 뭐 제 요구사항은 이겁니다. 가상계좌로 보낼 때 수수료가 붙지 않도록 여러 은행들의 계좌를 만들어 달라는 겁니다. 시스템이야 신이 운영하지 않는 이상 죽을 수도 있는 거지만, 그럴 때 발생하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ps> 돈 300원이 아깝냐, 은행 가서 내면 되지, 진작 자동이체 하지 뭐했냐 등등의 댓글은 달지 마세요. 돈이 아까와서 전화를 한 게 아니라(그렇게 따지면 솔직히 전화요금도 아까움) 시스템이 불합리하다고 생각해서 이런 얘기를 쓰는 거니까.

  • 미향 2008.12.10 21:22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저하고 비슷하신 성격같네요.^^ 제발전화비가 300원 더나오겠다이런 댓글이 없었으면 좋겠네요.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12.11 08:54 신고 수정/삭제

      ^^ 전화비가 300원은 안 나왔을 거에요 ㅋㅋㅋ 댓글 고맙습니다

  • Favicon of http://blog.empas.com/diabloti BlogIcon 정현아범 2008.12.11 09:18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버닝모드까지 가진 않으셨군요..
    함 불타올라주셨어야는디..^^;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12.11 12:14 신고 수정/삭제

      버닝해봐야 나만 손핸걸 머. ㅋㅋ 여튼, 버닝 직전에 잘 참긴 했는데, 사실 그런다고 달라질랑가는 모르지 ^^

  • Favicon of http://www.zoominsky.com/ BlogIcon 짠이아빠 2008.12.11 09:57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공단의 무사안일.. 저건 사기업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 아닌가?
    아니 무슨 배짱으로 가상계좌를 공단 편의적으로 한정시키지?.. 나원...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12.11 12:15 신고 수정/삭제

      사실, 그 큰 공단이 은행 몇 군데 한정하고 있다는 거 자체가 좀 이해가 안되더라고요

  • Favicon of http://blog.empas.com/bouquetdor BlogIcon 진주애비 2008.12.11 18:13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국세청 애들하고
    맞짱 함 뜬 기억이 납니다
    무슨무슨 세금 내는데 카드가 안된다쟈나요 아놔...ㅋㅋ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12.12 09:18 신고 수정/삭제

      진주아빠님이 맞장 뜬 이후에... 카드를 받아준다는 소문이 있던데요?? ㅋㅋ

  • Favicon of http://wessay.tistory.com BlogIcon 비됴왕 2008.12.17 20:40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일단 버닝모드에서 '빵~'
    현대전에서는 개인은 대기업(공기업 포함, 정부포함)과 전투를 벌일때 싸움 대상의 실체를 잡지 못한다. 싸우려고 해도 겨우 시스템에게 속풀이 하는 정도다. 이래 가지고는 크래커가 되기 전에는 싸움을 하려 해도 비굴하게 해당 게시판에 속을 푸는 정도다. 자괴감과 그래도 찔르기는 했다는 이상한(뒷끝이 깔끔하지 않은..) 자기만족을 되풀이하게 되네요.. 저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