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패스, 하마터면 큰 일 날 뻔한 이야기

요즘 고속도로 다녀본 분들은 하이패스에 대한 관심이 많으실 겁니다. 남들은 표 뽑으랴, 돈 내랴 줄 서서 기다리는데 유유히 하이패스 통로로 지나가는 차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어떻게 하면 저걸 달 수 있을까 방법도 찾아봤을 겁니다. 방법이야 간단하죠. 고속도로 영업소에 가서 하이패스 단말기를 사면 됩니다. 슈퍼어답터에 올라온 글을 보면 큰 영업소에서 사는 것이 유리하다고 합니다. 제품이 다양하니까요.

저는 하이패스를 단지 일 년 정도 되었습니다. 제가 하이패스를 달던 시절에는 지금처럼 다양한 모델은 없었고 한 가지 모델만 있었습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죠. 하긴 어떨 때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습니다. 고민하지 않아도 되니까요.

지금은 전국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하이패스를 쓸 수 있지만 제가 처음 달았을 때만 해도 하이패스를 쓸 수 있는 곳은 서울 외곽순환도로와 경인고속도로 일부 구간이었습니다. 업무 때문에 외곽순환도로를 자주 타야 해서 처음에는 1만원 짜리 카드를 사서 썼는데 아무래도 불편해서 하이패스를 샀죠. 당시 구입 가격은 5만원이었습니다.

처음 하이패스 달고는 아주 신났습니다. 하이패스 차로는 일반 차로보다 조금 좁습니다. 게[다가 아무래도 빠른 속도로 지나니 더 좁게 느꼈졌지요. 처음에는 좀 살살 다녔지만 익숙해 지다 보니 아무리 늦게 달려도 60km 이상으로 하이패스 게이트를 지났습니다. 게다가 요즘 하이패스 전용 차로처럼 가로 막는 장치도 없었거든요. 남들 기다릴 때 쌩~ 하고 지나는 기분, 한 번 겪어보면 정말 짜릿합니다. 이래서 사람들이란 특권이라는 걸 참 좋아하는 모양입니다. 그런 경험을 몇 번 하고 나면 하이패스가 전국 고속도로에 빨릳 도입되었으면~ 그런 생각을 꼭 하게 됩니다.

드디어 전국 고속도로에 하이패스가 도입됐습니다. 그러면서 하이패스 차량도 늘어나기 시작했고요, 그런데 일부에서는 하이패스를 설치하지도 않고 하이패스 게이트를 지나는 차들이 많았던 모양입니다. 도로공사에서는 그렇게 무단으로 지나가면 10배의 요금을 물리겠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통행 요금 정도만 날라온다 뭐 이런 소문도 있었고, 또 급한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하이패스로 지나는 분들도 있었을 겝니다. 게다가 저처럼 하이패스 게이트를 오래 다닌 사람들은 왠만해서는 속도를 줄이지 않습니다. 이런 게 하이패스의 맛이야~ 뭐 이러면서 말이지요.

그래서인지 하이패스 게이트 앞에 바(BAR)가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무단으로 다니는 차량을 막고 과속을 방지하기 위해서일 겁니다. 그런데 이 바 때문에 한 번 큰일 날 경험을 했습니다.

하이패스 카드는 선불 충전식 카드입니다. 금액을 미리 충전해 놓고 지나갈 때마다 요금이 자동으로 깎이는 방식입니다. 그러니까 운전자는 항상 하이패스 금액을 알고 충전해야 합니다. 요금은 어디서 충전할까요? 우선, 고속도로 톨게이트 요금소에서 바로 충전할 수 있습니다. 요금을 내면서 충전해 달라고 하면 되죠. 그런데 이 방식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요금을 충전하느라 요금소를 지나다 보면 한 번쯤은 하이패스의 혜택을 보지 못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요금소에서는 신용카드를 받지 않습니다.  

두 번째 방법으로는 고속도로 영업소에서 충전할 수 있습니다. 대개 영업소는 톨게이트마다 하나씩 있습니다. 톨게이트를 지난 뒤에 영업소에 들러 충전하면 되죠. 신용카드로 요금을 충전할 수는 있습니다만 어차피 요금소에 들러야 하니까 역시 하이패스의 장점을 살리지 못합니다.

마지막 방법으로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충전하는 겁니다. 어차피 휴게소에서 쉬니까 쉬는 틈에 충전하면 되지요. 고속도로 휴게소마다 있는 안내소에서 충전하면 됩니다. 신용카드도 쓸 수 있고, 요금을 충전하기 위해 별도로 차를 세워야 하는 것도 아니니까 이 방법이 가장 좋습니다. 단 하나, 안내소 직원이 퇴근한 심야 시간에는 충전할 방법이 없습니다. 이 때는 할 수 없이 톨게이트 요금소를 이용해야 합니다.

제가 겪었던 문제는 바로 휴게소에서 충전하려 했을 때 일어났습니다. 차에서 내리면서 하이패스 카드를 빼서 휴게소 안내소에 들러 충전을 했습니다. 휴게소에서 좀 쉬고, 간식도 먹고 그러고는 다시 차를 타고 달렸습니다. 목적지 요금소가 가까이 왔고 저는 습관처럼 톨게이트의 하이패스 전용 차로를 향해 열심히 달렸습니다. 하이패스가 있으니 속도를 줄일 생각도 별로 안 했죠. 그런데 차로를 통과하는 순간 삑삑삑 경보음이 울리고 난리가 났습니다.  그리고 눈 앞에는 바가 내려와 있었고요. 헉~ 하면서 브레이크를 밟았고 차 뒤에서 잠자던 사람들이 모두 놀라 일어났습니다.

원인은, 휴게소에서 빼서 충전한 카드를 하이패스 단말기에 다시 꽂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쉬는 동안 깜박 잊었던 거죠. 만일 하이패스를 믿고 과속으로 달렸다가는 여지 없이 바에 부딪힐 뻔 했습니다. 뭐, 혹시 바에 안전장치가 있어서 무조건 들이대는 차는 피해준다면 모르겠지만 ^^ 어쨌든 놀란 가슴을 쓸어 내릴 수 밖에 없었던 일이었죠. 달려나온 요금소 직원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하이패스 카드를 빼 주어 요금을 처리하는 것으로 마무리는 되었습니다.

하이패스 차로를 쌩쌩 달렸던 습관 때문에 하마터면 큰 일 날  뻔 한거지요. 그래서 그 뒤로 하이패스 차로 지날 때는 속도를 많이 줄입니다. 하긴 요즘은 하이패스 쓰는 차들이 많아져서 어차피 하이패스 차로에서 오던 속도대로 달리긴 힘들고 지방 톨게이트는 대부분 하이패스와 일반 차로를 겸하고 있기 때문에 달리고 싶어도 못 달리긴 합니다만요.

하이패스는 고속도로를 자주 다니는 분들에게는 아주 유용합니다. 요금을 선불로 충전해야 한다는 부담도 있지만 휴게소 안내소에서 충전한다면 어차피 쓰는 만큼만 충전하면 되니까 부담도 별로 없지요. 아마 유일한 부담이라면 단말기 값을 한꺼번에 내는 것이겠군요. 언젠가는 단말기 값도 더 많이 떨어지긴 하겠지요.

여하튼, 하이패스 좋다고 과속할 건 아니라는 겁니다. 깜박 잊고 카드를 꽂지 않은 저 같은 경우에는 큰일날 일이니까요. 혹시 이런 경우를 대비해서 어떤 안전 장치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지정한 속도인 30km 정도로 줄여 가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 겁니다. 이 정도로만 가도, 일반 차로에서 줄 서 기다리는 것보다는 훨씬 빠르니까요. ^^

  • Favicon of http://healthlog.kr BlogIcon 양깡 2007.12.10 22:11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저도 하이패스를 얼마전에 달았습니다. 두 제품중에 하나 골랐는데 액정에 숫자가 보이는 것과 아가씨가 음성으로 안내해주는 것이 있었는데 디자인이 아가씨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 더 나아서 그 것으로 구입했습니다. ^^

    하이패스가 좋기는 한데.... 톨게이트 앞 뒤로 다 막힐때엔 쌩~ 하니 갈 수가 없어서 눈물이 납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자주 충전하기 귀찮아서 최대 요금 50만원을 충전했다가 마누라에게 바가지 박박 긁혔습니다. 환불은 안된다네요..ㅎㅎ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12.10 22:17 신고 수정/삭제

      헉! 50만원요??? 바가지 긁히실만 하군요 ^^ 저는 최대로 해야 5만원인데~ ㅋㅋ 저도 아가씨 목소리 나오는 거였으면 그걸로 구입했을 겁니다~ ^^ 제껀 단지 삑삑 소리만~~

  • Favicon of http://www.zoominsky.com BlogIcon 짠이아빠 2007.12.11 08:41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그래서 음성 안내 기능이 도움이 확실히 되는 것 같습니다.
    차량 시동을 걸면 목소리로 카드 넣으라고 말해주거든요.. ^^
    그나저나 큰 일날뻔 했구만...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12.11 09:27 신고 수정/삭제

      아, 카드가 빠졌다고 미리 알려주는 군요. 그럼 괜찮네. 제껀 옛날 모델이라 그런 기능이 없어요. 그나저나 배터리도 떨어졌다고 징징대던디. ㅋㅋ

  • 진주애비 2007.12.11 13:56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왜 난 이런류의 기계엔 관심이 없는지...^^;;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12.11 18:09 신고 수정/삭제

      ㅋㅋ 뭐 특별히 관심을 가져서인가요 그냥 필요해서 그런 거지요 ^^

  • 2007.12.11 14:55 ADDR 수정/삭제 답글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blog.magicboy.net BlogIcon Magicboy 2007.12.12 14:52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순간 머리속으로... 바를 뚫고 지나가는 헐리웃 액션 영화들이 떠오르네요...-0-;;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12.12 15:45 신고 수정/삭제

      네, 순간 아우 새 됐다, 이 생각이 확 떠오르던 걸요. 새라면 날아가기나 할텐데. ㅋㅋ

  • Favicon of http://blog.empas.com/diabloti BlogIcon 정현아범 2007.12.17 11:13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고속도로 타고 놀러댕기는 양이 하이패스 가격에 안되더라구요..
    고속도로 전용차선 태워준다면야 모르겠지만..ㅡ.,ㅡ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12.18 14:44 신고 수정/삭제

      단 한 번의 쾌감을 위해서 하이패스를 사는 사람도 있을 지 몰러~ 그냥 쌩 지나가는 그 기분... 참 묘하거든. ㅋㅋ

함양휴게소 백연밥상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옛날엔 그저 가락국수가 최고였을 게다. 요즘에는 구운 감자, 핫바, 호두과자 등 셀 수 없는 간식거리가 있고 식당들도 다양해져 왠만한 식당 못지 않은 괜찮은 음식들을 맛 볼 수 있다... 고 누군가는 주장하지만, 아직 휴게소 음식은 그리 칭찬할 만한 음식이 못된다. 휴게소는 원래 다 그래, 이렇게 말하고 그냥 넘어갈 수 밖에 없는 현실이기도 하고.

그런데 최근 고속도로 휴게소들이 나름대로 변화를 꾀하면서 음식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휴게소마다 지역 특성에 근거한 특별 메뉴를 내놓고 있는 것이다. 행남도 휴게소에서는 '바지락칼국수'를 내세웠고, 얼마 전 하회마을 갈 때 들렀던 의성 휴게소에서는 의성마늘을 넣은 '마늘 라면'을 내놓았다. '마늘 라면'이라... 라면에 마늘이 일곱 쪽인가 들어 있고 마늘 향이 그리 나쁘지는 않았던, 그런 특이한 라면으로 기억한다. 그 뒤로 집에서 라면 끓일 때 나도 마늘 몇 쪽을 넣어 끓여보긴 했는데, 솔직히 별 감흥은 없었다. 그냥, 마늘이 몸에 좋으니까, 그런 생각에 얌냠 먹었을 따름이다.

순창 출장 길에 드른 함양 휴게소. 기왕이면 순창에 가서 식사를 하자 했었지만, 순창에는 특별히 먹을 만한 곳이 없다는(!) 첩보와 배고픔을 견디기 어려워 함양 휴게소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맛의 고장 전라도를 앞에 두고 휴게소에서 음식을 먹자니 안타까운 마음도 있었지만, 시간에 쫓기는 출장길이라 이것 저것 따져가며 사치를 누릴 생각은 일찍부터 포기해야 한다.

문 앞에 엑스배너로 세워 놓은 함양 휴게소의 특별 메뉴는 '백연밥상'이란다. 값은 6천원. 이름으로도 왠지 한 상 가득 나올 것 같은 그런 메뉴다. 기왕 출장 온 거 좀 비싸도(다른 메뉴 보다 1천원 비쌌다^^) 좋은 거 먹자고 의견 일치해 백연밥상을 주문했다. 그리고 잠시 후 기다려 나온 백연밥상...

밥상이라 해서 뭔가 가득 나올 것 같았던 내 생각은 그저 나만의 착각이었다. 김치, 깍두기 그리고 나물 반찬 등등 그냥 찌개 시켜도 나오는 반찬에다가 연잎에 싸서 찐 밥 한 그릇. 이게 백연밥상의 전부였다. 하긴 6천원으로 뭘 기대해. 그러면서 백연밥을 유심히 쳐다 봤더니 호박잎처럼 커다란 백연 잎에 찹쌀, 호박씨, 잣, 흑미, 땅콩 등 다양한 곡물을 넣고 쪄낸 밥이었다. 개인적으로 이런 밥을 무척 좋아하는 까닭에 반찬에 대한 투정은 끝. 일단 백연밥을 먹기 시작했는데...

사용자 삽입 이미지

쫀득한 찹쌀과 고소한 곡물이 어우러져 그런 대로 괜찮은 맛을 냈다. 아주 환상적이지는 않지만 이 정도면 충분한 건강식이지 싶은데, 문제는, 문제는... 양이 너무 작다는 것이다. 마치 햇반 한 개를 먹는 듯한 그런 느낌이 들어 성인 남자들 한테는 한 끼 식사로 좀 부족하지 싶었던 것이다. 아무리 맛있어도 양이 부족하면 별로 좋은 기분이 들지 않는 법 아닐까. 조금 더 넉넉하게 주기는 어려운 것일까.

휴게소마다 특별한 음식을 만드는 건 정말 좋은 일이다. 지역 특산물로 만든 다양한 음식을 간편하게 먹을 수 있으니 말이다. 기왕 좋은 의도로 시작한 거, 음식에 조금만 더 정성을 쏟아줬으면 좋겠다. 맛있는 음식, 넉넉하게 먹고 더 기분 좋게 그 지역을 기억할 수 있도록 한다면 일거양득, 일석이조가 아닐까. / FIN

  • Favicon of http://www.zoominsky.com BlogIcon 짠이아빠 2007.11.06 17:05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세상에 이 맛난 것을 혼자서 먹고 와서는 아무 말도 없었다고.. 이야.. 알았어.. .. ㅋㅋ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11.06 21:00 신고 수정/삭제

      맛은 머 그런대로 괜찮았지만 양이 너무 작았더라는 >.<

  • Favicon of http://blog.empas.com/bouquetdor BlogIcon 진주애비 2007.11.06 22:29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언젠가 중부내륙에 있는 한 휴게소에서
    쓴맛 단맛을 다 본 후 식사는 하지않습니다
    그저 간식정도는 몰라도요..ㅎㅎㅎ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11.07 13:29 신고 수정/삭제

      휴게소 음식이 아무래도 좀 그렇지요? ^^

  • ^^ 2007.11.07 12:46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보기에 넘 이뿐데 어찌 넘기셨나 몰라요... ㅋㅋ
    사진으로 보기엔 떡에 가깝다는... 맛있었겠당^^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11.07 13:29 신고 수정/삭제

      떡이라기 보다는 약식에 가까웠다는... ㅎㅎ

  • Favicon of http://blog.empas.com/diabloti BlogIcon 정현아범 2007.11.15 16:56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밑에 구인광고 댓글 다 읽어보려다가 실패요..
    오늘 쉴 틈을 안주는구만요..
    일본엔 기차역마다 특색있는 도시락(벤또)을 팔아서, 매니아들이 도시락때문에 기차역 찾아온다죠..
    대전 가락국수나 천안 호도과자를 아무 휴게소에서나 볼 수 있는 우리나라지만..
    조금씩들 바뀌다보면 그런 때도 오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