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빼고서 다시 산 골프 모자 이야기

살 빼고 나면 꼭 사고 싶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모자였다. 돌이켜 보면 딸 아이가 서너살 무렵까지(아, 십 년이 넘었구나 ㅜㅜ) 난 야구 모자를 참 즐겨 썼다. 약간 뒤로 눌러 챙이 살짝 올라오게 쓰고 다니면 나름 귀여운(!) 맛도 있고 괜찮았다. 모자도 꽤 여러 개 있었던 기억이 난다. 그 때 막 난 골프를 시작했으니 야구 모자는 어느 틈에 골프 모자들로 바뀌었었지. 

그러던 어느 날 골프장에서 모자를 만지작 거리고 있는데, 이게 영 이상한 거다. 앞으로 푹 눌러 쓰거나 뒤로 들쳐 쓰거나, 심지어 돌려 써도(!) 영 모양이 어색했다. 이거 왜 이러지? 모자가 이상한가? 차에 있는 다른 모자를 꺼내 써도 상황은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이상하네, 모자가 오늘 영 필이 안 받는데?

혼자 이러고 궁시렁 거리는데 누군가 던지는 말, 얼굴에 살 쪄서 그렇지 뭐. 그 분은 웃자고 농담한 거였지만 난 뭘로 한 대 맞은 듯 했다. 아, 그렇구나... 그동안 꾸준히 늘어난 살은 배 주변에만 있는 건 아니었어. 얼굴에도 살이 붙은 거야. 볼이 터질 듯 탱탱해지니 모자 밑 얼굴이 뽈록 튀어나올 수 밖에. 난 그 길로 골프장에 딸린 프로샵에서 챙이 둥근 카우보이 스타일의 모자를 샀고 그 뒤로 죽어라고 그 모자만 쓰고 다녔다. 

그러다가 이런 저런 일로 골프를 접고, 야외 활동도 줄어들고... 자연히 모자를 쓸 기회는 점점 줄어들었다. 가끔 어디 여행이라도 갈라치면 가끔 모자를 꺼내 보지만, 역시 튀어나온 볼은 어쩔 수가 없었다. 에이, 안 써... 그렇게 모자는 장롱 속에 깊이 처박혔고 다시 꺼내 쓸 일이 없었다. 

큰 맘 먹고 살을 뺀 후 첫 주말. 야외 나들이를 가려다가 문득 모자를 써봐야겠다는 생각이 났다. 장롱을 뒤져 모자를 찾았는데, 벌써 몇 년씩 된 모자들이라 낡았고, 모양도 좀 망가졌다. 이거 모자 하나 사야 되겠는 걸, 하다가 우연히 백화점 나이키 골프 매장에서 보고 확 지른 게 바로 이 녀석이다. 


사실 모자는 골프 칠 때 없어서는 안되는 존재다. 햇볕을 가려 시야를 확보하는 건 기본. 얼굴이 타는 것을아주고 또 아주 기본적인 안전 용품이기도 하다. 모자가 무슨 안전 용품이야? 라고 하겠지만, 한 번 앞으로 넘어져 본 사람은 모자의 챙을 우습게 보면 안되는구나 그런 생각 할 게다. 실제로 몇 년 전 나는, 비가 오락가락 하던 어느 골프장에서 발이 미끄러져 앞으로 고꾸라졌는데 모자 챙이 먼저 땅에 닿으면서 얼굴이 바닥에 닿는 걸 막아줬던 경험이 있다. 


이 녀석의 정확한 이름은 Dri-FIT Tour Perforated Cap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나이키의 Dri-FIT 소재로 머리에 나는 땀을 빨리 증발시켜 시원하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모자 정면엔 나이키의 스워시 마크가 짱짱하게 새겨져 있고 정면에서 보아 왼쪽에는 Victory Red 마크가, 오른쪽엔 나이키 ONE 마크가 있다. 요런 깔끔한 스타일 참 마음에 든다. 


색깔도 여러 종류 있는데 그 날은 흰색이 좀 끌렸다고 해야 할까. 모자 챙 앞을 검은색으로 두른이 꽤 맘에 들었다. 모자 안쪽은 검은색 띠를 둘러 때를 덜 타게 했고 역시 드라이핏 소재로 머리에서 흐르는 땀이 얼굴로 흘러 내리지 않는다.  


모자의 뒷 부분은 공기 구멍이 있는 드라이핏 소재로 만들어 땀 차는 일이 별로 없다. 흔히 말하는 벨크로(찍찍이) 스타일의 크기 조절 장치로 크기를 조절한다. 



모자 사 놓고 걸어서 출근할 때 몇 번, 자전거 탈 때 몇 번 썼다. 확실히 머리에 땀이 차지 않고 가볍고 시원한 느낌이 좋다. 게다가 짱짱한 챙도 아주 마음에 든다. 문제는, 내가 산 골프 모자 중에서 제일 비싼 모자인데도 아직 이 녀석을 쓰고 골프장에, 심지어 연습장에도 한 번 못 갔다는 거다. 젠장, 여름 다 가기 전에 이 모자 쓰고 골프장에 한 번 가 보는 거, 휴가도 못 갈 이번 여름 선물로 남겨둬야 겠다. / FIN 

  • 트래비스 2010.08.03 16:53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실내연습장 3주차인 쌩초보가 웹서핑하다가 우연히 들렸습니다. 골프모자가 또 있다는건 처음 알았네요^^ 요새 남녀노소 너무나 많이들 골프치는지라 저도 한번 도전중입니다.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8.03 16:57 신고 수정/삭제

      반갑습니다 ^^

      저도 시작은 빨리 했지만 중간에 하도 많이 쉬어서
      여전히 초보입니다 ^^

      뭐, 골프 칠 때 쓰면 다 골프모자 되는 거지요 ^^

  • Favicon of http://www.kimdahee.com BlogIcon 다희 2010.08.03 21:57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한창 아버지가 골프를 치실 때(테니스->골프->지금은 등산에 ^-^;;)
    생신 선물로 나이키 골프 모자를 사드렸던게 기억나요.
    용돈 긁어모아 사드렸었는데 좋아하시던 모습이...
    그 모자보다 레이님이 사신 모자가 훨씬 세련되고 시원해 보이네요.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8.04 08:57 신고 수정/삭제

      ^^ 딸이 사준 골프모자...
      계속 그 모자만 쓰셨을 듯해요~ ^^

      모자는 세련됐는데
      제가 쓰면 영~~ ㅜㅜ ㅋㅋ

  • 풍류대장 2010.08.05 07:50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아직 골프장에 이 모잘 못 쓰고 갔다고 슬퍼마세요
    이 모자 쓰시고 부케도르에 오시면 치즈모찌가 덤으로 가는 행사를 벌이겠습니다요..ㅋㅋ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8.05 10:03 신고 수정/삭제

      ㅍㅎㅎ 수많은 분들이 이걸 쓰고 가시면 우짜실라고! ㅋ

  • 넘버텐 2011.02.11 15:37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얼큰한 사람들은 모자가 비교적 잘 어울리진 않아욧!!
    그래서 맞는 모자를 득템하면 아주 해피해진다능...

    아흥~ 살 빼 야 겠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