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는 영원한 남자의 로망이다, 기타히어로III

짠이아빠님 아는 여자 후배 분의 남편이 1,500만원짜리 기타를 사겠다고 했답니다. 사실 저도 300만원을 훌쩍 넘는 마틴 12현 기타를 사고 싶어 안달이 났으니 가격을 떠나서 그 심정을 백분 이해합니다. 기타는, 틀림없는 남자들의 로망이니까요.

저는 중학교 2학년 때부터 기타를 쳤습니다. 딱히 누구한테 배워서 친 것도 아니었고 그저 코드를 하나씩 눌러가면서 엉터리 노래를 부르며 그렇게 배웠더랬습니다. 그러다가 교회에서 기타 반주를 하게 됐고, 그것도 뭐 나름대로 열심히 하다 보니 꽤 늘어서 찬양팀에서 퍼스트 기타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고, 베이시스트를 구하지 못해 안달하다가 결국은 내가 쳐보마 하고는 두 달 학원 다녀 배운 솜씨로 베이스를 치기도 했었습니다. 한 때는 정말 열심히 쳤던 기타였는데, 취직하고 대학 졸업하니 정말로 끝. 칠 기회도, 칠 공간도, 형편도 허락하질 않았습니다.

아이를 갖게 된 이후로, 아이에게 기타를 들려주고 싶다는 생각에 친구 녀석에게서 통기타 하나를 받아두었지만, 몇 번 띵까 띵까 하다가 결국 창고에 처박아 두었고, 지금도 그 기타는 줄이 풀린 채 베란도 창고 한 쪽에 서 있습니다. 줄감개에 힘이 풀려 이제는 튜닝조차도 잘 안되는 그런 상태로요.


창고에 있는 그 기타를 버리지 못한 건, 마음 속에 항상 기타가 남아 있기 때문일 겁니다. 코드만 잘 누르면 매끄러운 화음이 나는 기타와 어설프게 불렀던 노래들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그래서, 닌텐도 Wii의 기타히어로라는 게임을 봤을 때 아무 생각 없이 질렀는 지도 모를 일입니다.


장난감처럼 생긴 무선 컨트롤러가 들어 있던 기타히어로 III. 생긴 건 장난감 같아도 이 녀석은 깁슨이 레스폴을 모형으로 만든 겁니다. 크기는 좀 작아도 와우와우하는 효과를 줄 수 있는 암(여기서는 와미 바)도 달려 있어 은근 실감 납니다. 게다가 다섯 개의 버튼을 따라 누르다 보면 나도 모르게 어느새 기타 솔로를 연주하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되는 거죠. 유튜브에 기타히어로를 즐기는 수많은 동영상들이 올라와 있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대부분의 음악 프로그램처럼 게임 방법은 간단합니다. 화면에 떨어지는 노트에 맞춰 기타의 버튼을 누르면 끝. 물론 몇 가지 테크닉이 필요합니다만 훈련 모드에서 다 가르쳐줍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게임 시작. 초급부터 전문가까지 4단계로 난이도를 조절하며 한 단계를 깨야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버튼 3개만을 사용하는 초급 단계에서는 한 두 곡 정도만 제외하면 대부분 잘 깨고 넘어갈 수 있습니다만 손가락 네 개를 사용하는 다음 단계에서는 어느 정도 연습이 필요합니다.


게다가 멜로디를 들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기타 소리를 들어야 하는 것이 포인트. 멜로디에 맞춰 노트를 눌렀다가는 금새 박차를 놓치고 맙니다. 게임을 하는 나는 퍼스트 기타리스트이지 리드싱어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70여 곡의 락을 난이도에 따라 연주해야 하므로 게임은 그리 만만치 않습니다. 하지만 귀에 익숙한 락 음악 몇 개를 들을 수 있다는 것도 이 게임의 선물이겠지요. 스콜피온스의 Rock You Like a Hurricane은 고등학교 시절 마이마이 카세트에 넣고 다니며 귀에 열불이 나도록 듣던 음악입니다. 스콜피온스 하니까 스틸러빙유가 떠오르죠. 안타깝게도 기타히어로 III 안에는 없습니다만!

이제 겨우 두 번째 단계를 깨고 있는 저로서는 언제 엔딩을 볼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조금 일찍 퇴근한 저녁마다 엑스캔버스 앞에서 기타를 두드리는 것이 꽤 즐겁습니다. 거기에 딸 아이가 옆에 껴들어 자기도 한 번 해보마 합니다. 이 녀석아, 이건 12세 이상 이야 라고 말했더니, 아빠 나 12살이야 그럽니다. ㅎㅎ 우리 나이로 따지면 딸 아이가 해도 된다는 뜻인가요. 어쨌든 아빠가 좋아했던 음악을 딸 아이도 같이 들으면서, 이 노래 괜찮은데? 라는 공감대를 갖게 되는 것도 이 게임의 보너스일 겁니다. 이 게임이 끝날 때 쯤이면 먼지 쌓인 기타를 꺼내 들고, 어쩌면 기타 학원으로 달려갈 지도 모를 일이겠네요. / FIN

  • ^^ 2009.07.31 11:15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닌텐도 히어로 들고 뒤뚱뒤뚱 움직이실 모습을 상상하며 ㅋㅋㅋ

  • Favicon of http://no1salaryman.tistory.com BlogIcon 정현아범 2009.07.31 13:08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하악거리게 만드시는군요..ㅡㅡ;
    wii는 안 사리라..안 사리라..

  • Favicon of http://www.zoominsky.com/ BlogIcon 짠이아빠 2009.07.31 15:11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언제 사무실에서 리사이틀 해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