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전입, 전형적인 소탐대실이라고요?

내년이면 딸 아이를 중학교에 보내야 합니다. 항상 애기같은 아이가 벌써 중학교에 간다고 하니 아빠 마음이 좀 싱숭생숭합니다. 이러다 보면 딸 아이가 지금 아빠를 놀려먹는 아이템 중 하나도 금새 이뤄지겠더군요. “나 대학 가면 아빤 오십이다!” 으, 아주 미칩니다. ㅋ

중학교 배정을 앞두고 가정 통신문이 왔습니다. 그야 말로 실소를 금할 수 없는 내용입니다. “위장 전입은 전형적인 소탐대실의 경우로서 귀한 자녀에게 편법과 불법으로 세상을 살아가라고 가르치는 것과 같습니다”라고 당당히 밑줄까지 그어왔습니다.

여기까지는 그렇다 치겠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이가 학교에서 오더니, 가정통신문에 부모님 사인을 받아오랬다는 겁니다. 참고로 가정통신문엔 부모님 사인 란이 별도로 없습니다. 그냥 옆에다가 사인을 받아오랬답니다.

좀 웃기더군요. 이 나라 최고지도자부터 행정부의 수장들까지 수 많은 사람이 버젓이 위장전입을 했고, 심지어는 위장 전입을 했다는 사실이 업무를 수행하는데는 별로 흠이 되지 않으므로(!) 당당히 임명되기까지 했는데 초등학교에서는 위장 전입을 “전형적인 소탐대실”이며 “귀한 자녀에게 편법과 불법으로 세상을 살아가라고 가르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데다가 학부모 사인까지 받아오라니 말입니다. 게다가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위장 전입이 폐혜를 낱낱이 설명하면서 최악의 경우엔 선생님과 학생과 부모님이 교육청에 끌려갈 수도 있다(!)라고 하셨답니다.

생각해보니 저런 법들은 그저 돈없고 힘없는 서민들만 철썩 같이 지키야 하는 것들입니다. 위장 전입으로 자녀들을 좋은 데로 빼 돌린(!) 분들은 그 귀한 자녀들에게 이 나라에서 좀 더 편리하게 살아가는 편법들을 가르치고 있으니, 사실 편법을 가르치지 못한 부모들이 무능력한 현실이 되버린 것이지요.

지도자의 도덕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꺠닫게 됩니다. 소위 말하는 지도층 인사들이 지키지 않은 법을 서민들은 지켜야 하니, 당연히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겠습니까.  우리는 지금까지 능력만 있다면 도덕성은 별로 문제될 것 없다는 생각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정말 그럴까요? 도덕에 둔감한 사람들이 갖춘 능력이란 것이 정말 선한 능력일까요? 사람의 능력은 도덕에 기반을 두어야 그 가치를 발휘하는 법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그 능력은 자기만을 위해 쓰여지는 것이 대부분일테니까요.

도덕성이야 말로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최고의 능력이라는 점, 이젠 잊지 말아야 겠습니다. 어쨌든 저는 이 나라에서 위장 전입이 더 이상 불법이 아닌 줄 알았더니, 그건 아닌 모양입니다. 그려. / FIN


  • Favicon of http://blog.daum.net/bouquetdor BlogIcon 풍류대장 2009.10.27 21:46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위장전입쯤은 괜찮습니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는 말 한 마디면 다 끝납니다
    대통령이하 장관 나부랭이들이 즐겨 쓰던 말 아니던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