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값 오를 수 있어요, 하지만 이건 아니죠

잠실 롯데월드 지하 2층에 블루스푼이라는 패밀리 레스토랑이 있습니다. 규모가 크진 않지만 음식 맛이 깔끔하고 값도 적당해서 즐겨 갔었지요. 함께 일하는 직원들은 데이트 코스(!)에 넣기도 하더군요. 반응이 괜찮았다 이겁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분위기가 좀 이상해졌습니다. 일단 음식 양이 줄었습니다. 예전엔 꽤 넉넉하게 잘 먹었다 생각했는데 어느 날부턴가 음식이 왜 이렇지,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러다가 오늘 드디어 대박 났습니다. 모처럼 갔더니, 메뉴판이 바뀌었습니다. 순간 싸한 느낌이 옵니다. 메뉴판 바뀌었단 얘기는 음식 값 올랐다는 얘기잖아요. ^^ 하지만 뭐 음식 값 오를 수야 있죠. 해도 바뀌었는데.

메뉴판을 열어 보고는 순간 당황했습니다. 7천원이던 함박스테이크가 무려 8,900원! 여기에 부가세는 별도이니 결국 7천 700원짜리가 9천790원. 자그마치 2천90원이나 오른 겁니다. 20% 이상 오른 거라 순간 이걸 먹어야 하나 나가야 하나 하는 생각까지 들더라고요. 날도 춥고 움직일 만한 데도 없어서 그냥 시켰습니다. 뭐 좀 달라졌겠지 하는 기대감으로요.

더 놀라운 건 음식이 나오고 나서였습니다. 햄버거 스테이크 고기는 예전보다 크기가 줄었고 곁들여 나오는 볶음밥도 줄었습니다. 채소 샐러드 대신 버섯 몇 개와 콘 샐러드 한 줌 올라와 있고요. 가격은 올리고 음식은 줄이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거지요. 직원들 모두 나름 충격(ㅋㅋㅋ)에 말을 잃고 조용히 음식을 밀어넣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서 끝난 게 아니지요. 후식으로 커피와 아이스크림 중에서 고를 수 있었는데 커피는 없어지고, 스쿱으로 퍼 주는 아이스크림도 속이 비어 있는 상태로 나왔습니다.

물론 그 집도 나름대로 사정이 있겠지요. 임대료가 많이 올랐을 수도 있고, 그 동안 안 올리다가 한꺼번에 올렸을 수도 있겠죠. 그러나 문제는 손님이 그걸 받아들일 수 있느냐 하는 거 아닐까요. 계산을 하면서 너무 올랐다고 했더니 밥 종류가 좀 올랐다고 하길래, 양도 줄었네요 했더니 대답이 없더군요. 물론 알바하는 종업원이었을 테니 설명할 방법도 없었겠지만요. 사실 결론은 간단해요. 받아들인 손님은 계속 갈테고, 못 받아들인 손님은 안 가겠죠. 점심 식사 한 끼에 만원이면 싼 건 아닌데  그 돈 내고 먹을만한 음식은 아닌 듯 합니다.

전 얼마 전 이 집, 꽤 괜찮다고 제 블로그에 추천했습니다만, 안타깝게도 그 추천을 취소해야 하겠네요. 블루스푼, 이젠 뜨내기 손님이나 받아들이려는 그저 비싼 음식점이란 생각 밖에 안 듭니다. 혹시라도 제 블로그에서 그 글을 읽고 블루스푼 방문하실 분들에게 참고하시라는 말씀 드려야 할 듯.

값은 올라도 음식의 질은 그대로 였으면 좋겠는데, 그걸 바라는 건 지나친 욕심인가요. ^^ 비싼 점심 먹고 와서 괜히 허탈합니다. ^^ / FIN

  • Favicon of http://me2day.net/cabb79 BlogIcon 가을희망 2010.02.03 16:17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별 설명없이 그런일이 일어나면 왠지 배신감같은게 들더라구요..
    좋은 음식점하나가 없어지는 순간이군요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2.03 16:18 신고 수정/삭제

      ^^ 그러게요. 게다가 계산하는 직원이 비록 알바였으니까 그랬겠습니다만 무성의한 대답을 듣다 보니 더 정이 떨어지던걸요. ^^

  • Favicon of http://www.yamyong.com BlogIcon 얌용 2010.02.03 22:15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곧 사라질 식당 리스트에 올려 놓아야겠군요~ ㅎㅎ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2.03 22:51 신고 수정/삭제

      ㅎㅎㅎ 그러게요. 그동안 우리 때문에 잘 된건데!(라고 착각하면서라도 산다는 ㅎㅎ)

  • Favicon of http://blog.daum.net/bouquetdor BlogIcon 풍류대장 2010.02.08 00:44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흐음~고놈들.참...

  • 바람나무 2010.03.07 20:46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저도 엊그제 똑같은 일을 겪었는데요... 종로구청에서 인사동 가는 길에 있던 "까스야"라고 하는 일식집입니다. 일식집의 우동은 가쯔오부시 국물로 만드는데, 이건 편의점에서 파는 2,000원짜리보다도 못하더군요. 가쯔오부시는 냄새도 안 나고. 밀가루 냄새에... 가격은 오르고. 양은 줄고. 맛은 훨 덜하고.

    화가 나서 속으로 다시는 안 온다, 라고 되뇌이면서 돈 아까와 다 비우고 나왔습니다.

[와인] 호텔 롯데월드 메가CC 와인부페

와인 열풍이 불면서 몇몇 호텔들이 와인부페를 열고 손님 끌기에 한창이란다. 요즘 들어 이런 저런 생각이 많아 와인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데 무리 없는 가격에 와인을 마실 수 있다 하니 호기심이 동할 수 밖에. 마침 사무실 가까운 곳에 있는 호텔 롯데월드의 메가CC라는 음식점에서 와인부페를 연다 해서 한 번 들렀다.

아무래도 호텔이라 예약을 해야 할 듯 해서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웃기는 건, 예약 하려고 해도 자리가 충분하다면서 굳이 예약하지 않아도 된단다. 아무리 자리가 넘쳐 나도 손님이 예약하겠다고 했으면 이름 받아 적고 자리 하나 마련해 주면 될텐데, 예약한 손님은 아무래도 부담이 생겨 꼭 가려고 할텐데 자리 충분하다고 굳이 안 받을 건 또 뭘까. 예약 받는데 그렇게 수고가 많이 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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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예약 없이 호텔 롯데월드 지하 1층에 있는 메가CC를 찾았다. 메가CC는 라이브 공연을 하는 일종의 PUB인데 와인부페 왔다는 말을 안 했더니 맥주 마시는 홀로 안내를 하는 것이었다. 기껏 자리에 앉아 메뉴를 고르고 와인부페 때문에 왔다 했더니 그럼 2층으로 가란다. 아무래도 영 호텔 답지 않은 그런 서비스라 살짝 기분 나빠지려 하는데, 와인부페가 있다는 2층에 가보고는 그런 기분은 싹 가셨다. 조용하고, 손님 없고, 편안했던 것이다.

우리는 일곱시를 조금 넘겨 도착했는데 손님은 오직 한 테이블. 처음엔 손님이 별로 없다가 열시쯤 나올 때는 대여섯 테이블 정도 손님이 찼다. 아무래도 일차로 오는 손님보다 2차로 오는 손님이 많은 듯. 하여튼 그 때까지도 크게 소란스럽지 않은 그런 분위기였다.

메가CC의 와인부페를 간단히 소개하면, 5개국 10종의 와인을 무제한 마실 수 있다라고 말하면 되겠다. 프랑스, 이탈리아, 칠레, 호주, 그리고 스페인 와인이 각 2종씩 제공된다고 했는데 우리가 갔을 때 스페인 와인은 없고 프랑스, 이탈리아, 칠레, 호주의 화이트와 레드 와인이 각 한 병씩, 그리고 이탈리아 레드 와인이 한 병 더 있어 총 9종의 와인이 제공되었다. 뭐 따지고 들자면 한 병 더 줬겠지만, 사실 굳이 따질 형편이 못 되었다.

일단 방식은 이렇다. 가운데에 있는 바에 와인들이 개봉되어 있다. 화이트 와인은 얼음에 재워져 있고 레드 와인은 그냥 실온 상태로 열려 있다. 바에 있는 와인잔을 꺼내고 자신이 마시고 싶은 와인을 따라 자리로 돌아가서 마시면 끝. 바게뜨와 하드볼 두 가지 빵과 버터가 기본 안주로 제공된다. 솔직히 안주라기 보다는 입가심 용이라고 보면 좋을 듯. 뭐, 이미 식사를 하고 왔다면 이 두 가지로도 살짝 입가심 하면서 와인을 마실 수 있겠다.

와인을 골라 마시다가 마음에 드는 와인을 병째 요구해도 된다. 웨이터가 원하는 와인을 개봉해 테이블로 가져다 주니 번거롭게 왔다 갔다 하면서 마시지 않아도 된다. 안주가 필요한 사람들은 별도로 주문하면 되는데 2만원에서 3만5천원 정도의 음식들이 있었다. 그런데 치즈나 과일 정도를 빼고는 아무리 봐도 맥주 안주지 와인 안주인 것 같지는 않았다. 저녁을 먹지 않은 우리는 저녁 겸 해서 먹기로 하고 3만원짜리 모듬 소시지를 시켰다. 결과만 놓고 보면 모듬 소시지는 특별한 감동이 없는 그냥 그런 메뉴였다. 호텔이라 비싸긴 비싼 안주였지만 말이다.

아무래도 와인 얘기를 안 할 수는 없겠다. 어차피 나는 와인 전문가도 아니고, 그냥 와인에 대해 관심 있어 간 정도이므로 와인 이름을 세세히 기억할 생각은 처음부터 안 했다. 단지 여러 와인을 비교하면서 마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찾아 갔기 때문이다. 와인 바에는 와인 생산국과 품종, 이름 등의 간단한 명찰이 달려 있고 드라이, 미디움 드라이 정도의 표시만 되어 있었다.

화이트 와인부터 시작. '드라이' 하다는 칠레 와인을 먼저 마셨다. 시큼한 맛이 입안을 감돌면서 침을 만들어 냈다. 아무래도 좀 강한 맛이 안주 없이는 계속 마시기 힘들 듯. '미디움 드라이'의 이탈리아 화이트 와인은 단 향이 물씬 풍겼는데, 향에 비하면 맛은 특징이 별로 없었던 듯. 사과 밭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준 프랑스 와인은 아무래도 부드럽다는 생각을 했고 호주 와인은 위 세 종류와 비교하면 맛이 없었다는 등 나름 대로 이런 저런 비교를 하며 와인을 마셨다.

이렇게 와인을 비교해 마시니, 드라이한 것이 어떤 맛인지 대충 감을 잡을 수 있었던 점이 오늘의 수확. 문제는 그렇게 많이 따라 마시지도 않았는데 여섯 번째 정도 와인을 마실 때부터 슬슬 취기가 돌아 제대로 비교하기가 힘들어졌다. 결국은 술 기운을 빌어 이런 저런 얘기 꽃을 피우며 와인 얘기는 뒷 전으로 밀려 나고야 말았다. 취할까봐 일부러 적은 양을 마셨는데도 결국 여덟 병의 맛만 보고 말았던 것이다.

와인부페 가격은 2만2천원. 부가세까지 다 포함한 가격이고 부페라서 봉사료는 붙지 않는다. 메뉴에 적힌 안주 가격도 10% 부가세가 붙는다. 솔직히 나는 와인이 좋고 그른지는 내 평가할 수준은 못된다. 게다가 와인부페에서 그렇게 좋은 와인을 마실 거라고 기대하고 간 것도 아니다. 와인이란 워낙 다양하고 특징이 많다 해서 그런 것들을 서로 비교해 볼 수 있는 기회다 싶어 찾아간 것이고 그런 점에서는 일단 성공하지 않았나 싶다.

와인은 정해져 있지 않고 상황에 따라 바뀌는 모양이다. 따라서 내가 무슨 와인을 먹었다고 해서 그 와인이 항상 나오란 법은 없을 터. 그러나 적어도 다음에 한 번 더 간다면 병에 있는 레이블이라도 찍어와야 겠다는 생각이다. 게다가 앞에서도 말했지만 와인바가 그다지 시끄럽지 않아 그냥 이런 저런 얘기 하기에도 부담 없는 자리였다는 것도 좋은 기억으로 남는다.

와인 초보자들이 맛을 비교하려 할 때
그냥 미친 듯이 와인 먹고 취하고 싶을 때

이런 경우라면 절대 후회하지 않는 선택일 듯. 안주 품질은 기대하지 않는 편이 좋다. / FIN

  • Favicon of http://www.zoominsky.com BlogIcon 짠이아빠 2007.05.02 00:35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서울대 다이어트 박사님의 조언... 술을 끊어라 6개월 감량 기간동안...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마셔야 한다면 오로지 술만 마셔라..ㅋㅋ 근데 와인도 술이라고 해야겠지..?... 프랑스 사람들은 물처럼 마신다더만...@.@ 좋았겠다... 이궁...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05.02 01:11 신고 수정/삭제

      형, 그냥 자전거 열나 타시라니깐. 효과 다 경험해 놓구선 왜 그르셔~ ㅋㅋㅋㅋ

  • Favicon of http://blog.empas.com/diabloti BlogIcon 정현아범 2007.05.03 08:58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와인마시고 취하니 약도 없더만요..ㅎㅎ
    어젠 간만에 참 즐거웠습니다..
    쭈꾸미가 좀 아쉽긴 했지만서두요..쩝쩝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05.03 15:38 신고 수정/삭제

      와인 마시고 취하면 그 다음날 머리 정말 아프고 ^^ 진짜 힘들어~ ㅋㅋ 나도 어제 너무 즐거웠고, 마무리가 웬지 허전하다는 느낌이... ㅋㅋ 주꾸미는 우리 사무실 근처에 괜찮은 집이 있으니 언제든 오시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