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말 바로 잡기 – 매수인, 매도인

나이가 사십이 되도록 매수인과 매도인을 헷갈린다고 하면 나한테 문제가 있는 것일까. 부동산이나 주식을 비롯해서 이런 저런 물건을 팔고 살 때 쓰는 계약서에 항상 등장하는 매수인과 매도인이라는 말을 볼 때마다 나는 꼭 한 번씩 되새겨 봐야 했다. 계약서를 쓸 정도로 크게 팔고 살 물건이 없는 데다가 주식 같은 건 해 본 적이 없어서 매도인이나 매수인이란 말을 쓸 일이 없었겠지만, 설령 자주 쓴다 해도 빠르게 이해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어려서부터 한자에 거부감이 많았으니 친해지기가 쉽진 않았겠지. 하긴, 니체가 그랬다던가. 한자는 세상에서 제일 더러운 글자라고. 니체를 좋아하진 않지만 그 말엔 절대 동감이다.

어쨌든 매수인과 매도인을 그냥 사는 사람, 파는 사람이라고 계약서에 쓰면 안 되는 걸까? 어차피 계약서란 예상하지 못한 나쁜 일이 생겼을 경우를 대비해 쓰는 것인데 좀 더 쉽고 명확하게 쓰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그런데 매수인과 매도인이란 말은 계약서뿐 아니라 신문이나 잡지 등에서도 너무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다음 예를 보자.

부동산 매매계약을 중개하면서 매수인의 대리인 것처럼 문서를 작성해 매도인에게 건네 놓고도

이 문장에서 매수인을 사는 사람, 매도인을 파는 사람으로 바꿔 보자.

부동산 매매계약을 중개하면서 사는 사람의 대리인 것처럼 문서를 작성해 파는 사람에게 건네 놓고도

기왕 바꾸는 거 이 문장을 한 번 더 바꿔 보자.

부동산을 팔고 사도록 중개하면서 사는 사람대신하는 것처럼 문서를 만들어 파는 사람에게 건네 놓고도

한 번에 느낌이 확 오지 않는가? 얼마든지 대신해 쓸 수 있는 우리 말로 이렇게 쓰면 될 것을 굳이 매수인, 매도인이라고 쓰는 건 여전히 어려운 한자말을 쓸 때 멋있어 보이고, 권위 있어 보이고, 똑똑해 보여서 그러는 것일까. 과연 우리의 계약서는 언제나 읽으면 바로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만들어질까. / FIN

  • Favicon of http://www.zoominsky.com BlogIcon 짠이아빠 2007.04.27 12:40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그려.. 내가 하고 싶은 말이라니까.. ㅋㅋ

  • Favicon of http://blog.empas.com/bouquetdor BlogIcon 진주애비 2007.04.28 01:00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뭘 그리 사고 팔일이 별로 없는 이사람에겐 특히나 아리송한 단어였습니다...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04.28 12:08 신고 수정/삭제

      정말 계약서 같은 거 하고 안 친한 사람들은 금방 알아듣기 어려운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