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마리오네트, 애잔함 위에 피어난 열정

마리오네트란 공연을 보러 가자길래, 수퍼마리오나 마리오파티와 무슨 관계가 있냐는 썰렁한 질문을 했다가 본전도 못 건졌다. 명동 유네스코 회관 건물에 자리한 명동아트센터. 옛날엔 펑키 어쩌구 전용 극장이었던 듯 한데, 새롭게 개보수를 하고 공연 전문 소극장으로 탈바꿈한 듯 하다. 누군가에게서 선물 받은 티켓으로 펑키 어쩌구를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아직도 난다. 공연 제목은 생각 안 나는데, 정성한인가, 연출자 이름은 생각난다. 컬트 트리플 출신이라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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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모르고 갔는데, 비보이 공연이란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저주 받은 몸치인 나는, 춤 잘 추는 사람들이 마냥 부러울 수 밖에 없지만, 그 부러움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춤 공연 같은 건 아예 보러 갈 생각을 안 했다. 그러다 엉겁결에 보러 간 마리오네트가 비보이 공연이라니. 별로 머뜩찮은 표정을 하고 공연장에 들어갔다. 눈치를 보니, 주변은 죄다 파릇파릇한 이십대 커플들이다. 얼핏 봐도 내가 나이가 제일 많은 듯(요즘 들어 이런 경우가 종종 늘어나니, 젠장 가슴아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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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이 시작됐다. 처음 시작부터 예사롭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저렇게 익숙하면서도 자연스런 모습은, 역사가 짧은 공연에서는 보기 힘든 것이다. 자연스럽게 박수를 유도하고 관객들을 끌어들인다. 물론 관객들이 적극적으로 호응하는 이십대라는 점도 작용했겠지만 관객들은 서서히 공연에 몰입한다. 관객이 빨리 공연에 몰입할 수록, 관객도 즐겁고 배우도 즐거운 법이다.

간간이 유머를 던지며 춤으로 공연은 진행됐다. 묘기에 가까운 춤 솜씨를 보이는 배우들에게 찬사를. 중간 중간 삽화를 보여주며 스토리를 설명하는 방식도 불편하지 않았고 신나는 춤 사위에 박수를 치며 공연을 즐겼다. 사람들에게 사랑 받기 시작한 인형들, 소녀를 사랑하기 시작한 인형. 1부와 2부의 막이 어느 틈에 흘러가고 3부 마법사의 공연이 시작됐다. 온통 검은 무대 위엔 흰 옷 차림의 마법사. 그의 손이 펼쳐지면서 마스크들이 춤을 춘다. 아, 이 공연 나 TV에서 봤는데!!



검은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현란한 형광 마스크의 춤은 감탄을 금하기 힘들다. 자전거를 만들고, ET를 만들어 내는 그들의 유머에 웃고 박수치며 환호할 수 밖에. 게다가 더 기특한(!) 건, 그들은 고고한척 하며 형광 마스크의 비밀을 굳이 감추려 하지 않는다. 갑자기 켜지는 환한 무대, 그와 동시에 드러나는 형광 마스크의 비밀. 관객은 배를 잡고 웃는다.


손풍금의 애절한 멜로디에 맞춰 인형들이 춤을 춘다. 힘차면서도 절제된 모션으로 애잔한 느낌을 주는 그들의 춤. 공연의 시놉시스는 결코 해피엔딩은 아니지만, 그들은 모두 춤을 출 수 있어 정말 행복하다는 듯 뜨거운 열정을 무대에 쏟아낸다. 그들의 열정에 관객들은 박수와 환호 밖에 보낼 것이 없다.

실제 공연 시간은 약 70분 정도 될까. 나머지 20분은 관객과 함께 즐기는 그들의 잔치다. 공연 중에 보여주지 못했던 신나는 춤들을 몸을 던져 보이고, 신기에 가까운 비트박스로 흥을 돋군다. 관객 모두 일어서 박수를 치고 마무리를 즐기니, 이건 파티다. 그리고 젊은 배우들만의 특별한 서비스. 공연을 마치고 나가는 관객들에게 포토 타임을 제공한다. 왜 좀 유명한 배우들은 이런 서비스 안 해주는 것일까 ^^

재미있다. 춤을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도 박수를 치고 즐길만하니, 다른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일 듯. 초등학교 5학년 딸 아이도 한참을 웃으며 같이 봤다. 이만한 비용으로 이만한 공연을 보기란 그리 쉽지 않을 듯. 공연을 보는 중간 중간, 비교하는 건 아니지만, 비슷한 비용에 재미있게 봤던 점프가 생각났다. 역시 뭐든 하나 독특한 볼 거리가 있는 공연은 절대 손해본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 법이다. / FIN


  • Favicon of http://ilovenecely.tistory.com BlogIcon 러브네슬리 2008.12.29 19:39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이런건 직접가서 봐야하는데...
    영상으로만 봐도 정말 재밌는데 ㅠㅠㅋ
    아쉽네요 ㅠㅠ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12.29 19:50 신고 수정/삭제

      그쵸. 이런 건 가서 봐야지요~ ㅋㅋ 저 유튜브 영상은 제작자가 직접 공개했다고 하던데, 아무리 영상으로 봐도 가서 보는 것 만은 절대 못하니까 그렇게 했겠지요~ ^^

  • Favicon of http://www.zoominsky.com/ BlogIcon 짠이아빠 2008.12.29 20:35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간만에 따님과 좋은 추억 만드셨구만.. ㅋㅋ

  • Favicon of http://www.paperon.net BlogIcon 편집장 2008.12.29 20:44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우리나라 비보이 들이 댄스에 대한 관객들의 기대치를 높여놓아서
    지난번 알레그리아 공연에서 일부 프로그램들은 관객들의 기대치에 미치치 못하는 부분들이 있더라구요. ^^
    마리오네트, 기회가 되면 꼭 보러가야겠네요. ^^

  • Favicon of http://www.rabbicat.com BlogIcon 토양이 2008.12.29 23:13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다찌랑 데이트하셨군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