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블로깅에 푹 빠지다

"요즘 세대는 글을 잘 안 읽어
모니터 화면으로 글을 읽는 거 얼마나 지루해
그래서 글은 짧게, 사진과 동영상을 주로 넣어서 쉽게 읽도록 만들어야 해"

라고 사람들은 얘기한다. 개인 블로그도 그렇고, 기업 블로그도 그렇다.

그런데, 글을 쓰다 보면 짧게 쓰는 게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니다. 물론 신변잡기 같은 이야기야 짧게 써서 넘겨도 괜찮지만 뭔가 정보가 담긴 내용을 쓰려면 금새 글이 길어진다. 책이나 영화를 보고 후기를 쓰거나, 음식점 뒷 얘기를 쓰려고 해도, 이것도 설명해야 하고 저것도 설명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읽는 사람을 배려한다기 보다, 내 할 말 쓰기에 바빠진다. 스스로 글자의 유혹에 빠져버리는 셈이다. 게다가 글이란 기승전결 구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짧게 쓰는 일이 일종의 고역이다. 그래서 제일 힘든 요구 중 하나가, 이거 글 좀 줄여줘~라는 것이다. 젠장, 할 말이 있는데 어떻게 글을 줄이란 말이야. 

그러나 대세는 이미 짧고 간결한 글을 요구하는데 난들 어쩔 것인가. 그래, 줄여 보자, 줄여 보자… 으아, 난 더 못 줄여!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런 면에서 요즘 열나 맛을 들이고 있는 토씨는, 짧은 글 쓰기에 익숙하게 해주는 재미난 툴이다. 이미지는 1개 밖에 안되고 글자도 4K 이내에서 입력해야 한다. 내 써보니 한글 기준으로 천 자 정도 들어가는데, 여기에 눈에 안 보이는 코드 값까지 포함되니 글자 수는 좀 왔다 갔다 하는 셈이다. 보통 내가 블로그에 쓰는 글이 A4로 한 장에서 한 장 반 정도, 글자 수로는 2천자가 넘어가니까 평소 들어가는 양의 반 정도도 안 들어가는 셈이다. 게다가 사진 넣고 뭐 하고 읽기 쉽게 중간 정렬로 배치하면, 아으, 글자 수는 확 줄어든다.

그런데 짧게 쓰는 것, 이게 참 묘미가 있다. 일단 블로깅 하는데 별로 부담이 없다. 개인 블로그에 글을 쓰려면 뭔가 좀 의미있게 써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서 부담이 많이 되는데 토씨는 그냥 가볍게 접근해도 된다. 그래서 요즘 소위 말하는 토씨질에 재미를 좀 붙이고 있다. 게다가 토씨는 애초부터 모바일 블로깅에 초점을 맞춰 태어났다. 휴대폰만 있으면 어디서나 사진을 찍고 글을 써 블로그를 쓸 수 있다. 그러니 밖에 나갔다가 기다려야 할 일이라도 생기면 짧은 블로깅에 도전할 수 있다.

문제는, 짧게 쓰다 보니 아무래도 내용이 신변잡기로 흘러 버린다는 것이다. 물론 신변잡기를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개인의 삶을 기록하고, 또 다른 개인과 소통하는, 이른바 SNS의 개념으로 접근한다면 신변잡기도 좋은 콘텐츠가 될 것이다. 그러나 토씨가 싸이월드와 다른 제대로 된 블로그 서비스로 성장하려면, 토씨에 담긴 콘텐츠에 정보로서의 가치가 있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아는 사람 위주의 신변잡기 수준으로 간다면 결코 블로그 서비스로 성장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다. 싸이월드의 성장이 한계에 다다른 것은 그 안에 포함된 콘텐츠들이 정보로서의 가치가 없기 때문이 아닐까. 반대로 블로그가 지금처럼 성장한 것은  그 안에 담긴 콘텐츠들이 정보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았고 사람들이 정보를 찾기 위해 블로그를 검색하고, 반응하기 때문이다.

토씨의 짧은 블로깅은 이런 점에서 양면의 칼과 같다. 게다가 모바일 블로깅이라는 최고의 장점이 있어 성장 가능성이 다른 어느 곳보다 크다고 본다. 그러나 짧은 블로깅 안에 정보가 담겨 있지 않으면, 결국 사람들은 토씨에 싫증을 내고 말 것이다. 수많은 정보들이 생산되고 유통되는 곳의 중심이 되려면 짧은 글 안에 가치 있는 정보가 담기도록 이끌어 내는 것, 이것이 토씨 운영진에게 부여된 중요한 숙제일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짧은 블로깅에 열중하다 보니, 주제 넘은 한 마디를 하고 말았다. 짧은 블로깅 어쩌구 하면서도 결국 글이 길어져, 이 글은 토씨에 못 쓴다... 에이구... ㅋ


  • Favicon of http://bkryu.tistory.com/ BlogIcon bk 2008.08.21 17:24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모바일이라는 매체의 특성상 많은 글을 쓰기는 어렵겠지요.
    인터페이스의 문제도 있을거고, 전송의 문제도 있을테고....아무레도 토씨 서비스는 휴대폰의 사진이나, 동영상을 활용한 즉시성을 살릴려는 의도가 크지 않을까 싶네요.
    기존에 모바일 싸이월드와 기능 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을 것 같고....싸이월드가 블로그로 이름만 바꾼것 같은 느낌? ㅎㅎㅎ

  • Favicon of http://tereian.tossi.com/ BlogIcon tereian 2008.08.21 17:27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앗!! 토씨를 쓰는 분을 만나니 완전 반가운데요?! ^^ 토씨가 블로그와는 다른 중독성이 좀 있죠! ㅎㅎ 레이님 토씨 주소는 어케 되나요? 토씨에서도 가끔 인사하고 지내요~ ^^

  • sepial 2008.08.21 17:47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무제한의 세상이 꼭 제일 신나는 건 아니더라구요. ^^
    오늘 텃밭 마무리 공사하려고했는데 비가 와서 일케 컴터앞에 앉았습니당~

  • Favicon of http://www.hansfamily.kr BlogIcon 마래바 2008.08.21 21:36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맞아요.. 조금만 설명해서 글을 쓰면 금방 길어져서 늘 고역입니다.
    다 쓰고나면 내가 왜 이리 길게 썼누 싶지만, 줄이기도 쉽질 않네요..
    연습이 필요해요.. ㅋ

  • Favicon of http://www.zoominsky.com/ BlogIcon 짠이아빠 2008.08.21 23:50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이외수 선생님.. 보거라.. ^^ 공백이 너 많잖어.. ^^

  • Favicon of http://blog.empas.com/diabloti BlogIcon 정현아범 2008.08.22 10:18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오늘 대표님이 한일전 보여주시면 다 제 덕분이라는..흠흠

  • Favicon of http://myusalife.tistory.com BlogIcon 샴페인 2008.08.23 06:57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좋은 지적해주셨네요. 저도 조금만 자상하게 글을 쓰다보면 엄청 길어지게 되더라구요. 원래 말이 많은 성격도 일조를 하겠지만 말입니다. 저도 싸이 열심히 하다가 최근에 블로그로 옮겼는데 싸이와 블로그에 관한 비교는 참 공감이 가는 말씀이네요. 저도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블로그에는 뭔가 공익성이 있는, 왔다 가는 사람들에게 뭐 하나라도 새롭게 알게되는게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쓰고 있거든요. 잘 읽고 갑니다.

  • Favicon of http://www.midorisweb.com BlogIcon 미돌 2008.11.29 23:20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왕~ 샴페인님 여기서 뵙는군요 ㅎㅎ 싸이보다 블로그가 훨 유익하지요~
    토시는 저도 한번 시도해보고 싶긴하군요..요즘 많이 보이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