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맛집] 예상과 다른 맛, 문산제일 염소불고기

태어나서 ‘진주’는 처음 가봤습니다. 진주에서 태어나셨거나 진주와 가까운 곳에 사시는 분들은 좀 다르겠지만, 저처럼 진주를 가보지 않았거나 이제 겨우 한 번 가 본 사람들은 ‘진주’라는 이름을 들으면 ‘남강’ 아니면 ‘논개’를 떠올릴 뿐 그 외에 특별한 어떤 이미지가 없을 겁니다.  

처음 가보고 뭘 알겠습니까마는, 진주는 참 느낌이 좋은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을을 가로질러 흐르는 강이 아름다웠고, 남쪽 지방에서 부는 훈훈한 바람이 겨울인데도 꽤 푸근했습니다. 좋은 분들을 만나 일도 잘 하고, 식사도 잘 하고 왔으니 사실 좋지 않은 기억이 생길래야 생길 수도 없겠지만요.

저는 맛집을 소개하기 전에 꼭 세 번은 가보고 나서야 글을 씁니다. 맛이라는 건 워낙 주관적인데다가 주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거든요. 세 번 가보고 나서 아, 이 집 괜찮네 하는 생각이 들면 그 때 글을 씁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규칙을 깨야만 하겠네요. 맛있게 잘 먹었는데 세 번씩 갈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새벽부터 내려가 업무를 끝내니 점심 때가 되었습니다. 어른을 한 분 모시고 가기도 했습니다만, 진주에 계신 분들이 점심으로 염소 불고기를 먹자 하는군요. 순간, 어유 누가 아저씨들 아니랄까봐 그런 걸 먹나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었습니다. 고기를 그다지 즐겨하지 않는 데다가 왠지 염소라고 하니까 노린내 같은 것도 날 것 같고, 거부감이 생겼거든요. 하지만 제가 뭐라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니까 조용히 따라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공기밥이나 먹어야 겠다 뭐 이런 생각으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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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 불고기를 먹는다 하니까 무슨 산 밑에 있는 허름한 식당 같은 곳을 찾아갈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어랏? 깔끔하고 모양새도 나름대로 괜찮은 건물로 들어가더군요. 진주 계신 분 말씀에 따르면 그 건물이 무슨 상도 받았다고 하더군요. 나름대로 깔끔한 건물 때문에 이미지가 좀 좋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염소 불고기라니...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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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찜찜하게 앉아 있는데 찬이 깔리고 염소 불고기가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생긴 건 별로 이상하지 않네요. 그냥 불고기와 별 다를 바 없었습니다. 딱히 무슨 냄새가 나는 것도 아니었고요. 그리고 잠시 후, 나름대로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 집 사장님이 들어오신 거지요. 사장님 들어오신 거야 뭐 특별한 일은 아닌데, 사장님만이 해주시는 특별 서비스가 놀라운 겁니다. 부추를 한 다발 가득히 익어가는 염소 불고기 위에 넣고 손으로 - 뜨거울 텐데 - 염소 불고기와 부추를 섞어주는 겁니다. 그 장면을 찍었어야 했는데 놀란데다가 신기하기도 해서 어어~ 하다가 놓치기는 해서 아쉽긴 합니다만 여튼 손으로 부추와 불고기를 쓱쓱 섞어주는 모습에 박수라도 치고 싶을 지경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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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와중에 들은 말씀이, 어릴 적 아버지가 해주시던 염소 불고기가 너무 생각나서 한 번 해봤는데 영 그 맛이 안 나더라. 7년을 연구했더니 드디어 그 맛을 낼 수 있게 되었다더라 그런 얘기였습니다. 뭐 얘기야 그렇다 치고 이제 맛을 봐야 할 때지요.

심리적으로 느껴지는 냄새 말고는 - 염소고기에서는 냄새가 날거라는 편견 떄문에 느껴지는 ^^ - 어떤 특이한 냄새를 맡을 수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소 불고기보다 덜 느끼했고, 그래서 담백했다고 표현해야 할까 봅니다. 기름기 같은 것도 덜 했고요. 무엇보다도 흙냄새 가득 나는 부추 향이 염소 불고기와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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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 불고기는 이렇게 먹는 거랍니다. 쌈무에 불고기 한 점 얹고 부추 가득, 그리고 갓김치도 넣어 돌돌 말아 먹습니다. 담백한 고기 맛, 흙냄새 나는 부추 맛, 쌉싸름한 갓김치 맛, 그리고 새콤한 쌈무의 맛이 묘하게 어우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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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건 보너스. 진주에서나 마실 수 있는 ‘진주’라는 술입니다. 술이라면 워낙 좋아하는 저니까 얼른 한 모금 입에 대었는데, 한약재도 들어간 듯 싶고 여러 기기묘묘한 맛이 나는데 정체를 잘 모르겠더라고요. 나중에 병을 봤더니, 아하, 이건 도라지 술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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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코스로 볶음밥도 빠질 수 없지요. 불고기가 맛있었는데 볶음밥이 맛없을 수는 없는 일 아닙니까. 여튼 기대했던 것과 달리, 아주 잘 먹었다고 말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 나이 먹도록 음식에 대한 편견을 가진 것도 창피했고요.

무책임한 자세인줄 알지만, 저는 진주를 처음 가봤기 때문에 그 식당을 찾을래도 도저히 찾을 길이 없습니다. 그러니 저한테서 식당의 위치를 찾는 건 기대하지 마시고요, 제가 검색을 해봤더니 관련 정보가 엄청나게 나오는 군요. 진주시에서 제공하는 여행 정보 페이지에 이 집에 대한 소개가 있으니 그걸 참조하시면 되겠습니다.

진주시 여행 정보 안내 보러 가기

사실 진주를 언제 다시 가게 될지, 아니면 앞으로 더 갈 일이 없을지 그건 모르는 일입니다만, 기회가 된다면 이 집 한 번 꼭 다시 가보고 싶군요. 가끔은 가지고 있던 편견을 버린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잘 알게 해준 집이니까요. / FIN
  • Favicon of http://heysukim114.tistory.com BlogIcon 저녁노을 2008.01.10 11:59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내 고향을 다녀가셨네요.ㅎㅎㅎ
    문산...땅값무지 올랐심니더. 혁신도신가 몬가 때문에.....

    가까이 아귀찜집도 유명한데.........

    좋은 하루 되세요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1.10 12:23 신고 수정/삭제

      ^^ 혁신도시 우짜구 얘기가 있더니, 그게 그 말이군요. ㅋㅋ 기회가 된다면 아귀찜에도 도전을~ ^^

  • ^^ 2008.01.10 12:04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염소'라는 말에 뜨악~ 했었는데....
    여느 불고기 못지않게 맛난다는 말씀에 한번쯤 도전해 보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군요...ㅋㅋ
    점심시간 다가오는데 마구마구 배 고픕니다^^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1.10 12:23 신고 수정/삭제

      저도 배고픕니다~ ^^ 맛있는 점심 식사 하시길.

  • Favicon of http://www.rabbicat.kr BlogIcon 토양이 2008.01.10 14:06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밥먹고 와서 보는 건데도 군침이 도는;;

  • Favicon of http://dogguli.net BlogIcon 도꾸리 2008.01.10 14:23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염소 불고기 한 번 먹어보고 싶어요~
    개소주만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불고기로도 먹을 수 있다니~
    넘 맛나 보여요~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1.10 19:30 신고 수정/삭제

      아, 개소주 때문에 염소에 대한 이미지가 그랬던가 봐요. ㅋㅋㅋ

  • Favicon of http://happicialist.tistory.com BlogIcon Energizer Jinmi 2008.01.10 15:15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먹는 이야기 가득한 레이님 블로그 ㅎㅎㅎ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1.10 19:31 신고 수정/삭제

      그러게요. 요즘 바빠죽겄는디 먹는 얘기만 해서 뒤룩뒤룩으로 변해가는 중... 으아악~

  • Favicon of http://www.zoominsky.com BlogIcon 짠이아빠 2008.01.10 17:24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아.. 중학교 시절.. 친구 집에 가서 친구 엄마에게 강제로 먹힌?.. 노루고기 생각이 나는군요..
    눈이 커서 슬픈.. 노루고기도 먹었는데 염소는.. 가픈하게 먹을 수 있을텐데... ㅋㅋ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1.10 19:31 신고 수정/삭제

      허억~ 노루는 도저히 도전할 엄두가 안 난다는... ㅋ

  • Favicon of http://j4blog.tistory.com BlogIcon moONFLOWer 2008.01.11 08:22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저희 큰집이 문산인디...
    언제 한번 한국들어가면 큰집에 가서 저 집에서 식사를..?? 이거 확률적으로 거의 불가능한가요? ㅜ,.ㅜ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1.11 13:35 신고 수정/삭제

      한국 오실 확률이 적다는 말씀이세요? 아니면 큰집 갈일이? ㅋㅋ 하긴 저도 큰 집 안 간지 한참 되었네요.

  • Favicon of http://mepay.co.kr BlogIcon mepay 2008.01.12 11:42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참 ..신기하군요.
    염소가 생긴건 왠지 거무튀튀하니 맛이 없어 보이는데..
    포스팅을 보니
    검나 맛나 보입니다..ㅎㅎ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1.14 10:05 신고 수정/삭제

      뭐, 맛이라는 건 항상 주관적인 거라서 절대적으로 이렇다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괜찮았습니다 ^^

  • 이노겔럽 2008.01.17 09:14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저랑 같은 곳인지는 모르지만....상호명을 몰라서....
    여튼 문산에 염소불고기 유명한집 있습니다.
    오후 2~3시가 되어서도 점심드시는 분들로 가~~득찬...
    수년전에 첨 갔을때 염소불고기와 전구지(부추)를 한가득 넣었을때....
    염소보다 부추가 더 많아 주 메뉴가 뭔지 모를정도의...-_-;
    그러나, 먹다보면 고기보단 부추가 모자른다는..^^;
    그럴땐 외쳐주세요~~~~여기 부추 추가요~~~~!!!
    여하튼, 아주 맛나게 잘 먹고 온 집입니다...한 서너번 갔지 싶으네요...기억이 새록새록....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1.17 10:13 신고 수정/삭제

      아마 같은 집일 것 같네요. 염소 불고기를 여러 군데서 하는 것 같지는 않으니까요. ^^

  • BlogIcon TISTORY 2008.01.17 11:44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안녕하세요. 티스토리 운영자 입니다.

    현재 회원님의 포스트가 다음 첫페이지 하단 이미지 영역에서 소개되고 있습니다. 회원님의 유익한 포스트를 다른 회원님들께 소개 해 드리고자 위함이오니, 혹시 노출에 대해서 문제가 있으시다면 티스토리 담당자 메일(tistoryblog@hanmail.net) 를 통하여 이야기 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 흑염소 2008.01.17 11:48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영남권에서는 직장회식을 할때 가끔 염소를 한마리를 통채 예약해서 먹는 경우가 있습니다. ^^
    금액별로 크기가 틀려지는데 살코기는 발라서 불고기 거리로 준비를 해주고 뼈는 곰국물용으로 줍니다.
    1박을 할 경우는 숙박하면 밤새도록 놀면서 염소 곰탕을 먹죠 익숙하진 않지만 아주아주 오래 기억이 남는 일이죠-아마 모르시는 분들은 색다른 경험이 되지않을까요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1.17 11:52 신고 수정/삭제

      아하 ^^ 돼지 바베큐 한 마리 통으로 예약하는 건 봤어도 염소를 그렇게 한다는 얘기는 처음 들어요 ^^ 역시 지역마다 독특한 문화가 있다니까요 ^^

  • 무인시대 2008.01.17 15:19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여름휴가때 염소불고기를 구입해서 산장이나 야외에서 구워먹으면
    엄청 맛이 있어요 특히 염소가 싱싱한 풀을 먹지안는 겨울철에 고기
    가 더더욱 맛있습니다.
    진주 문산에 본점이 있고요 평거동에도 지점이 있으니까 진주에
    오시는 길이 있으면 맛보세요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1.17 15:29 신고 수정/삭제

      산장이나 야외에서 구워 먹는 맛은 상상만 해도 군침이 돕니다 ^^ 아우~

  • Favicon of http://blog.daum.net/jong5629 BlogIcon 김천령 2008.01.17 15:44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염소불고기,
    정말 맛있겠네요.
    자세한 설명, 깔끔한 사진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1.17 15:48 신고 수정/삭제

      생각했던 것과 달리 참 맛있었습니다. 방문 고맙습니다 ^^

  • 이상학 2008.01.17 17:51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염소고기 하면 저도 왠지 비릴거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소고기보다 낫다는 말에 함 먹어 보고 싶네요.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1.17 18:18 신고 수정/삭제

      담백하고, 외려 영양소도 더 많다고 하더군요 ^^

  • 일신우일신 2008.01.17 18:36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부산 동래 산성에 가면 많이 해요. 저도 야유회 가서 직장동료들과 먹었던 적이 있는데 막걸리랑 그렇게 잘 맞을수 없더라구요. 또 먹고 싶다. 쩝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1.17 18:38 신고 수정/삭제

      아, 경남이나 부산 지역에서는 염소불고기 하는 집이 꽤 있는가 보군요 ^^ 다들 맛있었다고 하시는 분위기네요~ ^^

  • 깍꿍 2008.01.17 19:17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염소불고기라 해서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문산 제일식당 염소불고기네요.
    예전에는 주인할머니가 직접 뜨거운 불판위에 맨손으로 부추를 고기랑 버무려 주셨죠.
    그때 맛은 지금도 잊질 못하겠네요. 염소불고기 먹으러 창원에서 1시간넘게 차를 타고 갔다오곤 했는데
    작년 여름에 먹어본 이후로는 안가는 곳이죠.
    가격도 인상됐을뿐더러 작년 여름에 이곳에서 먹은 염소불고기는 5천원짜리 일반 불고기보다 못한 맛이였습니다. 오죽했으면 그 비싼 염소불고기를 남기고 계산하면서 한마디 했을까요.
    물론 그 날따라 맛이 없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뒤로 지인들에게 들리는 소식도 맛이 예전같지가 않더라는군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발이 끊긴곳입니다.
    이 글을 보고나니 예전의 그 맛이 그리워지네요.^^

    p.s위에 어느분 말씀처럼 그 근처에 아구찜으로 유명한곳도 있습니다.
    마산에서 맛있는 아구찜을 먹어본 저로서는 크게 맛있다는 생각은 못했지만
    양은 정말 푸짐하더군요.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1.17 19:58 신고 수정/삭제

      네 제가 갔을 떄 주인할머니가 직접 손으로 버무려주는 걸 먹는 그런 행운을 누렸죠 ^^ 혹시 모르죠 예전에 드셨던 분들한테는 맛이 변했을지도요. 뭐 변하지 않는 게 과연 얼마나 있을까요~ ^^

  • 제일안갈래 2013.07.06 12:35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이곳은 그 배짱장사로 유명한곳이네요...
    사장은 누쌀찌푸리고 고기는 질기다는...
    유명하다는 맛집은 다 그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