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천사들의 제국, 내게도 수호천사가 있을까

사람은 죽으면 6단계의 과정을 거쳐 세 명의 천사 앞에서 마지막 심사를 받는다. 사는 동안 세상에서 선을 베풀어 600점을 얻으면 천사가 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고, 600점이 안되면 다시 사람이나 동물, 식물 등으로 환생해 점수를 채워야 한다. 점수를 채울 때까지 사람은 몇 번의 생을 계속해서 살아야 한다. 게다가 새로운 생을 선택할 수 있다. 문제는, 이전 생의 평가 결과에 따라서 선택할 새로운 생의 범위가 결정된다는 것. 과거의 생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고, 과거의 생과 연결되는 또 다른 삶을 살아야만 하는 것이다. 600점을 채울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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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천사들의 제국’은 타나토노트의 속편이다. 타나토노트에서는 사람들이 죽음 뒤의 세계를 탐험하는 이야기였다면, 이번엔 죽음 뒤의 세계에서 사람의 세계를 관리하는 천사의 이야기다. 타나토노트의 주인공 미카엘 팽송이 여기서도 주인공을 맡았다. 감히 인간이 사후세계를 어지럽혔다는 이유로 신들의 분노를 사 죽게 된 미카엘 팽송이 이번엔 천사가 되어 사람들을 관리하게 된다는 뭐 그런 얘기다.

누차 강조하지만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은 몹시 황당하면서도 아 그럴 수 있겠다 싶은데 매력이 있다. 이것은 그가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이 단순한 상상에 따른 것이 아니라 풍부한 과학적, 철학적 지식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하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뇌에 대한 지식은 이미 정평이 나 있는 데다가 각종 신화의 내용을 분석하고 그 사이의 연관 관계를 만들어낸 그의 창작력은 감탄을 금할 길이 없다.

미카엘 팽송은 원래 600점을 채우지 못해 다시 인간으로 환생해야 하나, 미카엘의 수호 천사인 에밀 졸라의 강력한 말빨에 힘입어 천사가 되는 특권을 누리게 된다. 그는 자신의 가이드 천사로 에드몽 웰즈를 만나게 되고, 그가 괸리해야 할 세 명의 사람을 배정 받는다. 그 세 명의 출생에서부터 성장, 살아가는 과정에 끊임없이 개입하고 그들이 600점을 채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미카엘의 미션. 그들 중 누군가가 600점을 채우면 미카엘에게도 뭔가 보상이 생긴다니, 구미 당기는 미션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 미션으로만 끝나면 좀 심심한 법. 여기에 다시 천사로 환생한 라울을 만난 팽송은 천사 세계의 마지막 장벽인 제7장벽 이후에 관심을 갖게 되고 금지된 영역을 찾아 탐험을 나서는 한편, 자신이 관리해야 할 세 명의 사람들을 관리하는데 열정을 기울인다. 그러나 사람에게는 자유 의지가 있어 천사가 그에게 무언가를 가르친다는 것도 그리 쉽지는 않은 일. 게다가 라울의 끊임 없는 유혹으로 그는 결국 천사들의 세계 저 너머를 탐험하는데 참여하게 된다.

결국, 미카엘은 그 너머에 있는 뭔가를 발견하게 되지만 세 명 중 한 명의 죽음을 방치하게 되고 그 사람의 영혼과 맞부딪혀 싸우기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미카엘은 과연 호기심과 미션을 다 만족시키면서 또 다른 상급의 세계로 나아갈 수 있을까. 뭐, 결론부터 말하면 상급으로 넘어간다. 그리고 그 상급 세계의 이야기가 다음 편 소설인 ‘신'에서 펼쳐지는 것이다.

짜임새 있는 내용과 기발한 상상력 때문에 이 책 역시 손에서 놓기 힘들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신들의 이름이 등장하고, 또 다른 역사적 인물들이 사후 세계에서 특별한 미션을 받아 수행하고 있다는 소재들도 흥미를 더하는 부분이다. 거기에 비록 천사의 관리를 받고 있지만 자유 의지에 따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변해가는 과정도 꽤 재미있다.

신 때문에 타나토노트와 천사들의 제국을 읽긴 했는데, 오랫만에 손에서 책을 놓지 않고 읽어낸 소설들을 찾았다는 생각에 꽤 흐뭇하다. 그런데다가 처음엔 좀 데면데면했던 신을 이제 다시 읽을 생각을 하니 은근한 기대감도 쌓인다. 오직 바라는 건, 신의 후속편들이 빨리 나와주기를! / FIN

2008/12/26 - [미디어 다시 보기] - [책] 신 - 나도 언젠가는 신이 될 수 있을까
2009/01/06 - [미디어 다시 보기] - [책] 타나토노트, 죽음 뒤엔 어떤 세계가 있을까?


  • Favicon of http://www.rabbicat.com BlogIcon 토양이 2009.01.07 14:13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마구 드는데요? 0_0;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9.01.07 17:45 신고 수정/삭제

      딴 사람은 몰라도 토양이님은 좋아할 듯! ^^

  • Favicon of http://blog.daum.net/bouquetdor BlogIcon 진주애비 2009.01.09 13:47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올핸 맘 먹고
    소설을 좀 읽어야겠다는 마음으로
    새해첫날 서점에 들렀습죠 이것저것 골라 계산했는데 가격이 끝내줬어요..ㅋㅋ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9.01.09 13:52 신고 수정/삭제

      ㅎㅎ 술 한 번 찐하게 마셨다 생각하시죠 머~ ㅋㅋ

[책] 신 - 나도 언젠가는 신이 될 수 있을까

미치도록 갈증이 나서 물을 찾는 것처럼, 가끔 그렇게 책을 사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런데 그 많은 책들 중에서 도대체 무슨 책을 사야 할지 막막하기란 말도 못한다. 정작 갈증이 나서 마트에 들어 갔는데 음료가 너무 많아 뭘 마실지 몰라 괜히 궁시렁 거리는 꼴이다. 이럴 때 가장 쉬운 방법은 베스트셀러를 살펴보는 것이다. 남들이 많이 사는 건 다 이유가 있는 법이고, 설령 속았다 손 쳐도, 나 아닌 다른 사람들도 같이 속은 거니 좀 덜 억울한 셈이니까.

그렇게 책이 사고 싶어 인터넷 서점을 어슬렁 거리다가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발견한 책이 ‘신’이다. 이게 뭘까 하고 클릭해봤더니, 세상에, 베르나르베르베르다. 이 정도면 사실 고르고 말고 할 것도 없다. 나는 어느 틈에 신1과 신2를 장바구니에 담았고 결제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튿날 즈음, 책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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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소설은 손에 잡는대로 바로 읽는 것이 내 습성이다. 드문 드문 읽어서는 발동도 안 걸리고, 내용도 이해가 안되고, 그러다 보면 다 읽지 못하고 책장 속에 처박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신… 베르나르베르베르의 다른 책들과 달리 처음에는 진도가 영 안 나갔다. 그럴 수 밖에. 이 책은 베르나르베르베르의 전작 타나토노트와 천사들의 제국에 이은 속편 같은 느낌이다. 게다가 개미에 등장하는 인물도 나온다. 그러니 앞에 두 책을 읽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처음에 영 어색할 수 밖에. 이 인물에 대한 얘기는 내가 지난 번에 해줬잖아 라는 식으로 내용을 풀어가는 작가 앞에서, 그의 전작 시리즈를 읽지 않은 독자들은 당황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솔직히 난 꽤 오래전 타나토노트를 읽었음에도, 초반에 적응하기가 좀 어려웠다. 그러다 보니 초반에 쉽게 몰입하지 못하기는 했다(아, 여기엔 연말 술자리 여파도 물론 있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주말에 작정하고 책을 붙들었더니, 역시 초반의 어색함만 이겨 내면 베르나르베르베르의 다른 책들처럼 술술 넘어 가기 시작했다.

신의 주 내용은 이거다. 베르나르베르베르의 전작 소설에 등장했던 주인공들이 이번에는 신이 되는 일에 나섰다. 나섰다기 보다는 신들이 그들을 선택했다. 144명의 후보에는 주인공인 미카엘 팽숑을 비롯해 개미에서 절대 잊지 못하는 그 이름 에드몽 웰즈, 그리고 빅토르 위고, 생텍쥐베리 등등 프랑스에 살았던 유명 인사들이 꽤 등장한다. 심지어 마타하리와 마릴린 몬로까지. 후보생 144명은 모형 지구를 가지고 갖은 생물에서부터 인간까지 만들어 그들을 양육해 보면서 신이 되는 공부를 한다. 그 와중에 누군가 후보생들을 하나씩 죽이기 시작하고 후보생들은 점점 조여오는 위협에 두려움은 커져 간다. 과연 후보생들을 죽이는 자는 누구이며, 누가 종국에 신이 될 것인가.

약 올리려고 이렇게 쓴 것이 아니다. 신은 원래 3부작인데, 이번에 번역되어 나온 1,2는 1부에 해당한다. 그러니까 신1,2권을 다 보고 난 후에는 마치 마무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찜찜함이 남아 있다는 말이다. 좀 더 유심히 설명을 보았다면 나머지 시리즈가 다 나왔을 때 샀을 텐데, 서둘러 산 것이 오히려 원망스럽기도 하다.

결론을 말하면 재밌다. 그러나 앞에서도 썼던 것처럼 베르나르베르베르와 친하지 않은 독자라면, 그의 작품을 읽지 못한 독자라면 초반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을 게다. 반면, 개미 시리즈라도 한 번이라도 봤던 독자들에겐 꽤 재미있는 소설이 될게다. 나는 신의 나머지 2부작을 기다리기에 조급한 나머지 타나토노트와 천사들의 제국 시리즈도 주문해버렸고 이번 크리스마스 휴일에 타나토노트 시리즈를 다 읽어 버리기까지 했다. 타나토노트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다시 전해드리기로. 어쨌든 다음 시리즈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도 은근한 재미가 될 듯하다. 베르나르베르베르 참 마음에 드는 작가다.

  • Favicon of http://blog.empas.com/bouquetdor BlogIcon 진주애비 2008.12.27 10:21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허구적 삶이 싫어 소설은 거의 읽지 않았는데
    요즘 부쩍 소설이 읽고싶어졌습니다
    역시나 제 책꽂이엔 소설은 몇권 없으니
    주일 서점나들이나 좀 해봐야겠어요...ㅋㅋ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12.28 22:05 신고 수정/삭제

      허구적 삶이라기보다는 꿈꾸는 삶이라고 생각하시면 어떨까요? 어차피 소설이라는 것이, 있을 법한 가상의 이야기이니까요. ^^

  • Favicon of http://www.rabbicat.com BlogIcon 토양이 2008.12.27 12:48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음.. 일단 번역 끝나면 봐야겠어요ㅠㅠ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12.28 22:05 신고 수정/삭제

      ㅋㅋ 그 번역 땜시 내가 많이 양보하고 있다는 거 아셔?? ㅋㅋ

  • ^^ 2008.12.29 13:46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전 타나토노트를 먼저 읽겠습니다 ㅋㅋ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12.29 15:53 신고 수정/삭제

      네, 타나토노트 읽고 나니까 신도 다시 읽고 싶어졌어요~ ㅋ

  • Favicon of http://greendayslog.tistory.com BlogIcon 그린데이 2008.12.30 14:44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어제 퇴근했더니 남편이 자기 직전까지 책 두권을 보더니 이상한 퀴즈를 하나 내더라구요.

    1에서 9까지의 숫자를 하나 생각해봐. 9를 곱해봐. 한자리 수면 그냥 두고 두자리 수면 두 숫자를 더해봐. 5를 빼봐. 그 숫자에 해당하는 알파벳을 생각해봐. 알파벳으로 시작하는 국가명을 떠올리고, 국가명의 끝자로 시작하는 과일 이름을 얘기해봐. 뭐 이런...

    이렇게 한참 셈을 시키더니 제가 생각하고 있는 답은 '키위'라며 내가 하고 있는 모든 생각은 사전에 이미 계획된 것이라며 이상한 논리를 펼치더라구요 --;

    알고보니 남편이 읽고 있던 책은 '신'이었고 그 이상한 논리가 신에서 말하고자 하는 주된 내용이라고.... 그런가요?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12.30 13:29 신고 수정/삭제

      베르나르베르베르의 책들 중에...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인가 뭔가.. 그런 책이 하나 있는데 ㅋㅋ 그 안에 그 딴 내용이 많이 나오죠~ 그런데.. 그 논리가 신의 주요 내용인지는 잘 모르겠는데요?? ㅋㅋㅋ 여튼, 상상력이 기발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