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술, 부대찌개, 겁을 잊은 날

그런 날이 있다.

점심때, 배가 고프면서도
괜스레 힘이 넘치는 날.
전날 뭔가 큰 건을 잘 해결했거나
놀러 가기 바로 직전 기분이 드는 날.

이렇게 기분이 살짝 업된 날은
낮술 땡기는 법이다.
그리고 뭐니 뭐니해도 낮술에 잘 어울리는 메뉴는 찌개다.
그것도 부대찌개.


소주가 화학주야?
주정에 물을 타서 만드는 게 소주다.
알콜 도수 95도 쯤 되는 주정은
그냥 알콜이라고도 부른다.
그러니까 알콜에 물을 탄 게 소주인 셈이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우리 먹는 소주가 화학식으로 인공 개발한 술인 줄 안다.
소주는, 곡물을 발효하고 증류해 만든 주정에 물을 타서 만든다.
(이 과정이 화학 아니냐고?)
(그럼 뭐 나도 할 말 없다 ㅜㅜ)

누구 소주 마실 사람?
옳다꾸나 손드는 사람
눈치보며 손드는 사람
마지못해 손드는 사람
저마다 반응은 제각각이나
오늘은 다들 겁을 잊고 싶은가 보다.

여기 소주도 한 병 주세요.
그런데 손님 밥상 챙기느라 정신 없는 아주머니는
정작 소주 갖다 줄 생각을 안 한다.
낮부터 소주를 재촉할 수도 없고 ㅋ
 
고기나 회도 좋지만
뭐니 뭐니 해도 소주엔 국물 안주가 최고다.
하긴, 누군가는 그랬다.
탄수화물이 제일 좋은 안주라고.
그 말이 맞는다면 점심에 마시는 소주엔
더할나위 없이 좋은 안주가 있는 셈이다.

어느 틈에 식사는 끝나고
잔도 비었다.
일어서는 기분이 어쩐지 아쉽지만
살짝 흥분되는 게
오후에 해야 할 일 걱정도 사라지고
일거리 어찌 됐나는 클라이언트의 확인 전화도 안 무섭다.

그래, 돈 버는 것도 좋지만
나도 기 좀 펴고 살자.

이런 게 사는 거다. ㅋ

의정부정통부대찌개
서울시 송파구 삼전동 132-13
02-416-6950

  • Favicon of http://pp19in.egloos.com BlogIcon 뽀다아빠 네모 2011.10.13 17:43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ㅋㅋ 아쉽겠네요. 낮 술이라...일해야하니...쬐금 드셨겠네요...^^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1.10.14 09:12 신고 수정/삭제

      ㅋㅋ 잘 지내시는가?
      얼굴 다 까먹긌다 ㅋㅋ

  • Favicon of http://redmato.com BlogIcon 호련 2011.10.14 02:18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이런 게 사는 거다' 좋네요.... ^^

  • 뒷땅.... 2011.10.14 09:55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음......어디서? 불러봐봐 행님아..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1.10.14 10:01 신고 수정/삭제

      ㅎㅎㅎ 오늘 낮에도
      비 핑계 대고 먹자고? ㅋ

비 오는 날엔 부대찌개가 당긴다

'비 오는 날은 짬뽕'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얘기한다. 사실 나도 비 오는 날 짬뽕을 즐겨 먹는다. 솔직히 말하면 비 오는 날 먹기 보다는 술 한 잔 한 다음 날 속풀이로 먹는 경우가 훨씬 더 많지만 ^^ 어쨌든 왠지 축축한 날엔 얼큰한 짬뽕 국물을, 땀을 흘리며 홀짝거려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축축하게 젖은 날, 나는 보글 보글 찌개를 훨씬 더 즐겨 먹는 편이다. 뚝배기에 담긴 순두부가 가득한 해물 순두부 찌개, 시큼한 김치와 두부가 든 김치찌개, 향긋한 냉이 향 가득한 된장찌개… 누가 한국 사람 아니랄까 봐 비 오는 날이면 나를 유혹하는 찌개들이다. 그런데 ^^ 정작 그런 날 내가 찾는 건 한국 최초의 퓨전 음식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부대찌개다.

잠실 4단지 레이크팰리스와 석촌호수가 만나는 석촌동 사거리를 지나 배명중고등학교 쪽으로 주욱 내려 가다 보면 기아자동차 대리점 옆에 의정부 부대찌개 집이 있다. 이름에서도 느낄 수 있는 것처럼 이 집은 뭐 그리 특별한 집은 아닌 그 흔한 의정부 부대찌개 집이다. 그런대도 내가 굳이 이 집을 물고 들어 가는 건 이 집 부대찌개는 다른 집 보다 덜 자극적인, 육수가 부드러운 집이기 때문이다.

내 알기로 이 집 부대찌개의 특별한 점은 단 하나, 찌개를 끓이는 육수다. 보통은 사골 국물 같은 허연 육수를 쓰는데 이 집은 다시마와 멸치 등 해산물로 낸 육수를 쓴다. 그러니 육수가 흰 색이 아니고 초록색 비스무레 하다. 그런 까닭에 매콤한 양념장이 들어가 풀어지면서 뻘건 국물을 내기는 해도 일반 부대찌개보다 순하다는 느낌이 든다(심리적이든, 실제로 그렇든 그건 잘 모르겠다 ^^).

사용자 삽입 이미지

부대찌개가 끓기를 기다려 절대 빠져서 안 되는 라면 사리를 홀짝거리다 보면 어느새 찌개가 알맞게 끓는다. 라면 사리 보다 더 빠져서는 안 되는 청하 한 잔을 반주로 곁들이면 축축한 비로 쳐졌던 몸과 마음이 은근히 달아 오른다. 일순간 짜증스럽던 비는 운치 있는 비로 바뀌고, 식당 밖으로 보이는 빗줄기에 왠지 시라도 한 편 쓰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래, 이런 맛에 비 오는 날 나는 부대찌개를 먹으러 간다.

뭐, 차를 타고 일일이 찾아 와서 먹을 만한 집은 아니다. 그냥 송파, 잠실 근처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점심 식사 한 끼 하기에 괜찮은 집이란 뜻이다. 인스턴트 냄새 많이 나는 놀부 부대찌개 보다는 훨씬 괜찮은 집이니 말이다.

이렇게 찌개 예찬을 잔뜩 써 놓고 정작 오늘은 바지락 칼국수 먹었다. 하여튼 비 오는 날엔 얼큰하던 시원하던, 뭔가 국물 있는 음식이 당기는 건 틀림 없는 사실인가 보다. / FIN

 
  • Favicon of http://health.gamsa.net BlogIcon 양깡 2007.08.08 16:32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집에서 끓이는 부대찌게로는 흉내내기가 참 힘들어요. 육수 차이겠죠.

    예전에 신촌에 근무할때엔 그 앞 부대찌게 유명한 곳이 있어 자주 갔었는데 ... 제 입이 지금 마구 반응을 하고 있습니다.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08.08 16:34 신고 수정/삭제

      맛있는 음식은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돌지요~ ^^ 부대찌개에 소주 한 잔... 아유... ㅋㅋ

  • Favicon of http://smirea79.tistory.com BlogIcon smirea 2007.08.08 17:40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레이님^^

    그렇지 않아도 오늘 이 포스트 보면서 블코채널 주제랑 딱 맞는 것 같아 제가 링크시키려고 했는데,

    딱 맞춰 걸어주셨네요^^

    블코채널에서 레이님 글 보고 반가워서 다녀갑니다~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08.08 17:53 신고 수정/삭제

      ㅋㅋ 사실은 블코 채널 보고 쓴 거에요~ 블코 채널 보다가 딱 생각이 나서... ^^ 블코에서 이것저것 받아 먹음서 해드린 것도 없고~ 그냥 포스트나 날려야지요 뭐~ 고맙습니다.

  • Favicon of http://happicialist.tistory.com BlogIcon Energizer jinmi 2007.08.08 17:56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아~ 사진 넘 실감나요! 야미야미~

    저희 회사 앞에도 "이모네 집"이란 유명한 부대찌게 집 있거든요.
    연옌들 많이 오는~ 얼마전에 이동건 한지혜 커플도 온거 봣어요 히히

    나중에 오시면 한번 함께 가시지요ㅎㅎ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08.09 09:37 신고 수정/삭제

      네 ^^ 저도 얼마 전에 그 집 갔었어요~ 거기도 정말 유명하고 괜찮은 집~ ^^

    • Favicon of http://happicialist.tistory.com BlogIcon Energizer jinmi 2007.08.10 13:50 신고 수정/삭제

      아, 혹시 필로스님과?ㅋㅋㅋ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08.10 13:59 신고 수정/삭제

      그렇기도 하구요 ^^ 그 전에도 갔었어요. 건너편으로 이사하기 전에~ ^^

  • Favicon of http://happyblog.kr BlogIcon 열심히 2007.08.09 01:03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아 군침돌아요.
    역삼동에 송탄 부대찌개라고.. 맛있는 집 있는데 거기 부대찌개 맛이 생각나네요 ^^
    야밤에.. 부대찌개가 먹고 싶어지네요 ^^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08.09 09:38 신고 수정/삭제

      ^^ 역삼동 송탄 부대찌개는 한 번도 못 가 본 집이네요~ 예전에 역삼역 사거리에 대우식당이라는 부대찌개집도 있었는데~ 건물 공사하면서 없어진 것 같다는... (아님 제가 모르게 어디론가 이전했을 수도 있겠지요~ ^^)

  • Sim 2007.08.14 18:13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역삼역에 대우식당.. 정말 오랜만에 듣는 이름입니다. 역삼동에서 일할 때 간혹 간 기억이 다시 다네요. ^^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08.14 23:06 신고 수정/삭제

      네, 전 거기서 소주도 꽤 마셨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