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코리아, 생활 뉴스 미디어로 거듭 나라

블로그코리아가 다시 문을 열었다. 블로그 처음 시작할 때, 메타 블로그가 뭔지도 모르고 찾아가 주소를 남겼던 그 블로그코리아(이하 블코)가 이런 저런 일을 겪으면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사실 블코가 다시 오픈했다고 해서 내가 굳이 감격할 일도 없고, 흥분에 들떠 열심히 수다 떨고 다닐 일도 없다. 그냥 예전의 메타 서비스가 주인이 바뀌면서 다시 시작하는구나, 뭐 그렇게 넘겨버릴 수도 있는 일이니 말이다.

그런데 사람의 일이란 참 예측하기 어려운가 보다. 예전에 모시던 '보스'가 야인생활을 접고(!) 덜컥 블코에 자리를 잡으셨으니, 블코를 그렇게 지나쳐 버릴 수만은 없게 된 것이다. 그런 까닭에 블코 시사회에도 초대를 받는 귀한 영광을 누렸다. 귀한 초대긴 하지만(!) 초대하는 것도 보스 스타일답다. 시사회 날 아침 울리는 전화 소리, 네~ 전데요~ 올거지? 네~ 이걸로 끝이다. 사실 블코 시사회 있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요즘 정말 일이 많아서 미처 챙기지를 못하고 있다가 당일 아침에야 전화를 받고 아 오늘인가? 뭐 그런 생각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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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시간 보다 15분이나 이르게 블코 사무실 앞에 도착했다. 좀 이른 것 같아 바로 올라가기도 뭐해서 편의점에 가 포도주스 한 상자를 들고 쉬엄 쉬엄 올라갔는데, 아무래도 너무 조용하다. 그런 걸 보면 나도 참 대책 없다. 꽤 많은 사람들이 올 텐데, 그 정도면 사무실에서 못할 텐데 그런 생각을 했어야 했는데 아무 생각 없이 사무실로 올라가다니. 살짝 문을 열었는데 웬 남자 분 혼자 사무실을 지키고 있다가 근처 다른 데서 하는데요~ 라는 말. 헐~ 이럴 줄 알았으면 미리 미리 올라와서 조금이라도 시간을 벌 걸. 부랴 부랴 보스한테 전화를 날렸더니 선릉역 근처란다. 젠장, 블코 사무실부터 선릉역은 가까운 거리지만, 죽어라고 차 막히는 거리기도 하다. 결국 절반은 걷고, 절반은 버스 타고, 결국 삽십 분 늦게 시사회장에 도착하고 말았다.

하여튼, 앞으로 블코와 어떤 인연을 맺게 될 지는 잘 모르겠지만, 귀한 초대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응원 글이나 하나 날려야겠다는 의무감에 빠졌다. 잘 하라고? 기운 내라고? 무슨 말을 써야 할까 고민하다가, 메타 블로그에 대한 평소의 생각을 적어 보내는 것이 맞겠다 싶었다. 솔직히 말하면 다음 블로거 뉴스에 보낼 생각이었는데 ^^ 마치 연애편지 한 장 써 놓고 이름만 바꿔 다른 사람한테 보내는 것 같아 좀 미안스럽긴 하지만 보내지 않은 편지였으니, 그나마 좀 덜 미안하기도 하다.

시작하는 말이 너무 길었다. 사람마다 메타 블로그를 보는 관점은 다르겠지만, 나는 메타 블로그는 철저히 미디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블로그에서 글을 모아 편집하고 발행해 더 많은 사람들이 좋은 글을 쉽게 찾아 읽을 수 있는 미디어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블로그 스피어가 커지면 커질수록 기사는 넘쳐 나고, 그러다 보면 사람들은 좋은 글을 찾아내 읽기가 점점 힘들게 된다. 마치 물건이 너무 많아 인터넷 쇼핑하기 어려운 것과 마찬가질 게다. 이렇게 많고 많은 글들 중에서 좋은 글을 뽑아 새로운 미디어를 만드는 것, 이것이 메타 블로그가 해야 할 일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런 까닭에 메타 블로그는 메타 블로그가 골라내는 글에 따라 성격이 좌우된다. 메타 블로그마다 이런 부담을 덜고 싶은 탓인지, 추천하는 방식을 도입한다든지, 나름대로 블로그 기사를 평가하는 방법을 도입하지만 – 블코도 뭐 희한한 방식을 쓴다고는 한다만 – 기술적인 것은 예상치 못한 오류가 생기기 마련이다. 특히 참고할 만한 데이터 수가 절대적으로 모자란다면 그 결과는 예상했던 것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타날 수 밖에 없다.

그런데다가 블로그 기사의 질은 기계로 분석할 수 없다. 결국 마지막 단계에선 누군가 사람이 나서서 기사를 정리하고 편집하고 발행해야 한다. 이러한 역할을 하는 사람, 소위 말하는 편집자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 편집자가(혹은 편집자들이)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글을 좋아하는지에 따라 메타 블로그의 성격이 달라진다. 이런 걸 가지고 공정성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어차피 누군가 선택해야 하는데 선택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무리 기술이 발달한다고 해도, 이 작업만큼은 사람이 직접 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다시 강조하지만 블로그 기사의 질은 기계로 분석할 수 없기 때문이다.

메타 블로그가 힘을 가지려면 두 가지 요건이 필요할 것이다. 하나는 읽기 좋게 만들어 주는 것, 또 하나는 트래픽을 만들어 주는 것. 내가 좋아하는 글을 쉽게 볼 수 있어야 사람들이 블코를 찾을 것이고 블코에서 트래픽이 많이 나와줘야 블로거들이 블코에 글을 보낼 것이다. 예컨대 여러 글들이 많이 올라오긴 하지만 올블은 IT 기사가 강하다. IT 기사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올블에 안 갈 수 없다. 하지만 넘쳐나는 IT 기사로 올블에 오래 붙어있기가 쉽지 않다. 다음의 블로거뉴스는 어떨까? 아직 그 성격을 모르겠다. 너무 많은 글들이 올라오고 다방면의 글이 많아 뭐라고 정의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자주 가기는 하지만 역시 진득하니 붙어 있기는 힘들다. 마지막으로 예를 들어 안됐지만 오픈블로그는 이도 저도 아니다. 아무런 특성이 없다는 얘기다. 그러다 보니 갈 일이 별로 없다.

블코는 어떨까. 아니 앞으로 블코는 어떻게 가야 할까. 내 감히 블코더러 이래라 저래라 할 건 없지만 ^^ 그래도 한 마디 조언이라면, 아니 희망이라면 나는 블코에서 생활 뉴스를 많이 봤으면 좋겠다.

딱히 쓸 말이 없어 생활 뉴스라 부르긴 했지만, 생활 뉴스란 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일들을 글쓴이의 경험에 따라 정리한 뉴스다. 여행지에 대해, 제품에 대해, 서비스에 대해… 철저하게 개인의 경험이 가득 든 그런 뉴스를 말한다. 남이야 어떻든 내가 느낀 대로, 내 경험에 충실해 쓰는 글이다.

그래서 생활 뉴스를 쓰다 보면 반드시 악플이 붙는다. 내가 자전거 얘기를 쓰면 자전거포 주인이냐 하고, 음식점 얘기를 쓰면 식당 주인이라는 얘기가 꼭 붙는다. 아이팟 얘기를 쓰면 애플 사장이라고 붙을 줄 알았더니 알바란다. 홍보성이 강하다고 따지는 사람은 차라리 양반. 이렇게 써 줬으니 돈 주겠네 라며 비아냥거리는 글도 붙는다.

생활 뉴스는 자기의 경험에 맞춰 만드는 글이다. 이런 글은 기존 언론에선 소화하기 힘든 글이고 그 내용들도 입으로나 전해지는 얘기들이다. 그러나 생각해 보라. 다른 사람의 경험이 얼마나 내게 도움이 되었는지. 펜션에 다녀온 사람의 자세한 탐방 뉴스가, 어떤 물건을 산 사람의 경험이 들어간 사용기가, 식당에 가서 음식을 먹어보고 아주 편하게 얘기한 시식기가 내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되었던가. 좋은 펜션 하나 고르기 위해, 물건 하나 사기 위해 얼마나 인터넷을 뒤졌던가. 사양과 단순한 스트레이트성 기사가 가득한 속에서 제대로 된 블로거의 글을 보았을 때 얼마나 기뻤던가. 그리고 그 글이 내가 선택하는데 얼마나 큰 도움을 주었던가.

어차피 블로거는 기존 미디어의 기자들과 다르다. 특정 집단에 소속되어 특별한 혜택을 받으며 글을 만들어 내지 못한다. 자기가 좋아서, 자기가 하고 싶어서 글을 만든다. 혜택은 없지만 그렇다고 틀도 없다. 대신 여러 사람이 내 글을 읽으니 적어도 거짓은 쓰지 말아야 한다. 그냥 자신의 경험에 충실해, 경험 대로 애기하면 된다. 블로거의 글을 읽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그 속에 묻어 있는 경험의 흔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경험들은 기존 언론들이 절대로 소화할 수 없는 전혀 새로운 영역의 글이다. 기존 미디어와 블로그 스피어로 대표되는 미디어 2.0이 서로의 장점을 흡수하며 발전하면서 서로의 공백을 메꿔 줄 것이다. 블로그 스피어가 기존 미디어를 보완할 수 있다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귀중한 경험의 흔적들을 골라 다른 사람들에게 간접 경험을 제공하는 것, 이것이 블코가 해야 할 중요한 일 중 하나라 나는 믿는다. 생활에 필요한 글을 찾기 위해 블코에서 뭔가 입력하면 블로거들의 경험이 잔뜩 묻어 나왔으면 좋겠다. 이래라 저래라 독자를 가르치는 기사, 딱딱한 기사, 별 내용 없이 있는 사실만 늘어 놓는 기사 이런 것들이 아니라 개인의 경험이 가득 담긴 그런 생활 뉴스가 나왔으면 좋겠다. 그래서 내가 매일 매일, 블코에 코를 박고 사는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다. 코 박고 살아도 하나도 시간 아깝지 않은 그런 블코였으면 좋겠다. / FIN

  • 2007.07.20 01:05 ADDR 수정/삭제 답글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soundcard.tistory.com BlogIcon soundcard 2007.07.20 04:55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이건 어쩐지 현업 종사자의 글 같다는 느낌이 들지만... ㅋㅋ 대체로 공감하는 이야깁니다. 다만 말씀하신 생활뉴스를 생산하는 기능에서 포털이 한발짝 앞서가고 있다는 점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 아닐까 해요~~^^

  • Favicon of http://blog.nemesys.co.kr/tt BlogIcon Nes 2007.07.20 11:03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제목을 보면서 들은 느낌이 왠지 무릎팍도사 마지막 부분에서 출연자에게 처방전을 내리는 장면이 떠오릅니다.^^;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 Favicon of http://jpod.tistory.com BlogIcon j 2007.07.20 20:15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노가다의 힘! 귀중한 경험의 흔적을 골라내기 위해 필요하죠 :)

  • Favicon of http://www.systemplug.com BlogIcon 어설프군 YB 2007.07.20 21:49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레이님 시사회때 뵙고는 오랜만에 블로그에서 뵙게되네요.
    블코에 대한 방향성을 나타내 주셨다고 생각하는데요.
    내부적으로도 많은 참고가 되었던 내용이었습니다
    소중한 글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블코에 대한 많은
    애정과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 Favicon of http://blog,empas.com/bouquetdor BlogIcon 진주애비 2007.07.25 14:20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와!! 멋진 글쓰기...
    언제 전 이런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