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더 이상 사랑하지 말자

이명박 후보가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됐다. 정치엔 별 관심도 없지만, 하는 일 중 연관되는 일이 있어서 한나라당 대선 후보 발표 과정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 뭐, 솔직히 궁금하기도 했고 ^^ - 어쨌던 이명박 후보가 됐다.

이명박 후보가 후보 수락 연설을 하는 걸 지켜 봤다. 말 참 잘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연습했을까 그런 생각도 들고, 저렇게 기분 좋은 연설을 하려고 연습하는 건 참 가슴 설레는 일일 거라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갑자기 이런 말이 들렸다.

지지한 사람과 지지하지 않은 사람 모두를 사랑합니다…

갑자기 좀 다른 생각이 떠 올랐다. 얼마 전 사무실에서 쓰는 인터넷과 관련해 상담할 일이 있어서 KT에 전화를 걸었다. 잠시 후 상담원이 전화를 받았고 그 예쁜 목소리로 들려오는 첫 마디에 나는 가슴이 콱 막혔다. 그 상담원은 이렇게 말했다.

고객님, 사랑합니다.


그 때 내 기분, 사실은 참 이상했다. 그 상담원은 내가 누군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모르는 사람한테 그런 표현을 할 수 있을까. 그 말을 듣는 고객 중 누구 하나라도 사랑한다는 그 말을 믿는 사람이 있다는 말일까.

요즘 참 사랑한다는 말을 많이 한다. 정치인도 그렇고 연예인들도 그렇고, 하여튼 누군가 앞에 나서서 말하는 사람마다 사랑한다는 표현을 쓴다. 생각해보니 대통령도 그런 표현을 쓴다. 그런데 그 사람들, 정말 사랑한다는 말이 어떤 뜻인지 알고서 쓰는 것일까? 정말로 사랑한다는 감정을 느껴서 그렇게 말하는 것일까?

정답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내가 아는 사랑은 이런 것이다. 잠든 딸 아이를 가만히 부둥켜 안고,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세 번 속삭이다 보면 나도 모르게 울컥하는 일, 내 정말 사랑하는 사람의 눈을 보며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가슴 저려 하는 일, 정말 친한 친구를 부둥켜 안고 심장 뛰는 소리를 느끼면서 뿌듯함에 기뻐하는 일… 이런 게 사랑하는 거다. 사랑한다고 말하는 순간 가슴 한 켠이 아릿하게 아파오는 것, 그게 사랑하는 거다.

흔해 빠진 사랑한다는 말, 이제 제발 그만 들었으면 좋겠다. 솔직히 믿기지도 않고, 기대도 하지 않는다. 단순히 잘 보이려고, 동정표 얻으려고, 마케팅 수단으로 말한다는 거 나도 다 안다. 그래서, 그래서 더 가증스럽고, 불쾌하다. 그래, 당신들은 지금,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속담에 의지해, 당당하게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거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그 거짓말에 속아주면서 못 이기는 척 그냥 듣고만 있는 거다. 그것 다 알면서도 뻔뻔스럽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사랑'이란 말에 대한 모독이다.

제발 사랑이란 말의 가치를 더 떨어뜨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내가 누군가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면, 그 사람에게 내 가슴 떨림이 그대로 전해 졌으면 좋겠다. 흔하게 내뱉는 가짜 사랑이 아닌, 진짜 사랑이 이 세상 가득 넘쳐 났으면 좋겠다.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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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blog.daum.net/mylovemay BlogIcon 실비단안개 2007.08.20 22:12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개나 소나 막 지껄이는게 요즘의 사랑이지요 -

    "사랑한다고 말하는 순간 가슴 한 켠이 아릿하게 아파오는 것, 그게 사랑하는 거다."
    절대 동감입니다.
    생각과 고민이 없는 인간들이 어찌 감히 사랑을 논하는지 -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08.20 22:16 신고 수정/삭제

      ^^ 예전부터 쓸려고 생각해 두었던 글인데, 별 글도 이닌데, 답글 달아주셔서 고맙습니다 ^^

  • Favicon of http://blog.empas.com/pp19in BlogIcon 뽀다아빠 2007.08.20 23:05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잠든 딸 아이를 가만히 부둥켜 안고,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세 번 속삭이다 보면 나도 모르게 울컥하는 일....."

    요거....생각나는 글입니다....요 글 보고 제가 언젠가 아내에게 했던 기억이....^^

    "고객님 사랑합니다"....이 말은 "저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습니다." 와 같은 말 아닌지...컥!!!!!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08.20 23:06 신고 수정/삭제

      뽀다한테 해야지 누가 제수씨한테 하라 그랬나~ ^^ 이렇게 찾아와 주니 몹시 반가우이~ ^^

  • Favicon of http://echo7995.tistory.com/ BlogIcon echo 2007.08.20 23:07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잘 읽고 갑니다^^
    그냥 마음이 따뜻해져서 돌아가네요~^^

  • Favicon of http://www.zoominsky.com BlogIcon 짠이아빠 2007.08.21 01:12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레이야.. ... 형이 너 사랑한다.. ^^ 진심으로.. ^^

  • 들풀 2007.08.21 07:24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세요. 부모가 사랑한다고 할때 내 마음이 찡해야만 받아들이나요?? 아이들이 잘못하고 난 다음에도 사랑한다고 할때 받아 주잖아요. 사람이 실수하고 때로는 잘못해도 받아주면 더 잘할 수도 있답니다.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08.21 08:24 신고 수정/삭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잘못한 것을 받아들이는 것과 거짓말을 받아들이는 건 좀 다르지 않겠어요? ^^ 실수를 용서하고, 받아주는 건 부모가 해야 할 당연한 일이지요~ ^^ 그나저나 전 아이들에 대한 얘기를 하는 건 아닌데요~ ^^

  • Favicon of http:// yingbin77@hanmail.net BlogIcon 하늘사랑 2007.08.21 09:51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찐한 감동 옵니다.ㅎㅎ 저역시도 그런사랑 싫거던요.
    요즘 사랑한다구 허면 왠지 설레임보다 두근거리는 마음보다 의심이 앞습니다.
    진짜사랑 거짓사랑일까 허구...
    흔대 요즘 그렇게 흔한 사랑 과연...
    생각해볼 문제 인것 같습니다.
    어떻게 받아들이냐 하는 차이겠죠...
    아무턴 저두 정말 싫어요 그런사랑.....가식....사치스러움 같아서....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08.21 10:47 신고 수정/삭제

      ^^ 의심이 먼저 앞선다는게 참 마음아프지요 ^^ 고맙습니다.

  • Favicon of http://health.gamsa.net BlogIcon 양깡 2007.08.21 11:28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고객님 사랑합니다." 에 저도 당황해서...

    "네~ 저도 사랑합니다."

    "....네???"

    "ㅋㅋㅋ"

    이랬습니다. 주책이죠... ^^;;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08.21 14:34 신고 수정/삭제

      헉~ 그런 방법이~ ㅋㅋㅋ 만일 상대방이 진짜 사랑했다면 저런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을 거에요~ ㅋㅋㅋ

  • Favicon of http://blog.empas.com/bouquetdor BlogIcon 진주애비 2007.08.21 22:28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고객님꼐 사랑한다 말해야 월급을 받는 이 현실!!...ㅜㅜ
    레이님 나중에 사랑의 어원을 한 번 올려주세요...^^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08.21 23:33 신고 수정/삭제

      진주아빠님, 전 아직 사랑을 모릅니다~ ㅋㅋ

  • Favicon of http://blog.empas.com/diabloti BlogIcon 정현아범 2007.08.24 10:02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형님..사탕합니다..

  • 기쁨 2007.12.28 15:38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그러게요...나만 그런 불쾌함을 느끼는건 아니었군요...동감합니다.
    차라리 감사합니다가 훨씬 와닿는데요~^^ 왜 그걸 모를까요?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12.28 15:50 신고 수정/삭제

      그러게요. 고맙습니다 라고 하면 더 좋을 텐데 왜 그랬을까요? 도대체 누구 생각이었을까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