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남자의 면 사랑, 면 릴레이 #7 : 건면세대

두 남자의 면 사랑 이야기 - 면 릴레이

면을 너무 좋아한 두 남자가 점심, 저녁 식사를 면으로 하겠다고 나선
재미있는 이야기, 면 릴레이.

그 일곱번째 릴레이가 시작됩니다.

일곱번째 릴레이 : 건면세대
날짜 : 5월 24일 점심 식사

어제 오전까지만 해도 오늘이 쉬는 날이라는 걸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그러나 내가 알건 모르건 어쨌든 오늘은 쉬는 날. 게다가 비까지 오는 쉬는 날이라니. 뭘 할 수도 없고, 안 할 수도 없는 그런 어정쩡한 날이 되어 버렸다. 딸 아이는 친구들과 놀기로 약속이 되어 있고, 오후에 수영장엘 가기로 했으니 수영장 가는 것만 챙겨주면 될 일. 어차피 수영장은 사무실 건물 지하에 있으니, 나는 미리 사무실에 나와 이런 저런 일을 보다가 오후 늦은 시간에 올 아이들을 챙겨주기만 하면 된다.

그래서 쉬는 날임에도 오늘은 사무실 출근. 비 소리 들리는 사무실에 혼자 조용히 있으니 사실 부러울게 별로 없다. 글도 쓰고, 영화도 한 편 보고, 책도 읽고, 그러다 보면 어느 틈에 하루가 훌쩍 지나가 버릴 터이다.

이런 날 혼자 어디 가서 점심을 먹기도 참 우스운 일이다. 집이건 사무실이건 남자 혼자 점심을 해결할 방법은 90% 이상이 라면일테다. 그런데 오늘은 이것 저것 유난 떨면서 움직이기가 괜히 싫다. 그냥 냉장고에 들어 있는 맥주 한 잔과 피자 한 쪽으로 점심을 대신하면 될 듯. 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일이 생겼다.

예전에 건면세대에 대한 글을 하나 올렸었다. 봉지라면인 줄 알고 샀는데 컵라면이어서 황당했다는 둥, 제까짓게 결국 컵라면이지 않겠냐는 둥, 호화건면류라고 이름을 붙였는데 럭셔리 컵라면이라는 둥 뭐 그런 얘기를 좀 썼다. 그런데 오늘 나를 깜짝 놀라게할 답글이 달렸다.

tboak 2007/05/24 06: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호화건면류의 "호화"가 정말 럭셔리의 뜻일까 궁금해서 찾아 보았더니,
호화 [糊化]란 녹말에 물을 가하여 가열하면 물을 흡수하여 부풀고 점성도가 증가하여 전체가 반투명한 상태가 되는 현상이더군요.
쉽게 말해 호화건면류란 현재는 마른 면 상태이지만, 끓는 물을 부으면 면이 부드럽게 풀어지도록 만들었다는 뜻입니다.
(참 어렵고도 헤깔리는 단어입니다.)

헉, 호화라는 말이 우리가 자주 쓰는 '호화스럽다'라는 뜻이 아니라는 얘기다. 얼른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았다. 정말 '호화'라는 말에 또 다른 뜻이 있었다.

호화03 (糊化)
녹말에 물을 넣어 가열할 때에 부피가 늘어나고 점성이 생겨서 풀처럼 끈적끈적하게 됨. 또는 그런 현상.

그렇다면 위에 tboak님이 지적하신 것처럼 '호화건면류'란 물에 풀어 먹는 건면류라는 뜻이다. 도대체 일상생활에서 거의 쓰이지 않는 호화라는 말은 어떻게 찾아낸 것일까? 물로 풀어 먹는 다는 뜻 외에 호화스럽다는 뜻이 전달되기를 바란 의도적인 용어 선정이었을까 ^^ 사실 '식품의 유형'은 법에 의해 표기해야 하는 것으로 식품류에 '건면류'라는 분류가 있기는 하지만 호화건면류라는 분류는 찾질 못해서 어쨌든 이런 억측(!)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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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라면 하나 먹으면서 참 사설이 길었다. 솔직히 말하면 건면세대에 대한 평을 좀 수정해야 할 필요가 생겼다. 몇 번 먹다 보니 예전에 먹던 다른 컵라면들과 다른 점이 확실히 느껴졌기 때문이다. 무엇인고 하면...

자극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다른 컵라면들은 먹고 나면 짜고, 느끼하고, 뒷 맛이 강하다는 느낌을 많이 갖게 되었는데 건면세대는 그런 느낌이 없다. 김치우동을 먹을 때 처럼 개운하면서 강한 자극을 남기지 않으니 먹고 나서도 속이 불편하지 않다.

솔직히 물 부어 먹는 컵라면이란 게 그리 자주 먹을 일도 없고 먹히지도 않는다. 그러나 가끔, 무척이나 과음한 다음 날이거나 정말 오늘처럼 손 발 꼼짝하기 싫은 날에는 다른 컵라면보다 건면세대를 선택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사실. 그거 하나만은 고백해야 겠다.

호화건면류에 대해 진실을 알려주신 tboak님께 정말로 고맙다는 얘기를 전하고 싶다. 블로그 링크라도 걸렸으면 방명록에 인사라도 하고 올텐데, 그렇지 못한 점이 참 아쉽다. ^^ /FIN

  • Favicon of http://biog.empas.com/bouquetdor BlogIcon 진주애비 2007.05.26 19:25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호화란 말을 작업상 자주 쓰는편입니다
    주로 전분을 우유나 물과함께 끓일때 걸쭉한 느낌이 나게끔할때 사용하는 단어이죠
    때론 버터와 물 그리고 밀가루를 함께 섞을때도 입에서 나오는 단어입죠..
    건면세대...한번 먹어봐야겠습니다...^^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05.27 09:10 신고 수정/삭제

      아 그러시군요 ^^ 건면세대 뭐 일부러 드실 건 없구요 컵라면 드실 일이 있으면 그 때 드세요~ ^^

호화건면류? 건면세대

한 달에 한 번, 사무실 비품과 간식거리를 장만하기 위해 코스트코에 가는 날은 마치 어릴 적 소풍 가는 느낌을 주는 날이다. 어릴 적 소풍에는 김밥과 사이다, 그리고 과자 한 봉지가 빠질 수 없는 동반자였지만, 남자들만 있는 사무실에 반드시 필요한 동반자는 바로 '라면'이다. 움직이기 싫은 날의 점심식사로, 때론 배고픈 오후의 간식으로, 어떤 날은 심야 술자리 뒤의 후식으로 라면은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존재다.

우리가 빼 놓지 않고 사는 건 너구리, 그리고 수타면 혹은 신라면이다. 일단 이번에 낙점 받은 녀석은 너구리 얼큰한 맛 한 상자. 지난 번에 신라면을 샀던 관계로 두 번째 대상은 수타면. 그러나 그 날 코스트코엔 수타면이 없었다. 가만 생각해 보니 코스트코에서 수타면을 본 적이 없는 것 같기도 했지만, 어쨌든 그건 상관없다. 우리가 먹고 싶어 했던 것이 없었으므로.

이상하게 그 날은 신라면에 손이 가질 않았다. 다른 뭔가가 있을까 하고 매장을 돌아다니다가 발견한 것이 바로 '건면세대'. 최근에 광고발이 좀 오르는 제품이다. 이럴 때 쓸데 없이 생기는 모험 정신을 핑계로 우리는 덜컥 '건면세대' 한 박스를 골라 잡았다.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 차 안에 설치된 DMB에서는 건면세대 광고도 흘러 나왔다.

사무실로 돌아와서 라면을 정리하기 위해 건면세대 박스를 뜯는 순간, 헉~, 우리는 모두 똑 같은 소리를 뱉어낼 수 밖에 없었다. 이 녀석이 글쎄, 우리가 예상했던 봉지라면이 아니라 용기라면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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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지라면인줄 알았는데...

사실 우리는 용기라면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일단 양이 적고 이단 맛이 없고 삼단 그릇에서 환경 호르몬이 나와 건강에도 해롭다 라는 것이 그 이유이다. 그래서 항상 봉지라면을 샀지 용기라면을 산 적이 거의 없었다. 게다가 당연히 건면세대도 봉지라면이겠거니 하고 샀던 것이다. 어이 없는 마음에 건면세대 박스를 열심히 뒤적여 봤지만, 박스 어디에도 컵라면이거나 용기라면이라는 표기는 되어 있지 않았다. 찾다가 찾다가 찾은 것이 박스에 그려진 '사발' 모양 그림일 뿐. 그 그림을 가지고 이 박스에 들어 있는 라면이 용기라면이라고 유추해야 한다는 말인가. 부랴부랴 농심 홈페이지를 뒤졌더니, 세상에 건면세대 이 제품은 오로지 용기라면으로만 나오는 제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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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 어디에 용기라면이라고 써 있다는 말인가...

어이가 없었지만 바꾸러 가기도 뭐하고 할 수 없이 그냥 먹기로 했고, 다음 날 점심 식사 메뉴로 정해버렸다. 드디어 그 다음 날. 김치를 준비하고 물을 끓이는 등 부산을 떤 후 드디어 건면세대 개봉. 그러나 속을 들여다 본 순간 또 한 번 실소가 나오고 말았다. 다른 용기라면에 비해 양이 너무 적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신속하게 용량을 조회해 본 결과 82g. 같은 회사에서 나온 다른 용기라면은 86g. 소위 말하는 큰 사발은 114-120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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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랏 바닥에 붙어 있네? 하지만 왜 이리 작아...

게다가 다른 용기라면들은 면을 잘 익히기 위해 용기 중간에 면이 걸려 있는데 건면세대는 용기 바닥에 면이 놓여 있었다. 그리고 김치 블록. 알고 봤더니 건면세대는 김치와 소고기 두 종류가 있는데 우리가 고른 것은 김치 건면세대였던 것. 김치 블록과 스프를 넣고 용기 중간의 제한선까지 물을 부었다. 건면세대 추천 시간은 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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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끼하지 않은 김치소면 맛

맛은 어떨까. 건면세대의 특징은 면을 기름에 튀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기름기가 없는 탓에 국물 맛은 김치소면이나 김치우동을 먹는 것처럼 김치 맛이 강한 느끼하지 않은 국물이었다. 느끼하지 않고 얼큰하며 시원한 맛이라고 정리해야 좋을까. 기름기 많은 다른 용기라면에 비하면 한결 먹기 편한 듯. 그러나 다른 용기라면처럼 용량이 적은 탓에 한 개로는 도저히 식사 대용이 될 수 없었다. 결국 한 개 더. 그리고 햇반 반 그릇. 그제서야 좀 과하게 먹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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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 사발면, 건면세대

참, 중요한 가격. 건면세대 포장지에는 당당하게 1천1백원이라고 적혀 있다. 다른 용기라면들이 대개 7백원 정도인데 무려 4백원이나 더 비싼 값이다. 건면세대 포장재에는 제품의 유형이 '호화건면류'라고 되어 있을 정도.럭셔리 사발면이란 뜻인가 보다. 코스트코에서는 16개 들이 한 박스에 12,990원. 아마 1천원을 넘는 용기라면은 건면세대가 최초가 아닐까 싶은데, 솔직히 지금 심정은 기름에 튀기지 않아 개운한 맛은 있어도 그래 봤자 사발면이지 뭐… 라는 생각일 뿐이다. / FIN

  • Favicon of http://www.zoominsky.com BlogIcon 짠이아빠 2007.04.13 22:59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정말 초호화사발면임... 여자들한테도 용량은 모자랄듯 하던데... 제대로 속았지..뭐...에궁... @.@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04.14 01:33 신고 수정/삭제

      어쨌든 우리 남은 건 다 먹어야 됩니당~ ^^

  • Favicon of http://biog.empas.com/bouquetdor BlogIcon 진주애비 2007.04.17 21:02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얼리어답터들의 비애..^^;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04.17 23:05 신고 수정/삭제

      의도하지 않은 얼리어답터라 더 서글프죠~ ^^

  • tboak 2007.05.24 06:18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호화건면류의 "호화"가 정말 럭셔리의 뜻일까 궁금해서 찾아 보았더니,
    호화 [糊化]란 녹말에 물을 가하여 가열하면 물을 흡수하여 부풀고 점성도가 증가하여 전체가 반투명한 상태가 되는 현상이더군요.
    쉽게 말해 호화건면류란 현재는 마른 면 상태이지만, 끓는 물을 부으면 면이 부드럽게 풀어지도록 만들었다는 뜻입니다.
    (참 어렵고도 헤깔리는 단어입니다.)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05.24 11:38 신고 수정/삭제

      앗! 정말 그런 뜻이 있네요? 이런 이런... 좋은 지적 정말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