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의 친구들

남자에게 있어 카메라란 로망일까, 장난감일까. 사진이라고는 전혀 관심없던 내가 콤팩트형 디지털 카메라를 사고, 비로소 사진이란 것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자 내 아는 친구는 내게 '언젠간 너는 DSLR 카메라를 꼭 사고 말 것이다'라는 얘길 했었다. '됐네, 이 사람아. 나는 이거 하나면 족하네' 그렇게 응수하고 말았었는데, 살다 보니 그 친구의 예언이 맞고 말았다. 사진을 잘 찍는 것도 아니었고, 그냥 필요할 때마다 몇 컷씩 직은 게 전부일텐데 어느 틈에 DSLR 카메라는, 그것도 내가 몇 달이나 벼르고 별러 사게 될, 어느 틈에 그런 존재로 내 삶에 자리잡고 있었다.

정말 몇 달을 벼르고 별러, 이런 저런 구성품들을 고민해 가며 지른 내 최초의 DSLR은 캐논의 EOS 400D다. 워낙 유명한 카메라니 내가 굳이 이용 후기를 쓸 일도 없을 정도이고,남들은 40D가 나오는 판에 왜 400D냐고 했지만 그래도 내 손에 가장 잘 맞을 거라는 그런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어쨌든 400D로 천 컷 정도의 사진을 찍어 본 지금, 내 선택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걸 깨닫고 마냥 신나할 따름이다. '

그런데 카메라라는 것이 한 번 쇼핑으로 끝나는 물건이 아니었다. 카메라가 슬슬 맘에 들다 보니 괜스레 맘에 안 드는 부분들이 하나씩 생겨나기 시작했던 것. 제일 먼저 교체 대상이 된 것은 바로 카메라 어깨끈이다. 기본으로 제공되는 어깨끈은 일단 모양새가 볼품 없는 데다가 너무 뻣뻣해서 다루기가 불편했다. 게다가 내가 끈을 잘못 낀 탓인지 자꾸 뷰파인더를 가리는 통에 꽤 거슬리기도 했다. 옆에서 어깨 끈에 대해 투덜대는 나를 보기 딱했던지 같이 일하는 형이 내 하나 사주마 해서 얻은 것이 캐논 마크가 고급스럽게 수 놓아진 바로 아래 녀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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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만 찍고 잽싸게 꺼내 카메라에 걸었다. 두터우면서도 부드러운 질감이 손 안에 착착 감겼고, 자연스럽게 카메라 옆으로 흘러 내리는 줄은 뷰파인더를 가리는 일 따위는 하지 않았다. 이제야 카메라가 제 짝을 찾은 듯, 달아 놓고 나니 나도 모르게 흡족해 웃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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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누리끼리하게 나왔나? 사실은 맨 윗 사진의 배경으로 쓰인 소파의 색깔과 거의 비슷해서 테이블로 옮겨 놓고 찍었는데 좀 날랐는가 보다. 아, 소개가 늦었다. 사진에 나온, 얼핏 보기에도 두터운 어깨끈을 달고 있는 저 녀석이 바로 내가 이번에 구입한 400D다. 이 사진을 찍기 위해 형이 쓰던 니콘 D200을 빌렸다. D200으로 저거 밖에 못 찍냐고 해도 할 말 없다.

두번째로 맘에 안 드는 녀석은 기본으로 제공된 가방이다. 그냥 네모난, 캐논 마크가 찍혀 있는 그런 가방이다. 정품 가방을 끼워 준다고 해서 샀는데 적당하게 들어가기는 한데 가방이 영 불편했다. 무엇보다도 어깨에 메고 다니면서 카메라를 꺼내기 위해 여다는 것이 제일 불편했다. 다른 가방들처럼 클립 방식이어서 두 개의 클립을 찰칵 찰칵 열어야 하는데 사실 가방 메고 다니다가 카메라를 꺼내기 위해 이 가방을 여는 건 은근히 번거로운 일이다.

사람이란 참 간사해서 눈이 한 번 높아지면 여간해서 내리기 힘든 법이다. 카메라 선수인 형이 쓰는 가방을 봤더니 찍찍이 방식으로 되어 있고 가방 자체의 내구성도 튼튼해 보여 도대체 그 가방은 뭐유 하고 물었더니 크럼플러란다. 생전 듣도 보도 못한 브랜드라서 여기 저길 좀 뒤졌더니, 카메라 가방에서는 꽤 유명한 브랜드였다. 무엇보다도 클립도 있지만 찍찍이로 여닫을 수 있는 것이 제일 큰 장점. 게다가 네모난 캐논 정품 가방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모양새니 일단 나도 같은 걸로 따라 지를 수 밖에. 가격은 10만원. 할인쿠폰 5천원 적용받아 9만 5천원에 구입한 가방이 바로 이 녀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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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설명에는 다크브라운이라고 했지만 이게 살짝 짙은 카키색, 막말로 하면 국방색(!)이다. 다른 카메라 가방처럼 내부는 칸막이를 자유롭게 옮길 수 있게 했는데 표준 렌즈와 세로 그립을 단 상태로 카메라 1대를 넣을 수 있고 별도 줌 렌즈 하나 정도 추가 보관할 수 있다. 구석 구석 공간을 잘 활용하면 플래시 정도도 하나 더 넣을 수 있을 듯. 이런 저런 액세서리를 잘 끼워 넣으니 약간 뚱뚱해지긴 했지만 처음에 따라온 가방 보다야 훨씬 낳았다. 그럼 그럼, 이게 도대체 얼마짜린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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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뭣도 모르면서 하나 얻은 것이 편광 필터. 반사되는 빛의 흐름을 변화시켜 사물의 반짝 거림을 없애주고 색깔은 더 선명하게 내 준다고. 형이 D200에 쓰기 위해 편광 필터 주문하는 걸 옆에서 보고 있다가 그게 뭐여 나도 하나 해줘~ 이렇게 해서 자연스레 하나 얻은 셈이 됐다. 사실 값도 만만치 않더만, 말 한 마디로 렌즈 하나 건지니 나도 참 염치 없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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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바로 호야 편광 필터. 400D 표준 렌즈 구경에 맞는 58mm이다. 필터를 돌려 가면서 빛의 흐름을 변화시킬 수 있어 반사되는 빛을 의도대로 빼거나 넣을 수 있다. 아래 사진을 보자. 한 쪽은 빛 반사를 제거하고 찍은 것, 한 쪽은 빛 반사를 그대로 찍은 것이다. 사실 필터 같은 건 전혀 초짜라서 내가 얼마나 활용할지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반짝거리는 표면에 반사된 것들을 적당히 조절할 수 있다 하니, 실내 사진이 많은 나에겐 유용한 도구가 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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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해서 일단 카메라와 카메라에 어울리는 친구들을 한 세트로 갖췄다. 찍다 보면 또 뭔가 더 필요해지겠지만 당분간은 더 지를 만한 카메라 친구가 없을 듯 하다. 이제 남은 건 400D가 완전히 익숙해질 때까지 열심히 찍는 일. 이미 천 컷 찍었는데 그 중에서 건진 건 오십 컷이나 될까. 카메라 좋다고 다 잘 나오는 건 아니라는 걸 요즘 나는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 Favicon of http://www.zoominsky.com BlogIcon 짠이아빠 2007.10.16 10:53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좋은 사진 많이 찍거레이.. ^^

  • Favicon of http://blog.empas.com/diabloti BlogIcon 정현아범 2007.10.16 11:17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전 DSLR까지 가지 못하겠구나 깨달았어요..
    다만, 카메라 성능이 더 좋아져서 대충 찍어도 예쁘게 잘 나오는 카메라들이 많아져서..
    똑딱이 세계에서 업글은 계속할 듯..
    사공이 고장나서 요즘 니콘 P5100 계속 들여다보고 있어요..
    올 클스마스 선물로 하나 사줄까봐요..ㅋㅋ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10.16 11:35 신고 수정/삭제

      가끔은 말이야, DSLR만이 찍을 수 있는 그런 사진들에 필이 꽂혀서, 그래서 DSLR을 사게 되는 지도 모르지 ^^ 어쨌든 장단점이 있으니 손에 맞는 좋은 넘으로 사시게~ ^^

  • Favicon of http://blog.empas.com/bouquetdor BlogIcon 진주애비 2007.10.16 22:02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ㅎㅎㅎ...레이님 지르셨군요
    그리고 참 좋은 형님을 두셨습니다 저도 잘 아는(?) 분이죠??!!..
    제 블록사진 죄다 폰카로 찍은건데 디에사알은 고사하고 똑딱이라도 갖고 싶어요ㅜㅜ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10.16 23:39 신고 수정/삭제

      네~ 결국은 질렀습니다~ ㅋㅋㅋ 요즘 똑딱이도 좋은 넘 많던 걸요? ㅋㅋ

  • 손통 2007.10.19 10:12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드디어 지름신이 강림하셨군. 계속 지르시게나~~~ / 그형님께 살짝 기대어 지름신이 내리시면 조금은 가벼울텐데........ ㅋㅋ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10.19 10:42 신고 수정/삭제

      네, 드디어 강림하셨더랍니다~ ㅋㅋ 이제 그만 오셔야 할 텐데~ ㅎㅎ

  • Favicon of http://dogguli.net BlogIcon 도꾸리 2008.02.05 07:58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400디 쓰시는군요~
    보기 좋아요~
    저도 어여 기변을 해야하는데...
    자금의 압박때문에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는...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2.05 09:15 신고 수정/삭제

      450D 나온다고 난리들이던데 ^^ 조금 더 기다리셔요~ ^^ 압박도 곧 풀리시길~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