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신조협려 - 편견에 묻혔던 대하소설 #2

이 글과 연관된 예전의 글 하나.

2007/01/04 - [미디어 다시 보기] - 사조영웅전 - 편견에 묻혔던 대하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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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이란 작가에 대해서는 두 말할 필요가 없으니, 굳이 여기서 주절 주절 말할 이유는 없을 게다. 그리고 이미 사조영웅전에 대한 글을 쓰면서 무협 소설에 대한 편견을 버렸다고 말했으니, 그것도 더 강조할 이유는 없을 게다. 그래도 내가 이 책을 읽을 때 아직도 '무협지를 보냐'며 핀잔을 날린 사람들에게 꼭 한 마디 더 하고 싶다. 김용 소설은 무협이 아니다. 장편 역사 소설일 뿐.

이번에 소개할 이 책, 신조협려는 사조영웅전의 후속편이다. 예전에 고려원에서 번역한 김용의 영웅문으로 쳐도 2부에 해당한다. 사조영웅전에 등장했던 1세대 인물들과 그들의 후손인 2세대 인물들이 서로 어우러져 살아가는 새로운 얘기다. 따라서 사조영웅전을 읽지 않고 바로 이 책을 읽는다면 틀림없이 지루하고 재미없을 터이니, 혹시라도 읽고 싶은 생각이 들거든 사조영웅전을 먼저 찾아 읽기를 권한다.

사실 신조협려라는 이 이름은 책보다는 영화, 드라마, 게임으로 더 유명할 게다. 무협지를 읽지 않는 사람이라도 1980년대 초반 유덕화가 주연했던 영화를 기억할 테고 - 적어도 영화 이름 정도는 기억하지 않을까 - 그 영화를 보지 않은 세대라면 게임에 더 익숙할 것이다. 최근에 중국에서 새로운 버전으로 드라마를 만들었다는 얘기도 인터넷 어디선가 본 기억이 난다.

전체적으로 신조협려는 영웅보다는 사랑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렇게 어려운 상황을 겪었으면서도 몸에 밴 천성처럼 껄떡거리는 양과지만, 소용녀를 향한 마음 하나는 절대 변치 않는다. 세상의 편견과 양과를 위한 마음에 몇 번씩 돌아서던 소용녀도 결국 다시 양과에게 돌아온다. 변함없이 하나를 믿고 있으면,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이루어진다는 걸, 소설 하나에도 나는 깨닫는다.

전체적으로 평점을 주자면 5점 만점에 4점 정도. 매일 같이 머리아픈 책 보다가 머리를 식힐만한 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김용의 소설은 무협지라는 표현에도 불구하고 한 번 읽어볼 만하다.

ps> 사조영웅전, 신조협려에 이어 영웅문3부에 해당하는 의천도룡기도 드디어 책으로 나왔단다. 아직 보지는 못했고 얼마전 블로거뉴스에 익스트림무비님인가 쓴 기사를 본 기억이 난다. 도서관에서 빌릴 수 없으면 아마 인터넷 서점에서 살 가능성이 짙다. 그나저나 오프라인 서점들도 10% 할인해 주도록 법이 바뀌었다는 얘기를 들은 것 같은데, 왜 오프라인 서점은 할인을 안 하고 있는 것일까.

신조협려 / 총 8권 / 김영사

  • Favicon of http://health.gamsa.net BlogIcon 양깡 2007.11.27 17:57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곧 영웅문 3부 의천도룡기의 장무기를 만나시겠군요 ^^

    저도 영웅문 시리지를 너무 재미있게 봐서 김용의 모든 책을 봤습니다. 영웅문이 처음 접한 무협지 (전 대하소설이라고 주장합니다만 ^^;)라서 그런지 가장 재미있었습니다. 전 중학교 3학년때 봤습니다. 서점에서 중국 여성 얼굴이 첫 페이지에 그려져 있는 소설책을 들고 대체 어떤 책일까하고 보다가.... 앉자서 서점 문 닫을 때 나왔던 기억이 납니다.

    결국 사다가 좋은 것 나혼자 볼 수 없다며 학교에서 돌려봤는데 체육 선생님에게 압수당했습니다. 상당히 혼났는데 (무협지 본다고...) 체육선생님이 압수한 책을 보시면서 야외수업을 다 실내 자습으로 돌리고 영웅문을 보셨습니다. ㅎㅎ 나중에 책 더 빌려달라고 하셨지요. 그 때 선생님이 하신 말씀... '절대 니들은 무협지 보지마라. 이건 마약이야 마약...ㅎㅎ'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11.27 18:02 신고 수정/삭제

      맞아요 김용 소설은 대하역사 소설이죠 ^^ 다른 무협지는 몇 번 보긴 했는데 다 그 내용이 그 내용이어서 금새 지겨워지던 걸요. 저 이번에 의천도룡기 사면 아마 세번째쯤 읽는 걸거에요. ㅋㅋㅋ

    • Favicon of http://philomedia.tistory.com BlogIcon 필로스 2007.11.27 20:22 신고 수정/삭제

      의천도룡기...장무기...으....날밤새웠던 기억이 새록새록...^^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11.27 20:59 신고 수정/삭제

      안 샐 수가 없어요 ㅋㅋ

  • Favicon of http://blog.empas.com/diabloti BlogIcon 정현아범 2007.11.27 18:41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학교댕길 적에 도서관에서 다른 데 짱박아놓고 읽던 기억이 새록새록 하구만요..
    중간에 이빨빠지면 그거 돌아올 때까지 다음 권 안 읽고 종교학 서적 쪽에 짱박아놨더랬죠..
    도서관 알바하던 친구들이 엄청 짱냈을 듯..ㅋㅋ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11.27 18:55 신고 수정/삭제

      ㅋㅋ 그거 괜찮은(!) 방법인걸? (아, 생각해 보니 나 도서관에서 일할 때 그렇게 없어진 책 땜시 난리쳤었던 기억이!!!)

  • Favicon of http://daisy.pe.kr BlogIcon Daisy 2007.11.27 19:07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신랑이 영웅문을 안 읽었다기에 얼마나 실망을 했었다구요. ㅎㅎㅎ
    머, 그런 저도 집에 늘상 꽂혀있던 책을 두고(정말 누리끼리했던) 훗날 다운받아 워드로 읽었지만요.
    흠,, 의천도룡기까지 완간되면 한질 사볼까? 고민이 살짝 되는걸요. ^__^

    그나저나 영웅문에서 헤어나온후에는 정말 어떤 무협지도 손에 안 잡혀요.
    그나마 잡히는게 묵향 정도인데, 이놈은 도무지 연재속도가 느려터져서 ㅡㅡ;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11.27 20:57 신고 수정/삭제

      영웅문 빠지면 다른 건 좀 시시하죠 ^^ 저도 한 질 살까 열나 고민하는 중이라는 ^^ 근데 태교에는 별로 도움이 안 될 듯 ㅋㅋㅋ

  • Favicon of http://philomedia.tistory.com BlogIcon 필로스 2007.11.27 20:21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김용소설은 모두 다 읽었다고 생각했는데....신조협려...기억이 가물가물....애고...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11.27 20:58 신고 수정/삭제

      영웅문 2부에요. 한 번 더 읽으셔요. 그나저나 몸은 좀 괜찮으신지요.

    • Favicon of http://philomedia.tistory.com BlogIcon 필로스 2007.11.28 00:03 신고 수정/삭제

      모르겠어요. 다들 후유증이 늦게 나타날 수 있다고 겁줘서 걱정이네요..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11.28 00:13 신고 수정/삭제

      아무래도 연세가 있으시니 ^^ ㅋㅋ 저도 작년 연말에 뒷차가 와서 들이받는 바람에 허리를 좀 다쳤었는데, 6개월 가더라고요 쩝

  • 아이리스 2007.11.27 21:03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친구 추천으로 신조협려부터 봤는데.... 너무너무너무너무 재미있더군요. 언젠가 영웅문 다읽을 생각임 ㅎㅎ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11.27 21:05 신고 수정/삭제

      네, 꼭 한 번 읽으시기를 ^^ 정말 재밌어요

  • 영웅문3부 2007.11.27 21:27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영웅문이랑 출판사도 다르고 찾아보니 작가가 수정한 3판본 이네요. ^^ 옜날에 보신분 다시 줄거리 음미하시면서 다시 보시길~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11.27 22:48 신고 수정/삭제

      네, 옛날엔 고려원에서 나왔고 지금은 김영사에서 나왔어요 ^^

  • 사다수스 2007.11.28 00:13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영웅문 시리즈도 정말 재밌구요. 소호강호도 보세요. ㅎㅎ

    동방불패, 독고구검 등 수많은 영화로 만들어졌던 김용의 작품이죠.

    아~ 영웅문부터 김용 작품 다시 다보고 싶어지네요. ^^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11.28 00:14 신고 수정/삭제

      앗~ 여기에 또 열렬한 팬 한 분이 계셨네요~ 저는 사조영웅전, 신조협려, 의천도룡기하고 녹정기가 정말 기억에 남아요. (솔직히 다른 건 아직 못 봤어요 >.<;)

  • 구라대마왕 2007.11.28 01:45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신조협려.. 영웅문 2부(소제목이 무슨무슨 별이었는데.. 영웅문 시리즈 소제목이 무슨무슨 별이었죠. 사조영웅문이 몽고의 별, 신조협려는 중원의 별이었나? 잘 기억이 안 나네요..^^) 처음 읽은지 16년은 지난 것 같네요..(양과와 소용녀가 헤어졌다가 만날 기간이네.. ;;). 신조협려와 의천도룡기는 정말 각각 50번은 읽었던 것 같군요.. ^^ 녹정기는 김용이 일생이 필작이라고 해서 굉장히 기대를 많이 하며 읽어봤는데(녹정기가 김용의 마지막 소설이죠..) 처음에 정말 많이 실망했습니다. 그 동안 영웅에 너무 길들여져 있어서인지 비열한 주인공이 맘에 들지 않았지요. 다른 작품보다 길이도 길었구요. 그런데 10번쯤 읽어보니 색다른 매력이 있더군요. 그리고 신조협려 읽어봤으면 연성결도 읽어보세요. 2권짜리인데 김용이 말하길 신조협려가 세상의 모든 정을 다뤘다면 연성결은 세상의 모든 추악함을 다뤘다고 평했지요. 연성결은 역사적 사실이 큰 배경이 되지 않는 작품으로 김용의 다른 작품과는 다른 재미가 있습니다. 아참 그리고 사다수스님이 말씀하신 소오강호의 원제는 천룡팔부입니다. 소오강호는 소설 속에 나오는 소설의 줄거리를 이끌어가는 곡의 제목이죠.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11.28 09:48 신고 수정/삭제

      50번씩이나요?? 와우~~ 진짜로 누군가를 16년 기다린다는 거.. 상상만 해도 마음이 짠하더라고요. 말씀하신 책은 기회가 되는대로 읽어보겠습니다. ^^

    • ASIALE 2007.11.28 11:26 신고 수정/삭제

      음... 내가 알기로 소오강호가 원제 맞는데..영호충과 동방불패가 나오지요.. 천룡팔부는 소봉과 단예 허죽 삼형제가 나오는 거구.. 김용씨리즈증 시대적으로 맨 앞에 나오지요.. 나오는 무공도 환상적이면서도 젤 쎄고 ㅋ

  • ASIALE 2007.11.28 11:27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ㅎㅎ 영웅문은 몇번을 보았는지 모르겠네...하도 많이 읽어서리..
    서양에서 인기있다는 반지의 제왕도 제가보기엔 영웅문에 비하면 유치한것 같아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풍부한 상상력을 전개하는 김용의 소설은 정말 위대합니다.
    신조협려에는 여러가지 형태의 "정" 이 나오지만
    그중에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부분은 곽양의 애절한 짝사랑... 보면 볼수록 불쌍해 죽겠음...

  • Favicon of http://www.cyworld.com/date81 BlogIcon 필라르 2007.11.28 11:39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몽고의별 중원의별 대륙(?)의별인걸로 기억합니다
    몽고의별은 곽정이고
    중원의별은 양과이며
    대륙(?)의별은 장무기죠

  • 네모선장 2007.11.28 11:57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저역시도 신조협려를 좋아합니다.
    양과의 독살스러우면서도 유한 성격이 좋다고 할까요

    음 신조협려를 좋아하신다면
    우리나라에는 동방불패로 유명한 '소호강호'도 좋습니다. 재 기역으로는 소호강호도 원재가 아니라고 알고 있지만 확실하지는 않네요
    소호강호 역시 사랑에관한 예기가 소설에 주를 이루구요 시대적 배경으로는 의천도룡기 이후 입니다.
    설산객이나 연성결 호비전기(월영검 이라고 한국에는 나온것 같아요)
    설산객과 연성결이 같은 내용일수도 있고 음 햇갈리네요.
    암튼 위에 3종류는 짧아서 금방 읽을수 있습니다. 물론 구하기가 쉽지는 않을꺼구요.

    장편을 좋아하신다면 녹정기와 천룡팔부를 추천해 드리겠습니다.
    둘다 2부까지 있는데 두편다 2부는 왠지 다른사람이 쓴것같은 기분이 들어서 추천하지 못하겠내요

    정의감 불타는 주인공이 좋으시다면 영웅문1부 사제출마(맞나)
    사랑과 기묘한 잔꾀가 좋으시다면 영웅문2부 신조협려
    누구보다 강한 주인공이 좋으시다면 영웅문3부 의천도룡기(의천도룡기 안에서는 장무기가 1인자죠)

  • ㄹㅇㄹ 2007.11.28 13:35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아직도 무협을 보냐고 핀잔을 주면 김용작은 무협이 아니고 장편역사소설이라고 답하신다구요???
    무협소설이 뭐가 어때서 그렇게 답하시는지요? 그리고 사조3부작은 김용 스스로도 무협소설로 적은거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녹정기가 역사소설에 가깝구요.
    무협소설을 좋아하시면 그냥 있는 그대로 좋아하시는게 어떨까요? 무협이라는 장르 특유의 색깔과 분위기를 좋아하는게 부끄러운건 아니지요. 추리소설, 로맨스, 공포, sf 소설과 무협은 하등 다를게 없습니다. 모두 합쳐서 장르문학으로 묶을수있겠지요. 추리소설이나 sf 본다고 하면 이상하게 생각안하는데 유독 무협소설만 편견을 가지고 보는 현실이 조금 안타깝군요.

  • Favicon of http://www.rabbicat.kr BlogIcon 토양이 2007.11.29 23:08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아. 김용. 멋모르는 중딩 시절 무협지의 세계로 이끈...- -
    아는 언니가 무협지 출판사 교정일(!)을 하고 있어서 지겹게 보고 있긴 한데요,
    역시 김용에 필적하는 무협지는 아직 못 본 듯 해요.
    김용은. 무협 작가가 아니죠, 정말. '김학'이라는 학문까지 있는 걸 보면요.
    아. 이 겨울 긴긴밤 또다시 사조영웅전이나..ㅎㅎ

사조영웅전 - 편견에 묻혔던 대하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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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다닐 때 난 대부분의 시간을 도서관에서 보냈다. 그 때 만큼 많은 책을 읽었던 적도 없었고 그 때 만큼 책을 읽을 만한 여유가 많았던 적도 없었다. 게다가 어째 저째 해서 근 4학기를 도서관 근로장학생 자리까지 얻어냈으니, 내 대학 시절은 도서관을 떠나 생각할 수가 없다.

도서관을 그렇게 뻔질나게 돌아다녔고, 나름대로 수많은 책을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손 대지 않았던 책이 있었는데, 바로 고려원에서 출간했던 김용의 영웅문 시리즈였다. 나름대로 고고한 문학도였던 나는 어라? 도서관에 웬 무협지? 이거 정말 질 떨어지는 일이네... 하는 편견을 심하게 가졌었고 의도적으로 영웅문 시리즈는 쳐다 보지도 않았다. 손 떼 묻고 낡아서 몇 번씩 책 표지를 보완해야 했던 영웅문 시리즈는 도서관 서가에 어지럽게 꽂힌 채 내 이십 대의 기억에만 남아 있었다.

사회 나가서 이런 저런 직장을 거치던 중, 광화문 교보문고 근처에 있는 직장엘 다닐 기회가 있었다. 예전의 기억을 살려서일까. 점심시간 틈만 나면 서점으로 달려갔고 심심할 때마다 서점에 들르는 것이 버릇 처럼 되었다. 거기에 갈아타지 않고 지하철 한 코스로 45분 걸리는 출퇴근 길도 나를 도왔다. 지하철 타기만 하면 내내 책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아마도 그 해 난, 200여권의 이런 저런 책을 읽어치웠다.

뻔질나게 서점을 들락날락 거리다 보니 철 지난 탓에
싸게 파는 책들을 손에 넣을 기회가 있었다. 이문열 평역 수호지 전집도 그때 구입했다. 이런 저런 책 값에 부담을 느끼다 보니 싸게 파는 책에는 일단 호감을 가질 수 밖에. 김용의 영웅문을 손에 넣었던 건, 가격이 싸다는, 아마 그런 이유에서였을 거다.

영웅문 시리즈 첫번째 책부터 김용은 나를 정신없이 사로잡았다. 무협소설이란 걸 읽어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모든 무협소설이 이렇게 방대한 줄 알았다. 대하역사소설이라고 해야지, 이런 걸 어떻게 무협소설이라고 한단 말인가? 이런 의문을 가지면서 정신없이 전 권을 다 읽어치웠고, 내친김에 무협소설에 입문해 보고자 이런 저런 책들에 도전해 보았다.

아, 그러나 나는 몇 권을 더 읽기 전에, 무협소설에 지쳐 버리고 말았다. 주인공의 이름만 다르지, 그 나머지 행적은 결국 그 얘기가 그 얘기였다. 마치 여자 주인공만 바뀐 포르노 영화를 보는 것처럼 대다수 무협 소설의 내용이 그렇고 그랬단 말이다. 주인공이 배신을 당해 상처를 입고 버려졌는데 심심산중에서 기연을 얻어 희한한 무공도 배우고 천하의 영약도 얻어 울트라캡숑 강력 무술인으로 태어나 복수도 하고 온갖 여자를 차지한다는, 다 그런 내용이었던 것이다.

결국 다시 나는 김용으로 돌아오고야 말았다. 김용으로 인해 무협소설에 눈을 떳지만, 김용 외에 다른 무협 소설은 나를 열받게 하기에 충분했다. 아니 김용을 무협작가로 몰아붙인 것 자체가 잘못된 일이었다. 김용의 작품은 무협이 아니라 대하역사소설이기 때문이었다.

고려원에서 나왔던 김용의 영웅문 시리즈가 얼마전 김영사를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 탄생했다. 김영사 주장에 따르면 예전에 나온 책은 모두 해적판으로 번역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고, 내용도 매끄럽지 않단다. 그렇게 예전에 읽은 책의 표현을 어디 다 일일이 기억할 수 있으랴. 그냥 대략적인 줄거리만 기억할 따름이지. 몇 년 만에 다시 읽은 영웅문 1편 사조영웅전은 그 때보다 더 새로운 매력으로 나를 감동시켰다.

사조영웅전. 하도 유명해 누구나 다 아는 내용, 말할 이유가 있을까. 별 다섯 개 만점에 다섯 개를 모두 주어도 아깝지 않은 훌륭한 작품이다. 한 번 손을 대면, 쉴 새 없이 읽어야만 하는, 그런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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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paranmin.net BlogIcon 유마 2007.01.05 00:13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저도 국민학교시절 막 영웅문이 발간되기 시작했을 무렵, 서점을 찾아다니며 한권 한권씩 모아 결국 고려원 발간작 18권을 모두 모았었지요. 그때의 감동은 지금까지 저를 무협소설에 빠지게 만들었습니다. 사실, 제 가보로 물려주고 싶은 것을 말하라고 한다면 단연 고려원 발간의 영웅문 씨리즈라고 말 할겁니다. 그러나!! 제가 군대 간 사이 집이 이사를 하던 와중 무겁다는 핑계로 (사실 책이 좀 많이 있어서;;;) 쓰잘데기 없는 책들만 들고 오고.... 가장 소중히 여긴 영웅문 씨리즈를 모두 버리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저는 빡세게 훈련 받을 시기에) 나중에 휴가 와서 알게 되었지만, 그땐 이미 버스 떠난 정거장이었습니다... 그 후, 김영사에서 새로이 출판한다길래 사보았지만... 그 번역이 고려원만 못하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지금도 제 책상 옆 책꽂이에 김영사 영웅문이 보이네요... 고려원 발간 영웅문이 내용상 빈 곳이 있었어도... 그 읽는 맛은 더 나았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누구에게나 한번쯤 읽어보아야 될 책을 권하라면 삼국지 보다는 영웅문을 먼저 선택할 것 입니다.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01.05 02:32 신고 수정/삭제

      고려원 것이 불법 번역이라는 소문도 나돌았던 것 같은데, 여튼 옛것의 추억은 새것이 따라갈 수 없는 법이지요 ^^ 긴 댓글 고맙습니다 ^^

  • Favicon of http://www.zoominsky.com BlogIcon 짠이아빠 2007.01.05 14:00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뭐야.. 이건 책리뷰가 아니라.. 본인 자랑이잖어...ㅋㅋ 부럽다.. 대학 4년 근로장학생이라..음냐.. 새로운 사실을 또 하나 알았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