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 맛집] 샤브샤브의 귀족, 새조개 샤브샤브 #2

육수가 끓자 조심 조심 새조개를 집어 넣었다. 모든 먹거리가 그렇듯이 너무 오래 끓이면 질겨지는 법. 적당히 익은 듯 싶은 새조개를 가위로 자른 후 한 점을 입에 넣었다. 솔직히 말해 처음 내 느낌은, 엥? 이게 뭐야? 라는 거였다. 아무 맛도 없는 듯 그냥 쫀득한 조개살을 씹고 있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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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도대체 무슨 맛이야? 라고 투덜거리면서 새조개 별 거 아닌데 사람들이 왜 그리 난리일까라는 생각을 했다. 오늘 저녁은 실패인 걸? 뭐 아마 이런 생각까지도 했을 것이다. 그렇게 속으로 투덜대는 동안 육수는 계속 끓었고 접시에 담긴 새조개도 비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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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그런데 어느 순간 갑자기 입 안에 든 새조개의 느낌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밍숭맹숭하다고 생각했던 맛이 은근히 담백하면서 달콤한 느낌으로 변해가는 것이었다. 쫄깃하면서도 씹고 난 후 느껴지는 그 부드러운 맛. 사실 음식 맛을 표현할 때마다 나는 내 어휘력 짧은 것이 정말 안타깝다. 그 맛을 제대로 전할 수 있었으면 좋으련만… 어쨌든 적당히 끓은 육수 속에서 익은 새조개들이 비로소 제 맛을 내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먹다 보니 새조개 한 접시가 어느 틈에 사라졌다. 여기서 그만 하고 칼국수를 먹을까 고민하다가 우리는 먹는 김에 이번엔 주꾸미를 지르기로 했다. 서울에서 주꾸미 구이나 볶음을 즐겨 먹었던 우리에게 주꾸미 샤브샤브도 충분히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음식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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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도착한 주꾸미. 이미 주방에서 머리를 잘라 내고 먹기 좋게 다듬어 진 상태였다. 살아 있던 싱싱한 주꾸미의 빨판은 접시에 붙어 잘 떨어지지 않을 정도. 바닷가에서 싱싱한 해산물을 먹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아무래도 더 오래 익혀야 하는 머리를 먼저 넣고, 계속해서 다리도 넣었다. 솔직히 말하면 그냥 막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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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일어났다. 주꾸미가 익어가면서 육수도 검게 변했던 것. 주꾸미 먹물이 육수를 검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 당연히 육수는 걸쭉해지고 먹물의 맛이 강하게 배어나기 시작했다. 처음 떠 먹기에는 왠지 좀 껄끄러웠는데 몇 번 먹다 보니 그런대로 먹을 만 했다. 먹물의 맛이 짭자름하게 배어 있었고 먹물이 몸에 좋다는 사실에 위로를 받으면서 주꾸미와 육수도 점점 줄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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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껍데기까지 포함해서 무게를 재는 새조개보다 껍데기 없는 주꾸미가 같은 1kg이라도 양이 더 많았다. 결국 막판에 우리는 부른 배를 두드리면서 남은 주꾸미를 모두 해치워야 했던 것이다. 그렇게 열심히 잘 먹었지만 결국 머리 몇 개는 먹지 못하고 남겨두어야 했다. 주꾸미도 제 철이라 머리도 참 맛있었는데 ^^

새조개는 이제 거의 끝날 철인 듯 하다. 아무래도 올 해 또 가기는 어려울 테니, 내년에 한 번 더 가야겠다. 봄과 가을이면 확실하게 갈 목적지가 생겨서 뿌듯하다.

참, 새조개는 포장하면 1kg에 3만원, 식당에서 먹으면 1kg에 3만5천원이다. 주꾸미는 1kg에 2만5천원. 솔직히 서울에서 기름값 따지고 고속도로 통행료 따지면 어쩌면 서울에서 먹는 게 더 쌀지도 모른다. 아니, 더 싸다. 그런데도 남당으로 가는 건, 단지 먹는 즐거움 외에 여행이라는 또 다른 즐거움이 있어서다. 내년 봄, 우리는 또 남당으로 떠날 계획이다.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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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 맛집] 샤브샤브의 귀족, 새조개 샤브샤브 #1

충청남도 홍성에 있는 남당포구는 잘 알려진 다른 포구들처럼 크지는 않지만 사시사철 해산물 축제가 열리는 재미있는 곳이다. 가을에서 겨울에 이르는 대하 축제, 겨울부터 봄에 이르는 새조개 축제, 봄부터 시작해 초여름을 맞는 꽃게 축제… '축제'라는 표현은 조금 과장되었다 하더라도 싱싱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다는 점에서 남당포구는 맛있는 음식을 찾는 사람들이라면 꼭 한 번쯤은 가봐야 할 그런 곳이다.

이렇게 거창하게 얘기를 시작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나도 남당포구에는 새우 말고 다른 것을 먹으러 간 적은 없었다. 우연히 알게 된 남당포구를 대하축제가 시작될 무렵이면 찾게 된 것이 작년 가을로 겨우 두 번째였다. 그러니 '이런 저런 축제가 많다'라고 얘기를 풀어 낸 건 결국 어디서 들은 얘기일 따름이지 스스로 겪은 건 아니다. 이 얘기를 해 준 사람이 이번에 찾아간 남당포구의 식당 사장님이었으니 아무래도 더 믿을 만 해서 가져다 쓴 것일 뿐이다.

충남 청양으로 출장을 가야 했던 4월의 봄날. 무언가 특별한 음식을 찾던 우리는 청양에서 남당포구까지 약 이십여킬로미터 정도라는 사실을 깨닫고 무작정 남당포구로 차를 달렸다. 달리다 보니 군데 군데 보이는 새조개 축제 현수막. 이름만 들어봤지 아직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새조개 샤브샤브를 떠올리며 살짝 들뜬 마음으로 남당포구에 도착했다. 그러나 평일 저녁이어서 그런지 '축제'라는 이름과 어울리지 않게 남당포구는 한산했고, 그렇게 한산한 포구에서 우리는 어떤 식당에 들어갈지 한참을 고민하고 망설일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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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많은 식당들 중에서 어떤 식당엘 들어가야 할까?

괜히 멋있는 척 카메라를 들고 사진도 좀 찍고, 그렇게 돌아다니다가 아무래도 손님 없는 집보다는 손님 있는 집이 나을 듯 해서 그나마 두 테이블에 손님이 있는 집을 찾아 들어갔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작전은 성공 ^^. 약간의 팁이라면 너무 뜨내기로 장사할 것 같은 집보다는 나름대로 규모가 있고 간판도 좀 그럴 듯한 집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들어간 곳은 다른 남당포구의 식당들처럼 바닷가에 면해 있는 천막 식당 중에서 그래도 좀 넓은 축에 속하는 집이었다. 어쨌든 자리에 앉아 새조개 샤브샤브를 주문하고 어렵사리 고른 식당이 괜찮기만을 마음 속으로 바라고 또 바라기 시작했다.

다른 곳에 워낙 정보가 많이 있어서 굳이 새조개에 대한 얘기는 쓰지 않으려 했는데 아무래도 좀 허전해서 간단히 정리해야겠다. 새조개는 지름 7-8cm 크기의 분홍빛 나는 껍질 속에 새 부리처럼 생긴 속살이 들었다 해서 새조개라고 한단다. 고급 초밥 재료로 사용되기 때문에 예전에는 모두 일본에 수출했는데 – 이 대목에서 솔직히 화가 좀 난다 ^^ - 몇 년 전부터 새조개 샤브샤브라는 이름으로 우리나라에서도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다음 사진이 바로 새조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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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주 메뉴로 돌아오자. 새조개 샤브샤브를 시키면 대한민국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전골 냄비에 바지락, 무, 시금치, 팽이버섯 등등이 담겨 있는 육수가 나온다. 다음으로 나올 녀석이 바로 주인공인 새조개. 난 처음에 새조개 샤브샤브라 해서 바지락처럼 조그맣게 생긴 조개를 통째로 육수에 빠뜨려 익혀 먹는 거라 생각했는데, 왠걸, 실제로 등장한 주인공은 내 예상을 깨고 완전히 옷을 벗은 모습(!)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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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조개가 저렇게 큰 녀석이라고는 전혀 생각 못 했던 탓에 처음에는 이걸 어떻게 먹어야 할지 살짝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샤브샤브란게 뭐 별 건가. 그냥 육수가 끓기를 기다려 하나 하나씩 집어 넣으면 되겠지 그런 생각으로 육수가 끓기만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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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www.zoominsky.com BlogIcon 짠이아빠 2007.04.16 19:23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 같은 집을 같은 맛을 두 사람이 똑 같이 써보니.. 이게 또 색다르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