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빌라마리아 프라이빗 빈

2007년 내가 마신 와인 중에서 1등을 꼽으라면 '콜롬비아 크레스트 리슬링'이라고 지난 번 글에서 고백한 바 있다. 달콤하고 은은한 향이 있는데다가 11.5%임에도 전혀 술이라는 느낌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부드러워 와인 초짜인 내게는 딱 맞았기 때문이다.

2007/12/23 - [행복한 음식 얘기] - [와인] 크리스마스에 꼭 추천하고픈 '콜롬비아 크레스트 리슬링'

1등은 그렇다 치고 그렇다면 2등은 뭘까. 2등을 꼽자면 나는 주저없이 뉴질랜드산 와인인 빌라미라아 프라이빗 빈을 꼽겠다. 콜롬비아 크레스트 리슬링을 만나지 않았다면 이 녀석이 2007년 나의 와인 리스트에서 1위를 차지할 뻔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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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마리아 프라이빗 빈 Villa Maria Private Bin은 화이트와인이다. 콜롬비아 크레스트 리슬링에 비해 단 맛은 덜하면서 샤블리에서 느껴지는 그런 쌉싸름도 덜하다. 이렇게 써 놓고 보니 리슬링과 샤블리의 중간쯤처럼 느껴지는데 사실 그렇다고 말하기도 좀 곤란하다. 특유의 맛을 중간 맛이라고 매도하기에는 그 맛이 너무 아깝기 때문이다.

빌라 마리아 프라이빗 빈의 최대 장점은 14%라는 은근한 알콜도수인데도 알콜 맛 대신 이를 상쇄하는 은은한 특유의 맛과 향이다. 브랜드와 생긴 모양만 보면 잘 모르겠는데 빌라 마리아 프라이빗 빈에는 어떤 포도를 썼느냐에 따라 두 가지 모델이 있다. 하나는 소비뇽 블랑, 하나는 샤르도네다.

생긴 모양은 비슷한데 둘 사이에는 확실한 차이가 있다. 나에게는 샤르도네보다는 소비뇽 블랑이 훨씬 좋았다. 샤르도네는 소비뇽 블랑 보다 특유의 향이 약하고 훨씬 더 드라이하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솔직히 고백하면 빌라 마리아에 소비뇽 블랑과 샤르도네가 있다는 사실도 처음엔 몰랐다. 콜롬비아 크레스트 리슬링을 사러 갔다가 없어서 못 사는 바람에 이번에는 엉뚱한 거 사지 말고 아는 걸 사야지 라는 마음으로 빌라 마리아를 집었는데 집에 와서 마셔 보니 아무래도 그 맛이 안 나는 것이었다. 이상하다 싶어 자세히 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이건 샤르도네였다.

사진은 샤르도네지만, 정확히 추천하고자 하는 모델은 빌라 마리아 프라이빗 빈 소비뇽 블랑이다. 약간은 드라이하지만 그럼에도 부드럽게 넘어가기 때문에 화이트 와인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좋다. 혀에서 느껴지는 와인의 쌉싸름한 맛을 밀어내며 올라오는 특유의 향은 맛을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뇌리에 강하게 박힌다. 게다가 워낙 유명한 와인이라 와인샵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도 장점.

코스트코에서는 2만2천원대, 잠실 롯데캐슬 1층의 레벵에서는 2만8천원, 잠실 홈플러스 와인 매장에서는 샤르도네가 2만4천원대였다. 참고로 트위스트캡 방식. 와인은 코르크를 따는 맛이 각별하다고는 하지만 난 트위스트캡도 그리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먹다가 남으면 쉽게 막아 보관할 수 있으니까. 물론 트위스트캡이 완벽한 진공 사태를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서 오래 보관하면 안되기는 하지만 말이다.

참참참, 화이트 와인은 차게 마시는 와인이긴 하지만 너무 온도가 차가우면 그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았다. 냉장고에 넣는 대신 밖에 놔뒀다가 먹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바깥 날씨가 너무 추워지면서 와인의 온도가 확 내려갔던 것. 할 수 없이 와인을 열어 놓고 온도가 오르기를 기다려서야 빌라 마리아의 제 맛을 느낄 수 있게 됐다. 와인 초짜인 내가 느낄 수 있을 정도니, 다른 사람들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차이일 것이다. 적당한 온도에서 제 맛을 내는 와인이란 참 묘한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이렇게 쓰고 나니 문득 소주도 온도에 따라 맛이 다를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소주란 살짝 얼음이 얼 정도의 살얼음 소주가 가장 맛있다고 생각했는데, 한 번 비교를 해봐야 할까 마음이 들었으니 와인에 이제 맛을 들이긴 했어도 나는 여전히 소주 마니아임에 틀림 없다. / FIN

  • Favicon of http://www.rabbicat.kr BlogIcon 토양이 2008.01.02 08:52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음..분명히 지난 번에 마셔본 것 같은데 맛이 기억에 없네요 - -;

  • Favicon of http://www.sunblogged.com BlogIcon easysun 2008.01.02 11:27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미디어U 사무실에서도 마셨었죠.. 사진을 못찍어 두었지만.. ^^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1.02 14:36 신고 수정/삭제

      그 날 마신 와인이 그것만이 아니라고 하셨잖아요~ ㅋㅋ 그거 다 사진도, 기억도... ㅋㅋ

  • 진주애비 2008.01.02 22:00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음~저의 와인길라잡이 레이님.
    계속해서 부~탁해요..^^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1.03 17:45 신고 수정/삭제

      헐, 길라잡이라뇨... 저 따라서 드시다가는... 책임 못져요~ ㅋㅋ

헷갈리는 와인 용어, 포도 품종들

무섭다(!)고 할 정도로 뜨겁게 와인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적당히 마시는 와인이 건강에 좋다는 건 이미 상식이고, 와인을 문화로 받아들이려는 움직임이 많아지면서 와인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난 거겠지요. 저도 예전에는 와인을 싫어했는데 - 마셔도 취하지 않는 걸 뭐러 마시냐는 이유로 >.< - 요즘은 와인의 매력을 조금씩 느끼는 중입니다. 물론, 이제는 와인을 마셔도 취하는 나이(헉!)가 되기도 했구요. 쩝.

그런데 와인은 공부를 하면서 마셔야 되는 술이더군요. 물론 그냥 막 마셔도 되지만, 그렇게 마시면 다양한 와인의 장점을 잘 깨닫지 못하고 그냥 넘어가게 되니 좀 안타까운 일이지요. 그래서 포도 품종은 뭐고 생산지는 어디고 뭐 이런 것들을 조금씩 공부하고 그러면서 이런 저런 와인을 비교하다 보면 정말 자기 입 맛에 맞는 와인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와인 용어, 그 중에서도 포도 품종들이 사람을 꽤 헷갈리게 한다는 겁니다. 각 나라 별로 고유명사도 많고, 비슷 비슷한 말들이 많아서 도대체 이게 뭘 말하는 지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는 거지요. 예를 들어 레드 와인을 만드는 포도 품종 중 하나인 메를로와 멀롯과 메어로는 같은 포도입니다. 단지 어떤 언어처럼 읽었느냐의 차이인 거지요. 물론 시라(Syrah)라는 포도 품종이 호주로 건너가면서 시라즈(shiraz)가 되는 경우도 있어서 같은 품종이라도 지역별로 똑같은 포도라고 볼 수 없다는 견해도 있긴 하지만요.

실제로 와인은 전 세계적인 상품이다 보니, 각 나라마다 부르는 이름이 죄다 다릅니다. 실제로 포도주를 가리키는 와인이란 이름은 영어에서 따온 말이고, 이를 독일에서는 바인, 프랑스에서는 벵, 이탈리아에서는 비노라고 부릅니다. 이런 세계 각지의 와인들이 서로 경쟁하다 보니 저마다 부르는 이름이 있고, 그래서 영어나 프랑스어나 이탈리아어하고 별로 안 친한 우리나라 사람들을 헷갈리게 만드는 거 겠지요. 와인 수입업체 별로 수입국 기준으로 부르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 듯 합니다. 그렇게 대표적으로 다르게 부르는 와인 용어 몇 가지를 살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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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버네 쉬라즈'라고 표기한 호주산 와인의 한글 레이블


Cabernet Sauvignon

와인을 만드는 대표적인 포도 품종인 까베르네 소비뇽. 이걸 영어 식으로 읽으면 카버네 소비뇽이 되는 거지요. 우리 말로 표기할 때는 카베르네, 카버네, 까베르네 등으로 쓰는데 결국 같은 얘기랍니다. 그런데 소비뇽은 왜 다 같이 소비뇽이라고 읽는 것일까요? ^^ 아, 어떤 책에서는 소베이뇽이라고 쓴 것도 봤습니다.

Chardonnay
화이트 와인을 만드는 대표적인 포도 품종인데 우리 말로 표기하는 방법이 아주 다양하죠. 프랑스어 식으로 읽으면 샤르도네, 영어식으로 읽으면 샤도나이가 되겠네요. 샤도네, 샤도네이 등으로도 표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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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도네'라고 표기한 한글 레이블


Merlot
레드 와인을 만드는 포도 품종 중 하나지요. 프랑스 식으로는 메를로라고 읽고 영어 식으로는 멀롯이라고 읽겠지요. 가끔 이걸 '메어로'라고 표기한 책을 봤을 땐 정말 엄청나게 헷갈렸더랍니다. 그래도 다행히 메를롯이라고 읽는 사람들은 없는 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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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rlot을 '메어로'라고 표기한 와인 책


Bourgogne와 Burgundy
이건 포도 품종 용어는 아닙니다만 정말 대책 없이 헷갈렸던 말이지요. 브르고뉴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포도 산지 중 하나입니다. 미국에서는 이 지방을 버건디라고 부르더군요. 다른 말들은 대충 비슷하니까 연상이나 될 텐데, 이건 전혀 다르게 읽어버리니 누군가 설명해 주지 않으면 알기 어려운 용어가 아닐까 싶습니다.

솔직히 와인을 얘기할 때, 프랑스어를 쓰는 게 맞다, 영어를 쓰는 게 맞다 뭐 이렇게 주장할 생각은 없습니다. 와인이라는 게 워낙 세계적인 상품이고, 지역 별로 독특한 고유명사가 있으니, 그건 인정해야 하겠지요. 그러나 와인을 이제 막 마시기 시작한 분들이 용어로 인해 헷갈리는 일은 좀 줄여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협회 같은 곳에서 용어 통일안 정도를 내 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 보고요. 어쨌든 메를로와 멀롯과 메어로가 같은 품종을 얘기한 다는 거 하나만으로도 재미있는 상식이 되지 않을까요? 하긴 프랑스 산 와인은 메를로로 만들고 미국에서는 멀롯으로 만든다고 하면 더 할 말 없긴 합니다만. ^^ / FIN
  • Favicon of http://happicialist.tistory.com BlogIcon Energizer Jinmi 2007.10.23 17:04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레이님! 저도 와인공부했어요^^
    트랙백 남기고 갑니다~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10.23 17:08 신고 수정/삭제

      살다 보니 공부할 게 정말 많아요~ ㅋㅋ 트랙백 감사!!

  • Favicon of http://www.sunblogged.com BlogIcon easysun 2007.10.23 18:20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웰컴 투 와인 채널.. 저희 회사에서 와인 마시는 모임이 종종 있는데 언제 한번 놀러 오세요. 미리 문자 날려 드리께요. ^^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10.23 19:06 신고 수정/삭제

      ^^ 초대해 주시면 저도 와인 한 병 들고 가야겠는데요? ㅋㅋ 그나저나 지금 사무실에 있는 것도 못 마시고 있는데... >.<

  • Favicon of http://www.zoominsky.com/ BlogIcon 짠이아빠 2007.10.23 22:59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이거 원 음주가무를 즐겨본게 언제던가?.. 허허..

  • Favicon of http://j4blog.tistory.com BlogIcon moONFLOWer 2007.10.25 10:24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덕분에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와인 땡기게 하셨습니다. 책임을 지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지만..^^

    트랙백 보내드립니다.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10.25 10:38 신고 수정/삭제

      기회가 되면 책임질 일도 생기겠지요 ^^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