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렌스탐을 위하여

골프여제로 불리는 - 내 생각엔 앞으로도 그렇게 불리울 - 아니카 소렌스탐이 은퇴를 선언했다. 요즘은 골프채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까먹은 나지만, 그래도 한 떄는 아니카 소렌스탐의 팬이었기에 그의 은퇴 소식이 심히 놀랍기만 하다. 1970년생. 물론 스포츠에 나이가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다고 할 수 있겠지만 비교적 노장 선수들이 많은 골프계에서 소렌스탐이 나이가 많아 은퇴하는 건 아닐게다. 그래서 언론들은 충격(!)이라는 표현까지도 열심히 써 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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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카 소렌스탐 홈페이지


소렌스탐은 골프여제라는 별명에 걸맞게, 특이한 경력이 많은 선수다. 어디 한 번 보자. 여성 최저 타수인 59타를 기록했고, 최초로 남자 대회에 참가해 남자 선수들과 맞짱을 떴다. LPGA 통신 72승, 메이저대회 10승, 단일대회 5연승이라는 아직도 깨지지 않는 기록을 갖고 있다.

내가 소렌스탐의 팬이 된 건, 두 건의 기사 때문이다. 2001년 3월, 소렌스탐은  스탠더드 레지스터핑 두 번째 라운드에서 59타를 쳐 세상을 놀라게 했다. 오죽하면 사람들이 “어떻게 한 거야?”라고 질문을 했을 정도란다. 소렌스탐의 대답이 웃기다. “나도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어요.”

59타를 치려면 홀인원이나 이글 같은 것들이 두어번쯤 나와줘야 할 거라고 우리는 흔히 생각한다. 실제로 소렌스탐도 이날 그런 것들이 있어야 59타가 가능하다고 생각했었단다. 그런데 59타 중에는 홀인원이나 이글이 없었다. 죄다 버디를 잡아 가면서 59타라는 믿을 수 없는 기록을 세운 게다.

2001년 6월호 서울경제골프매거진에 실린 기사에 따르면 이 당시 소렌스탐은 오른손으로만 50 - 100개의 퍼팅 연습을 했단다. 홀 2.5미터 - 4.5미터 앞에서 티를 세 개 꽂고 그린을 읽어가면서 매일 이렇게 연습을 했다는 거다. 컴퓨터라고 불리는 아이언샷 뒤에, 이렇게 눈물나는 퍼팅 연습이 있으니 거의 전 홀 버디를 기록하면서 대기록을 세웠고 그래서 세상은 더 놀란 것 아닐까.

그리고 2002년 소렌스탐은 제주도에서 열리는 제1회 나인브릿지 클래식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에 오게 된다. 그린에 서 있는 공이 흔들릴 정도로 바람이 많이 불던 이 대회에서 소렌스탐은 공동 5위를 기록해 체면을 구기긴했지만, 골프여제 다운 매너와 유머(!)를 선보이면서 나를 자신의 팬으로 만들어 버리고 만다(!).

골프 대회를 정식으로 하기 전에 프로암 대회라는 것이 있다. 골프 대회를 주관하고 상금을 내는 스폰서 등 관계자를 위해 프로 선수들이 같이 골프를 한 번 쳐주는 대회인데 소렌스탐과 함께 치는 스폰서들이 긴장해서 그런지 볼이 잘 안 맞으니까 맥주 한 잔 하고 치라고 했단다. 그게 뭐 대단한 일이냐고 하겠지만, 음주 골프(!) 숭배자였던 나로서는 킥킥 대고 웃기에 충분한 사건이었다. 하긴 소렌스탐 뿐이랴. 우리나라 어떤 선수도 술 회사가 스폰하는 대회에서 그 회사 술 먹고 뻗었다는 얘기가 있다더라. 그래서 내가 그 선수도 좋아하긴 하지만 말이다. 어쨌든 이런 이유로 난 아니카 소렌스탐이 좋아졌고, 한 동안 그의 게임을 놓치지 않고 보았었다. 그리고 또 한 동안 골프에서 손을 떼면서 잠시 잊었었고.

기사에 따르면 소렌스탐은 사랑을 위해(!) 골프를 그만 둔다고 한다. 결혼하고 평범한 여자로 제2의 인생을 살겠다는데 일단 그건 말이 안되는 얘기일테고, 골프 관련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않을까 싶다. 현재 소렌스탐은 골프 아카데미와 의류 브랜드 사업을 하고 있으니 뭐 어려운 추측도 아니다. 소렌스탐의 애인은 마이크 맥기라는 사람으로 프로골프 선수였던 제리 맥기의 아들인데 무슨 골프 에이전트를 하고 있단다. 어쨌든 소렌스탐 스스로도 골프를 정말 사랑했다고 하니 그의 삶에서 골프를 뺄 수는 없는 일일게다.

내가 여기서 축하를 하네 마네 해도 소렌스탐이 그 사실을 알리는 없겠지만, 어쨌든 팬으로서 나는 소렌스탐의 결혼을 축하한다. 슬럼프를 이겨낸 모습으로 은퇴를 하는 당당한 모습도 마냥 보기 좋다. 프로선수 누구 하나 그렇지 않은 사람 없겠지만 철저한 자기 관리로 많은 골퍼들의 모범이 되어 온 그였기에 앞으로의 삶도 행복하고 아름답기를 진심으로 바라 마지 않는다. / FIN

  • Favicon of http://blog.empas.com/diabloti BlogIcon 정현아범 2008.05.15 13:33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연습에 열올리고 있는 중입니다..으쌰..
    형님들 다 모아서 한판 붙어야 되는데 말이죠..ㅋㅋ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5.15 13:37 신고 수정/삭제

      헐, 난 골프채 우찌 생겼는지도 까먹었당께 ㅋㅋ

  • Favicon of http://www.zoominsky.com/ BlogIcon 짠이아빠 2008.05.15 14:59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ㅋㅋ 레이 아이언은 내가 연습 중입니다.. ㅋㅋ
    참.. 소렌스탐 두번째 결혼 아닌가?.. 예전에 남편이 캐디해줬다는 기사를 어디선가 읽은 것 같은데.. 하여간 정상에 있을 때 떠나는 모습이 좋구만.. ㅋㅋ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5.15 15:23 신고 수정/삭제

      ㅋㅋㅋ 그나저나 소렌스탐은 두번째 결혼 맞아요. 97년에 결혼하고 05년에 헤어졌다네요. 이혼한다고 했을 때도 사람들이 난리났었어요. 별 말도 없다가 이혼한다고~ ㅋㅋ

  • sontong 2008.05.20 09:01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멋질때 떠나는 탐언니 멋져부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