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낙지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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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가 고향이신 어머니. 얼마 전 외할아버지 기일을 핑계 삼아 고향엘 다녀오셨습니다. 어느 부모님이든 다 마찬가지지만, 고향 다녀오실 땐 항상 두 손 가득 자식들 먹일 맛있는 음식을 싸오기 마련이지요. 저 어릴 적엔 항상 꼬막을 가져오셨는데, 요즘은 꼬막보다는 낙지를 가져오신답니다.

목포하면 세발낙지가 생각나지만, 요즘은 세발낙지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군요. 세발낙지는 뻘에서 잡아야 하는데 목포 인근도 개발 바람이 불면서 뻘이 많이 사라졌다는군요. 그래서 먼 바다까지 가서 잡아와야 하는 까닭에 예전처럼 흔히 먹지는 못한답니다.

네모난 스티로폼 박스에 비닐을 넣고, 그 안에 바닷물을 살짝 채운 후 낙지를 실어오셨더랍니다. 몇 시간 고속버스를 타고 왔어도 여전히 힘 좋은 낙지. 날씨가 선선한 계절이라면 있는 그대로 먹어도 괜찮겠지만 아무래도 더운 여름이라 그냥 먹기는 좀 부담스럽지요. 몇 시간 버스를 타고 오신 까닭에 피곤하셨을 텐데 살아 있는 생생한 낙지 맛을 보여주고 싶으신지 서둘러 낙지볶음을 만드십니다.

생생한 배추, 영양 가득한 부추, 적당히 매운 맛을 내기 위한 고추와 양파, 그리고 팽이버섯과 파프리카를 역시 시골에서 담아오신 고추장에 마늘과 기름을 넣어 볶아내십니다. 좋은 재료로 볶아낸 탓인지, 그렇게 맵지도 않으면서 달콤한 맛과 함께 쫄짓한 낙지의 맛이 섞이니, 그야말로 한 그릇 뚝딱입니다.

살아 있는 생생한 낙지 때문일까요. 아니면 이 녀석이 진짜(!) 국산이어서 그런 것일까요. 세발낙지처럼 가늘지는 않고 외려 도톰한 다리 굵기(!)를 자랑합니다만 놀랄 정도로 부드럽게 씹힙니다. 세발낙지가 너무 가늘어 씹히는 맛이 좀 덜하다고 한다면 이렇게 살짝 두꺼운 낙지의 씹히는 맛은 정말 예술이라고 할 만 합니다. 냉동낙지를 볶아 만든 매콤한 낙지볶음에만 익숙해 있던 저에게 지금 막 목포에서 공수해온 낙지로 만든 어머니표 낙지볶음은 낙지의 참 맛을 다시금 깨닫게 해 줍니다.

어머니의 손맛. 온갖 음식들이 아직도 이 표현을 메인 카피로 사용하는 거 보면, 어머니의 손맛이란 아직도 우리의 입맛과 가슴을, 저릿하게 만드는가 봅니다. 그렇게 하루 저녁, 아주 행복한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어머니 아니 엄마, 고맙습니다... ^^
  • 손통 2007.07.09 18:42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야들야들한 낙지의 씹힘이 입안에 가득 느껴진다는... 침 한사발 넘기고 간다네. / 엄마의 손맛을 아직도 보고있는 그대 부럽다우.

  • Favicon of http://blog,empas.com/bouquetdor BlogIcon 진주애비 2007.07.11 22:07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쓰읍^^:...이 입안에 고인 침 책임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