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선물로 김치를 보내드렸습니다

어릴 땐 어버이날 선물로 카네이션 하나면 되었습니다. 초등학교 때는 종이로 만든 카네이션을 달아드렸고, 고등학교 다니면서부터는 생화를 드렸던 기억이 납니다. 취직을 하고, 결혼을 하고 그렇게 생활에 여유가 생기면서는 선물도 드렸고, 몇 해 전부는 그저 현금이 최고야, 그러면서 용돈을 드렸습니다. 사실 제일 속 편하죠 뭐, 대신 성의는 좀 없어 보이고, 솔직히 선물로 드리는 것보다 현금 드리는 것이 좀 더 부담스럽습니다.

사실 저희 집은 5월이 거의 죽음의 달(!)입니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아이가 초등학교 다니기 시작하면서 이거 안 챙길 수 없는 날이더군요 ^^ 학교 선생님, 학원 선생님, 교회 선생님…)은 모든 가정들이 다 겪는 일일테고요, 저희는 여기에 장인, 장모님 생신, 우리 어머니 생신이 끼어 있답니다. 게다가 날 좋은 5월에 왜 그렇게 결혼들을 해대는지. 축의금과 선물 비용으로 가정 경제가 휘청(!)까지는 아니어도 ^^ 어쩄드 5월은 다른 달보다 좀 어려운 달이 틀림 없을 겁니다.

그러다 보니 꾀가 나서 어디 좋은 선물 없나 둘레 둘레 고민을 하게 됩니다. 그러다가 문득, 지난 번에 김치 떨어져간다고 하시던 말씀이 생각나서 김치를 좀 보내드리면 어떨까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 지금 김장김치가 서서히 물려갈 때지요. 날은 점점 더워지고 입맛은 조금씩 떨어져갈텐데 일년 양식의 절반이라고 하는 김치가 부족하면 식탁 차리기가 쉽지 않을 겝니다. 이럴 때 별미김치 하나 있으면 식사가 더욱 즐거워지겠죠. 김치 사 먹는 것에 대해 여전히 거부감이 있는 부모님들이라 웬지 조심스러웠지만 집에서 담그기 어려운 별미김치를 보내드리면 좋겠다 싶어서 과감히 한 번 질러봤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김치가 바로 백김치, 그리고 열무김치입니다. 포기김치야 어머니가 마음 내키면 언제라도 담아 드시니까 일부러 살 필요는 없을 듯 하고, 평소에 집에서 담기 어려운 김치를 보내드리면 굳이 이런 거 사오냐는 말씀도 안 하실 듯 했지요. 게다가 이제 날이 더워지면 여름 김치의 대명사인 열무김치 철이 오지 않겠습니까? 밥과 함께 비벼 먹어도 그만, 냉면 말아 먹어도 그만~ 여러모로 열무김치는 쓸데가 많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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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가던 쇼핑몰에서 백김치와 열무김치를 각 5kg씩 주문했습니다. 두 개 합해서 3만6천원 정도. 우리 집만 보낼 수 없으니 처가도 하나 같이 주문해서 보냈습니다. 어버이날 딱 맞추는 것은 좀 어려울 듯 해서 미리 주문을 했는데 오늘 김치를 받았다고 연락이 왔네요.

예상 외로! 어머니 반응이 좋았습니다. 안 그래도 반찬 없어서 고민하고 있었는데 맛깔나는 김치가 생겨서 정말 좋으시다는군요. 조금 익혀 드셔야 하기 때문에 아직 본격적으로 맛을 보지는 못했지만, 국물이 참 시원하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게다가 어버이날 외식하지 말고 집에서 이 김치 같이 놓고 찌개 끓여 저녁 식사 같이 하자고 하시더군요. 이래저래 외식비도 줄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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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어버이날 당일엔 딸 아이 앞세워 카네이션은 달아드려야겠지요. 모르긴 몰라도 아내는 넉넉하지는 않아도 용돈하시라고 봉투를 준비할 겁니다. 자식된 입장에서 비싸고 좋은 선물, 넉넉한 용돈 드리고 싶지 않겠습니까마는, 이런 저런 현실 핑계를 대다 보면 그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무리한 후에 카드값 막기 위해 헐떡거리는 것도 현명한 일은 아니겠지요. 김치 한아름 선물로 드리면서 생색도 내고 가족들 맛있는 식사도 같이 하면, 그걸로도 충분히 행복한 5월이 되지 않을까, 그런 마음입니다. / FIN



  • Favicon of http://www.paperon.net BlogIcon 집짱 2008.05.07 09:37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백김치 보니까 김치 말이 국수가 먹고 싶어지네요. ^^ 냠~~

  • 2008.05.07 10:35 ADDR 수정/삭제 답글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blog.naver.com/sena BlogIcon 세나 2008.05.07 11:11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맨날 엄마한테 얻어먹기만 하는데,
    저도 오늘을 김치를 선물해 드려볼까요??
    엄마도 이제 김치 담그시기 힘들어 하시는 것 같은데. ^^;;
    딸이 담글 재주는 없으니, 사 드려도 싫어하시진 않으시겠죠?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5.07 11:15 신고 수정/삭제

      저도 혼날까봐(!) 집에서 안 담그는 김치 골라 보내드린 거였어요 ㅋㅋ

  • Favicon of http://www.kimdahee.com BlogIcon 다희 2008.05.07 12:45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전 뼈국 해먹을 좋은 뼈와 고기 사려고요.^-^
    어버이날 선물로 좀 뜬금없는 것 같지만,
    부모님께 좋은 것 선물하고 싶은데 먹는게 보약이라고 하니...
    나쁜소가 들어오기 전에;; 온 가족이 몸 보신을 =_=
    레이님의 백김치와 같은 맥락이네요 ㅎㅎㅎ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5.07 15:34 신고 수정/삭제

      오호, 그것도 좋은 아이템인데요! ^^

  • Favicon of http://blog.empas.com/diabloti BlogIcon 정현아범 2008.05.07 15:15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5월..
    참 넘어가기 힘든 달이에요..ㅡㅡ;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05.07 15:34 신고 수정/삭제

      그냥 넘어갈 수도 없고, 넘자니 힘들고~ ^^

  • Favicon of http://youngminc.com BlogIcon 영민C 2008.05.09 17:02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와우... 정말 근사한 선물이네요. ^^;

  • 진주애비 2008.05.09 22:24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제 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