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 맛집] 칼칼한 국물과 탱탱한 오뎅 – 정겨운 오뎅집

사람들이 들으면 참 이기적(!)이라고 말할까 모르겠습니다만 정말 아끼는 집은 소개하기 싫습니다. 나름대로 블로그에서 맛집 얘기 많이 쓰고, 검색 엔진에서 '맛집'을 찾을 때 꽤 리스트가 나오는 편이라고 자부하는(!) 저니까(사람들 다 잘난 맛에 사니까 좀 잘난 척 해도 이해해주시길 ^^) 정말 아끼는 집에 사람 많이 오는 게 싫거든요. 사람들 많아지면서 예전의 그 오붓한 분위기를 잃어버릴까 걱정도 되고. 하지만 정말 아끼는 집이 잘 되어야 오래 오래 갈 수 있지 않겠습니까. 오늘은 정말 아끼는 오뎅집에 대해 얘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아무리 어묵이라고 우겨도 '오뎅'은 오뎅이라고 불러야 제 맛인가 봅니다. 추운 겨울, 길거리 포장마차에 서서 국물 훌훌 불어가며 먹는 그 것, 편한 소주집 어느 곳에서든 부담 없이 편안하게 시킬 수 있는 그 안주… 바로 '오뎅'이 아니면 무엇이겠습니까?

저는 오뎅을 참 좋아합니다. 그 이름에서 무척이나 싫어하는 일본 냄새가 난다 해도, 또 그 성분이 깨끗지 못하네 어쩌네 시비가 많아도, 어쨌거나 맛있기 때문입니다. 맛있는 걸 어쩌겠습니까. 먹어야지요.

그래서 요즘 생기는 오뎅바들이 참 반갑습니다. 맛난 오뎅을 골라 먹을 수도 있고, 격자 유리문을 통해 바깥을 내다보는 재미도 쏠쏠하지요. 거기에 모처럼 비까지 내린다면, 그야 말로 술 맛 업그레이드 되는 날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이런 저런 기대를 가지고 들어간 오뎅바들이 영 분위기를 못 맞춰준다면 이 또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송파구청 건너편에 있는 방이동 먹자골목에 가면, 딱 이 분위기에 걸맞은 오뎅집이 하나 있습니다. 이름도 정다운 '정겨운 오뎅'. 송파구청 맞은편에 있는 방이동 먹자골목 길로 들어서서 처음으로 나오는 오른쪽 골목으로 우회전, 다시 직진한 후 두 번째 골목에서 좌회전, 말로 설명하면 복잡하지만 사실 그다지 복잡할 것도 없습니다. 하여튼 두 번째 골목에서 왼쪽으로 가서 이 큰 길과 만나는 지점까지 주욱 가면 왼쪽에 정겨운 오뎅이 보입니다.

어느 오뎅집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일단 자리에 앉으면 국물 맛을 보게 됩니다. 이 집은 일단 국물 맛이 다른 어떤 오뎅집과 다릅니다. 보통 오뎅 국물은 짭짤하지요? 이 집 오뎅 국물은 짭짤한 것과는 거리가 멉니다. 외려 매운 맛이 살짝 감돌며 칼칼하다고 할 수 있지요. 고추가루로 매운 맛이 아닌, 고추 자체로 매운 그런 맛 있잖습니까. 그래서 짭잘한 오뎅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외려 밍숭 맹숭하다고 하기도 합니다. 어쨌든 속이 다 들여다 보일 정도로 맑으면서 칼칼한 국물. 한 국자 떠서 마시면 절로 카~ 하는 감탄이 나옵니다. 짭짤하지 않기 때문에 많이 먹어도 갈증이 나지 않습니다. 뜨거운 국물을 조금씩 자주 덜어 먹는 것. 이 집에서 권하는 국물 먹기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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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칼하고 개운한 맛을 내는 이 집 특유의 맑은 오뎅 국물

국물에서 감탄하면 다음 오뎅을 즐길 차례지요. 오뎅 종류가 아주 많습니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접힌 오뎅, 긴 오뎅은 물론 살짝 매운 맛을 내는 오징어 오뎅, 맛살 오뎅, 치즈 오뎅(이거 생각보다 괜찮다는 ^^), 만두 소처럼 다진 채소가 들어 있는 오뎅… 한 열 가지 정도 되는 오뎅들이 통에 들어 있습니다. 통에 오래 들어 있으면 오뎅이 퍼지는데, 적당한 양을 넣어 두기 때문에 물렀거나 퍼진 오뎅이 없습니다. 모두 탱탱하고 쫀득하지요. 골라 먹는 재미도 다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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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지지 않고 탱탱한 다양한 오뎅들

특별히 제가 추천하는 오뎅은 통에 들어 있지 않고 별도로 주문해야 하는 '피시볼'입니다. 업그레이드 오뎅이라고 생각해야겠지요? 이 녀석들은 잘 퍼지기 때문에 오뎅 국물에 넣어 놓지 않습니다. 먹고 싶은 넘을 골라 통에 넣어두었다가 적당히 데워지면 그 때 먹는 거지요. 대신 일단 통에 넣었으면 그 건 책임져야 합니다. 잘 퍼지는 녀석이라 오래 넣어두면 물러지니까 제 맛을 잃어버리거든요. 메추리알과 달걀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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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그레이드 오뎅 피시볼

값은 오뎅 1개에 천원입니다. 그냥 오뎅이나 피시볼이나 똑같고 오뎅 꽂은 막대기 수를 세어 계산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정말 추천하는 녀석, 이 녀석의 맛을 알아야 이 집 오뎅바의 진정한 매니아라고 할 수 있는 녀석, 바로 흰떡입니다. 처음에는 이걸 뭔 맛으로 먹나 하겠지만 넉넉하게 담가 두었다가 살짝 흔들어서 탱글 탱글 해진 후에 먹으면 그 쫄깃함과 은근한 고소함이 이루 말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다른 오뎅보다 조금 더 데워야 한다는 것, 그리고 흔들어서 탱탱해지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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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맛을 알아야 진정한 매니아. 흰떡

참, 이 집에는 소주가 없습니다. 우리 말로는 청주, 흔히 부르기로는 정종, 일본 말로는 사케라고 부르는 술은 두 종류가 있습니다. 국산과 일본산 이렇게 말입니다. 국산 청주는 '백화수복'이고 일본산은 '월계관'이라는 브랜드입니다. 값은 한 잔에 국산 청주가 3천원, 일본산 청주는 6천원입니다.

다 좋은데 ^^ 이 청주를 소주 마시듯 마시면 오뎅바에서 먹는 것 치고 비용이 과하게 나옵니다. 물컵 한 잔에 6천원이고 얘기하다 보면 성인 남자들 이거 서너 잔은 쉽게 마시거든요. 3명이 가서 6천원짜리 일인당 네 잔씩 먹는다고 치면… 대충 비용 계산 나오지요? ^^ 청주는 적당히, 맛으로 가볍게 마셔야 할 듯 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 집 가면 청하를 주로 마십니다.

오뎅 외에 몇 가지 안주들을 추가로 주문할 수 있는데 닭꼬치, 시샤모, 해물떡볶이 등이 있습니다. 오뎅이 워낙 훌륭해서 다른 안주들은 잘 안 시키지만 알이 꽉 찬 시샤모 정도는 주문하실 만 합니다. 오뎅만 있어 좀 서운하다고 생각되면 괜찮은 선택입니다.

지금까지 음식점 평가하면서 별 다섯 개 만점을 준 집은 없었습니다. 별 다섯 개를 받는 집은 정말 대한민국에서 손꼽을 수 있는 집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이 집, 자신있게 별 다섯 개입니다. 저녁을 먹지 않고 1차로 가면 아주 조용하게 오뎅을 즐길 수 있고 사람들이 몰려들 때 쯤이면 기분 좋게 일어설 수 있습니다. 오뎅 따위가 무슨 식사가 되겠냐고 생각하겠지만, 이 집에서라면 그런 생각 하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비 오는 날, 정겨운 오뎅에 앉아 내리는 비를 바라 보며 따뜻한 술 한 잔 즐기는 것. 내 인생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즐거움입니다. / FIN

정겨운 오뎅바 위치 보기 by 구글맵스

내가 가본 오뎅바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일들

강남역 간xx오뎅

2만원짜리, 2만5천원짜리 이렇게 두 가지 메뉴 있습니다. 먹고나서 아쉬운 듯 해 일부만 추가할 수 있느냐 물었더니 안된답니다. 한 접시를 다 시킬 수는 없고, 꼬치 두어개만 추가 주문하면 될 듯 한데, 딱 잘라 안된다 하니 할 말이 없더군요. 강남이라 가격 비싼 거는 그렇다 쳐도, 잔뜩 쌓아놓은 오뎅 낱개로 안파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신촌 오뎅바(이름이 그냥 오뎅바던가 ^^)

일인당 기본 가격이 있습니다. 먹거나 안 먹거나 일단 오뎅을 메뉴로 선택했으면 기본 7천원인가 8천원은 내야 한답니다. 안 드셔도 그 돈은 내야 된다고 얘기를 들었을 땐, 아마 얼큰 취해 있었을 때 같은데, 하여튼 기분은 썩 좋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기본을 못 채우고 나왔거든요 ^^

신천 유x오뎅바

2층에 있는 집인데, 들어가자마자 이상한 비린내가 확 납니다. 다른 집들은 그런게 없는 듯 한데 왜 그 집에서만 그런 냄새가 날까요? 둘이서 청하 한 병 놓고 오뎅은 몇 개 먹지도 못하고 그냥 나왔습니다. 이렇게 해 놓고도 이 집 오래 가네요 ^^ 참 신기합니다. / FIN

  • Favicon of http://www.zoominsky.com BlogIcon 짠이아빠 2007.04.20 18:18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자주 함께가는 사람 입장에서 절대 강추합니다.. ^^

  • Favicon of http://biog.empas.com/bouquetdor BlogIcon 진주애비 2007.04.20 18:40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아...비오는날 이래도 되는겁니까..^^;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04.21 10:05 신고 수정/삭제

      비 오는 날... 정말 딱 어울리는 집이에요~ 진짜 언제 비오면 번개 한 번 쳐볼까 봐요~ ㅋㅋ

  • Favicon of http://blog.empas.com/diabloti BlogIcon 정현아범 2007.05.16 10:01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아..저 흰떡..
    느무느무 좋아요..
    꼭 찾아가야겠어요..
    빠샤!!!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05.16 12:07 신고 수정/삭제

      원래는 지난 번에 갈려구 했었는데 ^^ 엉뚱한 대로 가는 바람에 ㅋㅋ 비 오는 날 저녁에 함 오시게. 그 날은 가볍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