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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1.02 [와인] 빌라마리아 프라이빗 빈 (6)
- 2007.12.26 [와인] 닥터루젠 리슬링 2006 (6)
- 2007.12.23 [와인] 크리스마스에 꼭 추천하고픈 '콜롬비아 크레스트 리슬링' (12)
- 2007.10.23 헷갈리는 와인 용어, 포도 품종들 (8)
- 2007.06.25 [와인] Baron Philippe De Rothschild Cabernet Sauvignon 2004 (2)
- 2007.06.04 [와인] Calvet Bordeaux Reserve 2003 (4)
- 2007.05.20 [와인] Tio Bota Clasico Tinto (1)
- 2007.05.01 [와인] 호텔 롯데월드 메가CC 와인부페 (4)
- 2007.04.23 [와인] Colline Lucchesi Sauvignon 2004 (2)
- 2007.03.03 와인에 대한 짧은 생각 그리고 Casa Porta Sauvignon Blanc 2005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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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빌라마리아 프라이빗 빈
2007/12/23 - [행복한 음식 얘기] - [와인] 크리스마스에 꼭 추천하고픈 '콜롬비아 크레스트 리슬링'
1등은 그렇다 치고 그렇다면 2등은 뭘까. 2등을 꼽자면 나는 주저없이 뉴질랜드산 와인인 빌라미라아 프라이빗 빈을 꼽겠다. 콜롬비아 크레스트 리슬링을 만나지 않았다면 이 녀석이 2007년 나의 와인 리스트에서 1위를 차지할 뻔 했기 때문이다.
빌라마리아 프라이빗 빈 Villa Maria Private Bin은 화이트와인이다. 콜롬비아 크레스트 리슬링에 비해 단 맛은 덜하면서 샤블리에서 느껴지는 그런 쌉싸름도 덜하다. 이렇게 써 놓고 보니 리슬링과 샤블리의 중간쯤처럼 느껴지는데 사실 그렇다고 말하기도 좀 곤란하다. 특유의 맛을 중간 맛이라고 매도하기에는 그 맛이 너무 아깝기 때문이다.
빌라 마리아 프라이빗 빈의 최대 장점은 14%라는 은근한 알콜도수인데도 알콜 맛 대신 이를 상쇄하는 은은한 특유의 맛과 향이다. 브랜드와 생긴 모양만 보면 잘 모르겠는데 빌라 마리아 프라이빗 빈에는 어떤 포도를 썼느냐에 따라 두 가지 모델이 있다. 하나는 소비뇽 블랑, 하나는 샤르도네다.
생긴 모양은 비슷한데 둘 사이에는 확실한 차이가 있다. 나에게는 샤르도네보다는 소비뇽 블랑이 훨씬 좋았다. 샤르도네는 소비뇽 블랑 보다 특유의 향이 약하고 훨씬 더 드라이하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솔직히 고백하면 빌라 마리아에 소비뇽 블랑과 샤르도네가 있다는 사실도 처음엔 몰랐다. 콜롬비아 크레스트 리슬링을 사러 갔다가 없어서 못 사는 바람에 이번에는 엉뚱한 거 사지 말고 아는 걸 사야지 라는 마음으로 빌라 마리아를 집었는데 집에 와서 마셔 보니 아무래도 그 맛이 안 나는 것이었다. 이상하다 싶어 자세히 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이건 샤르도네였다.
사진은 샤르도네지만, 정확히 추천하고자 하는 모델은 빌라 마리아 프라이빗 빈 소비뇽 블랑이다. 약간은 드라이하지만 그럼에도 부드럽게 넘어가기 때문에 화이트 와인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좋다. 혀에서 느껴지는 와인의 쌉싸름한 맛을 밀어내며 올라오는 특유의 향은 맛을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뇌리에 강하게 박힌다. 게다가 워낙 유명한 와인이라 와인샵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도 장점.
코스트코에서는 2만2천원대, 잠실 롯데캐슬 1층의 레벵에서는 2만8천원, 잠실 홈플러스 와인 매장에서는 샤르도네가 2만4천원대였다. 참고로 트위스트캡 방식. 와인은 코르크를 따는 맛이 각별하다고는 하지만 난 트위스트캡도 그리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먹다가 남으면 쉽게 막아 보관할 수 있으니까. 물론 트위스트캡이 완벽한 진공 사태를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서 오래 보관하면 안되기는 하지만 말이다.
참참참, 화이트 와인은 차게 마시는 와인이긴 하지만 너무 온도가 차가우면 그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았다. 냉장고에 넣는 대신 밖에 놔뒀다가 먹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바깥 날씨가 너무 추워지면서 와인의 온도가 확 내려갔던 것. 할 수 없이 와인을 열어 놓고 온도가 오르기를 기다려서야 빌라 마리아의 제 맛을 느낄 수 있게 됐다. 와인 초짜인 내가 느낄 수 있을 정도니, 다른 사람들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차이일 것이다. 적당한 온도에서 제 맛을 내는 와인이란 참 묘한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이렇게 쓰고 나니 문득 소주도 온도에 따라 맛이 다를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소주란 살짝 얼음이 얼 정도의 살얼음 소주가 가장 맛있다고 생각했는데, 한 번 비교를 해봐야 할까 마음이 들었으니 와인에 이제 맛을 들이긴 했어도 나는 여전히 소주 마니아임에 틀림 없다.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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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닥터루젠 리슬링 2006
2007/12/23 - [행복한 음식 얘기] - [와인] 크리스마스에 꼭 추천하고픈 '콜롬비아 크레스트 리슬링'
크리스마스에 마시면 정말 좋은 와인이라고 겁없이(!) 콜롬비아 크레스트 리슬링을 추천해 놨으니 나는 이번 크리스마스에 그 와인을 마셔야만 했다. 적어도 그래야 글 쓴 책임 정도는 면할 수 있지 않을까 ^^. 코스트코에 가면 그 와인을 파는 걸 확실히 알고 있었지만, 거리가 미어터지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차를 몰고 코스트코까지 간다는 건 어지간한 용기가 필요하거나, 아무 생각이 없거나, 정말 절박해서일 것이다. 이도 저도 아닌 나는 그나큰 와인 샵이 주변에 몇 개 있으므로 구하는데 별 어려움이 없을 거라는 방심을 하고 말았다. 저녁 무렵 느즈막히 와인샵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사무실이 입주해 있는 오피스텔 지하에 있는 작은 와인샵, 기대도 안했으니 없다고 해도 별 실망도 없었다. 옆으로 넘어가 롯데마트 안에 있는 와인 매장. 이것 저것 와인은 많은데 내가 찾는 건 없었고 찾기도 쉽지 않았다. 포기하고 롯데백화점 지하 1층에 있는 와인샵으로 갔다. 콜롬비아 크레스트라는 회사 이름만 꺼냈는데 취급하지 않는단다. 이제 남은 건 건너편 롯데캐슬 1층에 있는 레벵. 매일유업에서 하는 이 샵에는 비교적 많은 와인이 있어서 별로 걱정하지 않고 찾아갔다. 그러나 거기에도 이 와인은 없었다. 콜롬비아 크레스트가 있긴 한데 메를로만 있단다.
더 돌아다닐 시간 여유도 없고 해서 비슷한 와인을 골라 달라고 했다. 콜롬비아 크레스트 리슬링은 마셔본 적이 없다는 직원에게 나름대로 충분히 설명했다. '달아요, 달고 부드럽습니다. 향기는 단데 첫 맛은 그리 달지 않고, 나중에 올라오는 느낌이 또 달아요. 가족들하고 마실 거니까, 드라이한 것 말고 스위트한 걸로, 단 걸로 주세요'라고 나는 열심히 설명했다고 생각한다. 잘 알았다는 듯이 매장에 있는 분은 굳이 미국 와인이 아니어도 괜찮다면 독일 와인이 어떠냐면서 골라준 것이 바로 오늘 애기할 이 녀석, 닥터루젠 리슬링 Dr. Loosen Riesling 2006이다.
병이 참 잘 빠졌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충분히 설명했으니 단 맛도 어느 정도 보장될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드디어 크리스마스 저녁, 이 녀석을 땄다. 잘 생긴 코르크가 매끄럽게 빠져 나오는 느낌이 좋았고, '뻥'하는 소리도 경쾌했다. 금빛이 은은하게 도는 와인을 잔에 가득 따르고 급한 마음에 향부터 들이켰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이건 내가 애당초 기대했던 향이 아니다. 한 모금 입에 넣으니 살짝 탄산기가 느껴진다. 그리고, 레드 와인에 비하면 확실히 달지만 그렇다고 내가 원했던 그런 달콤한 맛도 아닌, 흔히 말하는 드라이한 느낌이 다가왔다. 어랏? 내가 요구했던 건 이게 아닌데...
일단 이게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드니, 닥터루젠의 본 맛을 깨닫기도 전에 마음 속에서 불평이 올라왔다. 콜롬비아 크레스트에 대한 기대감, 그리고 술을 잘 못하는 가족들을 위한 나름대로의 배려, 이런 것들 때문에 달콤한 와인을 찾았는데 달콤하다기 보다는 달콤 쌉싸름이라고 해야 할까. 하긴 와인에서 그 쌉싸름한 맛을 빼버린다면 그게 주스지 와인일까 싶기도 하지만, 왠지 미련을 버릴 수는 없었다.
단순히 와인을 추천받는 것과, 내가 마음에 둔 와인이 없어 대타로 다른 것을 추천받는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느낌이라는 걸 알았다. '맛'이라는 것이 주관적인 것일진대, 나의 경험과 인상을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고 그로부터 비슷한 것을 기대할 수 있을까. 그래서 나는 또 하나를 배웠다. 내가 기대했던 와인이 없으면, 그 와인과 전혀 다른, 그런 와인에 도전해야 한다는 것. 그래야만 옛 와인에 대해 미련을 덜 갖고, 새 와인에 대한 선입견도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긴, 어찌 생각하면 와인만 그럴 것인가. 우리네 삶도 다 그런 것은 아닐까.
닥터루젠 리슬링 / 8.5도 / 2만6천원 / 보통의 달콤함과 쌉싸름함, 약간은 모자란 알콜 도수 / 샵에서는 굉장히 유명한 브랜드라고 추천해 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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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애비 2007.12.26 22:21 신고
달라도 너무 다른 개인의 입맛을 맞추기는 퍽 힘듭니다
가장 대중적인 맛을 권해드리면 그나마 실패는 없을거라 생각했지만
간혹 당혹스런 반응을 보이는 소비자를 만나면 정말 난감하지요
레이님의 오묘한 느낌의 표현을 얻어낸 콜롬비아 크레스트 리슬링(^^:이란 와인을
꼭 한번 맛보고 싶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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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아범 2007.12.30 08:12 신고
어제 파찌아빠네는 못 갔구요..ㅋ
대신 장보러 갔다가 알렉스 엉아 만났네요..
초창기 멤버끼리 1월에 파찌아빠네서 함 보자고 하더만요..
연초 정신없는 거 좀 지나면 함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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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크리스마스에 꼭 추천하고픈 '콜롬비아 크레스트 리슬링'
올 한 해 저는 대략 서른 병 정도의 와인을 마신 듯 싶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와인은 쳐다보지도 않다가 발효식품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면서 자연스레 와인을 접하게 됐죠. 그러니까 저는 절대로 와인에 있어서는 고수가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그러니까 고수 입장에서 이 글을 보시면 좀 웃기겠지만, 와인을 잘 모르시거나 처음 접하시는 분들에게는 좀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감히 한 번 권해 봅니다.
와인을 잘 아는 사람들은 와인을 처음 시작할 때 화이트 와인부터 마시라고 하던데, 굳이 그런 방법 때문은 아니었지만 올해는 화이트 와인을 주로 마셨습니다. 주로 샤블리를 즐겨 마셨고요, 소비뇽 블랑이나 진판델도 경험했었지요. 제가 비록 단 것을 싫어한다고는 해도 텁텁하고 묵직한 레드 와인 보다는 부드럽고 달콤한 화이트 와인이 훨씬 마시기 좋았습니다.
한 해 동안 겨우 서른 병 정도의 와인을 마셨지만, 그런 제가 감히 크리스마스를 맞아 와인을 하나 골라 본다면 당연히 저는 콜롬비아 크레스트의 리슬링(Columbia Crest Riesling)을 고르겠습니다. 굳이 크리스마스가 아니고 올 한 해 마신 와인 중에서 가장 좋았던 와인을 꼽으라고 해도 저는 이 녀석을 고르겠습니다.
콜롬비아 크레스트 리슬링 2006년산은 여느 화이트 와인처럼 향기가 그만입니다. 달콤한 향기를 맡고 있노라면 저도 모르게 잔을 입에 가져가게 되지요. 그리고 향기만큼 달콤하지 않다는 사실에 약간 의아해 하게 됩니다. 그러나 의아함도 잠시, 잔을 내려놓고 잠시 후 입 안에서 되살아나는 달콤함에 나도 모르게 눈을 감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그 맛을 음미합니다.
부드럽고 달콤한 까닭에 저처럼 와인을 처음 마시는 사람들도 부담없이 마실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남자 분들도 그렇지만 여자 분들 드시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와인이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듭니다. 크리스마스처럼 누구나 한 번 쯤 달콤한 분위기를 내기엔 아주 그만인 그런 와인입니다. 감히 비교를 한다면 소위 작업용 와인이라고 남들이 부르는 - 도대체 와인을 마시고 무슨 작업을 한다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 - 빌라엠 모스카토보다는 열 배는 더 괜찮은 와인입니다. 값도 싸고요.
코스트코에서 1만2천원 정도에 구입했습니다. 알콜 도수가ㅏ 4도에서 5도 정도 하는 술 같지도 않은(!) 빌라엠이 2만 2천원 정도이니 그보다는 훨씬 저렴하죠(빌라엠은 할인마트에서도 2만5천원 선에서 파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아마 다른 와인 샵에서는 이거 보다는 조금 비쌀 듯 하네요. 이 녀석 말고 또 저를 감동시킨 뉴질랜드 산 빌라마리아 소비뇽 블랑도 코스트코에서는 2만2천원 정도 하던데, 잠실에 있는 한 와인 샵에서 2만8천원을 줬으니, 약간 가격 차이는 있을 듯 합니다.
제목을 크리스마스라고 달았지만, 굳이 크리스마스가 아니면 또 어떻겠습니까. 누군가의 사랑을 확인하는 자리에서, 한 해를 마무리하는 자리에서, 따스하고 푸근한 또 그 어떤 자리에서 가볍게 와인 한 잔 생각난다면, 콜롬비아 크레스트 리슬링 2006은 좋은 선택이 될 것이라고 감히 추천해 봅니다.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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헷갈리는 와인 용어, 포도 품종들
그런데 와인은 공부를 하면서 마셔야 되는 술이더군요. 물론 그냥 막 마셔도 되지만, 그렇게 마시면 다양한 와인의 장점을 잘 깨닫지 못하고 그냥 넘어가게 되니 좀 안타까운 일이지요. 그래서 포도 품종은 뭐고 생산지는 어디고 뭐 이런 것들을 조금씩 공부하고 그러면서 이런 저런 와인을 비교하다 보면 정말 자기 입 맛에 맞는 와인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와인 용어, 그 중에서도 포도 품종들이 사람을 꽤 헷갈리게 한다는 겁니다. 각 나라 별로 고유명사도 많고, 비슷 비슷한 말들이 많아서 도대체 이게 뭘 말하는 지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는 거지요. 예를 들어 레드 와인을 만드는 포도 품종 중 하나인 메를로와 멀롯과 메어로는 같은 포도입니다. 단지 어떤 언어처럼 읽었느냐의 차이인 거지요. 물론 시라(Syrah)라는 포도 품종이 호주로 건너가면서 시라즈(shiraz)가 되는 경우도 있어서 같은 품종이라도 지역별로 똑같은 포도라고 볼 수 없다는 견해도 있긴 하지만요.
실제로 와인은 전 세계적인 상품이다 보니, 각 나라마다 부르는 이름이 죄다 다릅니다. 실제로 포도주를 가리키는 와인이란 이름은 영어에서 따온 말이고, 이를 독일에서는 바인, 프랑스에서는 벵, 이탈리아에서는 비노라고 부릅니다. 이런 세계 각지의 와인들이 서로 경쟁하다 보니 저마다 부르는 이름이 있고, 그래서 영어나 프랑스어나 이탈리아어하고 별로 안 친한 우리나라 사람들을 헷갈리게 만드는 거 겠지요. 와인 수입업체 별로 수입국 기준으로 부르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 듯 합니다. 그렇게 대표적으로 다르게 부르는 와인 용어 몇 가지를 살펴볼까요.
'카버네 쉬라즈'라고 표기한 호주산 와인의 한글 레이블
Cabernet Sauvignon
와인을 만드는 대표적인 포도 품종인 까베르네 소비뇽. 이걸 영어 식으로 읽으면 카버네 소비뇽이 되는 거지요. 우리 말로 표기할 때는 카베르네, 카버네, 까베르네 등으로 쓰는데 결국 같은 얘기랍니다. 그런데 소비뇽은 왜 다 같이 소비뇽이라고 읽는 것일까요? ^^ 아, 어떤 책에서는 소베이뇽이라고 쓴 것도 봤습니다.
Chardonnay
화이트 와인을 만드는 대표적인 포도 품종인데 우리 말로 표기하는 방법이 아주 다양하죠. 프랑스어 식으로 읽으면 샤르도네, 영어식으로 읽으면 샤도나이가 되겠네요. 샤도네, 샤도네이 등으로도 표기합니다.
'샤도네'라고 표기한 한글 레이블
Merlot
레드 와인을 만드는 포도 품종 중 하나지요. 프랑스 식으로는 메를로라고 읽고 영어 식으로는 멀롯이라고 읽겠지요. 가끔 이걸 '메어로'라고 표기한 책을 봤을 땐 정말 엄청나게 헷갈렸더랍니다. 그래도 다행히 메를롯이라고 읽는 사람들은 없는 듯 ^^
Merlot을 '메어로'라고 표기한 와인 책
Bourgogne와 Burgundy
이건 포도 품종 용어는 아닙니다만 정말 대책 없이 헷갈렸던 말이지요. 브르고뉴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포도 산지 중 하나입니다. 미국에서는 이 지방을 버건디라고 부르더군요. 다른 말들은 대충 비슷하니까 연상이나 될 텐데, 이건 전혀 다르게 읽어버리니 누군가 설명해 주지 않으면 알기 어려운 용어가 아닐까 싶습니다.
솔직히 와인을 얘기할 때, 프랑스어를 쓰는 게 맞다, 영어를 쓰는 게 맞다 뭐 이렇게 주장할 생각은 없습니다. 와인이라는 게 워낙 세계적인 상품이고, 지역 별로 독특한 고유명사가 있으니, 그건 인정해야 하겠지요. 그러나 와인을 이제 막 마시기 시작한 분들이 용어로 인해 헷갈리는 일은 좀 줄여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협회 같은 곳에서 용어 통일안 정도를 내 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 보고요. 어쨌든 메를로와 멀롯과 메어로가 같은 품종을 얘기한 다는 거 하나만으로도 재미있는 상식이 되지 않을까요? 하긴 프랑스 산 와인은 메를로로 만들고 미국에서는 멀롯으로 만든다고 하면 더 할 말 없긴 합니다만. ^^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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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Baron Philippe De Rothschild Cabernet Sauvignon 2004
바롱 필립 드 로칠드 카베르네 소비뇽 2004 / Baron Philippe De Rothschild Cabernet Sauvignon 2004
이번에 마신 바롱 필립 드 로칠드 카베르네 소비뇽 2004는 지금까지 마신 와인과는 좀 다른 무언가 독특한 향이 있다. 이 향이 무슨 향일까 계속 고민했는데, 아, 바닐라 향이라고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건 내가 처음부터 생각한 건 아니다. 잘 아는 형이랑 화이트 와인을 마시다가 느낀 그 맛이 여기서도 묻어나는 것이었다.
그래서 부랴 부랴 수입업체 홈페이지를 찾았는데 정작 수입업체 홈페이지는 없고 유통사 홈페이지에 실려 있는 걸 찾을 수 있었다. 거기에 보니 '바닐라 향'이라는 표현이 적혀 있었다. 그래서 또 한 가지 배운 듯. 아, 와인에서 이런 맛을 바닐라라고 부르는 구나. 그런 생각을 했다.
13.5도. 카베르네 소비뇽 100%란다. 바롱 필립 드 로칠드 마이포 밸리는 바롤 필립의 자회사인데 - 사실 이 로칠드라는 이름은 꽤 유명하다는 느낌 ^^ - 마이포 밸리는 칠레 와인을 만드는 유명한 생산라고 한다. 뭐, 이런 건 나도 주워들은 얘기이니 자세히 말할 건 없고...
이 와인을 마시면서 생각한 건, 와인은 향기로 70%, 맛으로 30%를 느낀다는 거였다. 처음 향을 들이켰을 땐 달콤하면서도 알싸한 알콜 냄새가 확 올라온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향이 무언가 익숙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딱히 뭐라 집어내지를 못했는데, 결국 맘에 들지는 않지만 바닐라라고 결론을 내릴 수 밖에.
텁텁한 탄닌이 있긴 하지만 그다지 강하지도 않았고 스파이시 하다는 것도 처음 입에 머금었을 때나 그렇지 마실 때는 거의 느끼기 어려웠다. 하긴 지난 번 칼베 와인으로 스파이시 하다는 걸 된통 당하고 났으니 이번 건 그보다 심하지 않은 이상 스파이시 하다고 느낄 수는 없을 듯. 와인 유통 업체에서 밝힌 가격은 2만 2천원. 그런데 마시면 마실 수록 1만원 와인과 2만원 와인과 3만원 대 와인이 다르게 느껴지는데, 그건 정말 심리적인 것일까 아니면 진짜로 맛이 그렇게 다른 것일까.
독특한 향과 마신 뒤 은근히 달아오르는 알콜은 기분을 좋게 하지만, 솔직히 그다지 맛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아마 요즘 내가 화이트 와인, 그 중에서도 샤블리에 필이 꽂혀서라는 걸 인정하지만, 그래도 역시 레드 와인을 맛을 알기엔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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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Calvet Bordeaux Reserve 2003
칼베 보르도 리저브 2003 / Calvet Bordeaux Reserve 2003
와인 맛을 설명하기란 참 어려운 일이다. 저마다 특징이 있고 또 작고 오묘한 차이가 있는데 그걸 일일이 표현하기에는 내가 알고 있는 우리 말이 너무 적고, 내 상상력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신의 물방울이라는 만화를 그린 작가는 참 대단한 상상력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긴, 만화 작가들이란 상상력을 바탕으로 먹고 사는 분들이니 ^^ 그 세계에선 당연한 일이라 생각들기도 하지만.
만화 때문인지, 아니면 와인 세게에선 원래 그런지 몰라도 와인 맛을 표현하려면 별 희한한 얘기를 해야 되는 것일까. 일전에 어떤 TV 프로그램에 나온 소믈리에가 와인 맛을 표현했다는 한 문구를 보고 난 그야 말로 쓰러지는 줄 알았다. 적어도 어떤 맛을 표현했다면 사람들이 그걸 이해할 수 있는 표현을 써야 한다. 어설픈 따라하긴지, 원래 그 바닥이 그런 건지, 알 수 있을 일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다.
어쨌든 그래서 와인 맛을 표현하려면 나도 나름대로 고심해야만 한다. 이게 도대체 무슨 맛일까. 뭐라고 표현하면 내가 나중에 다시 읽어도 그 맛을 연상할 수 있을까. 머리 속 상상은 하지만, 역시 표현하기 어렵다는 생각에 혼자 좌절하고 만다.
수입사 홈페이지에서 얻은 정보에 따르면 메를로 70%, 까베르네 소비뇽 30%를 섞어 만든 와인이란다. 스위트하기 보다는 드라이한쪽에 가깝고, 풀 바디라 하니 입안에 넣었을 때 묵직한 느낌이 난다는 뜻일게다. 실크처럼 부드러운 탄닌이 형성하는 유연한 미감이 돋보이는 풀 바디 와인이라는데 참 광고 문구란게 희한하다. 이렇게 뱅글 뱅글 꼬아 놓으면 뭔가 그럴 듯해 보이니 말이다.
코르크를 열고 - 뻥 소리가 경쾌하게 들려 기분이 좋았다 - 향을 맡으니 그렇게 강하지 않은 와인 특유의 향 끝 무렵에 알콜 냄새가 묻어난다. 다시 확인한 알콜 도수는 12%. 와인잔 반을 채웠지만 바닥이 살짝 비춰 보일 정도로 색깔은 맑다.
어쨌든, 첫 잔을 들어 입에 넣으니 약간 밍밍한 느낌이 든다. 지금까지 먹어 본 와인 중에서 이런 느낌은 처음인 듯. 다른 와인들은 새콤한 맛 그리고 알콜의 쌉살한 맛에 달콤함이 조금이라도 느껴지는데 이 와인은 달콤한 맛과는 거리가 멀다. 그렇게 와인을 계속 입에 물고 있었더니, 입안이 계속 텁텁해진다, 텁텁해진다. 참을 수 있을 때까지 참았다가 와인을 넘긴다. 텁텁한 입안을 치즈로 달래고 다시 느낌을 생각해보니, 참 희한하다는 생각이 든다. 단 맛도 없고, 신 맛도 강하지 않고 약간 밍밍한 느낌에 물고 있으면 텁텁해지는 와인이라. 솔직히 말하면, 지금까지 마셔 본 와인 중에 제일 맛없는 와인이다.
결국 한 병을 다 마시지 못하고(!) 코르크를 덮어 다시 넣어두었다. 물론 와인 한 병을 혼자 다 마신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겠지만, 어쨌든 치즈와 감자칩을 안주 삼아 먹기엔 너무 부담스러운데다가 텁텁한 맛 끝에 묻어나는 매콤함(이걸 흔히 후추맛, 혹은 스파이시 하다고 표현하는가 보다)이 그렇게 기분 좋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서 였다.
와인은 공기 중에 노출 시키면 공기와 결합되면서 - 와인이 열리면서 - 부드러워 진다고 한다. 그래서 와인을 잔에 넣고 빙글 빙글 돌리기도 한다. 실제로 나도 그렇게 와인을 돌린 후에 와인 맛이 부드러워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이 와인도 그렇게 한 번 해보기로 했다.
거 참 희한한 일이다. 선입견 때문일까 아니면 이 와인이 충분히 공기에 노출되어 그런 것일까. 입에 들어갈 때 시큼한 맛도 살짝 덜하고, 머금고 있을 때 께속 텁텁해지는 맛도 한결 줄어 들었다. 처음 맛이 지나치게 텁텁했다면 두 번째는 그런 부분이 많이 줄어 들었다. 그러나 여전히 달콤한 맛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으니, 아무래도 다음 번에 이 와인을 선택할 일은 없을 듯. 하긴, 이 녀석 말고도 줄 서 있는 와인이 많이 있으니 굳이 맛 없다고 생각한 녀석을 고집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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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Tio Bota Clasico Tinto
티오 보타 클라시코 틴토 / Tio Bota Clasico Tinto
어머니 회갑을 기념하기 위해 온 식구들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회갑연 대신 외국 여행을 다녀 오시기로 한 까닭에 가족들이 특별히 챙길 건 없었고, 그래도 그냥 지나갈 수는 없기에 저녁 식사라도 같이 하자 했던 거지요. 회갑 당사자인 어머니가 음식을 직접 챙기며 준비하셨던 거라 외려 송구하기도 하지만 - 아마 가족들 남겨두고 여행 다녀오시기로 한 것에 대해 미안하셨던 듯 ^^ 합니다만 - 어쨌든 녹슬지 않은 어머니 솜씨로 맛난 저녁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저녁 식사를 하기 전, 아버지의 술 장(사실 술 장이라야 별 거 없습니다. 그냥 술 모아 놓으신 곳 ^^)을 뒤적거렸습니다. 뭔가 마실만한게 있을까 싶었는데, 이런 저런 양주는 독해서 좀 그렇고, 샴페인과 와인 한 병이 눈에 띄더군요. 연세 드신 이후로 술을 잘 안 드시는 까닭에 선물 받은 술들이 남아 있는 걸 알았던 터라, 망설임 없이 와인 한 병 집어 들었습니다. 오래 전에 선물 받으신게 표 나는 듯. 레이블(이거 에티켓이라고 부르던가요)도 변색되고 벗겨지기도 했네요.
그렇게 찾아낸 녀석이 바로 '티오 보타 클라시코 틴토 / Tio Bota Clasico Tinto'라는 와인이네요. 스페인산이고, 와인을 이제 막 마시기 시작한 제가 더 이상의 정보를 알 방법이 없지요. 한글 표시를 읽어보니 입구에 '병입일자'가 있다는 군요. 살펴보니 2003년 8월 14일자. 거의 삼년 반 정도 지난 와인이네요. 뉘여 놓지도 않고 그냥 보관해 둔 거라 맛이 변했을지 어땠을 지는 모르지만, 요즘 한창 와인 맛 기억하기에 애를 쓰는 저에게는 일단 마셔볼 만한, 아니 그냥 마시면 될 와인이었습니다.
식사가 준비되는 동안 저는 와인 병의 먼지를 닦고 코르크를 땄습니다. 오래된 거라 잘 안 따지면 어쩌나 싶었는데 별 어려움 없이 쉽게 따지네요. 적포도주의 달콤하면서도 시큼한 향이 올라옵니다. 잔에 따르고 향을 맡은 후, 한 모금 들이켰는데... 전혀 기대를 안 해서 그랬던지 왠걸, 맛있더라구요. 살짝 걸쭉한 느낌을 주는 - 이런 걸 헤비하다고 표현하나요? - 첫 느낌에 그다지 독하지 않으면서 은근히 단 맛이 느껴지는데, 집에서 담근 포도주를 먹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다른 식구들도 집에서 담근 포도주 같다며 좋아하던걸요.
식사를 마치고 집에 와서 인터넷을 찾아봤더니 제가 알 수 없는 글자로 된 페이지가 하나 나올 뿐 다른 정보는 없었습니다. 수입업체 홈페이지를 뒤졌더니 비슷한 이름의 와인은 있는데 아마 새로운 버전인가 봅니다. 이 녀석은 이미 오래전에 수입해 다 팔았던지 뭐 그랬겠지요. 새로운 버전으로 보이는 녀석의 이름은 Tio De La Clasico Red였는데 수입 회사 홈페이지에 써 있는 가격은 1만 5천원.
원래 사람이란 아무런 기대를 하지 않으면 만족도가 더 높아지기는 합니다만 우연히 뒤져서 찾아낸 와인치고는 맛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집 포도주 같은 약간의 걸쭉함과 달콤함이 식사 반주로 하기엔 괜찮았다는 생각이네요. 이 녀석을 다시 찾을 수는 없으니 비슷한 이름의 스페인 와인에 도전해 봐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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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호텔 롯데월드 메가CC 와인부페
와인 열풍이 불면서 몇몇 호텔들이 와인부페를 열고 손님 끌기에 한창이란다. 요즘 들어 이런 저런 생각이 많아 와인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데 무리 없는 가격에 와인을 마실 수 있다 하니 호기심이 동할 수 밖에. 마침 사무실 가까운 곳에 있는 호텔 롯데월드의 메가CC라는 음식점에서 와인부페를 연다 해서 한 번 들렀다.
아무래도 호텔이라 예약을 해야 할 듯 해서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웃기는 건, 예약 하려고 해도 자리가 충분하다면서 굳이 예약하지 않아도 된단다. 아무리 자리가 넘쳐 나도 손님이 예약하겠다고 했으면 이름 받아 적고 자리 하나 마련해 주면 될텐데, 예약한 손님은 아무래도 부담이 생겨 꼭 가려고 할텐데 자리 충분하다고 굳이 안 받을 건 또 뭘까. 예약 받는데 그렇게 수고가 많이 드나.
우리는 일곱시를 조금 넘겨 도착했는데 손님은 오직 한 테이블. 처음엔 손님이 별로 없다가 열시쯤 나올 때는 대여섯 테이블 정도 손님이 찼다. 아무래도 일차로 오는 손님보다 2차로 오는 손님이 많은 듯. 하여튼 그 때까지도 크게 소란스럽지 않은 그런 분위기였다.
메가CC의 와인부페를 간단히 소개하면, 5개국 10종의 와인을 무제한 마실 수 있다라고 말하면 되겠다. 프랑스, 이탈리아, 칠레, 호주, 그리고 스페인 와인이 각 2종씩 제공된다고 했는데 우리가 갔을 때 스페인 와인은 없고 프랑스, 이탈리아, 칠레, 호주의 화이트와 레드 와인이 각 한 병씩, 그리고 이탈리아 레드 와인이 한 병 더 있어 총 9종의 와인이 제공되었다. 뭐 따지고 들자면 한 병 더 줬겠지만, 사실 굳이 따질 형편이 못 되었다.
일단 방식은 이렇다. 가운데에 있는 바에 와인들이 개봉되어 있다. 화이트 와인은 얼음에 재워져 있고 레드 와인은 그냥 실온 상태로 열려 있다. 바에 있는 와인잔을 꺼내고 자신이 마시고 싶은 와인을 따라 자리로 돌아가서 마시면 끝. 바게뜨와 하드볼 두 가지 빵과 버터가 기본 안주로 제공된다. 솔직히 안주라기 보다는 입가심 용이라고 보면 좋을 듯. 뭐, 이미 식사를 하고 왔다면 이 두 가지로도 살짝 입가심 하면서 와인을 마실 수 있겠다.
와인을 골라 마시다가 마음에 드는 와인을 병째 요구해도 된다. 웨이터가 원하는 와인을 개봉해 테이블로 가져다 주니 번거롭게 왔다 갔다 하면서 마시지 않아도 된다. 안주가 필요한 사람들은 별도로 주문하면 되는데 2만원에서 3만5천원 정도의 음식들이 있었다. 그런데 치즈나 과일 정도를 빼고는 아무리 봐도 맥주 안주지 와인 안주인 것 같지는 않았다. 저녁을 먹지 않은 우리는 저녁 겸 해서 먹기로 하고 3만원짜리 모듬 소시지를 시켰다. 결과만 놓고 보면 모듬 소시지는 특별한 감동이 없는 그냥 그런 메뉴였다. 호텔이라 비싸긴 비싼 안주였지만 말이다.
아무래도 와인 얘기를 안 할 수는 없겠다. 어차피 나는 와인 전문가도 아니고, 그냥 와인에 대해 관심 있어 간 정도이므로 와인 이름을 세세히 기억할 생각은 처음부터 안 했다. 단지 여러 와인을 비교하면서 마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찾아 갔기 때문이다. 와인 바에는 와인 생산국과 품종, 이름 등의 간단한 명찰이 달려 있고 드라이, 미디움 드라이 정도의 표시만 되어 있었다.
화이트 와인부터 시작. '드라이' 하다는 칠레 와인을 먼저 마셨다. 시큼한 맛이 입안을 감돌면서 침을 만들어 냈다. 아무래도 좀 강한 맛이 안주 없이는 계속 마시기 힘들 듯. '미디움 드라이'의 이탈리아 화이트 와인은 단 향이 물씬 풍겼는데, 향에 비하면 맛은 특징이 별로 없었던 듯. 사과 밭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준 프랑스 와인은 아무래도 부드럽다는 생각을 했고 호주 와인은 위 세 종류와 비교하면 맛이 없었다는 등 나름 대로 이런 저런 비교를 하며 와인을 마셨다.
이렇게 와인을 비교해 마시니, 드라이한 것이 어떤 맛인지 대충 감을 잡을 수 있었던 점이 오늘의 수확. 문제는 그렇게 많이 따라 마시지도 않았는데 여섯 번째 정도 와인을 마실 때부터 슬슬 취기가 돌아 제대로 비교하기가 힘들어졌다. 결국은 술 기운을 빌어 이런 저런 얘기 꽃을 피우며 와인 얘기는 뒷 전으로 밀려 나고야 말았다. 취할까봐 일부러 적은 양을 마셨는데도 결국 여덟 병의 맛만 보고 말았던 것이다.
와인부페 가격은 2만2천원. 부가세까지 다 포함한 가격이고 부페라서 봉사료는 붙지 않는다. 메뉴에 적힌 안주 가격도 10% 부가세가 붙는다. 솔직히 나는 와인이 좋고 그른지는 내 평가할 수준은 못된다. 게다가 와인부페에서 그렇게 좋은 와인을 마실 거라고 기대하고 간 것도 아니다. 와인이란 워낙 다양하고 특징이 많다 해서 그런 것들을 서로 비교해 볼 수 있는 기회다 싶어 찾아간 것이고 그런 점에서는 일단 성공하지 않았나 싶다.
와인은 정해져 있지 않고 상황에 따라 바뀌는 모양이다. 따라서 내가 무슨 와인을 먹었다고 해서 그 와인이 항상 나오란 법은 없을 터. 그러나 적어도 다음에 한 번 더 간다면 병에 있는 레이블이라도 찍어와야 겠다는 생각이다. 게다가 앞에서도 말했지만 와인바가 그다지 시끄럽지 않아 그냥 이런 저런 얘기 하기에도 부담 없는 자리였다는 것도 좋은 기억으로 남는다.
와인 초보자들이 맛을 비교하려 할 때
그냥 미친 듯이 와인 먹고 취하고 싶을 때
이런 경우라면 절대 후회하지 않는 선택일 듯. 안주 품질은 기대하지 않는 편이 좋다.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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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Colline Lucchesi Sauvignon 2004
꼴리네 루께지 소비뇽 2004 / Colline Lucchesi Sauvignon 2004
그러나 와인에 대해 워낙 무지한 상태로 마셨던 까닭에 - 사실 술에 대해 뭔가를 알고 마셔야 한다는 부담이 있어 와인을 싫어해왔지만 - 단지 맛있었다는 기억과 이탈리아 레드 와인이라는 것 외에는 난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그렇게 맛있는 와인의 이름 조차 외우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아쉬움 때문에 난 가끔씩 내가 마신 와인에 대한 글을 쓰기로 했고 그렇게 두번째로 내 입에 걸린 친구가 바로 콜리네 루께지 소비뇽 2004다.
'화이트 와인.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역에서 생산되었으며 복숭아와 레몬 맛을 머금은 소비뇽. 미디움 바디이며 산뜻한 피니시를 지녔고 450병만 생산했다'는 정보가 이 와인을 수입한 회사의 홈페이지에 얻은 전체 정보다. 450병만 생산해서 특별한 건지 아니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 와인을 잘 안 마셔서 그런 건지 하여튼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는 정보는 저게 다였다.
솔직히 복숭아와 레몬 맛은 잘 모르겠는데 산뜻한 피니시라는 표현에서는 좀 와닿는 부분이 있었다. 뒷 맛이 아주 깔끔했다는 것. 예전에 마신 화이트 와인 까사 포르타 소비뇽 블랑 Casa Porta Sauvignon Blanc은 뒷 맛이 강하고 거칠어 안주 없이 먹기에는 부담이 많았는데 그에 비하면 확실히 부드러워 안주 없이 먹기에도 전혀 부담이 없었던 것. 하긴 얻어 마신 와인이라 가격은 잘 모르지만 까사 포르타 소비뇽 블랑에 비하면 적어도 두 세배는 비싼 와인일 거란 느낌이 들었다.
내가 화이트 와인을 마시는 건, 신 맛이나 떪은 맛 보다는 단 맛을 느끼고 싶어서 일게다. 달콤하면서도 혀를 자극하는 은근한 씁쓸함이 괜히 나를 기분 좋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이 녀석은 확실히 괜찮았던 느낌. 지나치게 단 맛을 강조하지 않으면서 두 어잔에 약간의 취기를 느끼게 만들었다. 적은 양 밖에 마실 수 없어 아쉽지만 기회가 된다면 한 병 정도 도전해 보고 싶은 와인이다.
달콤하면서도 은근한 씁쓸함. 안주가 없어도 되는 부드러운 뒷 맛. 살짝 취기를 느끼게 하는 만만치 않은 도수. 이 정도로 이 와인에 대한 평가를 마쳐야 할 듯. 아마 다른 와인을 마셔도 거의 비슷한 평이 나오지 않을까 싶지만, 그래도 내 기억을 저장시키는데는 도움이 되지 않을까.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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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에 대한 짧은 생각 그리고 Casa Porta Sauvignon Blanc 2005
솔직히 나는 와인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워낙 한국식 술 문화에 길들여진 나에게 관찰하고, 음미하고, 심지어 공부하면서 마셔야 하는 와인은 체질 상 맞지 않았다. 게다가 와인만 먹으면 꼭 탈이 나는 것도 와인을 좋아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물론 이건 와인만 마셔서 나는 일이 아니다. 와인과 다른 술을 섞어 마셨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난, 어차피 기분 좋게 취하자고 마시는 술인데 이것 저것 따지면서 마시는 건 분위기 깨는 일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하는 축이니 와인과 쉽게 친해질 수가 없다.
그러나 내가 아무리 와인을 싫어한다 해도, 무언가 뿌리칠 수 없는 매력, 어쩔 수 없이 사용해야 하는 용도(!)가 있다. 술 보다는 음식을 즐기고 싶을 때, 독한 술은 부담스럽고 맥주는 배불러 싫은 늦은 밤 괜히 알코올이 땡길 때, 혹은 누군가와 함께 분위기를 만들고 싶을 때 와인은 다른 술들로는 도저히 만들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게다가 묘하게도 내 주변의 애주가 선배들은 나이를 먹어가면서 주종을 와인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소주 잔으로 끊임없는 원샷을 해 대던 선배들이 와인이 어쩌구 저쩌구 얘기를 꺼내기 시작하면, 난 선배들에게 '나이가 드셔서 몸이 술을 지탱 못하니 와인으로 변절하시는 군요'라고 매몰찬(!) 언사를 던지곤 했다. 한국식 술자리에 익숙한 나로서는 선배들의 변절(!)이 좀처럼 받아들이기 힘들었지만, 나 역시 알코올을 이기기 힘든 나이가 되면서 와인을 접할 기회가 늘기 시작했다.
그렇게 가끔 와인을 접하다 보니, 이름이라도 알고 마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지면서 마시는 게 싫다면서 이름이라도 알아야겠다는 건 약간 앞 뒤가 안 맞는 듯 하지만, 사실 거기에는 한 가지 이유가 있다. 몇 년 전, 처음으로 와인바라는 곳엘 갔는데, 그곳에서 추천해 준 이탈리아 와인이 정말 맛있었었다. 텁텁하지도 않고 달콤하면서도 은근히 취해 오던 그 와인을 정말 맛있게 마셨는데, 이탈리아 와인이라는 것 외에 아무 것도 기억 나지 않았다. 게다가 와인이란 것이 얼마나 종류도 다양하고 이름도 복잡스러운가. 그 뒤로 몇 번 이탈리아 와인을 시도했지만, 그 맛을 찾아내지 못했다.
코스트코에서 산 이 넘. 시큼하면서도 달콤한 화이트 와인이 마시고 싶어 지나가다가 대충 골라 잡은 녀석이다. 가격은 11,900원쯤. 칠레 와인도 그런 대로 괜찮다는 누군가의 얘기를 들었던 기억이 나 골라 잡았다. 사실 코스트코 같은 곳에서 와인 하나 고르기도 정말 어려운 일이다. 다 그게 그것처럼 보이는데, 가격도 다양하고 이름도 다양하고 원산지도 다양하고… 나 같은 와인 초보자는 그냥 뽑기하듯 골라낼 수 밖에.
은은한 와인 색과 달리 맛은 터프했다. 처음 와인을 입에 넣으면 시큼한 맛이 강하게 다가오고 입안에 넣고 굴리다 보면 은근슬쩍 단 맛도 느껴진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맛은 없고 강하고 거칠다는 느낌. 취기도 은근히 오른다. 혹시라도 잘못 봤나 해서 알코올 도수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정도였으니 아무래도 부드러운 와인을 기대하고 화이트를 골랐던 나로서는 일단은 실패작이었던 셈.
카사 포르타는 칠레의 유명한 와인 생산자(와이너리)이고 소비뇽 블랑은 포도 품종이란다. 레이블 아래 쪽에 필기체로 흘려 쓴 큐리코 밸리는 칠레의 와인 생산지. 뭐 이 정도만 알아도 공부 열심히 했다. 다음 번엔, 이 보다 더 부드러운 넘이 걸리길.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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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분명히 지난 번에 마셔본 것 같은데 맛이 기억에 없네요 - -;
그 땐 뭔들 기억하시겄어? ㅋㅋ
미디어U 사무실에서도 마셨었죠.. 사진을 못찍어 두었지만.. ^^
그 날 마신 와인이 그것만이 아니라고 하셨잖아요~ ㅋㅋ 그거 다 사진도, 기억도... ㅋㅋ
음~저의 와인길라잡이 레이님.
계속해서 부~탁해요..^^
헐, 길라잡이라뇨... 저 따라서 드시다가는... 책임 못져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