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글 망치는 일본말 - ~지다

일본.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묘한 감정이 드는 나라다. 지나간 일은 이제 충분히 많은 시간이 흘러 잊을만 하다고 생각하다가도, 용서는 하되 절대 잊어서는 안된다는 다짐을 꼭 하게 만드는 그런 나라다. 아무 생각 없이 일본 제품을 쓰고, 일본 문화를 누리고, 일본 음식을 먹다가도, 이거 정말 이래서 되는 것일까 괜스레 한 번 갈등하게 만드는 나라다.

일본이 우리에게 미친 영향은 말로 다 일일이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하다. 무엇보다도 무서운 것은 우리의 정신을 없애기 위해 말과 글을 못 쓰게 했던 그들의 정책이다. 말과 글을 쓰지 못하면 생각까지 변한다는 걸 심리학 같은 학문도 없었던 옛날에 그들은 어떻게 알았을까. 그 무서운 정책 때문에 우리말과 글은 형편없이 오염되었고, 100년이 다 된 지금까지도 우리말과 글 속에는 그 흔적이 남아 있다. 그리고 이젠 우리들도 어느 것이 일본말인지 어느 것이 우리말인지 구분하지 않고, 어쩌면 구분하지 못하면서 말과 글을 쓰고 있다.

왜 일본말의 흔적이 아직도 우리말에 남아 있는 것일까.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어쩔 수 없이 배운 일본말이 대대로 전해 내려온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일본에서 배운 사람들이 말과 글을 함부로 퍼뜨려서이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에 소개된 세계 명작들은 죄다 일본말로 번역된 것을 다시 우리말로 번역한 것들이다. 그런데 우리말과 일본말은 쓰고 말하는 법이 거의 비슷해서 순서대로 뜻을 풀어 놓으면 대충 의미가 통한다. 그러다 보니 대충 뜻만 통하면 된다는 식으로 번역하는 경우가 많았고 그러면서 우리말은 자연스레 일본말로 오염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우리말에서 일본말의 흔적은 골라 내야 한다. 무엇보다도 일본말을 골라내야 하는 이유는, 쓸데없이 끼어든 일본말 흔적들이 아름다운 우리말을 망치고 있기 때문이다. 쉽고 아름다운 우리말이 이상한 일본말의 흔적으로 오염되면서 어렵고 아리송한 말로 변해버리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소개하는 사례를 하나씩 살펴보면 일본말이 어떻게 우리말을 망치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우리말과 일본말의 문법이 비슷하면서도 다른 첫번째 점은 바로 피동태(또는 수동태)를 사용하는 방식이다. 예로부터 우리말에는 원래 피동태의 개념이 별로 없다. 억지로 피동태를 쓰다 보면 우리말 문장이 영 어색해진다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 그런데 옛날에는 일본말이, 최근에는 영어가 넘쳐나면서 굉장히 많은 피동태 문장이 아무 거리낌 없이 쓰이기 시작했다.

피동태라는 말은 주어가 어떤 동작의 대상이 되는 경우(표준국어대사전 참조)를 말한다. 다른 말로는 수동태라고 하는데 사실 이 한자말들도 처음 들어서는 영 알기 어려운 말이다. 사실 이오덕선생님은 우리글 바로쓰기 1권에서 이 말을 입음도움움직씨라고 표현하셨는데, 하도 안 쓰는 말이다 보니 요즘 사람들이 이해하기는 더 어려워진 듯 하다. 그래서 할 수 없이 피동태라는 말을 썼다.

어쨌거나 ^^ 문장을 피동태로 만드는 가장 흔한 말이 '~지다'이다. 몇 군데 신문을 찾아 보자.

표방한 근간 ’헌법에 비친 역사’(푸른역사)에서 87년에 만들어진 현행 헌법은 개정해야 할 독소조항이 많다고 주장하면서 그 대표적인 보기로 이 조항을 거론하며 (조선일보 2007년 6월 7일)

'만들어진' 이란 말은 쓸데없이 피동태가 끼어든 낱말이다. '만들어진' 말은 동사인데 기본형은 '만들다'이다. 국어사전에서 만들다를 찾아 보자.

사용자 삽입 이미지

국어사전에서 찾은 결과를 아무리 살펴봐도 '만들어지다'라는 표현은 없다. 이것은 '만들어지다'가 우리말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런데도 이 말이 신문에서 얼마나 흔히 쓰이는지 놀랄 정도다. 조선일보에서 '만들어진'이란 말로 기사를 찾아보면 6월7일자에서만도 일곱번이나 나온다.

좀 길어졌는데, '만들어진'이란 낱말은 '만든'이라고 써야 한다. 아래 문장을 보자. 얼마나 문장이 깔끔해졌는가.

표방한 근간 ’헌법에 비친 역사’(푸른역사)에서 87년에 만든 현행 헌법은 개정해야 할 독소조항이 많다고 주장하면서 그 대표적인 보기로 이 조항을 거론하며

쓸데없이 '~지다' 라는 표현을 쓴 또 다른 기사를 찾아 보자.

마이너리그행 수용 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는 없을 것으로 보여진다. (일간스포츠 2007년 6월 4일)

확실하지 않은 내용을 기사로 만들 때 가장 많이 쓰는 표현이 바로 '보여진다'이다. 역시 이 말도 사전에 없다. '보이다'가 기본형인데, 보인다, 보였다로 쓰이고 보여진다로 쓰이는 예는 아예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역시 우리말이 아닌 것이다.

마이너리그행 수용 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지다'가 들어간 말은 정말 수도 없다.

보내진 -> 보낸
키워진 -> 키운
밝혀져야 -> 밝혀야
다뤄지고 -> 다루고
모아지고 -> 모이고
지어진 -> 지은
고쳐져야 -> 고쳐야
세워지고 -> 세우고
주어져야 -> 주어야
두어지는 -> 두어야
말해지던 -> 말하던
일컬어지는 -> 일컫는

버릇처럼 쓰던 말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런 표현들만 바로 잡아도 우리말이 훨씬 읽기 쉽고 알기 쉽게 변한다. 쓰지 않아도 되는 낱말을 억지로 끼워 놓았으니 읽을 때도 입에 걸리고, 써 놓고 봐도 뭔가 어색하다. 필요 없는 피동태, 이제는 바로 잡아야 한다.

사족 같은 말이지만, 누가 뭐래도 나는 블로거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정보가 자유롭게 흐르고, 누구나 정보를 만들어 배포할 수 있게 되면서 언론이나 일부 특권층이 가지고 있던 정보 유통 권력이 이제는 일반 대중에게 넘어오고 있다. 앞으로 블로거들은 언론이나 일부 정보를 독점해왔던 계층의 역기능을 감시하고 이를 바로 잡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며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주역이 될 것이다. 이런 블로거들이 쉽고 아름다운 우리말을 쓴다면 우리말과 글은 더 빛나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유산이 되리라 나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 이 글의 주요 내용은 이오덕선생님이 쓰신 우리글 바로 쓰기에서 배워 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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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파 2007.06.09 08:21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그런거군요 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 말을쓰겠습니다
    일본쪽 영화나 만화쪽을 접할때 자막이 요즘세대에는 꽤나 큰영향을줘서 많이 안좋네요..

  • 예파 2007.06.09 08:21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그런거군요 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 말을쓰겠습니다
    일본쪽 영화나 만화쪽을 접할때 자막이 요즘세대에는 꽤나 큰영향을줘서 많이 안좋네요..

  • 사실은 2007.06.09 08:39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정말로 사실은 바로 우리나라 국어가 상당히 어렵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60년 살아도
    완벽하게 국어를 구사하기는 국어를 전문으로 다루지 않는이상 불가능하다는 개인적 견해이다

  • 머라고 2007.06.09 09:06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심각한 일반화의 오류네요..
    행위 주체를 고려하지않고 ..지다라는 표현이 모두 그른 표현인양 글쓰신 것..
    지나친 비약이십니다.
    그리고 그 표현이 일본어의 잔재라구요?
    우리나라 전통어법에 맞지 않는다고해서 무조건 일본을 갖다붙이는것도 억지입니다.
    수동표현은 영어가 근간이 아닐까합니다만..

  • 머라고 2007.06.09 09:15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그리고 글쓴분이 지적하신대로 모든 문장을 단순하게 자동사만 적용해서 사용한다고 칩시다.
    "그는 어려서 고아원으로 보내졌다".(<--사용하는데 아무 무리 없습니다.)
    이걸 굳이 "누군가가 그를 어릴때 고아원으로 보냈다."로만 표현을 한다고 치면
    문맥자체도 어색해집니다.
    단편적인 지식으로 억지스러운 주장을 하시는데..
    전통적이지 않은 표현들을 모조리 제한한다면 언어생활자체가 궁핍해지지요.
    우리말의 최고 장점은 수식의 풍요로움과 표현이 다양하고 자유롭다는거 아니겠습니까?

  • 쓰잘떼기 2007.06.09 09:17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쓸데 없는 글 같습니다.
    일본말이라고 칩시다. 어쩌라는 겁니까?
    문장이 심플해지고 깔끔해지는 거 좋습니다. 하지만 그렇게만 써야 되는 것이다 라고 제한하는 거는 맘에 들지 안습

  • 그러게... 2007.06.09 10:05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나도 제목을 보고 들어온건데... 제목 자체가 잘 못 되었다고 해볼라고 했는데
    이미 리플이 달려있네...
    아무리 띄어쓰기를 했어도
    우리말 망치는... 이라고 해서 우리말로 망치는 무엇무엇이다 라고 처음에는 알아들었다
    쪼끼~ 바로 위에 바퀴벌래님이 한수 적어놓셨군...

  • 사랑의 이름으로 2007.06.09 10:15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그럼, 수동태를 어떻게 만드는 건가요?

  • Favicon of http://blog.naver.com/sooil2 BlogIcon 김수일 2007.06.09 10:18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좋은글 스크랩해가도 되나요?

  • X 2007.06.09 10:54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1. '~지다'라는 말은 분명히 일본말 맞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것이 우리나라말이 아니라는 근거라도 있습니까? 원래 우리나라말이었는데 옛날에 일본이 우리나라에게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2. 일본말은 무조건 배척해야 합니까?

    3. 분명 논리적 또는 구조적으로 잘못된 말은 고쳐나가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님은 미묘한 의미의 차이를 무시하고 특정한 표현으로만 쓰자고 주장하고 계신 것 같군요.

    (바로 앞 문장의 '계신 것 같군요'라는 표현을 보고 님은 잘못됐다고 말씀하고 싶어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굳이 그런 표현을 쓰는 이유는 '내가 추측하는 것과 글쓴이의 진짜 생각이 일치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느낌을 나타내기 위해서이죠.)

    '보여진다' 이 표현은 누구라도 주의깊게 생각해보면 이상하다고 생각할 겁니다. 왜냐하면 '보이다'가 자체적으로 수동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거기다가 '~진다'를 붙였기 때문이죠.

    하지만

    '만들어지다'를 '만들다'로 바꿔야 한다는 것은 억지에 가깝습니다.
    왜냐하면 '만들다'는 분명 능동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분명 특정한 감정또는 의미를 표현하기 위해서 '만들어지다'를 쓰고 싶어할 때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만들다' 이 표현 하나만을 쓰기를 강요하는 것은 의미의 다양성과 국어의 확장을 인정하기 싫다는 것으로 밖에 생각이 안 됩니다. 그리고 국어사전에 없다고 잘못된 표현이라고 생각하시는 것은 분명 아니겠죠? 국어사전을 만드는 주체도 결국은 인간이기 때문에 국어사전에 동사의 활용 형태를 모두 표기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또, 주어를 생략한 채 '만들다'라는 표현을 쓰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누가?'라는 의문을 가지게 될 겁니다. 그런데 주어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무작정 '만들다'를 쓰면 오히려 문장이 더 어색해진다는 것을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바로 앞 문장에서 '어색해진다' 이것을 또 잘못됐다고 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어떤 의미로 이런 표현을 썼는가를 잘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또 다른 예를 살펴볼까요?

    보내진 -> 보낸
    ('보내다'는 능동의 의미이므로 '~지다'는 표현이 이상할 게 없습니다. 오히려 '보내진'을 써야하는 곳에 억지로 '보낸'을 쓰게 되면 정말 의미가 이상해집니다.

    키워진 -> 키운
    (이것도 역시 마찬가지)

    밝혀져야 -> 밝혀야
    (이것도 마찬가지)

    다뤄지고 -> 다루고
    (이것도 마찬가지)

    모아지고 -> 모이고
    (이것은 '모이다'가 수동의 의미이기 때문에 '모아지다'는 이상하고요)

    지어진 -> 지은
    (이것도 마찬가지로 이상할 게 없습니다)

    고쳐져야 -> 고쳐야
    (이것도 마찬가지)

    세워지고 -> 세우고
    (이것도 마찬가지)

    주어져야 -> 주어야
    (이것도 마찬가지)

    두어지는 -> 두어야
    (이것도 마찬가지로 문제가 없습니다만, '두어지는'은 상대방이 의미를 오해하지 않도록 잘 주의해서 써야하겠군요. 물론 일상생활에서 '두어지는'을 쓰는 경우는 거의 아니 아예 없다시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절대 어색하거나 이상한 표현인 것은 아닙니다)

    말해지던 -> 말하던
    (이건 보류..)


    일컬어지는 -> 일컫는
    (이건 문제가 없음)

  • 아르 2007.06.09 11:05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이런글 읽을때마다 짜증이 확 밀려오는군요.
    일본어와 한국어는 언어의 뿌리상 어법이 비슷한 경우가 많습니다.
    일본어에 있는 어법을 한국어에 쓰면 죄다 일본식 어법인가요?
    그럼 일본어가 주-목-술 형태이니 한국어는 그렇게 쓰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시지?

    언어의 사회성 아시죠?
    언어는 언어간에 상호영향을 주면서 그 시대 맞게 변합니다.
    현재 변한 언어를 인정하지 않고 옛날문법 들먹이다가 그저 홍길동전식 표현이나 쓰면서 지내시지요.

    • 쭝궈시러 2007.06.09 11:16 신고 수정/삭제

      전 중국놈들과 아랍놈들을 무지 싫어하니까 오늘 부터는 한자어 표현과 아라비아 숫자를 철저히 쓰지 말고 지내야 겠습니다.

      이런 벌써 한자어를 6번이나 썼네...ㅎㅎㅎ

    • 타피오카 2007.06.09 11:38 신고 수정/삭제

      설령 이 글에 억지스럽거나 과장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고 해도 그렇게까지 말씀 하실 건 없지 않나요? 여러 네티즌에게 생각해 볼 만한 문제를 제기했다는 점만으로도 높이 평가될만 한 것 같은데.

  • 박용우 2007.06.09 22:47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번역투와 일본식한자어..

  • 호랑이 2007.06.09 23:09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지다는 일본어의 잔재가 아니라고 봅니다...
    일본어의 잔재라고 볼 누가봐도 확실한 자료부터 알고 따질 문제입니다.
    -지다의 문제는 너무 억지스런 형태에 쓰는 문제점이라 생각합니다.
    신문을 펴다와 신문이 펴지다... 전자는 누군가가 한 것이고 후자는 누군가에 의해 신문이 된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문장에서는 지다가 어색하지 않습니다.
    멀쩡히 있던 신문이 펴져있는 것을 보고 "어? 신문이 펴져(펴지어)있네?"라고 한다고 일본어의 잔재라 할 사람도 없고 말이 안되는 것도 아닙니다.
    피동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뱀이 죽다와 뱀이 죽어지다에서 후자는 조금 어감이 이상합니다.
    신문의 예에서 누군가를 삭제하였지만 말이 되었으나 뱀의 예에서 후자는 누군가에 의해가 있건없건 어감이 이상하게 느껴지실 겁니다.
    이러한 점에서 -지다를 올바르게 표현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
    무조건 -지다는 일본어의 잔재다 하시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봅니다...

  • 루이 2007.06.10 05:55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세상에 내가 댓글을 이렇게 재밌게 끝까지 읽을 날이 오다니..ㅋ..

  • Favicon of http://blog.naver.com/yunseongmin BlogIcon 윤성민 2007.06.10 07:25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댓글들을 보니 참 한심하네요. '지다'는 중세 때부터 써온 말입니다. 옛 문헌에서도 발견이 된다는 얘기지요. 원래 우리말에 있던 것인데 일본식 표현이네 아니네 따지는 것 자체가 웃기는 얘기지요. 옛말에서 피동은 접사나, 문법 요소로 실현되기보다는 능격 동사로 실현된 예가 많기는 하나, 문법 요소로 실현된 예도 있습니다. 즉 장형 피동도 있었다는 얘기지요. 문제는 피동을 남용하는 데 있는 것이지, '지다' 자체가 일본어의 찌꺼기인 것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 한심해? 2007.06.11 14:10 신고 수정/삭제

      글 좀 다시 보시지?
      -지다를 무조건 쓰지 말라는 거냐..

      붙이면 안 될 동사에도 붙여서 피동형으로 만드니까
      그게 잘못이라는 지적이지..

      -지다를 아무대나 붙여대는 것이 일본어 찌꺼기라는 거라네..

      한심하기는. ㅉ

  • 청와대수학과 2007.06.10 23:30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요즘 쓰는 일본말중 최고는 뭐니뭐니해도 '그녀'라고 봅니다. 일본애들이 'she'를 번역하느라고 만든 어거지 말인데, 영어 광풍과 '엽기적인 그녀'때문에 90년대 이후로 엄청나게 퍼져 버렸네요.

    • 하하핫 2009.02.05 12:55 신고 수정/삭제

      우리말 그와 그녀는 엄밀히 따지면 영어 he,she의 번역어임. 일본어 彼 彼女는 물론, 중국어 他,她도 모두 유럽어의 엄밀한 성구분의 영향을 받아 근대에 탄생한 대명사들임. 물론 일본어 彼와 彼女의 영향을 받았겠지만, 그것을 구조적으로 그대로 베낀 것은 아님. 일본어 가레와 가노죠는 한자음으로는 피와 피녀이고, 일본어 뜻으로는
      저 피 저녀가 됨. 우리말 그는 이미 그이나, 그 사람등에서 쓰였던 것이고, 이것에 녀(女)를 붙여서 여성형을 만든 것임. 만약, 일본거를 그대로 베껴(직역)왔다면,
      저, 저녀가 되어야 맞음.

  • 독수리 2007.07.12 22:07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허허 정말 위험한 주장이네요 제목부터 선정적입니다
    ~지다, 는 당연히 우리말이지요. 알면서 왜 제목을 저 따위로 뽑으셨나요?
    어린 학생들이 뭘 배우겠습니까?
    우리말은 원래 피동 표현이 적은 언어가 아닙니다.
    다만, 피동문을 어색하게 사용(ex, 이중피동 등)하는 것이 문제가 되겠죠.
    그게 일본말이랑 무슨 관계죠, 도대체?
    그냥 모르면 가만히 계세요. 잘못된 지식처럼 위험한 것도 없습니다.
    이오덕이란 분 자체가 듣보잡 원리주의자십니다.

  • Favicon of http://iloveuk.tistory.com BlogIcon 행복한꼬나 2009.04.13 12:18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간결하게 쓰는 우리말. 저 역시 이중피동 등 어색한 문장을 쓰지는 않았나 반성하게 되네요. 잘 배웠습니다 ^^

  • Favicon of http://facebook.com/4dreamy BlogIcon 깨몽 2011.02.09 18:18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우와~ 정말 대단하십니다.
    우리 말을 쓰는 힘도 대단하시고...^^
    종종 와서 많이 배우겠습니다.
    혹 얼숲(페이스북) 하시면 '우리말 사랑방' http://facebook.com/groups/hangul 에도 함께 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 가비 2013.03.01 01:45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뒤늦게 읽었지만 글 내용도 그렇고, 댓글 달리는것도 무척 수준이 높아서 이해하며 읽는데 꽤 시간이 걸렸습니다;;(무식이 탄로 나는구나...)

    아무튼 이런 좋은글이 더 안쓰여지고 있는게 약간 아쉽기는 하지만 저장 해놓고 두고두고 읽어봐야 겠습니다.

    그리고 좋은책도 하나 알아가니 감사합니다.

자주 쓰는 한자말, 우리말로 바꿔 쓰자

'한자말 바로 잡기'를 쓰다 보면 '한자말도 우리 말인데 왜 쓰지 말자고 하는 것이냐'고 얘기하는 분들이 있다. 물론 그 말엔 나도 동의한다. 이미 우리말에는 한자말이 많이 녹아 있어 한자말인지 우리말인지 구분할 수 없는 말들이 너무 많고,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말로 변해 버린 한자말도 많이 있다.

'한자말 바로 잡기'는 한자를 없애거나 전혀 쓰지 말자는 애기가 아니다. 우리 말에 들어온 한자말을 쓰지 않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한자말을 없애면서 잘 쓰지 않는 우리말을 억지로 쓰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따라서 한자말을 모조리 몰아낼 수도 없고, 내서도 안된다. 그러나 누구나 알기 쉬운, 좋은 우리말이 있는 데도 굳이 어려운 한자말을 쓰는 것은 옳지 않다. 쉬운 우리말이 버젓이 있고 잘 쓰이는데 어려운 한자말로 굳이 표현할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어려운 한자말을 쓰는 것이 글 좀 쓰는 것이고, 유식해 보이기 때문이라는, 그 오래된 나쁜 버릇을 고치자는 것이 '한자말 바로 잡기'를 쓰는 까닭이다. 그러면서 우리말이 얼마나 쉽고 아름다운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어려서부터 어렵게 쓰는 것이 제대로 글을 쓰는 것이고, 배운 사람들은 다 그렇게 써야 한다고 배워 온 까닭에, 우리는 알게 모르게 어려운 한자말을 자주 쓰게 된다. 실제로 한자로는 어떻게 쓰는 지도 모르면서 그런 말들을 쓰고 있다. 버릇처럼 쓰기 때문에 이미 익숙해져 있지만 좋은 우리말로 바꿔 쓸 수 있는 한자말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향후'다.

굳이 신문 기사 예를 들 필요도 없겠다. 사실 지금 이 글이 올라가 있는 블로그를 검색해 봐도 향후라는 말이 자주 나올 것이다. 얼마나 이 말이 입에 익었는지, 말과 글에서 두루 두루 쓰게 된다. 하지만 향후는 '앞으로' 혹은 '이 다음에'라는 좋은 우리말로 바꿔 쓸 수 있다.

향후 3년간 아프터 서비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어느 전자 제품 회사 설명서)

앞으로 3년간 아프터 서비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향후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어느 정치 논평 기사 중)

이 다음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이렇게 습관처럼 익어버린 한자말이 어디 향후 뿐일까.

야기하고 있다 -> 일으키고 있다
초래했다 -> 가져왔다
봉착했다 -> 부딪혔다
간과하는 -> 보아 넘기는
내포되어 -> 뜻이 들어 있는
호칭할 때 -> 부를 때
선호하는 -> 좋아하는
가중되는 -> 더해가는
석권했던 -> 휩쓸었던
도약하는 -> 뛰어오르는
고착화되면서 -> 굳어지면서

이오덕, 우리글 바로쓰기 1. 33 - 38 쪽 중에서

이 중 우리말로 바꿨을 때 어떤 것 하나라도 어색하고 이상한 말이 있는가. 한자말로 쓰는 것보다 우리말로 쓰는 것이 훨씬 쉽고 정겹지 아니한가. 그런데도 우리는 더 좋은 우리말을 두고 아무 생각 없이 한자말을 쓰고 있다. 이젠 우리말, 우리글에게 그 자리를 돌려줘야 할 때다. 한자말을 쓰는 것이 더 멋있고, 유식해보인다는 그런 잘못된 버릇을 이젠 내버려야 할 때다.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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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philomedia.tistory.com BlogIcon 필로스 2007.06.04 14:48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근데요..저는 한자말이 더 편하거든요...잘 난척하려고 쓰는 게 아니라...한자말이 먼저 떠올라서 편한대로 쓰거든요..그래도 안되나요?
    농담이구요....신문에서 한자말을 자주 쓰는 이유중에는 제목 뽑을 때 글자수 맞추기에 편한 측면이 있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해요...종이신문 만들때 헤드라인 글자수 맞추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가 않아요...그래도 가능하면 모든 세대에서 통하는 좋은 우리말로 바꿔나가는 게 좋겠지요...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06.04 15:54 신고 수정/삭제

      ^^ 되고 안되고가 중요한 건 아니구요 ^^ 그렇게 한자말을 쓰다 보면 우리말이 없어져 버릴까봐 그게 걱정이랍니다. 그리고 우리 말로도 얼마든지 글자 수를 맞출 수 있답니다. 단지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지 않을 뿐인 거지요 ^^ 고맙습니다.

  • Favicon of http://www.zoominsky.com/ BlogIcon 짠이아빠 2007.06.04 17:26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ㅋㅋ 어제 블로그 포스팅하면서 향후라는 말 썼다가.. 우리말로 바꿨는데 아주 지대로군..ㅋㅋ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06.04 17:37 신고 수정/삭제

      ㅋㅋ 그렇게 습관처럼 쓰는 한자말들을 바꿔나가자는 거지요 뭐~ ^^

  • 씨감자 2007.06.04 19:00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야기하고 있다 -> 일으키고 있다
    봉착했다 -> 부딪혔다
    호칭할 때 -> 부를 때
    선호하는 -> 좋아하는
    석권했던 -> 휩쓸었던

    대부분 이 정도는 실생활에서 우리글로 사용하고 있죠. 근데 문자로 쓸때는 좀 더 고상?하게 보이려 왼쪽의 한자어를 더 많이 씁니다.

    실제로 학교에서 좀 돌려가면서 한자어 써주면 작문점수도 더 좋았습니다.
    신문 사설쓰는 사람이나 판사들이 긴 문법의 한글과 어렵기만한 한문을 섞어 쓰면
    뭔가 전문적이고 설득력을 가진것처럼 보이니 저런걸 더 많이쓰는거 아닐까요?

  • Favicon of http://2dreamy.tumblr.com/ask BlogIcon 깨몽 2011.03.01 21:16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좋은 말씀입니다.
    저도 요즘 새로 '우리말 살려쓰기'를 하고 있습니다.
    뜻이 맞는 분들끼리 작은 행동이라도 했으면 싶네요.
    짬이 나시면 글 한번 남겨주세요.^^
    http://2dreamy.tumblr.com/ask 또는 http://www.facebook.com/4dreamy
    고맙습니다.

한자말 바로 잡기 -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사람들이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것은 글이 말과는 다르다고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말을 글자로 적어 놓은 것이 글일 터인데, 글이 말에서 멀어져 말과는 아주 다른 질서를 가진다는 것은 매우 좋지 못한 현상이다. 더구나 말을 소리나는 대로 적게 되어 있는 한글로 쓰는 우리 글이 우리 말에서 멀리 떨어져 나가 있다면 아주 크게 잘못된 일이다.

이렇게 된 가장 뿌리 깊은 원인은 우리 조상들이 한문 글자를 써서 생각을 나타내고 한문이나 한자말을 써야 행세를 하도록 하는 사회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오덕. 우리글 바로 쓰기 1. 28쪽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한자말 바로 잡기를 쓰다 보면, '한자말도 우리 말인데 왜 쓰지 말자고 하는 것이냐'라고 얘기하는 분들이 있다. 그 분들에게 '왜 세상을 흑과 백으로만 보는가'라고 묻고 싶다. 이 책을 쓰신 이오덕 선생님은 물론 여기에 다시 풀어 쓰는 나도, 한자말을 쓰지 말자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한자말 중에 이미 우리 생활에 널리 쓰여 우리말로 된 낱말이 많이 있다. 그런 것들을 우리 말로 다시 고쳐 쓰는 것은 현실에도 맞지 않고 실제로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굳이 그렇게 어려운 한자말로 쓰지 않아도 되는 말들이 우리 주변엔 너무나 많다. 뜻도 알기 어렵고 한자로 쓰지 못하고 발음 하기도 어려운 그런 말을 대신할 좋은 우리 말이 얼마든지 있는데, 그 말을 쓰지 않고 한자말을 쓰는 것은 우리 말과 글을 스스로 포기하는 꼴이다. 그러니 어려운 한자말 대신 누구나 알고 있는 쉬운 우리 말로 쓰자는 것이다. 정말 부탁이건데, 매사를 흑과 백으로만 나눠 단정짓지 말고, 글에서 말하는 속뜻을 잘 이해해 주었으면 좋겠다.

한자말의 또 다른 문제점은 같은 말을 뱅뱅 돌려 어렵게 만든다는 점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오늘 살펴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이다.

또 그동안 침묵해왔던 중도파 초.재선 그룹도 집단행동을 하거나 아니면 각자의 판단에 따라 진로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조선일보 2007년 5월 27일

이 문장은 아주 간단하게 고칠 수 있다.

또 그동안 침묵해왔던 중도파 초.재선 그룹도 집단행동을 하거나 아니면 각자의 판단에 따라 진로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게 될 가능성도 있다.

혹은 이렇게 고쳐 보면 어떨까?

또 그동안 침묵해왔던 중도파 초.재선 그룹도 집단행동을 하거나 아니면 각자의 판단에 따라 진로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게 될 수도 있다.

말을 뱅뱅 돌려서 어렵게 꼬아 놓은 한자말과 달리 얼마나 쉽고 간단한가. 물론 그럴 수도 있다는 얘기를 강조하기 위해서 한자말을 썼다고 말할 지 모르겠다. 그러나 강조하려면 '가능성이 높다'라고 표현하면 되지 굳이 배제라는 한자말을 쓸 이유는 없다고 생각되며 사실 이 말 자체가 강조한다는 의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배제란 말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찾아 보면 다음과 같이 나온다.

배제 - 받아들이지 아니하고 물리쳐 제외함

이 뜻을 적용한다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말은 가능성을 '받아들이지 아니하고 물리쳐 제외함'을 하지 않는다는 말이 된다. 이 무슨 복잡한 한자말 장난인가. 소위 말하는 이중부정일텐데, 이렇게 풀어 쓰는 나도 헷갈리기 시작할 정도다. 쉬운 우리 말이 있는데 왜 그리 한자말을 고집하는 것일까.

이래서 우리는 불행하게도 우리 말과는 다른 한자말 체계의 문장에 갇혀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옛날부터 글깨나 쓰는 사람들이 '문자 쓴다'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요즘도 이 문자 쓰는 글이 얼마나 많은가. 아니, 거의 모든 지식인, 학자, 문필가들의 글이 문자 쓰는 글로 되어 있다.

이오덕. 우리글 바로 쓰기 1. 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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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말 바로 잡기 - 차치하고

어떤 일이 생기고, 그 일이 다른 모양으로 부풀려 졌을 때(혹은 부풀려 졌다고 주장할 때 ^^) 흔히 '차치하고'라는 말을 쓴다. 아래 글이 가장 흔한 예다.

“사건 진상은 차치하고라도 확인되지 않은 소문까지 일부에서 마치 사실인 양 확대 재생산되면서 악화일로를 걷게 됐다”

눈치를 보니 그 사건이 참이냐 거짓이냐는 나중에 얘기하더라도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사실인 것처럼 확대된다는 뜻일게다. 국어 사전에서 정확한 뜻을 알아 보자.

그런데 이게 웬일. '차치하고'라는 말을 찾았더니 사전에 없는 말이란다. 그래서 다시 '차치'를 찾았더니 다음 그림과 같은 결과가 나왔다. 그림을 눌러 크게 보면 알겠지만, 쓰인 예는 있는데 정착 '차치'라는 말의 뜻은 없다. 대신 같은 말로 '차치물론'이라는 발음도 어려운 한자 말이 있긴 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래서 이번엔 차치물론을 찾았다. 그랬더니 이제야 원래 뜻이 나왔는데 '내버려 두고 문제 삼지 아니함'이라는 뜻이다. 아마 눈치를 보니 발음하기도 어려운 차치물론이란 말을 쓰기 번거로워 '차치'라는 말로 줄어든게 아니가 싶다(이건 순전히 내 생각이다 ^^).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하여튼, 원래 뜻을 들여 위 글을 고쳐 보면 어떨까.

“사건 진상은 차치하고라도 확인되지 않은 소문까지 일부에서 마치 사실인 양 확대 재생산되면서 악화일로를 걷게 됐다”

"사건 진상은 내버려 두고 문제 삼지 않더라도 확인되지 않은 소문까지 일부에서 마치 사실인 양 확대 재생산되면서 악화일로를 걷게 됐다"

그런데 솔직히 너무 길다. ^^ 더 줄일 수는 없을까.

"사전 진상은 제쳐두고, 확인되지 않은 소문까지 일부에서 마치 사실인 양 확대 재생산되면서 악화일로를 걷게 됐다"

이제 좀 낫다. 하지만 그래도 영 마음에 안 드는 건 글 앞 뒤에 한자말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그래서 다시 한 번 고쳐 보기로 했다.

"사건의 진짜 상황은 내버려 두고라도, 확인되지 않은 소문까지 마치 사실인 것처럼 확대되면서 악화되기 시작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차치하다'라는 말을 쓰는 경우가 많이 줄고 있다는 점이다. 한자말 쓰기 선두주자인 신문들을 찾아 보니 한 달에 한 두건 정도만 검색될 뿐, 매일 매일 쓰는 낱말은 아닌 듯 했다. 하긴 발음하기도 어려운 말은 어차피 사라지는 것이 말과 글의 운명이거늘, 이상한 이유로 살아 남은 한자말들이 쉽고 예쁜 우리 말로 어서 빨리 바뀌길 바랄 뿐이다.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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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philomedia.tistory.com/ BlogIcon 훈이아빠 2007.05.18 16:44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예문(분홍색 박스) 자체가 '차치하고'라는 단어를 잘못 썼군요. '차치하고라도'에서 '라도'는 빼고 쓰는 게 그나마 맞을 것 같습니다. '사건 진상에는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채' 또는 레이님이 쓴 대로 '사건 진상은 제쳐두고'로 써야 겠군요...
    그나저나, 저도 티스토리 블로그 드디어 오픈했어요...^^무슨 초대장 오는게 그렇게 오래 걸리는지 원....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05.18 16:48 신고 수정/삭제

      에이구 저한테 초대장을 달라 하시지요~ ^^

  • Favicon of http://biog.empas.com/bouquetdor BlogIcon 진주애비 2007.05.19 11:01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왜이리 어려운 말을 썼을까요...읽기도 힘드네요 차치하고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05.22 10:27 신고 수정/삭제

      어렵게 쓰는 사람들 정말 많습니다. 문제는 그렇게 쓰도록 배웠다는 거지요 ^^

  • Favicon of http://daisy.pe.kr BlogIcon Daisy 2007.05.22 09:46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전, 아직도 자주 쓰고 있는데;;; 흠;;;

  • 히히 2011.10.11 11:58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좋은글퍼갑이다.

  • 히히 2011.10.11 12:00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책에서 차치하다를 보고 사전에 검색했는데 없던 이유가 있었네요. 교육관련서재라 그런지 씁쓸해지네요.

  • 김하사 2013.12.14 14:24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퍼갑니당. 고맙습니다 애들이 차치하다라는 말을 쓰는데, 제가알기로도 분명 그런말은 없었기에 찾다보니 좋은글이 나왔네요..

한자말 바로 잡기 - 춘하추동

'신문에서 한자말을 주로 쓰는 이유는 한정된 글자 수로 원하는 뜻을 나타내야 하기 때문일거다'라고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내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한자말들이 있다. 가장 흔한 예가 바로 춘하추동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란 좋은 우리 말이 있는데 굳이 이런 한자말을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런 한자말들은 글자 수가 제한되어서도 아니고, 단지 유식해 보인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쓴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

춘계 야유회 -> 나들이
춘계학술대회 -> 봄 학술대회
춘계전국대회 -> 봄 전국대회
하계 수련회 -> 여름 수련회
추계 운동회 -> 가을 운동회
동계 올림픽 -> 겨울 올림픽

봄, 여름, 가을, 겨울이란 좋은 말을 놔두고 굳이 어려운 한자말을 쓰기 좋아하는 곳은 꼭 신문사 뿐만은 아니다. 학교, 관공서, 여러 협회 등등 사방에서 춘하추동을 써 댄다. 우리 말로 쓰면 없어 보이고, 한자말로 쓰면 좀 있어 보여서 그러는지. 만일 정말 그렇다고 느끼면, 그 생각을 바꿔야 할 것이다. 안 그래도 한자말 말고 영어와 일본어까지 덕지 덕지 섞여 있는 우리 말을 지키려면, 나부터 그 생각을 바꿔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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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www.zoominsky.com BlogIcon 짠이아빠 2007.05.15 04:50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역시.. 좋은 글입니다.. ^^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05.15 15:42 신고 수정/삭제

      쓰면 쓸 수록 배우는 점이 많아진다는... ^^

  • Favicon of http://biog.empas.com/bouquetdor BlogIcon 진주애비 2007.05.15 21:39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저희 곧 춘계야유회가 있는데
    봄나들이로 바꿔야겠네요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05.16 02:35 신고 수정/삭제

      ^^ 근데 쉽지 않으실 거에요~ 처음엔 아무래도 영 어색하거든요 ^^ 마치 유치원 소풍 같은 느낌도 들고... 결국 유식한 한자말 쓰는 사람들이 그렇게 만들어 놓긴 했지만요. ^^ 봄 나들이가 너무 그러면~ 봄 야유회 정도로 바꾸셔도 좋을 듯 ^^

한자말 바로 잡기 - 의의

입으로 말했을 때 그 뜻을 쉽게 알아차릴 수 없는 한자말이 많다. 본래 한자말은 민중들이 일하는 삶 속에서 생겨나고 쓰인 것이 아니라 양반이나 관리들, 학자들이 읽고 있는 글에서 생겨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은 상대편 얼굴도 보지 못하고 말을 하고 목소리만 들어야 할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전화로 말하고, 방송을 하고 방송 말을 듣는 경우가 그렇다. 이런 때일 수록 한자말을 쓰지 말고 순수한 우리 말을 써야 말글 생활을 바로 할 수 있다.

이오덕. 우리글 바로 쓰기 1. 23쪽.

우리 생활에선 별로 안 쓰지만, 글에서 많이 쓰고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말하기 시작한 한자말들이 종종 있다. 대표적인 한자말이 '의의'다. 자, 원래 하던 대로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아보자.

의의04 (意義)
[ 의ː의/ 의ː이] 「명」
「1」말이나 글의 속뜻.
홍선이 성하의 말을 듣고 그 말의 의의를 알고….≪김동인, 운현궁의 봄≫

「2」어떤 사실이나 행위 따위가 갖는 중요성이나 가치.
역사적 의의/남북 정상 회담이 갖는 의의/의의가 있는 삶/이번 탐사는 세계 최초라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3」『어』하나의 말이 가리키는 대상.

「4」『철』어떤 말이나 일, 행위 따위가 현실에 구체적으로 연관되면서 가지는 가치 내용.

「비」<1>의미02(意味)〔1〕.
「비」 <2>뜻〔3〕.
「비」<2>의미02〔3〕.

보통 이 의의란 말은 위 설명 2번에서처럼 '남북정상회담의 의의'와 같은 식으로 많이 쓰인다. 신문 기사나 혹은 논문 등에서도 많이 쓰는 낱말일테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이건 참 발음하기도 나쁜 낱말이다. 아주 천천히 발음해야 '의의' 혹은 '의이'라고 발음하지 보통은 '으의' '으이'라고 발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발음하기도 어렵고 낱말 자체도 어렵다.

발음하기도 어려운 이 말은 '뜻'이란 말이다. '뜻'이란 좋은 우리 말을 놓고 굳이 발음하기도 어려운 말을 쓰는 것은 말과 글이 발달하는 방식과도 맞지 않는 희한한 일이다. 결국 글쓰는 사람들이, 많이 배운 사람들이 잘난척 하기 위해서 쓰다 보니 학교에서도 쓰게 되고 그러면서 웬지 그럴 듯한 문장을 쓸 때는 이 낱말을 써야 한다고 습관이 되어 버린 것이다.

요즘 논술 시험 때문에 학교에서도 글쓰기를 중요하게 가르치는데, 좋은 글이란 누가 읽어도 쉽게 알 수 있는 글이지 어려운 낱말로 가득찬 글이 절대 아니다. 쉬운 우리 말로 쉽게 쓰는 법을 가르치는 것, 이것이 제대로 된 글쓰기 가르침이다.

다시 '의의'로 돌아와서, 이 말은 간단히 뜻, 속뜻, 아니면 의미 같은 말로 바꾸는 것이 좋겠다. 다음 예를 들어 보자.

기념제는 사당 등 추모시설 조성과 함께 1968년 시작됐다. 이제 시대 추이에 맞는 즐거운 체험·관광축전으로 구성해 그 역사적 의의를 국민과 함께 되새기려 한다고... (조선일보 2007년 5월 8일)

사실 위 글도 군데 군데 한자말이 보인다. 계속 말하지만 한자말로 쓰인 글은 한자말 하나만 우리 말로 바꾼다고 해서 곧바로 쉬운 글이 되는 건 아니다. 말이란 참 묘해서 서로 얽히고 얽혀 있기 때문이다. 우리 말을 억지로 한자말로 꾸미려하면 더 이상한 글이 되어 버린다.

기념제는 사당 등 추모시설을 만들면서 1968년에 시작됐다. 이제 시대 흐름에 맞는 즐거운 체험, 관광 축전으로 구성해 그 역사의 뜻을(혹은 의미를) 국민과 함께 되새기려 한다고...

또 다른 예를 보자

극미량이어서 그런 문제점을 극복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조선일보 2007년 5월 8일)

아주 웃긴 말이 하나 또 나온다. 극미량이라니. '아주 적은 양이어서' 혹은 '아주 조금이기 때문에' 라고 쓴다면 어감이 달라 보이기 때문일까? 물론 그렇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그건 한자말이 잘난 체 하기 위해 쓰였기 때문에 그렇게 느껴지는 것일 뿐이다. 이 말은 아래와 같이 바꿀 수 있겠다.

아주 적기 때문에 그런 문제점을 극복했다는데 큰 이 있다.

사실 우리 말로 글을 쓰는 것은 절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우리는 자라면서 한자말이 가득 섞인 어려운 글이 좋은 글이라고 배웠고, 또 주변에서 그렇게 쓰는 것에 익숙해져 왔다. 그런 까닭에 쉬운 우리 말로 글을 쓰는 버릇을 들이지 못한 것이다. 나부터도 조금씩 우리 말 쓰는 버릇을 들여가야 겠다는 생각, 블로그의 영향력이 점점 커져가는 요즘 더 간절해진다.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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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blog.empas.com/bouquetdor BlogIcon 진주애비 2007.05.09 21:38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이 카테고리의 레이님 글을 보면서
    아무 생각없이 사용했던 한자어가 얼마나 많은지를 느끼게됩니다
    물론 아름다운 우리글도 다시 되돌아 보는 아주 좋은 시간이기도 하구요...
    정말 좋습니다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05.09 23:04 신고 수정/삭제

      지나친 칭찬을 보내주시니 참 창피합니다 ^^ 저도 이거 쓰면서 공부 많이 하고 있습니다. 알게 모르게 묻어 쓰는 한자말이 정말 많거든요.

  • 김예원 2007.05.10 22:19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ㅋㅋㅋㅋ 쌤 저 왔다 가염.ㅋㅋㅋㅋ

  • 오히긴스 2011.04.17 12:15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기본적으로 지나친 한자나 외래어의 남용이 주는 폐해가 적지않다는 현상인식에는 동감합니다만
    본문의 지적은, 각계각층에서 왜(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용어를 쓰는지에 대한 고민이나 분석이 전혀 결여된 체, 매우 피상적인 결론(단지 잘난척 하기위해서?)을 예단하신바,
    묹제제기의 타당성이나 공격성의 두드러짐에 비해, 설득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고 감히 지적드리고 싶습니다

  • 오히긴스 2011.04.17 12:26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눈높이를 맞춘다고 해야할지, 아니면 '적을알자'는 차원이 될지는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다르겠으나
    예컨데 '독도는우리땅'이라는 지당한 의제를 논증한다 하더라도 시마네현측의 논거가 무엇인지, 일본우익에서 그러한 목소리가 되풀이되는 정치적 배경에 대한 고찰없이 단순하게 '그들이 욕심이 많기 때문이다'라고 마무리 짓는다면 제 3자의 입장에서 볼때 서로 일방적 주장을 하고 있음으로 비춰질 뿐이라는 겁니다

  • 오히긴스 2011.04.17 12:40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본론으로 돌아와서
    '아주 작음'과 '극미량'에는 어감의 차이가 분명히 존재합니다
    후자에는 '(어떤 실험값이라든가 성분 혹은 상태의 변화 등)대세에 지장을 주지 않을 정도로 미미한'이라는 뉘앙스가 내포된 것이지만 전자에는 무슨 기준이 적용된 것인지 모호하죠 (거꾸로, '엄청나게 많다'와 포화상태 에도 이런 어감의 차이가 있지 않냐는 거구요)

  • 오히긴스 2011.04.17 12:52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일일이 열거하자면 끝도 없을 듯 합니다만
    애초 존재하지 않던 서구의 문물/개념에 한자로 명명한 것은 소위'근대화'를 먼저 이룬 일본이었고
    그 결과물을 시급히 도입해야만 했던 것이 지난 세기의 시대적 과제 였다고 한다면
    일단 가져오기에 급급했던 절박함에서 한숨을 돌려, 보다 쓰기 편하고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본디의 어감을충실히 반영/전달하기 위해 각계 전문가와 국어학계가 고심해야만 하는것이 바야흐로 우리세대예게 지워진 과제인 것이지
    단편적이고 감상적인 접근은 상대방에 대한 이해가 결여된 채 소모적인 논쟁으로 흐를 위험이 있다고 봅니다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1.04.17 18:20 신고 수정/삭제

      좋은 의견 고맙습니다. ^^

      저는 한자나 영어로 쓸 수 밖에 없는 전문용어를 쓰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우리 말로 쉽게 쓸 수 있는데도 굳이 어렵게 쓰는 습관은 고쳐야 한다고 생각할 뿐이지요.

      아주 작음과 극미량에서 느낌이 다르다고 하셨는데, 어쩌면 우리가 그렇게 배웠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 안타깝게도 우리는 제대로 된 우리 말을 제대로 배울 기회가 없었습니다.

한자말 바로 잡기 – 초미

무척이나 중요한 일에 대해 얘기할 때 '초미의 관심사'라는 표현을 쓴다. 대부분 한자말이 그렇지만 초미라는 말은 어려운 글에서나 나오지 말로 얘기할 때는 거의 쓰이지 않는 말이다. 평소에는 거의 쓰이지 않는데 글로 쓸 때나 쓰는 말이라니. 이래서야 어찌 우리 말과 글이 하나가 될 수 있을까.

초미. 도대체 한자로 쓰려고 해도 어떻게 써야 할 지 깜깜하기만 한 글자다. 역시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아 보았다.

초미03 (焦眉)

「명」(주로 '초미의' 꼴로 쓰여) 눈썹에 불이 붙었다는 뜻으로, 매우 급함을 이르는 말. 불교의 《오등회원(五燈會元)》에 나오는 말이다. ≒ 소미지급˙연미07(燃眉)˙초미지급.

* 초미의 급선무
* 반드시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될 초미의 문제
* 노사 양측의 견해차를 어떻게 좁히느냐가 초미의 관심사이다.


매우 급하다는 말이란다. 그런데 매우 급한 걸 이렇게 어려운 말로 써 놓았으니 급한지 어쩐지 알 길이 없는 건 아닐까. 어쨌든 어떤 형태로 쓰이고 있는지 조선일보 기사를 찾아 봤다.

지난 30일 청와대는 정치권 초미의 관심사였던 이 사건에 대해 일체 논평이 없었다. (조선일보 2007년 5월 2일)

그런데 좀 이상하다. 매우 급하다는 뜻인데 아무래도 이 뜻을 집어 넣으면 문장이 좀 이상해진다.

지난 30일 청와대는 정치권에서 (눈썹에 불이 붙을 정도로) 가장 급한 관심사였던 이 사건에 대해 일체 논평이 없었다.

아무래도 여기서 말하는 뜻은 '급한 관심사'가 아니라 '매우 관심을 끄는' 혹은 '가장 중요한'으로 바꾸는 것이 맞을 듯 하다.

지난 30일 청와대는 정치권에서 매우 관심을 끌고 있는(가장 중요한) 이 사건에 대해 일체 논평이 없었다.

이제야 좀 말이 된다. 이렇게 억지로 따지고 보면 '초미'라는 말은 매우 급하다는 뜻은 물론 가장 관심이 가는, 혹은 가장 중요하다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매우 급한 일이 가장 관심이 가고 중요한 일이라 할 수 있으니 뜻이 확장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 하겠다. 어쨌든 매우 급한, 가장 중요한, 매우 관심이 가는 등과 같은 식으로 충분히 풀어 쓸 수 있는데 굳이 '초미의 관심사'라는 한자어를 쓸 필요까지는 없다.

한자말도 이미 우리가 쓰기 시작한 우리말이라는 의견에는 나도 생각이 같다. 그러나 한 번 듣고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한자말, 정작 한자로는 어떻게 써야 하는지도 모르는 한자말을 우리말이라고 우기면서 계속 사용하자는 주장엔 절대 반대한다. 모름지기 글이란 자신의 뜻을 전달하기 위한 것. 당연히 누구나 알기 쉽게 쓰는 것이 정답이다. 어려운 한자말을 쓰는 것이 똑똑하고 있어 보인다는 건, 옛날에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웠던 '현학적 허세'에 불과하다는 걸, 배운 사람들부터 깨달았으면 좋겠다.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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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www.zoominsky.com BlogIcon 짠이아빠 2007.05.06 01:51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이런.. 정말 국어 공부 다시해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해진다.. ^^
    올 한글날 자기가 혹시 국어보존 우수 블로거로 뽑히는거 아닐까?..ㅋㅋ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05.06 07:48 신고 수정/삭제

      한글날이 없어지지나 말았으면 좋겠어요~ >.<

초록불과 파란불

나는 아직도 '파란 불'에 횡단보도를 건넌다. '파란불이다~ 가자~' 라고 말할 때마다 초등학교 4학년 딸 아이는 '아빠, 왜 초록불을 파란불이라고 해?'라고 따진다. 내가 봐도 틀림없이 초록불인데, 왜 난 여전히 파란불이라고 말하는 걸까.

가만히 생각하면 그건 내 잘못이 아니다. 어릴 적 우리는 틀림없이 파란불이 켜지먼 건너라고 배웠다. 그 아무도 초록불이라고 하지 않았고 파란불이라고 했다. 생각해 보면 참 이상한 일이었다. 왜 그 때는 초록불을 파란불이라고 하는데 아무도 따지지 않았을까.

'아빠 어릴 땐 그렇게 배웠어'라고 옹색한 변명을 해 보지만 딸 아이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하긴 알아듣기 어려울 법도 하다. 세상에, 누가 초록불을 당당하게 파란불이라고 가르쳤단 말인가. 그 덕에 전 국민이 초록색을 느끼지 못하는 색맹에 거려 버리고 말으니. 교육이란 그래서 중요하고, 그래서 더 무서운 거다.

아마, 우리가 대학 시험을 볼 1987년 경부터 논술 시험이 생겼을 터이다. 논술에 대해 별도로 가르칠 방법이 없는 학교에서는 오로지 신문 사설 베껴 써오기를 열심히 시켰다. 신문사설을 오려 공책에 붙이고 그대로 한 번씩 베껴 써 가는 숙제를 지겹게도 해댔다. 물론 '그렇게 했기 때문에 네가 지금 글장이로 먹고 사는 거다' 우기면 할 말 없다. 그러나 정말 자신있게 말하건데 나는 신문사설 몇 개 베껴썼다고 해서 글 솜씨가 크게 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어쨌거나 신문사설이란 죄다 한자말 투성이다. 사실 학교에서는 신문사설에 나오는 한자를 열심히 베껴 쓰라고 했던 기억도 난다. 그러나 지금 생각하니 그 얼마나 바보 같은 짓이었던가. 제대로 된 글짓기 교육을 받지 못했던 우리나라 교육 현실에서 한자말 투성이의 사설을 베껴 쓰고 그것이 논설의 모범 답안인양 가르쳤으니 그렇게 배운 수많은 사람들이 제대로 된 글은 한자말 투성이의 글이라 생각할 수 밖에. 그래서 좀 배웠다 하는 사람들이 쓰는 글은 죄다 알아 먹기 어려운 한자말 투성이고 그렇게 써야만 대접받는 것처럼 여겨져 왔다.

사실 나는 언론에 별로 감정이 없지만 요즘 들어 계속 우리글을 바로 쓰는 법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언론이 우리 글을 망쳐 놓는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글자 수가 제한되어 있다는 핑계로 제목에는 뜻도 모를 한자말들이 넘쳐나고 전문가들이 쓴 글은 어려운 말 투성이다. 솔직히 누구나 읽으라고 펴낸 신문을 그렇게 어렵게 써야 할 이유가 어디 있단 말인가.

우연히 초등학교 논술에 대한 책을 한 권 접하게 되었는데, 현직 교사가 썼다는 이 책에서 말과 글이 서로 어우러져야 한다는 내용을 찾을 수 있었다. 아, 다행스럽게도 이제 우리 아이들은 한자말 가득한 신문사설을 모범 답안으로 여기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어디 책 한 권 가지고 세상이 바뀌겠는가. 하지만 그 책을 읽은 사람들, 그리고 우리 말과 글을 살려야 겠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열심히 글을 쓰고, 그 글을 퍼뜨리고, 그 글을 읽기 시작하면 반드시 우리 말과 글은 아름다운 모습을 찾아내고, 계속 간직할 것이다. 별 힘도 없고, 아는 것도 많지 않은 내가 굳이 이런 글을 쓰는 건, 거기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기 때문이다.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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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www.zoominsky.com BlogIcon 짠이아빠 2007.05.01 10:18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난.. 감정 많은데.. ^^

  • Favicon of http://biog.empas.com/bouquetdor BlogIcon 진주애비 2007.05.03 20:43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초등학교 2학년인 둘째가 선생님께 배웠다며
    이모티콘을 못 쓰게 하더라고요 블로그상의 답글을 남길때 무심코 사용했던 그 기호가
    얼마니 잘못된건지 새삼 느꼈습니다 가능하면 자제를 하는중입니다...^^;; <== 이것도 사실은....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05.03 20:53 신고 수정/삭제

      ^^ 이모티콘은 감정을 표현하는 일종의 상징 같은 건데 그런 건 좀 써도 되지 않을까요~ (하여튼 저도 글쓰기 어려워요~ ^^)

  • 김진환 2011.12.08 15:18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파랗다는 푸르다에서 파생된 단어이고 푸르다가 풀의 색을 가리키는 단어라면 파랗다는 녹색의 의미도 있는 듯 합니다.

한자말 바로 잡기 - 제고

이런 저런 글을 읽다 보면 아무래도 잘 배운 사람들이 우리 말을 망치고 있다는 이오덕 선생님 얘기가 정말 실감난다. 어렵게 말하고 어렵게 써야 배웠다는 표시가 나는 건지, 아니면 어려운 한자말로 써야 대접을 받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여튼 신문사든, 연구소든, 의료기관이든, 법원이든, 정부 기관이든 모두 잘 배운 분들이 가서 일하시는 곳일텐데 그 곳에서 나오는 말들이 왜 그리 어려운지 모르겠다. 어쨌거나 오늘 시비를 걸 말은 바로 '제고'이다.

주로 '뭘 제고하다'라는 식으로 쓰이는 이 말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찾아 보았다.

제고03 (提高)
「명」쳐들어 높임. ¶생산성의 제고/능률의 제고/이미지 제고/월동 준비는 전력의 유지와 그 제고를 위해서 긴급히 요청되고 있는 과제요.≪이병주, 지리산≫§

제고-되다
[ --되-/ --뒈-]「동」=>제고03. ¶이번 일로 군대의 사기가 제고되었다./세계적인 경제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국가 경쟁력이 제고되어야 한다.§

 제고-하다
「동」【…을】 =>제고03. ¶기업 이미지를 제고하다/근로자의 근무 의욕을 제고하기 위한 방책을 강구하다/회사에서 생산성을 제고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모았다≪홍성원, 육이오≫§

참나. 우리 말로 써도 알아먹기 어렵다. 쳐들어 높임이라니. 우리 말로 풀어 놔도 어려운 이 '제고'라는 말은 혼자서는 도대체 그 뜻을 알기 어렵다. 함께 붙은 예를 보자.

생산성의 제고 : 생산성을 높이고

아, 이렇게 놓고 보니 좀 알아 먹을 수가 있다. 뭘 높인다는 뜻이구나, 나아지게 한다는 뜻이구나 그런 감이 오는 것이다. 원래 시비 걸기 좋은 대상은 신문사니, 이번에도 신문 검색을 해봤다. 역시 딱 걸렸다.

그는 "외환위기 이후 상대소득격차를 나타내는 지니계수가 상승하고 있는 것 역시 경제정책의 잘잘못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노령화 등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빈곤율을 낮추고 빈곤의 고착화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노인 일자리창출 등 소득이동성 제고를 위한 정책을 전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연합뉴스를 통해 주요 일간지에 보도된 기사다. 무슨 연구원에 근무하는 연구위원이 한 말을 기사로 옮긴 듯 했다. 그런데 도대체 여기서 하고픈 말은 무엇이란 말인가. 두 번 세 번을 읽어도 정확히 그 뜻을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솔직히 나는 화가 좀 났다.

연구위원이야 맨날 어려운 말 써서 연구하는 사람이라 그렇다 치자. 하지만 모든 사람이 읽는 신문에 무슨 말인지도 모를 용어를 그대로 옮겨 써 놓은 신문기자의 의도는 무엇이란 말인가? 역시 신문은 유식한 사람만 읽는 것이니 무슨 말인지도 모를 사람들은 신문 조차 읽지 말라는 뜻인가.

다른 말도 잘 이해가 안되지만 특히 저 '소득 이동성 제고'라는 말은 기도 안 찬다. 눈치를 보니 소득이 골고루 분배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뜻인 거 같은데 차라리 다음 처럼 쓰면 어땠을까.

그는 "외환위기 이후 소득 차이가 벌어지고 있는데 이것은 경제 정책이 잘못 되었다기 보다는 노인 층이 늘어나는 등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빈곤율을 낮추고 가난이 굳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노인의 일자리를 만드는 등 소득을 골고루 나눌 수 있는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남이 써 놓은 글을 고치는 것은 처음 얘기하는 것보다 쉬운 일일테다. 그리고 이렇게 고쳤다고 해서 이 글이 꼭 잘 된 글이라는 법도 없다. 그러나 글의 목적이 무엇인가? 신문의 목적이 무엇인가. 사람들에게 사실을 전하고 알려주는 것이 목적일텐데 이렇게 어렵게 써서 그 목적을 이룰 수 있을지 나는 매우 궁금하기만 하다.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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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www.zoominsky.com BlogIcon 짠이아빠 2007.04.30 10:23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아.. 내용이 점점 좋아지고 있습니다.. ^^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05.01 03:50 신고 수정/삭제

      ㅋㅋ 그런데 쓰면 쓸 수록 언론사들이 말과 글을 다 버려 왔다는 생각이 드네요~ ^^

  • 국격제고 2010.08.25 03:09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이런 글, 제발 계속 써 주세요.

  • Favicon of http://facebook.com/4dreamy BlogIcon 김영기 2011.01.26 11:23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좋은 글 고맙습니다.
    얼숲(페이스북)의 '우리말 쓰기 모임' http://www.facebook.com/home.php?sk=group_115322478540907 에 일부 옮겨가겠습니다.
    문제가 되면 알려주십시오.^^

  • Favicon of http://sweater.tistory.com BlogIcon 스웨터 2011.04.12 21:30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제고, 제고, 제고...
    제고란 말이 일상화된 곳에서 근무하고 있는 사람입니다만, 제고가 정말 무슨 뜻일까 확인해보고자 검색에서 첫 링크로 레이님의 글을 보게되었습니다.
    신문기사 번역하신 것을 보니 속이 시원하네요.
    종종 이런 글 써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리고 좀 지난 글인데, 다음 view로 발행하시면 어떨까요? 다른 사람들과 같이 보았으면 하네요.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1.04.12 22:59 신고 수정/삭제

      고맙습니다. ^^
      제가 요즘은 페이스북에 재미를 붙여서
      블로그 보다는 페이스북에 글을 좀 더 많이 씁니다.

      http://www.fb.me/writingtips

      제가 다음뷰하곤 별로 안 친해서요 ㅜㅜ
      고맙습니다. ^^

한자말 바로 잡기 – 매수인, 매도인

나이가 사십이 되도록 매수인과 매도인을 헷갈린다고 하면 나한테 문제가 있는 것일까. 부동산이나 주식을 비롯해서 이런 저런 물건을 팔고 살 때 쓰는 계약서에 항상 등장하는 매수인과 매도인이라는 말을 볼 때마다 나는 꼭 한 번씩 되새겨 봐야 했다. 계약서를 쓸 정도로 크게 팔고 살 물건이 없는 데다가 주식 같은 건 해 본 적이 없어서 매도인이나 매수인이란 말을 쓸 일이 없었겠지만, 설령 자주 쓴다 해도 빠르게 이해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어려서부터 한자에 거부감이 많았으니 친해지기가 쉽진 않았겠지. 하긴, 니체가 그랬다던가. 한자는 세상에서 제일 더러운 글자라고. 니체를 좋아하진 않지만 그 말엔 절대 동감이다.

어쨌든 매수인과 매도인을 그냥 사는 사람, 파는 사람이라고 계약서에 쓰면 안 되는 걸까? 어차피 계약서란 예상하지 못한 나쁜 일이 생겼을 경우를 대비해 쓰는 것인데 좀 더 쉽고 명확하게 쓰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그런데 매수인과 매도인이란 말은 계약서뿐 아니라 신문이나 잡지 등에서도 너무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다음 예를 보자.

부동산 매매계약을 중개하면서 매수인의 대리인 것처럼 문서를 작성해 매도인에게 건네 놓고도

이 문장에서 매수인을 사는 사람, 매도인을 파는 사람으로 바꿔 보자.

부동산 매매계약을 중개하면서 사는 사람의 대리인 것처럼 문서를 작성해 파는 사람에게 건네 놓고도

기왕 바꾸는 거 이 문장을 한 번 더 바꿔 보자.

부동산을 팔고 사도록 중개하면서 사는 사람대신하는 것처럼 문서를 만들어 파는 사람에게 건네 놓고도

한 번에 느낌이 확 오지 않는가? 얼마든지 대신해 쓸 수 있는 우리 말로 이렇게 쓰면 될 것을 굳이 매수인, 매도인이라고 쓰는 건 여전히 어려운 한자말을 쓸 때 멋있어 보이고, 권위 있어 보이고, 똑똑해 보여서 그러는 것일까. 과연 우리의 계약서는 언제나 읽으면 바로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만들어질까.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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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www.zoominsky.com BlogIcon 짠이아빠 2007.04.27 12:40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그려.. 내가 하고 싶은 말이라니까.. ㅋㅋ

  • Favicon of http://blog.empas.com/bouquetdor BlogIcon 진주애비 2007.04.28 01:00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뭘 그리 사고 팔일이 별로 없는 이사람에겐 특히나 아리송한 단어였습니다...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04.28 12:08 신고 수정/삭제

      정말 계약서 같은 거 하고 안 친한 사람들은 금방 알아듣기 어려운 말이지요?

한자말 바로 잡기 - 귀추

차에 설치한 DMB 덕분에 평소에는 잘 보지 못하던 TV 프로그램을 종종 보게 된다. 아무래도 차 안에서 가볍게 보려면 화면에 집중하지 않아도 되는 것들을 즐겨 보게 되는데, 뉴스나 연예정보, 코미디나 토크쇼 프로그램 등을 틀어 놓게 된다. 드라마는 원래 안 좋아하니 볼 일이 없고 집중할 만한 무거운 것들은 아예 안 본다. 아니 못 본다. 어차피 집중을 못하니 내용을 이해할 수 없으므로.

모 채널 연예가 소식을 전하는 프로그램이 채널을 돌리다가 걸렸다. 방송3사의 채널이 아닌 소규모 채널인 탓에 진행자도 별로 유명하지 않은 사람들이었는데 - 내가 모르는 사람이면 별로 안 유명한 사람이다 ^^ - 리포터의 말투가 영 거슬렸다. 중간 중간 말을 더듬기도 하고, 어색한 용어를 쓰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귀에 거슬렸던 건 한 꼭지 기사가 끝날 때 마다 '귀추가 주목된다'는 표현을 계속해서 쓰는 것이었다.

'귀추? 좋아, 딱 걸렸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또 다시 시비 걸기. 귀추가 무슨 뜻인지 설명해 보라. 아니면 한자로 써 보든지. '귀추가 주목된다'라는 뜻은 눈치를 보니 '앞으로 일이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는 뜻인 듯 한데, 굳이 귀추라는 어려운 말을 써야만 할까.

국어연구원이 제공하는 표준국어대사전에서 귀추란 말을 찾아 보자.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귀추라는 말의 뜻은 '일이 되어 가는 형편'이란다. 얼추 내용을 맞춘 것 같아서 몹시 뿌듯하다. 보통 귀추는 혼자 쓰이지 않고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처럼 쓰이는데, 이 말을 여러가지 다른 문장으로 바꿔 보자.

앞으로 일이 어떻게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그 결과가 궁금해진다

관심을 받고 있다

문장에 따라 여러 모양으로 쓰일 수 있겠지만, 귀추라는 말보다 알아 듣기 쉽고 말하기 쉽다. 굳이 대본을 제대로 읽지도 못해 버벅거리면서 귀추라는 말을 써야 할 이유는 없을 테니 말이다.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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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www.zoominsky.com BlogIcon 짠이아빠 2007.04.26 22:48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ㅋㅋ 잼있다.. ^^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04.26 22:54 신고 수정/삭제

      저는 '귀추가 주목된다'는 말을 너무 싫어해서 그런지 몰라도 누가 이렇게 말하면 굉장히 귀에 거슬리더라구요 ㅋㅋ

한자말 바로 잡기 - 조우

글장이들의 '문자 쓰는' 버릇은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 '진위는 차지하고라도' 들이 아니어도 얼마든지 나타나고 있다. 될 수 있는 대로 민중들이 잘 안 쓰는 말을 써서 유식함을 자랑하고 싶어하거나, 적어도 너무 쉬운 말을 써서는 자기가 무식하게 보일 것을 염려하는 것이 글장이들에게 널리 퍼져 있는 버릇이다. 이 부끄러운 버릇을 싹 뜯어 고치지 않고는 우리 말글을 살릴 수 없다.

이오덕, 우리글 바로 쓰기, 32쪽

이번에 바로 잡자고 덤빌 말은 바로 '조우'다. 시비를 거는 방법은 마찬가지. 그냥 '조우'라는 낱말을 들으면 어떤 뜻이 생각나는가? 어떤 한자인지 쓸 수 있겠는가? 당장 낱말만 들어서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 이 '조우'도  아주 흔히 쓰이고 있다. 유식한 사람들의 대표인 정치인들이 서로 만나야 할 때 주로 쓰는 이 표현을 이번에는 동아일보에서 찾아 보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동아일보 2007년 4월 19일 - 참고로 이 기사는 연합뉴스에서 제작한 기사이므로 동아일보 외에 다른 신문사들도 썼을 것이다. )

도대체 '조우'란 어떤 말일까. 국어 사전을 한 번 찾아보자. 엠파스 국어 사전에서 검색하니 다음 화면처럼 다섯 가지 뜻이 나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중에서 네 번째, 두드러지게 표시된 부분이 신문에서 쓴 뜻일게다. 그런데 이 의미를 놓고 봐도 기사에서 잘못 쓰였다는 걸 알 수 있다.

정치인끼리 만나는 것이니 '신하가 임금을 만난다'는 내용은 어울리지 않을 테고(뭐 앞으로 임금이 되겠다고 나서는 양반들이긴 하지만 ^^) 우연히 서로 만난다는 뜻으로 조우를 사용했을 것이다. 그런데 정치인들의 만남이 어디 우연이 있는가? 다 의도하고 계획된 일정에 따라 움직이니 우연이라기 보다는 필연으로 만날 것이다. 그렇다면 '조우'라는 낱말을 잘못 쓴 셈이다. 잘못 쓴 이유는 단 하나다. 단지 '조우'가 만난다는 뜻의 유식한 한자말 표현이라고 생각하고 습관처럼 가져다 쓰지 않았겠는가.

이오덕 선생님은 '조우' 대신 '만남'이라고 쓸 것을 권한다. 그래서 위 기사를 아래와 같이 바꿔 보았다.

박 전대표와 만날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 졌으나

그런데 이거 어쩐지 어색하다. 여전히 쓰지 않아도 될 '가능성'이라는 한자말이 뒤를 받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번 더 바꿔 보았다.

박전대표와 만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졌으나

박전대표와 만나게 될지 관심이 모아졌으나

신문은 유식한 사람들이나 보는 것이니 '조우' 같은 낱말을 사용한다고 시비 걸지 말라 하면 나는 더 할 말이 없다. 그러나 초등학교에서도 신문으로 공부를 가르쳐야 한다고 신문사들이 여론을 조장하고 또 이미 그렇게 만들어 놓았으니 '조우'라고 쓰면 멋있고 '만남'이라고 쓰면 소위 말해 없어(!) 보인다고 생각하는 글 쓰기 풍토나 아무 생각 없이 쓰는 습관은 반드시 고쳐져야 할 터이다.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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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www.zoominsky.com BlogIcon 짠이아빠 2007.04.23 09:55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조우... -> 만남... 좋은 글입니다.. ^^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04.23 09:57 신고 수정/삭제

      아띠 오래 쓰라고 해서리 요즘 부담이 만만찮아요~ ㅋㅋ

  • Favicon of http://biog.empas.com/bouquetdor BlogIcon 진주애비 2007.04.23 20:29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뽀대내려고 저도 몇 번 쓰본 기억이 있는데...정말 건방졌다는 뒤늦은 반성을 합니다 ㅜㅜ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04.24 17:51 신고 수정/삭제

      아무 생각없이 습관처럼.. 저도 그렇게 많이 씁니다. 요즘 반성하면서 글 쓰느라, 사실 저도 머리가 많이 아파요~

  • 성산포 2011.11.11 16:32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제가 이글 너무 감사하게 읽고 복사좀 해될런지요.. 주변인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서 제 홈페이지에 출처를 함께 올리고싶습니다

한자말 바로 잡기 - 불구하다

이오덕 선생님의 우리글 바로 쓰기를 읽다 보면 우리가 멋내기 위해서 쓰는 한자말도 많지만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쓰는 한자말이 얼마나 많은지 깜짝 깜짝 놀라게 된다.  그렇게 쓰인 한자말들은 우리 말과 글을 더 어렵게 만들었고 이제는 관용구라는 이름으로 버젓이 쓰이고 있으니 어떻게 보면 기가 찰 노릇이다. 가장 흔한 예가 이제 소개할 한자말, '-에도 불구하고'이다.

새삼 신문을 뒤적거릴 필요도 없이 정말 이 말은 흔하게 쓰이는 말이다. 심지어 국어 사전에도 아예 관용구라고 들어 있으니 한자말이 완전히 굳어서 우리 말처럼 되어 버린 셈인데, 역시 지난 번과 똑같은 질문을 한 번 해 보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럼 자주 쓰이는 불구는 과연 한자로 어떻게 쓰는 것일까?

역시 나는 대답을 못했고 불구라는 뜻의 의미도 미루어 짐작하지 못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또 국어사전 찾기. 국어사전에 '불구'는 다음과 같이 나와 있었다.

불구. 불구하다의 어근

어라, 그럼 이제는 불구하다를 찾아야 한다. 계속해서 불구하다를 찾았더니 엠파스 국어사전에는 예문까지 들어가면서 아래와 같이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불구하다2 [동사] 
[동사]「…에」「-음에」(‘-에도/-음에도 불구하고’ 구성으로 쓰여)(‘-음에도’ 대신에 ‘-ㄴ데도’가 쓰이기도 한다) 얽매여 거리끼지 아니하다. ≒물구하다.

몸살에도 불구하고 출근하다
우리 삶의 이상도 끝내는 도달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무지를 이용해 거짓말을 하고 또 속는 것이나 아닐까?≪이문열, 시대와의 불화≫
일정 기간 동안 간기를 빼야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땅인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 질펀하게 펼쳐진 땅을 보는 것만으로도 배불러하고 넉넉해했다.≪조정래, 태백산맥≫

예문으로 삼은 문장을 쓴 분들은 차마 이름을 거론하기 조차 어려운 우리나라의 대문인들이다. 이런 분들도 쓰는 '불구하다'이니 일개 블로거인 나로서는 그냥 아무 소리 않고 받아들여 얌전히 쓰는 것이 좋겠지만 그래도 한 번 짚고 넘어가기는 해야 겠다. 적어도 아, 이게 한자말이고 이 한자말이 굳어져 우리 말을 더 어렵게 만들었구나 하는 생각은 같이 했으면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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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인들의 문장은 감히 건드릴 수 없으므로 ^^ 또 다시 신문 기사를 한 번 찾아보자. 이번엔 중앙일보다. '불구하고'라는 낱말로 찾았더니 역시 같은 날 신문에서 21번이나 쓰였다. 그래, 이 정도면 '불구하고'는 이제 더 이상 한자말이 아닌 우리 말로 여겨야 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문장을 감히 한 번 고쳐보도록 하자.

보도에 따르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이 교수는 자신이 직접 조씨에게 이메일을 보내... (중앙일보 2007년 4월 18일)

보도에 따르면, 그런데도 로이교수는 자신이 직접 조씨에게 이메일을 보내...

어떤가. 이 문장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가? 그럼 아래 문장을 한 번 더 보자.

패배했음에도 불구하고 정권을 넘겨주지 않고 있다

패배했는데도 정권을 넘겨주지 않고 있다

위 문장에서는 ~음에도 불구하고라는 표현이 단순히 한자말을 써서 멋을 부리기 위한 수단이었다는 게 확실하다. 불구하고를 뺐는데도 전혀 문장이 어색하지 않을 뿐더러 훨씬 더 쉽게 알아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만 더 예를 들어 보자.

이번의 비극적인 사건에도 불구하고 아시아계 학생들을 차별대우하는 일은 ...

이번의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났지만 아시아계 학생들을 차별대우하는 일은 ...

이 문장에서도 굳이 불구하고라는 말을 써서 문장을 어렵게 만들 이유가 없다. 그런데도 '불구하고'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쓰이는 것은 이미 이 말이 습관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고쳐 놓고 보면 아무래도 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 것이다. 그 이유는 바로 앞에 있는 '이번의 비극적인 사건'이라는 말 때문이다. 앞 문장에 한자말이 나오면 뒷 문장에서 역시 한자말이 나와 받아줘야 덜 어색하다. 이것이 말과 글의 무서운 점이다. 앞 말을 한자말로 썼기 때문에 뒷 말도 한자말로 써야 어색하지 않다는 것... 차라리 이 문장은 이렇게 고치는게 좋겠다.

이처럼 슬픈 사건이 일어났지만 아시아계 학생들을 차별하는 일은...

물론 문장이란 글 전체를 통해 이해하고 분석하는 것이 맞다. 따라서 여기서 이렇게 한 문장만 달랑 떼어놓고 이렇니 저렇니 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한가지 여기서 하고픈 얘기는, 그렇게 우리는 알게 모르게 한자말 속에 묻혀 살면서 좋은 우리말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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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blog.magicboy.net BlogIcon Magicboy 2007.04.19 08:46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왠지 '불구하고'라는 말을 붙이면 '하지만' 이라는 의미를 강하게 강조하게 되는것 같아서 자꾸 쓰게 되네요. 이게 한자어라는건 지금 처음 인식했어요..ㅎㅎ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04.19 09:09 신고 수정/삭제

      '~하긴 하지만'이라는 뜻이 강하게 보이도록 관례처럼 쓰여온 거지요. 뭐 저는 그 말을 이제 와서 쓰지 말자고 주장하는 건 아니구요, 한자말이 알게 모르게 많이 들어와 있다는, 그런 얘기를 하고 싶었던 거랍니다. ^^

  • Favicon of http://www.zoominsky.com BlogIcon 짠이아빠 2007.04.19 09:59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음.. 이 컬럼 좋아요.. ^^ 계속 이어가시길.. ^^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04.20 09:56 신고 수정/삭제

      ㅋㅋ 과연 몇 회나 갈 수 있을지~ ^^ 오래 가도록 도와주세용~

  • Favicon of http://biog.empas.com/bouquetdor BlogIcon 진주애비 2007.04.19 18:45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또 하나 배웠습니다
    그런데 포스팅시간이 03시30분인데 안 주무신건지..일찍 일어나신건지..
    갑자기 궁금..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