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말 바로 잡기 – 모색

사람들이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것은 글이 말과는 다르다고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말을 글자로 적어 놓은 것이 글일 텐데, 글이 말에서 멀어져 말과는 아주 다른 질서를 가진다는 것은 매우 좋지 못한 현상이다. 더구나 말을 소리 나는 대로 적게 되어 있는 한글로 쓰는 우리 글이 우리 말에서 멀리 떨어져 나가 있다면 아주 크게 잘못된 일이다.

이렇게 된 가장 뿌리깊은 원인은 우리 조상들이 한문글자를 써서 생각을 나타내고 한문이나 한자말을 써야 행세를 하도록 하는 사회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 한문글자도 일본인들같이 자기 나라 말로 읽지 않고 중국인들이 읽는 그대로 읽어서 한자말이 우리 말과는 잘 어울릴 수 없도록 하였기 때문이다.

우리글 바로 쓰기 1 28쪽 중에서

 예로부터 내려온 잘못된 습관이 결국 우리 말을 조금씩 망가뜨리고 있는 셈이다. 이번에 바로 잡을 말은 모색. 지난 번에 조선일보를 검색했으니 이번에는 동아일보를 찾아봤다. 모색이라는 말이 들어가는 기사를 찾았더니 4월 17일자 신문에만도 여섯 기사에서 모색이란 낱말을 사용했다. 정말 많이 쓰이는 한자말이다. 그럼 여기서 한가지만 물어보자. 모색이란 단어를 한자로 쓸 줄 아는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난 번에 얘기한 미명이란 말은 그럭저럭 쓸 수 있겠는데 도대체 이 모색이란 말은 어떻게 써야 할 지 전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한자로는 어떻게 쓰는지도 모르는데, 나도 이 모색이란 낱말을 즐겨 썼다. 하긴, 모색 뿐이겠는가. 한자로는 쓰지도 못하면서 자연스레 튀어 나오는 한자말이 수백 가지는 될 터이다.

국어 사전에 따르면 모색이란 말은 '일이나 사건 따위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나 실마리를 더듬어 찾음'을 가리키는 명사이다. 쉽게 말하면 '찾는다'는 뜻이다.

다음 문장을 보자.

문화부는 법 시행 성과를 평가하고 개선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하지만… (동아일보 2007년 4월 17일)

문화부는 법 시행 성과를 평가하고 개선 방안을 찾겠다고 하지만…

누구나 읽어도 알 수 있는 문장이 아닌가. 문장이 좀 품위 없어 보인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한자말을 쓰는 사람이 훨씬 더 유식한 거라는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잘못된 생각과 여기에 익숙해진 우리의 습관 때문이다. 한자말을 쓰지 않고 쉽게 쓰는 것이야말로 우리 말과 글을 아끼고 사랑하는 길이다.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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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www.zoominsky.com BlogIcon 짠이아빠 2007.04.18 00:37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캬... 이거 아주 좋은 칼럼이네.. 그랴.. ^^

  • Favicon of http://conodont.egloos.com BlogIcon 꼬깔 2007.04.18 12:12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음... 확실히 '한자어'는 유식함의 상징이야라는 심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고맙습니다와 감사합니다의 느낌도 달라 보이거든요. 감사합니다는 왠지 정중해보이고 어른께 고맙습니다는 다소...--; 저만 이렇게 느껴지는걸까요?^^ 오늘 하루도 평온하시기 바랍니다.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04.18 12:16 신고 수정/삭제

      네, 우리 주변에 그런 말 되게 많아요. 예컨대 밥과 식사도 그렇지요. 물론 밥에는 진지라는 높임말이 있긴 합니다만 진지라는 표현을 쓰기에 어색한 경우도 있거든요. 여튼 여튼... ^^

  • Favicon of http://biog.empas.com/bouquetdor BlogIcon 진주애비 2007.04.18 22:10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아~정말 유익하고도 실용적인 내용입니다
    다듬어 나가야할 우리의 글쓰기 문화를 쉽고도 편하게 집어주시네요
    늘 좋은 글 기대합니다^^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04.19 01:02 신고 수정/삭제

      이오덕 선생님 책에서 베껴내고, 조금 더 보태고 머 그런 수준인걸요 ^^

한자말 바로 잡기 – 미명

한창 젊었을 때 난 글 써서 먹고 사는 일을 했을 뿐, 전문 글 장이로 살아오지 않은 내가 주제 넘게 한자말 바로 잡기를 하겠다고 지금 나서고 있는 건, 누군가의 잘못을 바로 잡겠다는 뜻이 아니라 내 잘못을 바로 잡겠다는 의지에서다. 내가 아무 생각 없이 습관처럼 사용하는 많은 말들이 우리 말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그 말들을 대신할 좋은 우리 말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습관을 고치기 위해 이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혹시라도 이 글을 읽고 한자말 쓰기를 고칠 누군가가 있다면 덤으로 얻는 행복일 테다.

이 글을 쓸 수 있게 한 기본 교재는 바로 이오덕 선생님의 우리글 바로 쓰기다. 여기에 나와 있는 사례와 내 글, 혹은 사람들에게 널리 퍼지는 글에 나온 잘못된 점을 하나씩 찾아가면서 내 습관을 고쳐볼 계획이다. 내 글이 아닌, 앞으로 인용할 다른 글들은 비록 한자어를 썼기는 해도, 글 자체가 잘못된 글이라 할 수는 없다. 내 감히 누구의 글을 잘 되었다 잘못 되었다 할 수 있을까. 단지 그런 사례로 들고 있다는 점으로만 이해해 주길 부탁한다.

제일 처음으로 선택한 한자어는 바로 '미명'이다. 한자로 쓰면 아름다울 미에 이름 명인데, 실제로 우리 주변에서 얼마나 많이 쓰이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조선일보 기사를 검색해 봤다. 결과는 다음 화면과 같다. 조선일보 기사만 검색했을 때 미명이란 낱말이 한 달에 평균 세 번 정도 나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흔히 미명은 '미명 하에, 미명 아래, 미명으로' 등으로 쓰인다. 이 중에서 '미명 아래'는 '미명 하에'라는 한자어를 우리 말로 풀어 쓴 경우일 텐데, 오히려 어정쩡한 표현이 되고 말았다. 그런데 미명이란 무슨 뜻일까? 대충 의미는 알 듯 하지만 구체적으로 풀어 설명하려니 좀 힘들다. 그래서 국서 사전을 찾아 보았다

미명 : 그럴 듯하게 내세운 명목이나 명칭

그렇다고 기사 중간에 미명을 이렇게 풀어 쓸 수는 없는 일. 다음 문장을 한 번 고쳐 보자.

선후배간의 위계 질서라는 미명 하에 각종 폭력… (조선일보 2007년 2월 28일)

선후배간의 위계 질서라는 그럴 듯하게 내세운 명목으로 각종 폭력…

뜻은 더 확실하게 와 닿는데 문장이 좀 길다. 이오덕 선생님이 제시한 표현은 아래와 같다.

▶선후배간의 위계 질서라는 허울 좋은 이름으로 각종 폭력…

혹은 국어 사전을 참조해 이렇게 고쳐 보는 것도 좋을 듯.

▶ 선후배간의 위계 질서라는 그럴듯한 이름으로 각종 폭력…

어떤가? '미명'이라는 한자어보다 훨씬 더 쉽고 부드럽게 읽을 수 있지 않은가? 이렇게 쉽고 좋은 표현이 있는데 굳이 '미명'이라는 한자어를 고집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앞으로 내 사전에선 '미명'이란 말이 사라지기를 기대하고 노력해본다.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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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www.zoominsky.com BlogIcon 짠이아빠 2007.04.15 20:16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Han RSS 에도 버그가 있나? 아님 티스토리의 문제일까?
    가끔 글이 안오는 경우들이 있네.. 수목원 글은 왔는데 왜? 이 글은 안왔을까?.. 이제 봤네요.. ^^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04.15 22:12 신고 수정/삭제

      그러게요. 블로그 카페나 위드 블로그도 가끔 글을 못 가져오거나 두 개씩 가져오는 그런 현상이 있긴 하던걸요 ^^

  • Favicon of http://conodont.egloos.com BlogIcon 꼬깔 2007.04.18 12:15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허울 좋은 이름으로란 표현이 좋아 보입니다. 미명이란 말도 일상생활에서 많이 사용하는 말이네요.--; 요즘 어떤 분께서 번역을 하신 내용을 검토해드리고 있는데(지질학 관련 용어 때문에) 번역의 추세가 '우리말'로 표현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오히려 제게는 익숙하지 않아서 ㅠㅠ... 오히려 제가 국어사전을 뒤적이면서 아~ 이런 표현이었구나란 생각을 한답니다. 에구... 어찌보면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