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몰스킨, 그 마지막 장을 넘기며

생일 선물로 받은 워터맨의 단짝 노트를 찾다가, 비싼 값이지만 워터맨의 단짝으로는 이 정도는 되어야지, 라는 생각으로 몰스킨을 고른 건 지난 8월. 정확히 말하면 8월 27일부터 써오기 시작한 첫번째 몰스킨의 마지막 장을 거의 10개월 만인 5월의 마지막 날에 넘겼다. 생각해 보니, 이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빼곡하게 무언가를 써낸 노트가 별로 없었다. 그러니 뭔가 흔적을 남겨야 할 듯 ^^

내가 쓰는 몰스킨 인포북은 한 손에 잡히는 사이즈에 192매가 들어 있다. 작은 크기에 그닥 많지 않은 페이지라 열심히 쓰기만 하면 금새 썼을 법도 한데 거의 10개월이나 걸리다니 그래도 중간에 버리지 않고 잘 썼고, 책을 읽을 때마다, 생각날 때마다, 회의할 때마다 적어둔 메모들을 필요할 때 잘 찾아 써 먹을 수 있으니 꽤 유용했다. 거기다가 적당히 뽀대도 나고(하긴, 이게 제일 중요하긴 했지만 ㅋ).

첫번째 몰스킨, 워터맨, 그리고 내 기록의 동반자 맥북


몰스킨 인포북은 BED, FOOD, PEOPLE, SIGHTS, FACILITIES의 다섯 개 섹션으로 나뉘어 있고, 내가 필요한 섹션에 자유롭게 기록할 수 있어 나처럼 이것 저것 잡다한 분야를 쓰는 사람에게는 딱 좋다. 자기 전이나 그냥 막 떠오르는 생각들은 BED에, 맛집, 음식 등 먹을 거리에 대한 얘기들은 FOOD에,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PEOPLE에 적었고 책이나 영화 처럼 내가 본 것들에 대해서는 SIGHTS에, 회의 노트나 기타 잡다한 아이디어들은 FACILITIES에 적었다.

쓰기 전에 항상 날짜를 썼고, 기록해야 될 아이템을 같이 적었다. 예컨대 책을 읽고 느낀 생각이라면 책과 해당 페이지를 같이 적는 방식이다, 처음엔 잘 써볼려고 글씨도 나름 깔끔하게 썼지만, 결국 꾸준히 쓰다 보니 나만 알아보는 나만의 필체가 탄생했다. 물론 이렇게 쓴 엉터리 글씨를 나도 간혹 못 알아보긴 하지만, 그래도 왠지 전문가 같은 냄새가 난다. 엉터리 글씨이긴 하지만 192쪽을 빼곡 메운, 무언가 있어 보이는 메모들.

디지털이 세상의 흐름을 이끄는 시대이긴 하지만, 아날로그에는 디지털이 따라 올 수 없는 그런 특별함이 있다. 노트북이나 휴대폰, PDA 등에 생각날 때마다 기록하는 방법도 좋긴 하지만, 생각날 땐 그저 노트를 펴고 펜으로 직직 그리는 게 그만이다. 이렇게 쌓인 노트들이 내 기억의 소중한 조각들이 되길.

내일부터 새 몰스킨을 시작한다. 첫번째 몰스킨을 쓰면서 나름대로 정리했던 원칙들이 두번째를 쓸 때 더 많은 도움이 되겠지. 기억은, 남아 있어야 추억이 되는 법이다.

  • Favicon of http://www.zoominsky.com/ BlogIcon 짠이아빠 2009.06.01 00:29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축하..축하.. ^^ 다음번 몰스킨은 더 빨리 쓰시길..ㅋㅋ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9.06.01 01:39 신고 수정/삭제

      그러게요. 일단 올해 안에 끝내는 걸로 목표를 삼고! ㅋ

  • ^^ 2009.06.02 14:22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전자다이어리에서 느낄 수 없는 추억이 ......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9.06.03 10:54 신고 수정/삭제

      손으로 쓴다는 건, 그런 느낌이 있기 때문인거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