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타고 싶게 만들면 알아서 탄다

오랫만에 자전거 출근. 아마 마지막으로 자전거를 탄 게 작년 가을 쯤이었을 테니, 반 년도 넘어서야 간신히 자전거에 오르게 된 것이다. 두어달 전에 다친 발목이 채 낫지 않아 미루고 미루다가, 드디어 오늘 처음으로 자전거 출근. 가볍게 타고 살짝 땀이 나는 요즘 아침이 자전거 타기에는 딱 좋은 계절이다.

요즘 자전거 열풍이 대단하다. 정부에서도 자전거 산업을 활성화 하겠다고 하고, 자전거 타는 사람들도 많이 늘고 있다. 하긴 뭐 꼭 이 정부 들어서 자전거 열풍이 불기 시작한 건 아니지만, 어쨌든 자전거 산업은 이 불황 중에서도 극 호황을 달리고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정부의 야심찬 계획과 늘어나는 자전거 인구에도 불구하고 자전거 타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인도 옆에 만들어 둔 해괴한 자전거 도로는 보행자의 보행권과 자전거의 주행권을 모두 묵살하며 그저 모양만 예쁜 길이 되어 버렸고 자전거 타는 사람들은 여전히 분실과 사고의 위험을 걱정해야 한다. 자전거 하드웨어는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데 소프트웨어가 이를 따라오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자전거는 그저 레저용에 머무를 뿐 생활 속으로 깊이 파고들지 못하고 있다

한 사람 지나가기도 힘들게 주차해 놓은 저런 차들이 자전거 도로의 가장 큰 장애물이다

자전거의 역할을 높이려면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게 만들면 된다. 자전거를 타게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차 타는 것 보다 자전거 타는 게 더 편리하네'라고 느끼게 해주면 된다. 무작정 자전거나 잔뜩 만들어 내고, 자전거 도로는 해괴한 모양으로 만들어 놓고, 분실이나 사고의 위험은 자전거 주인이 혼자 고민해야 하며, 자전거는 여전히 차라고 주장하는 법률이 등등이 있는 한 자전거는 우리 생활의 주된 교통 수단으로 자리 잡을 수가 없다.

정부의 계획은 야심차다. 그러나 그런 계획을 세우는 사람들 중에 정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 있는지, 자전거 타는 사람들의 고충은 무엇인지 알고나 있는지 나는 그게 의문스럽다. 장관이 전시 행정 차 기자들 몰고 다니면서 자잔거 한 번 탔다고 해서, 자전거 타는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을까? 자기들이 만든 길에서 자전거를 타는 것이 얼마나 위험하고 어려운 일인지, 공무원들은 알고 있는 것일까.

하드웨어는 충분하다. 필요하면 하드웨어는 그 때 또 만들면 된다. 그러나 소프트웨어는 필요하다고 해서 당장 만들 수 없는 존재다. 인도와 자전거 도로를 같이 설치해 놓고서 자전거는 차로 규정해 놓은 시대에 뒤떨어진 법령을 개정해야 하고, 자전거를 탈만한 진짜 자전거 길을 만들어야 한다. 자전거 길에 불법 주차하는 차들은 엄하게 다스려야 하고, 분실이나 사고의 위험을 줄일 수 있도록 관련 보험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사람들도 자전거에 대한 안전 상식을 익혀야 하고, 서로 배려하며 타는 매너를 배워야 한다.

인도에 주차해 놓은 차들. 사람과 자전거의 갈 길은??

이런 건 자전거 만들 듯이 뚝딱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오로지 자전거 생산 대수에만 관심있고, 어떻게 깔았든 자전거 도로 총 길이가 늘어나는 것에만 관심 있는 사람들이 이 행정을 맡아 하고 있는 것 같아 나는 심히 불안하다. 어떻게 할 것인가. 늘어나는 자전거로 인해 현재 만든 자전거 도로에서 트래픽이 생기지 않으리라는 법이 어디 있는가. 큰 맘 먹고 출퇴근 하기 위해 자전거를 샀다가, 에이 자전거는 불편해. 역시 차가 최고야! 이렇게 말하고 다시 운전대를 잡고 말 사람들을 생각하다 보면, 지금의 자전거 정책, 어디까지 신뢰해야 할 것인지 나는 그저 답답하기만 하다.

▶◀ 말 뿐이 아닌, 생활 속에서 자전거를 직접 타셨던 노무현 전 대통령님을 그리며


  • ^^ 2009.05.26 16:11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그래도 송파는 자전거 타기 좋은...... 살기좋은송파 아닙니까...... ^^

  • Favicon of http://www.zoominsky.com BlogIcon 짠이아빠 2009.05.26 17:23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맞습니다.. ^^ 매너가 제일 중요하죠.. ㅋㅋ

  • 미친거죠 2009.05.27 07:01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공무원도 다 알죠 그네들이라고 일반서민 아니겠습니까?
    버스타고 지하철타고 택시타고 다니는 사람이죠
    다 알면서도 위에서 까라고 하니까 까는거죠
    자전거정책에 무슨 시민이나 녹색운동같은게 있을까요?
    단순무식과 돈벌이 그이상은 없다고 봅니다.

  • JJ 2009.05.27 10:15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자전거 도로 정책 담당자중에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이 있습니까?
    특히 관리자급에 자전거좀 탄다 하는사람 있습니까?

  • 사실 2009.05.27 10:16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전 대전삽니다만 대전도 예외가 아닙니다..-_-
    인도에 주차해놓은 차들하며..노점상..등등..
    자전거를 어떻게 타라는건지 그리고 울퉁불퉁한 길..
    흠..

  • 오호라 2009.05.27 10:47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경기안양,평촌,산본)진짜 자전거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다보면 정말 울퉁불퉁해서 패드댄 자전거바지위로도 충격이 제대로 전해져서 앉아서 타지 못하고 일어서서 타야하는 경우도 많고 불법주정차차량, 간판이나 물건 쌓여있고 사람들도 인도로 걷질않고 자전거도로로 다 걷더군요(그렇다면 다 자전거도로처럼 만들고 구획만 따로 하면될텐데) 자전거 도로 없는경우가 더 많고요. 결국엔 도로로 내려와서 타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잘 만들고 규정대로 잘 사용하면 좋을텐데 많이 아쉽죠. 자전거 참 편리한데.(참 그리고 자전거 타시는 분들. 헬멧이랑 라이트는 꼭 구비합시다!)

  • ㄴㅁㅇ 2009.05.27 10:53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보통 점포에선 자전거 도로 == 짐, 광고판 놓는 곳 으로 인식하죠. 최소한 이런 것만 없애도 자전거 타기 편해 질겁니다.

  • Favicon of http://http://ddalmong.com BlogIcon todong 2014.06.25 20:16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자전거 타다가 사람 치어서(정확히는 그사람 엄청난 속도로 달려와서 받았음) 차도 없는데 교통과 가서 조서쓰고 벌점 받고 무보험 차량으로 분류되어 150만원에 합의 했습니다. -_- 이런데 자전거 대수만 늘리는 정부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