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다니엘 싱글배럴 이야기

제가 쓴 잭다니엘 이야기는 전부 두 가지입니다. 우리가 흔히 마시는 올드넘버 세븐하고 이번에 옮겨오는 싱글배럴하고 총 두 가지인데요, 이 두 가지 정도는 알아야 잭다니엘 마니아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오래 전 이 글도 다시 옮겨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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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썼던 잭다니엘 이야기를 혹시 기억하실라나요? ^^ 국내에 수입되는 잭다니엘은 크게 3가지가 있는데, 잭다니엘 올드 넘버 세븐 - 흔히 잭다니엘로 알려진 바로 그 넘 -, 선물용으로 나온 1리터짜리 잭다니엘 크래들, 17년산 위스키에 비교할 수 있는 잭다니엘 싱글 배럴이 그 주인공이지요. 잭 매니아로서 싱글 배럴을 꼭 먹고 싶었었는데, 어제 드디어 그 소원을 이루었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친한 친구들이 3명 있습니다. 물론, 그 때부터 지금까지 만나는 친구들이 몇 명 있기는 하지만, 이 넘들 하고 만나는 것처럼 끈끈하게 만나는 넘들은 없습니다. 비슷한 환경에서 비슷하게 자라더니, 이제는 각 분야에서 다른 일을 하고 있지만, 어릴 때부터 같이 컸던 성장기에 대한 공유와 기독교라는 공통 분모가 우리를 묶어주는 것 같습니다. 술 얘기를 하면서 신앙의 기반을 언급하자니, 쫌 쪽팔리기도 합니다만, 관계의 끈끈함을 묘사할라면 할 수 없이 치러야 할 희생이라 생각됩니다(쓰면서도, 참 내 별 쌩 난리 부르스를 떨고 있네~ 하는 생각이 듭니다. 쩝).

한달 반 전쯤에 장인어른이 돌아가셨을 때, 먼 데까지 찾아와 저를 문상해 준 친구들이어서 - 하긴 다른 넘들은 안 와도 이 넘들은 안 오면 안되는 분위기겠지만서두 - 이번엔 내가 한 번 쏴야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더랬습니다. 원래는 1차를 거하게 쏘고 2차를 싸게 먹을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한 넘이 늦게 온 데다가, 1차로 가기로 한 킹크랩 집에 사람이 너무 많은 관계로 - 절라 비싼 집이라 예약 안 해도 될 줄 알았더니, 미어 터지드만여… - 낙지 볶음으로 때우고, 늦게 온 한 넘을 만나 잘 가는 바 - 클럽하우스, 이 집 얘기도 한 번 쓴 적이 있습니다 ^^ - 로 직행한 것이지요.

가면서 부터 별렀지요. 내 오늘은 기필코 '싱글 배럴'을~ 하고 말입니다. 클럽하우스로 가면서, 그리고 술을 주문할 때까지도, 그리고 그 뒤에 술을 마시면서도, 우리 넷 중 가장 변태스러운 넘이 와인을 먹자고 칭얼댔지만, 이것이 지가 쏠 것도 아님서~ 하는 속말을 무쟈게 되내이면서 그냥 씹었습니다. 내 오늘 벼르고 있는 술이 있는데 와인은 뭔 와인…

술을 주문하기에 앞서, 한 마디 했지요. 내 오늘은 아주 특별한 넘을 쏜다. 내가 평소에 무쟈게 먹고 싶었던 넘인데, 느네들하고 처음으로 먹는 것이니 영광으로 알아라, 뭐 저는 이런 뜻으로 말했습니다만, 씨알도 안 먹히는 소리였습니다. 평소에 벼르고 별러서~ 어쩌구 했지만, 머러 그런 걸 먹냐? 라는 식의 반응이 돌아올 때, 말은 안 했지만 폭탄을 만들어 이것들을 다 주금으로 인도하리? 하는 악마의 유혹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잭다니엘 싱글 배럴… 드디어 그 홀쭉하지는 않지만 야리야리한 네모난 병이 제 앞에 왔습니다. 플라스틱 뚜껑에 검은 비닐^^로 성의 없이(!) 쌓인 잭다니엘 올드 넘버 세븐과 달리 이 넘은 병 마개부터 뽀다구 나게 생긴 데다가 코르크 마개더군요… 오예~ 같이 앉은 넘들도 첨 보는 술이라며 희한해 하고, 일단 그 은은한 색깔에 감동하기 시작했습니다.

한 잔을 앞에 받아 두고, 한참을 향을 맡았습니다. 올드 넘버 세븐이 좀 거친 향이라면, 확실히 부드럽고 은은한 향이 오르더군요. 잭다니엘 특유의 초콜릿 향은 다소 약한 듯 싶었지만, 그 뒤에 받쳐오는 위스키 특유의 향이 단지 향기 만으로 취하게 만드는 듯 했습니다.

첫 잔을 절대로 꺾지 않는 습성상(!) 일단 톡 털어 넣었습니다. 오예~ 가슴을 내지르듯 타오르는 기분 좋은 통증과 함께 온 몸에 퍼져오는 짜릿함… 이래서 내가 잭다니엘을 좋아한다니까, 하는 감탄을 절로 일으키게 했습니다.

같이 간 친구 넘 하나는, 이 좋은 술을 머러 콜라에 타 먹냐며, 계속 스트레이트를 고집하더군요. 야, 이건 47돈데? 그랬더니 잠깐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지만서두, 여전히 스트레이트로 승부를 걸더군요. 이 넘아, 나도 늦게 왔으면 너처럼 스트레이트로 승부 걸 수 있으~ 속으로만 한마디 야리고는 잭콕을 만들어 홀짝 홀짝 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싱글 배럴이라는 이름처럼 이 넘은 하나의 통에서 나온 넘으로 만들었다는군요. 이 통 저 통의 원액을 섞어서 만든 게 아니라, 한 통에서 나온 넘으로만 만들었다는 뜻이니까, 통마다 특성이 다를 경우 맛도 조금씩 다르겠거니 라고 생각이 되겠지요. 그렇지만 저는 그 통마다의 차이를 느낄 정도로 미세한 감각을 지니지는 못했구요… 어쨌거나 각 병마다 집어넣은 날짜, 통 번호 같은 것들이 써 있다고 하는데, 어제는 그냥 처음 먹는 기분에 너무 좋아서 그런 걸 확인하지 못했네요. 남겨 뒀으니 다음에 가면 꼭 확인 해야지…

하여튼 기분 좋게 마신 날이었습니다. 싱글 배럴의 부드럽고 인상적인 향과, 제가 너무도 좋아하는 달콤, 시원, 알싸한 치즈의 맛이 기분을 너무 좋게 했구요…

역시 잭다니엘이었습니다! ^^ / FIN
  • Favicon of http://www.zoominsky.com BlogIcon 짠이아빠 2007.05.07 10:19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나원 이 좋은 술을 며칠전에는 쭈꾸미 집에서 숯불에 쭈꾸미 구워 먹으며 플라스틱 물잔에 마셨다는거..ㅋㅋ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05.07 15:11 신고 수정/삭제

      쭈꾸미라도 괜찮았으면 ㅋㅋ 여튼 진짜 좋은 술이죠?

  • Favicon of http://blog.empas.com/diabloti BlogIcon 정현아범 2007.05.07 11:35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전 왠지 이넘 마시면 쏘주 마시는 듯한 느낌이..
    그래서 그날 쭈꾸미랑 마시면서도 별 이상하지 않더라는..^^
    또 한판 할까요..ㅋㅋ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05.07 15:11 신고 수정/삭제

      그럼 그럼. 이번엔 제대로 된 집에서 제대로 한 번 해보자구~ ^^

  • Favicon of http://daisy.pe.kr BlogIcon Daisy 2007.05.07 14:35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흠, 싱글배럴사러 면세점에 꼭 들러야겠어요. ㅎㅎㅎ
    (하나 배우고 갑니다. ^__^)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05.07 15:12 신고 수정/삭제

      아마 제 기억엔 면세점에서 70 - 80 달러 사이였던 것 같다는 ^^

  • 픽맨~ 2011.06.23 20:41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지금 네셔널지오그래픽에서 잭다니엘 술에 관한 특집을 방송하네요.
    잭다니엘에게 증류법을 가르쳐 준 사람이 루터교회 덴 콜이라는 목사랍니다.
    당시는 금주법을 시행하고 있던때라 양심이 있어서 자기는 밀주를 관두고 밑에 전도사로 있던 잭 다이엘에게 기술전수를 해 일찍은 나이에 해준거라네요.
    재다니엘 자신도 증류공장을 지어서 남북전쟁 당시 북군에 밀주를 팔아서 상당한 자본을 모았다는 군요.
    뭐 하나같이 그렇고 그렇게 돈을 모았다는 건데~
    잭다니엘 친구전도사가 술 대리점을 했ㄴ느데 여기에 납품함으로 본격적인 기반을 닦았다네요. 7번이란게 여자친구가 7명이라는 말도 있고~ TV에서는 여과를 7번 한다던데~ ㅎㅎㅎ.
    뭐 어쩃든 수익의 상당한 부분을 자선사업과 교회에 헌금으로 내놓고 선교사업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네요.
    교인들이 술 마시면 안된다는 건 한국에만 있는 특별한 교회문화라고 보아집니다.
    마치 새벽기도처름~

    위에 교인이 술마셔서 그렇다는 글을 보고 댓글답니다.
    내 주관은 사람에거 들어가는 건 다 좋은거다. 나오는게 곱지 못해서 문제라고 주장하는 1인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