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촌놈 제주서 흑돼지 먹은 이야기

서울 촌놈이 제주도에 간다, 제주도 가면 뭘 먹어야 겠니? 라고 묻고, 검색했더니 답이 나왔다. 바로 흑돼지. 다른 건 몰라도 제주도에 가면 흑돼지를 먹으란다. 오케이! 한 술 더 떠 제주 가면 흑돼지를 먹어야 한단다, 라고 했더니 절친한 어떤 분이 자기 아는 동생이 제주에서 흑돼지 집을 한다고 소개시켜 준단다. 생판 모르는 집엘 가는 것보다 누군가 소개를 받아 가는 것이 아무래도 좋으리라는 심산에서 전화번호를 하나 받아 적었는데, 이미 서둘러 아예 예약까지 했단다. 그래서 찾은 집이 제주 공항 근처, 신제주 노형동에 있는 다훈이네 숯불갈비라는 집이다.

제주에 가면 흑돼지 집이 몇 군데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과 달리, 정작 제주에 흑돼지 음식점은 아주 널리고 널렸다. 우리가 찾아가려는 신제주 근처에만 해도 주변이 죄다 흑돼지 집. 제주엔 흑돼지 아니면 먹을 게 없나 싶을 정도였다. 소개 받은 집도 예상 보다 큰 집이어서 깜짝.

메뉴판을 보니 양념 돼지갈비는 4,500원(헉)부터 있었고, 우리가 노리는 흑돼지 오겹살은 1만 2천원. 서울에서 먹는다면 잠시 갈등을 했겠지만서도, 제주까지 갔는데 이건 갈등할 문제가 아니다. 당당하니 흑돼지 오겹살과 제주 한라산 소주를 시켰고, 잠시 후 눈부시게 타오르는 하얀 백탄이 그득한 화로가 올라왔다. 그리고 그 위에 올려진 흑돼지 오겹살. 노릇 노릇하게 구워지기를 기다리는 건 역시 살짝 고문이었다. 물론 그 동안 열무물김치를 안주 소주 잔이 한 바퀴 돌았다. 맨날 19.x도 소주만 먹다가 20도가 넘는 소주를 먹으니 살짝 독하다는 느낌도 든다. 사람이란 참 간사하다. 예전에 2x도씩 하던 소주는 어떻게 마셨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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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돼지 오겹살이 익었다. 후후 불어 식히면서 서둘러 입에 넣었을 때 그 맛이란. 쫄깃 쫄깃 하면서도 입안에서 순식간에 사라지는 그 부드러움을 도대체 어떻게 표현해야 한단 말인가. 젠장, 서울 가서 이제 삼겹살은 다 먹었네… 이런 말이 절로 나올 수 밖에… 흑돼지 오겹살 4인분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게 사라졌고, 2인분 추가. 거기에 양념 돼지 갈비 2인분은 서!비!스!(아마 서울에서부터 예약하고 왔다고 준 듯). 열무물김치에 말아내온 소면을 후식으로 마무리 하고 나니, 정말 배터지기 일보 직전인 셈이었다.

삼박사일 제주에 머무르다 보니, 흑돼지를 한 번만 먹을 수는 없는 법이었다. 사무실 막내가 제주 가기 전 검색해 둔 집이 바로 삼다가. 소금을 뿌려 굽는 독특한 생고기와 멸치젓 양념으로 유명한 집이란다. 내비에서 찾아 찍으니 역시 신제주 근처. 한라산 영실 코스를 다녀온 직후 점심 코스로 잡아 삼다가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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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돼지 생고기 1인분에 1만원, 등갈비는 9천원. 일단 생고기 2인분에 등갈비 2인분을 주문했고 잠시 후에 숯불과 함께 생고기가 먼저 나왔는데, 이건 헉이다! 털 자국이 선명한 껍데기가 그대로 붙어 있는 것 아닌가. 비위가 약하거나 껍데기에 거부감이 있다면 좀 놀랄 만도 하겠다. 그러나 그건 나중에 걱정할 문제고, 일단 테이블에 있는 왕소금을 살살 뿌려 숯불에 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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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구워지면 다시 뒤집어 굽고 먹기 좋은 크기로 적당 자른다. 털 자국 선명한 껍질 부분은 싫다면 따로 잘라내도 상관 없겠으나, 생긴 것과 달리 이거 은근 쫄깃함이 강하다. 도톰한 흑돼지 살이 입 안 가득 풍성하고 잡냄새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퍼석하지 않고 쫄깃하면서 야들야들한 맛… 껍질이건 뭐건 어느 틈에 흑돼지 생고기 2인분은 후닥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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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출연 "토양이님의 손"


이어 나온 등갈비. 분당에도 삼다가라는 집이 있는데(제주에 있는 집과 모종의 비즈니스 관계가 있었던 듯 하다) 이미 그 집에서 등갈비를 먹어본 기억이 있으므로 자신있게 시켰다만… 나온 건 좀 달랐다. 분당에 있는 집이 조각 조각 먹기 좋게 잘라주는데 비해 이 집은 그냥 통째로 나온 것. 알아서 잘라 먹으란 얘기다. 짭짤한 양념이 배어 있는 등갈비… 그런데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확실히 생고기가 더 맛있다. 양념 등갈비는 애들한테는 더 맛있을 게 틀림 없다. 마지막으로 후식은 멸치 국물로 말아낸 국수. 역시 후식은 이런 걸 먹어줘야 개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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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에 걸쳐 흑돼지를 먹고 나니, 나중에 제주에 또 간다 하면 흑돼지를 먹으러 갈 것이요, 누군가 간다고 하면 꼭 흑돼지 먹고 와라~라고 말할 것이다. 서울에서도 몇 번 흑돼지를 먹긴 먹었는데 이 맛을 느껴보지는 못했고(물론 내가 고기를 그닥 좋아하지 않아 여러 번 먹어본 것도 아니지만>.<) 제주에서 제대로 느꼈으니 그 인상이 더욱 강렬할 수 밖에. 여튼, 서울 촌놈 제주에서 흑돼지 잘 먹고, 흑돼지에 푹 빠져버렸다. 서울에서도 어디 흑돼지 맛나게 먹을 만한 집 없을까. 눈에 불을 켜고 찾아야 할 판이다. ^^

  • Favicon of http://www.rabbicat.com BlogIcon 토양이 2008.11.11 09:34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그러고보니 서울 와서 삼겹살 먹고 싶단 생각이 하나도 안 들었어요. 0_0;;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11.11 10:41 신고 수정/삭제

      맛난 흑돼지 집을 찾는 것이 미션이여! ㅋ

  • ^^ 2008.11.11 09:38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껍질에 도야지털이 제대로 밖혀 있군요ㅋㅋ 아~~ 아침부터 배고파요 >.<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11.11 10:41 신고 수정/삭제

      아침부터 흑돼지가 땡기시면 영 곤란합니다~ ㅋㅋ

  • Favicon of http://www.zoominsky.com/ BlogIcon 짠이아빠 2008.11.11 09:55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아.. 흑돼지 먹고 잡다.. ㅜ.ㅜ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11.11 10:41 신고 수정/삭제

      아니.. 아침부터 돼지가 땡기셔요? ㅋㅋ

  • Favicon of http://blog.empas.com/diabloti BlogIcon 정현아범 2008.11.11 12:51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아뉘..회도 안 드시는 양반이 "고기를 그닥 좋아하지 않"으신다믄..
    도대체 지금까지 그 많은 술은 무신 안주로..ㅡㅡ;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11.11 14:32 신고 수정/삭제

      술 안주가 뭐 꼭 고기와 회만 있는 건 아니라네... 그리고 그닥 좋아하지 않을 뿐 안 먹는 건 아니니... ㅋㅋ

  • Favicon of http://www.krlai.com BlogIcon 시앙라이 2008.11.11 14:32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다들 드셔놓구선...서로 댓글 달고 계시네요

    제가 정말 군침돕니다.

  • Favicon of http://wessay.tistory.com BlogIcon 위세이 2008.11.12 01:21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아니.. 모 이런 와크샵이었단 말입니까? 진정.. 출정기에는 분명 밤을 세는 토론과 서로에 대한 난타전이 있을거라 써놓고는.. 가서는 이런 온통 먹거리 잔치를 하고 오심.. 못간 저는 어쩌란 말입니까? ㅠ.ㅠ 어굴 합니다... 빨리 서로에게 린치를 가하는 그 모습 올려주세요.. 폭력이 부르는 살을 에이는듯 쾌감.. 모.. 이런종류로..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11.12 10:03 신고 수정/삭제

      난타전 있었어요. 그건 대외비라 안 쓰는 거지~ 캬캬...

  • Favicon of http://echoya.com BlogIcon 에코 2008.11.12 15:06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 Favicon of http://afterdigital.tistory.com BlogIcon 조선얼짱 2008.11.12 20:35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꼭 저녁 거르고 ㅡㅡ;; 그럴때 이런 포스트를 보고는 침 질질 입니다..
    고기가 쫀득해보입니다^^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11.13 01:05 신고 수정/삭제

      아니 왜 저녁을 거르셨대요... 낼 저녁에 진하게 드시자고요~ ^^

  • Favicon of http://raonyss.tistory.com BlogIcon 라오니스 2008.11.13 00:39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삼다가... 제가 제주도에서 제일 좋아하는 집이에요...ㅋㅋ
    예전에는 서빙보는 삼촌이 사진 못 찍게 했는데...
    언제나 먹고 싶은 삼다가 돼지고기...ㅎㅎ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8.11.13 01:06 신고 수정/삭제

      아, 사진을 못 찍게 했었군요. 저희 갔을 땐 사장님으로 보이시는 분이 계셨는데 암말 없으셨다는. ㅋㅋ 고기 참 맛났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