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츠비와 칵테일 #2 - 진리키

바로 그때 톰이 얼음이 가득 들어 찰랑거리는 진리키 넉잔을 들고 돌아왔다. 

개츠비가 자기 잔을 받아들었다. "정말 시원해 보이네요." 


- 위대한 개츠비, 스콧 피츠제랄드, 한애경 옮김, 열린책들 중에서


'이런 무더위 속에서는 불필요한 몸짓 하나하나가 평범한 일상을 모독하는 셈'이라고 작가가 썼을 정도로 무더운 여름에 이렇게 얼음이 찰랑거리는 칵테일은 상상만 해도 짜릿합니다. 그리고 등장하는 칵테일 이름은 다름 아닌 진리키. 


진 리키 Gin Rickey는 진(Gin)과 라임주스를 섞어 만든 단순한 칵테일입니다. 하이볼 편에서 소개한 하이볼 잔 같은 길고 넉넉한 잔에 얼음을 채우고 진 30 혹은 45ml를 부은 후에 라임 조각(흔히 웨지라고 부르는 ㅜㅜ)을 짜내고 그 라임을 그대로 잔에 넣습니다. 그리고 탄산수를 부어 잔을 가득 채우지요(이걸 풀업이라고 합니다). 살짝 저어(이건 스터라고 하고요) 그냥 시원하게 마시면 됩니다. 


원래 진 리키는 1880년대 미국 워싱턴의 슈메이커라는 바의 바텐더인 조지 윌리엄슨이란 사람이 만들었다 합니다. 처음엔 진이 아닌 버번 위스키를 썼다는군요. 이 술을 당시 유명한 로비스트인 조 리키 대령이란 사람이 좋아했대나 어쨌대나 해서 처음엔 조 리키라고 불렀는데요 베이스를 진으로 바꾸면서 술이 대박이 났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이름도 자연스레 진 리키가 되었겠지요(요건 영문 위키 검색 ^^).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사실 진 리키란 술을 제대로 맛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라임을 구하기 어려워서 그렇습니다. 즙이 넉넉한 라임을 아낌없이 짜 넣어야 하는데 호텔 바나 정말 유명한 칵테일 바가 아닌 이상 라임이 별로 없습니다. 게다가 솔직히 시원한 맛에 먹지, 칵테일로서 아주 짜릿하지도 않습니다. 라임이란 게 레몬 비스무레하게 시큼새콤한 맛이니까요. 그래서 최근 바텐더들은 달콤 쌉싸름한 맛을 내기 위해 이런 저런 부재료를 쓰기도 합니다. 


사실 저는 진 리키보다는 진 얘기를 더 하고 싶습니다. 우리나라에선 진을 그다지 많이 마시지 않는데 사실 이 진이 아주 훌륭한 술이거든요. 요즘 대형마트 술 코너에 가면 탠커레이, 탠커레이 넘버10, 봄베이 같은 진이 있는데요, 탠커레이 넘버 10 한 번 드셔보길 추천합니다. 솔향 같은 상큼하고 시원한 향에 그저 감탄하실 겁니다. 


진은 칵테일로 응용하기에 정말 좋은 술입니다. 진 자체도 훌륭하지만 다른 부재료와 너무 잘 어울리기 때문입니다. 진과 토닉워트를 1:2 취향에 따라 1:3으로 섞고 레몬 조각만 넣어도 훌륭한 진토닉이 됩니다. 흔히 진토닉을 무척 맛없는 칵테일로 알고 있는데 칵테일을 잘 모르는 술집 주인들이 싼 진에 김빠진 토닉워터를 써서 그런 겁니다. 탠커레이 넘버10 같은 진이라면 정말 훌륭한 진토닉을 누구나 만들 수 있습니다. ^^ / Fin 


탠커레이 앤 탠커레이

’레이’가 ‘텐커레이’를 만난 건 운명이야.

어릴 적 친구 녀석과 바에 마주 앉아 탠커레이를 처음 시키던 날, 이게 무슨 술이냐고 묻던 친구에게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갖다 붙인 말이긴 하지만, 나름 꽤 그럴듯한 표현 아닌가.

칵테일을 취미 삼으면서 만난 나는 예전엔 미처 모르던 꽤 많은 술을 알게 됐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멋진 술 하나만 꼽으라면 나는 단연 탠커레이를 꼽겠다. 은은한 과일 향 속에 묻어나는 진의 강렬함 때문에 첫 잔을 들어 선뜻 마시기에 두렵지만 막상 들이켰을 때 다가오는 부드러움은 탠커레이만의 특징이다. 물론 진이라는 술만 놓고 봤을 때 향이 더 특별한 헨드릭스도 예술이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탠커레이에 더 끌린다. 게다가 정말 기대하지 않았다가 만난 탠커레이 넘버텐엔 그저 홀딱 반할 수 밖에 없었다. 이 녀석은 탠커레이보다 훨씬 더, 부드럽지 않은가!


진이 유명한 건, 아마 진토닉 떄문일게다. 그런데 내가 어디 가서 진토닉이란 칵테일을 시키면 누군가는 그런 뻔한 걸 시키나 하는 눈으로 쳐다보고, 누군가는 맛도 없는 진토닉, 이란 표정으로 쳐다본다. 진토닉이 너무 흔하고 맛없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대부분 제대로 된 진토닉을 못 마셔본 분들이다. 진토닉은 진과 토닉워터를 1대 2정도의 비율로 섞고 거기에 라임즙이나 레몬즙을 넣은 후 역시 라임이나 레몬 슬라이스(혹은 조각)을 띄운 칵테일이다. 당연히 진이 맛있어야 하고 토닉워터는 탄산이 풍부해야 한다. 레몬 혹은 라임이 신선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 만일 이름도 없는 싸구려 진과 탄산 빠진 토닉워터로 만든다면, 절대로 맛있을 리 없다. 얼마 전 집 앞 바에서 진토닉을 시켰다가 첫 모금을 대고 바로 후회했다. 역시 아는 집이 아니면 칵테일은 함부로 주문할 것이 아니다.


도대체 진토닉이 뭐 그리 대단하냐고 묻는 분들에게 탠커레이와 새 토닉워터, 그리고 신선한 레몬이나 라임(아, 하지만 라임을 구하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으로 만든 진토닉을 권하고 싶다. 나는 그저 술이 좋아 혼자 만들어 즐길 뿐이지만, 나 때문에 진토닉을 새롭게 본 분들이 꽤 많다는 점은 자랑해도 좋겠다.


어쨌든 내가 탠커레이를 정말 좋아하는 걸 아는 미디어브레인 식구들이 탠커레이와 탠커레이 넘버텐 세트를 선물했다. 금요일, 사정이 있어 현지 퇴근하고 토요일에 사무실에 가보니 예쁜 박스에 담긴 두 녀석이 싱긋 웃고 있는 게 아닌가. 구하기가 정말 어려웠을 텐데, 구하느라고 애쓴 마음이 더 고마울 뿐이다. 안 그래도 집에 한 병 갖춰 놓고 야금야금 마셔야지 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탠커레이 세트라니!


떡 본김에 제사 보낸다고 바로 만든 진토닉 한 잔. 아, 사실 탠커레이에서는 진토닉이라고 부르지 않고 탠커레이 앤 토닉, 줄여서 T&T라고 부른다. 다르게 보이고 싶은 그 자부심. 탠커레이라면 충분히 인정할만 하다.

이런 저런 일로 정신이 없어서 올 여름엔 미디어브레인 식구들에게 모히토도 제대로 대접하지 못했다. 결정적으론 민트를 다 죽여서 그렇긴 하지만 ㅜㅜ 선물 받은 탠커레이는 나 혼자 마시고 ^^ 사무실에 있는 탠커레이로 진토닉이든, 탐 콜린스든 한 잔씩 돌려야겠다. 솔직히 그저 적당히 흉내만 내는데도 다들 맛있다고 즐겨주니,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산다는 거, 이런 게 다 즐거움 아니겠는가. ^^ / FIN

  • Favicon of http://www.redmato.com BlogIcon 호련 2010.08.22 23:19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0^) 다시 한번 생신 축하드려요 이사님!! :-) 제가 무지 좋아하는거 아시죠? ㅎㅎ 존경합니다 ㅋ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8.22 23:20 신고 수정/삭제

      으이구 댓글 빨리도 다셨네 ^^
      주말 밤, 마무리 잘 하시게. 푹 쉬시고 ^^

      땡스 ^^

  • Favicon of http://monomato.com BlogIcon 모노마토 2010.08.22 23:23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2등은 제껍니다 우걱 우걱..
    이사님 표 칵테일은 너무 너무 맛있어요 -_ㅡ)b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8.22 23:24 신고 수정/삭제

      다들 맛나게 드셔주시니 내가 고마울 따름이지.
      아무래도 내가 못 만들면
      어디가서 한 잔 사기라도 해얄 듯.

      땡스 ^^

  • 휘바 2010.08.22 23:32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저도 야금야금 마시는 1리터 짜리 탱커레이 있지요! 글보니 몹시 땡기지만 얼음이 없다니!!
    내일 넘버탠 한잔만 덜어다 주시면 안될...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8.22 23:33 신고 수정/삭제

      안돼 넘버텐은! ㅋㅋㅋ
      기회가 되면 언제든 또 마시러 가세

      땡스 ^^

    • 휘바 2010.08.22 23:33 신고 수정/삭제

      "나 때문에 진토닉을 새롭게 본 분들이 꽤 많다는 점은 자랑해도 좋겠다."

      여기 1인 있습니다 ㅋ

  • Favicon of http://no1salaryman.tistory.com BlogIcon 정현아범 2010.08.23 08:49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참 훈늉한 회사란 말씀이지요..
    ※ 버쓰데이셨더래요?? ㅊㅋㅊㅋ요~~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10.08.23 09:27 신고 수정/삭제

      땡스 땡스~ ^^
      그나저나 공부는 언제 마치시노?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