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말 바로 잡기 – 초미

무척이나 중요한 일에 대해 얘기할 때 '초미의 관심사'라는 표현을 쓴다. 대부분 한자말이 그렇지만 초미라는 말은 어려운 글에서나 나오지 말로 얘기할 때는 거의 쓰이지 않는 말이다. 평소에는 거의 쓰이지 않는데 글로 쓸 때나 쓰는 말이라니. 이래서야 어찌 우리 말과 글이 하나가 될 수 있을까.

초미. 도대체 한자로 쓰려고 해도 어떻게 써야 할 지 깜깜하기만 한 글자다. 역시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아 보았다.

초미03 (焦眉)

「명」(주로 '초미의' 꼴로 쓰여) 눈썹에 불이 붙었다는 뜻으로, 매우 급함을 이르는 말. 불교의 《오등회원(五燈會元)》에 나오는 말이다. ≒ 소미지급˙연미07(燃眉)˙초미지급.

* 초미의 급선무
* 반드시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될 초미의 문제
* 노사 양측의 견해차를 어떻게 좁히느냐가 초미의 관심사이다.


매우 급하다는 말이란다. 그런데 매우 급한 걸 이렇게 어려운 말로 써 놓았으니 급한지 어쩐지 알 길이 없는 건 아닐까. 어쨌든 어떤 형태로 쓰이고 있는지 조선일보 기사를 찾아 봤다.

지난 30일 청와대는 정치권 초미의 관심사였던 이 사건에 대해 일체 논평이 없었다. (조선일보 2007년 5월 2일)

그런데 좀 이상하다. 매우 급하다는 뜻인데 아무래도 이 뜻을 집어 넣으면 문장이 좀 이상해진다.

지난 30일 청와대는 정치권에서 (눈썹에 불이 붙을 정도로) 가장 급한 관심사였던 이 사건에 대해 일체 논평이 없었다.

아무래도 여기서 말하는 뜻은 '급한 관심사'가 아니라 '매우 관심을 끄는' 혹은 '가장 중요한'으로 바꾸는 것이 맞을 듯 하다.

지난 30일 청와대는 정치권에서 매우 관심을 끌고 있는(가장 중요한) 이 사건에 대해 일체 논평이 없었다.

이제야 좀 말이 된다. 이렇게 억지로 따지고 보면 '초미'라는 말은 매우 급하다는 뜻은 물론 가장 관심이 가는, 혹은 가장 중요하다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매우 급한 일이 가장 관심이 가고 중요한 일이라 할 수 있으니 뜻이 확장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 하겠다. 어쨌든 매우 급한, 가장 중요한, 매우 관심이 가는 등과 같은 식으로 충분히 풀어 쓸 수 있는데 굳이 '초미의 관심사'라는 한자어를 쓸 필요까지는 없다.

한자말도 이미 우리가 쓰기 시작한 우리말이라는 의견에는 나도 생각이 같다. 그러나 한 번 듣고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한자말, 정작 한자로는 어떻게 써야 하는지도 모르는 한자말을 우리말이라고 우기면서 계속 사용하자는 주장엔 절대 반대한다. 모름지기 글이란 자신의 뜻을 전달하기 위한 것. 당연히 누구나 알기 쉽게 쓰는 것이 정답이다. 어려운 한자말을 쓰는 것이 똑똑하고 있어 보인다는 건, 옛날에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웠던 '현학적 허세'에 불과하다는 걸, 배운 사람들부터 깨달았으면 좋겠다. / FIN

  • Favicon of http://www.zoominsky.com BlogIcon 짠이아빠 2007.05.06 01:51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이런.. 정말 국어 공부 다시해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해진다.. ^^
    올 한글날 자기가 혹시 국어보존 우수 블로거로 뽑히는거 아닐까?..ㅋㅋ

    • Favicon of http://raytopia.tistory.com BlogIcon '레이' 2007.05.06 07:48 신고 수정/삭제

      한글날이 없어지지나 말았으면 좋겠어요~ >.<